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어어어어!!!!”
펄럭! 펄럭!!
엄청난 존재감을 더불어 강한 마나를 방출하는 존재가 빠르게 일직선상의 거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땅은 갈라졌고 공기를 부서졌다. 그것은 그 괴물의 발자취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날카롭고 위협적인 손톱에는 피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 괴물은 요사스런 외침을 내뱉고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기운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고 약간의 분노를 내뿜듯이 가쁜 숨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닥치는 대로 살아 있는 생명체인 동물이나 괴물을 죽여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해 나무와 돌 같은 것들도 무차별 적으로 부수고 지나가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
이른 새벽, 해가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굉장히 시간이 빠르게 흐른 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쪽 하늘에서 동쪽 끝의 하늘에까지 머문 붉은 빛의 햇살이 눈부시게 나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눈이 뒤덮은 하얀 공간이 붉게 물들며.......
그 햇빛은 왠지....새빨간 피로 가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눈에는 분명 따뜻한 햇볕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이지만.....오늘따라 유난히 핏빛으로 보였다.
부스럭.
“저......조제현....”
뒤에서 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가연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의 시선은 붉은 빛이 감도는 하늘로 향해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야 네가 도망가라고 한 것은 저 강한 기운 때문이겠지만....우리를 노리는 녀석이지만, 우리는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그 적이 강하든 약하든 상관하지 않고.”
가연의 말은 어쩌면 건방진 말이었다. 강한 기운이 세찬 바람으로 불어오는 마당에 맞서 싸우겠다니. 도망이라는 수식어는 수십 번도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나의 기운마저 뛰어 넘을 정도였다.
“후유......”
나는 천천히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남은 잔해인 큰 절벽 쪽에 쭈그려 앉았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아찔한 광경이겠지만 나에게는 감흥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다만 마음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뻥 뚫어 주는 곳일 뿐이었다.
“너희들이 죽든 말든 내 알바 아니다....살고자 하면 도망가라.”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절벽에 쭈그려 있던 무릎을 펴며 싸움에 대비해 명상에 들어갔다. 나의 행동에 주위의 사람들은 군말 없이 조용히 흩어져 각자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누구도 묻지 않았다. 누구와 싸워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그건 각자의 몫이었다.
한참이 지난 오후에서야 그 괴물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났다.
게임에서 치자면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을 능가하는 크기였고 등 쪽에 붙어 있는 날개는 마족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날개와 이마에는 여러 개의 뿔이 나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입이 복부에서 조용히 닫혀 있었다. 더욱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이었다. 여타의 몬스터들을 능가하는 근육과 빠른 스피드를 낼 것 같은 큰 몸집은 가히 무적이라고 할만 했다.
“쿠와아아아아.....쿠워어어어어!!!”
이 괴성을 시작으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와라!!”
나는 등 뒤에서 펄럭이는 검은 금빛의 용무늬가 새겨져 있는 망토를 젖히며 양손을 빼내며 수인을 더불어 블러드 네일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양손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핏빛의 손톱이 생겨나며 요사스런 기운을 흘리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수없이 수 놓여 있는 파이어볼이 대기 하고 있었다.
또한 나의 주위에서도 프로얀이 단검을 뽑아 올렸고 수강과 가연, 제이 또한 할 수 있는 능력을 사용 하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한번 흘겨보며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빠른 페이드 스텝까지 밟았기에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의 빠른 스피드로 괴물을 향해 뛰어 들고 있었기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좀처럼 몸으로 하는 공격을 잘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모습이었다.
“가랏!!”
나의 눈앞에서는 붉은 빛의 파이어볼들이 붉은 색의 사슬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맹렬하게 괴물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괴물은 피할 생각인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지만 피하기에는 한참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꽝, 꽈과광!, 펑!!!
수많은 파이어볼들이 괴물의 피부에 닿자 하얀 막에 가로 막힌 것처럼 이상한 막에 다 터져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마나였다. 그것도 순백색의 마나가 괴물의 몸을 휘감으며 나의 파이어볼들을 가로 막는 것이 눈에 똑똑히 보였다.
“강한 항마력을 가졌다면 물리적인 공격은 어떠냐?!”
쇄에에에에엑!!
