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내가 않좋아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솔로 지향인데...아놔~~
제현은 마지막에는 혼자가 됩니다.
900년이라는 시간이 모든 인연을 끓어 버리거든요. 이것 역시 지옥의 시련이랄 까요?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오늘은 환락환녀 설후와 흡수마소 조제현의 대결이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재미있는 구경을 보기 위해서 모여 있었다. 또한 그들은 모두 설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인상을 약간 찌푸리고 있었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그녀는 남자들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남자의 정기를 흡수해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 버리는 존재가 설후였다. 그녀의 무공인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은 남자의 정기인 양기를 흡수해 여자의 속성에 맞게 변화시킨 음기를 자신의 내공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본질은 양기였기 때문에 어중간한 음기가 되었지만 음기임에는 변함없다.
“그럼 긴 사설은 넘기고 곧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생사투 역시 상대가 항복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 때, 경기는 종료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약간 짧은 말에 제현은 왼쪽 허리에 묶여 있던 검을 살짝 뽑아냈다. 하지만 설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손에서는 은은한 우윳빛의 기운이 감돌며 손날이 서있었다.
“이거 진심이 아닌걸 아시죠? 먼저 항복하세요. 호호호.”
“네가 항복해라, 나의 목숨을 살려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목숨만은 살려 주지.”
“거절할게요. 조심하세요.”
설후는 호호거리며 제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에 제현은 검을 반경범위 내로 들어오는 설후를 보며 조소를 흘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공까지 상승해 검사를 완벽하게 펼쳐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르릉! 우우웅ㅡ
“일격필살(一擊必殺)! 만검 - 낙살!”
제현은 검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간단한 휘두름으로 공기의 흐름을 대강 판단했다. 검 끝이 살짝 갈리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봐서는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때 독을 흘린다면 귀찮아 지기 때문에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검의 손잡이를 역으로 쥐며 빠른 낙의 초식과 적을 죽이는 살의 초식을 섞어 공격을 감행했다.
휘리릭, 슈아아악!
단 일수! 단 일수에 그녀의 왼팔 쪽이 갈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른쪽 팔은 물론, 가슴 쪽은 난도질에 가까울 정도로 베여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허상이었을 뿐인지 여전히 싱글러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호호호! 저한테 안 좋은 감정 있으세요?”
“......상당히.”
제현은 그녀의 말에 잠깐 대꾸하며 그녀의 틈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 저리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틈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양손에 서려 있는 기운도 상당히 거슬렸다. 유우빛의 기 얼핏 보면 보통 기운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약간의 녹기가 베여 있는 기운이었다.
“독에 대한 공격은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역풍이다.”
“호호, 알고 있답니다. 조심하세요.”
그녀가 드디어 움직였다. 바람의 방향은 아직 까지 변하지 않았지만 위치가 변했다. 역풍이 부는 곳에 제현이 서 있으며 약간의 웃음을 띠였다. 독에 당할 염려는 없다. 공기 중으로 분사한 독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소매 속에 감춰 두었던 독을 다시 넣으며 손톱을 세우는 행동을 취하더니 손가락 끝에 기가 모여 들며 검사와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미 제현의 검에는 검사가 솟아 있었고 그녀의 공격에 대비했다.
“환락삼매(歡樂三昧)!”
슈욱!
손끝에 맺힌 수기(手氣)를 가진 손이 빠르게 제현의 피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하늘하늘 거리는 춤과 같았지만 공격은 실전적인 공격이 대부분이었다.
환락삼매는 새벽의 즐거움이라는 뜻이 있는데 그녀의 공격은 급소를 노리는 것이 아닌, 피부를 공격하기 위해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독이 발려 있다. 그것도 즉사할 만큼의 독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제현은 몸을 비틀었다. 왼쪽 허리 쪽이었다.
“어림없다!”
캉!
제현은 검은 역수로 취하며 옆구리를 가렸다. 그러자 검기와 수기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졌다.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는 듯이 손의 기운도 견고했다.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는 것인지 약간 뒤로 물러서며 보법을 밟으며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보였다.
“제의 보법은 귀영환락보(鬼影歡樂步),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보법입니다. 호호 어때요?”
