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83/269)

“병신들아. 어서 움직여! 저곳을 막아야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달간의 평화가 계속 될 것만 같았지만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수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더 이상 이곳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침략을 당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멍청한! 그간 배웠던 공격 술은 어디다 버렸어! 어서 몬스터들의 급소를 노려라.”

“으아아앙!!”

구 지구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작지만 큰 마을은 처참했다. 가히 자연의 재해라고 말해야 옳을 듯했다. 마을을 덮치는 무수한 몬스터 들의 무리, 이미 지능적인 지식과 몸놀림도 채계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몬스터들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 몬스터들을 보고 겁먹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나마 공격기술을 배운 자들은 몬스터들을 하나 둘씩 처리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엄연히 한계가 있었다. 축적된 마나의 양도 적거니와 수련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숫자와 정신적으로 이미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아파, 아파.....제발.....”

몬스터의 손날에 베인 어린 아이들,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지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상처 부위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슈각!!

“끝도 없어. 이건, 읏, 정말”

프로얀은 쉴 새 없이 손을 놀리고 있었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나 역시 대단위의 마법을 펼치고 있었지만 좀처럼 몬스터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준비해! 저번에 새겨둔 마법진에 기운을 끌어 모아!”

“그거 단순히 결계 마법이 아니었어?”

“아니다. 공격 마법이야. 딴지 걸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가연이 나의 말을 가로 채며 물어 왔지만 수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로 대화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사전달은 다 들었기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의 주위로 몰려들며 자신들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다.

“으으으으.....”

“살, 살려주세요!”

“으, 으아아악!! 제발, 살려줘! 어떻게 살았는데.....”

아수라장, 아비규환의 말이 어울릴 정도로 주위는 어수선 했으며 처참했다.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던 곳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사람들의 살과 피를 취하며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몬스터들의 포위, 그리고 살육. 마을 주위에 포진한 몬스터들을 막을 방도는 없어 보였다.

“무시해라. 정신을 집중해라. 한 톨의 기운도 아끼지 말고 이 마법진에 넣어라.”

우우우우웅!!

지금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명을 유지 시켜주는 마나마저 불어 넣는 녀석들이 보였다. 이미 모든 마나를 불어 넣은 녀석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닥에서 작은 선혈을 토해 내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법진은 찬란한 빛을 토해 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 소멸의 시간이다. 몬스터.”

나는 강한 기운을 내뿜는 마법진을 컨트롤 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나의 마나를 가미해 모든 기운을 융합하며 지금까지 사용하기를 꺼려했던 퓨전 브레스를 내뿜었다. 현실에서, 처음 사용하는 강력한 공격, 대단위의 브레스가 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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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인터넷이 안대여....내방만여. 참 이상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pc방에서 한꺼번에 올립니다. 집에서 써서, 파일을 이곳으로 옮기는 거죠....

전자사전을 이용,. 이동 usb가 없어서...이런 식으로 올릴수 밖게 없어요...

전쟁, 보옥의 정체

퓨전 브레스

드래곤의 브레스를 흡수해 모든 기운을 집약시켜 사용하는 기술이다. 드래곤의 속성 하나하나가 담긴 최강의 공격기술, 하지만 나는 이것을 하나로 집약했다. 그리고 그 이름이 ‘퓨전 브레스’ 하지만 이것의 진정한 이름은 블링크 디스토션, 공백의 비틀림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판게아, 새로운 지구에서 이 죽음의 브레스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공간을 깨 부시며,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빛의 기둥이....

찌이이잉!

하늘에 수 놓여있는 수십 가지의 마법진이 합쳐지며 거대한 기운을 집약시키고 있었다. 하늘은 떨리고 있었고 지상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옥은 진동을 하며 떨며 기운을 방출하며 찬란한 빛을 토해 내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멸의 기둥, 블링크.....”

우우우웅!!

“....디스토션!!!!”

촤르르륵!!

콰아앙!!!

한껏 고조된 괴물들의 열기와 흥분이 한데 모여 당장이라고 폭발할 듯 한 곳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중심가로 방출되었다. 그리고 그 기둥이 지상에 닿는 순간 보옥은 더욱 밝은 빛을 토해 내며 대륙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하하하. 멍청하게 몬스터에 정신이 팔려 있다니! 보옥은 내가 가져가겠다!”

슈우욱!

