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며칠 동안이나 너희들의 움직임과 숨어있는 장소를 찾았는지 알아? 아까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들한테 뺏길 뻔 했을 때 놀랐다고, 그건 아주 잘했어.”
꿈틀, 꿈틀ㅡ
“그러게, 처음부터 우리에게 음식을 바쳤으면 죽을 일까지 없잖아. 너희 가족들도 말이야.”
“개자식들, 너희 중국 새끼가 제일 싫어, 처음에는 친근 한척 다가오면서 나중에는 부려 먹으려 하지! 누가 모를 줄 아느냐!”
수강과 헤어진 이 남자는 빠르게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물론 수강과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순간 동료들의 몸이 조각나며 죽어 가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짧은 시간에 혼자 남았기에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정신만은 죽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식량이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겠다는 말이냐? 순순히 가르쳐 주면 목숨만은 부지 할 수 있게 해 주마.”
꽈악ㅡ
“내가, 내가 가르쳐 줄 성 싶으냐?! 지켜야 할 가족도, 같이 할 동료도 없는 마당에 너희 쓰레기 같은 때 놈 새끼들에게, 그 중요한 식량을, 한국인도 아니고, 너희 같은 밥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줄 것 같터?”
몸에 칼이 베여 쓰라린 고통을 참기위해 주먹을 힘껏 쥐며 말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중국인 들은 비웃음과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장난감을 감상하며 어떻게 부술지 고민하는 모습 같았다.
“네놈이 없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마지막 기회였는데...”
슈악ㅡ
한 중국인의 손에서 출수한 검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복부를 쓸고 지나갔다. 검기를 동반한 검이었기에 남자의 몸은 두 쪽으로 갈라지며 피가 폭포수 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목숨이 있는 것인지 입을 뻥긋 거리고 있었다.
중얼, 중얼ㅡ
“뭐라고 하는 거야.”
바짝ㅡ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남자의 말에 답답한지 중국인 남자는 귀를 바짝 입에 가져다 대며 남자의 말소리를 들으려 했다. 순간 중국인은 뚜렷한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때 놈 새끼들, 너희들은 쪽수로만 밀어붙이지 언젠가 네놈들은 한국인 손에 죽을 것이다.”
스르륵ㅡ
한국인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와 몸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인 남자는 아직도 뜨거운 피를 쏟고 있는 남자에게서 멀어지며 다음 타킷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고 이일 뒤부터 줄 곳 이런 일을 행하며 의식주를 구해온 중국인 들이었다. 물론 일본인은 불운하게도 운석에 개죽음을 당해버렸지만 말이다.
* * *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힘없이 돌아온 수강과 프로얀이 말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결 같이 기대하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이런 대답이니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약간의 물이라도 구해올수 있겠지만 그것도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장 폐수로 인해 상한 것과 독성을 띄고 있었기에 마신다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겠군요. 슬슬 떠나야죠. 제현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어요. 제현이 있다면 더 넓은 곳과 먼 곳까지 단숨에 갈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겠죠. 일어 난다면요.”
그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허기를 달랬다. 간간히 먹은 것이라고는 풀뿌리 같은 풀뿐이었기에 영양소가 부족했다. 또한 점점 추위가 거세어져 가고 있었지만 입은 옷이라고는 얇은 옷이었기에 구할 것이 모자라고 있었다.
터벅, 터벅ㅡ
느릿한 걸음으로 거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지만 이제는 단순한 거리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다. 이제는 무시 할 수 없는 괴물들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굶주린 능력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거죠? 이젠 지겨워요. 우리도 한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낳을 텐데.”
“수강아, 불평해도 소용없어. 이제 이 세상은 안전한 곳이 있질 않으니까. 이제 같은 인간들마저 적이 되어버렸으니 마음대로 쉴 공간과 마음대로 먹을 음식은 이 세상에 남아 있질 않아.”
