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허억!”
제현에 의해 무간지옥으로 빠졌던 저승사자는 멀쩡한 모습으로 문을 통해 빠져 나오고 있었다. 사신의 특권인 문을 열고 닫는 것이 있듯이, 그곳을 빠져 나오는 방법 역시 있기 마련이다. 물론, 비밀리에 저승사자에게만 알려 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옥내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간혹, 이런 사태도 있었기 때문에 사신이 되는 과정에서 이런 것을 필수로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염라대왕님에게.....”
저승사자는 힘든 기색임에도 염라전을 향해 힘껏 달려가고 있었다. 일단 제현을 잡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보고가 우선이었다. 저승사자는 지친 와중에도 놀라운 정신력과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염라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벌컥!
“대왕!!!”
“웬 호들갑이냐!?”
한창 영혼의 재판을 보고 있던 염라대왕은 갑작스런 외침에 짜증이 나며 사납게 고개를 돌리며 헐떡이고 있는 저승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저승사자는 급히 숨을 죽이며 몸을 굽혔고 천천히 보고를 했다.
“그것이....무간지옥으로 갈 예정이었던 조제현이라는 영혼이......”
“뭣이라!”
모든 사정을 들은 염라대왕은 크게 노했다. 감히 저승의 길잡이인, 저승사자를 무간지옥으로 빠트린 것으로도 모자라 도주라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염라대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간지옥으로 가야할 존재가 다른 곳으로 갔다. 그것도 저승사자를 무간지옥으로 밀쳐 넣고,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경력에 크게 누가 되는 것이기에 크게 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저승사자가 하나였다고 하지만.....’
염라대왕은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의 생각이 교차했지만 어째서 저승사자가 무간지옥으로 빠진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것도 포박된 상대에게 되레 자신이 빠지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장들은 들으라. 지금 명계의 비상상황임을 선포한다. 비록 하나의 영혼이지만 극악한 영혼임을 명심해라! 명계의 모든 곳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를 잡아 무간지옥으로 보내라!”
“옛!”
작은 목소리였지만 신장들은 다 알아 들었다는 듯이 빠르게 명계의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신들 까지 흩어지며 제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흉흉한 눈으로 제현의 그림자라도 발견하겠다는 듯이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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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도대체 언제?”
제현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주위를 내다보니 사방에는 이미 저승사자들이 주위에 진을 치며 자신을 찾고 있었다. 모두 흉흉한 눈빛으로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찾겠다는 듯한 눈치였다.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다니.”
발각되었다가는 또 무슨 변을 당할지 몰랐다. 역시 어떻게든 도망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제현으로서는 위험성이 큰 모험은 하기 싫었던 것이다.
현재 체력만 보아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페이드 스텝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었기에 저승사자 몇몇과 부딪힌다면 필히 붙잡힐 것이 뻔했다.
“하필이면 기운을 쌓는 곳에 영혼의 낙인이라는 것을 찍혀서는.....”
게다가 육체까지 받았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은 더욱 심했다. 영혼 상태 일 때는 그나마 자잘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손의 부상도 치료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시간이나 공간이 없었다. 현재로써는 감각만으로 저승사자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위는 저승사자가 쫙 깔렸으니 그마저 힘들 것 같았다.
아마, 조만간에 붙잡힐 것이 뻔했다. 녀석들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기나, 죽은 자의 영혼에 민감한 그들은 제현이 있는 곳을 빠르게 추적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부스럭,
“앗! 저기다!”
“칫!”
제현은 몸을 날렸다. 예전의 육체를 얻었다고는 하나, 마나는 한줌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다녀야만 했다. 만약 부딪힌다면 동아줄로 인해 다쳤던 손의 상처가 더욱 크게 도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타탓!
한참을 그렇게 저승사자의 추격 속에서 달렸을 까? 어느 집이 눈앞에 들어왔다. 염라전과는 다르게 약간 소박한 감이 있었지만 웅장함은 염라전에 뒤지지 않았다.
꽤나 높은 지붕인데다가 그 지붕의 양식이 동양의 양식으로 만들어져 복잡하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잘만 숨어 있다면 당분간 오랫동안 숨을 것 같았다. 또한, 그곳의 기와장이 크기 때문에 움직임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잠깐, 내가 그걸 왜 생각 하지 못했지?”
