소설리스트

66화 (66/269)

똑똑ㅡ

“제현아? 자니?”

지금 나는 한창 명상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명상을 할수록 마나역시 채워지고 있었기에 시간 날 때면 자주 하는 명상이었다. 그리고 피로한 뇌도 풀어 주기도 했으니, 자주 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없을 때 했기 때문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하곤 했다.

“나 가연인데, 들어간다?!”

‘무슨 일이지? 늦은 밤 시간에.....’

가연의 소리가 명상을 하고 있는 나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나는 무시하고 계속 명상을 즐기려 했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가 하던 명상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문을 잠갔을 텐데?”

“헤헤, 여기 문 열기가 쉬워, 동전 하나면 다 딸 수 있더라고, 밖에서 별구경 하지 않을래?”

나는 분명 잠가 두었던 자물쇠가 힘없이 열리는 것을 보고 의심을 눈초리로 가연을 쳐다봤지만, 가연은 웃으며 동전으로 열었다는 식으로 동전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텐데? 이 상태로 나가자고?”

지금 나는 달랑 팬티하나 입고 있었다. 명상할 때 거치적거리는 것은 대부분 벗고 했기 때문에 팬티만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그것을 눈치 챈 가연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문 뒤로 나갔지만 이미 다 본 후였다.

사르륵ㅡ

“큭?!”

나는 상의를 입기 위해 반팔 티를 집어 들고 입었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나의 등 뒤를 강타했다. 아까 낮에 당했던 괴물의 공격 때문 인 듯 했지만 이미 그레이트 힐로 다 치료했기에 상처는 남아 있질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괴물에 당한 상처의 느낌만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분명 다 치료 했을 텐데.....이상하군.”

나는 등 뒤에 손을 가져다 대고 문질러 보았다. 반지르르하게 매끈한 곳이었다. 한줌의 걸리는 곳도 없었고 이상한 액체가 묻어나는 곳도 없었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 버렸다. 대충 교통사고의 후유증 같은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솨아아아ㅡ

출렁ㅡ

밖으로 나오니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아침과는 다르게 괴물의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하늘에는 총총히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만월은 아니었지만 거대 만월에 가까웠다.

“어이, 여기야!”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안가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언가를 열심히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듯 보였다.

“뭐하는 거냐?”

푹ㅡ

“아, 이거? 불꽃놀이 하려고, 원래, 휴가 마지막 날에 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잖아.”

“오늘 밤에라도 해야지! 왜, 싫어?”

수강과 가연의 말에 약간이나마 수긍을 하고 뒤쪽에서 그 둘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원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을 약간 움츠린 나는 이질적인 느낌을 떨쳐 냈다. 밤이라 그런지 끝도 없이 보이던 바다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안보였다. 비록 마안의 능력으로 아침처럼 볼 수 있다지만, 아침의 기분을 그대로 살릴 수는 없었다.

“좋아, 준비 됐다. 이제 불만 붙이면!”

“내가 불붙일게, 괜찮지?”

두 녀석은 자기들 끼리 맞장구를 치며 다 하고 있었다. 뭐, 나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기에 넘어갔다.

화르륵ㅡ

가연의 손에서 작은 구슬 같은 불꽃들이 피어오르더니 각각의 화약 쪽으로 옮겨 붙었다. 그리고 빠르게 타오르더니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피융ㅡ펑!

펑!

펑!!

하늘을 가득 메운 영롱한 불빛들이 나의 동공을 가득 메웠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웅장한 느낌의 불꽃놀이였다. 하늘로 쏘아 올라간 불꽃들은 큰 굉음을 내며 터졌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펑ㅡ

하늘 높은 곳으로 쏘아진 불꽃들이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며, 터지는 것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밝아지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의 유지시간이었지만 모든 모형을 머릿속에 담을 시간을 되었기에 기분은 좋았다.

치이익ㅡ펑!!

