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서열 입문(入聞)
“뒤로 물러 서 있게.”
“그래, 그래야지, 크크큭”
풍운지는 제현을 살짝 뒤로 밀치며 검을 바로잡았다. 주위는 고요했다. 오직,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며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였다. 마호영의 얼굴은 서서히 펴지며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마호영이 쓰는 도법은 분광도법(分鑛刀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도법은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단, 2초로 이루어진 도법인 만큼 현란한 기술은 없지만 간결하고 오직 적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도법이었다.
첫 번째 초는 필취파멸도(必取破滅刀)라는 초식인데 반드시 적을 죽인다는 뜻이었다. 그 초식의 움직임은 가히 패도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두 번째 초식은 분뢰우혈도(分雷雨血刀)인데, 이 초식 역시 패도적인 면을 중시하는 초식이었다. 적을 베면 피는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의 초식임을 알듯이 적의 피로써 갈증을 해소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겠다는 속뜻도 있었다.
“선(先)을 양보하겠소.”
“사양하지 않겠다. 크큭!”
그와 동시에 마호영은 멧돼지처럼 풍운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마호영은 풍운지에게 분광도법의 초식을 시전하려 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 풍운지는 고요히 검을 고쳐 들며 마호영의 도의 사정권으로 파고 들었다.
“크, 풍운검 너무 무모해! 크크.”
마호영은 마기(魔氣)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한편 풍운지의 오른 손에 들려 있는 풍검은 손에 쫙 조여 들었다. 그리고 검신의 중앙부분에서 일몰의 빛을 받으며 푸른빛을 발했다. 모든 것을 없애 버릴 듯 한 기운이 풍검에서 감돌며 싸늘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호영은 풍운지의 모습에 자신도 기운을 끓어 올리며 도신에 붉은 빛이 도는 기운을 덧씌우며 필취파멸도를 시전 했다. 이에 뒤질 세라 풍운지 역시, 풍운지로를 이용해 공격을 가했다.
챙ㅡ
순간 검소리가 났다. 풍운지와 마호영이 부딪치기 시작 한 것이었다. 단 일수에 둘은 기세를 피워 올리며 상대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는 순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풍운검! 죽어랏!!”
마호영이 외쳤다. 너무 갑자기라 풍운지가 급히 검을 거두며 마호영의 도를 막으려 하였다. 마호영은 처음부터 본 실력을 끓어 올렸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상대가 고수인 만큼 속공을 펼치지 않으면 어처구니없이 당하게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마호영의 판단은 옳았다. 순간적인 전투적인 센스와 상대의 흐름을 간파한 마호영의 도는 풍운지의 가슴으로 날아 갔다. 분광도법의 필취파멸도의 수법으로 시전했기 때문에 그의 도는 물만난 고기처럼 풍운지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기운을 폭사 시켰다.
슈각!
순간 보법으로 몸을 비튼 풍운지였지만 빠른 임기응변으로 마호영의 도를 무사히 피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왼쪽 소매 쪽에서는 가느다란 실선이 생겨나며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분광도법의 특징은 상대를 베고 난 후에야 효과가 나타난다. 작은 상처라도 일단 당하고 난다면 상처가 벌어지며 출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풍운지는 옷자락만 베였기 때문에 한쪽 소매가 없어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파팟!
풍운지는 반격하려고 했으나 잊따라 들어오는 도로 인해 피하기 급급했다. 일단 상대에게 공격할 타이밍을 뺏긴 이상 약간의 틈이 없다면 이처럼 몰리게 되는 것이다. 마호영은 손속을 두지 않았다. 또한, 반격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도를 놀리며 풍운지를 압박해나갔다.
주춤!
순간 풍운지가 주춤 하며, 몸을 멈췄다. 그것을 노칠 마호영이 아니라는 듯이 분뢰우혈도의 초식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분뢰우혈도는 다섯 가지의 변초를 기초로 하여 세 번의 변초가 이어져 백이십번의 변초를 행 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그만큼 작은 초식 안에 수많은 절초와 변초가 곁들어져 있는 극 최상의 도법이었다. 또한, 사혈과 치명적인 부분을 노리는 잔인하고도 실전적인 도법이었다.
