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르ㅡ
“으으...”
눈이 파르르 떨리며 감겨져 있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있었다. 순간 붉은 눈에서 검은 기류가 모이더니 눈동자의 시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여, 여기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곳이었다. 누군가 있는지 발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오한이 드는지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추운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이, 일어났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물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봤다. 어둠을 낯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연인가? 어떻게....됐냐?”
“그 운석? 운석 말이야?”
“음....그래, 그 운석.”
나는 눈동자의 시선을 눈앞의 얼굴에 맞췄다. 몇 초가 흐르고 나는 가연인 것을 알고 편한 자세를 취하며 있었던 일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왜, 이런 어두운 곳에서 있는지 알고 싶었다.
“운석은 예전에 다 지나갔지.....그 뒤가 문제지만, 지금 세상은 퇴화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물론 살아 있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어딘가에서 생존하고 있을 거야.”
“생존? 퇴화? 내가.....내가 쓰러져 있던 시간이 몇, 몇 일?”
나는 가연의 말에 무언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몇 일 동안 쓰러져 있었는지를 물었지만 가연은 약간 우물쭈물했다.
“.....일주일. 모두 걱정했어. 지금 그런 이야기 하지 말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자.”
“후ㅡ 알았다. 뭐, 차차 알겠지....”
나는 제이인 어둠이 운석을 없애 줬다는 것을 한편으로 안심하며 마음 한 구석은 약간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지, 얼마나 파괴되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세상은 온대 간데없고 완전 다른 세상에 떨어지진 않았을 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터벅, 터벅!
막혀있는 공간인지 걸어가는 곳이 울리고 있었다. 마치 메아리가 치는 것인지 두 번 세 번의 울림소리가 나의 귀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괴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얼마나 걸어 가야하지? 한참이나 걸었을 텐데.....”
“아....너는 모르겠구나....워낙 괴물이 많다 보니까, 무너져 내린 건물 중 안전한 곳을 찾아서 이렇게 입구를 막아 놓은 거야. 그러면 괴물들이 들어올 염려도 없고, 입구는 하나니까 지켜야 할 것은 줄어들지....네가 쓰러져 있어서, 더 깊은 곳에 너를 숨겨 놓은 거고...”
잘 둘러보니 자연 적인 건물은 아닌 것 같았다. 천장은 자잘한 빗금이 가져있고 갈라져 있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무너져 내린 건물 중 이것이 제일 양호한 편이라는 말에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이 양호하다는 말에 다른 건물은 얼마나 더 처참한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다 왔어, 여기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야. 뭐 예전에 비해서는 좀 그렇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부유하다고 할 수 있지.....이제....힘 있는 자가 대우 받는 곳이 되어 버렸으니까.”
가연의 말에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그리고 작은 불꽃의 색깔인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온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몇 명의 사람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조용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나의 발기척 소리에 그들은 나에게 시선을 던졌고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았다.
“오, 제현군....드디어 일어났군요. 외상의 치료는 다했는데, 내상의 치료는 전혀 되질 않더군요. 자체적인 치료 때문인지 깨어나는 것이 늦어 졌어요.”
“고맙습니다. 물어 볼 것이 있는데.....”
“알고 있는 것이라면 다 가르쳐 드리죠.”
“그게.....지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제가 깨어 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에게 간단한 인사말과 더불어 여러 가지를 이야기 했고 지금에서야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셨다. 이야기가 상당히 긴지 일어서 있던 프로얀과 가연, 수강, 제이 너나 할 것없이 조그맣게 새어 나오는 불빛 주위에 모여 앉았다. 그들은 모여 앉는 것이 익숙한지 붙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궁핍함이 묻어나고 있었고 얼굴에는 개기름과 때가 묻어나고 있었다. 마치 삼이 가량은 씻지 못한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이었기에 말은 하지 못했다.
“흐음.....우선 처음에 운석을 막고 나서....그러니까 일주일 전이라고 해야 하나.....”
아주머니는 기억을 더듬는 것인지 좀처럼 빠른 진행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계 되어 갔다.
* * *
“야, 조제현! 왜 그래. 어디 아파? 야.”
흔들, 흔들!
부서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서 가연이 제현의 몸을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 제현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인지 입과 코, 귀 등 여러 곳에서 피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병약한 병자처럼 몸은 약간씩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몸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 어떻게 안 돼?”
“외상은 치유하겠는데. 내상이 문제구나. 속성의 상성이 맞지 않아. 아마 과다한 사이킥 에너지를 방출했던 것 같아. 아마 자연적으로 기운이 일정치 이상 차오르면 깨어 날거야.”
