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269)

중국인 몰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약간이나마 살심을 억제 할 수 있었으며, 더욱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어떻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게임에서 패시브 스킬처럼 자동적인 살기였다.

그리고 또, 바뀐 것이 있었다. 나의 살기에 많이 익숙해진 수강과 가연은 예전처럼 나에게 살갑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연이 나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불의 초능력을 잃은 가연은 대신해서 흑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마법은 이미지 하는 것이다. 손에 물건이 올려져 있다고 상상하면서 그곳에 사이킥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 이미지만 제대로 한다면 마법은 충분히 쉽게 사용 할 수 있어.”

나는 가연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문을 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써, 즉 상상으로써 마법을 발현시키려하고 있었다. 나 역시 최근에서야 이런 이미지로 마법을 발현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고난위도 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걸......너는 그렇게 쉽게 사용하는데, 나는 왜 안 돼....”

“오늘은 이정도 하고, 명상이나 해. 명상도 이미지를 그려 내는데 도움이 되니까.”

나는 불평을 하고 있는 가연의 말을 무시하고 다음 수업으로 들어갔다. 이미 숙달됐다는 듯이 편안하게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물건을 집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파삭ㅡ

“또 실패 인가? 힘 조절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나는 컵이 부서지는 걸을 보고 허망한 눈길로 컵의 파편을 한번 보고는 마법으로 띄워 컵을 복원시켰다. 이미, 이런 일이 많이 있었던지 아주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중국인 사건 이후 손놀림 하나에도 조심했다. 간단한 손짓이나 발짓에도 상대는 부서졌다. 뼈, 살 할 것 없이 파괴되었기에 나는 손짓도 발짓도 모두 마법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대략 일주일간을 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수련이 실패로 돌아갔다.

“후웁ㅡ”

스르륵ㅡ

나는 쉼 호흡을 한번 하고는 손에 들어가 있는 힘을 최대한 조절하며 천천히,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컵을 향해 내뻗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나아간 손은 조심스럽게 컵을 집어 들고는 나의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고 난 뒤에야 바닥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략, 10번 중 1번이 성공인가?”

나는 열 번 정도를 더 하고 나서야 성공하고 말았다. 이정도로 자신의 힘 조절이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계속해서 수련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집중을 하지 않는 다면, 또 다시 살기가 나의 제어 권에서 벗어나 날 뛸 수가 있었기에 나는 언제나 바쁘게 생활했다.

“이제, 살기 제어 수련인가?”

스스스ㅡ

나의 시작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명상을 시작으로 가연을 가르치고, 힘 조절, 살기 조절, 마법시현을 마치고, 가연에게서 얻은 초능력에 대한 적응력을 길렀으며, 밤 12시경부터는 명상을 했고 지침시간은 3시부터 6시 까지였다. 일주일간 이런 별짓을 다해도 몸은 지칠 줄을 몰랐다. 

“하앗!”

스스스ㅡ

화분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가 거두어들이는 중이었다. 약간의 컨트롤이 부족하다면 꽃은 순간 말라 죽을 것이었다. 모든 살기가 꽃의 주위를 감싸며 유형의 살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살기는 꽃을 상하게 하지 않았고 주위의 잔디 몇 개를 누렇게 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거두어 들였다.

짝짝ㅡ

“제현군, 이제 많이 좋아 졌군요. 이제 쉬엄쉬엄 해도 되겠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직 할 수련이 많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온 아주머니가 인자한 웃음을 띠며 나에게 다가 오며, 따뜻한 기운으로 나의 이마에서 흘러 내려오는 땀을 없애 주셨다. 나는 그런 기운을 음미 하며, 나직한 어조로 다음 수련에 들어갔다.

화르륵ㅡ

“아니죠. 그게, 무조건 힘을 강하게 한다고 강하다는 게 아니랍니다. 크기는 작아도 얼마든지 강할 수 있고, 날카롭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답니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 두세요. 불은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나는 불꽃을 강제하며 나의 의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아주머니는 한 번 웃고는 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약간 못 미더웠지만 사이킥 에너지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출렁ㅡ화아악ㅡ

나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마나를 촉매로 불의 초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불꽃은 출렁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자유를 찾은 듯이 흔들리며, 나에게 따스한 기운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정신없이 불꽃을 보며, 그 기운을 음미했다.