제현은 지붕위의 구석진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이 자신의 의식을 깨웠다. 마치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만오전서....내가 그걸 잊고 있었다니!”
만오전서, 조씨 가문에 내려오는 무공서와 같은 것이었다. 예전에는 마법이라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다지 익힐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게다가 영혼의 낙인이라는 절대적인 패널티를 받은 이상, 그 상성에 반대 되는, 무공이라는 것을 이용해 단전이라는 곳에 기운을 쌓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게다가, 마나만 있다면 이렇게 힘들게 도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심법, 심법.......”
“저 지붕 위에 무엇인가 있다!”
가만히 심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제현은 순식간에 따라온 저승사자들로 인해 다시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다. 한 저승사자의 말에 이미 시선이 집중 되었고, 곧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쾅! 꽈드득
제현은 심법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는 지붕의 바닥을 힘껏 발로 박찼다. 그러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지붕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살난 지붕의 구멍을 통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니, 저곳은.....염라대왕님의 손님이 머물고 있는.....?”
저승사자들도 곧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그들은 조금씩 멈칫 거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염라의 중요한 손님이 있는 것인지 신장과 사신들은 움직임을 멈추며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만큼 염라대왕에 관한 것은 절대적이었기에 감히 침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칫! 염라대왕께 이 사실을 보고하라.”
한명의 사신이 대장으로 보이는 사신에게 다가가, 묻자, 대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찻 다음 부하 사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 사신은 빠르게 발을 사용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사기를 이용한 것인지 제현을 추적할 때와는 다른 속도의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현을 추격 할 때는 여러 방위에서 한곳으로 몰아가며 추격하고 있었기에 느긋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의 돌발행동에 그만, 추격의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 * *
“휘유ㅡ 상당히 고급스러운 방이군.”
제현의 주위에는 고풍스러운 기와집의 모습과는 반대로 가지각색의 무기며, 방어구 같은 장식들이 걸려 있었고, 커다란 침대의 레이스까지 달린 것을 보면 여자의 침소처럼 보였다. 게다가, 구시대의 가옥과는 달리, 욕탕이 붙어 있어,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스르륵ㅡ
“응?”
욕탕 안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났다. 혹시나 저승사자가 있을 것을 대비해 도주를 준비했지만 다행히 한 여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달랑 수건 한 장을 몸에 걸친 체 걸어 나오는 여자의 모습에 약간 당황했지만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으로 고쳤다.
똑, 똑.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동방의 가옥과는 달리, 걸어 나온 여자의 모습은 이국적이었다. 긴 웨이브 머리에 금발을 소유한 여자였다. 눈동자 역시 금안을 가지고 있었다. 몸의 볼륨역시 이국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볼륨이 컸다.
“흐음...침입자?”
탓, 차앗!
여자는 자신의 몸을 남에게 보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듯이 수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그대로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찰나의 순간 벽에 걸린 검을 빼든 여자의 손에서 출수된 검이 순식간에 제현의 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큭!? 어떻게....?”
제현은 그 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그 검은 마치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검신이 휘어지며 제현을 따라와 목을 찔러 눌렀던 것이다. 목언 저리에서는 빨간 피가 솟아오르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자, 이야기 해 보실까? 어째서 이곳에 침입한 것이지? 저승사자들은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보아하니.....네놈, 죽은 영혼이군!”
그 여자의 몸에서는 무형의 기운이 제현의 몸을 옥좌하고 있었다. 강한 기운에 몸이 묶인 제현은 바닥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몸부림이라도 쳤지만 여자의 손이 목을 잡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이런, 내가 몰라봤군.”
“뭐라고? 큭”
제현은 여자의 말에 반문을 했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느낌에 침음 성을 터뜨렸다. 그제야 여자는 목에 닿아 있던 검을 회수하며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옷이라고 해봐야, 로브 같이 생긴 검은 색과 하얀 색이 섞인 옷이었다. 그 옷에는 금빛의 용처럼 생긴 문양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의상이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군. 900년 후에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눈앞의 여자는 씨익 웃었다. 비웃는 것과는 다른 웃음이었다. 마치 예전부터 지켜봐온 자를 직접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의 웃음인듯했다.
