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269)

후웅ㅡ

뭉툭하지만 싸늘하게 공기를 가르는 살검(殺劍)이 허공을 갈랐다. 시전자의 눈에서는 살기가 요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마치 사람을 몇 명이고 죽인 살인자처럼 그 눈동자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60일 동안 풍운지에게 배운 초식을 마음껏 시전하고 있는 제현이었다.

“하앗!!”

제현은 풍운지가 검처럼 만들어준 목검을 들고 수련하고 있었다. 철로 된 무기를 구하기 어려운 지옥인 만큼 이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풍운지가 검과 비슷한 정도의 무게와 중심을 가진 목검을 만들었던지 제현의 자세는 안정되어 있었다.

“만검(萬劍) - 낙(落)!!”

만검의 거의 모든 초식에는 낙(落, 찍다. 흩어버리다.)의 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에 검은 더욱 빠르고 허초가 많았다. 그리고 검법의 초식들을 시전 할 때마다 바뀌는 속도 때문에 검을 잡는 위치도 다르게 해야 했다.

빠름의 낙, 그것을 사용 할 때는 검의 날이 닿을락 말락해야 했고 파괴 적인 파를 사용 할 때는 검을 중앙에 위치하게 잡아야 했다. 또한, 부드러움의 유를 사용 할 때는 잡은 듯 잡지 않은 듯해야 했기에 여간 까다로운 검법이 아니었다. 어떻게 본다면, 만검은 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슈욱ㅡ싀싀싁!!

또한 검을 쥐는 방법이 특이하므로 휘두르는 속도는 쾌속(快速)이었다. 마침 제현의 만검의 살(殺)을 시전 할 때였다. 쾌속의 빠르기로 한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베어버리는 낙(落)의 연초였다. 그만큼 마지막 오의는 어떤 초식과도 연계가 가능한 초식이었기에 그야말로 무적의 초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보통 오의라고 한다면 특이한 기수식을 가지고 있건만 이것은 오의라고 보기 힘들게 평범한 기수식인 착(꼭쥔 형상)을 사용 하고 있었다.

제현은 순간 높게 점프를 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거암 쪽으로 목검을 찍으며 가상의 적의 관자노리 부근에 있는 태양혈을 찍어 눌러 버림과 동시에 바위를 향해 목검을 꽃아 넣었다. 순간 제현의 눈에서는 포식자의 눈빛과 같이 스산한 살기가 지나갔다.

“좋아..상당히 좋은 몸놀림.”

풍운지는 제현의 수련장면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익히고 있는 무공은 제현의 몸에 딱 알맞은 것이었다. 60일이 지난 지금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대로된 보법을 익히지 않고 있는 지금에도 제현의 움직임은 내공의 영향으로 매우 날렵한 상태였다. 게다가 심법 자체가 마(魔)속성의 마공(魔功)에 속하기에 속성(速成)-빠르게-으로 수련하는 것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수련 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게다가 마기가 예전부터 친숙한 것인지 내력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증강시키고 있었다. 3계의 중원 무림에 비유하자면 무슨 영약을 흡수한 것처럼 지옥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확인한 바로는 제현은 모든 초식의 내용을 외우고 있었다. 풍운지는 멀찍이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전투의 감각은 뛰어나지만, 무기와의 친숙도는....”

풍운지는 약간 몸을 푸는 듯 한 행동을 취한 뒤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목검을 쥔 뒤 제현을 향해 걸어갔다. 침착한 풍운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상기된 얼굴을 하고서,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는 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제현의 눈매는 두 달 전과는 다르게 많이 날카로워 져 있었다. 상당히 많은 수련을 쌓았다는 듯이 눈동자에서는 현기와 스산한 기운도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는 살짝 미소를 지은 뒤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이제 실전이냐!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이번에는 꼭!”