“고맙....?”

두리번ㅡ

나는 더욱 강하고 컨트롤이 잘되는 것을 알고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는 한쪽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집중하고 있어서 먼저 들어갑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약간의 수련은 약이 되지만 고된 수련은 자신을 망치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살기도 억제만 하려 하지 말고 흘러가는 것을 느껴 보세요. 살기란 적을 해치겠다는 기운이지만, 그것은 도리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나는 그것을 찬찬히 읽어 보고는 하늘을 올려 봤다. 이미, 날은 어두워 져서 모두 집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띠고는 집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스스스ㅡ

흠칫?!

“누구냐!”

나는 나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약간 흥분을 하며, 몸을 돌렸다. 밤도 낯처럼 볼 수 있었기에 밤에 나의 앞에서 은신을 하고 있는 짓은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거기 있구나. 살고 싶지 않는 가보군. 감히 나의 등 뒤에서 살기를 내비치다니.”

터벅, 터벅!

나는 성큼 성큼 집의 외각 쪽 담벼락으로 이동했다. 엄청난 근력으로 바닥을 튕겼기에 이미 잔디는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패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 집 밖의 담벼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샤샤샥ㅡ

나의 행동에 급히 자리를 뜨는 녀석들이 보였다. 두 명의 사람이 복면을 하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들은 한 자루의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검에서는 멸(滅)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고 은밀했다.

“페이드 스텝!”

나는 가연에게 얻어온 페이드 스텝을 이용해 적의 거리를 줄이며 따라 붙었다. 하지만 그 순간 폭탄 같은 것이 터졌다.

펑!

뭉게뭉게ㅡ

폭탄 같은 것에서 퍼져 나온 분말이 나의 시야를 가리며 적은 도망 가버렸다. 순간 기운과 기척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할듯했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으로 추적은 할 수 있었지만, 요즘 들어 사천지역에 출몰하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추적은 불가능했다. 모두 죽이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 살인을 저지른 다면 나 자신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기에 요즘 들어서는 살인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생각 자체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적을 놓치고 느릿한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물론 하늘에 떠이는 별을 관찰하면서, 요즘 몇 개의 별들이 이곳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기에 밤이 되면 별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스스스ㅡ

“크으윽, 그만! 그만!!”

나는 몸에서 일어나는 살기에 신음을 토해내며 머리를 감싸 안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일정한 시간이며 이런 발작 같은 현상이 일어났기에 익숙해 져 있지만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간의 발작을 격고 나서야 집에 도착했다.

적을 추격하느라 상당히 먼 거리를 간 것인지 대략 20분 정도가 소모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 제 2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왜 이렇게 늦었어? 한참 기다렸다.”

“적의 침입, 추격, 실패”

수강의 불평어린 말에 나는 간단한 세 마디로 불만스런 입을 다물게 해 버렸다. 수강과 가연의 가족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느긋하게 적의 기운을 읽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에 한심하게 느꼈지만 뒤이어 들리는 말에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두 명이었던가요?”

“네.”

아주머니는 정확한 숫자 까지 꿰고 있었기에 나의 방금 전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약간의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비어있는 소파에 앉으며 tv를 봤다.

-이번에도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은 몬스터 헌터들과 군인들이 있었기에 일반 시민들에 피해는 전무했습니다. 그럼 앞서 괴물에 대한 주의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죽임을 당하면 죽은 사람역시 괴물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시신은 죽은 즉시 태우십시오.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시체를 태우지 않는 다면 자신 역시 위험 해 집니다. 또한,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는 해안가는 절대 가지 말 것을 당부 드립니다.......

여자 캐스터의 말이 길어지며 끝도 없이 흘러 나왔지만 이미 이런 방송은 많이 방영되었고 재방송 같이 매일 반복하고 있었다. tv프로에서는 이제 오락프로는 줄어들었고 괴물에 대한 고찰, 조사, 괴물 24시 같은 제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고 모든 사람의 이야기 주제가 되곤 했다.

