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화 (82/269)

가가가각, 구구구궁!

“지진?!”

“아주 헛소리를 하는 구나. 슬슬 죽을 시간이 되니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가보지?”

나의 말에 교주는 코웃음을 치고는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그럴수록 작은 흔들림은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말에 반응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조금씩 진동이 거세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쓰레기 같은 네놈과는 달라.”

구구구구궁!!

점점 지진의 강도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그 지진의 진도는 대지가 흔들릴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강한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긴장과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등을 차갑게 적시는 식은땀을 손바닥으로 훔친뒤 나는 뒤로 돌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빨리, 내 곁으로 모여!”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시 할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휘우우우웅!!

치이이익

“젠, 젠장! 실드(Shield)”

나는 양손을 양옆으로 뻗으며 최대한 크게 실드를 펼쳤다. 물론 나의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호 하려는 심산이었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몰랐다. 그냥 몸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신이 따라 갈 뿐이었다.

우두두둑!

순간 나의 양팔이 기이하게 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팔이 부러 질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제, 제현아!”

“왼쪽이다. 왼쪽으로 피해라. 내가 신호를 내리면.”

나는 보옥에게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건 마법으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풍, 지구의 폭풍이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불사교의 녀석들 중 대부분은 바람에 휩쓸리거나 지진의 영향권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고 있었다.

“트윈 싸이클론(Twin Cyclone)! 지금이다. 이 마법을 따라 바람의 영향권을 벗어나! 나도 얼마 유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너는!”

“너희만 없다면 언제든지 빠져 나갈 수 있어! 병신아. 빨리 꺼져!”

나의 말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가연에게 약간의 안심하라는 듯 한 말을 했지만 도무지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수강에게 눈치를 주며 끌고 가라는 듯 한 표정으로 노려 본 후 실드와 사이클론마법에 정신을 집중했다.

“빨리 꺼지라고!”

나는 다급하게 외치며 반사적으로 실드를 해체하며 몸에서 어둠의 기운을 방출했다. 그러자 약간의 반발력과 함께 나의 몸을 휘감는 보옥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가연이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약간의 시간을 더 번 후, 나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정말, 말 더럽게 안 듣는 녀석들....”

피슛!

나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모든 바람을 가로 막은 기운을 더욱 끌어 올리며 나 역시 텔레포트를 이용해 녀석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휘우우웅!

아직도 심하게 몰아치는 바람은 모든 것을 공중으로 띄우며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다행히 나의 마나에 가로막힌 힘은 조금씩 그 크기가 줄어가더니 이제는 더 이상 이곳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그 바람의 영향권인지 조금씩이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건물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작 피할 것이지. 귀찮게 다치기나 하고.”

나는 뒤늦게 피했기 때문에 상처가 생겨 버린 가연의 무릎에 손을 가져다 대며 치유마법을 펼친 후 눈을 흘기며 건물주위에 펼쳐 놓은 실드를 확인하며 자리에 앉았다.

“조금씩 바람의 세기가 줄고 있지만 마나의 양으로 볼 때 하루는 꼬박 지나야 이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 세상은 끝이야. 끝이라고. 이런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자체가 이상해. 특히 그 보옥이라는 것 때문에 이상한 현상이 한두 번 일어 나?”

나의 말에 머리를 거칠게 긁고는 자리에 일어서는 수강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성을 높이며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식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 져 있었기에 이런 말을 듣고 반응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네놈이 말이 맞을 지도. 미묘하지만 느낄 수 있었던 자연의 기운이 변하고 있다. 그나마 작은 기운이라도 느껴지던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역시, 몇 일 전부터 오행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사이킥의 사대 속성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프로얀의 말에 수강이 급히 정신을 한곳으로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후 사이킥 에너지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다는 말을 하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현상역시 아주 미묘한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기운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강해 진거다. 지구상에 모든 곳을 꽉 매울 정도로 각한 기운.....마치, 샐리온 월드에서처럼, 혹은, 샐리온 월드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대 자연의 기운 말이다.”

마나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마법사인 나로서도 미묘한 변화를 방금 전부터 눈치 챌 수 있었다. 세상의 기류와 움직임이 변하고 있었다. 예전의 기류가 시계 방향이라면 이제는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로 표현 할 수 있었다.

“이게 보옥의 힘인가요? 아니면 그 운석충돌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주머니도 한 마디를 하며 다시 입을 다무셨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주 미묘한 순간에 확 바뀐 것이기에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변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모릅니다. 솔직히, 그건 알고 싶지도 않아요. 이 이상 현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죠. 지구의 환경이 변한다......사람이 생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문제없지만 과연, 그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요.”

