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269)

“풍운지,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같은 것이 있다고?”

“하하, 그렇지. 나름대로 규율이 있지.....뭐 나 같이, 혼자서 터를 잡는 자도 상당히 많으니까.”

제현은 풍운지라는 녀석과 상당히 오해가 있었음을 알고는 대화로 모든 것을 풀 수 있었다. 물론, 녀석에게서 벗어 나기위해 공격을 했지만 마혈이라는 술수에 당해 몸이 굳어 버리는 상황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이렇게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이지만.

일단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녀석의 이름은 풍운지, 생전에는 풍운검(風雲劍)이라고 불렸단다. 이상한 이름에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넘어갔다. 게다가 이곳의 지옥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했다. 진정한 악인부터, 평범한 사람, 자칭이지만 자신처럼 착한 사람도 있단다.

“그럼 아까 그 아귀 같은 종류의 녀석들이 상당히 있겠군?”

“그렇지...가장 많은 것이 아귀, 먹성이 강하지. 게다가. 자네같이 약한 자들이 대부분 당하지.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하하.”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이마에 힘줄이 돋으며 옆에 있는 풍운지를 노려봤지만 순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고치는 녀석이었다. 

“음, 수는 많지 않지만 위험한 녀석들이 한두 녀석들이 아니야. 그중에 손각신(道令神)와 도령신(道令神)이 있지. 흔히 처녀귀신, 총각귀신이라고 불리지. 그들은 인간의 정기를 훔치는 녀석들이지.....”

‘흠...서큐버스, 인큐버스인가?’

풍운지의 설명에 제현은 속으로 여러 가지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지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처녀귀신이라고 한다면,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 난 귀신이 아닌가? 아닌가? 아무튼 그 런 존재가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 다는 말에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주는 출몰하지 않지...어때, 대강 이곳의 위험한 요소는 알았나? 물론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겠지....”

“인간?!”

풍운지는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바로 옆에 있는 제현이기에 못들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질문을 했고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풍운지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물론. 네 녀석에게 들었으니까.”

“하하, 그렇지....나이가 드니까 이런 건망증도생기내....아무튼, 거대 도시 중에는 마성의 도시라는 곳이 있지. 물론 자세히는 몰라도 되, 지옥의 구석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곳에는 자칭, 신이라는 녀석들이 있지.....”

풍운지의 말을 들어보니 상당히 질이 나쁜 녀석들이었다. 선량한 지옥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족속들이었다. 물론, 그곳에 제현 자신을 괴롭힌 녀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풍운지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마성의 도시, 그곳에는 3계, 그러니까. 중원이라는 세계에 있는 곳에서 악명을 떨친 악인들이 몰리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1계의 아덴계의 악인도 몰리고 있었지만 아무튼 넘어갔다.

또한, 이 무간지옥 내에는 세력이 있는 데, 그 한축을 차지하는 것이 그 마성의 도시 녀석들이란다. 그 견제세력도 있지만, 무간지옥에 오는 사람이 다 그렇듯이 악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자리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어쩌다 지옥에 온 거야....내가 보기에는 지옥에 올 정도로 악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글세....그럼, 제현, 너는 왜 영혼의 낙인을 찍힌 거냐. 그렇게 악인이었나?”

제현의 질문에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풍운지는 되려, 제현에게 역습을 펼쳤다. 물론 제현은 순간의 질문에 풍운지와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표정을 굳히며, 이야기 했다. 뭐 할 이야기가 그렇기 긴 것도 아니었고 간단한 대답이었다.

“내가 강해서.”

“........”

제현의 간단명료한 말에 삽시간에 풍운지는 얼어버렸다. 한마디로 어이없다. 네가 어딜 봐서 강하냐. 라는 눈빛으로 제현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풉. 푸하하하! 네가?”

“.......”