순간 보옥의 주위에서 텔레포트가 사용되며 순식간에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정신을 쏟지 않았기에 급히 뒤로 몸을 빼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날아가 텔레포트를 했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하늘로 이동했다.

콰아아앙!!!!

한데 어우러진 굉음이 한데 모인 전 대륙에 퍼져 나갔다. 마치 핵폭발이라도 난 것처럼 지상은 진동하며 강한 강풍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나의 실드에 가로막히며 좌우로 피해 가고 있었다.

“으음.....엄청나다...저게 마법사의 힘?!”

나의 실드 안에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부유 마법까지 걸었기에 지상으로 추락하는 자는 없었지만 공포에 떠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지상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뭉게구름이 자욱이 퍼지고 있었다.

쿠쿠쿠쿠쿵!!

브레스의 중심에서는 아직도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며 괴물들을 헤집고 죽이고 있었다. 괴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피하기 위해 도망을 가고 있었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 그곳에서 지진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부르르르.

지진의 여파, 여진이 발밑으로 퍼지자 몬스터들은 중심을 잃으며 브레스의 열기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화염의 브레스의 속성이 있었던지 ‘화아아악’ 거리며 대지마저 녹이며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솨아악

“큭, 눈이....”

우리가 살던 마을은 이미 불타올라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순간 금빛의 브레스가 우리의 시야를 가리며 모든 사람들은 눈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휘이이잉!!

수십 차례의 바람이 불어오자 우리는 서서히 눈을 뜰 수 있었다. 밝은 빛, 금빛이 어우러져 하늘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 저. 깊이가....”

녀석들의 입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모두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상은 깊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패여 있었다. 이미 몬스터들은 죽었는지 지상에는 단 한 마리의 괴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큰 힘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살아 있는지 상당히 많은 괴물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전 세계, 아니, 이제는 하나의 대륙으로 변한 이곳, 더 이상 인간이 발 디딜 곳은 없어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하하하! 아하하핫!!”

나는 허탈과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쳐다보며 나의 행동을 기다리는 사람을 보니 맥이 풀린 것이다. 모두들 나에게 의지 하고 있었다. 당연한지도 몰랐다. 몸 주위에 흐르는 강력한 마나, 그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갈까?”

“어디로.....”

나는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수백의 사람을 보며 약간의 한숨을 토해내며 아직도 소비 되는 마나를 강하게 끌어 모으며 디딜 곳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로 이동한 우리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 별 말은 없었다.

“이제 지쳤어, 이 세상도, 더 이상 인간이 살 곳이 못 되.....”

나의 앞에서 푸념을 놓는 녀석을 보니 심기가 상당히 나빠졌다. 녀석은 한일도, 도움을 준일도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녀석이었다.

“어처구니없군,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새끼가. 감히 어디서 그딴 소리를 나불거리고 지랄이냐.”

나 역시 지쳤다. 나는 한낱 열아홉이 된 고등학생일 뿐이다. 다만, 다름 사람보다 특이한 능력과 힘을 가졌을 뿐이다.

“제일 지치는 건 나다. 너희들을 보호 하고, 나의 몸을 돌볼 정도로 여유롭지 않아. 차라리 너희들을 버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이익이 남는다.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다.”

나는 지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일어났다. 이미 많이 소비한 심력 때문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느릿한 발걸음으로 모든 사람을 지나쳐 절벽으로 바뀐 곳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을 바라지마라.”

그 말을 하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며 각자 배운 대로 호흡법을 하고 있었다. 이미 이것이 일상이었기에 아무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움찔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미안....네가 그 정도로 힘들어 할 줄은....”

“어째서 나에게 말하는 거지?”

나에게 다가오며 말하는 제이를 보며 싸늘히 말했다. 그러자 약간 글썽거리는 제이가 보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녀석은 평범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그냥 나의 변덕일 뿐이었다. 녀석에게 화를 내는 것은.....

“힘들면 우리기에 맡기면 되지! 안 그러냐?”

“그럼, 우리도 있잖아.”

“괜히 제이에게 화풀이야.”

고개를 돌리자 엉망이 된 몰골로 서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하나 같이 자신감과 힘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약간의 희망으로 서 있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표정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죽어 있었다. 차갑게 식어 버린 가슴속 열기는 다시는 타오르지 않았다.

이미 나에게는 열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 자를 만나고 싶다는 호승심도 없었다. 하지만 녀석들을 보면 웃을 수는 있었다.