마지막 불꽃 놀이었던지 지금까지 보아오지 못했던 크기의 불꽃이었다. 흡사 섬광 탄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그 불꽃이 터지자 사방이 밝아지며,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출렁ㅡ출렁ㅡ

하지만, 기분 좋게 해안가를 보지 못했다. 해안가에는 새까맣게 많은 수많은 괴물들이 포진 해 있었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하지만, 나의 느낌을 피해 갈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괴물들의 기척, 그리고 마안으로 보아도 볼 수 없었던 위장술, 어느 것 하나, 기습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한마디로 눈뜨고 당할 뻔 했다는 것이다. 비록 마안으로 해안가를 둘러 봤지만 사방이 어둡게 보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방금 그 괴물들의 몸에 가려 검었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솟았다.

“다행히, 여길 폐쇄하길 잘했어. 하마터면 인명피해가 생길 뻔했어.”

“공격할 준비를 해라. 이곳에서 하나도 빠져 나가게 할 수 없어. 아침에 봐서 알겠지만. 저 괴물들에게 죽으면 더욱 쌘 괴물들이 탄생하니까.”

수강이 말처럼 아침에 이곳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났을 것이다. 나도 불꽃으로 보지 못했다면, 기습을 당할 뻔 했을 텐데, 보통 사람이라면 느낄 세도 없이 당해 버렸을 것이다.

“어두워서 위치를 알 수 없어.”

“쳇, 아무데나 공격해도 다 맞을 거다. 라이트(light)”

나는 핑계를 대는 가연을 위해 라이트 마법을 펼쳤다. 광범위로 펼쳤기에 모든 곳에 라이트가 배치되었다. 물론 그 정도로 마나 소비가 빠른 것도 아니었기에 충분히 전투를 하면서 유지 할 수 있었다.

“이제 괜찮아. 염동 트윈건너!”

“윈드 플레어!”

가연과 수강은 각자, 주특기 같은 기술을 내뿜었다. 가연은 총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에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이리 저리 쏴대고 있었다. 수강은 윈드 플레어로 적들의 움직임을 막으며 적들을 찍어 내리고 있었다.

“뒤로 나와라! 에너지 써클(Energy Circle)”

찌지지직ㅡ휘류우우

나는 앞서 싸우는 그 둘을 뒤로 피신시키며 강력한 번개 속성의 마법을 펼쳤다. 하늘에서는 노란 스파크가 두 개가 튀어 오르며 회전을 하며 괴물들을 향해 내리꽂았다. 바다 쪽으로 내려찍은 에너지 써클이 바다를 타고 수많은 괴물들을 감전사 시키고 있었다.

쿠워어어ㅡ

워낙 많은 수여서 그런지 한꺼번에 소멸해 대는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올라 올대로 올라온 괴물들이 이리저리 도망가고 있었다. 아마, 나의 기세에 놀라 도망가는 것인지, 아니면 도시로 나가기 위해 가는 것인지 사방으로 도망가고 있었기에 나로 써는 다 해치울 수 없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죽었지만 한모든 방향으로 도망친 괴물들이 기척을 잠재우며 숨죽이고 있으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도심지 쪽으로 도망 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순간 많은 기척소리가 점점 괴물의 기척이 희미해졌다.

일단 눈에 보이는 괴물들은 다 죽였지만 눈에 띄지 않는 놈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몰랐기에 기관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수강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세요? 지금 해안가를 따라 올라온 괴물들이 부산의 시내 쪽으로 도주를 했어요. 지원이 필요해요.

-뭐라고? 지금 우리도 막기 급급해, 바다가 있는 쪽이면 어디서든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야, 그쪽은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처리해. 바빠서 끊을 게.

뚝ㅡ

그 말로 끝이었다. 아마, 그 쪽에서도 괴물들이 상당히 많은 괴물들이 출몰 한 것인지 다급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괴물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나가야 했다.

“짜증나는 군, 어디로 숨은 거야! 확, 부산 시내를 날려 버릴라.”

이미 깊숙이 숨은 괴물을 찾을 방도가 없었다. 도시 전체를 날려 버리면 간단하겠지만, 그러면 더 큰 인명피해가 날게 뻔했으니까 참아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키에에엑ㅡ

슈욱ㅡ

겨우 삼십분 만에 한 마리의 괴물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괴물의 손톱에서는 붉은 혈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보다 눈에 독기가 올라 있는 것이 확실히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우리를 보자 무작정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것을 보아 숙달되었다는 증거였다.