가연은 자신의 엄마를 다급하게 부르며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이미 다가와 몸속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관찰하고 있었다. 잠시후 고개를 흔들며 물러서는 가연의 엄마가 보였다.
“우리 어떻게 하지? 이제 갈 곳도 없는데......”
“어디는 가야겠지.....”
가연이 힘없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수강이 의무적인 답인지 따라 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카우우우ㅡ!!
“살려줘! 괴물, 괴물이야!!”
이상한 소리가 대기를 진동시키며 누군가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그들은 제현을 제이에게 맞기며 빠르게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다수의 괴물이 한 사람을 먹잇감으로 정한 것인지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윈드 플레어!”
퍽!!
수강이 빠르게 페이드 스텝으로 달려가며 윈드 플레어로 괴물을 날려 버렸다. 수십 미터나 날아간 괴물은 건물의 잔해에 부딪히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노치지 않은 수강은 바람의 기운을 뽀족 하게 만들어 날리며 괴물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것은 수강만이 아닌, 가연과 프로얀 등 여러 사람이 빠르게 괴물을 처리해 나갔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뭘요. 어려울 때 일수록 도와야죠.”
한 남자는 멍한 눈길로 초능력을 쓴 사람을 보고 있었고 약간의 인연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삼일이 지난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진호씨? 뭐 하고 있어요?”
후다닥ㅡ
진호라고 불린 자는 무엇 가를 챙기며 도망가고 있었다. 순간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며 수강이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진호가 남은 식량을 가지고 달아 난 것이다. 그나마 풍요롭게 지내던 수강, 가연 일행도 이제 식량이 바닥 날 때가 된 것이다. 간간히 백화점의 잔해를 뒤져 식료품을 가지고 올수 있었지만 수없이 불어나는 괴물들 때문에 이제 나서기도 꺼져 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지날수록 영양이 부족해 능력도 잘 써지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리고 집중력이 저하되어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내며 이미지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엄마, 아빠.....이제 어떻게 하죠? 그 사람은 괴물들에 의해 죽었고, 이제 식량도 바닥나 버렸는데.....”
진호라 불린 사람은 채 두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괴물에 의해 죽임을 당해버렸다. 물론 식량은 괴물들이 짓밟아 버렸고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밤만 있는 것인지 하늘은 더 이상 따뜻한 햇볕을 보여 주지 않았다.
“후....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구나.....그 사람이 그 정도로 절박 할 정도로 배고픔에 시달렸을 줄은.....이제는 하수도로 다니기도 껄끄러워, 쥐들도 괴물 화 되어서 이제는 안전한 곳이 별로 없어.....더 안전한 곳을 찾기 전에는 잠도 잘 수 없으니....아직도 제현은 일어나지 않았나?”
매일의 일상이었던지 수강의 아빠는 옆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제현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제현을 엎고는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태양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구름이 하늘에 떠 있었고 번개는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지 오래였다. 점점 메말라 가는 땅과 차가운 바람이 살아 있는 생물들의 기운을 훔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도 안전한 곳은 없구나. 끝도 없이 나타나는 괴물들뿐이라니.”
스윽ㅡ
수강은 힘든 기색으로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고 있었다. 뒤에서는 좌우로 방어진을 치고 있었고 수강이 앞서가고 있었다. 무리의 가운데는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쿠워어어어!!
“윈드 스크류!!”
촤르르륵ㅡ!
수강의 손에서 연녹색의 기운이 방출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끝도 없이 나타나는 괴물들의 중심가로 그 기운이 향하더니 빠르게 회전하며 괴물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나아갔다. 하지만 괴물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인지 피해는 경미해 보였다.
“하아아앗!”
수강은 더 이상 방출 형 공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맨손으로 괴물들을 상대 해 나갔다. 평소부터 익혀온 호신술을 응용한 기술과 몸을 파괴하는 스매쉬를 적절히 사용하며 괴물들의 관절 부위를 파괴했다.
“내가 이제 맞을게, 뒤로 물러서!”
슈악!!
수강은 뒤에서 들려오는 프로얀의 말에 몸을 빠르게 뒤로 빼며 휴식을 취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며 앞으로 전진했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자는 제현과 제이를 빼고는 모두 전투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합!”
프로얀은 약간의 기합과 함께 신형이 사라지며 괴물들의 몸의 급소를 빠르게 베어 나갔다. 짧은 단검이 괴물들의 힘줄과 연수 부근의 뒷목을 꿰뚫자 힘없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빠른 몸놀림이 계속될수록 앞으로 전진해갈 수 있는 거리는 상당히 많아졌고 괴물들의 수도 차츰 줄어갔다.