그녀는 보법을 밟는 와중에도 제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소리는 극도로 줄어들었으며 잔영은 수십 개로 늘어나며 원을 그리듯이 제현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잔영의 기척은 모두 같았다. 진실은 하나일지 모르나 허상은 모두 진실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확실히 귀영환락보는 현혹시키는 보법이었다. 물론, 그 보법의 묘리에는 섭혼술의 묘리도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제현이 착각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대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기척이 같다는 것을 알고 감탄만 터뜨릴 뿐이었다.
“환상? 하하하! 모두 없애 버리면 끝이다!”
제현은 소수마공을 펼치며 소수신장(素手神掌)을 펼쳤다. 그러자 장에서 뿜어진 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신형을 향해 터뜨렸다. 그 잔영중에 단 하는 진실이기에 제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관찰했다. 그 순간 그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제법이지만...아직 이예요 환락묘조(歡樂猫爪).”
환락묘조(歡樂猫爪)!
고양이의 움직임을 묘사한 초식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지향하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긁어 버리는 수법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도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이제, 진지하게 간다는 듯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고양이의 움직임과 같이 날렵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는 제현의 퇴로를 차단하는 한편 나머지 손으로 금나수를 펼쳐 제현의 검로를 방해했다. 게다가 오른손은 제현의 팔을 살짝 그어 놓았다.
“큭? 당했다!”
탁, 타타탁!
제현은 당해버린 왼손의 혈을 집으며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독이 퍼지기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그전에 해약제를 받아 내고 승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제현에게 필요한 미션이었다.
“해약제는 있겠지?”
“물론이죠. 독을 쓰는 자가 흥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약제가 필요한 법입니다. 저를 쓰러뜨리세요. 그러면 해약제를 드리어요. 호호호.”
그녀는 자신의 손에 붙은 피를 묘하게 보며 제현에게 말했다. 그녀는 분명 해약제를 가지고 있었다. 조건을 내걸었지만 승산이 있는 경기였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죠?”
그녀는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회피했다. 그녀는 지금 심리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모자란 제현, 시간만 끌면 이기는 설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제현은 몰리고 있었다. 완벽한 술수에 걸려 든 것이다.
사실 그녀는 무공수위가 높아서 강한 것이 아니다. 독과 무공을 조합한 형식으로 알려져 악독하다고 알려 진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무공도 익혀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무공을 익힌 것도 한목을 한 것이었고....아무튼 그녀는 격장지계가 강했다.
==========================================================
오늘은 컨디션이 않좋습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스스스슷!
제현은 마령심법을 운용해 검사를 만들어냈다. 검은 파랑의 블루블랙과 같은 색깔의 검기였다. 검에서는 한기가 새어 나오며 무엇이든 얼려 버릴 듯 한 기세를 내뿜었다. 이미 공기는 차갑게 식어 버렸고 수증기가 있던 자리에는 작은 얼음구슬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해약제를 준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어차피 해약제가 없어도 다시 살아 날수 있다. 현생에서는 협박이 통했을지는 몰라도, 이 지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흥, 그래봤자죠. 지옥의 사람들은 누구도 지옥속의 지옥에 가고 싶어 하지 않답니다.”
독기가 퍼지는 왼팔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요리조리 피하며 약간의 빈틈이 있다면 역공을 들어오는 설후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여전히 싱글거리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제현의 의지가 변 한 것을 알고 약간 조급함을 보였다.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군.”
제현은 검을 쓸어버리듯이 검을 바닥을 질질 끌며 검사의 검기상인을 사용했다. 그러자 반월의 검기가 만검 - 유의 초식에 따라 검기상인이 방출되었다. 복잡한 초식에 걸맞게 제현의 앞에는 무수히 많은 검기들이 방출되어 있었다.
부드럽게 쥐어진 검병을 세게 잡으며 마영보법을 펼쳐 설후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검기를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며 움직인 곳이 연무장의 사각지대였다. 그곳을 노리고 검을 횡으로 그었다. 그러자 역시 몸을 숙이며 보법을 펼쳐 피하기 위해 이동했지만 다시 귀신처럼 나타난 제현을 보며 크게 당황했다.
“마영보법,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서 이동 할 수 있는 보법, 어둠의 그림자....너는 피할 수 없다.”
제현의 말에 그녀는 다급해 하며 뒤로 물러 나려했지만 뒤쪽은 연무장의 바닥이었다. 바닥이라고 해봐야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바닥에 닫는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장외는 죽음이라는 말이었다.