서걱ㅡ

나는 블러드 네일을 사용해 나가에 돌진해오는 괴물의 손톱과 함께 몸까지 두 동강을 내 버렸다. 괜히 살기를 내 비치면 모두 도망 갈 것이 뻔했기에 나는 미약하게나마 휘두를 때 살기를 실어 잘랐다. 혹시라도 근처에 한 마리가 더 있다면 확실히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저 괴물들 의외로 지능적이군. 나의 살기에 반응하고 도망가다니.”

이미 부산 시내 쪽은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기에 찾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것도 첫 번째 괴물이 많은 사람을 죽인 놈이라는 것에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괴물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을 일전에 겪었기에 괴물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저 쪽이다. 블링크(Blink)!”

핑ㅡ

순간 나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며 전방으로 앞서 나갔다. 순식간에 환경이 변하며 괴물들에게로 다가갔다. 아까 괴물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많은 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큰 마법을 사용 할 수도 없었다. 아직 생존자도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런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괴물은 대략 이십이다. 너희들은 저쪽에 멍하니 있는 멍청한 시민이나 지켜라.”

“알았어.”

뒤늦게 쫓아온 둘은 나의 말에 빠르게 이동하며 괴물들로부터 시민을 보호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다크 애로우(Dark Arrow)!”

스스스ㅡ

다량의 다크 애로우가 나의 뒤쪽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 주위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다크 애로우를 전방으로 날렸다. 나의 공격이 시작이었던지 괴물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사람이 변한 괴물이라 그런지 날렵했고 더욱 강했다. 하지만 나의 블러드 네일에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쿠워어!

대부분의 괴물들이 무작정 달려드는 것을 보고 옆쪽의 벽에 발을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순간 없어진 나를 찾는 것인지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나의 손톱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투툭ㅡ

한 번에 많은 수의 괴물들이 즉사 혹은 중상을 당하자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파이어 스로우!”

“본 스매쉬!”

뒤늦게 도착한 기관이나, 몬스터 헌터들은 빠르게 현장의 괴물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몸을 틀어 다른 곳에 있을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이동했다. 물론 가연과 수강도 뒤따랐지만 시간상 나는 먼저 출발했다.

*      *       *

시간이 새벽 1시를 넘어 가려 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몸에는 괴물들의 피가 잔득 묻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는 자가 없었다. 다만,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을 찾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새벽 타임이라 그런지, 혹은 괴물 때문인지 모든 시민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새벽 시내에는 우리와 기관, 혹은 몬스터 헌터들이 불을 켜고 남은 괴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제 숨을 곳도, 기척을 숨길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발각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나는 광범위로 디텍트 매직을 펼쳤다. 상당히 많은 마나가 빠져 나가면서 부산 시내를 둘러싸며 감지했다. 

“북쪽이다. 그쪽에서 미약한 기운이 느껴진다.”

“응.....어떻게 그런 마법이 있는지....한번 배우고 싶다.”

나는 시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디텍트 매직으로 건물 밖을 돌아다니는 자들 중에 마나가 미약한 자들만 집중적으로 찾아냈다. 상당히 많은 마나와 심력이 소모 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괴물들은 의외로 미약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의 기본적인 마나 량 보다 작았기에 쉽게 찾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아까는 많은 사람들에 묻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명확했다.

휘이이잉ㅡ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조용했다. 어떻게 알고 피했는지 급히 피한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디텍트 마나를 펼치려 했지만 순간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기에 급히 마나를 회수하며 공격마법을 준비했다.

터벅, 터벅

“어이, 거기 예쁜 언니, 거기 있는 비리비리한 새끼랑 놀면 재미없잖아?”

세 명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덩치는 고등학생 만했지만 얼굴에 나이 적어요라는 티가 보였다. 요즘 중학생들은 발육이 하도 좋아서 탈이었다. 어딜 가나 자신들의 덩치는 믿고 깝치는 놈들이었다. 

“쓰레기들이 잘도 노는군. 괴물이 나타났는데 한가하게 이런 짓거리나 하고 있다니.”

“뭐냐 이 노땅은!”

