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새끼, 죽어!”
휘이익!
나의 말에 흥분한 녀석 중 하나가 옆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며 나에게 돌진해왔다. 한숨을 폭 내쉰 나는 프로얀에게 눈짓을 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푸른색의 긴 장검과 짧은 프로얀의 붉은 단검이 부딪히자 허공에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직ㅡ챠아앙!!
검과 단검이 맞부딪쳐 청명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프로얀은 부딪힘과 동시에 신속히 단검에 기운을 끌어 올리며 유형의 강기를 만들어냈다. 검을 들고 있다면 검강이라고 해야 하나, 단검을 들고 있으니 단강이하고 해야 할 것이다.
파강!!
녀석도 미약한 기운을 검에 덧씌우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의 기운과 비교해 볼 때 세발의 피 수준이었다. 이건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었다. 프로얀의 검과 중국인의 검이 서로 맞부딪히며 요란한 공방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번 두 번 부딪힐 때마다. 반발력으로 중국인은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고 있었지만 녀석은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다.
챠챠챵!
수십 번의 공방이 오고 가면서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그 소음 때문에 고막이 터질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내색하는 자는 없었다. 물론 나에게 달려드는 다른 녀석도 있었지만 수강과 가연이 적절하게 방어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손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었다.
“이 검법은...!”
중국인과 프로얀이 공방을 주고받을수록 주위의 온도는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중국인 녀석은 지친 듯이 땀을 흘리고 있었고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매만지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네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검법이지. 겨우 불사교의 찌꺼기로 익힌 허접한 무공과는 달라. 엄연히 뼈대가 있는 무공이지. 이 검법은 단검에 맞는 검법, 살문의 혈영검법이다.”
흠칫
프로얀의 나직한 한마디에 주위는 술렁이고 있었다. 중국인 녀석은 매만지던 손을 검으로 옮기며 양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찔러들던 자세에서 멈춰 굳어버렸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것처럼 맞서 싸우던 중국인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프로얀은 가벼운 발동작으로 바닥을 박차고 나의 옆으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전투는 약간의 소강상태가 되었고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누구도 나를 비웃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말이 거짓이라고 반발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놈들은 불사교 놈들이다. 감히, 잘도 내 동생을, 내 동생을 죽여?!”
후오오오
프로얀의 말에 살기가 실린 것인지 주위의 공기가 급속도로 식어가며 뜨거웠던 곳이 급속히 차가워졌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프로얀이 흥분하며 입가에는 묘한 줄음이 잡혀 있었다.
“알고 있겠지? 내가, 내가 본 실력으로 하면 너희들은 일초도 못 버티고 죽는 다는 사실을, 혈영검법에는 자비란 없다.”
나는 도대체 혈영검법이 무엇인지 몰라 주위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물어 볼만한 상대는 없었다. 나의 옆에서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프로얀에게서 물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나의 뒤에 서 있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프로얀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프로얀의 검로를 유심히 쳐다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다만 적들의 공격 패턴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빼면 소득은 없었다. 다시 말해 녀석들의 움직임의 흐름과 검로, 행동거지가 거의 다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녀석들의 검로가 한눈에 확실히 보인다는 말이다.
“푸, 푸후우우, 혈, 혈영검법? 그 딴게 있을 리가 없어. 분명 그 문파는 없어진지 오래야. 그때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생존자는 단 하나도 없었어.”
중국인 녀석은 프로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무섭다는 표정을 짓고는 부르르 덜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검법을 말했다는 듯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놈들은 감정조차 없었어. 그저 검만 휘두르며 우리를 벨뿐이야. 그 놈들은 분명히 전멸 당했어. 그 무서운 검법역시 사장 됐어. 그게, 그게 있을 리가!”
“....내가 있지. 마지막 후예. 비록 복수를 위해 단검을 잡았다고는 하나, 한 사람의 무인이다. 네놈들은 여기서 죽어. 반드시, 살문의 부활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프로얀은 몸을 부르르 떨며 단검을 날에 손바닥에 가져다 대며 그대로 손을 그어버렸다. 그리고 뚝뚝 덜어지는 피를 단검에 적시며 붉은 색의 단검이 더욱 붉어 졌다. 그리고 프로얀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핏빛의 그림자처럼.
슈각!
“내 동생이...”
스거어억!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샤아악!
“어처구니없게 네놈들의 간부라는 그 자식에게 부딪혔다는 이유로 죽었다.”
