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79/269)

아아악ㅡ!!

아직 생존자가 상당히 많은 것인지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북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천 지역을 벗어나 이제는 마산 쪽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에는 의외로 부서지지 않은 건물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었다. 그만큼 아직 풍요롭다는 말이었다.

쿠워어어어!!

“괴물! 괴물이다!”

삐요요오오오!

붉은색과 파란색의 불빛이 건물에 비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괴물화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만큼 사람의 공격도 많아졌다. 경찰들이 출동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괴물과 대항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것인지 죽은 사람의 목은 절단하며 괴물 화를 방지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사람의 목을 자르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탕ㅡ타타타타타탕!!

하늘을 가득 메우는 탄환이 괴물들의 미간과 온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 상황이 이미 익숙해진 자들은 체계적인 대응으로 괴물을 상대하며 도시를 방어하고 있었다. 갈라져 부서진 건물도 있었지만 지금껏 보아온 곳과는 다르게 멀쩡한 곳이었다.

“사, 살려줘, 나는 살아 있잖아!!! 제발!! 제발 살려줘.”

나의 발치에 쓰러져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팔과 다리 한쪽을 잃고 숨을 헐떡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이 뻔했다. 치유를 한다고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없었다. 그는 헛것이 보이는 지 겁에 질려 있었다.

“그 녀석을 죽여라.”

“살려줘, 제발! 제발.....”

나의 옆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온몸으로 기어서 도망가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이 녀석을 죽이라고?”

“설마 모른 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나는 녀석의 말에 의문이 들며 질문을 했지만 대래 녀석은 나의 말을 씹으며 자신의 말만 할 뿐이었다. 나의 발쪽에서 애원을 하고 있던 녀석은 서서히 눈동자가 풀려가고 있었다.

슈악ㅡ

크으으윽!!

“이 도시의 규칙이다. 네 녀석들의 꼴을 보아하니 방랑자 같은데 썩 꺼져라. 네 녀석들에게 줄 음식 따위는 없으니.”

녀석은 단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의 목을 따 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충고하듯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마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돼는 벌레취급 하고 있었다. 

“짜증나는 군, 멀쩡한 도시라서 와봤더니.....”

이곳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의무적으로 괴물을 보면 공격을 해야 한다는 듯이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괴물이 사라지면 다시 일상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같이 있던 자의 죽음에 당황해 하거나 패닉의 상태로 빠져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시장을 만나보고 싶군.”

“어이....거기. 그런 말.....”

타타타탁!

나는 짜증나는 기분에 이곳의 관할 시장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지를 말이다. 이곳은 예전의 도시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전기도 있었고 멀쩡한 집고 있었다. 의류점도 있었고 음식점도 널려 있었다.

“응, 뭐냐. 너는...?”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이런 곳에서는.....감히 시장을 만나겠다니.”

나는 녀석의 말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시장이야기를 하면 안 돼는 가. 대통령도 욕하는 세상에서....나는 녀석의 말이 이상한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마치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이곳의 시장은 영웅이다.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운 거리의 영웅. 그를 욕하는 것은 이 도시의 사람이 용서 하지 않아.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

녀석의 말을 들으니 약간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도시를 세운 영웅,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해준 자였다. 하지만 노예라는 말은 약간 걸렸다. 어찌 인간이 노예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짜증 나는 군, 그 시장이라는 자식.”

“뭐야, 감히 시장님을!”

삐이익!

“저놈이 시장을 욕했다. 잡아라!!”

나의 말소리가 거리의 사람들이 다 들었던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심지어 호각을 울리며 주위의 사람들을 선동하며 나를 잡으려 안달이었다. 한마디로 짜증나고 골 때리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한마디로 미쳐있다는 소리였다. 어찌 된 것 인지 한마디의 말로, 시장을 단순히 말했을 뿐인데 이정도의 효과가 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젠장, 너희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어. 확실히 보호는 해주지. 그리스(Grease)”

주르르륵, 콰당!

“초능력자다. 각자 투척 무기를 사용해라.”

나는 그리스를 사용해 달려드는 녀석들을 넘어뜨렸다. 하늘로 날아오르며 녀석들의 허접스런 칼질을 피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빠르게 무기를 바꾸며 날카로운 것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슈유욱!

하늘을 가득 메운 쇠 조각들이 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장치였지만 이미 보급이 다된 것인지 모두 소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괴물을 잡을 때 유용해 보였다. 그리고 이것의 주 무기가 쇠 조각이었기에 길거리에 널려 있는 돌이나 건물의 파편을 사용해도 괜찮아 보였다.

“조제현, 여기! 여기!”

나는 실드로 그것을 다 튕겨 내고 몸을 숨길 곳을 찾아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렸다. 그러자 가연이 손짓하며 건물뒤쪽의 골목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노치지 않고 텔레포트로 빠르게 이동했다.

