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영을 처리한 뒤 제현과 풍운지는 거대한 도(刀)를 챙겨 들고 지옥에 딱 두군데 있는 도시로 향했다. 가는 길목, 길목 마다, 아귀와 같은 몬스터가 있었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갈수 있었다.
그리고 도(刀)를 챙겨온 이유는 승자의 전리품임과 동시에 제현의 무기를 만드는 재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또한, 금속으로 된 것은 지옥에서는 화폐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기에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저기 있군. 몇 십 년 만에 왔는데도 변한 게 없어.”
풍운지가 가리킨 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성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보이는 도시가 있었다. 작은 문을 중심으로 넓게 퍼진 나무로 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또한, 도시를 차지하는 것의 대부분의 것은 연무장과 비슷한 공터였다. 간간히 대장간, 여관과 비슷한 것이 보였고 술집도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상대를 살펴서도 안 되고 눈길을 줘서도 안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겠지?”
“물론.....”
제현은 자신의 몸집과 맞먹는 도를 쥐고는 풍운지의 옆으로 이동했다. 풍운지는 작은 문으로 다가가며 제현에게 주의 사항을 점검하고는 성큼성큼 성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강한 기운들이 풍기고 있었지만 익숙한 고향에 오는 것처럼 행동하는 풍운지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멈춰라. 순위, 별호, 혹은 이름을 밝혀라!”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인지 그들은 거창을 쥐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손에는 굳은살이 촘촘히 박여 있었고 의복 사이에 비치는 몸은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25위 풍운지, 옆은 조제현이라고 지옥에 온지 며칠 안 된 사람.”
“헙ㅡ”
풍운지의 말에 문지기는 급히 숨을 들이 마시며 길을 비켰다. 그들은 경외와 두려움의 눈빛을 보내며 문을 열며, 어딘가에 받아 적고 있었다. 그 곳에 적힌 글은 도시 안에 들어온 자의 이름과 순위표였다.
[25위 풍운마검 풍운검]
[지옥초출 조제현]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것으로 순위를 확인함으로써 변동사항을 말하는 듯했다. 한참을 받아 적던 문지기는 제현이 가지고 있는 거도(巨刀)를 보며 의문에 띤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풍운지는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던 도중 서열 30위 마호영과 순위 쟁탈전을 했다. 이미 알겠지만 그는 패했다.”
“광도(狂刀) 마호영!”
그들은 마호영이 패했다는 말에 놀랍다는 눈빛으로 풍운지를 보더니 다시 그 서류에 기재했다.
[광도 마호영 패 승자 풍운마검 풍운검, 서열 변동사항 없음]
“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저희 따위에게 시간을 할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허리가 땅에 꺼질 정도로 몸을 굽히고는 자리를 비켜섰다. 뒤쪽에서도 몇 명의 사람들이 오고 있었기에 풍운지 역시 군말 없이 자리를 비켜 지나갔다. 도시 안에서는 마기(魔氣)와 사기(死氣)같은 기운들이 들끓었고 간간히 풍운지와 비슷한 기운들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참고로, 풍운지는 정파의 내공심법을 익혔습니다. 물론, 복수를 위해 사부를 만나 다른 심법도 익히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네 우선 식사부터 할텐가? 아니면 대장간에서 자네의 무기를 만들 텐가?”
“역시 무기부터.....”
언제 부터인가 제현은 말수가 적어지고 있었다. 절벽아래에서 자신의 무위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을 알고부터 말수를 줄이고 있었다. 강해져야했다. 풍운지와 같이 당당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절대 누군가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나는 강해질 것이다. 누구에게도 허리를 굽히지 않겠다!’
제현은 아까 문지기와의 대면에서 결코 자신보다 뒤처지지 않는 무위건만 허리를 굽히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결코 그들은 약한 것이 아니었다. 지옥의 인물들이 비상식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자들도 없었다. 이곳, 도시의 주인은 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서열 1위 한때 고금을 통틀어 그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한 인물! 마도와 정도를 통틀어 그의 무위를 당해낼 자가 없다는 인물이었다. 그는 극천신마(極天神魔) 천마(天魔), 한때 중원무림의 군림자인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였다. 그 역시 업을 이기지 못하고 평생을 지옥에서 보내야 하는 인물이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자신의 세력을 모아 지옥의 도시를 만든 인물이었다.
또한 천마의 대치 세력인 다른 도시도 있었다. 그들은 제 2계 아덴계의 흑마법과 네크로맨서 계열의 절대 지존인 아크리치 벨즈비트가 그 도시를 장악하고 있었다. 처음 세운 것은 중원 무림의 혈교의 철혈대마(鐵血大魔) 혈마(血魔)가 세웠지만 갑자기 나타난 해골바가지, 그러니까 아크리치에 의해 패배를 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열 3위의 혈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확한 순위는 알 수 없지만 1위와 2위 간의 순위 쟁탈전은 없었다. 중원 무림인들사이에서는 공연이 천마가 이길 것이리라는 추측으로 1위를 정해 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주문을 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무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네. 응? 자네 뭐하는 가?”