“좋은 대답이네요. 맞아요. 우리는 지금 생존이라는 것을 생각해야지. 환경을 생각 할 필요는 없어요. 세상에 대한 적응, 생존. 이 두 가지만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 테니까요.”

아주머니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살아온 시간의 연장자이기 때문인지 긴장된 순간임에도, 급박한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이끈 장본인 역시 아저씨와 아주머니였다. 그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판단력을 가진 분들이기에 나 역시 군말 하지 않고 밖의 상황만 주시했다.

*            *            *

이곳은 아메리카 중역의 뉴욕이라고 불렸던 곳이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대지로 변해 있었다. 수없이 많던 건물과 차들은 온데간데없고 괴물들의 흔적과 오물들뿐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미묘한 변하가 시작되고 있었다.

원래 괴물들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괴물들의 흔적만 있을 뿐 괴물들이 이동한 흔적과 자잘한 뼈들만 놓여 있었다.

구구구궁!!

처음에는 단순한 지진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각을 뚫고 나온 용암과 함께 지각 속에서는 뜨거운 맨틀들이 움직이며 대륙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시아의 대륙판과 만나고 있었다.

정지 해 있는 아시아의 대륙을 향해 아메리카 판이 빠르게 움직이며 부딪히고 있었다. 움직이는 시간은 보옥이 출현한 시기부터 줄곧 움직이고 있었기에 단 몇 시간, 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이 세상의 과학자들, 지질학자 모든 과학자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염연한 현실이었다.

대륙의 판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아시아의 판과 부딪히며 강한 강풍과 지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파동이 한국의 제현일행이 있는 곳에 큰 파장을 불어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 파장은 조금씩 멎어지며 제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             *            *

“으음.......”

만 하루 동안 지루한 곳에서의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을 자 버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통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됐지만 모든 것을 노출 시킨 채, 잠을 잤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밖의 상황은.....아, 프로얀? 프로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던 탓인지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런 상태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부르르 떤 후 근처에 있을 프로얀을 힘껏 불렀다. 들려오는 대답 역시 갈라진 목소리였다.

“아, 일어났냐? 아주 잘도 자더군, 밖의 상황은.....네가 직접봐....우리도 방금전에 봐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뭐, 그것도 괜찮겠지.”

나는 프로얀의 약간 불만어린 말에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의 모습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음침하고 차가운 곳이 예전이었다면 이곳은 밝고 따뜻한 온대의 기후였다. 그리고 좀처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던 주위가 키가 큰 나무와 건물이 적절히 조합된 곳이었다. 물론 건물이라고 해봐야 부서진 건물이지만 의외로 잘 맞는 조합이었다.

“보옥에 대한 설명에도 이런 글이 적혀 있었지.....세상이 흔들릴 때 구원의 빛이 나타나리라.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될지, 복이 될지는 세상이 알려 줄뿐....이라는 글이, 물론 해석된 부분이 잘못 됐을 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복인지 독인지는 모르지...”

한껏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있던 나의 뒤쪽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무심히 고개를 돌려 노려봤지만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는 약간의 경계심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아저씨의 말에 약간이나마 흥미를 느낀 나는 근처에 그늘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복 인 것 같군요. 썩어 빠진 세상을 이렇게 정화 했으니까요. 더 이상 더러운 공기를 마실 필요도 없으니까요. 뭐, 편안한 생활은 못 누리겠지만. 이것도 좋겠죠.”

“사실 너도 알 텐데.....기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인간의 기운은 극소수, 괴물의 기운은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을.....”

“......”

나는 아저씨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운은 극소수, 괴물의 기운은 다수였다. 이제는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버린 괴물들이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괴물들의 수준은 익스퍼트 초급에서 중급 정도의 실력이었다. 웬만한 능력자들로는 괴물 한 마리도 잡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이건 독일세, 더 이상 인간이 발붙일 곳은 좁은 이 땅이야. 그리고 이 땅도 언제고 사라질지 모르지.....”

“으음....”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나 역시 알고 있다.

어느새 나의 주위에 몰려 있는 가연과 수강, 프로얀, 제이까지 약간의 침음 성을 내 뱉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흠....사라질지 모른다....”

이래저래 위태로웠다. 언제까지고 평화로울지,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식량을 있을지,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이곳은 이제 우리들의 제 2의 세상이 될 곳이다. 비록,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곳이지만..”

그렇게,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환경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그 어떤 고난이, 전쟁이, 힘든 역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들이 해 나아가야 할 의무이지, 앞으로 있을 생존의 미션이었다.