나의 몸이 앞으로 쏘아지며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빠르게 출수된 손이 녀석의 무릎 쪽으로 찔러 들어갔다. 아무리 강한 항마력을 가졌다고 한들 이처럼 빠르고 강한 기운을 품은 블러드 네일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거리와 시간차를 둔 공격을 커버 할 정도로 녀석의 움직임은 컸다. 또한 나의 마법처럼 순간 텔레포트를 한다면 모를까.....
챙!!
당장이라고 녀석의 무릎은 갈라 버릴 것만 같던 나의 블러드 네일이 힘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강한 막도 아니고 얇은 막으로 둘러싸이며 나의 블러드 네일을 기이한 각도로 틀어 지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의 블러드 네일을 막아선 것은 녀석의 원천 마나 인듯했다. 아니면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녀석의 마나가 주인을 보호 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유동하는 거대한 마나가 순간 나의 블러드 네일을 틀어 버리며 막아 선 것이라면 충분히 설명되는 현상이었다.
“과연 보옥에서나 느껴지던 마나의 기운.....”
나는 보옥의 기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의 효과를 나타내리라고는 짐작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옥을 가져 간 것은 불사교의 교주였기에 눈앞의 괴물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순백의 마나, 그리고 정작 몸을 유동하는 것은 보옥의 마나, 이 두 가지의 마나는 물과 기름처럼 다른 길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쭈르르륵....치이이익
나는 최대한 강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몸에서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워낙 빠르게 마법진을 더불어 수인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의 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크 캐논(Dark Cannon)”
다크 캐논, 어둠의 광선을 쏘아 보내 터뜨리는 고위급의 흑마법이었다. 이것을 사용할 정도의 사람은 가연 하나뿐이었다. 그 시동어와 함께 나의 볼을 스쳐 지나가며 괴물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고 있었다.
그 외침과 함께 검은 빛의 기운이 지나가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동시에 괴물은 작은 괴성을 내지르며 분괴하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어!!”
괴물 자신에게는 작은 소리였을지 모르나 작디작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괴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손에서 떨어지는 작은 핏방울들이 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마법진은 흐트러져 가고 있었다. 더불어 나의 시선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
“어.......어째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발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의 목소리는 세차게 떨렸고 온몸이 떨려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마나를 감지해 피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껏 적들의 움직임을 잘 포착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마나로 괴물의 움직임을 포착 할 수가 없었다.
마법사나, 검사에게는 제2의 눈이 되어주는 마나의 눈, 강해지려는 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이자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감지되지 않는 괴물의 움직임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릴 위기에 처해 버렸다.
이 기술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 동체시력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다. 자만, 이건 자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진에 정신이 팔려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지 못한 나의 과오였다.
휘우우웅!!
괴물의 발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자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텔레포트로 피하자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렇다고 페이드 스텝으로 피하자니 녀석의 발이 너무 컸다.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땅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었다.
“디그(Dig)!!”
나는 빠르게 디그 주문을 외우며 땅속으로 들어갔다. 괴물의 무게까지 생각해야 했기에 엄청난 기피에 들어가서야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제현아!!”
순간 괴물의 발이 떨어지기 직전 작은 소리가 새어 들어왔지만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깊은 어둠속에 갇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기는 미약했으며 공간은 좁았다. 그리고 괴물의 발을 통해 전해지는 중력의 마나가 나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단순한 행동에 마법적인 힘이 들어있다는 것이, 녀석의 움직임은 물질적인 공격임과 동시에 마법적인 공격도 가미 되어 있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레벨이 맞지 않는 승부였다.
구우우우우..
조금씩 녀석의 발이 떨어지자 신선한 공기가 구덩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컥, 컥!”
나는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깊게 쉼 호흡을 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녀석의 약점을 찾아야 했다. 얇게 수 놓여 있는 녀석의 방어막도 뚫어야 했고 어떤 공격이 잘 먹히는 지도 알아야 했다.
적의 움직임과 약점, 적의 공격을 파훼하는 전투적 센스는 검사에게는 필수였다. 부수적으로 치명적인 공격하는 것 역시 전투 감각에 들어갔다. 마법사에게는 공격할 타이밍, 적의 마나의 유동과 흐름을 알아야 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전투 센스였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괴물의 움직임은 최소였지만 컸고 마나의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정작 느껴지는 마나의 유동은 작았다. 이것은 치명적이게도 나에게는 위험요소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처럼, 괴물을 알 수 없었다.
“제현아! 괜찮아!?”
나의 귀에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자신들의 목숨이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들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녀석들의 시선을 회피 하며 꿋꿋이 괴물을 노려봤다.
