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269)

저승사자들은 사기(死氣)를 뿜어내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제현은 그런 저승사자들은 보며, 작게 몸을 비틀며 저승사자들의 손과 발을 피해냈다.

저승사자는 자신들의 사기와 공격들을 피해내는 제현을 보며 크게 놀라워했다. 현생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저승이라는 패널티가 있는 상태에서 피해내는 몸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현생에서의 능력을 고스란히 사용 할 수 있다면 자신들은 분명이 죽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창백한 얼굴이 더욱 더 창백해졌다.

“한눈팔면 안 되지!”

제현은 멍하니 있는 저승사라를 보며, 소리를 지른 후, 약간의 틈 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주먹을 휘갈겼고 각자 한 대씩 때려주었다.

퍽, 퍽퍽!

주위를 감싸고 있던 네 명의 저승사자들은 제현의 주먹에 맞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에 맞고 쓰러지는 모습에 주위의 영혼들은 크게 당황해 하며 제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칫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걱정된 탓이었다.

“크아! 저 저, 놈이!”

저승사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듯이 일어났지만 화가 단단히 난듯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를 크게 내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을 보며 주고 있었다.

녀석들은 무슨 진법을 사용 하는 것인지 눈으로 쫒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영혼이 반항 할 시에 사용 하는 진법 인 듯 했다. 또한, 상당히 훈련이 된 듯,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꽤나, 정교한 진법이었다. 동체시력이 많이 발달한 제현조차 당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금방 진법의 약점을 발견한 제현은 조심스럽게 바닥의 흙을 집어 올렸다.

쏴아악!!

“크윽!”

신형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움직임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은 제현은 그곳에 나타날 저승사자를 향해 힘껏 흙을 던졌다. 그러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진법을 보며 제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퍽!

가벼운 주먹 휘두름이었지만 블러드 네일의 사용할 때 터득한 빠르고 몸의 무게를 실는 방법으로 녀석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려꽂았다. 그러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진법과 저승사자는 저승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사사귀행진(死乍鬼行陳)을 이렇게 쉽게 깨트리다니!”

죽은 귀신이 펼친다는 건가? 한자를 잘 모르는 제현이기에 해석은 불가능 했지만 참 멋대가리 없는 진법이었다. 제현은 저승사자를 보며 손을 한차례 턴 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손가락

까딱, 까딱

“자자, 이제 슬슬 쪽수로 밀어 붙여야 하는 거 아니야? 저승을 수호하는 저승사자 나리들....?”

저승사자들은 기가 막혔다. 죽어서 영혼이 된 주제에 이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녀석, 그리고 자신들이 심판을 내려야 할 자신들이 대려 심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이 상실은 물론, 자신들의 직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게다가 녀석은 혼자, 하지만 저승사자는 대충 봐도 여섯에서 여덟 정도였기에 그 자신이 불리 할 것은 한눈에 봐도 뻔했다. 또한, 아무리 영혼의 상태라도 엄연히 체력이라는 것이 존재 했기에 차륜전으로 나간다면 저승사자가 이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오냐! 한 번 더 해보자!”

저승사자 중 한 녀석이 조용히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뒤로 십여 명 정도의 저승사자가 더 몰려왔기에 그 수는 열여덟 정도나 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밧줄 같은 동아줄이 있었는데 그곳에 적힌 글자가 봉절(封切)이라는 글자가 명확히 새겨져 있었다.

“네놈을 이 밧줄로 봉절 시키겠다!”

“봉절? 무슨 절이냐?!”

키키킥

주위에 있던 영혼들도 어이없는 제현의 대꾸에 킥킥 거리며 웃어 대고 있었다. 하지만 위압감 넘치는 저승사자의 모습에 웃던 얼굴을 지우며 다시 조용해지고 있었다.

“봉절대행진(封切大行陳)을 펼쳐라!”

18명의 저승사자들은 제현의 주위를 감싸며 흩어지고 있었다. 예의 사사귀행진처럼 각자 기척을 죽이며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틀린 점이라면 빠르게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짐과 동시에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밧줄에서는 검은 색의 사기가 뿜어지며 제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봉절대행진, 발진(發陣)!”

파파팟!

18명의 저승사자들은 한순간에 제현에게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진은 하나의 사기를 만들어 내며 제현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으, 이거 힘들겠는데?! 잡히겠어!?”

제현은 몸을 휘감는 동아줄의 느낌을 받으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근 3년 동안 수많은 전투를 겪었지만 이정도로 정교한 진법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불사교의 진법을 수도 없이 파훼했지만 이정도로 어렵고 몸을 구속하는 진법은 없었다.

“차아앗!”

저승사자들이 만든 사기의 힘은 하나로 뭉쳐 제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상대의 죽음을 취하는 진법이 아니었던지 제현은 조금씩 몸이 묶여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차륜(車輪)의 방법으로 진을 펼쳐 조금씩, 조금씩 상대의 움직임은 물론, 상대의 투기까지 잠재우고 있었다.

