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허억.”
사람들은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저 큰 덩치의 몬스터에게 몸이 깔리거나 거대한 팔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눈에 보였다.
주르르ㅡ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줄기의 땀방울은 목을 타고 흘러 내렸고 등을 축축이 적셨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더운 몸을 식히자 전율이 찾아 왔다.
수강은 바람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정신을 집중해 몬스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수강은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거나 틈을 노려 강한 바람의 칼날로 육중한 팔에 기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떠한 위력적인 공격에도 작은 생채기하나 나지 않고 튕겨져 나왔다.
“크르르르”
몬스터는 귀찮다는 듯이 한차례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프로얀의 양손에 잡혀 있는 단검에서 붉은 빛이 발하더니 녀석의 눈을 향해 찔러 갔다. 순간적으로 시각을 잃은 몬스터는 허둥댔지만 이미 쏘아진 두 줄기의 붉은 빛이 녀석의 눈을 훑고 지나갔다. 약간의 반발력이 있었지만 한곳에 밀집된 프로얀의 기운이 녀석의 눈에 침범하며 작은 생채기를 내고 지나가 버렸다.
슈악!!!
쾅!!
베이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굉음과 함께, 먼지가 대지를 뒤집었다. 하얀 눈은 이미 누렇게 변해 있었고 먼지 속을 노려 보는 괴물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프로얀은 순간 회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의 미소는 먼지가 걷히는 순간, 찌푸려져 있었다.
“젠장, 저 녀석은 괴물인가? 아니, 괴물이 맞긴하지만...아무리 괴물이라고 최대한의 기운을 불어 넣은 공격에도 상처하나 입지 않다니....그것도 마나의 유동이 가장 적은 눈에.....”
프로얀은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프로얀의 사고는 공허와 허무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멍한 눈동자로 하늘을 쳐다보며 멈추어서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도 무인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멍한 눈동자는 다시 사납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위험인자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쿠르르르!”
몬스터는 날카로운 뿔을 낮게 내려 깔며 프로얀을 쳐다보며 손을 놀렸다.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손톱이 정확히 프로얀의 미간을 향해 내리꽂고 있었다. 팔의 무게와 떨어지는 속도가 더해지자 엄청난 속도로 프로얀을 덮쳤다.
쾅!!!
“프로얀!!”
수강과 가연등 여러 사람들이 프로얀의 이름을 불렀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강한 괴음과 먼지구름, 그리고 선홍빛의 붉은 피가 하늘에 수놓이며 사람들의 시각과 시간의 흐림이 멈춘 것 처럼 느리게 흘러 갈 뿐이었다.
“컥, 컥!!”
먼지가 걷히자 처참하게 변한 프로얀의 모습이 들어났다. 여전히 서 있는 자세를 유지 하고 있었지만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선혈은 복부의 배꼽까지 찢어발기고 지나간 자국이 보였다. 그 틈에서는 쉴새 없이 피가 세어 나왔고 입에서는 검붉은 색의 피가 꾸역꾸역 세어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요, 제가 치료 해 줄 테니”
아주머니가 빠르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몸속에 기운을 집어넣으며 상처가 난 부위를 마나로써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베어 나오던 피가 줄어들더니 출혈이 멈추었다. 하지만 진탕된 내장과 기운은 마구 들끓으며 몸을 헤집으며 밖으로 빠져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ㅡ
아주머니가 노력했지만 프로얀의 기운은 점차 줄어가더니 생존 할 정도의 마나만이 남아 있었다. 더 이상 프로얀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마나는 전혀 남지 않았다. 단전이 찢어졌고 더 이상 무인으로써의 생명도 다한 셈이다.
“정신 차려! 이정도로 나는 죽지 않아. 너희들은 저 괴물이 강한 기술을 사용 하게 만드는 것을 잊지 마라고!”
프로얀은 자신의 마나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눈을 빛내며 투지에 찬 함성을 지르며 더욱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을 공격했을 까 괴물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날개를 활짝 좌우로 펼쳤다. 그리고 양 팔을 밑으로 내려 깔았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두 번째 입인 복부에 붙은 입을 벌리며 강한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카르르르르륵!!