세상은 평온했다. 하지만 그것은 1년 뒤의 불사교의 부활과 보옥의 차지로 평화라는 작은 울타리는 없어지게 되었다. 이제 하나의 대륙, 하나의 안식처가 된, 이 작은 숲은 불타오를 것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1년 뒤 멸망한 세계의 지구, 현재....판게아라고 불리는 대륙

운석의 충돌로 시작된 이 현상은 모든 세상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생존한 사람은 지구의 인구 중 채 반도 되지 않는 극 소수였다. 마치 고대, 인류가 출현한 세상처럼, 극 소수였다. 구 지구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숫자. 극소수, 이것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좋아진 것도 있었으니, 멸종위기의 동물들은 뒤바뀐 환경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들의 이목을 피해야 할 일이 늘었지만 인간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도망 다니며 종족의 번식을 진행 중이었다.

뾰로롱?

“크르르르, 먹잇감, 먹을것, 크르르...”

회색빛이 띠던 건물이 있던 장소는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숨쉬기 편해진 세상, 더 이상 음침함이 없어진 숲에 지능이 생겨 버린 괴물, 그리고 알 수없는 생명체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이 세상이 멸망 한 후 번식하기 시작한 새로운 생물이었다.

“쉿, 사냥감이다. 조용히 해. 사냥의 첫 수칙, 사냥을 하려던 타킷의 움직임을 살펴라. 타킷이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좋은 공격의 방법이다.”

“네.”

작고 귀여운 꼬마의 모습으로 돌아간 프로얀이 이제 막 중고등학생이 됬을 법한 아이들에게 조잡한 창과 검의 형상을 띤 무기를 쥐어 주며 설명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 됬다는 듯이 능숙한 몸놀림과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작은 기척도 내지 앉겠다는 듯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사람들이 봤다면 경악할 거리였다. 대략 30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는 괴물과 괴물이 노리는 생명체가 동공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슈아악!

“지금이다. 타깃이 움직인다. 적의 명치인 목의 성대, 눈, 인중, 이마의 중앙인 미간, 그리고 뒷목인 연수를 타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 곳만이 오직, 저 몬스터들을 한수로 죽일 수 있고 약하게 타격을 주어도 죽을 수 있는 부위다. 다른 부위로 죽을 수 있는 자는 익스퍼트 초급 정도가 되어야 상대 할 수 있다. 그 점을 명심해서 움직여라.”

“넷!”

프로얀의 말에 뒤쪽에서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활기, 활력이 넘치는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였다. 그 모습에 프로얀은 살짝 웃음을 띠었다가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련을 받는 아이들은 처음으로 받는 실습에 심장이 벌렁대고 있었다.

슈우우욱!

슈악!

“내가 죽였어!”

“아냐, 내가 죽였어. 저기 봐, 정확히 미간에 창이 명중했잖아.”

“아니야, 내 검이 정확하게 성대를 베고 지나갔잖아.”

빠르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괴물을 해치웠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로 죽였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인사살이라고 불리는 행동이었다. 이곳의 수련에서 필수로 하는 규칙 중의 규칙이었다. 몬스터들의 재생능력이 탁월해 급소를 당해도 종종 살아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크르르...”

“멍청한! 뒤로 물러서!”

작게 뇌까리며 괴물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주위에는 녹색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지만 정적 괴물은 아무렇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을 다시 뽑아 들며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슈아아악!

챙!!

“멍청한 녀석들, 너희들은 실격이야. 이건 생존의 법칙이다. 확인사살을 하라고 몇 번이나 설명했건만....너희들은 다음 시험에 통과해야 마을을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있다. 한 달 뒤에 시험을 치르도록. 이상이다.”

“아....프로얀 조교님, 그게.....죄송합니다.”

아직도 붉은 기류가 흐르는 프로얀의 눈동자를 쳐다봤던 아이들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숨을 급하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미 익숙할 정도로 봤다는 듯이 몸을 돌리며 아이들을 인솔하며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휘이이잉~

푸른 하늘, 따뜻한 햇볕, 상큼한 냄새.

이미 해는 하늘 높은 중앙에 치솟아 있었다. 시계라는 물건이 사라진 후부터 이런 식으로 시간을 측정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에 누구도 점심때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 왔다. 점심때니까. 각자 밥 먹고, 수련을 개을리 하지 말도록, 아참, 그리고 기운 축적을 소홀하게 하지 말고.”

“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다음부터 주의 하겠습니다.”

“뭐 말이냐. 상관하지 말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초록빛의 언덕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는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는 목책과 여러 가지 쇠로 되어 있는 창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책 주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문명이라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풍차였다.