시익ㅡ

나는 녀석들을 보며 정신적 피로를 풀고 있었다. 나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녀석들이 나의 한구석을 크게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우우우우웅ㅡ

“아.....이것이....보옥!?”

“감축 드립니다. 교주! 드디어 영생의 보물을.....”

강한 기운 때문에 강한 반발력이 생겼지만 추하게 생긴 남자가 그것을 잡자 작은 진동만 낼뿐 손아귀에서 벋어 나지 않고 있었다. 손에 잡은 보석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밝은 빛이 나며 탐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추한 얼굴의 사내 뒤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부복하며 대기 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굴리며 힐끔거리며 한번이라도 보옥이라는 것을 보기 위해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후후후후ㅡ 이게 젊음을 준 다라....덤으로 이 추한 얼굴도....흐흐흐흐”

녀석은 거칠고 보기 흉한 볼을 그 보석에 대며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것인지 천천히 그 보옥을 입 쪽으로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보옥이 입속으로 사라지자 녀석은 희열에 찬 얼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불노불사에 더 이상 추한 얼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크하하하”

녀석은 끝도 없는 괴소를 내뱉으며 천천히 마나를 유동시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밝은 빛이 토해져 나가며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빠아아악, 빠각

화아아악

녀석의 몸에서는 강한 기운과 함께 뼈가 뭉개지며 몸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끝도 없는 비명을 내 지르고 있었지만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희열에 차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녀석의 몸은 점점 불어나며 끝도 없이 커져 갔다. 그리고 등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색과 밝은 색깔의 날개가 돋아났으며 입은 길쭉하게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복부에서는 또 하나의 입이 생겼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눈 꼬리는 점점 커져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팔을 길쭉하게 찢어지며 강한 톱날이 생겨나고 있었다. 손톱이 있던 자리는 강한 손톱이 생겨났고 무엇이든 찢어발길 듯 한 모습이었다.

쿠워어어어어!!

“안 돼, 이건 아니야! 이건!!”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들어 주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발에 밟혀 죽어 있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도 무기를 뽑아 들며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그리고 그 보옥을 먹은 남자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 점점 괴물이 되어갔다. 

“이게, 이게!! 이건.....안 돼!!!”

괴물이 되어 버린 녀석은 그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인간의 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그 괴물은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치며 어딘 가로 날아 가고 있었다. 보옥의 정체는......괴물을 만들어 내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힘을 소유한 괴물을.....

사투, 그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도시의 야경과 쏟아져 내리는 붉은 빛과 푸른빛의 네온사인의 간판...사람들은 이것들을 바라보며 도시의 전경을 보고 즐거워하며, 슬픔에 잠겨 있을 테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런 여유 따위는 없었다.

사박ㅡ 사박ㅡ

나의 발치, 발목까지 차오른 눈이 차갑게 나의 발을 얼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블랭크 디스토션(퓨전 브레스)를 사용한 후 더 이상의 몬스터들의 침략과 공격은 하지 않고 있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기운들과 새롭게 생긴 기운을 빼고는 예전의 그대로였다. 전혀 줄지 않는 몬스터들과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 이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음식들만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헉.....헉!...헉!!!”

나에게 정신없이 뛰어온 가연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나의 정신은 무뎌졌고 더 이상 희노애락과 같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나는 무언가의 욕심과 삶에 대한 집착은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쯤이라면 한 여름의 시작이겠지만 지금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연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고 가슴속의 심장소리는 땀방울에 맞춰 콩닥콩닥 세차게 뛰고 있었다.

“리커버리(Ricovery)”

나는 회복주문인 리커버리를 무심히 가연에게 걸어주고 하늘을 향해 있던 시선을 가연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가연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헉!....어? 아.....고마워.”

가쁜 숨을 토해 내던 가연은 나의 마법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의 고마움을 표하고는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굽히며 발치에 쌓여있는 눈을 한움쿰 쥐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무슨 일....?”

“오물, 오물. 아....살 것 같다.”

가연은 나의 말을 들은 것인지 듣지 못한 것인지 눈을 살살 녹여 물로 만든 후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 이런 눈을 먹는 것으로 식수를 대신했다. 물론 환경이 변한 후 전혀 오염되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용납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러워서 먹지 못할 것은 여기서는 전혀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 말 없는 건가? 그럼.....”

사박ㅡ 사박ㅡ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검은색의 망토를 휘감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복장이기에 아무런 거리낌과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예전의 몇 가지의 표정이 있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저기, 잠깐만.....”