좀처럼 진심으로 웃지 않던 풍운지가 진정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풍운지는 제현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풍운지는 남에게 쉽사리 자신의 내면적인 표정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지만 제현의 단, 한마디에 속마음의 표정을 들켜버린 것이다. 물론, 제현은 당혹스러운 표정과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푸웃,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겠다. 정말 웃긴 농담이군....생전에 이런 농담은 처음 듣는 군...아니, 후생인가, 아무튼 고맙네, 나를 웃겨줘서!”

탁탁!

“크헉?!”

풍운지는 자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었다. 기어코 제현의 등을 두 번 두드리던 풍운지는 갑작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뒤꿈치고 강하게 내려찍은 제현의 발이 보였던 것이다.

아무리 내력이 강한이라고는 하나, 방심한 상태에서 급소가 있는 부위인 발등을 찍혀 버렸으니 절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흠흠, 진담이었군. 미안하네....”

“괜찮아. 뭐, 믿을 수 없겠지. 약하게 보이는 생김새 하며, 약한 모습만 보여 줬으니까. 아무튼 네 집,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아아, 다 왔네....저기 보이는 수풀 밑에 절벽이 있지....그곳만 내려가면, 나의 집이 있다네, 지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상의 낙원이지...아니, 지옥의 낙원인가?”

지금까지 생각해본 결과 풍운지는 상당히 건망증과 애써 웃긴 농담을 하려고 하는 자 같아 보였다. 지금까지 봐온 모습은 선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누구도 그를 이, 무간지옥에 올 정도로 악해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던 제현역시 조금씩, 풍운지라는 사내에게 정을 주고 있었다.

“저기, 수 풀숲에 가려져 안보이지만, 절벽이 있다네, 게다가, 엉성하지만 진법도 쳐져 있어서, 쉽사리 눈에 뛰지 않지.”

제현의 풍운지의 말에 수긍하면서 그 수풀 근처로 다가갔다. 물론, 풍운지의 도움으로 절벽까지 다가간, 제현은 약간 실망해버렸다. 절벽이라는 말에 일(一)자로 넓게 갈라진 절벽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O자의 한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깊은 구덩이였던 것이다. 이걸 보고 누가 절벽이라고 할 것인가? 평범한 구덩인 것을....

“실망했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지....자, 내려가지....”

“엥? 계단 같은 것이 있는 것 아니었어? 어떻게 저길, 난 아무런 기운도 없다고. 플라이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인데, 무슨....”

“합, 이렇게 내려가면 되네! 꼭 잡게!”

풍운지는 제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현을 움켜쥐고는 구덩이 속으로 뛰어 내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기에 제현은 풍운지의 옷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빠르게 구덩이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개자식! 어디서 숨었냐! 빨리 나오지 못해!?”

제현은 허리부분까지 닿은 물을 거칠게 털어내며 소리쳤다. 분명, 자신은 풍운지의 옷자락을 힘껏 쥐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 녀석이 지상이 보일 때 쯤 자신을 냅다 어디론가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풍운지 자신은 여유롭게 물이 없는 곳으로 여유롭게 내려앉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개자식, 밑에 물이 있다는 것을 진 작에 말했어야지!”

제현은 바지까지 벋어 쥐어 짠 후 다시 입었다. 제현은 짜증나는 듯한 표정으로 몸을 가볍게 풀었다. 구석구석 쑤시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 가벼운 찰과상(擦過傷)또한 많아 보였다. 자잘하게 긁힌 자국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풍운지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좀 씻고 오시게! 미안허이’

그 말을 하고 자신을 던졌던 것이다. 죽은 뒤로는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취가 여간 진동하는 게 아니었지만 제현 자신은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었기에 남이 어떤 역한 악취를 맡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렇다고 집어 던지는 것은 뭐냐.”