철컥, 파샤샤샥!
“그리고 나의 집은 네놈들의 발에 짓밟혔고 남은 것은 나 하나뿐이란 말이다!!”
슉, 쩌어어억!
프로얀의 몸놀림은 좀처럼 불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나의 눈에도 약간씩 사라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빨랐으니 가히 최고의 스피드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약간 아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작은 물기가 서리며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질수록 적들의 수급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적을 베면서 우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약간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에 마냥 지켜 볼 뿐이었다.
쨍그랑!!
“쑥대 밭이군.”
가계는 이미 전쟁터를 넘어서 초토화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베고 지나간 자리는 여지없이 붉은 혈향의 그림자가 있었고 벽에는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벽은 단검에 베여져 온전히 서있는 벽은 없었다.
또한 테이블이나 의자 역시 성한 것이 없었다.
“그만해라. 프로얀, 적은 다 죽었어.”
나는 정신없이 적을 베어 넘기고 있는 프로얀에게 말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거친 숨결뿐이었다. 마치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주위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만해라고 했다. 프로얀!!”
“크아아아!”
나는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지만 정신이 나간 듯이 보이는 프로얀은 전혀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살심을 주체 하지 못해 무조건적인 살인을 해야 했던 그때처럼....그리고 프로얀은 나에게 시선을 주며 천천히 걸어왔다. 붉은 단검에서는 선홍색의 붉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거 귀찮게 됐군. 죽여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짜증나는 군, 괜히 프로얀에게 맡긴 건가?”
나는 투덜거리며 수인을 그리며 마법을 준비했다. 그것도 프로얀이 달려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차르르르, 캉!!!
빠르게 달려드는 프로얀의 단검을 실드로 막아 내며 다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리며 프로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대로 있어줘야겠다. 아이스 웨이브를 응용한 기술이야. 마음 같아서는 전체를 얼려 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크아아아아!!!”
쩌어어억!
나의 말을 비웃듯이 프로얀이 자신의 다리 쪽으로 단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파도의 얼음이 깨끗이 두 동강 나며 좌우로 갈라져 넘어졌다.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프로얀은 지체 하지 않고 나에게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거, 귀찮게 됐어!”
휘이이잉!!
프로얀이 휘두른 검에서 핏빛의 검풍이 발생되며 나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검풍 때문에 나는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검풍이 몰아쳤다. 그 검풍은 보통의 녀석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검풍이었다. 그것은 혈풍이었다. 피가 회오리가 치며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가느다란 상처가 나의 몸에 나 있었다.
“그레이트 힐(Great Heal), 상당히 좋은 기술이야. 시야를 가리는 한편 공격까지 하다니. 비록 정신을 잃고 사용한 거지만 나의 몸에 상처를 낼 정도의 기술이라니.”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프로얀의 뒤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일루전으로 나의 환영을 만들어내며 프로얀의 시선을 돌리게 한 후 그대로 손을 내저거 뒷목을 강하게 내려 쳤다.
퍽!!
스르르륵
그리고 프로얀은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의식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리커버리로 프로얀의 몸을 치유 한 뒤 뒤쪽에 서 있는 가연에게 맡겼다.
“휘유우우,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서 좋지만 뒷마무리가 좋지 않아.”
나는 주위의 전경에 휘파람을 불고는 밖에게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봤다. 전투의 소리가 컸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곳의 평화를 깨트린 장본인들이었기에 약간 머슥한 기분이 들었다.
삐요, 삐요, 삐이이이이!!
경찰차의 사이렌인지 급속히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귀에 들리는 소리만 해도 수 십대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약간 강한 기운들이 속속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쟁, 보옥의 정체
“이거....일이 점점 꼬여 드는 건지....좋은 건지....”
휘익,
“도움이라고는.....하아....”
수없이 몰려든 사람들과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등장한 중국인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그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편이라고는 뒤에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도움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줄 수 없는 제이와 마법을 잘 쓰지 못하는 가연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뭐하는 놈들이냐 네놈들은, 그리고......감히, 잘도 죽였군. 이곳의 시민을, 그것도 부랑자가!”
촤르륵!
녀석을 말을 하면서 얇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이 채찍처럼 휘고는 다시 자리가 바로잡혀 갔다. 또한, 그 검에서는 붉은 색의 기운이 둘러졌고 폭풍처럼 기운이 넘실거렸다. 좀처럼 보기 힘든 고수였다.