촤락ㅡ
강한 압력의 도가 풍운지의 검과 맞부딪혔지만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분명 도와 검이 부딪혔건만 촤락이라는 소리와 함께 마호영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하지만 마호영은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풍운지가 사용한 것은 사량발천근(四兩發千斤)의 수법이었다. 적이 천 근의 힘으로 공격해 올 때 맞받아치기 위해서는 같은 정조의 힘이 필효한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기운의 방향만 바꿔주는 바꿔주면 넉 냥의 힘만으로도 능히 적의 공격을 맞받아 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물론, 이화접목(移花接木)과도 비슷한 기술이었다.
“크윽, 젠장!”
쿵!!
마호영은 분하다는 듯이 도를 바닥으로 찍으며 그 진동으로 주저앉은 바닥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 모습에 풍운지는 웃으며 마호영에게 달려들었다.
마호영은 크게 노했다. 그러나 이 따라 들어오는 풍운지의 검을 피하며 반격 할 수 없었다. 풍운신검의 유운참영(流雲斬影)는 쾌속을 전제로 하였다. 초식명이 떠도는 구름마저 벤다는 뜻으로 끝없이 적을 몰아 붙였다.
수십 가닥의 검영(劍影) 마호영의 동공을 농락하고 있었다. 그 수십 개의 검영 중 오직 한 개의 검영 만이 실초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찰나의 순간의 판단으로는 풍운지의 검을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마호영은 그만 가슴 한 귀퉁이를 내 주고 말았다.
슈악!!
검영이 사그라지자, 마호영의 가슴에서는 피분수가 일어나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던지, 자신의 손가락으로 몸의 여러 곳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타혈하는 듯 한 모습이었지만 몇 번의 타격으로 흘러내리던 피는 순식간에 멈추어 버렸다.
“이거 질질 끌다가는 안 되겠군. 임시방편으로 막았지만 힘들겠어, 크크크, 너도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지?”
마호영은 자세를 잡으며 도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한손으로 무식하게 휘두를 때도 강했지만 양손으로 고쳐 쥐니 그의 기세가 바뀌고 있었다. 그 모습에 풍운지 역시 자세를 낮추며 검을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초는 풍운연무(風雲煙霧).”
“크큭, 바람과 구름, 연기와 안개인가? 뭐 좋아, 나는 필취파멸도와 분뢰우혈도를 합친 초식인 분광파혈도(分鑛破血刀)다. 크크크.”
둘의 사이에서는 묘한 기세가 흐르고 있었다. 잠시 작은 정적이 잦아들며 둘은 빠르게 움직였다. 둘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태풍이 되듯이 빠르게 기운이 회전하며 제현이 있는 곳 까지 그 여파가 느껴져 왔다. 거대한 존재감이었다. 마치, 두 마리의 호랑이가 포효를 내듯이 그 둘은 고요한 가운에 엄청난 존재감을 들어냈다.
팟!
캉!!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마호영이었다. 그는 궁신탄영으로 풍운지에게 접근하는 척 하며 바닥의 둘 뿌리를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강을 일으키며 풍운지의 검과 맞부딪히며 도를 손에서 놓았다.
하지만 도는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회전하며 풍운지의 검을 따라 회전하며 풍운지의 목덜미를 물어 버렸다.
푸슉!!
순간 풍운지의 목에서 가느다란 실선이 생기며 급속도로 상처 부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는 당황하지 않고 반대 손으로 지혈을 하며 물러섰다.
“큭, 어검술(馭劍術)인가?”
어검술, 엄청난 내공을 불어 넣어 손으로 대지 않고도 마음먹은 대로 칼을 날리거나 돌아오거나 휘두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순간 도를 회수한 마호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재차 몸을 날렸다.
“내공 소모가 커서 이것만큼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역시 풍운검 강하구나!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마호영은 도법의 가장 기초 기술인 직도황룡(直道黃龍)의 수법으로 풍운지의 머리로 도를 떨어뜨렸다. 직도황룡은 수직으로 도를 내려치는 기술로 가장 평범한 도법이었다. 그밖에도 검으로 펼칠 수 있는 태산압정(泰山壓頂)이나 팔방풍우(八方風雨)역시 기초적인 무기 술이었다.
슈아아악!!
“안 돼!”
제현은 떨어져 내리는 마호영의 도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제현은 아무 생각 없이 마호영에게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