제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거목(巨木)에 기대어 앉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물에 빠져 있었던지, 손가락은 흐물흐물해져 쪼그라져 있었다. 이곳은 지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좁은 구멍의 세계와는 다르게, 푸른 빛깔이 도는 작은 폭폭도 있었고, 하늘에서는 조금 맞게 세어 들어오는 빛이 이곳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휘이잉ㅡ

어디서 불어온 건지,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맞기며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러자 서서히 눈이 감겨버렸다. 제현의 주위에는 향긋한 야생화도 있었다. 물론, 생김새는 기이했지만 냄새만은 어떤 꽃에 뒤지지 않았다.

조그마한 구멍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깊어 보였다. 대략, 몇 백 미터는 넘어 보였다.

부스럭ㅡ

“어이, 풍운지 그만 장난 치고 나와라!”

제현은 짜증스러운 듯이, 감겨있던 눈을 뜨며, 부스럭 거린 곳을 향해 힘껏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에 부딪쳐 메아리가 쳤지만 제현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장난 그만 치래도!”

제현은 드디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고함을 질렀지만 다시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메아리뿐이었다. 그때 수풀이 흔들거렸다.

“하하하! 미안하네, 자네의 냄새가 역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풍운지는 조용히 수풀을 해치며 걸어 나오며 웃어댔다. 녀석의 말에 제현은 얼굴을 붉혔지만 다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축한 기분이 들어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렇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런, 이런, 많이 젖었군. 이리 오게. 말려 줄 테니.”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군소리 없이 다가갔다. 그러자 풍운지는 손을 뻗어 젖은 상의를 잡더니 자신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 옷은 빠르게 말라가며, 부드러운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후, 강한 강풍 같은 것에 의해 옷이 펄럭이더니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그나저나, 이곳 상당히 넓군.....게다가 빛도 들어오는 것이 아늑해 보여.”

주위에는 꽃이 만발해 있었고, 어디서 세어 들어오는 것인지 폭포를 통해 끝없이 물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물줄기를 따라, 큰 바위와 거대한 거목 또한 여러 개 보였다. 그리고 작지만 거목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 채의 오두막이 보였다.

“하하, 당연한 거 아니겠는 가? 업을 청산하기 위해 100년가량 이곳에서 지냈으니까.”

풍운지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고는 제현을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산책도로 있는 것인지 간단하게 만들어진 평평한 땅도 있었다. 그 주위로, 꽃들이 만발해 있었기에 지상낙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초라하지만, 나의 낙원으로 초대하겠네.”

“어련하실까.”

“이런, 아직도 그 일을 생각 하는가? 미안하네, 흠흠, 아무튼 많이 굶었을 테니. 식사라도 대접하지. 나의 낙원에 첫 번째 손님.”

녀석은 자신의 집 앞에 서서, 손을 쫙 펴며,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제현의 비아냥거림에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말도 했지만, 제현의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다시 웃고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녀석은 물고기를 잡은 것인지, 자신의 팔뚝만한 물고기를 쥐고는 웃으며 다가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리라고 해봐야, 굽는 것 밖에 할 것이 없었지만 구수한 냄새에 제현은 침을 삼키고 있었다.

상당한 시간을 굶고 있었기도 했지만, 풍운지가 구운 물고기는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곳에서는 귀한 것이라고. 마음껏 들게.”

덥썩ㅡ

“음....맛있군. 생각 외로 소질이 있어!?”

제현은 조심스럽게 건네는 물고기를 빠르게 낚아채고는 한입 베어 물었다.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맛있었다. 또한, 입속에 넣는 순간 사르륵 사라지는 감촉이란....아무튼 엄청 맛있다는 소리였다.

오물오물ㅡ

“그나저나, 네 이야기는 별로 듣지 못한 거 같은데?”

“그랬나.....?”

열심히 물고기를 뜯고 있던 제현이 돌연 질문을 해오자, 약간 굳은 표정을 짓던 녀석이 순간 표정을 고치며, 회상에 잠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결심했다는 표정을 짓던 녀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내가 지옥에 온건....그만한 사정이 있지....뭐, 믿지도 않을 걸?”