어느새 옷을 다 차려 입은 여자는 제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제현의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쓰다듬는 말은 옳기 않았지만, 어쨌든 제현의 이마에 손을 얻고 있었다.
“무, 무슨?!”
제현은 여자의 행동에 경계심이 생겼지만 자신을 해하려는 행동이 아님을 알고는 일단 가만히 있었다. 움직이려 해봐야, 무슨 수법에 당한 것인지 몸이 옴짝달싹 하지 않았지만.
“누구지 네년은....!”
알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한 제현은 다짜고짜 여자에게 정체를 묻기 시작했다.
“나? 혹시 이러면 알 수 있을 까? 체인지 보이스!”
-나의 부탁하나를 들어 주지 않겠나? 그러면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
제현은 여자의 말을 듣고 눈이 커질 대로 커지며 입을 벌렸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눈앞의 미녀가, 그것도 상당한 능력자가 자신의 계약자인 어둠이었던 것이다.
“넌.....계약자?!”
제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금발의 여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지만 평생가도 잊지 못할 그 목소리, 가래가 끓고, 쇳소리가 들리는 그 기이한 목소리를 기억해낸 것이다.
그런 제현의 표정을 읽은 금발의 여자는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아하하하!”
“뭐지? 자, 부탁이라는 것을 말해라. 들어 줄 테니....”
제현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일단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 한 여자의 말이 거슬렸지만 일단 계약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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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라....당연히 네가 들어줘야겠지.”
“그래서 네가 원하는 부탁은?”
짜증나는 여자였다. 제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신의 계약자라면 저 정도의 거만함 정도는 약과라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오만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네가 생각 하는 그런 단순한 부탁이 아니다. 너의 카르마를 다 청산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지. 이래 뵈도 나는 제 2계의 신이니까. 그리고 규칙을 좋아하지.”
“2계의 신? 규칙?”
“그래, 2계의 신, 용신이었다. 비록, 그 엉터리 같은 주신이라는 작자 때문에 2계에 갈수도 없는 몸이지만.”
제현은 자칭, 용신이라는 여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와중에도 밖에서는 자신을 찾는 사신이나 신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답답할 정도로 여유로운 계약자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너의 사정은 내가 알 수 없지만 자, 부탁이라는 것을 말해라. 이래 뵈도 바쁜 몸이니까.”
“그렇겠지, 명계의 질서를 깨는 너니까.”
제현은 계약자의 말에 심기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지만 꾹 참고 여자만 주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무런 힘도 없었기도 했지만.....
“그렇게 한숨 내쉴 필요 없어. 지금부터 이야기 할 생각이었으니까......내 부탁은....”
“네 부탁은?”
“2계인 아덴에 봉인된 드래곤을 부활시키는 것, 그리고 중간계의 질서를 유지 하는 것이 나의 부탁이자, 너의 임무다.”
“뭐라고?”
제현은 이해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거창한 부탁을 자신에게 하는 것인가? 아무리 2계에 갈수 없는 몸이라고는 하나, 신이지 않는 가? 하물며, 드래곤을 부활시키라는 것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나의 부탁은 그것이다.”
“헛소리! 그걸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신인 네 녀석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
“그래서 네 녀석에게 능력을 줬지....강해 질수 있는....그건 나의 모든 것이 담긴 힘으로 만들어진 능력이다. 그것을 가지고도 못하겠다고?”
용신이라는 여자는 노기를 내뿜었다. 매우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없이 사나워 져 있었고 마치 눈앞의 제현을 죽일 듯 한 기세였다. 이에 제현은 크게 난감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부탁을 받게 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물론, 네, 능력은 그곳에서는 다 발휘 할 수 없다. 엄연히 그곳에서 사용 할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하니까. 하지만. 몇 가지의 패널티를 부과 한다면 사용 못하지 않지.”
“제길!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 그 빌어먹을 능력으로 드래곤을 부활시킨다고 치자, 인간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어. 그런데 중간계의 수호? 그게 하루아침에 될 거 같아?”