주춤!
“그만 해약제를 내놔라. 목숨만은 살려주마.”
“흥, 거절하겠어요. 에잇!!”
설후는 제현의 말을 무시하며 환락취조의 무공을 사용하려했지만 제현의 천마소수(天魔素手)로 손이 묶여 버렸다. 천마소수는 특별한 초식이 없는 단일 수공이었다. 손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만큼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았다.
장점은 빠른 공방을 할 수 있고 내공을 이동시키는 경로가 그렇게 길지 않아서 내공을 빨리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덥석!
“그만 포기해라. 큭?”
제현은 설후의 손을 잡으며 검을 가져다 댔지만 몸에서 퍼지는 독의 영향인지 식은땀과 잡고 있던 손이 풀려 버렸다. 그녀는 알게 모르게 공기 중으로 독 분을 날린 것이다. 해약제를 생각하며 무작정 달려든 결과였다.
“공기 중으로 독 분을 뿌렸답니다. 이것으로 제가 이겼군요?”
“후우ㅡ 졌다고 해야 할지, 이겼다고 해야 할지....”
“에?”
제현은 눈을 감으며 하루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그날도 하염없이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의 독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는 한편 검식의 모자란 부분을 풍운지에게 지도를 받으며 보완해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검막의 효과와 호신강기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화경의 초중반 정도면 혹신강기를 펼 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검막을 선호한다. 허나, 제현에게 있어서는 호신강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네, 정말 호신강기를 쓸 참인가? 겨우 1갑자 10년의 내공으로는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한다네, 그냥 검막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설후의 독, 그것을 피할 방법은 호신강기다. 후후, 나도 예전에는 호신강기 못지않은 것을 펼친 적이 있었지...아무튼 그것을 가르쳐 줘.”
풍운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호신강기를 펼쳐 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그것은 몸속의 기운을 밖으로 방출해 연기처럼 몸 주위를 머물게는 방법의 고난위도의 내공 법이었다.
“느껴지지 않는 공기의 존재를 실감해라....몸의 일부와도 같은 공기가 너의 몸 주위에 머물고 있지. 그것처럼 내공 역시 주위에 머물고 있다. 보이지도 않지만, 확실히 있는 존재.”
가부좌를 틀고 기운을 방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현의 근처에 앉으며 방법과 느끼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풍운지는 자신이 경험한 바탕을 통해 상세히 가르쳐 줌으로써 제현이 좀 더 빠르게 습득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혼자 하는 것보다야 빠르겠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방출했다!”
명상에 잠겨 있던 제현의 주위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한 풍운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제현은 뛸 듯이 기뻐했다. 몸의 중심이 되는 단전에서는 빠르게 소모되어 가는 내공이었지만 지금은 상관 할 것이 아니었다.
“윽....내공 소모가 심해...”
“하하하! 자네는 독분만 막을 생각이라면 최소한으로 펼치면 될 것이네. 얇은 막을 두른 다고 생각하게, 투명한....너무 방출하면 상대가 눈치 챌지도 모르니까. 알겠는가?”
“물론! 고맙다.”
제현은 풍운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근처의 한적한 곳에서 내공수련에 들어갔다. 반드시 예전처럼 빠르게 실드를 펼치는 것처럼 사용하리라는 생각에 내공증진을 꾀한 것이다.
* * *
“공기 중의 독분 따위는 나의 근처에 오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호신강기, 그것이 제현의 주위를 둘러싸며 전투를 했던 것이다. 내공소모가 심하겠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호신강기를 펼친 것이 잘된 일이 되어 버렸다.
“계속 할 텐가? 아니면 포기 할 것인가? 혹은 죽을 텐가? 살 텐가?”
“포기 하죠.....”
이것으로 전투는 종료 되어 버렸다. 제현의 승리, 목숨을 살리는 것도 승리자의 전유물이었다. 주위는 괴상한 전투에 하품을 하고 있었지만 자리를 뜨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으로 환락환녀를 이긴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강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붙는 자들은 그녀의 농간에 놀아나며 패를 했던 것이다. 그녀는 순위는 들지 않았지만 승리만 해도 두 자리 수가 되고 있었다.