“이유가 어찌 됐든, 좋게 봐줘야 너희들은 노예다. 나쁘게 봐주면.....”
스윽
녀석은 검을 잡은 반대 손으로 못을 긋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서 있던 중국인 녀석들도 물샐틈없이 면밀하게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녀석들의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들의 살기도 한층 더 높아져 있었다.
“그 말은 내가 해 주고 싶군.....전부 다.......”
“전부 다 뭐? 겨우 혼자서 뭘 하겠다는 거야! 그 오만한 눈을 파헤쳐 주마.”
나의 말에 갑자기 조용해진 사람들. 그러다 잠시후 사람들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것의 시초는 당연히 나에게 삿대질과 손짓으로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던 중국인 녀석이었다. 어찌된 중국인이 한국말을 잘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지만 지금 기분이 상당히 나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마빡이 튀어나온 세끼들은 지랄 발광을 다하는 구나. 누가 누구의 눈을 파헤쳐 주는 지는 싸워 봐야 할 것 아니냐. 하릴 없이 땅만 큰데서 자라온 녀석아.”
쿡, 쿡,
“저 녀석 상당히 화난 거 같은데?”
나의 말에 다시 한 번 침묵의 도가니 속에 빠져 들었지만 나의 옆구리는 침묵을 유지 할 수 없었다. 조용히만 있던 제이가 다가와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를 노려보고 있던 중국인 녀석의 얼굴이 검붉게 변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 계집, 꼭 내가 죽여 버리겠다.”
“하아......툭하면 죽인데......”
“카아아악!!”
“아....난 몰라, 여긴 너에게 맡길게.....예전처럼만 해!”
제이가 약간의 대화를 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탐색하며 뒤를 치는 녀석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녀석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강한 기운은 느껴지질 않았다. 잠시 동안의 대화마저 끝난 건지 제이가 뭐라 말하며 뒤로 숨어 버렸다.
“내 책임 아니야....그냥 저 중국인이 화내는 것뿐이야. 정말이야.”
제이는 나의 시선에 약간 당황해 하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연의 뒤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가연의 뒤를 숨어도 다 가려지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 가려졌지만....
“이것들이.....감시 내가 있는데 무시를 해? 죽어랏!!”
사아아악!!!
중국인 녀석의 말을 시작으로 간단한 움직임으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나는 약간 뒤로 물러서며 실드를 전개했다.
캉!!!
“모두 쳐라!!! 상대는 단, 하나다. 하지만 모두 방심은 하지마라. 상당한 고수로 보이니까!”
“와아아아아!”
수십, 아니 수백이나 되는 인원이 단 몇 사람을 잡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한국의 초등학생과 여러 시민들도 끼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지못해 참여 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내 비쳤다.
그것도 작은 이름의 싸움이 보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변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대검을 찬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 이었다. 그들은 각자 무기에 특유의 문향과 검면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각개의 계급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른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고 움직임도 특유했다. 하지만 움직임만큼은 단결되어 있었고 합공을 펼치고 있었다.
“트윈 블러드 네일!!”
나는 약간의 초능력과 블러드 네일을 섞어서 이상한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양손으로 펼치는 트윈건너와 손톱에 기운을 집중시켜 유형의 붉은 검을 만들어내는 블러드 네일이 만나니 속도는 천지부지로 치솟았다. 또한 손가락의 움직임도 빨라지며 적들의 몸을 베고 있었다.
“아악!”
나에게 달려들던 녀석들이 토막나며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신형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들은 공격력과 협공은 좋은 편이었지만 상대방의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녀석들의 검을 살짝 살짝 피하며 다시 공격으로 나섰다.
촤악!
이에 약하디 약한 사람의 몸뚱이는 단, 일합에 분해되며 전방에 서 있던 일반 시민들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던지 중국인의 목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내리며 붉은 빛의 가루가 비처럼 땅을 적시고 있었다.
“하앗!”
슈슈슈슈슉!!
나의 기합성에 주위는 당황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며 방어의 진형을 짜고 있었지만 실속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블러드 네일을 해체시킴과 동시에 간단한 마법을 회전력을 더해 날려 모든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나의 몸을 빠르게 수축시켜졌고 순간 다시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나의 몸에서 마법이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고 안전하게 땅에 착지 할 수 있었다.
탁!