거친 충격음과 사나운 비명이 들리듯이 녀석의 복부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나며 은빛의 입자가 서서히 모여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은빛의 기운은 성스러운 기운이 아니었다. 추악하고 악한 기운이었고 피의 냄새가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지금이야 말로!”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나는 마나를 급히 끌어 올리며 녀석의 복부를 향해 다크 퍼니쉬먼트를 날렸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용언이 발하며 강한 의지가 녀석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검은 색의 구가 빠르게 녀석의 입 쪽으로 움직이며 끌어 올리던 기운을 캔슬 시켜 버렸다.
그러자 상황은 일사 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입속에 틀어 박힌 다크 퍼니쉬먼트는 주위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세력을 확장시켜갔다. 검은 구가 커져갔고 드디어 한계치에 달한 것인지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동시에 폭발음이 들려왔다.
휘이이이이ㅡ쾅!!
꽈꽈꽝!!!!
여러 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뼈까지 시릴 정도의 추위를 동반한 바람이 우리를 덮쳐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괴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먼지가 피어 올라 괴물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경쾌했다.
“이겼어.”
“우린 살았다고!”
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했다. 강한 다크 퍼니쉬먼트의 상황역전극, 그리고 나의 입가는 묘한 미소가 그려지며 유채색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하지만 그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왜냐하면, 녀석이 다시 먼지를 뚫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방금 위험했다. 인간이여.....작전은 좋았다.”
말하지 못 할 것 같은 하등 두뇌를 가진 것 같았던 몬스터가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유창한 인간의 언어였다. 나는 녀석의 말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절은 하지 않았지만 심력소모가 큰 탓이었다.
“왜, 놀랍나? 후후후, 그 녀석의 몸에 뿌리를 내린 것이 이처럼 좋을 수 없군. 비록 일천한 몸이었지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으니.....이 몸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상을 내려야지...”
몬스터는 흉포함을 더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날개 짓을 하며 높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또 다시 녀석의 입에서는 강한 기운이 몰아쳤다. 나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움켜쥐며 일어섰다. 그리고 나의 최후의 절기인 블링크 디스토션을 사용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집약 시키며......
사투, 그리고.....?
하늘은 온통 새까맸다.
.......그런데.....그런데 하늘의 한 가운데는 강렬한 기운을 동반한 밝은 빛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제현! 조제현!!!!”
“야!!!”
나의 귓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들은 강제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밝은 빛의 기둥과 함께, 수십 가지의 마법진이 형성되어 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몸에서는 검은 빛이 띄더니 공격범위 밖으로 이동되기 시작했다.
“바보들아.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얌전히 나의 마나를 받아 들여라.”
나는 나의 마나를 거부 하는 제이와 가연, 수강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미 프로얀은 옆에서 수강의 도움으로 강제 텔레포트를 거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조금씩 마나를 받아들이며 순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의 눈에서는 작은 이슬 같은 물기가 어리며 수십 가지의 생각이 교차 하고 있었다.
솨아아아!!!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시작으로 나의 눈가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보는 사람도, 근처에 있는 생명체는 하늘 위에서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는 몬스터 뿐이었다.
“얼음보다 차가운 어둠.....어둠보다 더 어두운 암흑(暗黑).....밤보다 더 깊은 심연(深淵)......“
블랭크 디스토션의 영창 주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갑고 어두운 기운인 실버 드래곤의 기운과 블랙 드래곤의 기운이 합쳐지며 차갑고도 어두운 기운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나의 주문 영창이 진행되어갔다...그리고 조용하던 하늘은 요동치고 있었고 하늘은 번개와 더불어 비가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법진 주위로 몰려오던 빗줄기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리며 중력이 받지 않는 듯이 하늘에 멈추어 서 있었다.
조용하던 주위는 나의 마나로 인해 들끓고 있었다. 맹렬하게, 빠르고 경쾌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어 커다란 흐름이 되어 나의 주위를 맹렬히 회전하며 다음의 기운을 만들어내기 위해 준비 하고 있었다.
나는 블랭크 디스토션을 완벽하게 펼처 내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의 기감, 감각, 후각을 통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나의 주문에 의해 커져가고 있는 어둠과 냉기의 힘이 반응하며 나의 몸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흔들리는 존재, 금빛의 어둠이여, 나 여기 모든 힘을 사용하고자 한다. 나, 바란다.....! 그리고 나 맹세한다!!”