그리고 어떤 프로는 운석충돌과 같은 이야기와 종교 방송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종교 단체에서는 이런 현상이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발판이라는 말이 강력한 주장을 이루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욱 신을 찾으며 기도하고 생존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팅ㅡ

지루한 캐스터의 말을 듣는 것을 중지하고 tv를 꺼 버렸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이 있었지만 곧 다시 가족 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미 나도 이런 가족에 포함 된 것인지 나도 대화에 간간히 참여했다.

“자 그럼, 3인의 몬스터 헌터 여러분? 의뢰가 들어왔어요.”

“거절하겠습니다.”

아주머니가 한 가지 문서를 수강과 가연, 나의 앞에 놓아 보이며 간단하게 말했다. 하지만 의뢰라는 말에 나는 간단히 거절했지만 아주머니는 뒤이어 설명을 하고 또 했다.

“보수도 여느 S급 몬스터 헌터보다 많답니다. 그 정도면 엄청 난거 아닌가요?”

“크하하, 나를 돈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살심을 다루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죠.”

나는 아주머니의 보수 이야기를 듣고 말 했지만 반말 같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괜찮다는 말만했다. 모두들의 침묵 속에 나와 아주머니의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몬스터 헌터의 조항 중에 지목 의뢰는 꼭 받아들이라는 조항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뭐, 제현군 이라면 무시 할 수 있겠네요.”

“엄마, 의뢰인이 누구야? 3인 이라며, 우리도 포함 되는 것으로 아는데?”

아주머니가 조항을 들먹이자 나는 약간 찔끔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정도는 무시 할 수 있었다. 중국인 학살 사건을 뒤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사람 자체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가연의 물음에 나도 약간 궁금해 질 판이었다.

세간에 나는 흉악한 살인자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나에게 의뢰자체, 혹은 집밖을 나오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만큼 세상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멀리했으며, 강한 자를 시기했다.

“아, 가수라고 하던데......J? 아, 제이, 제이라고 하더군요.”

“신인가수 제이?”

“그 의뢰 받아 들이지. 물어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알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파장을 억누르며 최대한 느릿한 어조로 말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으로 보아 지금 나의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이 비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그렇게 연락할게요. 의뢰내용은 가수 J를 보호, 호위하는 임무입니다. 요즘 연예인 납치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시죠? 중국, 일본, 그들이 사천지역이 기관을 폐쇄하기 전까지 이런 일을 벌인다고 들었습니다.”

“아, 여보, 그건 나도 알아. 그들은 지금 사천지역에 보옥이 있다고 믿고 있어. 그것을 더 쉽게 편하게 찾기 위해 사천지역에 머물고 있는 능력자들을 기습하거나 염탐하고 있지. 아까 제현을 염탐하고 갔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의뢰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아주머니의 말을 이으며 아저씨가 말하고 있었다. 간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나서 이야기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튼 이 집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는 승낙입니다.”

“그럼 의뢰일자는 무기한, 의뢰 시작 시간은 이틀 후입니다. 장소는 이곳에서 시작합니다.”

나의 말에 아저씨는 체념적인 표정으로 물러서며 아주머니의 말을 경청하며 사과를 하나 집어 들고는 입에 넣어 와삭와삭 씹으며 혼자서 딴 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놀라고 있었다.

“우리 집? 왜?”

“그 가수가 요즘 일어나는 사건 때문에 사천지역으로 내려와 활동을 하겠다는 구나. 아무튼 각자 신경 써서 잘 해줬으면 하는 구나. 아참! 너희들이랑 동갑 아니었니?”

“여기가 더 위험 한 거 아닌가? 에이, 아무튼 여기 온다는 거잖아요.”

우리들의 대화는 밤이 늦은 시각을 지나 새벽에까지 치달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수강과 가연은 가수에 대한 생각으로 떠들고 있었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약간 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고개를 약간 흔들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머, 도련님, 대화 나누시는 것 아니었어요?”