제현은 계약자의 말을 들은 채 만 채 하며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었다. 제현으로서는 기가 막혀 돌아가실 일이었다. 게다가 계약자라는 작자를 보니, 제현을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지 않은가? 아까 와는 상반된 표정이었다. 아마,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인 듯했다.
“그래서, 무간지옥이 있잖아? 그곳에서 900년 썩고 있으면 자연히 네 할 일이 생길 거야. 너는 2계의 아덴 계에서 환생하는 거지, 그건 내가 다 해결 할 수 있지.”
“웃기는 군. 무간지옥? 그곳에서 900년이나 썩으라고? 누구 좋아라고! 나는 그곳에 가기 싫어서 이곳으로 도망 왔다. 게다가 나는 영원히 마나를 쌓을 수 없는 몸이야. 봐, 영혼의 인장을!!”
아직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계약자를 보며 제현은 상체에 있는 마법진 같은 것을 보여 주며 외쳤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빛을 한 계약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눈빛이었다.
“나도 눈이 있으니 그걸 못 알아 볼 리는 없지. 하지만 이미, 해결했잖아. 만오전서라는 것으로 해결 할 것 아니었어?”
“.......”
제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계약자를 보며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웅ㅡ
“그럼 모든 거래가 성립 되었군. 나와의 계약은 절대적인 맹약, 나는 너에게 유희(게임)에서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 하지만 2계인 아덴 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 그 능력에 작은 패널티가 부여 될 것이다.”
계약자는 갑자기 이지를 상실 한 것처럼 어떤 감정도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 마치,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보였다. 또한, 경건한 마음이 들며, 그녀가 내뿜는 금빛의 기운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순간, 나의 부탁을 이행하는 순간, 너와의 사슬은 끊어 질 것이다. 만약 그것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또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너의 의지를 집어 삼킬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말을 하고는 다시금 차분한 모습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녀는 조급함도 없었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방 한켠에 놓여 있던 의자를 끌어당기며 앉고 있었다.
“후ㅡ 어쩔 수 없어, 나도 급하니까. 지금 아덴계는 언제 멸망할지 모를 정도로 불완전 하다. 하지만 인간들은 모르고 있지......아마 네가 환생했을 때는 조금씩 주신이 움직이기 시작 할 것이다.”
여자는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고 있는 제현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미, 문밖에서는 사신과 신장들이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진을 치고 있었다. 하물며, 그녀 역시 나를 감싸 줄 생각은 없는 것인지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있었다.
“만약 네가 나의 부탁을 이행하지 않는 다면......”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걱정 할 필요 없어.”
탕, 탕탕!!
문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인지 그녀,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끝까지 부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제현은 그녀의 말에 짜증이 치솟으며 대답해 버렸지만 여자는 약간의 미소를 짓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어쩔 수 없어. 나는 엄연히 중재와 규칙을 많이 따지니까.”
“상관없어. 이젠.”
진짜 미안 한 것인지 아니면, 표정만 미안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표정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담담한 표정과 음성으로 말하고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나지? 왜 나를 선택했나?”
“그건....네 녀석이 가장 만만하게 보였으니까. 후훗.”
“그럼 하나 더, 너의 이름은?”
“제이 G.D 세이트.....G. D는 골드 드래곤이라는 뜻이지.....”
제현은 약간의 질문으로 그간 왜, 자신이 선택 되었는지, 계약자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귀찮다는 투로 말한 첫 번째 질문이 약간 거슬렸지만,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대답이었다. 최소한 녀석의 이름은 알 수 있었으니까.
“다음에 또 보지.....훗, 내가 죽어서 다시 이곳에 온다면.....”
딸깍ㅡ
그렇게 제현은 저승사자의 손에 이끌려 무간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사신들의 질책과 신장들의 손짓에 정신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지만.....그리고 제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평화스러운 지금의 느낌을 계속 유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그게 나에게 있을 까? 후후후.....네 녀석에게 줘 버린 힘은 남아 있지 않아. 패널티를 준다는 것도 힘든 일이니까. 앞으로 1천년도 힘들겠어.”
제이, 그러니까 제현의 계약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싸늘하게 굳은 표정과 싸늘한 목소리였지만 힘이 없는 듯 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녀의 몸 속에 있던 기운들은 대기 중으로 약간씩 흩어지고 있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