조금씩 블루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의 기운이 모여 들며 마법진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린 드래곤의 기운이 몰려들며 날카로운 녹색의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나의 몸을 감싸며 빗방울들을 다시금 하늘로 부양시키고 있었다.
‘젠장, 과도한 마나 집중 탓인가?!’
살심에 사로잡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때처럼 지금은 그 반대로 너무나 나의 몸을 잘 컨트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주위에는 과도하게 집중된 자연의 마나와 나의 본신의 마나가 뒤엉키자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여 들어 있었다.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고통에 찬 비명소리 대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품는 다며 몸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블링크 디스토션, 예전에 사용 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최소의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마나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순수 자연의 기운!
그것만으로도 강력했고 어떠한 적이라도 물리 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불어 넣고 있었다. 주문도 서서히 막바지에 들어 있었다.
“나의 앞을 막아서는 모든 어리석은 자에게 심판의 기둥을......!!!!!”
나는 감겨져 있던 눈을 뜨며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목에서는 확성 마법도 걸린 것도 아니었고 리플레이스 사운드를 펼친 것도 아닌데 주위의 사방위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나의 음성이 네 군데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의 얼굴에는 힘줄과 더불어 핏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고 입에서는 끈임 없이 실선 같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뚝....
뚝....
후욱, 후욱!!
엄청난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나의 귀에는 몬스터의 숨결과 나의 입에서 떨어지고 있는 피 방울의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크워어어어어!!!!”
몬스터는 큰 함성과 함께 자신의 복부에서 뿜어진 거대한 흰색의 기둥이 수직으로 나에게 쏘아 졌다. 나는 뒤질세라 주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구동어를 끊어서 외쳤다.
“블! 랭! 크! 디! 스! 토! 션!”
구우우우우웅!!!
슈아아아앙!!!
반지름이 대량 5미터 가량의 마법진에서 뿜어진 검은 빛의 기둥이 하늘에 떠 있는 몬스터가 뿜어낸 기둥을 향해 정확히 뿜어지고 있었다. 강한 기운과 강한 기운, 빛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이 부딪히자 강한 반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찌지지직!!
주위는 강한 반발력으로 생긴 역 중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상의 지각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먼지를 내뿜었고 사람 머리만한 돌덩이들이 놀랄 만큼 가볍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크으윽, 젠장!”
찌지지직!
조금씩 나의 블랭크 디스토션이 밀리고 있었다. 조금씩 밀리던 것이 빠른 속도로 나에게로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어떻게, 어떻게.......!!!”
순백의 섬광이 검은 빛의 기운을 뚫고 나에게 날아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의 동공을 가득 메운 밝은 빛의 기둥과 하늘위에서 비웃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몬스터의 괴기스런 입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없이 뒤로 물러나고 있는 나의 마나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차르르릉!!!
이것은 마나의 차이였다. 녀석은 자연의 마나는 물론 본신의 마나까지 나를 뛰어 넘고 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참히 무너질 줄은 몰랐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들 이길 수 없었다. 강한 물량과 정신력이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했다. 녀석은 정신력은 물론, 마나의 양까지 상위에 속해 있었다.
멀리서 이 현상을 보고 있는 자들도 머릿속으로 이젠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연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수강은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제이는 멍한 눈으로 빛의 기둥을 보고 있었고 프로얀은 힘없다는 듯이 바닥을 보며 이슬 같은 물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이젠.....끝?!’
나는 체념적인 생각으로 속으로 울부짖었다. 고작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살기 위해 이렇게 발 부등을 쳤다는 것을, 나약한 자신을 비난했다.
휘이잉, 뚝!
“!?.....멈췄다?!”
거짓말처럼 멈췄다.
빛의 기둥이 나의 몸에 닿기 전,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다. 세차게 불던 바람과 빗줄기들이 멈추어 서 버린 것이다.
나의 눈가에서 뿜어지고 있던 피, 눈물도 멈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을 볼아 보았을 때, 모든 것은 멈추어져 있었다.
커다란 돌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멈추어져 있었고 먼지, 자갈, 돌조각, 모든 것이 멈추어져 있었다. 한창 날개 짓을 하고 있어야할 몬스터도 멈추어져 있었다.
-다음에 보지.......그때까지 얼마나 성장해 있는지 지켜보겠다. 비록, 모든 것을 가져가겠지만, 너의 선택으로.....그건 너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명심해라. 후후후후 너의 모든 것을 보고 있겠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수십 가지의 생각 속에 나는 떠올렸다. 어둠이 나에게 말했던 말 중에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그리고 멈추어져 있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웅!!! 쾅, 꽈꽈꽝!!
