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주위가 시끄러웠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었고 같은 책을 펴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입에서 뿜어지는 소음들이 한데 모여 주위는 삽시간에 시끄러워졌다. 그 누구의 중재자도 없었다. 잠시후 시끄럽던 교실이 삽시간에 조용해지는 순간이 되어 버렸다.
드르르륵!!
“자자, 조용!!”
단 이 한마디뿐이었다. 거칠게 교실 문을 열어젖히며, 중년의 남자가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의 왼팔에는 검은 직사각형의 책이 하나 있었고 그 곳에 적힌 제목은 ‘출석부‘ 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의 의미는 선생님들이 들고 다니는 출석부를 뜻했다.
“자, 오늘은 전학생이 두 명이나 된다. 어제부터 알고 있겠지만 남자한명과 여자 한명이다. 친하게 지내고....”
와아아아!!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자 아이들이었지만 조용히 앉아 있는 여학생들도 얼굴에는 기대의 기색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
“크음! 큼! 조용!!”
선생님도 내심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인지 약간의 웃음을 띠며 다시 말을 이어 하셨다. 잠시 후 선생님은 교실 밖에 있는 두 학생을 조용히 부르셨고 반 아이들은 삽시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자, 앞으로 한 학기 동안 같이 지내야할 친구니까 모르는 점은 가르쳐 주고 실수하더라도....알겠지?”
“네!!!”
“그럼 나는 회의 때문에 잠시후 오도록 하겠으니까. 친하게 지내라. 그리고 거기! 양재석, 말 안해도 알겠지?”
“예.”
선생님의 긴 이야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이들은 다 같이 소리 내어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들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그리고 두 명의 전학생이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이수강이라고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나는 이가연이라고 해.....”
간단한 인사말이 끝났고 다시금 시끄러운 교실 안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나왔고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전학을 온 두 명은 싱그러운 표정으로 창가 쪽 제일 뒤에 있는 비어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그 자리 앞에는 비어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그곳에 눈길을 주는 이는 없었다. 마치 예전부터 없었다는 자리라는 듯 한 모습이었다.
잠시후, 교사 회의에서 돌아온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출석을 부르겠다.”
.......4번 추은지
네
15번 양재석
네
17번 윤진수
네
23번 정명우
네
26번......
“저 선생님, 26번은 비어 있는 번호인데요?”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자신의 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26번이라는 숫자가 불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오직 적막감뿐이었다. 그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없었다는 번호라는 듯이.
한 여학생의 말에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내....우리 반에 26번이 없었던가? 조제현....익숙한 이름인데....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며 출석을 마쳤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조제현이 라는 학생을 기억하는 자는 없었다.
끼이익ㅡ
“하아. 상쾌해. 아빠는 이런 곳에 왜 보냈을 까? 이렇게 시시한 학교에서 뭘 배우라고.....차라리 전투 훈련이나 하는 게 낳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한가롭게 있는 것도 학교에 있는 시간뿐이잖아.”
아까의 부끄러운 표정도 지워 버렸다는 듯이 가연은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옥상의 난간에 걸터앉았다. 수강은 손을 오므렸다 펴며 바람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상큼한 표정을 지으며 지루한 듯이 중얼거리며 옥상의 계단형식의 난간에 앉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가연의 치맛자락이 올라갔지만 수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여자가 칠칠맞게 난간에서 뭐하는 건지.....팬티 다 보인다....”
“쳇,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조제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아릿한 느낌이 들었어....나의 심장 같은 느낌.....”
가연은 수강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난간에서 내려오며 수강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조제현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가연의 표정은 애틋한 느낌과 슬픈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조제현...? 조제현....익숙한 느낌이야. 아무렴 어때!”
스으윽!!
휘이이익!!
“야!! 너!!”
수강은 침울한 표정을 짓는 가연에게 바람의 기운을 일으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수강의 발놀림의 페이드 스텝을 이용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수강의 발놀림에서 제현이 사용하던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수강도 느끼지 못한 어둠의 기운 한 자락이 수강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
“그럼 나도!”
가연은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내며 수강에게 날려 보냈다. 그러자 수강의 머리칼이 약간 타며 사라져 버렸다. 가연 역시 느끼지 못한 사이에 불꽃에서 어둠의 기운이 합쳐져 있었다. 마치 예전부터 있었다는 듯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 한곳에는 다섯 개의 검은 고리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끼리리릭, 끼리릭
마치 운명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조제현의 이름이라는 말에 반응하듯이 아주 느릿하게....잠시후 그 톱니바퀴는 조금씩 허물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다만, 그곳에 있던 마나는 그녀의 온몸을 돌아다니며 불의 기운과 합쳐지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제현과의 운명의 끈이 없어 진 것처럼 그렇게 조제현이라는 이름은 점차 잊혀 갔다. 그 두 남녀의 기억 속에서…….
* * *
밀실 같은 곳, 미약한 빛이 새어 나오고 거대한 책상과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호호.....무슨 정보를 원하시나요?”
“한 사람을 찾고 있다. 최고의 마법사를 찾고 있다.”
미약한 빛에서 한 여자가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 오똑한 코에 도도한 눈을 가진 여자였다. 더불어 요염한 자세를 하며 눈앞의 금빛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었다.