스륵ㅡ

제현은 이제 올것이 왔다는 표정, 아니 차갑게 웃으며 목검의 날을 풍운지 쪽으로 향해 겨눴다. 내력이 실리지 않은 제현의 목검이었으나 순간적으로 예기가 발하는 듯, 스산하게 날카로워 보였다. 마치 잘 다듬어진 명검에서 예기(銳氣)가 뿜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풍운지가 웃으며 그만의 특유한 기수식의 모습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살짝 검을 뒤로 빼며 땅이 닿을 정도, 장검의 모습을 한 목검이었기 때문에 닿을락 말락하며 검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이 풍운지가 취하는 기수 식이었다. 

쉬익-

풍운지가 자신의 풍운신검의 초식인 풍운지로(風雲知路)를 이용해 처음의 선제공격에 들어갔다. 풍운지로, 단순히 말하면 바람과 구름의 길을 안다는 뜻이지만 엄연히 검법의 초식이었다. 바람의 변덕과 구름의 흐름처럼 풍운지의 검은 서에서 들어오는가 싶은 검은 어느새 동에서 오고 있었고, 북에서 오는가 싶으면 남에서 찌러들어 오고 있었다.

“헙!”

제현은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녀석 진심이었다. 대련 시간만 되면 녀석의 눈동자는 무심함, 그러니까 부동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눈 깜짝하지 않겠다는 듯 한 무심함이었다.

팍!!

제현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목검사이에서 흐르는 절제되지 않은 힘이 느껴진 것이다. 제현은 순간 만검 - 유(流)의 수법으로 몸을 비틀며 풍운지의 검을 스치며 가슴 쪽으로 베어 갔다. 풍운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보법으로 살짝 움직이며 제현의 검과 자신의 검을 맞부딪혔다.

탁, 타타탁!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제현의 검을 무심한 표정으로 모두 쳐내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딛힐 수록 제현의 걸음은 뒤로 조금씩 물러서고 있었다. 수십 보의 걸음을 뒤로 물러섰을 까, 순간 풍운지의 검이 빠르게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슈슉-

날아 들어오는 풍운지의 눈이 보였다. 제현도 자세를 갖추며 풍운지를 받아들여 살(殺)의 초식을 시전 하였다. 제현의 검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요란한 살기를 내비쳤지만 벌써 코앞에 당도한 풍운지였다.

“훗, 아직 멀었네. 아직 이야.”

풍운지는 제현이 사용하는 살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풍운지 역시 풍운지로의 수법에서 유운참영(流雲斬影)의 수법으로 전환해 제현을 압박하며 베었다.

유운참영, 구름의 그림자마저 벤다는 뜻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못 벨 것이 없다는 소리였으며, 광오한 초식이름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것이 뭐 어떤 초식이냐고 하겠지만 일단 당해 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싁, 스스스스, 솨아아아악ㅡ

풍운지의 검에서 시작된 현상은 점점 제현의 동공을 꽉 채우고 있었다. 검의 속도에 수배가 되었고 검영(劍影)역시 수십 개 이상이었다. 제현의 눈에 풍운지의 검이 수십 개로 보였다.

‘끝났구나!‘

보통 사람 같으면 눈을 질끈 감을 것이나 제현은 오히려 눈을 부릅뜨며 수많은 검영 중 어떤 것이 진짜여서 자신의 목덜미를 베려하는지 보고 있었다. 기필코 마의 두 번째 초식을 벗어나고파 하는 갈망 때문이었다. 언제나 두 번째의 초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까지구만! 하지만 많이 좋아졌네, 마지막 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그 눈동자 참 마음에 드네.”

스르륵ㅡ

풍운지는 막 성대에 닿으려던 검을 순식간에 거둬들인 후 몸을 뒤로 날렸다. 제현과 대련을 하기전의 장소로 돌아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제현의 만검은 아직 미숙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지 고작 두 달이지만 두 달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칫!”

