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憤怒)
“아니지, 아니야!”
제현은 소수신장을 흩어 버리고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마령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는 다면 올 것만 같았다. 그러자 검이 바닥에서 뽑히며 서서히 제현의 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격공섭물!”
“아니야, 이기어검이다! 혈신! 혈신이다!”
셩벽 위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제현을 보고 있었다. 풍운지는 제현의 경지가 단숨에 현경으로 올라가자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다. 현경이 아무나 오를 수 있던 경지인가? 화경만 해도 평생가도 오르지 못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풍운지 자신 역시 현경에 오른 지 한참이나 지났건만 다음 경지에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현경은 매력적인 경지이자, 마의 경지였다.
스르륵!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남송군의 멱살을 놓아 버렸다. 그리고 오른 손에 검을 쥐고는 왼손으로 다시 덤비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남송군은 얼굴을 붉히면서 부르르 떨었다.
제현의 눈동자에는 미끈거리는 흑색의 흑광이 어렸다. 마령심법이 극에 달한 것이다. 비록 완전하지 못한 현경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현경은 현경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적은 물론이거니와 재수 없는 놈들은 사형이다.
피에 굶주린 마룡의 눈동자가 뒤룩뒤룩 소리를 냈다. 무심의 흑광을 발하는 마룡의 눈동자에 남송군은 가슴이 근거리 표적처럼 크게 확대되어 맺혔다. 그리고 제현의 마령검이 웅웅 거리며 공명을 토해냈다. 빨리 적의 심장을 찔러 버리고 싶다는 소리였다.
쑤앙!
순간 천지를 가를 듯한 소음이 토해졌다. 성벽위의 문지기들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 귀를 틀어막으며 내력까지 운용했다. 사자후는 아니었다. 허나 엄청난 굉음에 아랫 쪽에서 물이 찔끔 세어 나옴을 느꼈다. 그리고 안심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남송군은 눈을 부릅 뜨고 죽어 버렸다. 갑자기 그의 심장 부근에서 뜨거운 열이 발생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마기가 급속도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었다.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가 있다.
주화입마에 걸렸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상태로 즉사했을 때! 한 문지가가 급히 신법을 발하며 바닥으로 착지해 남송군의 목 언저리에 손을 댔다. 맥이 뛰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하하하! 나의 앞길을 막는 자는 저 놈처럼 되게 해주겠다. 문을 열어라.”
제현은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낸 쾌거를 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거어검이다! 이기어검! 그것이 어떤 경지인가! 제현 자신조차 갈지도 못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경지! 풍운지 처럼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지였던 것이다. 허나, 순간 이루었다.
어떻게 이루었는지는 자신조차 모른다. 이미 풍운지는 얼어붙어 버렸다. 설후는 물론, 향향, 공야비운 까지 입을 벌리며 제현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제현!”
멀리서 설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현을 향해 떨리는 걸음으로 걸어오고 이었다. 순간 제현은 싸늘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봤지만 설후라는 것을 알고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설후역시 제현의 살기에 약간 주춤했지만 살기를 거두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허나, 성벽위의 문지기들은 각자 병기의 날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대장이 죽은 것이다.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대장이!
“모두 죽을 각오하거라! 이젠 서열이든 뭐든 상관없다.”
문지기들은 제현에 대한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섰다.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남송군이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해서 분노마저 겹쳤다. 대장이 어떻게 죽는 지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리다니, 치욕 스러웠다.
“크크, 염병할 녀석들, 죽고 싶은 놈들은 어서 나서라! 나, 조제현이 가만 두지 않겠다.”
제현의 색다른 기운에 광오함 까지 비쳤다. 아니, 오만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럴 자격은 충분했다. 내력은 거 진 두 배로 띠며 4갑자에 달하고 있었다. 두 개의 구슬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치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상단전에 있는 하나의 구슬은 2갑자에 달하는 양이다. 게다가 중단전의 고리 두 개의 양과 맞먹는 양이었다.
중단전의 고리를 마법사의 서클과는 다르다. 고리 하나마다 1갑자에 달하는 양! 하지만 제현은 중단전을 지나처 바로 상단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영혼의 낙인의 영향인 것만 확실하다.
“다 덤벼라, 이 개자식들아! 크하하하!”
다만, 제현이 본 환상에서의 커다란 눈동자는 마룡이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계약자 제이의 안배였다. 제현이 영혼의 낙인에 당한 것을 알고 행한 것이다.
제현의 마령검에서 한기가 맺히며 검강을 토해냈다. 얼마나 오만한 빛인가? 연한 푸른색의 냉기를 두른 검강!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검환의 실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형의 검기가 맺혀 있는 것을 불러 검강이라 칭하고 있듯이 제현의 검에는 10센티미터 정도의 검강이 솟아 나 있었다.
“그만둬 어떻게 저렇게 많은....”