그리고 뭉처진 동아줄이 제현에게 쏘아졌다.

솨아아악!

퍽! 퍽퍽!

제현은 그런 동아줄을 보며 주먹으로 힘껏 처냈다.

“크으, 주먹이 아리군!”

놀랍게도 사기에 들어간 사기는 소드 오러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손이 날아 갈 판이었지만 제현은 적절하게 힘이 약한 부위를 골라 처냈기에 다행히 주먹이 잘리는 일은 없었다. 다만, 주먹이 부어 올랐지만 조금은 더 사용 할 수 있을 듯했다.

“놀랍군!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다시 간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우람한 체격의 저승사자가 외치자 그들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사기(死氣)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검은 구 처럼 그들의 중심에 나타나게 되었다. 제현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블랭크 디스토션의 묘리 중에서 중첩의 묘가 사용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서 크게 놀라고 말았다.

“블랭크 디스토션?!”

놀랍게도 그들은 블랭크 디스토션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제현이 느끼기에는 저승사자들 각자마다 상당한 힘을 소유 한듯했다. 영혼의 상태임에도 불구하도 피부에서 짜릿한 느낌이 들자 제현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끝이다! 얌전히 잡혀라!”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색의 구체는 빠르게 제현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순간 검은 구가 넓게 퍼지며 제현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불사교의 무극살상진(武極殺傷陣)과 비슷한 원리의 진법이었다. 물론, 봉절대행진(封切大行陳)은 더욱 진화한 진법이라 할 수 있다. 무극살상진만 하더라도 상대를 중앙에 가두어 일격에 필살의 공격을 펼치는 수법으로 상당히 애를 먹었던 진법이었다. 또한, 봉절대행진은 무극살상진과는 다르게 사로잡기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격이 없는 대신 팔 방위를 점하여, 몸을 묶는 수법이기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놀라워.”

물론 목표를 사로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어느 정도의 파괴력도 가지고 있는 진법이었다. 그 파괴력 역시, 강했기에 제현은 지금 고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제현은 크게 긴장하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받아랏!!”

몇 개의 동아줄을 쳐 낸 제현은 서서히 몸이 피로해짐과 발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알고는 그대로 진의 외각에 위치한 저승사자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한 자락의 동아줄을 피해낸 제현은 그대로 발차기가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파앙!

“크윽!”

제현은 페이드 스텝으로 살짝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앞으로 쏘아진 발을 되레 회수 할 수는 없었다. 수십 가닥의 동아줄이 발에 얽히고설키면서 제현의 몸을 꽁꽁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제현은 이를 악물고 동아줄을 끓으려 용을 섰지만 도무지 동아줄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제현의 몸을 조이고 있었다. 그야 말로 완벽한 봉절이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제현은 크게 낭패 볼 것이 뻔 하기에 몸부림을 쳤지만 더욱 몸을 조일 뿐이었다.

꽈악!

“크으으”

“그만 이 녀석을 연행해라!”

제현은 더욱 조여 오는 동아줄의 힘에 서서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히미 하게 들리는 저승사자의 말에 제현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상당히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했기에 자연적으로 기절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약하디 약한 영혼의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질질질ㅡ

의식을 잃은 제현의 몸은 저승사자의 손아귀에 끌려가며 차가운 바닥의 배에 옮겨 실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저승의 배는 저승의 문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수십 명의 저승사자를 대동한 대 이동이었다. 그만큼 제현의 반항이 심했던 탓이리라.

출렁, 출렁, 쏴아아!

한 시간을 배를 타고 갔을 까. 웅장하고 거대한 붉은 색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두 명의 신장(神將)이 두꺼운 창칼을 쥐고 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저승사자들은 감흥이 없다는 듯이 조용히 무어라 중얼 거리며 신장에게 말했고 곧 승낙의 표시로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끼이이익!

“으윽!”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들기 시작한 제현은 주위의 환경이 변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경계태세로 주위를 살폈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동아줄을 생각하며 경계를 풀었다. 이미 잡힌 탓도 있지만 더 이상 손쓸 힘도 없었고 이상한 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이제야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 한 것이다.

뚜벅뚜벅

그렇게 질질 끌려가는 것도 한참이 지났을 까. 거대한 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곳에 적힌 글은 염라전(閻羅殿)이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후 저승사자가 급히 문을 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염라대왕(閻羅大王)이시여!”

저승사자는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말에 뒤를 따라온 수많은 영혼들은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숙이거나 부복하였다. 오직 부복하지 않은 영혼은 제현 하나뿐이었다.

제현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앞의 염라대왕이라는 자를 쳐다봤다.

