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7화 (107/269)

이제야 스토리가 좀 이어 나가는 군요.

아크리치와 적대 할 것인지....친하게 지낼 것인지 그것이 문제로다...??

동행(同行)

“여! 풍운지, 수확은 있었나? 우리는 이렇게 잡아왔지!”

풍운지는 허탕을 친 것인지 약간 지친 듯 한 표정으로 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리고 제현과 설후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노숙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호돈을 구워 먹는 일만 남아 있었다. 풍운지는 자신의 풍검을 이리 저리 휘두르며 호돈을 조각냈다. 피가 살짝 베어 나왔지만 내공으로 그것을 없앴기 때문에 피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 피워 놓은 것인지 앞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마 비를 피하게 해주는 나무의 잔가지를 쳐서 만든 모닥불이리라고 추측하는 제현이었다.

“설후와 자네 덕에 포식하겠군.”

“아무렴, 누가 잡은 것인데! 맛있게 먹어야지.”

제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기를 나무에 꿰이며 모닥불 근처에 꽂아 두었다. 서서히 익어 가기 시작했고 호돈의 육질이 타면서 나는 향기가 주위로 퍼져나갔다. 상당히 맛있어 보였다.

설후는 자신의 몫을 챙기며 잘 구워진 고기를 입에 베어 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많은 시간을 걸었기 때문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는 무공을 익힌 것과는 상관없이 피곤했다.

“그나저나 쉽게 보이지 않을 텐데 잘도 잡아왔군.”

“사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할때 눈이 띠더라고. 아무튼 운수 좋은 날이야.”

풍운지는 어떻게 잡았냐는 식으로 물어왔지만 제현은 운이 좋았다고 할 뿐이었다. 사실 이 근방은 먹이 감이 없어 호돈이 잘 출몰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물며,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귀와 같은 몬스터들도 없었다.

빠각!

그때, 제현과 풍운지의 귀에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근방이었다. 먹던 호돈의 살을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버리고 옆에 놓여 있던 검을 움켜쥐었다. 풍운지의 검은 풍검, 제현의 검은 마령검이라고 칭해져 있었다.

이미 제현의 검신 한구석에는 마령검(魔靈劍)이라는 한자어가 똑똑히 적혀 있었다. 검병에는 기름기가 뭍은 손이 한번 스치듯 지나가며 꽉 잡았다. 그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자들을 경계했다. 이곳에 있을 자는 자신과 같이 무슨 목적이 있어 움직이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곳은 지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누구냐!”

“제발....저희 좀 숨겨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들은 다짜고짜 숨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약간 시간이 지나가 수십의 무리들의 기척이 나는 것을 봐서는 누군가에게 쫒기는 것 같았다. 풍운지는 제현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이 제현은 미리 구덩이 같은 곳에 잘 곳을 만들어두었던 곳을 가리키며 두 명의 남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풍운지, 도대체 왜?”

“그냥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게...보아하니 쫒기는 것 같은데...”

풍운지는 안쓰러운 눈초리로 숨죽이며 몸을 숨기고 있는 남녀를 보며 중얼거리듯이 조용히 말했다. 제현은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지만 설후는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었다.

싁싁싁!

제현일 행이 있던 곳에서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나며 나뭇잎이 바닥으로 몇 개 떨어졌다. 그리고 검은 옷차림에 등 뒤에서는 교(矯)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교의 뜻은 바로잡다 는 뜻의 교였다. 아마 무슨 일을 행하는 집단인 것 같았다.

지옥의 달에서 비추는 월광(月光)으로 간간히 그들의 얼굴을 비추었다. 제현과 풍운지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검을 뽑기 위해 검병에 손이 갔지만 뽑지는 않았다. 얼굴이 추했다. 벌레가 몸에 기어다니는 듯이 소름이 돋는 추인(醜人)이었다. 외모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제현과 풍운지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 질만큼 인상을 더불어 모습이 추했다.