“으윽....해약제를....”
제현은 15분가량이 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설후에게 해약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에 제현은 눈이 크게 뜨이며 소리쳤다.
“나쁜 계집! 나를 속였어, 애초에 해약제는 없었다 이 말인가!”
스르릉!
제현은 화가나 검집에 넣어 두었던 검을 빠르게 뽑아 들며 기운을 최대한으로 방출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검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제현의 경지가 벌써 저 정도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지만 제현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예요. 그 독은 죽지는 않겠지만.....남녀가....너무 끌면 죽을 지도....”
그녀는 그 말을 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땡그랑ㅡ
제현은 그만 검을 놓쳐 버렸다. 주위의 사람들도 싸늘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고 모두 그녀를 악녀라고 보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가 썼던 독 역시 이곳에서는 흔히 구할 수 없는 독이었다. 지옥의 처녀귀신의 머리카락과 숨결을 합쳐서 만든 것이 이 독이었다.
“죽어도....그것은 못하겠다.....”
제현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들고 주점으로 향했다. 독으로 인해 몸이 비틀 거렸지만 아직 버틸 만 했다. 물론, 내공의 도움으로 독의 확산을 늦출 수 있겠지만 30분 정도가 한계 일 것이다. 벌써부터 온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후우ㅡ”
제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열이 확 솟구침에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주막의 의자에 앉았다. 주위에는 제현 자신을 힐끔 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충 넘어 갔다. 게다가, 풍운지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설후와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연무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인장, 용화주로 가져와.”
“예ㅡ”
주막의 주인은 평소 같으면 쾌활한 목소리로 말하겠지만 제현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약간 무거운 느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곧, 안주거리의 몇 가지 음식과 용화주가 떡 놓여 있었다. 술병에는 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마, 용화주에 걸맞게 병까지 용의 무늬를 했을 테지만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쪼르르륵
제현은 술도 잘 마시지 못하면서 순잔 가득 용화주를 채웠다. 주위는 곧 제현에게서 시선을 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약간 무거운 듯 한 분위기면서 활기찬 분위기에 약간 머쓱해진 제현은 가득찬 술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크으, 젠장, 그딴 독이라니.”
제현은 독한 술로 인해 속이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지금 몸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현이 당한 독은 음양화합산(陰陽和合散)이라는 독이다.
음양화합산은 정욕을 유발시키는 춘약으로 몸속에 들어가면 뇌와 단전을 자극하기 때문에 음양을 조화시켜 남녀가 살을 섞지 않으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 무서운 독이다. 물론, 독이 퍼진 순간, 하루간은 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물이었다. 내공이 깊을수록 살 수 있는 날은 늘어나겠지만 제현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젠장! 젠장!”
제현은 그런 말을 하면서 계속 술잔에 술을 따르며 술을 퍼마셨다. 대략 5잔 정도를 먹자 속이 타는 듯 한 느낌이 들며 단전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더니 몸속에서는 독 기운이 돌며 뇌의 생각기능이 정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서는 모든 것이 열기로 보였다.
술기운으로 내공의 순환이 빨라져, 독을 막던 기운도 같이 유동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의도 된 것이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끼이익ㅡ
주막의 문이 조금씩 열리며 두 명의 남녀가 걸어 들어왔다. 여자의 의복은 칼에 난자 된 것인지 여기저기 베여 피가 찔끔 찔금 베어 나오고 있었고 남자는 도인과도 같은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두 명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앙 탁자를 차지하고 있는 제현에게 시선을 옮기며 서서히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네 용화주는 독한데 그렇게 마시다니...이런...벌써 독이 퍼지기 시작했군...”
제현에게 다가온 남자는 풍운지였다. 풍운지는 제현의 손목을 잡으며 내공을 흘려보내며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독의 확산을 막으며 술기운을 몰아 내 버렸다. 그리고 제현은 정신이 확 드는 것을 느끼고 뜨거운 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풍운지...무슨 일이지? 저 나쁜 계집한테 당한 것이 있는데 같이 있다니! 그것도 내 앞에서!”
“해독, 안 할 생각인가?”
“아니 그럼, 저 딴 년이랑 성합을 해야 한단 말이냐?!”