쿠아아악!
수십의 괴물들이 프로얀의 기세에 약간 주춤 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 같이 괴물들은 무작정 공격적인 성향은 갖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지능이 생겨난 것인지 지능적인 공격도 해왔기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밤에도 마음대로 이동 할 수도 없었고 혼자서 움직인다며 괴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무작정 잠을 잘 수도 없었으며, 마음대로 음식을 구하러 갈수도 없었다.
“허억, 헉, 헉!”
장시간의 전투로 인해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몸속의 공복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예전 같았으면 음식점에서 음식이라도 시켜먹었을 테지만 더 이상 음식을 구하는 길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과일 하나, 작은 통조림 하나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풀뿌리나 식수를 담을 수 있는 통 같은 것은 더 이상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었다. 생활의 필수품이었고 금보다 비싼 것이었다.
꿀꺽ㅡ꿀꺽ㅡ
“이제 식수도 다 떨어졌어.....”
마지막 남아 있던 생수마저 동이 나버렸다. 이제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연의 일행은 그것을 알면서도 태연한척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생황이 얼마나 편했던지, 얼마나 행복한지를....마음대로 퍼 쓸 수 있는 물은 언젠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은 수도의 수도꼭지만 살짝 틀면 콸콸 쏟아지는 물이지만 현재는 그런 것은 없었다.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도 그리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남겨왔던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저기, 저기로 들어가요. 안전해 보여요.”
이미 무너져 내린 건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는 장소였다. 괴물도 잘 가지 않는 곳이었던지 발자국은 아무 곳에도 찍혀 있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것에도 익숙해 져가는 사람들이었다. 아무 거리낌 없이 더러운 흙바닥에도 주저앉았으며 편하게 잘 수도 있었다.
터벅, 터벅
수강 일행들은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입구로 들어섰다. 그곳은 할인 매장이었던지 여러 생필품이 부서져 있었다. 차가운 흙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전들과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주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돈이라는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혹시 먹을 게 있는지 찾아보죠.”
“각자 흩어져서 찾아봐, 혹시 위험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잘 붙어 다니고,”
가연의 말에 다들 긍정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흩어졌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말에 약간 수긍을 하며 수강과 가연, 프로얀이 한조로 되어 이동했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제이는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콰르르륵ㅡ
수강 일행이 들어간 방향으로 건물이 부서지며 건물의 잔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의 적절한 능력으로 그 잔해들은 순식간에 옆으로 비켜나며 입구를 막는 것을 피했다.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빨리 필요한 거만 찾아봐,”
수강이 다급하게 외쳤고 가연과 프로얀은 빠르게 몸을 놀리며 음식 같은 것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빈 캔 같은 것만 널려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누군가 이미 왔다 갔다는 말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어, 이미 누가 왔다 갔나봐.”
“크.....젠장!”
프로얀의 말에 살짝 실망감을 안은 수강은 투덜거리며 꼬르륵 거리는 배를 힘껏 주먹으로 때려 버렸다. 계속 배고프다고 아우성 거리는 배를 보니 짜증이 난 것이다.
슈우욱!!
“헛, 윈드 플레어!!”
순간 강한 파공음과 함께 수강이 헛바람을 삼키며 기운을 끌어 올리며 강한 바람을 몸 주위로 치며 몸을 보호했다. 그러자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포크 하나가 보였다.
“여기는 우리의 구역이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는 모르지만 썩 꺼져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건물의 어두운 곳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조잡한 무기를 움켜쥐며 경계적인 태도를 보이며 수강과 가연, 프로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한 결 같이 배고픔과 고통이 가득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설사, 너희들이 능력자라도!”
그들의 눈에는 경계심과 결연한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는 무언가를 뺏기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식량 좀 나눠 주면 안 되겠어? 식량만 있으면 조용히 떠나 줄게. 우리도 이틀이나 굻었어.”
주춤ㅡ
“그건.....우리도 먹을 게 모자라. 우리는 봉양해야할 가족들이 너희들 보다 많다고. 그러니 조용히 떠나라.”
수강의 말에 약간 동요의 눈빛을 보내던 포크를 들고 있던 남자는 잠시 고민하던 표정을 지우고 결연하게 말하고는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동료들과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모든 식량을 챙기고서.....수강 일행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강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왜 이 지경까지 갔는가를 생각하느라 말이다.
“빼앗아 올까? 우리도 식량이 부족한데......”
“그럴 수는.....”
프로얀의 돌발적인 말에 가연이 약간의 거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수강의 말에 다시 한 번 패닉 상태로 빠져 들고 말았다.