“마음대로 욕도 못하겠군.”

“당연하지, 비록 한국인이 아니지만 도시를 세운 영웅이니까. 굶지도 죽지도 않는 곳이니까. 이제 하나 남은 도시니까 말이야.”

“넌, 아까 그놈? 너도 이곳의 시민이 아니었던가?”

나는 투덜거리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더 이상 나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 나에게 말을 걸던 녀석이 다시 말을 걸자 약간 경계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녀석도 분명 이곳의 시민일진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이긴 시민이지, 이곳의 시장의 비밀을 다 아는 사람이니까. 뭐, 잘렸지만...하”

녀석은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비밀을 술술 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놈은 중국인이고 나쁜 놈이다?”

녀석의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다. 녀석의 소속은 모르지만 일단 중국인이라고 하면 불사교의 일원이라고 봐야했다. 그리고 이상한 백색의 초능력을 사용한다고 하는 멘트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불사교의 교주라는 것을, 우리는 적 소굴의 중심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 녀석도 첩자일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일단 한국인이라는 관점에서 경계를 풀었다.

“불사교라.....약간 볼일이 있지....그런데 이곳의 시장노릇을 하고 있을 줄이야.....그리고 감히 노예를 부려?”

소수의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일반 사람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일반사람을 위해 일하는 자가 노예였다. 일반인 한명이 전기를 쓰고 있다면 노예 두명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땅속에 묻혀 있는 석탄이나 여러 광석을 캐내 연료로 사용해야 한단다. 그것을 노예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나는 화가 남은 물론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병신 같군. 한국의 능력자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설마 운석에 다 죽은 것은 아닐 테고.”

“그거 미안하군. 나도 한국의 능력자라서.”

나에게 길게 설명해준 녀석이 미안하다는 소리와 함께 능력자라는 것을 밝혔다. 자세히 얼굴을 보니 약간 희미하지만 익숙한 얼굴이었다.

“소개하지, 마산 지부 소속, 김성수다. 정신계 조작의 능력자야.”

“아.....그럼 그, 저번에 일 년 전인가? 제현이의 기억 때문에 저희 집에 방문했던....”

“응?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나는 가연과 녀석의 대화를 들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감히 나의 머리를 건드렸던 놈이었다. 일전의 기억만이 아닌 더 앞의 기억마저 어디엔가 봉인 시켰던 녀석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순간 나도 정신계 마법으로 기억을 제거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때가 때인 상황이라 참기로 했다.

“한국의 능력자는 다, 어떻게 됐지?”

“그게....나도 간신히 빠져 나온 상황이야. 그 녀석들이 이상한 기술로 능력을 봉인 시킨 후 노예로 만든 상황이라....나 역시 능력을 봉인 당했다. 이곳을 주먹으로 맞았더니 능력을 사용 할 수 없더군.”

녀석은 배 쪽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유심히 녀석의 몸을 탐색하며 가리킨 곳을 봤지만 도무지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의 능력자는 힘 한 번 못쓰고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은 그 놈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아이러니한 상태였다.

“이런, 식권 받을 시간이군. 이곳의 시민들은 이 시간이면 배급 하는 식권이 있다. 그거면 하루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 물론 시민권이 있어야 하고 말이야.”

흔들흔들ㅡ

녀석은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꺼내 보이며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의 뒤를 따랐지만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로 인해 몸을 사려야 했다.

전쟁, 보옥의 정체

“자자, 줄서라고 쓰레기들아. 이 밥버러지 세끼들!”

“한 장 더 줘! 제발!”

퍽ㅡ!

수많은 무리들 속에 우리도 숨어들었다. 배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의 상황과 노예가 있는 곳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사람들이 붐볐고 숨기에도 적당했다. 그 누구도 우리를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밥버러지가, 감히 어딜 잡아! 꺼져, 남은 것도 뺏기 전에!”

“제발....”

퍽!!

깨끗한 옷을 입은 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나무라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건드려서는 안 돼는 자 같았다.

“다음!”

척ㅡ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다음이라는 말에 따라 기계적으로 앞으로 나와 식권을 받아 갈 뿐이었다. 그 현상은 한 시간 가량 더 지난 후에야 끝이 났다. 식권이라는 생명줄을 받기 위해서 아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와 같은 행동을 한자는 대략 열 명 정도였다.

“세상이 변했긴 변했어. 저런 노약자에게 발길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맞아. 세상은 변했지. 이제 양심도 피도 눈물도 없는 세상이야. 힘 있는 자가 강자고 존경받을 자지.”

“세상은 힘으로 움직인다....이제 움직일까....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는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우리들만 남아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지만 식권을 가지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의 이방인 격이었다. 혹은 외국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디든지 갈수 있어야 할 한국이건만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이 약간 서글퍼졌다.