그들이 몰고 온 모래먼지 머리 먼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 풍운지는 손을 살짝 내저으며 먼지를 막았다. 흑의를 착용한 자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는 마교의 집행자 집단인 대행천마단(代行天魔團)입니다.”

“그래서?”

대행천마단이라고 소계한 자의 소속은 마교였다. 첫 인상부터 재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 제현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가 쉽더니 임무를 생각해서인지 얼굴을 펴며 공손히 말했다. 하지만 반말이 나왔기 때문에 되려 제현이 찌푸렸다.

“정파에서 넘어온 녀석들이 있다. 그를 척살하기위해서 파견 된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갔지? 이 근방일 텐데?”

“짜증나는 군.”

“저기로 갔네. 저기로 가보게.”

짜증난 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것을 본 대행천마단 일행들은 못마땅하게 제현을 보다가 풍운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얼마나 급한 것인지 주위를 둘러 볼 틈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저들이 대행천마단이었군.”

“대행천마단?”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낀 풍운지는 제현을 보며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 때문이었던지 제현은 살짝 얼굴을 굳히며 풍운지에게 물었다. 설후역시 궁금했던지 흥미로운 눈치였다. 숨어있던 자들은 몸을 일으키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아..그건 제가 말씀 해드리죠. 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숨겨주었던 자중 남자가 말했다. 정파인 답게 예의를 잘 지키고 있었다. 포권까지 취하며 예의를 차렸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포권이라는 것을 본 제현은 색다른 인사에 약간 어정쩡했지만 고맙다는 말인 것으로 느끼고는 입을 다물었다.

“저의 이름은 공야세가의 공야비운입니다. 저기 있는 소저는 향향입니다. 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건 됐고, 대행천마단이 뭐지?”

자기 소개시간으로 바뀐 것을 느낀 제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살기를 섞어 말을 끊어 버렸다. 왠지 모르게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풍운지에게서나 느껴지는 정순한 향기의 내공이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다. 풍운지에게서는 간간히 마기라도 뿜어지니 친근한 느낌이었는데 저들은 완전한 정순한 느낌의 내공이었다.

“저들은 대행천마단으로......”

공야비운의 말로는 이러했다. 마교 내에서 특권층 집단으로 누군가를 척살, 즉, 무한 척살단이었다. 형이 사라 질 때까지 쫒아가 죽이는 그야말로 극악한 집단이었다. 울고 불며 살려달라고 해도 눈 깜짝 하지 않고 목숨을 앗아 가는 존재. 게다가 교내에서도 그들에는 치외법권과 비슷한 법이 있는데, 교내에서의 교주에 대한 반란 외에는 어떤 일도 가능했다. 오직 누군가를 척살하는 집단인 만큼 목숨이 촌각에 달리는 집단이었다.

아무리 강한자라도 맞서 싸워야 하는 집단인 만큼 그 정도의 특권은 누릴만했다. 대행단의 수는 대략 40정도로 소수의 정예였다.

“그런데, 왜 정파의 사람들이 이 지옥에는?”

“후후...정파 사람도 사람은 사람이니, 악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게다가 살인 자체가 중벌이니, 아무리 정파 인이라도 살인 한번 하지 않은 자가 몇이나 될까. 게다가, 이번 정사대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소.”

마음이 진정된 것인지 떨리던 음성도 잦아지며 이제는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풍운지는 지옥에 온 이유를 묻자 공야비운은 즉각 대답했다. 풍운지의 몸에서 정파의 것과 비슷한 기운을 느낀 탓이리라.

“정말 대단 했습니다. 사파의 사도련과 정파들과의 전쟁, 말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독하게도, 중원의 50년 정도 전의 마인 풍운마검 풍운검 외의 그런 마인이 나올 줄은....”