“고개를 들라.”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바짝 긴장하며 부복해있던 저승사자와 영혼들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약간 앳된 목소리, 하지만 영혼을 끌어 당기는 듯한, 그리고 그 영혼을 지배하려는 듯 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염라대왕이시여, 영혼들은 인도해왔나이다!”

염라대왕은 드x곤볼에서 처럼 덥수룩하거나 거대한 몸집이 아니었다. 되려, 염라대왕은 산뜻한 미청년의 모습이었다. 자칫 다르게 본다면 앳된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제현의 눈에는 미청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붉게 타오를 듯 한 검붉은 머리카락과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홍안(紅顔), 또한 무엇이든 꿰뚫어 보거나 태울 듯 한 정렬적인 눈빛이었다.

그런 염라대왕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어려 있었고, 굉장히 단련을 했는지 옷 속에 감춰진 근육이 율동하고 있었다.

“네가 삼계의 문에서 소란을 피운 자인가?”

“그렇다.”

“아니, 감히 대왕께!”

존경이나, 두려움 따위는 전혀 없는 것인지 명계의 지배자인 염라대왕에게 오만불손한 제현의 말에 저승사자들이 크게 노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제현은 그런 저승사자의 무리를 보며 살기를 내뿜으며 더욱 반항했다. 

저승사자들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살기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속으로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단순한 말 속에 거대한 사기(死氣)가 담겨 있었기에 저승사자의 사기에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있던 제현조차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하지만 제현이 누구인가? 비록 죽은 몸이라고 할지라도, 현생에서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인 자가 아니었던가. 현생에서는 그야 말로 누구도 범접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소유한 자였다.

“재미있군, 영혼주제에 나의 기운을 고스란히 견뎌 내다니. 1계의 조제현이라고 했던가?”

“!!”

수많은 영혼 중에서 어찌 제현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제현은 당황하고 말았다.

“나를....아나?”

“네놈이 죽인 인간의 숫자만 해도 헤아릴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야. 또한, 간접적인 피해 역시 엄청난 숫자! 네놈 때문에 고생한 것만 해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

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심을 참지 못해 죽인 수만 해도 엄청났기에 제현은 수긍했다. 또한 제현은 자신의 적에게는 잔혹한 살인마처럼, 철저하게 적을 멸살시켰다. 설사 직접 손으로 죽이지 않았더라도 태풍과 헤일, 지진과 같은 힘을 이용해 죽인 숫자도 만만치 않았기에 그 수는 엄청났던 것이다.

“그래서....날 지옥이라는 곳에 보낼 생각인가?”

제현은 살기를 내뿜으며 사납게 염라대왕을 노려봤다. 그 말에 염라대왕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늘씬한 여자의 미소가 아니라 사악한 미소였다. 마치 지난날의 과다한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잘 알고 있군. 네놈의 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그 1세계에서의 허용 범위의 힘을 능가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힘이 있다면 그에 따른 의무가 있는 법.”

염라대왕은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으로 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염라대왕이라는 직책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대의 염라대왕에게서 배운 것이 많았다. 수많은 영혼 중에 특별한 영혼, 간혹 무림인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자신을 즐겁게 했지만 이처럼 특이한 녀석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죽은 후에도 고스란히 살기를 내뿜고 있는 녀석의 눈빛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말이 많아지는 염라대왕이었다.

“네놈은 그것을 저버리고 세상을 어지럽혔다. 다만, 세상을 구하려는 마지막 행동에 죄를 감산해 1천년을 지옥에서 보내는 것으로 죄를 묻지 않겠다.”

“또한, 육체를 줌과 동시에 심장에 기운을 쌓을 수 없도록 진을 세기도록 하겠다.”

염라대왕은 제현의 명부첩(名簿牒)을 상세히 보며 심판을 내리고 있었다. 장난기 많아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의 업무는 철저하게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형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옥행이 정해진 제현은 이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왕! 그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니온지요? 지옥의 고통을 주기 위해서 육체를 주는 것은 이해하오나, 기운을 모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은 과한 처사인줄 아옵니다. 대왕!”

한 저승사자가 앞으로 나서며 염라대왕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요지부동, 저승사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런 저승사자를 보며 더욱 성을 낼 뿐이었다.

“어허! 나 염라의 결정이 그렇게 하찮은 가!”

“그, 그것이!”

염라대왕의 노호성에 저승사자는 꼬리를 내리고는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명계에서 저승사자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만큼 저승사자들은 염라의 말에 죽고 사는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조제현은 들으라. 너의 죄를 중히 여겨, 최악의 죄인을 모으는 무간지옥에 가둠과 육체를 주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할 것이다. 또한, 너의 능력은 능히 세상을 어지럽힐 정도로 대단하니, 영혼의 낙인을 찍어, 심장에는 어떤 기운도 받아들이게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엄중하고 날카로운 염라대왕의 말에 주위의 영혼들 까지 놀랐다는 듯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자신들 역시 그런 판정을 받게 될까봐 두려운 탓이리라. 그만큼 염라대왕의 판정은 무서울 정도로 가혹한 처사였다.