“후ㅡ사람이 많으니까. 아무데나 마법을 난발해도 다 맞는 군. 일일이 좌표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뒤늦게 나의 잔영이 하늘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의 쾌속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사라지는 잔영이라니....
“내가 말했지, 네놈이 죽을 거라고.”
“우, 웃기는 군 나는 아직도 방패막이가 많아!”
녀석은 시민들의 틈바구니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무턱대고 날렸다가는 한국의 시민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같은 민족, 같은 나라 같은 개념은 한마음 한 뜻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들과 나는 다른 마음이었고 다른 뜻이 있었다.
“나의 앞을 막는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죽는다.....그리고 너희들은 프로얀이나 돌보고 있어.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까.”
나는 짜증나게 시민의 틈바구니로 숨어버린 녀석들과 그를 보호하듯이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말했다. 물론 약간의 주춤거림은 있었지만 예전에 나,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선한 자가 아니야. 나 자신을 위해 악을 선택했을 뿐이지. 나는 악이다!!”
촤르륵!
마법의 채찍이 어리석은 시민들의 틈바구니로 쏟아졌다. 마법은 마치 살아 있는 뱀을 보듯 리얼하게 움직이며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쭉 퍼져 물샐 틈 없이 사람들을 압박해 나갔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마법의 채찍이 한 번씩 꿈틀 할 때마다 사람들의 목이나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판국에 재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자신들의 목이 떨어 질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악, 괴물! 저놈은 괴물이야.”
“살려줘....살고 싶어....”
결국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자신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팽개치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의 마법에 당한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피해를 최소화 하는 한편 공포 성을 조성하기 위해 피어라는 마법을 펼쳤고 일루전도 같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의 효과는 진짜였다.
“이제 너의 방패는 사라졌구나....이제 너의 편은 사라졌어. 고작 중국인들만 남았지.....”
“어림없는 소리! 나는 아직도 건재하다!!”
결국 녀석은 부하들을 시켜 단검이나 투척무기를 나를 향해 던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 태반은 나의 공격에 부상을 당해 자신의 몸을 운신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정신력으로 일어서며 무기를 투척하고 있었다.
슈우욱!!
대부분의 무기들은 나의 손짓에 튕겨져 나갔지만 날렵하게 날아든 무기는 흉흉한 파공성을 내며 나의 몸 쪽 깊숙한 곳으로 쏘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후후...하찮은 무기에 당할 성 싶으냐!”
내가 가진 능력 중, 초능력 계열의 능력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페이드 스텝이 있다. 발놀림을 하는 동작이 담겨있는 스킬이었다. 나의 발동작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리듬감 있게 날아드는 무기들을 빠르게 낚아채게 할 수 있었다.
사악!!
빠르게 낚아챈 무기를 품 안으로 잡아당기며 강하게 날릴 동작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무기를 날려 마주 날아오는 암기 같은 것을 격추시키거나 이탈시키게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수단의 공격이 봉쇄당하자 녀석들은 대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근접전에 돌입했다.
“역시.....강 하구나, 그럼 직접 나설 수밖에 없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국인 우두머리 녀석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흥분을 가라앉힌 것인지 싸늘한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녀석은 긴 장검을 한번 허공에 휘두르며 부하들을 헤집고 나에게 접근 하고 있었다.
녀석은 나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허공으로 도약을 하며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녀석의 검이 출수를 하며 허공에 붉은 실선들이 수놓이고 있었다. 공기가 터지며 나에게 녀석의 기운이 쇄도 해왔다.
솨아아아악!!
“그깟 검강! 막아 주마!”
우우우웅!!
나는 최대한 자세를 잡고 녀석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나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성되며 동그랗게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공격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가가가가가, 퍼엉!!
빠르게 날아든 녀석의 검강이 나의 실드와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토해냈다. 나의 실드는 순간 출렁이며 마나가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지만 재차 나의 몸에서 공급되어 가는 마나가 녀석의 검강을 완벽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권 내에 있던 일대의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는 금이 쫙쫙가며 부서지고 있었다. 얼마 남아 있지 않는 시민들은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고 건물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신체의 일부분이 땅으로 떨어지는 사태까지 가고 있었다.
쿵!!!
잠깐의 정적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자욱한 연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먼지를 마법으로 날려 보내며 시야를 확보하며 다시 한 번 실드를 펼치며 약간 긴장상태로 돌입했다. 약간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데 의외로 한수가 있는 녀석이었다.
으으으.