순간 설후는 제현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족히 100명은 되어 보일 듯한 내력의 고수들이 버티는 곳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마치 불속으로 뛰어 드는 불나방처럼 보였다.
“아....”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제현의 뒷모습이 점점 다르게 보였다. 넘실대는 자신감과 푸른 빛의 마기가 그를 수호하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게다가 마기의 영향인지 지각의 돌 같은 것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엄청난 내공이다. 풍운지의 내력마저 뛰어 넘어 서는 듯했다.
마치 제현의 뒷모습은 산으로 보였다. 순간 멈추어져 있던 제현의 신형이 바닷물을 퍼 올리는 회오리 처럼 거센 기류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풍운지와 설후, 향향, 공야비운은 자신들도 모르게 제현의 뒤를 따랐다. 눈앞에 아무리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해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달려 갈 것 같은 제현의 모습에 그만 자신들도 따라 가는 것이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으으으!”
제현의 기세에 눌려 버린 녀석들은 뒷걸음질 치며 혈교의 본 단으로 뛰어 들어 가버렸다. 다신들의 임무를 망각 할 정도의 살기를 떠올리며 신법을 극성으로 발하며 도망가는 것이다. 그 모습에 제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령검을 검집에 착검했다.
“제현 어떻게 그런 경지에?”
풍운지는 의문이 들어 제현에게 물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이상한 미소 분이었다. 게다가 전보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치기어린 어린아이마냥 말했겠지만 이제는 입이 무거워 졌다. 눈빛도 중원의 무인처럼 사납고 절제되어 있다.
모습도 약간 변한 것 같았다. 여자의 티를 벗듯이 강인한 모습의 소년 같았다.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면 긴 머리와 약간 유약 해 보이는 몸집! 허나 몸속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모든 것이 커버 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뿜어지는 마기에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반인들은 절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날 부로 제현의 별호는 물론 순위마저 변했다.
마룡 조제현! 순위 400위
거력패도 남송군 패!
이건 놀라운 일이었다.
남송군이라고 한다면 혈교 내에서도 엄청난 자였다. 비록 수문장이라고는 하나, 거력패도라는 별호만 본다면 모두 벌벌 떨었다.
심지어 300위권과 200위권에 있는 자들까지도! 그러나 1000위라는 보잘 것 없는 순위를 가진 자에게 패했다.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조제현이라는 그자의 경지는 혈천의 경지를 넘어 혈신의 경지를 가지고 있다. 혈천이라고 한다면 화경의 경지와 같았고 혈신이라고 한다면 현경이다! 새로운 신진 고수였다.
그에 혈교는 진동했다. 순위 변동의 시기가 온 것이다. 이긴 자는 그자의 직위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교주의 직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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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금 없을 지도....하지만 제현이 강해져야하죠....
대충 생각으로는 제현이 너무 당하는거 같아서 좀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나, 진짜 현경은 아니죠. 아직 화경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내력만 상승했다고 보면 되요.
이기어검을 쓸려면 너무 많은 내력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경 = 혈천
현경 = 혈신
생사경 = 마신
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경지입니다. 진짜 마신이 아니에요.
연참했습니다.
분노(憤怒)
물기가 가득한 동굴 안! 수백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같은 검은 흑포를 입고 있었다.
“지존 감축 드립니다.”
이백 명의 흑포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오직 한 사내를 향해 부복했다. 흑포인들의 극진적인 예를 받는 사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 주변은 전장을 방불케 했다.
움푹 움푹 꺼진 지면과 갈라진 동굴의 벽면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만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용암 속에라도 있는 듯이 주위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 체워져 있어 있기만 해도 살갗이 타 들어갈 지경이었다.
허나, 아무도 그 영향을 받지 않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표정이 있는 자는 붉디 붉은 적포를 입고 있으며, 날카로운 눈매와 적발을 소유하고 있는 자였다. 또한, 등 뒤에는 혈(血)이라는 글자가 당당히 적혀 있었다.
번쩍!
그런데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내가 눈을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굴안의 공기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었다. 적광이었다. 머리와 옷을 뒤이어 눈까지 붉었다. 그리고 감히 그를 향해 지존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그는 혈교의 교주, 혈마였다.
“지존, 본교로 입교하셔서 척살령을 발표하시겠습니까?”
눈동자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다. 있다면 오직 교주에 대한 충성심만이 있는 듯했다. 또한, 상당한 강자인 것 같았다. 그런 자가 그를 향해 신형을 최대한 숙이며 예를 지키고 있었다.
뒤쪽의 이백 명의 흑포인들은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감정이 없는 그들도 흥분은 했다. 눈앞의 사내가!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이 혈신을 뛰어 넘어 마신의 경지를 이룩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눈이 잘못 되지 않았냐는 듯이 눈을 비비고 또 비비며 확인을 여러 번 했다.
이제 그 2계의 잡종을 몰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전율했다. 이제 혈교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것에 몸서리를 치며 주군의 명을 기다렸다.
