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269)

동행(同行)

다음날, 제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을 시작했다. 몸은 무거웠으나, 어제처럼 뜨거운 기운은 없어져 있었다. 어지러운 머리는 여전 한 것인지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있었다.

“후우ㅡ 응?”

창가로 다가가던 제현은 문득 침대에 한명의 인영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눈길이 갔다. 눈길이 그 인영에게 고정 되는 순간 눈이 커졌다. 그토록 거부했던 설후라는 여자가 자신의 침실에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반라의 상태로 있는 것을 봐서는 그녀가 해독을 해준 것 같았다.

“크....골치 아프게 됐군....풍운지!!”

“으음....”

제현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던 것일까? 조용히 잠에 빠져 들어 있던 설후는 눈을 비비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색기가 발하는 모습이었지만 약간 변한 것이 있었다. 기도, 무인으로써의 기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약간 자유로운 느낌이었다면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한 느낌, 강한 느낌이 들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제가....해독 했답니다.”

“......고작 하루 밤 가지고 정을 줄 생각은 없다.”

제현은 싸늘한 말을 하고는 주위에 널려 있는 옷 중 자신의 옷을 대충 껴입고는 주막의 욕실로 갔다. 그곳은 따뜻한 물이 가득 받아져 있는 곳으로 지옥에서는 보기 드문 욕실이었다. 수수하지만 약간 웅장한, 누군가 조각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솜씨 같지 않은 조각들이 멋들어지게 놓여 있었다.

출렁ㅡ

아직 새벽인지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큼은 전투에 대한 생각도, 목숨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뜨거운 물이 몸속의 독소를 제거 하는 것인지 점점 머리가 상쾌해짐을 느꼈고 설후와의 사건도 차츰 정리가 되어 갔다.

끼리릭ㅡ

“누가 오는 건가?”

저벅ㅡ 저벅!

물기가 가득한 바닥이라서 그런지 질퍽한 느낌이 나는 발자국이었다. 그 사람의 발걸음은 조용했고 일정한 보폭의 소리가 났다. 아마 일정 수준에 오른 사람일 것이리라는 제현의 생각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암묵적으로 싸움이 안 일어나는 곳이었기 때문에 조용히 물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좋다....피가 있던데....정말일까?”

문득 제현은 생각했다. 막 일어났을 때, 침대 주위에는 붉은 피가 있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린 것을 생각했다. 제현이 당한 왼팔에서 뿜어진 것으로 처음에는 착각했지만 그곳은 이미 검은 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에 피가 배어나올 리가 없었다. 

스르륵ㅡ

물소리가 났다. 누군가 탕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수중기가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력을 돋운다면 약간 보이겠지만 지금은 무공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아...시원하다. 그 사람...바보. 바보!”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수중기 때문에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목소리의 파장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다. 제현이 있는 곳에서 반대쪽, 약간 목소리가 가는 것을 보니 여자였다. 제현은 귀찮았지만 몸을 일으켜 욕탕에서 나갈 것을 생각했다.

이곳은 엄연히 혼탕이다. 지옥에도 적은 수지만 여자들도 상당히 있었다. 대부분, 무공이나 마법,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혀 강한 악녀였고 1계의 여자들도 초능력이나, 무공, 혹은 사기와 같은 것을 해서 이곳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이곳에도 엄연히 여자가 존재 하는 것이다.

“목욕하기는 글렀군...나중에 다시 와야지...”

쉐에에엑! 탁!

덥석!

제현은 물소리가 작게 나도록 최대한 기척을 죽여 물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지며 손이 날아왔다. 물론, 제현은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그 손을 튕겨 내며 도로 공격을 감행해 손목을 낚아 채 버렸다. 

“뭐냐...조용히 나가려 했건만....기분 안 좋은데.....이런.”

제현은 눈앞의 상대가 설후라는 것을 알고는 손목을 잡았던 것을 놓고는 그대로 지나쳐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마주치기도 싫었다.

“이봐요....저...저, 처음....저는 그 채음보양술로 내공을 모으지 않아요! 어제도 말했을 텐데요?”

“......”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제도 말했었다. 흡성대법의 일부분인 초식으로 내공을 모으고 있다고, 그리고 그 무공을 완성하기 위해 흡성마군을 찾고 있다고 그 생각이 들자, 아침에 보았던 피의 주인이 저 여자인 것을 알고 얼굴을 굳혔다.