먼지가 걷힐수록 나의 귀에는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먼지가 사라졌을 때는 건물에 깔리거나 아까의 공격으로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내린 사람들이 구원의 요청을 보내듯이 신음을 토해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사, 살려줘....팔이...”
“날 여기서 꺼내줘! 제발! 숨이 막혀, 숨이...”
주위의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나와 더불어 주위에 있던 중국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지만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자는 없었다. 지금은 엄연한 전투 중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방심은 죽음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투를 거친 자이기도 한 나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전투 수칙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너희들의 목숨보다 내 목숨이 중요하거든.....저놈들을 처리한 후에 도와도 늦지 않으니 지혈이나 하고 있어....죽는 다면 네 녀석들의 운이 거기 까지겠지”
나는 냉정한 말을 하고는 녀석들의 움직임에 정신을 쏟아 부었다. 뒤쪽에 있는 나의 일행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잠자코 적들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썼다.
꾸욱.
‘파이어 인첸트’
“거기 더러운 때 놈들, 덤벼봐!”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하나를 텔레포트로 나의 손바닥으로 이동시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도발시키듯 중국인 녀석들에게 말을 하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저놈이 감히, 뭐해! 저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줘라!”
샤샤샤샥!!
녀석의 말에 숨을 고르고 있던 중국인들의 눈빛이 사나워 지며 나에게 접근해왔다. 나는 그때를 노렸다는 듯이 돌멩이를 빠르게 날려 보내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쿠와아아앙!!
다시 한 번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파이어 인첸트, 예전에도 여러 번 써봤지만 헬 파이어를 제외하고는 이만한 화속성의 마법은 없을 듯했다. 이정도의 불길에게 살아남을 능력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 녀석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빠지는 것을 봤지만 대부분 죽었을 것이다.
“칫! 제법이군......”
상당히 많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순간 안타까웠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몸을 비틀어 신형을 틀다니....정말 안타까웠다.
의도와는 다르게 녀석들 중 소수만을 불꽃의 재물로 바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나의 눈은 더욱 사이해 지며 충만한 마기가 나의 몸을 휘감았다. 나의 눈동자의 색이 더욱 빨개지며 무섭게 검은 아지랑이가 전신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아니! 네놈은.....조제현?!”
“너흰 뭐냐.....어떻게 나의 이름을?”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한 사내와 표독스런 표정을 가진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오랜 원수를 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당연히 몰랐기에 그들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은 꼭 내손으로 죽일 테다. 여기서 또 만나다니, 너와 나의 악연은 계속 이어지는 구나....설마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내 동료를 죽인 원수!”
“아, 아....이거,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마유? 맞나? 거기는 천유라는 녀석이고.....이거 웃기는 녀석들이 한데 모였군....”
나는 두 녀석의 얼굴을 대번에 생각해내며 입가에 미소를 띠며 양손에 기운을 집약 시켰다. 그리고 집약된 마나를 빠르게 회전 시키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데스 핸드(Death Hand)”
슈우욱!
나의 양손에서 뻗어 나간 검은 기둥이 녀석의 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검은 기둥이 서서히 손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가며 녀석들의 목을 휘감았다.
꽈아악!
“어때, 1서클, 흑마법이다. 시전자의 능력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마법이지. 목 졸라 죽이는 마법이다. 며칠 전에 생각난 마법이지.”
검은 색의 손이 녀석들의 목을 조르며 하늘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숨을 쉬기 위해 손을 향해 기운을 날리며 나의 마법을 파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앗!”
샥!
“이거 안타까운걸.....목 졸라 죽일 수 있었는데 말이야. 거기 너무 나대는 건 아닌가. 몰라. 중국인이 감히.....”
나의 마법을 없애 버린 녀석에게 조소어린 말을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는 표정을 굳혔다.
“모두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주위에 흩어져 있는 교의 사람들을 모으고 후일을 기약한다.”
“존!”
녀석들은 그 말을 하고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도망가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인지 순간 나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휘이이잉ㅡ
“공기의.....흐름이 바뀌었다?!”
모든 적이 사라졌고 사람들의 신음이 커져 갈 무렵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하늘은 더욱 검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노란 색의 스파크는 한 층을 더해갔다. 또한 대지의 울림은 커져갔으며 몬스터들의 소리는 더욱 커져가며 이 도시를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이 현상은 2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서서히 그 내막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시작은 모든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불사교의 교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등장에 맞춰 몬스터들이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전쟁, 보옥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