공야비운은 자신의 앞에 있는 풍운마검이라는 별호를 사용하고 있는 풍운지가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런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지금 대행천마단이 있다면 여기 있노라,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제현의 모습을 보았을 까? 풍운지는 전음으로 아무 말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그러셨군요. 그런데 잘못 자리를 잡으셨던 모양입니다. 이곳은 대부분이 마도인입니다. 정파 인들이 있을 곳이 못되지요. 호호호.”

설후가 대화에 끼어들며 약간 칙칙했던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설후의 존재 때문이었을 까? 향향이라는 여자도 대화에 끼어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간혹 제현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 나왔지만 풍운지 때문에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글세, 그들이 다짜고짜 어느 문파 출신이냐고 묻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가슴을 펴고 공야세가의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이렇게 추격을 하지 않겠습니까?”

허세다! 누가 많은 마인들이 들끓고 있는 지옥에서 그렇게 오만한 말을 할까? 발단은 저 녀석의 입이리라는 생각에 실소를 하는 제현이었다. 옆에 있는 입이 약간 무거워 보이는 향향이라는 여자가 불쌍했다.

“허세가 심한 것 같소이다? 보아하니, 허접한 실력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갓 화경의 맛을 본거 같은데 이곳에서는 순위에도 못 드시겠구려, 하하하!”

“뭣! 보자보자하니까 이 사람이!”

더 이상 자기 자랑을 참지 못한 제현이 비아냥거리며 공야비운을 비웃었다. 그 말이 시작이었을 까? 풍운지가 말릴 틈도 없이 공야비운의 검이 뽑혀 나왔다. 확실히 싸움이 벌어졌다. 지옥에서 만났다는 향향은 몸을 오들오들 떨며 설후에게 몸을 기댔다. 같은 여자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만하게, 자네답지 못하네. 아무리 허풍이라고 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아니! 당신까지!”

“고작 도망자 주제에 어디서 입을 나불거리실까. 네놈의 첫 번째 실수는 풍운마검을 입에 담았을 때부터다.”

풍운지가 뜯어 멀리려 했지만 아까의 일이 떠올랐을 까. 잘 하지 않던 농담반, 진담반의 소리를 하며 제현을 거들었다. 솔직히 제현은 풍운지를 많이 존경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음에도 친구처럼 대하며, 모르는 것이 있다면 인자하게 사부처럼 가르치는 존재, 모든 것을 닮고 싶었다. 제현은 풍운지를 우상처럼 대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속으로는 무한한 존경심으로 그를 대했던 것이다.

그런 풍운지를 욕했다. 비록, 50년 전의 일로 욕했다 하더라도 용서 할 수 없었다. 구해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그래서 검을 뽑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천마의 졸개들의 일을 대신 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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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해서 글을 못썻군요.

죄송합니다. 후후후....

동행(同行)

공야비운은 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살기를 허공에 사람을 귀찮게 하는 파리처럼 쉬이 넘기고 있었다. 앞의 제현이라는 자는 자신의 내력을 능가하고 있었다. 심연처럼 어두운 내공, 그리고 차가운 청색의 안광이 몸을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마치 살기는 톡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 할 것만 같은 제현의 살기에 사시나무처럼 몸이 떨려왔다.

‘제기랄, 엄청난 고수! 어찌 이런 자가. 아까 대행천마단을 대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공야비운은 속으로 엄청 후회하고 있었다. 감히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 같았다. 그 옆의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 역시 이자보다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순간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에 입을 뗄 수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기로 했다.

공야비운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세상은 넓다. 그리고 지옥에는 수많은 고수가 존재한다.

처음 정사대전에 참가할 때를 떠올리는 공야비운 이었다.

*             *             *

아버지! 저 공야비운, 정사대전에 참가 하기위해 이 서찰을 남기고 떠납니다.

가문의 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 길 뿐 인거 같습니다. 다시 이곳에 올 때는 세상이 놀랄 정도의 별호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공야비운은 달랑 이 편지를 남기고 이곳에 정사대전에 참가하러 간 것이다.