“빛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꼭 갚겠다.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

“아.....”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문을 열어젖히고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나가버렸다. 문 뒤에서 약간의 탄성이 들려왔지만 제현은 애써 무시하고는 묵묵히 옷을 걸치며 밖으로 나섰다.

“여! 자네 잠은 잘 잤나?”

“나쁜 자식! 감히!”

풍운지는 역시 연무장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던 것인지 이마에는 축축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수련을 했던 것이리라....제현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던지 짜증스러운 눈길로 풍운지를 쏘아 보며 소리쳤다.

“왜! 왜! 죽지 않게 해독을 시킨 것이냐!”

“내가 해독 한 게 아니지....설후라는 여자지..게다가 나는 너에게 줄 것이 상당히 많다네...자네도 알지 않은 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한판 붙자!”

풍운지는 어색한 웃음을 하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현은 허리춤에 놓여 있던 검을 살짝 건들며 풍운지에게 제안했다.

“하하! 오랜 만에 같이 검이나 섞어 볼까?”

“웃기고 있내....죽어라!”

제현은 바닥의 파편을 쳐내며 몇 십 조각으로 만들며 풍운지에게 날리며 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것도 일종의 기술이었다. 시선을 그곳에게 준 상대를 베는 것!

“후후, 머리를 쓰는 군, 자네답지 않아!”

풍운지는 검을 마구 휘두르며 파편들을 쳐내는 한편 제현의 검을 경계했다. 그리고는 풍운지로를 사용하며 몸을 낮추며 제현의 살의 초식을 그대로 맞받아치며 튕겨 내었다. 게다가 제현이 튕겨 나가며 날린 소수신장을 그대로 왼손의 장으로 맞받아 치며 서로 약간 신음을 흘렸다.

“후후후, 자네, 내공이 상당히 높아졌군...하루 밤 사이에 그 정도라니, 역시 설후의 내공인가?”

“무슨 소리지!”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약간 의문이 들었다. 방금 자신도 놀라버렸던 것을 떠올렸다. 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그것도 50년의 내공! 지금은 2갑자에 완전한 화경의 경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약간의 깨달음이 더 필요하겠지만!

“사실 자네에게 말해 줄 것이 있다네, 설후에게는 너무 많은 내공이 있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내공 병이지. 이곳 지옥에서는 형벌에 따라 살아가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알겠지? 능력에 맞지 않게 내공만 너무 놓아져 감당 할 수 없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야. 그래서 순위권에 들지도 못하지. 그게 설후였다. 설후의 능력은 채음보양을 통해 상향되어야 하는데 이상한 흡성대법을 통해 능력이 상승해왔다.”

“그래서....흡성대법을 역으로 보내, 나한테 내공을 넘김으로써 자신의 기도를 바꿨다?”

“그게 아니지...그건 뜻하지 않았겠지.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야. 생각지 않게 자네에게 넘어가 버렸겠지. 그녀의 내공만 본다면 나와 비슷한 수준일 걸세. 상당한 내공이지. 그중 일부를 자네에게 넘어가 버렸지만 그녀는 느끼지 못하고 있어. 그만큼 많다는 소리야.”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놓여 버렸다. 그녀의 내공은 음기와 비슷 햇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내공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풍운지의 말대로라면 그녀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녀는 모르고 있지 못하지만, 이것도 빛이라고 생각한 제현이었다.

“아무튼, 내일부터 설후도 우리와 동행 할 걸세...너무 싸늘하게 대하지 말게...의외로 약한 존재니까.”

“.....노력은...해보지...”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주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흥이 깨진 탓이다. 풍운지는 주위에 널린 전투의 흔적을 보며 약간 미소를 지었다. 벌써 자신의 경지를 보며 따라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몇 년 사이에 자신의 경지와 같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다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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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이것도 판타지 입니다. 

약간 무협틱 나는 것이랄까.

명계 편이 끝나면 판타지 가여....되도록 빨리 끝내도록 하죠...뭐...

나는 은근히 명계가 끌리는 데....

동행(同行)

다음날, 일정대로 우리는 주점에서 머물렀던 것 금액을 무기를 쪼개 몇 개로 나눈 후, 그것으로 지불했다. 상당히 많은 양의 무기조각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대장간의 드워프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들고 다닐 수 있거나, 무기로 쓸 수 있게 약간의 단검으로 만들었다. 물론, 남은 것은 드워프에게 제공해버렸다.

“자네는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없는 데.....”

“저도 없어요.”