제현은 스치듯 지나간 검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살짝 긁힌 목에서 쓰라린 느낌과 몸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몸을 찌푸렸다. 실제로 베지는 않았지만 당한 곳에서 고통이 느껴진 것이다. 이처럼 풍운지는 가끔 이런 식으로 수련을 빙자한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약간의 치욕도 느껴졌지만 수련을 할수록 모자란 부분을 알 수 있었기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음에는 지지 않겠다!”

제현은 미끈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훽 틀었다. 다시 수련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약간의 고통쯤은 제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낙(落)”

슈슈슉-

쉴 새 없이 검음이 허공을 메웠다. 제현의 목검에서도 어슴푸레 검영(劍影)이 한 두개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현은 빠르게 몸을 틀며 외쳤다.

“파(破)”

수련하기 시작한 이후로 바위에 찍힌 목검의 자국은 수없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하나의 자국이 더 생긴 것이다. 파의 묘리는 바위를 뚫고 들어간 곳에서 기운을 폭사시키는 것이기에 검기(劍氣)를 다룰 수 있어야 제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만큼 단계의 경지를 밟지 않는 다면 완전히 모든 초식을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하하!!”

몸속에서는 여전히 용솟음치는 기운으로 제현의 기분을 좋게 했다. 온몸에 흐르는 기운은 땀이 되어 제현을 적셨고, 목검에 흐르는 땀은 예기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현은 풍운지의 착검(着劍)법으로 검을 회수했다.

“슬슬 보법을 익힐 때가 되었군.....”

풍운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절벽아래의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신음을 흘리는 가? 하체 부실이군! 하체 부실!”

빠직!

풍운지의 말에 제현을 이를 악 물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보법 수련에 기대 반, 흥분 반으로 시작된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만인상을 찌푸리며 수련을 임하는 제현이었다. 제현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의 생각이 지나갔지만 풍운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어! 수련 중에 어찌 잡생각을 하는 가? 자네, 그러고도 사내인가? 고장 10분 가지고 힘들어 하는 기색이라니!”

“그게 쉬운 줄 알아? 오토바이 자세라니! 이게 수련이야?!”

“오토바이? 그것은 무엇인가? 아무튼 그 자세를 30분 동안 버텨야만 기본적인 수련이 끝이라고 할 수 있네. 보법을 익히는 것이 쉬운 줄 알았는가?”

풍운지는 느긋한 표정으로 제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제현은 일명 기마자세라고 불리는 자세로 연신 땀을 흘리며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유지하며 눈앞의 풍운지를 노려 볼 뿐이었다. 다리는 연신 후들거리고 있었고 주위는 고요했다. 오직 제현의 신음소리만이 이곳을 메우며 소음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후들후들.

“쓰읍ㅡ”

제현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장장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법의 기초는 당연히 하체 단련에 있다. 물론, 마법사였던 제현이었기 때문에 육체의 단련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지금처럼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만! 자네, 그래가지고 언제 30분을 채우겠는 가. 물론, 보법도 중요하지만 보법의 움직임을 지탱 해주는 하체역시 중요하다네. 아무튼 하체 수련을 나중에 하고 보법수련이나 하지.”

후들후들.

“아, 좀 쉬다가....도저히 못 움직이겠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제현의 모습에 풍운지는 고개를 흔들고는 제현을 가까운 그늘로 인도했다. 물론 다리의 갑작스런 운동 때문인지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 제현을 부축해 옮긴 것도 풍운지였다.

주물럭, 주물럭

“지금은 이렇게 내가 내력으로 근육을 풀어주겠지만 다음부터는 어림도 없네. 이것도 수련이야.”

풍운지의 말에 절실히 공감하는 제현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편안해진 다리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제현, 하지만 실상 풍운지도 보법의 수련을 위해서는 뭉쳐진 다리를 풀어야 했기에 군소리 없이 근육을 풀어 주고 있었다.

“자자, 어느 정도 풀렸으니 슬슬 일어나는 것이 어떤가? 늑장 부리면 더 힘들어지는 법이네.”

“쳇, 알았다고. 재촉 하지마 나도 생각이 있으니 그 정도는 안다고.”