우우우우웅!!
나는 괴물을 노려보며 양손에 강한 기운을 불어 넣었다. 상대는 강하고도 강한 보옥의 괴물이었다. 그것도 항마력과 물리방어력이 극 최상에 속하는 최악의 괴물,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법이었고 물리 공격이었다. 즉, 큰 마법이나, 강한 물리 공격을 동시에 이루어야 어느 정도의 승산이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으로도 괴물의 방어막을 뚫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만큼 녀석의 방어막은 절대적이었다. 큰 마법의 사용은 어느 정도 녀석의 방어막을 뚫고 난 후에나 가능 할 것이었다. 우선은.....녀석의 방어막을 뚫어야 했다.
“우리도 도와줄게!”
녀석들은 한 입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도움, 그것은 지금 나에게 절실한 말이었지만 녀석들의 공격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녀석들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혼자 싸우고 있었다. 혼자 해결 해야만 했다.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되기에 나는 강해야 한다.
“간다.....!”
나는 나 자신 혼자만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외친 뒤 괴물을 향해 물리적인 공격을 더불어 마법적인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수십 발의 마탄과 마법들, 블러드 네일,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은 모조리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나의 마나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가고 있었지만 괴물은 여전히 건재했다.
괴물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녀석의 얼굴은 마치 싸늘한 웃음을 띠는 듯했다.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쿠워어어어!!”
그 순간 괴물이 이상한 소리를 내 뱉으며 움직였다. 뼈로 만든 갑옷처럼 닫혀 있던 복부의 입이 활짝 열리며 보옥의 마나와 순백의 마나가 모여 들며 강한 마나의 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빠르게 모여든 마나가 쏘아지며 거대한 섬광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복부에서 뻗어 나간 빛의 기둥이 나의 망토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뒤쪽의 돌로 만들어진 산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그 기둥은 끝도 없이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큭!!!”
망토 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옆구리 까지 살짝 스쳤기에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출혈이 있는 곳을 손으로 급히 막으며 마법을 시전 했지만 피만 그칠 뿐 상처의 고통과 부상당한 부위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듯하게 없어진 다친 부위를 보며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최강의 방어를 자랑하는 망토가 소멸했다. 최고위의 회복마법이 먹혀들지 않는 다. 그 말은 그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마디로 소멸을 뜻했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나는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아........”
그 모습에 사람들은 전의를 상실 한 것인지 움직이던 몸을 굳히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틈을 타 괴물은 발을 들어 멍하니 있는 사람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죽음, 피가 괴물을 발에 덕지덕지 붙으며 절대자의 위용을 과시하듯 괴성을 지르며 날뛰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어!!!”
펄럭, 펄럭!!
저 괴물은.....그야 말로 최강이었고 먹이 사슬의 최고봉이었다.
부들부들..
나는 떨려왔다. 저 괴물의 사나운 눈빛이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묘한 흥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최초의 결심이 생겼다. 저 괴물만큼은 어떻게 처리하자. 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어떻게든 없애 버리자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세월 동한 함께 지낸 사람들의 얼굴이.....그리고 좀처럼 보이지 않던 나의 눈가에는 약간의 흐릿한 물기가 어렸고 곧 핏빛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나의 눈동자 역시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사투, 그리고.....?
나의 눈동자는 붉은 색으로 점점 물들어갔다. 잠시 후, 나의 눈에서는 붉은 빛이 폭사되면서 뒤쪽에서 펄럭이고 있던 망토를 거칠게 뒤로 휘감으며 하늘로 비산하는 몬스터를 쳐다봤다.
“저 녀석에게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공격의 순간. 마나의 흐름이 집중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의 마력 장은 제로.....녀석의 약점은 공격의 순간!!”
나의 말은 은밀히 주위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에게로 전달되었다. 조그마한 힘이라도 빌려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싸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약점만 이야기 해 줬을 뿐이었다.
나의 말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며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수강과 프로얀은 모호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 있었고 가연과 제이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고치며 약간 움찔 거렸다. 몬스터의 실력이 나보다 위라는 것을 모두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두들 떨던 몸을 무표정, 평온의 상태로 바로 잡았다.
수강과 프로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녀석이 공격을 유도 하기만 하면 되는 건가?”
수강과 프로얀의 말에 나는 약간 움찔했다. 그러나 나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로 입을 열었다.