“아....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급히 생각을 접고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거도가 문짝에 걸릴 듯 말듯 했지만 무사히 대장간 안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대장간 안에서는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작은 키에 긴 수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망치를 놀리고 있었다.
탕ㅡ 탕탕!
“흠흠”
탕ㅡ 탕! 탕!
“흠! 흠!”
제현은 묵묵히 망치를 이용해 달구어진 쇄를 두드리는 사람에게 헛기침을 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듯이 소리를 냈지만 묵묵히 망치를 놀리고 있는 자에게 화가 난 제현은 크게 헛기침을 하자 드디어 그의 고개가 제현에게 이동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자네도 무기를 수리하기 위해 온 건가?”
“이걸 녹여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무기가 있다.”
땅딸보의 남자는 무기를 빼앗듯이 움켜쥐고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현의 몸을 한번 훑어보더니 의심 가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흠....자네, 이거 주웠나? 이것 역시 내가 만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자네가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야. 자네는 겨우 익스퍼트 최상급이나 소드 마스터 정도의 실력이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아. 그건 나의 전리품이네, 그에게 준 것 역시 나이고”
눈앞의 대장장이는 눈빛을 빛내며 풍운지를 보더니 시선을 옮겨 제현을 보며 무기의 모양과 무게와 내공을 보여 주고 나서야, 눈을 돌리고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제현이 주문한 검은 풍운지와 비슷했지만 약간 짧은 길이의 롱소드와 비슷한 모양으로 주문했다. 물론 그것의 댓 가는 철의 남은 양의 일할 정도, 그러니까 10개 중에서 1개를 달라는 소리였다. 그것은 이곳 지옥에서는 대단한 양이었다.
철 한 조각만 하더라도 금값을 넘어가고 있으니 말 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삼일 후에 오시오. 강자여....그리고 나머지 약골....운 좋은 줄 알아라. 보아하니 순위도 못 드는 거 같은데 봉 잡았군...”
뒤에서 들리는 대장장이의 말에 혈관이 뒤집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는 드워프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드워프는 악과는 거리가 멀지만 악한 짓을 했기 때문에 지옥에 온 것이라고 단정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벅ㅡ 저벅ㅡ
거리는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있음에도 발걸음을 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간간히 제현의 발걸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각양각색의 인종과 종족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또한, 무기 소유하고 있는 자들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능력을 아는 자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1계의 에덴에서도 이곳에 오니까. 물론, 아귀 같은 녀석들에게 잡아먹히기 일쑤지만…….
풍운지가 묵묵히 걷는 척하며 입을 달싹 거렸다. 전음이었다. 내공을 이용해 원하는 상대의 귀에 직접적으로 음파를 이동시키는 원리였다. 그것을 이용해 제현의 궁금증을 풀어주고는 큰 주점과 음식점이라는 글이 적힌 곳으로 들어섰다.
끼이익ㅡ
밀고 들어가는 문이었기에 풍운지는 기운을 살짝 방출해 문을 열어 젖혔다. 그 안에는 상당한 사람이 있음에도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혹, 욕설이나, 칼이 뽑힐 듯 말 듯 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긴장상태로 돌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서 오십시오! 2계? 3계? 어떤 곳에서 오신 분입니까?”
“3계에서 왔소.”
“음...1계..”
“3계의 중원 무림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그럼 저곳으로 가시죠....어?”
제현과 풍운지는 이곳의 점원에게 말을 했다. 그러자 풍운지의 대답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창가 쪽의 조용한 곳으로 자리로 이동했다. 하지만 제현의 말에 점원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중얼거렸다.
“칫, 이거 떨거지에게까지 예의를 차려야 하나.....약한 놈.”
주점의 그 누구도 못 듣는 사람들은 없었다. 점원의 말에 주위는 웃음바다가 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명백한 비웃음. 1계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것이다. 제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화를 삭였지만 점원의 말에 그만 폭발 하고 말았다.
“아! 노예구나! 노예 따위가 어디서 감히!”
그 말에 제현은 볼 것 없다는 듯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순위 싸움이 시작되었다. 점원은 단순한 점원이 아니었다. 엄연한 지옥, 그것도 3계의 마교의 일원인 자였다. 왜, 그런 자가 이곳에 일하는 가하겠지만 이곳에는 일정 밖의 순위들은 약자에 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생, 그러니까 이승에서는 한 가닥 날리던 자들이 점소이와 같은 하찮은 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굴욕이지만 생존과 편안한 지옥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필수사항이었다.
“나의 자존심, 비록 생각은 안했지만 나의 소속인 1계를 욕 한자....나의 생각에서 너를 배제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