목책 안에는 중세 서양풍의 작디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책 안에서 농사를 지으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돌아왔어? 오늘은 어때.”

“뭐 그렇지. 언제나 같아. 확인사살. 기운 운용이 미숙하고, 기척은 잘 숨기는데 살기를 조절 하지 못함. 뭐 그런거....그래, 몬스터들의 행동은 변함없어?”

“이곳도 뭐 그렇지. 평화로워, 어떨 때는 이런 게 약간 불안하다니까. 한 달에 한 번꼴로 쳐들어오던 몬스터들이 잠잠하니...뭐가 일어 날것만 같아.”

목책위에서 주위를 보고 있던 수강이 프로얀 일행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는 얼른 목책의 문을 열고 있었다. 물론 이런 목책이 없어도 들어 올 수준을 되는 자들이었지만 이것은 관례 같은 것이었다. 무사귀환의 의미, 가끔 죽어서 시체로 돌아오는 수련생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은 관례로 통하고 있었다.

“그럼 수고해, 뭐 나도 같이 일해야 할 테지만.....”

“어, 아....제현이가 찾더라.”

“그래? 또 거기 있어?”

“언제나 그렇지.....네가 더 잘 알잖아?”

수강은 아이러니한 말을 하고는 목책 밖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수록 풍차는 더욱 세게 돌았고 그 풍차는 더욱 많은 자원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물론 전기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물을 끌어 올린다든지 그런 것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            *             *

목책 안의 중심부, 그곳에는 그 누구도 그곳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밝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암울한 분위기를 풍겼고 알 수 없는 마법진과 좀처럼 보기 힘든 고층의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건물이 쓰러져 가서 가기를 꺼려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차갑고 칙칙한 기운 때문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 사는 자를 비웃거나 멸시, 동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모두 그를 향해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끼이익ㅡ

“프로얀...인가?”

“어.”

“갔던 일은 잘 안 됐나보군....약간 기운이 움직인 것을 보니.....아직 불안전해. 살기를 잠재우지 못했군.”

“그래....뭘 더 바래, 나는 너랑 틀려, 이미 잠식되어 가고 있다고. 그나마 몸을 이렇게 변해서 맨 정신으로 살 수 있지. 뭐, 네 도움도 크고 말이야.”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약간의 침묵이 흘렀지만 다시 말하는 나의 말에 프로얀이 살짝 웃으며 손을 내젖고 있었다.

“아아, 이제 다 낳았다고, 괜찮아. 네가 살기를 제어 하는 방법을 알려 줬잖아. 가끔 제어가 잘 안 먹힐 때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다. 이제, 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너에게 먼저 말하는 것은 나를 제외하고 네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제외다. 강하지만, 싸우기를 꺼려하시니....뭐 됐어.”

나는 고개를 돌려 어두운 곳에서 유일하게 창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길게 길어 버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이제 대부분 미약하지만, 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 제이 역시 마법에 소질이 있고. 물론, 그 녀석이 있었던 몸...아니다.”

“녀석?”

“아니다....흠, 이제 다들 자기 몸은 지킬 능력은 되겠지....얼마 있지 않아 다시 시작될 거 같다. 잠잠하던 보옥, 그리고 생존해 있을 불사교 녀석들....” 

프로얀의 궁금증을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며 나는 차갑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프로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며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런 대화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세상의 멸망과 적응의 시간이 낳은 산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강자의 말은 옳은 말이었고 규칙이었다. 세상은 강한 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 지구에서는 머리로 돌아가던 세계, 신세계는 오직 힘이라는 특수한 능력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나는 지배자가 아니지만, 강자였고 우위의 능력자였다.

그렇게 세상은 뒤바뀌었고 1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배울 것은 없다. 수식, 수인, 마법진에 대한 기초적 지식 역시 다 가르쳤다. 그래 봐야 게임에서 배운 것, 모두 아는 것들이겠지. 그리고 그 마나 호흡법은 빠지지 말고 매일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이것이 내가 가르쳐 주는 마지막 수업이다.”

이미 캄캄해진 밤하늘에 뻥 뚫린 이, 유일한 고층 건물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중앙에는 환한 라이트 속에서 몇몇이 또렷한 눈으로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만한눈, 차갑고 시린 말투였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여린 얼굴 표정이 있었지만 그 한편에는 광기 같은 엄청난 위압감이 숨어 있는 얼굴이었다.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검은색의 망토와 그 등 뒤에 그려져 있는 금빛의 용이 찬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 순간부터 견습마법사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물론, 이 기준은 게임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게임과는 다르게 레벨이라는 개념 대신 깨달음이 주어지겠지만, 이제 각자 해 나가도록, 뭐 살아남는 다면.....이제 해산이다.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말도록.”