그때 나이, 20살을 넘긴 약관의 나이였다. 그리고 그는 공야에서 자신이 가장 강했기 때문에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정사대전이 일어나는 곳은 호남성 근처의 초원이었다. 하지만 공야비운은 그곳에 가기도 전에 사파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사마사도 중, 철혈세가의 소가주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고 이곳, 지옥에 끌려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공야비운 자신이 운이 나빴고 방심했다고 탓했지만 이미 몸은 싸늘한 죽음이 되어서 식어 버린 후였다.

게다가 그가 생전에 행했던 일 덕분에 이 지옥에 와서 기고만장했던 것이다. 공야의 지역에서는 그가 제일이었으며 천하제일이었다. 그가 이렇게 오만방자한 것도 이해가 갔다.

*               *               *

“나 공야세가야! 공야세가!”

“그래서...어쩌라고.”

제현은 기가 막혔다. 공야세가, 공야세가 하는 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지. 공야세가가 어쨌다는 듯이 제현은 살기를 내뿜으며 공야비운을 노려봤다.

츠츠츳!

“한번만 더 공야세가 타령하면 네 목을 따 버리겠다.”

“아아아...”

녀석은 전의를 상실한 녀석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화경도 아닌 것 같았다. 고작 일류정도의 녀석! 살기도 재대로 넘기지 못하는 하류중의 하류였다. 삼류잡배도 주저앉지는 않으리라는 제현의 생각이었다.

(삼류잡배, 지옥 기준으로 말함 하하!)

“어째서 아버지가 그토록 당부했는지 알겠어...이제야...그런 무공을 지녔음에도 소심한 행동을....”

공야비운은 중얼거리듯이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화경이 넘도록 아버지가 소심한 행동을 하던 분, 모든 무림인 앞에서 오만하지 않고 조용히 계시던 분, 싸움이 붙어도 말로써 해결하시던 분! 모든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천외천이라고 했다. 하늘위의 하늘! 자신이 이정도 경지를 가지고 있다면 더 강한 자가 있다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왜, 아버지가 정사대전 참가를 꺼려하시는지 알겠다. 아버지는 현실을 직시 한 것이다.

“죽여 버릴까.”

제현은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 은빛의 검신을 보며 더욱 세가 움켜쥐었다. 녀석의 작태를 보니 미처 버린 것 같았다. 멍하니 중얼거리는 공야비운의 뒤통수에 제현의 시선이 박혔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는 고수라도 죽는다. 허나, 허약한(?) 녀석에게 손을 쓸 정도 생각이 없지 않은 제현은 검을 거두어 드렸다.

“미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야비운의 청명한 음성에 제현은 시선을 돌려 무심히 쳐다봤다. 녀석은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 녀석에게 제현은 

싱긋 ㅡ

웃음을 주었다. 그러자 녀석도 따라 웃었다. 용서해준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팍!

공야비운의 복부에서 큰소리가 울렸다. 비운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제현이 뒤따라 하늘로 치솟았다. 소수신장(素手神掌)이었다. 무공을 흡수한 후에도 연공을 개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괴적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무공은 거의 극성에 달하는 초식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소수신장은 발경의 묘리가 들어있어 아무리 고강한 내력으로 몸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법이었다. 소수마공을 익힌 자에게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무공이었다.

팍ㅡ 퍽ㅡ 퍼억ㅡ 팍ㅡ

허공에서 제현의 몸이 번쩍 거렸다. 마령신법의 영향이었다. 제현의 장에 맞아 이리저리 튕기는 공야비운의 모습은 처절했다. 튕길 때 마다 입에서 한 웅큼씩 피를 토해냈다. 주위는 토한 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하지만 제현의 적절한 호신강기로 인해 멀리까지 튀지는 않았다. 일정 범위에서 튀길 뿐

사악한 미소를 띠며 난타하는 제현의 모습은 무서웠다. 예전에 미쳐 버렸을 때의 미소랑 비슷했다. 하지만 약간 달랐다. 눈이 빛나는 것이 정신은 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향향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장법에 내력이 싣지 않았음에도 수백번 타격되는 소수신장의 수법은 사선(死線)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탕ㅡ

“다음부터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라. 다음에는 이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 감히 풍운지를....”