어느 정도 다리의 근육이 풀리자 기운으로써 근육을 풀어주던 풍운지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현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평평한 지형을 골라 무언가 열심히 발로 찍더니, 제현을 그곳에 세우고는 발을 맞춰 보라는 식으로 눈치를 보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겠지? 흔히 무림세가들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이 편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효과도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 방법을 추천하지.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이 발자국을 지울 테니, 외워 두게.”

풍운지가 행한 방법은 흔히 무림의 세가들이나, 여러 유명한 문파에서 행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을 아무 곳에서나 사용 할 수 있는 수련방법이지만, 사람마다의 일정한 걸음걸이, 움직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몸에 맞는 보법을 찾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포기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보법을 완성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풍운지는 도중에 지운다는 말로써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계획이었다.

“너무 이것에 의존 하지 말게. 의존한다면 자신만의 보법이 완성 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의 보법이 완성된다면 자네의 가문의 것으로 바꿔서 하지.”

풍운지가 찍어 놓은 발자국의 보법은 삼재보(三才步)로 무림에서 초보들이나 하는 보법이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경지가 높은 고수들도 이 보법을 기초로 상위의 보법을 수련하기 때문이다.

삼재보는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 그리고 빙글 한 바퀴 회전하는 걸음걸이가 삼재보 였다. 어찌 보면 단순하겠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난처한 걸음 걸이였다. 일정한 걸음걸이에 일정한 힘으로 걸어야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탓ㅡ 타탁ㅡ

“하핫 이거 쉬운데...? 읏?!”

제현은 빠르게 걸어가며 삼재보를 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발자국을 떼었을 까? 몸이 약간 휘청하며 제현의 스텝이 꼬여 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쿠당탕! 소리와 함께 제현은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풉ㅡ 자네 그것을 보법이라고 펼친 건가? 저 보법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삼류 보법이네, 물론 저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기초도 재대로 펼치지 못해서야 일류의 보법을 어찌 펼치겠나.”

풍운지는 제현이 휘청거리며 쓰러지자 순간 웃음을 흘리고는 시범을 보였다. 물론 보법을 펼치는 모습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말까지 하고 있으니 제현으로써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삼류의 보법도 펼치지 못하는 바보라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 졌지만 그것을 가지고 내색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법이란 자고로, 평소의 걸음걸이처럼 자연스럽게 펼쳐 내야만 실전에서 사용 할 수 있는 것이네, 고양이처럼 기척이 나지 않고, 일정한 걸음을 걸어야 하며, 어떨 때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날카로워야 하는 것이 보법(步法)이야”

몇 번을 더 보여준 끝에야 풍운지는 걸음을 멈추며 제현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제현은 감탄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더 따라했지만 어설프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느릿했고 걸음의 폭도 어정쩡했다. 발자국이 있음에도 그 보법을 펼치지 못한 것이 치욕스러웠던지 묵묵히 수련에 임할 뿐이었다.

“그 보법과 마보자세를 다 펼칠 때 까지는 어떤 보법도 자네에게 가르쳐 주지 않겠네.”

풍운지는 냉정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는 명상에 잠겨 들었다. 물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제현도 묵묵히 풍운지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고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어떨 때는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고, 어떨 때는 술 먹은 사람처럼 비틀 거리기도 했지만 점점 보법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보법! 젠장, 삼류보법 주제에 더럽게 어렵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계속해서 수련에 임하는 제현이었다. 물론 그 뒤로 수없이 보법을 펼쳤지만 완벽하게 펼쳐 낼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고 보법 수련에만 매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법 수련도 해야 했으며, 심법수련으로 내공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현에게는 할 일은 넘쳐 나고 있었고 넘어야 할 산은 수없이 많았다.

“기필코, 다음 수련으로 넘어가겠다!!!”

들어주는 사람이라고는 풍운지 밖에 없지만 세상을 뒤 흔들 것 같은 목소리로 크게 외치며 수련에 임하고 또 임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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