긴 시간동안 대화가 없자 수강이 불평 아닌 불평을 하고 있었다. 물론 수강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 없이 움직이고 있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른 이에게서. 하지만 막상 듣고 보니 깊은 수심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세상의 사람들은 몰랐을 거야. 가장 하찮게 여기던 것이 이제는 가장 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 불도 마음대로 피우지 못하지......방패막이가 되어주던 집도 없어. 마음대로 마시던 물도 이젠 귀한 것이 되어 버렸고, 아침이면 먹기 싫다던 밥도 이제는 먹을 수 없어. 이런 일이 신이 내린 고난일지도 모르지. 너무 안일한 생황에 빠져 버린 사람들에게 내리는 시련 말이다.”
아저씨의 말에 힘의 원동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긴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전진 하고 또 전진했다.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약간의 일리와 자신들이 해왔던 행동을 되돌아 볼 수 있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들은 어쩔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아른 거렸고 배고픔은 더해갔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었고 걸을 힘도 없었다. 하지만 걸어야만 했다. 이대로 주저앉는 다면 죽을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저게 뭐지....?”
잘 안 보이는 건물의 잔해에서 사람의 피가 잔득 묻어 있었다. 마치 살려고 발부 등 친 것 만 같았다. 칼에 베인 것처럼 단면이 반듯했다. 그것도 순식간에 당한 것인지 손가락 머리 목, 몸 여기저기가 절단되어 있었다.
스윽ㅡ
“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프로얀이 앞으로 나서며 벽에 묻은 피를 살짝 손가락으로 떠 보며 온도를 보고 있었다. 약간 미지근한 느낌이 들자 당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얀의 말에 약간 경계적인 포즈를 취한 후 조용한 걸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하나처럼 보였다. 괴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일부러 막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아무리 견고한 곳이라도 인간은 입구를 찾을 지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눈을 빛내며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제현이 일어났을 때 침략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들도 모르고 침략자인 그들도 모르고 있었다. 먹잇감이 위장한 맹수였다는 사실을......
전쟁, 보옥의 정체
“아는 게 그게 다입니까?”
“그래요. 솔직히 이정도 아는 것도 상당히 시간이 지난 이 시점이지만요. 더 이상 이 세상은 숨을 곳도 의지할 곳도 없어요.”
나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을수록 이 세상에서 안전한 곳은, 아니 안전한 것은 자기 자신 밖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밑을 수 없는 곳이라는 말에 어떻게 하는 식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아주머니의 말에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배고픔’ ‘두려움’ 이 두 가지가 모든 것을 바꾸게 만들었다. 배고픔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 시켰으며 두려움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그 분을 풀이하는 곳으로 통용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가족, 친구, 동료에게 확산되어서 이런 상태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이런 곳에서 눌러 앉아 있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뚜렷한 목표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눈동자들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지킬 것도 없는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 예전의 희망과 열정이 보이지 않았다. 바보 같은 용기도 없어보였다. 지금 나의 눈앞에는 한심한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생각이야? 바보 같은.....사방이 막혀있다고 현실이 바뀌는 줄 알아? 내가 지켜주지, 내가 바꿔 주겠다.”
“네가, 네가 뭘 알아. 지금껏 잠이나 자온 주제에. 네가 이 고통을 알아? 희망도 없는 이 세상을....보아온 우리들을 아냐고.”
나는 한심하게 주저앉아 따뜻한 불을 째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손을 내저어 불을 꺼드리고 소리쳤지만 다시 들려오는 소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악을 지르듯이 외치는 가연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웃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퉁겼다.
딱ㅡ
“라이트(light)”
솨아아아ㅡ
나의 손가락과 수인에 따라 환한 불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한번 바닥에 힘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희망이 없다고? 내가 희망이 되어주지. 이 빛처럼, 작은 불이 되어, 어둠을 밝혀 주지. 하지만 한 가지 알아 둬라. 어둠을 가리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자 생각이라는 것을....”
뚜벅, 뚜벅ㅡ
“같이 하겠다면, 더 이상 숨어서 목숨을 연명하겠다면 남아라. 나는 떠나겠어. 괴물이 있는 세상으로,”
나는 긴말하지 않았다. 짧은 말을 빠르게 말하며 작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동도 없이 주저앉아 있던 녀석들도 주섬주섬 일어서며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얼마나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했던지 힘없는 걸음으로 따라 오고 있었지만 확실히 나를 따르는 것을 생각하니 내심 기분은 좋았다.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 주겠다. 너희들이 해 준 것처럼 내가 지켜주지.”