땅으로 내려선 제현은 밑을 내려다 보았다. 온몸이 부어올라 사람이라고 할수 없는 고깃덩어리! 공야비운은 움찔 거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의 주위로는 토해내진 피가 떨어져 있었다. 제현의 손바닥은 붉게 달아 올라있었으니 얼마나 쳤는지 알 수 있었다.

타박상만 당했기 때문에 약간의 치료로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당분간 말을 하지 못하겠지만 제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ㅡ 웃음을 터뜨리며 풍운지를 봤다. 풍운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공야비운의 명문혈에 기운을 불어 넣어주며 몸의 부상을 덜어주었다.

“용서해주셔서 고마워요. 제현님.”

향향이라는 여자는 고맙다는 듯이 환한 미소로 제현을 보며 인사를 했다. 동행인 공야비운과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설후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그동안 녀석의 허풍에 질려 있었다는 듯이... 아무튼 녀석만 불쌍하게 됐다.

“다음에는 저분이 그렇게 허풍을 치지는 않으실 거예요.”

향향의 말 때문이었을 까? 제현의 몸은 차츰 흥분을 가라앉히며 먹다만 호돈의 육질을 탐했다. 물론, 공야비운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어오른 온몸을 보며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목숨을 건졌기 때문인지, 향향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갠 다음이라는 없어. 하지만 이정도로 참지....거기 공야비운, 기절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까 몸을 일으켜라. 다음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제현은 소수 신장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장을 쏘아 보냈다.

싁! 쾅ㅡ!

근처의 바닥에 작열했다. 차가운 냉풍이 불어오며 땅은 얼어버렸다. 마치 예전부터 얼어있었던 것처럼 냉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바닥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움푹 패이며 얼음의 잔해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공야비운 앞에 떨어졌다. 명백한 경고였다. 그 모습에 풍운지는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호돈의 고기를 먹었다.

호돈의 고기는 이미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호돈의 육질은 딱딱했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오물거리던 것을 멈추고는 

퇫ㅡ

거리며 바닥으로 버려버렸다. 입만 아플 뿐이었다. 그제야 몸을 일으킨 공야비운은 풍운지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안 아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새로 구운 호돈의 살을 떼 내며 풍운지가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 얼른 먹어야 낳을 게 아닌가. 나는 괜찮네, 이미 50년이나 지난 일이니. 괜히 심술 같은 것을 부린 것이지.”

“고맙..윽”

풍운지는 인자하게 정파의 인품을 따라가듯이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안심시켰고 공야비운의 몸을 다시 한 번, 내공을 일으켜 치료해주었다. 그런 모습에 감동했을 까? 공야비운은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목의 상처 때문이었던지 말이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슬슬 비도 오려고 하는 데, 사람이 늘었으니, 적당히 뭉쳐서 자야겠습니다.”

설후는 걱정스러운 듯이 사람을 둘러봤고 곧, 향향과 같이 자리에 누웠다. 이미 친한 자매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잠까지 같이 자는 듯했다. 잘 보이지 않는 여자들 때문에 금방 친해진 탓도 있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무심한 제현과 풍운지에게 약간 질린 탓이었다.

“그럼 우리도 자야지. 여자 두 명은 알아서 자겠고. 하하, 이거 오늘 자지는 못하겠군. 자네는 저 공야비운을 자리에 눕히게, 나는 오늘 밤을 꼬박 세어야 할 테니 자네가 나의 자리에 자고.”

“음...아니, 내가 밤을 세지. 내 탓도 있으니.”