부엌으로 가니 식기를 씻고 있는 메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한 메이드는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혼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물론 초능력으로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 각자의 대화에 빠져 나는 역시 혼자가 되어 버려서요. 그럼 쉬엄쉬엄 하세요. 저는 올라 가 볼게요.”

“네, 잘 주무세요.”

간단한 인사치례 같은 일이었다. 일주일째 관찰 같은 일을 했지만 메이드 들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식재료가 부족하면 가끔씩 나가는 것이었지만 나의 눈에는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이틀 뒤를 생각하며 명상에 들어갔다. 늦은 시각에 명상을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명상을 하는 것도 피곤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후ㅡ흡

이런 호흡이 조금씩 길어지며, 점점 나는 명상의 세계에 깊게 빠졌다. 1분이 지속될수록, 1시간이 지속될수록 나의 몸과 정신은 맑게 변하며 기운이 갈무리 되었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조금씩 끝나가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여, 오늘도 수련하고 있냐? 오늘 정도는 쉬어도 될 텐데...?”

“이건 나와 나의 약속일뿐이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뭐, 바뀌지 않는 일상 속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가버렸다. 이미, 학교에서는 보충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우리들은 당연히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인문계 학생으로 써 꼭 등교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학교를 빠지고 있었다. 물론, TV에 나의 얼굴이 나오면서 그런 말도 사라져 버렸다. 아무튼 오늘은 신인가수 J라는 녀석이 오는 날이다. 그렇다고 나의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평소처럼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흐읍ㅡ!”

덥석!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컵들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이미 힘 조절은 완성단계에 달했기에 일반인처럼 생활할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그세 많이 좋아졌군요. 그렇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 주세요.”

“예......”

나의 옆에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집안에서는 나의 뒤에 서 있는 것이 불쾌하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 할 때는 앞이나 옆쪽에 스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여러 사람들의 배려 같은 것에 고마움을 표했고 지금역시 마음속으로는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 살기 제어도 잘 되어 가나요?”

“그건 아직 조금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컨트롤 할 수 있지만요.”

나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살기에 대한 수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수풀들이 많은 곳을 자리에 잡고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중얼 거렸다.

‘죽인다. 죽인다.’

스스슷ㅡ

나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파장을 시작으로 스멀스멀 살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 쪽으로 나아갔다. 살기를 꺼내고 다시 회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조절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적을 제압 할 수 있는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살기만 내비치면 다 인줄 알았다. 하지만 수많은 전투를 거치면서 살기는 보조수단일뿐 공격수단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일순간의 적의 움직임과 흐름을 끊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이 살기는 중요한 보조 수단인 것을 알았고 이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을 살기로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을 수련 중이었다.

멈칫, 멈칫!

살랑이며 흔들리던 수풀이 일순간 시간이 정지 한 것처럼 멈추며 흔들림이 없어졌다. 마치 그곳에는 죽음의 늪처럼 천천히 수풀을 죽여 갔고 노랗게 뜨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살기를 회수하며 심호흡을 했다.

“후우ㅡ제가 할 수 있는 살기 제어는 이정도입니다.”

휘이잉ㅡ

모든 살기가 사라지자 시원한 바람이 나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시켜 주었다. 사천지역은 공기가 무척 좋았다. 상쾌한 공기가 나의 폐부를 가득 메우며 정신을 맑게 만들며 살심을 줄이고 있었다.

“많이 좋아 졌군요. 처음 봤을 때 보다요. 제현군은 아직 덜 발달한 원석 같은 존재예요. 원석의 파편을 깍듯이 차근히 깎고 정진한다면 분명 최고의 능력자가 될 거예요.”

아주머니는 이런 두루뭉술한 말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 버렸다. 지금 시각이 대략 오후 2시쯤이었으니 이제 올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습니까?”

“물론 지금도 파워 면에서는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없지만 정신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오늘은 가수 ‘J’가 오는 날이니까. 그 정도만 하는 게 좋겠군요.”

“예.”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수강과 가연은 무엇을 하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마 연예인이 오는 것에 기대가 큰 것 같았다. 나야 뭐,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사실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녀석이 나와의 계약자인지, 아닌지만 가리면 되는 것이다.