제현은 흥분했다. 그렇게 믿었던 풍운지 마저 저 여우같은 계집에게 넘어 가버린 듯했다. 한 순 간이나마 믿었던 설후라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기분과 악독한 독을 사용한 손속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지만 예전부터 자신은 혼자였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흥분 할수록 제현의 머리는 깨질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극 받는 촉매처럼 점점 빠른 속도로 독이 퍼져 나가며 입에서는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쿨럭ㅡ
“카악, 퉷!”
입에서는 붉은 피가 뿜어지며 가래처럼 질펀한 피가 쏟아졌다.
“진정하게...흥분 할수록 독의 진행은 빨라 질 뿐이야.”
“흥, 까짓것 한번 죽는 것도 괜찮겠지.”
풍운지는 걱정스런 표정이었지만 제현은 요지부동이었다. 솔직히 누가 창녀와 같은 여자를 좋아 할까? 제현은 처음으로 자신의 안목을 탄식했다. 얼굴을 보고 혹한 것이 부끄러웠다. 저토록 잔인한 손속을 진인 여자였다면 처음부터 싸늘하게 대했을 것이다.
“제가....제가...그렇게 싫나요?”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설후는 돌연 눈물을 훌쩍이며 제현에게 말을 걸었다. 애처로운 눈빛, 애잔한 몸짓, 모든 것에서 색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 이골이 난 듯 한 표정으로 제현이 말했다.
“흥! 웃기는 군, 섭혼술과 현혹에 누가 통할 줄 아느냐? 이 더러운.....미안 하군.”
제현은 그녀의 술수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있는 대로 말했다. 섭혼술과 현혹을 통해 제현 자신을 혹 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솔직히 누가 예쁜 여자를 보고 눈길이 안 갈수가 있을 까? 한 번 쯤은 눈길이 갔지만 그것이 섭혼술과 현혹이라고 생각한 제현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에 여자에게는 말해서는 안 될 금기를 말해버렸다.
“후ㅡ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겠죠....사실 저는 채음보양술로 정기를 흡수하지 않았답니다. 흡성대법을 부분적으로 익혔기 때문에 상대의 내공을 갈취 해 오는 무공을 익히고 있어요. 그래서 흡수마소라는 당신에게 관심이 갔던 것이고...흡성대법을 익혔다면 그런 독 따위는 단숨에 배출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설후의 말을 들어보니 흡성대법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됐다. 이것도 술수인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제현은 믿기는 했지만 다 믿지는 않았다. 특히 채음보양에 관한 것은 절대 믿지 않았다. 익히지 않고서는 무공의 성취도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아무튼 나는 그딴 짓 따위는 하지.....컥...풍....?”
제현은 설후에게 열변을 토해내며 소리쳤다. 순간 뒷목에 강한 타격이 오며 제현의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에서는 풍운지의 웃는 모습이 보였으며 입으로 뭐라고 뻥긋 대고 있었다. 제현은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이미 내공이 상당히 고갈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휴ㅡ 제현에게는 미안하지만....지옥에 들어가면 1년 정도는 소비 되니 어쩔 수 없네....확실히 보상하지....나의 내공, 나의 무공.....모든 것을...나의 무공이 잊혀지는 것은 싫다네...나의 풍운가....”
끄덕ㅡ
풍운지는 설후를 보며 한탄조로 이야기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제현을 등에 업으며 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마 해독을 할 모양이었다. 사실 해독이라는 것은 남녀의 성합을 해야 하지만 그것의 행위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뺏길 까봐 내공을 빼앗길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고 한번 한 여자는 책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모님의 유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어렸을 적 들었던 말이 있다. 책임 지지 못할 짓은 하지 마라. 이것 때문이었다. 게다가 처음이라는 것.
“저는 당신이 흡성대법을 익히고 있는 줄 알았답니다. 그냥 확인 해보려했던 것 뿐.....그리고 저도.....아무튼 독을 썼으니 해독을 해야겠죠....”
설후는 흡성대법에 대한 아쉬움과 제현이 흡성대법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슬픈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얼굴이 화끈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은 듯이 기절해 있는 제현에게 다가가며 하나 둘씩 옷을 벗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벗자 뽀얀 살결과 잘록한 허리, 머리 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가 눈에 띠였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들어 갈 곳과 나올 곳이 적절하게 나온 육신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와 설후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물론, 제현은 기절 해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