제현과 풍운지는 서로 자리를 양보하려 하고 있었다. 잠을 자는 척하고 있던 설후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둘이 대화를 할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하하”

“하하하! 오늘 같이 그냥 밤 새자고. 이렇게 대화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절벽 밖으로 나와서 둘만 대화를 한지도 꾀 됐어.”

제현과 풍운지는 나무위로 올라갔다. 남은 자리에 있던 풀을 이용해 다리가 삐죽 튀어나온 설후의 몸을 덮어 주고는 나무에 올라가 적광이 띠는 달을 보며 서로의 전생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설후는 그런 둘의 대화에 시간 가는 지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샜다. 물론, 다음날 피곤한건 말로 할 수 없었지만, 제현과 풍운지는 마치 형제 같았고, 부자지간처럼 다정했기 때문에 설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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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쓴거 보충입니다.

다음주는 축제라 연참이 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하지 마세요 ㅋㅋ

동행(同行)

“짜증나는 자식은 옆으로 밀어 버리면 된다는 것이지.”

제현의 괴소가 심상치 않았다.

제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령심법(魔靈心法)을 연공하고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마령심법과 만검의 초식, 기타 무공들을 익히기 손쉬워졌다. 제현은 잘 모르지만 강자와의 싸움은 내공증진과 실력의 향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가 고뇌와 같은 생각을 할수록 그의 차가운 마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제현이 마령심법의 연공을 마치고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는 차가운 빙룡이 똬리를 틀고 사람을 옥좌하고 있는 용의 모습이었다. 빙룡의 입은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기운이 돌고 있었다. 주위에는 얼어붙어버린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 한 것 처럼 보였다.

가느다란 얼굴, 가냘픈 몸매와는 다르게 심지가 굳은 듯이 굳어 버린 얼굴에는 무심함이 가득했다. 그런 그의 다리를 잡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 모습에 짜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한 제현은 강제로 손을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형님!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공야비운이었다.

어제 밤에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제현의 바지 자락을 움켜쥐고는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형님으로 모시고 싶단다. 하지만 저런 멍청하고 권세에 힘을 입은 녀석은 필요 없었다.

“저리 가라! 귀찮다.”

“형님!”

둘의 모습에 깔깔 거리고 있는 설후와 향향의 모습도 보였고 재미있다는 표정의 풍운지도 나무근처에서 보였다. 이미 밤을 센 탓에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심법으로 인해 정신을 바로잡았기에 망정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의 행동에 칼을 썼을 것이 뻔했다.

“형님! 그만 포기 하시죠!”

공야비운은 끈질겼다. 떠날 채비를 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설후가 다가오며 제현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아침의 햇살이 설후의 등 뒤를 밝히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仙女)같았다. 그녀의 미소로 보아서는 심성이 고운 선량한 아가씨와 같이 보였다.

“그냥, 받아 주지 그래?”

[미쳤냐! 저런 녀석을....어제만 생각하면 그냥 단칼에 목을 쳐 버리고 싶지만 이것도 참고 있다.]

설후는 조용히 귀에 속삭였지만 제현은 그것도 귀찮다는 듯이 전음으로 말을 전했다. 그러자 설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제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공야비운은 그 말이 궁금하다는 듯이 귀를 기울였지만 제현이 내공으로 공기의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호신강기를 쳐 버렸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일정 무위에 도달하지 않는 다면 받지 않겠다고 해. 적당하내, 뭐”

“좋아.”

설후의 도움으로 잘 해결 될 것 같았다. 저 녀석의 작태로 보아 절대 수련할 놈이 아니었다. 단순히 운으로 상승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한 놈이었다. 

“좋다. 네 생각을 반영해서 일정 수준, 무위에 오른다면 동생으로 받아들이지. 허나, 그 일정수준이라는 것은 나의 생각에 바탕 된 것이다. 알아서 수련해.”

“고맙습니다. 이제야 저를 받아...에? 일정수준?”