“이제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다. 강한자만이 생존 할 수 있는 야생의 세계와 같아. 예전에는 머리만 좋으면 됐을지 몰라도 이제는 범과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오직 힘만이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지.”
“수강의 말이 맞아. 지금 우리는 힘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은 힘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 약자의 것을 뺏을 수 있는 권리는 강자의 권리다. 가연 네가 더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수강의 말에 이어 다시 프로얀의 말에 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약간씩 흐느끼며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과 프로얀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마지막 식량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샤샤샤샥ㅡ
“거기 서라! 그건 우리가 가져가겠어.”
“야, 튀어!”
프로얀의 말에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음식을 여러 등분으로 나눠 가지며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튀어 라는 말을 시작으로 여러 갈래로 쏘아지며 빠른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은 약간의 어둠을 방패삼아 괴물들의 이목과 프로얀과 수강의 이목을 피하고 있었다.
“저 사람을 잡아. 제일 묵직해 보이니까.”
“아, 알았어.”
당황해 하고 있는 수강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린 프로얀은 빠르게 달려가며 다른 사람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빠른 기술이 장점이 프로얀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수 없었다. 총 세 자루의 음식을 챙긴 프로얀은 수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ㅡ 어둠 때문에 잡는데 고생했어.”
“잘했어. 괴물들에 비해 역시 인간이 지능이 좋단 말이야. 약하면서 적절하게 숨을 줄 알고. 저 자루에 음식이 있는지 확인해봐, 여기는 쓰레기뿐이었어.”
수강이 약간 숨 돌리는 소리를 하며 프로얀은 세 자루의 음식자루를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쓰레기들만 가득 차 있었다. 잡혀온 자들은 한결 같이 지켰다는 모습으로 편안하게 잡혀있었다. 마치 이것을 노렸다는 것처럼.
뒤적ㅡ뒤적ㅡ
“뭐야.....전부 쓰레기?”
“거기, 죽고 싶어? 음식은 어디다 뒀어!”
마지막 희망인 큰 자루를 뒤지던 수강의 얼굴이 굳어지며 중얼거렸다. 그것을 확인한 프로얀은 빠르게 단검을 빼들고 그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각오 했다는 표정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죽일 태면 죽어라. 이미 각오 했으니까. 적어도 가족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겠지. 내가 여기서 죽는 다면, 괴물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크크크, 좆 갓은 인생이야. 뺑이 치며 열심히 살았더니 이런 결과라니.”
“너희들에게 줄 음식 따위는 없다. 있다면 흙이나 먹어라. 푸흐흐으....”
그들은 각자 이미 각오됐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한 번에 죽이라는 식으로 있을 뿐이었다.
“7인분의 음식정도만 나눠 준다면 목숨은 살려 주지. 어때, 목숨 값 치고는 싸잖아?”
“웃기는 군....하하하!”
프로얀이 흥정이라도 할 듯이 약간의 경계를 푼 표정으로 말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관심 없다는 소리였다.
“너희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이제 음식은 돈보다. 보석보다 비싸다는 것을....언제나 먹던 쌀밥을 먹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밥을 먹고 나서 먹었던 과일을 먹기 위해서는 몸의 일부를 빼앗겨야 한다. 우리의 목숨? 우리 목숨보다 귀한 것을 내어 줄 수는 없어.”
“1인분의 음식은 한 달 월급보다 비싸며, 의복은 두 달 월급보다 비싸며, 집이라는 것은 평생보아도 살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하물며 7일분은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죽여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편하게 죽고 괴물이 되겠다.”
그들은 각자 그 말을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순간의 정적과 괴물들의 괴성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늘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요란한 천둥을 선사하고는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가라....짜증나니까.”
“뭐?”
“가라고, 목숨을 살려 주지.....그깟 음식 안 먹고도 버틸수 있으니까. 꺼지라고!!”
프로얀은 착 깔아 앉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갑작스런 프로얀의 반전에 놀라며 되물었지만 다시 들려오는 말에 빠르게 자리를 털고 도망가 버렸다.
탁ㅡ타타타탁!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목이 떨어져 내리고 몸이 분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명만 남을 때 까지 말이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한명에게 남은 남자에게, 그리고 싸늘한 검신에서 붉은 빛이 띠며 번갯불에 반사되며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그 남자의 눈동자는 검에 질려 있었고 얼굴에는 동료의 피가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한국인 새끼ㅡ 도망 잘 가는 군. 하마터면 노칠 뻔 했어. 크큭, 음식을 내놔라.”
할짝ㅡ
검에 뭍은 피를 핥고는 눈앞에 오들오들 떠는 남자에게 말했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까의 체념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