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서열 입문(入聞)
쉐에에엑!!
캉!!
“조제현! 뒤로 물러서라!”
풍운지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호신강기(護身鋼氣)를 펼치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마호영은 살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풍운지에게 다려 들었다.
마호영의 분광도법의 이초가 시전됬다.
육식 동물이 초식동물을 쫒는 것처럼 그는 신이 났다. 마호영의 경공은 신이 나서 더욱 빨라졌다. 풍운지는 뒤를 돌아보며 풍검을 내질렀다. 피하면서 휘두른 검은 위력이 없었다. 가볍게 피한 마호영은 바로 뒤까지 왔다. 마호영의 도가 서에서 번쩍 동에서 번쩍 하며 풍운지를 괴롭혔다.
“칫! 풍운마검 풍운검! 아주 쥐새끼 같구나! 크크큭!”
슈악!
마호영이 씨익ㅡ 웃었다.
얇게나마 풍운지의 어깨에 타격되었다. 그러나 위력이 강한지라 풍운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날렸다. 제현은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 제현이 나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무공을 익힌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상대는 서열 30위의 마호영이었다.
풍운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풍운지는 순간 도를 잡아당기며 풍검을 마호영에게 꽂아 넣었다. 소(小)를 버리고 대를(大) 취하라.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으로 풍운지는 적절하게 마호영의 사혈에 검을 꽂으며 몸을 뺐다. 하지만 풍운지 역시 상당한 타격을 당했기에 몸이 비틀 거렸다.
“쿨럭! 이렇게 나올 줄이야...컥!”
풍운지는 자신의 수에 눈썹을 찌푸렸으나 순간 정신을 차리며 안광이 폭발하였다. 순간 마호영은 풍운지의 살기에 움찔하였으나 곧 마음을 가다듬고 분뢰우혈도를 시전 하였다.
도영(刀影)과 수십 가닥의 혈영(血影)이 풍운지의 눈을 괴롭혔지만 어차피 하나는 반드시 진실이었다. 순간 풍운지의 기세가 바뀌었다. 주위를 요동치던 바람의 기운이 잦아들며 마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내가 왜, 풍운마검이라는 별호(別號)를 가지고 있는 지 가르쳐 주마. 마호영!”
광살마검을 펼치기 위해 풍운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몸속의 기운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며 흐름을 잡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마호영 역시 내공을 방출 시키며 풍운지의 내공에 대응했다.
파파파팟!
풍운지는 더욱 내공을 방출 시키며 검을 고쳐 쥐며 달려들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방식이었다. 검에서는 붉은 혈기가 뛰며 요사스런 기운을 흘렸다.
“후후! 광살마검(狂殺魔劍) 1초 광혈난무(狂血亂舞)!”
광혈난무, 미친 듯이 추는 춤이라는 뜻이었다. 피의 춤! 그야말로 광살마검의 절초중의 절초였다. 비록 이것을 쓰는 사람의 이지를 조금씩 갉아 먹는 검법이라고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이정도의 검법은 없을 것이다.
마호영의 도가 풍운지의 검과 맛 부딪쳤지만 마치 부딪혀서는 안 된다는 듯이 도가 튕겨 나가며 볼썽사납게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에 당황한 마호영은 도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순간 앞에 나타난 풍운지를 보며 몸이 굳어 버렸다.
“도가 없다면 주먹을 쓰는 수밖에!”
마호영은 금나수(擒拏手)의 수법으로 풍운지의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풍운지는 어깨에 반동을 주며 마호영을 튕겨냈다. 무심히 살기를 띠며 천천히 마호영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풍운지의 내력은 급속도로 상승해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금제인 광살마검을 펼칠 때부터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만큼 육체가 받는 타격은 크겠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무적이었다.
우두둑!
뼈가 이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호영은 고통을 삼켰다.
“나는 지지 않는다!”
미소가 사라졌다. 마호영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복부 쪽을 천천히 고개를 내리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복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장검의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마호영이!”
씨익ㅡ
풍운지의 웃음이었다. 좀처럼 볼 수없는 조소와 경멸어린 눈빛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풍운지는 거칠게 풍검을 회수하며 그대로 횡으로 검을 갈라 버렸다. 다시 한 번 몰아치는 혈풍이었다.
“내가 왜, 풍운마검 인줄 아는가? 절대의 검법인 광살마검을 익혀서가 아니다.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조각 내버리는 잔인한 손속 때문이지!”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마호영의 모습만이 풍운지의 눈에 들어왔다.
“하하하!”
풍운지는 괴소를 흘리며 검을 쥐며 천천히 다가갔다.
터벅-터벅-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지며 풍운지의 행보만이 들려왔다. 그 모습에 제현은 침을 삼키며 주시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피를 갈구하는 마인처럼 그의 입가에는 작은 주름이 잡혔다.
“광살마검 - 악귀현신(惡鬼現神)”
오직 두 가지의 초식만을 수십 년이나 익힌 풍운지였다. 비록 복수를 위해 휘두른 검이었다고는 하나 그의 검에는 절재와 같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제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검에서 솟아 오른 강기(剛氣)가 마호영의 몸을 난도질 하며 빠르게 육체를 분해시키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듯이 뼈 한 조각, 살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지고 있었다.
비록 지옥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겠지만 명백한 비참한 최후였다.
휘우우우우!!
순간 혈풍이 잦아들며 풍운지의 신형이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광살마검은 있어서는 안 될 검법이다. 후후.”
풍운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정좌를 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물론 제현은 호법을 서며 주위의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닥은 어지럽게 파여 있었으며, 붉은 살점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그 모습에 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후우ㅡ”
한참을 기다렸을 까 풍운지는 감겨 있던 눈을 뜨며 예전과 같은 기운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약간 당황한 제현은 풍운지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군?”
“아....나도 모르게, 20위에서 50위는 거기서 거기의 실력이지....조금의 틈만 있다면 순간 당하는 것이 이곳의 무공이다.”
풍운지는 허탈한 모습을 하고는 제현에게 말했다. 1위에서 19위 정도역시 비슷한 경지지만 약간 앞선 자들이라고 했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깨달음의 차이였고 초식의 완성도는 비슷하단다. 또한, 아까 죽어버린 마호영 역시 현생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날린 마도 인으로 풍운지와 호각을 다투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곳은 순위로 대접을 받지....자네도 조만간에 순위 쟁탈전을 해야 겠지......”
그 말을 하고는 풍운지는 앞서 나가며 걸아 가고 있었다. 제현은 풍운지의 말을 곱씹으며 뒤를 따랐다.
지옥서열 입문(入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