공야비운은 제현의 제안에 그만 얼이 나간 사람처럼 놀라며 제현에게 따지듯이 물었지만 살기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간단하게 해결을 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쩌다 보니 동행이 늘어 버렸지만 상관할 것이 아니었다. 행보를 가로막는 다면 옆으로 치우면 그만, 달려 들며 베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마령심법을 수련할수록 심지가 굳어가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일종의 수련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한 제현이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다.

똑같은 흙바닥, 똑같은 하늘 어떤 것 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 심지어 불어가는 방향도, 축축해진 바닥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바닥이 약간씩 꿈틀거리는 것이 이상했다.

처음 지옥에 왔을 때처럼 발목을 잡는 괴물이 나온다면 쉽게 처리 할 수 있겠지만 워낙 알려진 게 없는 지옥인지라 무엇이 나올지는 몰랐다.

“칫, 재미없어지는 걸.”

“뭐 어때, 평화스러워서 좋기 만하지.”

“호호, 제현님은 지루하신가 봐요.”

제현의 말에 두 명의 여자는 각자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제현과도 약간 친해진 향향은 웃으며 대화하는 수준에 달해있었다. 풍운지는 이제 떠날 채비를 슬슬 하는 것인지 하나라도 눈에 담기 위해 주위의 티끌이라고 보겠다는 기색으로 눈 사위를 열심히 놀리고 있었다. 또한, 공야비운은 무엇을 하는지 손을 이리 저리 허공에 휘젓고 있었다.

아마 검법을 수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원찮아 보였다. 자세는 바로 됐다는 생각에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어설퍼 보였다.

“형님! 지루하십니까. 제가 재미있게...컥?”

“너는 닥치고 수련이나 해라. 형님 타령하지 말고.”

제현은 평범한 주먹에 평범하게 살짝 휘둘렀다. 행보를 지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치는 척 하며 내기를 주입해 상처부위를 다스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을 풍운지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슬슬 쉬다가요. 다리가 아프네요.”

향향이었다. 그녀는 내공과 수련도가 깊지 않아. 금방 지친다. 그녀도 정파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파의 무공과는 달리 정순한 내공을 소유하고 있지만 빨리 성장 할 수 없다. 그녀는 중원의 소문파 문주의 딸로 어느 정도의 기본무공과 가전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어떤 계기로 마공을 익히게 되어 사파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공은 정파의 것이었고 무공은 사파의 것이니 이도저도 아닌 상태였다.

어쩌다 보니, 중원의 마도집단에 가입하게 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곳 지옥에 오게 된 것이다. 순간의 판단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녀의 경지는 대략 일류의 상태였다. 결코 낮지 않은 경지임에도 금방지치는 것을 봐서는 지옥의 환경 중원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에 지내다 보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중력과 공기가 약간 탁하지만 기운이 많은 것이 어색한 곳이었다. 처음 제현이 지옥에 와서 환각을 느낀 것도 지옥의 환경 때문이었다.

“이 정도에서 쉬지...한참을 걸어왔으니.”

“아....살겠다. 너무 걷기만 했더니 지루해. 빨리 달리면 안 되나...?”

바짝.

“아...뭐야, 더운데. 떨어져.”

풍운지는 근처 그늘이 잘 드는 곳을 가리키며 향향이 쉴만한 자리를 만들어준 뒤 자신도 뒤따라 앉았다. 설후는 이제 지루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공으로 빨리 달리고 싶다고 보채고 있었다. 요즘 따라 은근히 제현에게 말을 거는 것도 늘어나며 간단한 스킨 쉽을 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제현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것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현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은근히 제현에게 다가서고 있는 설후였다. 처음에는 말싸움으로 시작해, 점점 친해져간다는 레파토리가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제는 옆에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눌 정도니,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고 있었다. 향향은 그 모습에 약간 미소와 홍조를 띠면서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 바보가. 오늘따라 왜이래. 저리 떨어져.”