가연이 입을 열자 나는 움직이는 몸을 우뚝 멈췄다. 하지만 나는 몸을 틀지 않았다. 무례한 행동이지만 가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이 침착하게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 묻기가 미안하지만, 요즘 왜 그래? 우리를 피하는 것도 아니고, 친근하게 대해 주는 것도 아니고....”

휘익

가연은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다는 듯이 몸을 흠칫거렸다. 하지만 곧 다시 몸을 바로 잡으며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에 미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행동이 이상한가? 모르지....나 역시, 왜 이런지.....그건 나의 힘의 영향 때문이겠지. 나 자신도 모른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돌아가라. 새로운 기운이 이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요즘 들어 느껴지니까.”

나의 말에 가연은 약간 발끈 한 것인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약간의 마나를 유동시키며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게 했다.

“컨트롤 웨더(Control weather)의 응용이다. 너도 배워야 할 마법이지.”

나는 그 말을 남기고 예전부터 찾아 가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가하게 있을 정도로 시간이 썩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능력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은 어찌 했을 지라도 불사교가 가져간 보옥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점점 기운이 강해져 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라....”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기운이 순간 나에게 쏘아져 오는 착각이 들었지만 예민한 기감 때문이라고 취급했다.

“정체불명의 기운이여.....”

나의 입에서 강하게 외쳐진 소리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를 향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메아리가 치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하는 수련이 시작되었다.

파아아앗!!

하나의 검은 안개를 이룬 마나가 나의 몸을 휘감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기운이 다시 나에게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의 기에도 아무렇지도 않는 다는 듯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 수십 갈래로 퍼진 기운이 나의 몸을 향해 빠르게 쇄도 해 들어와 부딪히기 직전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기운이 나의 몸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듯 한 기세로 날아들었고 뒤덮었다.

그때 나의 눈이 떠졌다.

"블러드 네일!“

파아앙!!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로 인해 날아들던 검은 마나가 깨지고 흩어져 버렸다. 주위의 암벽마저 가루로 만들어 버렸던 기운을 한순간의 휘두름으로 형체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린 것이다.

주르륵

하지만 모든 것을 막지 못했던지 망토가 가려주지 못한 옆구리 쪽에 작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검은 기운이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멀었군”

그런 무심한 말을 내뱉고 다시 몸속으로 갈무리 했던 기운을 순간 폭사 시켰다.

“헬 브라스트 (Hell Blaster)”

꽈꽈꽝!!!

나의 양 손의 검지, 중지, 약지에서 튕겨진 마나가 주위의 모든 벽을 투사하며 벽을 부수고 있었다. 순식간에 여섯 곳이나 되는 곳에서 폭발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가자 쌓여 있던 눈이 순식간에 경사를 타고 눈사태를 만들어냈다. 

주위의 지형을 고려 할 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나의 수련 때문에 조용히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실드를 펼쳐 내며 눈을 막아 내고 있었다.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나의 입에서 빠르게 시동어가 튀어 나오며 주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을 얼려 버렸다. 그러자 더 이상 주위에는 흘러내리는 눈이 없었다. 허공에 떠 있던 눈은 그대로 얼어 버렸고 작은 물방울은 그대로 얼음조각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 말 그대로 빙정의 폭풍이었다. 물이, 눈이 왜 어는지 아는가? 그 물체가 가진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이 마법의 파훼법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 빼앗기는 열보다 더욱 많은 열기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아주 지랄 발광을 다하는 구나.”

스르륵

하늘로 약간 떠 있는 나의 몸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나에게 그런 망발을 한 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제이를 비롯해 수강, 가연, 프로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들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한 모습이었다. 주위는 모두 허허 벌판, 구멍이 나 있던 자리에는 눈이 가득차고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얼음의 대지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더 이상 이런 수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 너희는 이곳을 떠나 멀리 도망가라....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빠르게 날아오는 기운이 점점 가까워져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나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기운이었다. 백색의 마나와 알 수 없는 기운이 뭉쳐져 있었다. 나의 마나를 넘는 강한 기운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군.”

나는 전신에서 풍겨나는 죽음의 기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나의 모습에 녀석들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히죽 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수 있었다.

이게 바로 죽음의 두려움 따위가 아니라. 호기, 호승심의 한 일종이라는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될지도 모르는 호승심이었다. 아직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와라.......”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녀석들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있는 거처를 향해 걸어갔다.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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