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교 쪽의 영토에는 2계의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이따금씩 무림인 들이 나옵니다. 평범한 사람도 나올 예정...
동행(同行)
근처 마른 땅을 선택한 풍운지는 세 명 정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를 주위에 노숙을 준비했다. 간단한 풀 같은 것을 침낭 대신으로 했기 때문에 새벽의 이슬은 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풍이라....좋지 않군.”
풍운지는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지옥에서의 역풍, 그것은 산성비가 오는 징조였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잘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무 아래로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역풍이 불어온다면 나무 밑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어디로 갈수는 없었다.
“쳇, 또 비가 오겠군.”
“산성이 있는 비인가요? 오늘은 자기 글렀군요.”
제현과 설후의 투덜거림 성 있는 말에 풍운지는 살짝 끄덕였다. 근처를 둘러봐도 비를 피할 만한 곳은 이 나무뿐이었다.
이곳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그 만큼 이 경계선 주위에는 척박한 땅이 자리 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능력이 없는 자들은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자들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도 하지만 이곳은 아무른 흔적도 없었다.
잡초 한 뿌리, 심지어 흔했던 돌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모두들 약간 금심어린 표정으로 하늘을 보다.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배에서 난 소리 때문이었다.
꼬르륵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지자 그제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을 자각 하고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준비를 했다.
“슬슬, 음식을 구하러 가야겠군.”
“쳇, 그러니까 육포 같은 거라도 사오자니까!”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짜증이 일어났다. 풍운지는 급히 떠나자는 말에 아무것도 준비 한 것이 없었다. 지금 와서 다시 돌아가기도 뭐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근처에서 대충 때워야 했다.
“동물처럼 보이는 괴수는 먹을 수 있는 것이니. 보이는 대로 잡도록 하지. 나는 저기로 갈 테니 알아서 하게.”
풍운지는 동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간단하게 무기만을 챙기고 갔기 때문에 짐들은 고스란히 이곳에 남겨져 있었다. 제현은 풍운지와는 반대로 서쪽을 택했다. 남은 설후는 북쪽을 가려다가 제현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딱히 흩어져 봐야 모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봐, 넌 왜 나를 따라 오냐. 귀찮게 스리!”
“내 맘이야! 무식하게 심법도 운용하지 못해 주화입마에 걸리는 바보가!”
제현은 설후가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얼굴을 구겼다. 길을 걸어오는 내내 투닥 거리며 말싸움을 했기 때문에 색다른 감정은 없었지만 상당히 거슬렸다. 말 빨에서 밀리는 것도 아니고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먹을 쓰는 것은 꺼림칙했다.
설후는 은근히 풍운지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칼로 위협해도 풍운지가 대신 맞받아 쳤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검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칫! 말다툼 하려거든 절로 가버려. 누가 놀러 나올 줄 아나.”
“으음....”
그제야 조용해진 설후였다. 오전 내내, 말다툼으로써 친해진 둘이었기 때문에 침묵은 휴전을 뜻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딱 한 시간을 걸어 다니며 기척과 시각으로써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지만 수확은 아무것도 없었다.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풍운지가 미리 와서 기다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현의 뒤에서는 지쳤다는 듯이 안색이 파리한 설후가 보였다. 무인으로써 수치스런 모습이었지만 그 여자는 독술을 익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약했다.
순간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타입이었다. 달리기에서 단거리를 하는 사람 같다고 할까? 제현은 다방면으로 수련했기 때문에 단거리와 장거리의 전투도 가능했다.
“쉬었다 가자...너무 지쳐. 괜히 신법을 써서, 힘만 빼고...이게 무슨 꼴이야.”
“멍청하게 내공을 있는 대로 퍼다 쓰더니 그런 꼴 나지.”
제현은 설후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근처에 대충 걸터앉았다. 걸어오는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다. 설후와의 말싸움 탓이겠지만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지옥의 태양이 지면서 이는 석양(夕陽)을 보면서 설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현생에서 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지옥의 태양역시 화려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밝았고 붉었다. 핏빛을 띠는 태양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저 태양, 중원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석양이야.”
설후가 말했다.
주위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렇군....오염되지 않은 석양이다.”
제현은 차와 여러 오염물질로 인해 더렵혀진 하늘로만 보아오던 석양과는 차원이 달랐다. 비록 지옥이라는 틀에서 보는 가짜 태양이지만,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석양이었다.
“슬슬 돌아가자. 비도 오겠고. 풍운지가 기다릴 테니까.”