제현과 설후는 풍운지의 양 옆에 자리하며 대치 경계했다. 물론, 제현 혼자서 경계 하고 있었지만, 일단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제현으로써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비록 정신은 없었지만 살을 섞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아크리치가 차지한 도시로 가보지, 우리는 무소속이니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을 걸세, 그곳과의 거리는 대략 이주 정도니까 그곳에서 나는 명계로 돌아가겠군.”

풍운지가 돌아갈 날도 그렇게 멀지 않았다. 많이 잡아 봐야 3달, 적게 잡으면 두 달 반 정도 남았다는 소리였다. 아무튼, 제현과 설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도시를 빠져 나가는 와중에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차마 어디로 고개를 돌려야 할지 모르는 둘이었다.

“짜증나! 어이! 거기, 뭘 봐!”

사람들의 시선에 짜증이 난 제현은 살기를 뿜으며 소리쳤다. 그제야 약간 시선이 느슨해진 것을 알고 제현은 풍운지를 재촉해 성문까지 신법의 속도로 뛰어갔다. 셋은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주위의 시선을 살폈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

“거의 다 왔나보군.”

풍운지가 말했다. 제현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오고서는 그곳을 노려보았다. 천천히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보였다.

터벅ㅡ 터벅ㅡ

걸어오고 있는 자의 모습이 점점 더 확실해진다. 허리에 검과 도를 차고 있는 성인남자 두 명! 제현은 약간 경계를 했다. 문지기가 아니었다. 검을 찬 사람은 절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느낌의 사내였고 옆의 사람은 우직하게 생겨있어 강하게 보였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혈향(血香)이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제현이 느끼기에도 확실했다. 설후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풍운지의 뒤로 이동했다. 상당한 고수라는 소리였다. 

다가오고 있는 둘의 얼굴은 과연 무인과 같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장대한 기골을 가진 자들이었다. 둘 다 흑포(黑)布)를 바람에 너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한명은 중년인으로 보였으며, 한명은 젊은 티를 갓 벗어난 자 정도로 보인다. 그 둘도 다가오고 있는 풍운지, 조제현, 설후를 보며 걸음을 살짝 낮추었다

“오랜만이군. 풍운지.”

꾸욱ㅡ

“오랜만입니다. 천마(天魔).”

소년처럼 보이는 자가 풍운지를 보며 이채롭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인사를 건 냈다. 하지만 풍운지는 살짝 주먹을 쥐고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고, 그 옆의 덩치가 큰 남자는 그것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천마가 그것을 제지했다.

“교의 입단을 거부한 자는 자네뿐일 걸세, 자네 정도면 상당한 지위를 가질 수 있지만....혹시 생각 있다면...아 시간이 없지 참! 혹시 옆은 누구인가?”

“천마, 네가 알 필요 없는 자다. 우리는 가던 길이나 나겠다.”

뜻밖에도 지옥 서열 1위의 천마였다. 키는 소년처럼 보였으며 약해 보였지만 풍운지의 음성이 약간씩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현도 긴장했다. 그 옆에 있는 자도 상당히 강한 것인지, 풍운지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뭐, 때가 되면 알겠지. 거기 있는 자네, 혹시 입교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 풍운지의 명성을 봐서 입교시킬 테니....하하하! 오늘 참 운이 좋군. 보기 힘들던 풍운지를 만나다니!”

천마는 스치듯이 지나가며 호쾌하게 웃고는 빠르게 우리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기척과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기운만이 발자취를 남기며 지나갔다.

“자네도 봤겠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를 당해낼 자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의 아크리치나 혈교의 교주 정도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천마를 이길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네.”

풍운지의 말 대로였다. 서있기 조차도 힘들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의 기운 때문에 다리가 후둘 거릴 정도였다. 반면, 설후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있었고 풍운지는 식은땀을 닦아 내며 흐느적거리며 길을 걸어갔다. 

“자네에게 말 안한 것이 있다네, 사실 나는 천마와 한번 붙어 봤다네. 첫 번째 죽음이었지. 지옥에서의 두 번째 싸움이었지, 예전의 무기도 이 무기, 풍검으로 싸웠음에도 그의 옷깃도 건들지 못하고 죽었다네, 그의 무공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네,”

“.....꼭 넘어 주지.”

“자네, 뭐라고 했나?”

“아니다......”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다짐 하듯이 살짝 말하며 길을 걸었다. 풍운지는 듣지 못한 것인지 다시 물어 왔지만 제현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 가버렸다. 그 옆에 있던 설후는 똑똑히 들었던 것인지 약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제현은 기운을 살짝 끌어 모아 날려 보냈다. 소수신장의 위력을 최소화 해서 날렸다.