나의 시야를 가득 메웠던 빛의 기둥이 작아져 보이며 나의 시야가 넓어져 가고 있었다. 나의 몸을 강타하기 직전 나는 블링크로 최대한 옆으로 이동했다. 하지만....순간 스치고 지나간 빛의 기둥으로 나는 오른팔이 사라져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고통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린 오른팔과 그 옆에 뚫려 있는 넓은 넓이의 둥근 구덩이, 아니, 절벽이라고 해야 할 듯 한 깊이의 검은 구멍이었다.
-너의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
-가져가겠다....
나의 귓가를 어지럽히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그 소리만은 뚜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만, 그만!!!! 젠장!!”
“리커버리(Ricovery)”
나는 리커버리를 외치며 오른 팔 쪽의 잘린 부위를 치유하려 했지만 적막한 바람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마나, 아니 실망스러운 마나, 텅 빈 심장의 마나가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이건.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나이 : 19
직업 : 무(無)
종족 : 인간
칭호 : 무(無)
전투력 : 30
스킬 :
흡수 편 - 능력흡수, 프로필 뷰, 능력부여, 능력회수
희생 - 세크리파이스(sacrifice, 자기 희생)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프로필을 끌어 올렸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프로필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처음 프로필을 열었을 때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스킬 창에는 희생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이었다.
“설마, 가져간다는 의미가.....이런 것이었나?!”
나는 허탈한 마음에 있지도 않은 오른 팔을 바닥을 집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지는 신형, 나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정신도, 마음도 몸도 모든 것이 지쳐가고, 무너지고 있었다.
“이젠,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건가?!”
“프로필 뷰!”
[프로플]
이름 : 무(無)
나이 : 무(無)
직업 : 무(無)
종족 : 무(無)
전투력 : 무(無)
스킬 - 무(無)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녀석의 프로필을 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잃을 가봐, 그것을 잃는 다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의 질타와 질시, 모든 것이 두려워 흡수를 그만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런데....녀석은 모든 것을 알 수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종족도, 심지어 전투력도 무(無)였다. 그리고 나는 입에서 붉은 빛의 피를 토하며 천천히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크르르르.....인간, 이제 끝인가? 크크크, 흡수한 녀석의 기억 속에서 네놈을 가장 증오 하더군, 네놈에게 복수할 기억만 가지고 있었어. 그렇다면 최고의 복수는 네놈 눈앞에서 소중한 자를 없애는 것이 아닐까?!”
몬스터인 녀석이 지상으로 착지하자 나의 몸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 하고 있었기에 녀석에게 몸을 맞기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녀석이 하는 말에 나는 조금씩 이성을 잃어갔다.
“크아아아아악! 개만도 못한 새끼!!!! 나에게 너를 뛰어 넘는 힘이 있었다면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겠다. 나의 몸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리겠다!!!!”
우우우우우웅!!
몸에 힘이 없음에도 나는 발악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나의 몸은 조금씩 검은 빛에 휩싸이며 세상을 뒤엎고 있었다. 붉게 물들었던 눈동자에서 검은 물결이 흘러넘치고 있었고 없어졌던 팔에서 검은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팔에서는 검은 빛의 구슬들이 솟아오르며 하늘을 뒤엎으며 나의 입에서는 어둠의 숨결이 몰아치듯 강한 기운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크워어어억?!
그리고 무엇인지 모른 채 비명을 지르며, 소멸해가는 녀석의 몸체와 목소리를 들은 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의 몸에서 뿜어진 기운은 세상을 뒤 흔들었으며, 모든 몬스터를 휩쓸고 있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부서졌던 모든 것이 복구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뒤로 흐르고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으로, 그리고 운석이 떨어졌던 행성들의 쾌도가 바로 잡히며 천년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게 시간은 뒤로 흐르고 있었다.
-후후후, 선택은 네의 머릿속에서 이루어 졌다. 다만, 나는 그것을 이루어줬을 뿐, 하지만 그만큼 네놈이 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후후후후......
외전(에필로그) - 리버스 스토리(거꾸로 흘러간 시간)....1부 완결
외전 - 모래시계(거꾸로 흘러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