“어이, 점심은 먹었나? 식권으로 배부르게 먹었지...”

“그래서, 어쩌란 거지? 쓰레기 같이 빌붙어서 먹는 놈이.....”

“그러는 너희는 밥이라도 먹어봤나? 보아하니 쌀밥은커녕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 한 것 같은데.”

“......”

녀석의 말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대로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지가 상당한 시일이 지난 것이다.

“이 식권 보이지? 이거랑 교환 하고 싶은데...아주 쉬운 거야...”

녀석이 기이하고 음침한 눈길로 우리를 쓸어 보고 있었다. 그 눈길에 약간 움찔 거리는 가연과 제이가 보였다. 프로얀은 경계 어린 눈으로 단검을 쓰다듬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 꺼져라. 그 아가리를 뭉개 버리기 전에.”

“예예, 나 없이는 아무것도 이곳에서 하지 못할 것들이....”

“그 아가리 닥치고 꺼져라.”

나는 녀석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한 장의 식권으로 성매매를 하란 소리였다. 이곳에는 당연시 되는 일인지 식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같이 이동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찌된 일인지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하는 행동이었다.

“차라리 굶고 말지...어찌 저런 짓을...세상에....”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김성수라는 사람을 쏘아보며 가라는 눈빛을 보이며 여자애들은 몸으로 가렸다.

“두고 보자고, 후회하게 될 테니....”

“쓰레기들의 전형적인 말이군. 후회? 꺼져라.”

나는 녀석이 끝까지 후회할거란 말에 짜증이 났다. 어찌 만나는 놈들마다 이런 소리를 해대니 어이가 없었다. 재석을 비롯해 체인 녀석에 이어 중국인 녀석들까지, 그리고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기도 차지 않았다. 다음에는 어떤 놈이 후회할 것이라는 소리를 할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꾸르르륵ㅡ

“배, 배고파....헤헤.”

“하ㅡ이런....밥 때가 한참 지나고도 밤을 새버렸으니....뭐라도 먹어야겠지....”

갑자기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당연히 여러 사람이었다. 모두들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식권이라도 훔쳐야 할 판이었다. 물론 어떻게 훔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 닿았고 나는 프로얀을 쳐다봤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문제없어. 단숨에 빼앗아서 가져 오지.”

나는 프로얀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프로얀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프로얀은 지체하지 않고 남자 앞에 서서 무어라 말하더니 식권을 받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골목에서 타격 음이 나더니 프로얀이 느긋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한 장 겟.”

그 후 프로얀의 행동은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얻은 것은 달랑 네 장 정도뿐이었다.

“이제 못하겠어. 하도 사기꾼이 많고 의심의 눈초리도 많으니까.”

“그래, 세장이 남았군....”

프로얀은 옷을 살짝 털며 눈을 찡긋 거렸다. 그리고 약간 찌푸리며 안 되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내가 해볼까?”

“네가? 마법 잘 쓸 수 있어? 순간 기절 시키는 마법.”

“기절? 무슨 마법이 있는데.....”

“하...내가 네 녀석에게 물어 본 것이 잘못이지.....커스 페럴라이즈, 슬립, 등 여러 가지. 모른다니 내가 해야 하나.....”

나는 가연이 앞서 나서는 것을 약간 불안해했다. 비록 5서클이라고 하지만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는 것도 불안전했다.

“5서클이면 뭐 하냐, 모든 마법을 아는 것이 아니니. 나도 요즘에 다시 떠오른 마법이 상당히 많아.”

나는 그 말을 하고 한 가지 마법을 생각했다. 폴리모프, 혹은 일루젼으로 모습을 바꿔서 식권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강제로 뺏으면 귀찮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내가, 내가 언제부터 이따위 생각을 가지게 됐지? 내가 변장을 해?”

나는 순간 폴리모프를 사용하기위해 움직이던 수인과 마나를 거두어 드렸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왜 숨어서 움직여야 했으며, 왜, 변장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왜 그래? 또 어디 아파?”

“아니다. 가자.”

“어딜?”

“배라도 채워야 할 거 아니야.”

나에게 딴죽을 걸어오는 제이에게 간단히 말을 대구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거리의 중심으로 걸어 나갔다. 주위의 사람들이 우리의 옷차림을 보고는 이상한 눈초리로 봤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고 있었다.

“자, 밥이나 먹을까?”

“야, 식권이라는 것도 없잖아. 달랑 네장 뿐인데....”

“그거 이리 줘봐.....”

찌이이익ㅡ

나는 가연이 들고 있는 식권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찢고는 가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요란한 문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 딸랑!!

“우리는 식권 따위 없이도 먹을 수 있다.”

“알았어. 알았다고, 무서운 눈으로 좀 노려 보 지마.”

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가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의 눈빛이 강렬했던지 눈길을 피하며 가계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인, 혹은 부유한 녀석들이었다.