푸슉! 탁!

“아얏!”

“쿡쿡, 무공이라고 익힌 것이 다리가 꼬여서 비틀 거리다니. 한심하다. 설후!”

제현은 아까의 웃음에 대한 것으로 살짝 기운을 흘려 설후의 다리에 약간 충격을 줘서 넘어 뜨렷다. 풍운지는 무슨 일이냐는 듯 한 시선으로 설후를 봤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이 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괜찮나? 너무 무리 하지 말게.....후후, 홀몸도 아닌 듯한데....”

“풍운지!”

풍운지는 장난스럽게 설후에게 그런 말을 했고 제현은 그것을 뜻하는 바를 알고는 소리 높여 호통을 쳤지만 저만치 신법을 이용해 달려 나가는 풍운지를 보며 고개를 살랑 흔들다 마영신법을 이용해 풍운지의 뒤를 따랐다.

약간 무거운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설후는 두 사람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그녀 역시 신법을 이용해 부지런히 두 사람의 뒤를 쫒았다. 신법에 있어서는 그녀가 제일 느렸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지만, 누구도 탓할 사람은 없었다.

“아아! 기다려요! 저는 신법의 경지가 낮다구요!”

희미하게 들리는 설후의 목소리에 풍운지는 살짝 신법의 속도를 줄였고 제현은 그대로 풍운지의 뒤쪽으로 다가가 천마소수를 이용해 풍운지의 옷깃을 살짝 건드렸다. 순간 풍운지가 보법으로 살짝 옆으로 비껴난 탓이다.

“후훗, 자네 아직 멀었네. 여기서 조금 기다리지. 상당히 온 것 같은 데.”

“그래....요상한 날이야. 1위 따위를 다 만나고.”

제현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풍운지는 자리에 대충 주저앉듯이 앉았고 제현도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울창한 숲도, 그 흔한 풀들도, 아무것도 없었다. 황무지와 같은 붉은 토지가 있었고 하늘에는 누군가 쳐다보기라도 한 다는 듯이 불게 그을려, 화려한 하늘이었다.

“하늘과 땅을 보니, 경계선이 맞 군.”

“경계선?”

“그래, 천마신교와 혈교의 경계선, 여기부터 혈교의 영역, 붉은 땅과 하늘은 혈교의 상징이지. 지금은 2계의 아크리치가 이곳을 지배한다고 하니까. 뭐, 2계의 인물들의 땅이라고 해도 되겠지.”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살짝 고민 하다가 살짝 밝은 얼굴을 하며 생각했다. 2계라고 한다면 마법의 대명사인 곳이었다. 그렇다면 마법의 운용방법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상태였다. 또한, 2계를 안다면 나중에 환생을 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이라....간만인가? 어떻게 사용할까.....”

1분가량을 더 기다린 후에야 설후가 왔고 상념에 젖어 있던 제현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벌써부터 흥분되고 있었다. 마법! 그 얼마나 그리운 이름이었던가!

“아...두 명! 너무 빨라요.”

“네가 느린 거다!”

“뭐에요? 남자가 되가지고, 여자를 배려해야지!”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했던가? 낮의 어색한 분위기는 싸움을 통해 둘의 감정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던지 이제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남이 보기에는 말싸움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풍운지에게는 그저 어린 아이의 장난에 불과했다.

“자자! 조금만 더 가고, 노숙을 해야 할 듯하니. 빨리 움직이지. 그만하고.”

풍운지의 중재가 적절했던지 칼부림이 일어 날 뻔 하던 상황을 적절하게 타개했다. 물론, 가장 흥분했던 존재는 의외로 설후였다. 제현의 말 때문이었는데, 무슨 말을 했냐고 한다면, ‘멍청이’ 그 소리 때문에 설후는 살기를 내비치며 조법을 펼치려 했다. 물론, 제현은 잘됐다는 식으로 검을 뽑고 있었지만. 하지만 풍운지의 말에 다시 고분해진 둘이었다.

“칫! 풍운지 때문에 목숨 건 진줄 알아라!”

“누가 할 소리 인줄 아세요? 나 아니었으면 죽었을 목숨...아”

설후는 자신의 한말에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제현 역시 상당히 껄끄러운 표정으로 앞서서 걸어갔다. 풍운지는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혈교의 경계선 초입 부근에서 자리를 잡고 노숙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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