꽈악ㅡ
나는 검은 색의 망토를 두르며 양손에 각기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오른손에는 심연의 어둠을 삼았으며 왼손에는 차가운 빙화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차갑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마법은 빠르게 하늘로 쏘아졌다.
“헬 브라스트 (Hell Blaster) %26 아이스 레인(Ice Rain)”
나의 손에서 나간 두 가지의 마법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적들을 죽이고 있었다. 불과 어둠을 가진 헬 브라스트가 길을 열었고 아이스 레인이 적의 전진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괴물들의 움직임은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나의 길을 열어주었다.
쿠와아아아아!!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의 괴물들의 괴성이 나의 귓가에 울렸다. 그 함성에 뒤에 있던 나의 가족들은 약간 떨며 몸을 흠칫거렸다. 예전의 위용을 잃었기 때문인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정신력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배고픔과 피로의 누적으로 인해 능력을 발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마나여, 죽어가고 있는 자에게 희망을, 살아있는 자에게 평온을, 다친 자의 몸을 모두 회복 시켜 주소서, 리커버리(Ricovery)”
솨아아아ㅡ
검은 물결의 기운이 나의 뒤에 있는 자들의 몸에 흡수되며 몸과 마음의 병까지 치유되듯이 활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의 마법을 더 사용했다. 클린으로 더럽혀져 있던 의복과 몸에 묻어 있는 오물들을 없애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놨다.
“한결 났군. 우선, 운석으로 부서지지 않은 도시나 마을을 찾아 야겠어.”
푸슈우우웅!!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괴물들을 도륙했다. 앞으로 전진해야할 길을 가로막는 괴물들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행보를 방해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기에 약간의 손 휘두름을 수고해서야 괴물들은 강적이라는 것을 알고 비껴서고 있었다. 약간의 입맛을 다시는 것이 보였지만 개의치는 않았다.
스스슥ㅡ
“타킷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한 것 같은데 다른 팀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윽ㅡ
“상관없어. 저들을 처리한다면 교주께서도 기뻐하실 거다. 혹시 상을 주실 지도 모르지....흐흐”
제현의 뒷모습을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잠복을 했던지 여기저기에 먼지와 위장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은 날카로운 매처럼 잘 벼려져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잡기위한 준비인지 차가운 눈동자로 무심히 흘겨보고 있었다.
제현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략 서른 명 정도로 보였지만 그들의 기동성과 움직임은 민첩했고 빨랐다. 그들은 불사교의 교원이었으며 지금은 정찰조에 속해 있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사람들을 도륙하며 음식을 갈취했다.
“타킷의 공격은 지쳤을 때다. 그때까지 참아라.”
“옛....”
괴물들에게 능숙해져 있는지 괴물의 이목을 피해 잘 이동하고 있었다. 이정도의 속도라면 제현이 있는 곳까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따라 잡을 속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기척을 눈치 챘다는 것을 타킷은 제현이 아니라 그들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서 와라. 지겹다. 아까부터 지켜보던 놈들이 너희였다는 것은 진작 알았다.”
그렇게 제현은 제현 나음대로의 생각과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었다. 깨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적응 한 것 같은 제현의 모습은 가히 괴물이라 칭해도 될 정도였다. 일주일 이상이나 빛을 보지 못했건만 일반인처럼 잘 움직였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하늘은 검은 색으로 뒤 덥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전쟁, 보옥의 정체
우르르릉ㅡ쾅!!
“정말 세상이 변하긴 변했군.”
이제는 일상처럼 들리는 천둥의 소리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노란 빛의 기운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세찬 소음을 내며 괴물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괴물들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인간까지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의사소통마저 대고 있었으니 얼마나 단시간에 진화를 거듭 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조금만 힘내, 뭣하면 저 괴물을 잡아다가 먹을 정도로 다져 줄 테니까. 저번에도 먹었잖아?”
나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괴물 한 마리를 잡았다. 동물에서 진화한 듯해 보이는 녀석을 잡았기에 별 지장은 없었다. 다만 몸 전체가 근육으로 되어 있었기에 먹는데 상당히 고생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몸의 근육까지 씹어 먹을 정도로 사람들은 절실해있었기에 맛있게 먹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음식을 먹고 나서 재료가 무엇인지 물어 오고 나서 부터지만....