“최고의 마법사라....홍염의 마도사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 나는 엘레멘탈, 즉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를 찾고 있다. 그는 능히 혼자서 드래곤을 잡을 수 있으며, 셀리온 월드에서 최고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 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기사 중 최고의 레벨을 자랑 하는 자가, 왜 마법사를 찾고 있지?”
“모른다....그냥 나의 마음이 외치고 있다. 그를 찾아 라고...”
“미안하지만 그런 자는 없어. 샐리온 월드 내에서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는 없어. 1000골드, 정보의 댓가.”
그녀는 나직하게 말하며 대화를 종결시켰다. 그리고 다시 적막감이 흐르는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라고? 그런 자가.....스텔스? 아...내가 무슨 생각을, 갑자기 그런 이름이 왜 생각나는 거야......칫!”
그녀는 그런 말을 하고는 어둠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마치 숙련된 살수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두 자루의 붉은 단검이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근처의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선들이 이어지며 몬스터들은 학살되어 가고 있었다.
“야! 이수강, 정말 그러기야?! 그 검은 내가 가지기로 했잖아!”
“줍는 사람이 임자라며, 내가 먼저 주웠잖아...”
단검에서는 푸른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붉은 검신을 자랑하는 단검이 어둠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검사가 그녀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입맛을 다시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어둠속으로 동화되어 갔다.
“스텔스? 스텔스.... 아무리 생각해도 익숙한 느낌이야....마치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듯이....하...웃기는 군, 나, 프로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놈이 누구야.”
자기 스스로 프로얀이라고 밝은 그녀는 앞서 지나간 두 명의 검사에게 다가가며 그 검을 가로채며 빠른 질주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에게는 들려오지 않았다.
“도둑! 도둑이야!!! 감히 내 검을!!”
그 소리는 수강이라고 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바람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는 않았다.
“헤헤헷, 잘 됬다. 내 것도 아니니,”
“나쁜 기집에 잘 됬다고? 두고 봐....”
그렇게 샐리온 월드의 시간도 점점 흐르고 있었다......
* * *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예, 예 그러시겠죠. 아가씨....세상이 멸망했는데 다시 이렇게 변했다는 거 아닙니까. 자,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하얀 병원의 하얀 방, 그리고 하얀가운, 하얀 침대, 모든 것이 하얀 공간으로 되어 있는 곳에서 연예인 뺨치는 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마치 미치기라도 한 듯이 외치고 있었다. 정작 미치지 않았다고 외치는 그녀, 그녀는 제이였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 이세상은 멸망했다고, 그리고 그 거대한 몬스터가....몬스터가 이 세상을 파괴시고 있다고!!”
“이런....진정제가 통하지 않는 건가?”
진정제를 투입한 후에도 그런 소리를 질러 대는 제이라는 환자를 보고 있는 여자 정신과 전문의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잘나가는 연예인인 제이가 이런 미치광이가 된 것 자체가 이상했다. 잘 있던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운석이 떨어졌다.
세상은 멸망했다.
사람들은 죽어갔다. 아니, 죽은 사람이 살아나 있다.
세상의 모든 곳에 몬스터가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운석이 떨어질 것이다.
라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었다. 여자 전문의는 답답한 심정을 뒤로 한 채 하얀 방을 나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정상적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한 이유가 뭐야, 그렇게 가수가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직업이었나?!”
끼이익, 쿵!!
하얀 문이 닫히며 제이는 울부짖었다. 계속해서…….
“머지않아. 세상은 멸망할거야.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조제현! 어디 있는 거야!!! 흑흑흑.....나를 구해줘....”
그렇게 제이는 정신병동에서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변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기억을 가진자....그녀 역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모래시계의 뒤바뀐 흐름이라는 시간으로......그녀의 말처럼 운석은 떨어지지도, 몬스터도 존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십 해가 지난 후에야 그녀는 인정하고 말았다. 스스로 미쳤다고,
그렇게 조제현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점점 잊혀 갔다. 영원히, 기억하는 이는 미쳐간 제이 뿐이었다…….그리고 세상은 시간의 흐름이 흘러가고 있었고, 인생 게임이라는 흐름도 흘러가고 있었다.
생존의 게임, 살아남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의 게임도 흘러갔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를, 현실 역시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게임에서 자신의 능력치를 키우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키운다. 게임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에서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지식이라는 경험치를 공부한다.
세상은 게임의 법칙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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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현실세계에서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2부, 판타지 세계에서의 여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썼지만, 처음 써보는 글이라 그런지 많이 부족합니다.
재미없죠? 하지만 1부를 모두 보신 고마우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2부는 여기서 지금 보시고 계신 게임능력흡수술사, 지금 쓰고 있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에필로그...제이가 정신병자로 나오는 것은 예정된 것이 아니랍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됬습니다.
1부 끝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2부 프롤로그
라덴계, 대륙력 1000년
엡솔루트 가든(Absolute Garden)
대륙의 본토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동과 서로 나누어진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가로막는 유일한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산맥이었다. ‘절대자의 정원‘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혹은 악마의 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곳에는 절대자들, 그러니까 중간계의 수호자인 드래곤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대륙의 어느 누구든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오직, 몬스터, 이 종족만이 들어 올수 있는 땅, 인간들에게는 미지의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는 드래곤이라는 절대자가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서대륙과 동대륙의 전쟁은 시작되었고 점차 드래곤이라는 절대자는 대륙인들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사건의 전말은 간단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