제현은 주위를 두러 번 거렸다. 이제는 석양이 지고는 불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설후와 제현에게는 어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장애는 아니었지만 많이 늦어졌다. 석양에 한눈을 파는 바람에 몇 십 분을 소요한 것이다.
잠깐 동안 둘에게서 흐르던 묘한 분위기는 급히 깨지며 자리를 일으키며 안광을 토해냈다. 제현의 마령심법의 영향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싸늘한 안광, 혹은 살기처럼 발산하는 안광에 설후는 약간 움찔 했지만 무인이라면 가지는 안광이었기 때문에 내색은 하지 않았다.
“뭘 봐, 갈 길이나 가자.”
제현과 설후의 눈이 부딪쳤다. 제현의 말에 설후는 ‘아’라는 소리는 내고는 급히 시선을 돌리며 신법을 펼쳐 앞서 나갔다. 제현은 설후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이동했다. 오늘 저녁식사는 허탕이라는 생각에 배가 아우성을 쳤지만 어쩌겠는 가. 먹을 것이 안보이거늘....
“잠깐! 기척을 죽여.”
제현은 급히 설후의 손을 잡으며 강제로 정지 시켰다. 제현은 봤다.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과 노란색의 안광이 비쳤다는 것을, 확실하다. 괴수였다.
그것도 상당한 덩치의 괴수 같았다.
스르릉!
제현은 조용히 발검을 하고는 출수를 준비했다. 여차하면 한 번에 목을 따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희미하지만 발자국도...이것을 노치다니.”
밤하늘을 대낮같이 보는 듯이 제현은 바닥에 찍혀 있는 발자국을 보며 제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후후후...드디어.”
“조용히 해, 도망가면 어쩌려고.”
제현은 조용히 웃었다. 물론, 설후가 태클을 걸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약간 잡쳐 졌지만 우선 잡아야 했다.
"설후, 너나 조용히 해, 내가 처리하지. 하하!“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괴수를 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이것은 천운이었다. 제현과 설후는 기척을 죽이며 안광이 토해졌던 곳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괴수의 거친 콧바람이 느껴졌다.
괴수 중에도 종류가 있다. 멧돼지와 호랑이의 모습을 혼합한 호돈(虎豚)과 토끼와 고양이의 모습을 한 묘묘(猫卯)등 여러 가지가 혼합된 괴수가 있었다. 물론, 타고 다닐 수 있는 괴수도 있었다.
제현 일행이 만난 것은 호돈! 멧돼지와 호랑이를 섞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랑이의 위압감도 느껴지고 있었고 성난 멧돼지의 느낌도 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이 보기에는 먹잇감으로 보일 뿐이었다.
“휘유! 크군, 대충 봐도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군!”
텅치는 호랑이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그래봐야 멧돼지일 뿐이다. 호돈은 성난 것처럼 제현에게 무작정 달려들며 들이 받아 버리기 위해 이마에 돋아 있는 뿔을 세우며 돌진 해왔다.
[뒤로 물러나라. 방해만 되니]
제현은 설후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리고 제현은 설후의 앞을 가로 막으며 양손으로 검을 고쳐 쥐었다. 한발 짝 두발 짝 걸어서 십 보 뒤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몸을 낮추고는 만검의 초식 중 유(流)를 이용해 호돈의 앞다리를 그대로 그어 버렸다.
꾸에에엑!
쿵!!
두 다리를 잃은 호돈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비명을 지르는 것이 돼지 멱따는 소리였다. 양 다리를 잃은 호돈은 흥분해 하며 대가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반항했지만 제현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고통은 최소화 해주마. 그래야 육질이 좋거든! 살(殺)!”
꾸에에엑!
단발마가 일어나며 호돈의 몸에서 실선같이 균열이 일어나며 몸이 베여 버렸다. 순식간에 즉사! 약간의 비명이 뒤늦게 들렸다. 그리고 제현은 떨어지려던 육체를 보며 소수마공을 펼쳐 호돈의 육체를 얼려 버렸다. 제현의 손은 더욱 투명해져 있었다.
소수마공이 한층 성장했다는 소리였다. 예전에는 분홍색 끼가 느껴지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붉은 색이 적게 느껴지고 있었다.
“뭐해! 거들어, 혼자 들고 가기에는 덩치가 크니까!”
제현은 뒤에서 멍하니 있는 설후를 보며 소리쳤다. 그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아는지 정신을 차리고 호돈의 뒷다리 쪽을 잡고는 풍운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대략 봐도 30분은 더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는 설후였지만 일단 목표는 달성했다는 생각에 얼굴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