“믿어주지...이야기나 해봐.”

제현은 상당히 궁금했다. 이런 착해 빠진 녀석이 이런 곳에 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한 150년 됬나? 내 나이, 10세가 조금 넘었을 때 이야기겠네....오래 되서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들어 보게....흥미로울지 모르니.”

풍운지는 애뜻한 표정과 함께,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아버지! 어머니!"

풍운지에게는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평범한 가정과도 같은 그런 부모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풍운가(風雲家) 여러 의미에서는 수호자와 같은 것이었다. 무림에서도 상당한 인지도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하제일! 그 어떠한 세력도 풍운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비록 정파와 사파의 중간에 위치한 중립세력이었지만 엄연히 한축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풍운가는 풍운검제(風雲劍帝), 풍운영이 세운 무림세가(武林世家)이다.

풍운검제 풍운영은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상당한 자질의 무공을 가져 무림출도 10년 만에 천하제일을 이루었고, 그의 덕망과 명예는 높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경외하고 존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원무림은 세외무림에서 온 고수들, 그러니까, 포달 랍궁의 고수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 던 중, 세외고수들은 모두 연합하여 중원 무림에 침범했고, 아무런 방비와 대책이 없던 중원무림은 세외고수들에 의해 차디찬 시체가 되어 연패를 했던 것이다.

이에 풍운검제 풍운영은 자신의 이름으로 무림맹과 사도련의 힘을 모아, 멸사장을 세우고 중원무림의 의기를 모두 모아 세외고수들을 무너뜨리는 쾌거를 낳았다.

그리고 멸사장 해체 이후, 그는 정착하여 풍운가를 세웠고, 그곳에서 자손대대로 무림의 평화를 수호하리라는 맹약을 세웠다. 

그리고 풍운검제 풍운영의 후손들은 그런 조상의 맹약에 따라 무림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고, 그 때문에 무림은 많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쨌든 풍운지의 어린 시절에 그는 그런 범상치 않은 가문의 소가주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사인 풍운대제 풍운영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실제로 10세라는 어린 나이에 풍운가의 독문무공인 풍운신검(風雲神劍)을 7성까지 익혀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풍운지의 재능을 두려워한 탓인지 살수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비록 화경의 경지에 달했지만 경험이 일천하여 살수들의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에 의해 자신은 무공은 물론, 가족들 까지 잃고 만 것이다. 그렇게 방황의 시기 탓인지, 쇠약해진 가문을 넘보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 틈을 타, 무림연합의 세력들이 풍운가를 파괴한 것이다.

그때, 풍운지의 나이, 14세, 유일하게 풍운가의 생존자인 풍운지는 우연히 만난 초라한 늙은이에게서 복수를 맹세한다. 하지만 풍운지의 사부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무림세외 세력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었다. 그의 무공인, 광살마검(狂殺魔劍)을 익힌후 하산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원 인에 대한 복수 행,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이 광살마검과 풍운가의 독문무공인 풍운신검에 의해, 무차별적인 도륙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광살마검의 치명적인 단점인 시전자의 정신을 갉아 먹는 것 때문에 상당한 심력과 정신력을 빼앗긴 풍운지는 마인이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무림에서 얻은 별호인, 풍운마검(風雲魔劍) 풍운지, 혹은 풍운검으로 불렸다. 그의 이름은 절대적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나이 60세, 방황이라는 시기가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을 잃은 풍운지는 쓸쓸히 세상을 떠돌다가 어느 황야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그가, 풍운마검, 풍운지였던 것이다.

"나, 엄청난 악인 맞지? 후후후...복수에 눈이 멀어, 그런 일을 벌이다니...."

풍운지는 씁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밤으로 바뀌어 버린, 주위를 보며 커다란 거목으로 걸어 나가보였다.

그의 뒷모습은 뒤늦은 후회와 반성이라는 감정이 얽혀 있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