“에엑!! 절대 싫어, NO! NO!"
“농담이다. 나는 괜찮지만 뭐.....”
나는 강경하게 거부하는 네 녀석들을 보니 약간 어색한 기분에 애꿎은 땅을 발로 차 버렸다. 물론 나의 말은 거의 진담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르르ㅡ
“정말 귀찮구나.....언제까지 숨어서 지켜만 보고 있을 작정이냐....”
찌릿ㅡ
순간 기척이 느껴졌다 사라져 버렸다. 요 근래부터 계속 시선이 느껴졌기에 별다른 경계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 모습을 나타나지 않으니 약간 심적으로 짜증이 났다. 눈앞에 바로 나타난다면 박살을 내 줄 테지만 나의 마법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 있었기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무작정 달려가 박살을 내줄 수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아주 많았다. 그대로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나는 장담했다.
“왜, 아직도 감시하고 있어? 네가 깨어나기 전부터 느껴지던 기척이었지만....아마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나봐..”
“역시, 의외로 프로일지도.....”
가연이 기억을 더듬어 뒤를 추격하던 녀석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냈고 프로얀은 이미 그들의 역량도 파악한 것인지 그렇게 호들갑은 떨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생각하며 프로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이제 슬슬 나타날 걸? 그들도 시간이 없을 테니까. 식량은 우리만 부족 한 게 아니라. 그들도 부족할 테니까.....”
수강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목적지도 없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부서지지 않은 도시가 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 * *
“조장, 우리 식량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어.”
휘우웅ㅡ
“나도 알고 있다. 저들은 그것을 잘도 먹더군.....우리도 식량이 바닥나면 그들이 했던 것 처 럼 그것을 먹는다. 이의는 없겠지?”
수없이 널려 있는 건물의 파편 뒤에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타킷과의 거리를 두고 그들은 관찰을 하고 있었기에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관찰자는 고도의 인내심과 정신력이 있어야 했다. 적절하게 적에게 위협을 줄 수 있어야 했고 장기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맹수가 먹이를 노릴 때처럼 적의 기감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대려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기, 조장님, 설마 그걸 진짜로......”
“그럼 진짜지 거짓으로 먹겠나?”
한 조원이 말하자 다른 조원들은 도무지 못 먹겠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약자에게서 빼앗은 음식을 섭취해 목숨을 연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정 배고픔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버틸 생각이지? 적은 지치지 않은 상태다. 지금 그들과 싸울 생각인가? 그들의 전투력은.....?”
“지금이라면 가능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영양분을 섭취 하지 못한 상태의 적, 혹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를 의식해서 말이죠.”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확인 할 거지?”
“........”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 갔지만 대답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지 타킷은 저만치 이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타킷에 대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동해야할 인원과 식량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조장님, 타킷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마치 기운을 잃은 것처럼 행동합니다.”
“뭐라고? 언제부터!”
“그것이....방금 전부터 갑작스럽게....”
조장이라고 불린 자는 빠르게 시선을 돌리며 타킷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오직 원킬 원샷을 고수하던 자가 갑작스레 기운이 다한 것 처 럼 고전하며 괴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들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것이다.
이대로 돌진해 적을 칠 것인지, 아니면 조금더 관찰 할 것인지를 봐야 했다.
“조장님, 지금 타킷을 공격하심이.....조원들도 상당히 지쳐 있습니다.”
“음....좋다.....지금 무거운 것은 숨겨 두고 무기만 챙겨서 적들을 친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발 빠른 자는 본부로 돌아가 지원을 요청할 준비를 하도록.”
조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익의 계산을 했다. 지금 공격해서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었다. 적들이 이기든지, 자신들이 이기든지 말이다. 만약 저것이 연기였다면 자신들은 백프로 죽는 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약과도 같았다.
남아 있는 식량은 없었고 돌아 가야할 길은 멀었기 때문이다. 혹여, 식량이 떨어져 아사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그들은 빠르게 무기를 고쳐 쥐며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나방과 같았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불꽃 속에 끝없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말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너무 부자연스럽군.....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건물의 배치가....마치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구나 크하하하!”