“뭐? 바보? 보자보자 하니까. 이놈이!”

“이 놈!?”

또 싸움이 시작됐다. 요즘 따라 조용히 지내고 있던 제현과 설후의 언성이 높아지며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풍운지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최대한 음성이 잘 안들 리는 곳으로 향향을 피난 시켰다. 보여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허나, 향향은 재미있다는 듯이 설후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여자의 직감이었을 까? 이것도 작전이라고 생각한 향향이었다. 설후는 같은 여자인 향향에게 비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제현과의 있었던 일이며 좋아 한다는 것을. 물론 향향은 미소를 지으며 비밀로 유지하겠다고 하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문 신용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입이 싼 것도 여자였던가? 향향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 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대협, 저거 사랑싸움이에요. 사랑싸움. 물론 제현님은 모르겠지만.”

“사....랑싸움?”

풍운지는 생소한 용어에 어색한 침묵을 날렸지만 곧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이 손 벽을 치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제현과 설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로는 싸우고 있었지만 설후의 표정은 사랑한다는 표정이었고 제현은 모른 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악의 있게 말하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간단한 용어뿐이었다.

바보, 멍청이, 무공치, 남자 같은 여자야! 등, 여러 가지 말이 있었지만 이것이 대부분이었다. 몇 십 분이 지나서였을 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둘의 싸움을 중재했다. 그 바람이 둘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가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탓이다. 

“하ㅡ 좋다. 지루한 것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군. 이 바람도 내 친구들에게 전해질까?”

“누구누구?”

제현의 애잔에 찬 표정을 본 것일까? 약간의 질투 때문일까? 설후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바람이 불어 올 때면 1계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제현이었다. 비가 올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을 떠 올릴 때 마다 몸속의 내공이 용솟음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사색에 잠기는 것을 즐겨했다.

“훗, 너는 모르겠지. 1계의 친구들이야. 모두 잘 살고 있겠지.”

“여자야 남자야?”

“후후후.”

제현은 설후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물어 버렸고 설후역시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알 수 없는 미소 속에서 여자의 향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 슬슬 가지. 친구 생각 그만하고. 이제 빠르게 이동하면서 조금씩 쉬지. 너무 지체했어, 이정도 행보라면 늦게 도착 할 걸세.”

“알았어.”

모두 경공에는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중에 가장 먼저 쏘아진 것은 의외로 향향이었다. 그녀의 발놀림은 사슴처럼 가벼웠다.

총 다섯 명의 경공으로 조용하던 들판은 삽시간에 침묵을 깨고 붉은 흙먼지가 날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제현과 풍운지의 신법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안전한 착지와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신법을 이용했고 설후는 보기와는 다르게 몸놀림이 많은 체력소비가 큰 신법이었다.

공야비운은 무엇이 불만인지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제현의 뒤를 쫒고 있었다. 향향은 쪼그마한 내기로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신투의 신법이라도 익힌 것인지 천외천의 경공이었다.

그렇게 사일 동안 조금만 쉬면서 달려 온 끝에 아크리치가 산다는 거대한 성이 보였다. 마교와는 다른 스케일의 성이었다. 주위에는 로브의 인물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간간히 제현이 가장 싫어하는 붉은 피풍의를 착용한 무인도 보였다. 그들은 힐끔 거리며 제현 일행을 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서열 패를 보여 주십시오.”

마교의 성과 비슷하게 문지기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것이 관례인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신분 패를 꺼내 보이며 한사람씩 입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제현 일행의 차례가 된 것인지 예의 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서열 패를 보여 주십시오. 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패가 있어야 합니다. 노비나, 노예, 동행인의 명확한 신분이 제시 된다면 패가 없는 분도 입장됩니다만, 약간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분란을 일으킬 시에는 목숨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현은 문지기의 말에 미간이 꿈틀 거렸지만 인내를 했다. 이곳에 와서까지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 나쁜 것은 나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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