*            *           *

“지금 가수 J가 도착해 있습니다. 각별히 주의 사항은 없지만 그녀를 확실히 보호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사측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는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알고 슬슬 자리에 일어났다. 뭐 달라 진 것도 없었지만 대충 검은 색의 옷을 입었다. 예전부터 검은 색을 워낙 좋아했기에 저번에 옷을 살 때도 검은 색으로 만 샀다. 그렇다고 답답한 것은 안 입었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뭐, 저희 아이들이 잘 하겠지요.”

“그럼 저희는 본사로 올라가겠습니다. 요 몇 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아저씨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의 말이 몇 분간 지속되었고 잠시후 한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서서히 들어왔다.

두근ㅡ두근ㅡ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계약이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단정 지을 수 없었기에 심장만 두근거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이 라고 불러주세요. 몇 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훗.”

살랑살랑ㅡ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를 보는 순간 나는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둠의 기운이....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기에 몇 일간 차근히 관찰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안전을 책임질 사람입니다.”

수강이 대표로 나서며 제이에게 말했고 뒤이어 인사를 하는 가연이 보였다. 그 둘의 눈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동경심이 가득했지만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소파에 앉아 버렸다. 관찰 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나의 살기에도 움찔거리는 것이 어둠이 아니라고 판단해버렸다.

“그럼 저에게 할당된 방이 어디죠? 당연히 준비되었겠죠?”

“아, 그건제가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제이의 말에 수강이 호들갑을 떨며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신인 가수 제이라는 여자는 얼굴도 예뻤고 몸매도 좋았기에 많은 남성들의 인기를 끌만 했다. 나야 워낙 여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에 이런 일을 대수롭게 넘길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서로 나서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요. 저는 저기 있는 분에게 안내 봤고 싶군요. 저기 소파에 앉아 계신분요.”

척ㅡ

제이라는 여자가 나에게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가리키는 여자의 시선을 무시하며 창밖으로 내다봤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 태도는 뭐죠? 분명 이것도 호위의 임무라고 생각 되는데요?”

“알아서 찾아가라. 이집은 나의 방어 마법에 안전하니, 걱정 할 필요 없다. 정 걱정 되면 시험해도 좋아. 그리고 나의 뒤에서 이야기 하지마라. 목이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

나는 계속 해서 짜증나게 만드는 여자에게 빨간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눈에서는 안광 같은 살기가 쏘아지며 집안의 곳곳에 파고들며 집안의 온도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지 여유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안내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제현아, 그래도 의뢰인인데.....”

“아아. 알았다. 내가 안내하지.”

나는 수강과 가연의 애처로운 눈빛과 말에 소파에 앉아 있던 자세를 풀고 그녀를 안내했다. 물론 그녀의 요청에 짐까지 들어줘야 한다는 수고까지 한 나는 짜증이 마구 치솟았다.

“여기 가 네 방이다.”

“물건 들고 따라 들어오세요. 들어 줬으면 끝까지 들어 줘야죠. 안 그래요?”

나는 나의 옆방과 가연과 수강의 방 사이에 있는 곳을 택했다. 뭐 별일이야 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녀석들의 말에 그렇게 해 버렸다. 그렇게 배정된 방안에는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모든 물건이 치워져 있었다.

나는 손으로 잡기 모자란 물건을 마법으로 띠우며 그녀의 방이 될 곳으로 성큼 성큼 들어가 짐을 바닥에 놓으며 나가려 했다. 하지만 순간 나의 뒷목에 예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 급히 어둠의 마나를 피워 올리며 공격에 대한 방어를 준비했다.

“애초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나는 여유러운 목소리로 나의 뒷목에 가져다 댄 것에 더욱 뒷목을 가져다 붙이며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녀는 나의 살기도 피했고 나의 기감을 속이고 움직일 정도로 고수라고 오인했다.

나는 착각한 것이 있었다. 평소 수련 할 때 물건 들기, 즉, 컵 들기를 할 때는 온 신경을 물건에 쏟았기에 다른 기척이 잘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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