“왜 그래? 누가 있어?”
부스스스ㅡ
나는 주위의 건물의 배치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정확히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파편의 단면이 다른 곳으로 흩어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관찰자의 기척이 순간 사라진 것도 이곳이었다. 분명 이곳에서 암습을 펼칠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에게는 이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면 도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스럭!!
"거기 구나!!“
스팟ㅡ
나는 건물의 잔해가 부스스 움직이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손을 내 뻗으면서 한명의 사람을 낚아챔과 동시에 마법을 하나 펼쳤다.
“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
부르르ㅡ
순간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마나가 녀석의 온몸을 헤집고 다니며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녀석은 약간의 신음을 내 뱉으며 발부 등을 치고 있었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제에기일!!!”
파사삭ㅡ
녀석은 나의 손아귀에서 벋어 나기위해 있는 대로 기운을 끌어 올렸지만 그것은 촉진제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나의 손에 미라에서 먼지로 변해버렸고 그것은 바람에 따라 하늘로 흩날렸다. 그것이 채 몇 분, 몇 초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주위의 사람들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흩어져라, 상당히 많은 적이다. 각자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방어를 최우선으로 한다. 공격은 나에게 맡기고 알아서 각자의 몸을 보호해.”
슈악ㅡ
나는 빠르게 몸을 틀며 적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었다. 수십 자루의 검이 흩날리며 나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날아갔지만 매직 에로우가 그 검 날들을 빠르게 쳐 내며 검의 검로가 바뀌었다.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해라......”
“알았어.”
“제이....도 알아서 보호하고...”
나는 약간 뜸을 들이며 제이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확답을 들으며 나는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그 정도는 우리도 가능해.”
“제이는 우리가 보호하지.”
검은 먼지 구름이 흩날리며 일행의 모습을 가려버렸다. 그것은 녀석들이 고의로 펼친 기술이었다. 검을 바닥에 휘두르며 검기를 흩날리며 펼친 기술이었다. 그리고 연달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슈아악!!
크으윽ㅡ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약간 당황해 하며 의무적인 물음을 날렸다.
“누구야. 괜찮아?”
“괜찮아.....”
힘없는 목소리가 먼지구름에 가리며 미약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간간히 적들의 기합소리와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놈을 먼저 해치워라!”
“웃기는 군!, 내가 네놈을 해치워 주마!”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다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발소리가 급격히 커지며 나의 주위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먼지가 흩날리는 방향으로 몸을 빠르게 날리며 녀석들의 패도적인 걸음을 피해 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숨은 거냐! 겁먹은 거냐!”
“헛소리! 다크 캐논(Dark Cannon)”
나의 기척을 잡아 내지 못하고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의 가호를 받지 못하는 건지 먼지가 모두 사라지며 숨어있던 신형이 들어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약간의 실소와 함께 기운을 급히 끌어 올리며 다크 캐논을 날렸다.
피슝!!
검은 색의 광택을 내는 섬광이 녀석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자 녀석은 신음과 괴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몸이 터져나갔다. 검은 잔영과 핏빛의 물결이 하늘에 수를 놓으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몰려와도 나는 눈 깜짝 하지 않는다. 귀찮게 따라 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허접한 놈들.....”
“헛소리 하지마라!! 죽어!!”
슈욱!!
나의 앞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던 녀석이 순간 눈빛을 고치며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에 기운이 실린 것인지 오색의 광택이 나며 나의 목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탁!!!!
꽈악ㅡ
빠르게 날아온 검을 낚아챈 나는 그대로 검에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나의 손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검의 온도를 급상승 시키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지옥의 불꽃이라고 하는 것이다. 멍청아.”
화르르륵ㅡ
나의 손에서 줄기줄기 솟아나고 있는 지옥의 불꽃인 헬 파이어가 녀석의 검을 따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순식간에 녹아버리며 녀석의 팔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하지만 그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으아악ㅡ 젠장, 불이!”
화르르륵, 활활!!