“네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다.”
나의 말에 수강과 프로얀은 눈을 빛내며, 강렬한 투 기를 발산시켰다가 다시 갈무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도 부탁의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주위를 살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 역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현이가 말한 대로 우리들은 저 몬스터가 공격을 하기 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물론 실제 전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현이겠지만 이 것 역시 중요한 일이야. 각자의 목숨은 각자가 챙기도록 해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말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주 위의 분위기는 서서히 냉각되어가기 시작했다. 모두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으로 전멸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까의 빛의 기둥으로 그토록 강하던 제현이 상처를 입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전투에도 상처입지 않던 강자가...그 말은 자신들은 그 빛을 보는 순간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크워어어어어!!!”
하늘을 주행하며 주위를 돌고 있는 괴물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강한 날개 짓에 땅에는 먼지가 자욱이 하늘로 비산했고 괴물의 괴성에 바위들은 깊숙한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람들의 귀에서는 실선 같은 핏줄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녀석의 마나는 강력했고 또 강력했다.
이윽고 50미터나 될 범 직한 거대한 몸뚱이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웅!!!
녀석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자 게임에서 봤을 범직한 거인족의 진노와도 같이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압적인 기세는 드래곤의 드래곤 피어와도 같았고 녀석의 육중한 몸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녀석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녀석의 몸체는 흡사 철갑을 두른 듯이 무수히 많은 철 조각들을 붙여놓은 듯했다. 게다가 이마 부분에 길고 날카롭게 생긴 검은 색의 뾰족한 뿔이 햇빛에 비치자 요사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휘이잉!!
녀석의 지상에 작지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녀석의 날개짓이 멈추었다. 그 날개짓이 멈추고 나서 강한 강풍이 몰아쳐 먼지들이 하늘로 치솟았고, 그제서야 녀석은 움직일 생각을 한 것인지 쿵쾅거리며 우리에게로 서서히 다가 오고 있었다.
“키우우우우!”
녀석의 울음소리는 마치 나약한 토끼를 몰아넣은 맹수가 사냥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조소 어린 울음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풀려있던 마음을 더욱 긴장시키며 공격을 대비하는 한편 녀석이 빛의 기둥을 쏘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이거 은근히 떨리는데.......?”
수강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양손의 깍지를 끼며 손의 체온을 높였다. 그 모습은 수강만이 아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이었다. 그 옆에 대기하고 있던 프로얀은 수강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웃음을 지었다.
“훗, 그런다고 강한 녀석이 약해지겠어? 긴장해봐야 소용없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맹수는 약한 녀석을 먼저 죽이니까.”
프로얀의 말을 들었을까, 모두들 긴장한 표정을 없애며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모두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얀의 말은 적절했다. 맹수는 약한 존재, 즉, 무리로부터 소외된 존재를 먼저 공격하고 죽인다. 그것이 야생의 법칙이요,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뭉치면 산다. 흩어지면 죽는 다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후ㅡ"
“간만에 움직이는 느낌이야. 내가 먼저 간다!”
프로얀은 한숨 같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조용히 뒤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거대한 몸집의 몬스터에게 돌진했다. 프로얀의 움직임은 사푼거렸다. 하지만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하며 잔상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끝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잔영만 남긴 채 쾌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우웅!!
파지지직ㅡ파직!!
달려가던 프로얀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 빛의 단검이 더욱 붉은 빛을 내더니 찬란한 색의 오라가 생기고 있었다. 단검에서 솟아 오른 오라는 3미터 가량을 더 치솟고야 멈추고는 붉은 실선들이 한곳에 뭉치며 유형의 오라를 만들어 냈다. 그것도 모자라 단검의 주위에는 스파크가 생기더니 더욱 강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쾅!!!
그 강한 기운이 몬스터의 몸주위에 닿자 강한 반발력과 함께 커다란 소리를 내며 전투의 스타트를 끓었다.
“와아아아아!!!”
“버러지 같은 몬스터를 처단하자!!!”
긴장하고 있던 자들은 어느새 강렬한 투지를 내뿜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을 사용하며 전방에 있는 커다란 몬스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기세는 꺾이지 않으려는 혼신을 다한 목소리, 긍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가 맡은 부위를 강하게 내려찍거나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작전대로 몬스터는 가소로운 듯이 손을 내 저으며 공격했지만 짜인 각본인양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몬스터를 귀찮게 하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