“그만 저 악한 영혼을 무간지옥으로 향하는 문으로 끌고 가라!”

“예...”

장장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에 펼쳐진 판정의 끝은 이렇게 끝나 버렸고 제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염라대왕을 노려 볼 뿐이었다. 그만큼 그의 판정이 엉터리임을 잘 아는 제현이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마치 원수를 죽일 수 없어, 그 원한을 끝까지 눈동자에 담으려는 듯 한 행동이었다.

“가자.”

제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순응 하지 않겠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지만 두 명이나 되는 저승사자에 의해 염라전의 외각에 위치한 작은 문으로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젠장!!!”

제현은 이를 갈면서 중얼거렸다. 무간지옥이라는 곳을 더불어 마나를 모을 수 있는 심장의 마나 홀을 영원이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난 탓이었다. 영혼의 낙인이 등에 찍히자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그 고통은 영혼이 소멸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자네도 불쌍하군. 영혼의 낙인이라니. 그건 환생해서도 남지. 그 영혼의 낙인에 걸린 부위는 병으로 나타 날 걸세.”

저승사자의 말에 나는 눈썹이 기이하게 휘어졌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심각한 문제였다. 낙인의 속박에 걸린 부위는 장애나 병으로 나타난 단다. 간혹 사람들이 겪는 심장병이나. 태어 날 때부터의 장애 같은 것이 제현, 자신에게 걸린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마나만을 쌓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하니 위안 아닌, 위안이 되어 버렸다.

부르르르ㅡ

“아, 나는 급한 일이 있으니, 자네가 마저 후송하게...”

한 저승사자의 동아줄이 부르르 떨리자 걷던 걸음이 딱 멈춰졌다. 두 저승사자는 무슨 대화라도 나눴다는 듯이 각자 할 말을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한 저승사자가 사라지자 그나마 대화를 나누던 저승사자가 없어져 버렸고,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저곳이, 무간지옥의 문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무간지옥의 문이라는 듯이 강렬한 인상의 문이 나타났다. 검은 흑룡의 그림과 불타는 대지의 모습이 그려진 문이었다. 그리고 저승사자가 주문 같은 것을 외우자 서서히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은 열림과 동시에 이상한 게이트 같은 것이 열리며 회오리가 치듯이 회전하고 있었다.

제현은 약간 긴장 한 것인지 창백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이 회전하는 회오리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비친 탓이었다. 마치 현생에서 보았던 몬스터의 눈동자처럼 사악하기 그지없는 눈이었다.

“자, 들어가라.”

툭!

저승사자는 제현의 멍한 모습을 본 것인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제현의 등을 툭 치고 있었다. 하지만 꼽작도 하지 않는 제현의 모습에 손수 문 앞까지 끌고 가서야 제현은 정신을 차렸다.

“이봐....마지막으로 부탁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좋다.”

저승사자는 제현의 얼굴에 보이는 혼란과 두려움을 보고는 순순히 제현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수이자 과오였다.

“여기 묶여 있는 동아줄을 풀어 주지 않겠나? 스스로 걸어 들어가겠다.”

부르르

아직도 떨리고 있는 제현의 안쓰러운 모습을 본 것인지 저승사자는 군소리 없이 천천히 제현의 몸에 속박되어 있던 동아줄을 풀고 있었다. 그 속박을 푸는 행동은 간단했다. 동아줄에 손을 가져다 대며, ‘풀어져라’ 단 한마디뿐이었다.

저승사자의 행동에 순식간에 동아줄이 풀어지며 제현을 속박하던 사슬이 사라져 버렸다. 제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승사자를 보고며 미소를 지었다.

씨익ㅡ

대충 보아도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저승사자를 보며 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저승사자를 잡은 손을 힘껏 당기며 게이트를 향해 던져 버렸다.

물론 저승사자는 “어엇“이라는 말을 하고는 붉은 눈이 타오르는 게이트로 떨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 가버린 무간지옥의 문은 빠르게 닫혀 버리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 온 정적을 깨듯이 제현이 빠르게 옆으로 쏘아지며 도망가고 있었다.

혹시나 이일이 들켜 추격이라도 있으면 큰일 나기에 어디로 숨어들어갈 생각이었다. 설사 환생을 하지 못한단 손치더라도 무간지옥이라는 곳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저승사자!”

그 말을 남기고는 순식간에 무간지옥의 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물론, 염라전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도망가 했다.

순식간에 무간지옥의 문은 점점 작은 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모르고 있엇다. 다시금 무간지옥의 문이 열리며 초췌한 저승사자의 모습이 들어 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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