나의 말에 발끈 했는지 덩치가 산만한 중학생 녀석이 나에게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동요할 정도로 정신 수양이 작지 않았다. 이제는 웬만한 말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참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마법을 난사해 박살을 내 놓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제현아, 이 근처 괴물이 있는 거 맞아?”

“분명히 여기서 느껴졌다. 하지만 잘못 찾은 것 같군. 이 녀석들을 괴물로 착각 한 모양이다.”

나는 옆에서 물어오는 가연의 말에 무심한 어투로 말했다. 괴물을 찾는 것도 이골이 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이 찾아야 모든 괴물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날밤을 새어서야 겨우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창ㅡ

“우리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감히 우리가 있는데 잡담을 해?”

휘익ㅡ휘익ㅡ

꼴에 놀고 있었다. 짤막한 단검을 꺼내 들어 이리 저리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큰 장검에 난도질을 당해 봤기에 그 녀석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휘두르는 단검을 움켜 쥐었다.

꾸욱ㅡ

주르륵ㅡ

단검을 세게 움켜쥐니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지만 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중학생 녀석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까불지 마라.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털석ㅡ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것인지 나의 살기에 놀란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으며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아까의 그 기개는 어디로 간 것인지 소리죽여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시간만 버렸군, 돌아가자.”

“쳇, 언제 괴물이 나타나는 거야. 그놈 때문에 잠도 못자겠네.”

우리는 몸을 틀어 아까 봐두었던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대략 100미터 정도 걸음을 옮겼을 까 비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와아악ㅡ 괴, 괴, 괴물!! 컥ㅡ”

그 말이 끝이었다. 연달아 터지는 비명소리가 급히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는 중학생이 있던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나는 블링크로 가는 와중에 마탄을 앞으로 날렸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살, 살려줘.”

아까 전까지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 간 것인지 피를 칠갑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심한 눈길로 한번 보고는 앞에 포진해 있는 도망친 괴물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녀석들의 뒤쪽에는 이미 괴물 화 되어 버린 부산의 시민들이 상당히 모여 있었다.

“크르르ㅡ”

괴물의 입에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얼른 블러드 네일과 함께 파이어 볼과 같은 범위 공격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봤다.

“크르릉ㅡ”

괴물이 나를 경계하며 주위로 퍼지며, 무릅을 약간 굽히는 행동을 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 역시 파이어 볼을 괴물들에게 마구잡이로 날렸다.

펑ㅡ퍼퍼펑!!

나의 빠른 공격에 녀석은 피하지도 못하고 몸의 일부분이 터져버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나의 마법을 피한 녀석의 자리에서는 땅이 터지고 네온간판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부산의 시내를 가득 메웠다.

슈욱ㅡ

나의 옆으로 파고드는 괴물의 신형이 보였다. 축 늘어진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나의 옆구리를 찌르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동물을 뛰어넘는 근육과 스피드로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 역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와차창ㅡ

“젠장, 실드(Shield)”

네온 간판과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유리 파편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괴물이 휘두른 손톱이 얼마나 강한지 유리 같은 것은 순식간에 조각으로 변하며 무가기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점프력은 얼마나 좋은지 대략 3층 높이 까지 점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늑대 인간 같은 능력이었다. 외모는 인간에서 변해 약간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능력만은 인간과 동물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스(Grease)”

차르르ㅡ

나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는 괴물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서 그리스를 사용했다. 그러자 일순간에 마찰력이 0으로 바뀌며 괴물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콰당ㅡ

"커스 블라인드(Curse Blind)!"

나는 넘어진 녀석들에게 지체하지 않고 저주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 마법에 당한 녀석들은 앞을 못 보는 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고 있었다.

커스 블라인드

이 마법은 공격력은 없지만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었다. 물론, 마법에 대한 내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잘 걸리지 않지만, 한순간에 적의 움직임을 방해 할 수 있거니와, 시력을 앗아 가기 때문에 마법사에게는 아주 좋은 마법이라고 생각했다.

“슬로우(Slow)“

나는 연달아 슬로우 까지 사용했다. 워낙 움직임이 빠르다 보니 눈으로만 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력과 함께 움직임까지 둔화되자 녀석을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어라? 벌써 끝났어?”