불길은 거침없는 속도로 온몸을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녹여 버린 뒤에야 불은 태울 것이 없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의 손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불길이 있었다. 넘실넘실 타오르는 불길을 나는 쳐다보며 오묘한 눈길로 다시 적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때, 너희들도 타서 죽고 싶냐? 쓰레기들아? 감히 나의 뒤를 쫓아오다니....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나.”
화르륵ㅡ
“그깟 불 따위 누가 무서워 할 줄 아느냐!”
팟!!!
나는 위압감 있는 모습으로 녀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인지 검을 고쳐 쥐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의 중앙에 헬 파이어를 던지며 다음수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 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그깟 불, 없애 주마!”
구화아아앙ㅡ
녀석들 중에 상당한 경지의 고수가 있는지 헬 파이어에 대항하며 기운을 조금씩 흩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헬 파이어를 파훼하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검을 고쳐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불의 기운에 익숙해진 것인지 적들은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막았냐? 그럼 이건 어때!”
슈우욱!!
막 검을 회수하던 녀석에게 아이스 캐논을 선사하며 녀석들의 공격흐름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녀석들이 당황해 하며 검을 치켜세웠지만 빠르게 캐스팅된 아이스 캐논을 막지 못하고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쾅!!
콰르르륵
녀석들이 튕겨져 나가며 건물의 잔해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하늘로 튀어 오른 건물의 잔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녀석들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사라졌다.
“조장, 괜찮습니까?”
“그놈은 어떻게 됐지?”
녀석들은 각자의 안부를 물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약간의 오만한 웃음을 띤 후 뒤에 있을 일행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각자의 기운으로 결계를 치며 공격에 대한 방어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약간 불안해 보였지만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되긴, 잘 있지.....이런, 오른 손이 얼어 버렸군.”
나는 절대자의 위용을 과시하며 적의 상태를 살피며 비아냥 거렸다. 녀석들은 나의 아이스 캐논의 영향으로 몸의 일부분이 얼어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웃었고 녀석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단 하나다. 저놈만 처리한다면 우리는 승자가 되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길 수 있을까? 도망갈 궁리를 하면 또 몰라....”
“크으으으.....후퇴다! 모두 탈출 지점으로 이동해!!”
“누구 마음대로!!”
나의 살기에 녀석들은 약간 위축되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였던지 사방으로 흩어지며 빠르게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빠르게 기운을 발산하며 마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십 명이 되는 녀석들의 뒤를 쫓게 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소모전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걸 어째? 나의 손아귀에서 벋어 날수 없는 것을....”
슈우우욱!!
총 열 개의 마탄들이 흩어지며 도망가는 자들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당해버린 녀석들은 몇 미터를 더 간 후에야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멍청한 녀석들....네놈들은 애초에 거미줄에 빠져든 벌레에 불과하다.”
“훗, 과연 그럴까? 거미줄만 뚫으면 활로가 열린다. 몇 명의 희생이 따르겠지만, 각자 흩어져 기지로 돌아간다. 생존은 각자의 임무다.”
약간 주춤하는 녀석들에게 외쳤지만 그것은 약간의 촉매였던지 녀석들이 더욱 발악하며 도주에 힘을 기울였다. 사방이 뻥 뚫려있었고 건물의 잔해 때문에 움직임이 약간 불편한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의외로 빠르게 이동하며 흩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 명은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죽어라! 파이어 레인(Fire Rain)!”
화르륵, 피유우우웅!
순간 하늘로 치솟은 불길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며 도망가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약간이나마 늦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인지 순간 나의 뒤에서 애기가 느껴지며 나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슈악!!
“흠.....힐(Heal)....도망간것이 아니었나?”
순식간에 나의 팔이 아물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나의 팔을 베고 지나간 자를 똑똑히 쳐다봤다.
“몇몇의 희생은 있다고 했다. 저들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한!”
단 세 명만이 도망가고 나머지 녀석들은 도망가는 척을 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위치를 바꾸며 진을 친 녀석들은 나에게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것은 날 파리들의 장난에 불과했다. 감히 벌레들이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는가.....인간의 손짓에 죽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확실히 성공했다.
세 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벗어 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들의 임무 같은 것이었으니까. 아마 그들, 세 명은 본거지로 돌아가 수많은 무리를 이끌고 올 것이다. 그들이 불사교의 사람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으니 말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