“조제현! 똥 폼 잡지 말라니까.”

“똥 폼? 웃기는 군. 꺼져라. 가르칠 것이 없으니까. 난 모든 마법적 지식을 너희들에게 다 가르쳤다. 더 이상 가르칠 것도 없어. 그 위의 단계를 가고 싶다면 각자 연구하도록. 그리고 쓸 대 없는 잡담은 더 이상 받아 주지 않겠다.”

제이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내저어 뻥 뚫려 있는 하늘을 향해 마나를 쏟아 부었다. 그러자 조금씩 하늘이 닫히며 천장이 가로막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누구도 놀라워하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봐 왔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와....저건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잡담은 받아 주지 않는 다고 했다. 너희들도 썩 나가라.”

나의 말에 어정쩡히 자리에 앉아 있던 이 마을의 꼬마 녀석들이 서둘러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1년, 1년이었다. 지금 나의 나이가 열아홉에 달하는 시간이었다. 열입곱 말, 11월쯤에 운석이 충돌한 시기니까, 정확히는 열여덟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열아홉이었다.

“왜, 마법을 가르쳐 준거야. 처음에는 그렇게 꺼려하더니.....모든 마법을.....”

“웃기는 군. 하하하하!”

나는 느끼고 있었다. 조금씩 그 어둠이 한 말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둠이 말한 시기를 정하는 것. 그것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모른다는 건지, 아니면 내숭을 떠는 것인지.

“......가까워지고 있다. 그 선택이. 네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뭘 말이야.”

“웃기는 군. 내숭인거냐. 정말 모른다고 하는 거냐.”

“.......”

나의 직설적인 말에 제이는 약간이지만 당황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지금까지 행동해온 것은 어둠이라는 녀석이었다. 확실했다. 당황해하지 않는 모습으로 전투를 보는 그 얼굴,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고 있는 탐욕과 광오한 눈동자.

“차라도 줄까. 있는 거라곤 야생의 찻잎이겠지만.”

“........”

나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녀석을 지나치며 다시 손을 내 저으며 아공간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곳에서 홍차의 잎같이 생긴 것을 꺼내며 아공간을 빠르게 닫아 버렸다.

이렇게 차를 끓이는 것은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먹을 것이라고는 밥과 야생의 과일 같은 것뿐이었기에 이런 것으로 군것질을 대신했다. 물론 이것이 맛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딸그락!

쪼르륵

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약간 쓴 표정을 지으며 허공에서 찻잔을 향해 완성된 차를 채웠다. 그리고 빠르게 제이의 앞에 높으며 근처 조잡한 의자에 앉으며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제야 녀석도 정신이 든 것인지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후릅

“후우.....역시, 어쩔 수 없나? 조용히 잠들어 있었는데 말이야. 요즘 자주 잠에서 깬단 말이야.”

“역시나. 역시! 전혀 마법에 소질이라고는 없던 녀석이 빠르게 마법을 배울 때부터 이상했다. 네가 제이가 아니라는 것은 이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마법진, 강한 스캔 마법이다.”

“그런가? 너 답지 않군. 무턱대고 움직이고, 생각 없이 사는 녀석 인줄 알았더니.....”

나는 설레설레 머리를 저으며 아직도 뜨거운 차를 한 번에 원 샷을 한 후 한숨을 내셨다. ‘하ㅡ’라고 큰 한숨이 기가 차지 않는 다는 듯이 쳐다보는 제이의 얼굴을 한 어둠이 금빛의 마나를 흘리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하여간,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녀석들은 다 이 모양인가? 어두운 곳을 좋아 한다니까. 하여간, 이제 선택 할 때가 되었다? 뭔가 착각 하는 거 같은데. 그 선택이라는 것은.....”

“안다. 더 이상 지껄이지마라. 네놈의 입에서 그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니....아무튼 나는 준비가 되었어. 그 타이밍이 없을 뿐. 나의 발자취는 이미 남겼어. 처음 접한, 가장 익숙한 마법을....”

“준비됐다라....그럼 얼마 있지 않아 시작되겠군. 나는 먼저 가서 기다리지. 늦지나 마라.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

풀썩ㅡ

어둠은 그런 말을 남기고 금빛의 가루를 흩날리며 천천히 사라졌다. 물론 제이의 육신은 힘없이 옆으로 꼬꾸라지며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들어버렸다.

“준비....준비.”

나는 차갑게 식어 버린 제이의 찻잔을 보며 하루를 꼬박 지새웠다. 그리고 몇 일후 이곳의 평화는 없어졌다. 몬스터들의 침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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