터벅, 터벅!

“여기는 서민들이 올 곳이 못 되, 썩 꺼져라. 한국인 중에서도 버러지 새끼가.”

웨이터로 보이는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마가 튀어 나오고 생긴 것이 꼭 중국인이었다. 나는 녀석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는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 앉았다. 물론 나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 역시 자리를 찾아 앉았고 나는 손짓으로 웨이터를 불렀다.

“여기, 주문 받아라.”

“그래, 주문 받아 주지, 식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해서는 택도 없을 거다.”

웨이터는 끝까지 나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의 말을 하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오랜만의 재미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개중에 음침한 눈으로 가연과 프로얀 제이, 혹은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다시 시작된 주문에 흥미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왜 식권의 개수 때문에 손이 벌벌 떨 리냐?”

하하하ㅡ

녀석의 말에 주위의 사람들도 같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오만한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있으면 시켜 보란 것이다.

“여기 있는 것 전 부 가져와라.”

“무, 뭐? 식권을 보여라.”

“자.”

녀석이 끝까지 물어 오자 나는 일루젼으로 식권의 모형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녀석은 경악한 눈동자로 나의 손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찮은 외국인 노동자 세끼가. 죽고 싶어?”

“죄송, 죄송합니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웨이터 녀석에게 한껏 소리쳤다. 나중에 되면 들통 나겠지만 뭐 아무런 거리낌은 없었다. 이제 막나가기로 한 것은 정해져 있는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꾸벅.

녀석은 모든 음식을 꺼내와 우리의 식탁위에 올려놓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인사를 해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손을 내저으며 물러가란 표시를 하고는 식사에 들었다. 녀석이 가져나온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소성이 크기에 지금은 비싸게 먹히고 있었다.

와작.

“와, 이 튀김 오랜 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다.”

“이것도, 이것도 맛있어.”

음식을 먹는 내내 녀석들은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혀에게 새로운 감촉을 느끼게 해주듯 천천히 조금씩 먹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얼굴에는 만족과 행복의 표정이 떠올랐다. 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아, 배불러. 모처럼 맛있는 게 있는데 다 먹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

“싸가지고 가면 안 될까?”

“으음....아쉬워 역시.....”

제각기 아쉽다는 말을 하는 녀석들이었다. 뭐 그렇다고 추잡하다는 것은 아니었고 정말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결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식권을 내고 나갈 것인가. 한바탕 휘젓고 이대로 이 도시를 휘저을 것인가를....정할 시간이 온 것이다.

“예, 음식 값은 식권 서른 장입니다.”

“자, 여기 네 장이다. 나머지는 네 놈의 식권에서 계산 하도록, 목숨 값이니까.”

“예? 그게 무슨.....그럼, 식권을 내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뭔 가 착각하고 계시군요. 여기는 엄연히 초능력자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살아서 나가고 싶다면 순순히 주시죠...손님, 제가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지금 뿐입니다.”

웨이터 녀석이 음식 값의 고지서를 청부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했지만 이정도의 식권 값이 들 줄은 몰랐다. 무려 일반 사람의 한 달 치라니, 이건 너무 해도 심한 것이었다.

“식권이 없으면 다른 것에라도 때워야지...”

“그럼, 흐흐흐. 그래야지. 저기 예쁜 애기들만 놓고 가.”

주위의 사람들이 다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지 흉흉한 기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전부 중국인이었다. 마치 다 이런 일이 일어 날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이미 조사는 끝났지. 네놈들이 이곳의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런 눈초리와 행동을 보일수가 없지. 방랑자 주제에 너무 나대는군.”

“소속이라....네놈들이 언제부터 한국인이 되었지? 엄연히 이곳은 한국의 땅인데....힘이 있다면 다 자기 땅인가?”

“땅? 그래, 힘이 있어야 땅도 지키지, 네놈의 민족은 언제나 약자였고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는 벌레들이었다. 우리는 지배자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야.”

녀석들은 나를 일부러 도발시킬 생각인지 나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자신 있다는 목소리 행동이었다.

“힘이 있다면, 자기 땅이라.....그럼 이곳은 내 소유군. 아니, 이 지구가 내 소유인가?”

“헛소리가 지나치구나. 약골 같은 놈이 어디서 그런 망발을 하느냐! 하하하, 이 지구가 지 소유란다.”

계속 도발을 유도하는 녀석들의 장단을 맞추며 나는 조금씩 기운을 끌러 올렸다. 그러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스멀스멀 이 가계 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앞으로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라. 아니, 다음 생에서는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

나의 말에 녀석들은 흥분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던지 나의 뒤쪽에 서있던 가연, 수강 프로얀이 기운을 끌어 올리며 녀석들의 공격을 저지했다. 

그리고 이 사소한 싸움에서 보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변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전쟁, 보옥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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