“잔말 말고 저기 널브러진 녀석들이나 보호 하고 있어.”

뒤쪽에서 나에게 향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드를 사용해 대비하고 있었지만 공격하려는 적의가 없었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끊어 버리고 명령하듯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녀석은 불만 하나 없이 그대로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중학생에게 다가가 호위를 서듯 경계하고 있었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둥실ㅡ

나는 사방에 널려 있는 모든 물체들을 하늘로 끌어 올렸다. 유리조각, 네온 간판,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 깡통까지 모조리 띄우자 옆에서 황당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뭐하게, 그걸로 공격하게?”

“에어로 봄(Airo Bomb)”

나는 수강의 말을 무시하고 나의 앞에 대기하고 있는 부산물들을 향해 에어로 붐을 사용했다.

펑ㅡ

일순간 모든 부산물들이 공기가 터짐으로 총알이 튀어 나가듯 괴물들에게 날아갔다. 순간 모든 물체들이 괴물들의 육체를 뚫거나 파괴시키고 있었다.

슈슈슉ㅡ

촤르륵ㅡ

순식간에 괴물들은 즉사, 혹은 중상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 역시 피부가 단단한 것인지 인간에서 변한 몬스터들은 대부분 생존 해 있었다. 그리고 자체적인 치유 능력도 있는 것인지 조금씩이지만 아물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프로즌 오브(Frozen obe)!”

휘리릭ㅡ

나는 꿈틀거리고 있는 녀석에게 프로즌 오브를 날렸다. 괴물의 수만큼 날렸기에 걱정은 없었다. 한 번의 즉사, 머리를 정확하게 노렸기에 분명 죽을 것이다.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얼음은 괴물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땅에 부딪혔다.

쩌저적ㅡ

괴물의 뇌에게 뿜어져 나온 뇌수와 함께 피가 땅을 적시고 있었다. 괴물들은 서서히, 몸이 흩날리며 소멸해가고 있었다.

삐요삐요!

위이이이이잉!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구급차와 함께 경찰차, 소방차가 연달아 부산 시내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사방에서 붉은 색의 십자가 마크를 단 앰뷸런스가 왔고 위에 달린 불빛이 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

이미, 기관의 사람들이나, 몬스터 헌터들은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 위해 처리한 숫자를 적어 어딘가로 보내고 있었다. 물론 한국의 기관 쪽이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미 얼굴도 팔렸지만 그런 것을 할 정도로 하찮지는 않았기에,

“그래, 이제 끝났어. 수고했다.”

“크윽ㅡ”

욱신, 욱신,

수강의 말에 나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리는 느낌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세 가닥의 손톱에 긁힌 자리가 계속 욱신거리며 타오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지며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등 뒤가 축축이 젖어 가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나는 휘청거리며 넘어지려 했다.

“괜찮아? 아픈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가는 게....”

“병원 따위 안가도 괜찮다. 어디서 쉬고 싶군.”

나는 걱정하며 나의 몸을 부축하는 가연의 말을 끊어 버리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몽롱한 상태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괴물이라도 나타난다면 죽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새벽을 향해 가는 하늘을 보며 별장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물론 나만 휘청거렸지만, 우리가 돌아 갈 때 쯤에 구경나온 사람이나, 기관의 사람, 몬스터 헌터들은 각자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괴물들과의 전투 현장에서는 뒷수습을 하는 소방관이나, 경찰, 기관에서 파견 나온 수습 팀에서 모든 것을 담당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물론, 예전처럼 기억을 제거 한답시고 기억을 지우는 짓을 하지 않았지만....

또한, 괴물에게 당해 앰뷸란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세 명의 중학생들이 보였다. 녀석들의 얼굴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긴장이 풀렸던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미, 출혈이 심하게 나지 말라고 힐링과 같은 마법을 걸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직....멀었나?”

우리 세 명은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무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가려던 목적지가 멀다는 것을 망각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별장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나 때문에 넘어져 옷 여기저기가 지저분해지고 손바닥에 지저분한 흙이 묻었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별장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나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 방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무릎에 머리를 파묻으며 새벽을 지세 워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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