“지존! 다시 한 번 감축 드립니다.”
“닥쳐라!”
지존이라고 불린 자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입에서 나온 말은 천하고 험했지만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박력과 기도, 심후한 내력! 위압감! 이 모든 것이 그의 위상이 되었다. 그가 틀고 앉은 가부를 한 모습은 마치 혈룡(血龍)이 똬리를 틀고 앉은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노도와 같은 벼락을 토해내며 하늘로 승천 할 것 만 같았다.
지존에게 말을 건, 1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웃고 있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웃는 다는 듯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아크리치 벨즈비트에게 지고 나서 바로 패관에 들어간 지존이시다! 그동안은 억겹의 시간이 흐른 다는 듯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지존이 움직이신다!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
“충(忠)! 하명하십시오!”
혈마의 입이 열렸다. 근영혈마단! 그 얼마나 단순한 이름인가? 허나 그 단체가 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교주를 호위하는 일!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교주를 지키며 교주의 명에 따른다. 그리고 교주의 명에 죽는 그들이다. 그들이 일제히 몸을 숙이며 혈마의 명을 기다렸다.
살기가 물씬 풍긴다. 이제 지옥의 상징은 마교가 아닌 이 혈교다! 모든 혈교인들의 생각이었다. 지존이 무공을 완성하고 이 지옥속의 지옥 같은 천혈동(天血洞)에서 나가는 것이다.
“지금부터 혈교는 다시 우리가 접수한다!”
“존명(尊命)! 신명을 다 바쳐 보좌하겠습니다.”
순간 1호는 전율했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몇 십 년 전의 치욕을 값을 때가 되었다. 그 잡기를 익힌 아크리치 벨즈비트를 내 쫒을 때다! 1호는 눈물을 삼켰다. 이제 본교의 광명만이 비칠 뿐이었다.
“크하하하!”
혈마교주가 불현듯 양천대소(洋天大笑)를 터뜨렸다.
모두 생각했다. 감축 드리고 또 감축 드릴 일이다. 자신들의 무공 성취가 된 듯이 든든했다. 이것은 본교의 축복이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마신의 강림이다. 혈마교주는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그러자 주위의 이백 명, 근영혈마단은 혈마교주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그림자와 같았다. 그리고 어리 론가 스며들듯이 은신했다. 허나 이십여 보 근처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웠다. 완벽한 동화!
“크크크, 본교는 내일 입성한다!”
이제 더 이상 서두를 것이 없다는 듯이 스산한 웃음을 띠며 살기를 피워 올릴 뿐이었다. 이미 경천지동할 힘을 얻은 이상 본교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지옥 한 자락, 혈교와의 거리가 먼 곳의 천혈동은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 시각 제현은 걸음에 맞춰 도망간 문지기들의 뒤를 밟으며 아크리치가 있는 곳으로 추정 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뿌우우우!
커다란 뿔피리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러자 수십의 혈교인들이 튀어 나오며 검을 뽑아 들며 제현 일행을 경계 하고 있었다. 마치 전장에라도 나가는 듯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오랜 만에 울린 뿔피리! 과거 아크리치가 쳐들어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단신으로 쳐들어와 수많은 혈교인들을 몰살시켰던 인물, 지금 역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때 혈마는 리치의 목숨을 취하고도 돌연 죽어버렸다.
다시 재생 한 리치에게 당해 버린 것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도망친 문지기들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었다.
“나 말인가? 하하하! 도망친 녀석들에게나 물어 보도록!”
“감히!”
제현에게 말하는 자들은 사귀사단 중 4단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외각 중의 외각에 위치한 혈교를 수호하는 자들의 문지기였다. 그들 중 대장이었다. 총대장! 남송군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서열이 비슷하리라! 허나 그것뿐이다.
더 이상 무서워서, 약해서 몸을 사릴 필요가 없었다. 제현은 가슴을 폈다. 제현이 입고 있는 검은 빛이 도는 묵 빛의 서양식 의복이 펄럭였다. 물론, 모처럼 입어보는 망토에 미소를 지은 제현은 거칠게 옆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냈다.
“길을 열 테냐....죽음을 택할 테냐!”
“흐음...”
제현의 말에 풍운지는 약간의 신음을 토해내며 검을 뽑아 올렸다. 공야비운 역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애검을 뽑아 올렸다. 향향은 뒤쪽에 물러나 있었으며 설후는 잘 사용하지 않던 조(爪)를 꺼내며 손가락에 끼웠다. 게다가 진한 보라색이 비치는 것을 보아 극독이 발린 듯했다.
“길을....열어라.”
그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치욕이라는 듯이 검을 떨어뜨렸다. 이것은 두 번째의 치욕이었다. 첫 번째의 치욕은 아크리치! 감히 범접 할 수 없었던 힘이 느껴졌던 두 번째 성의 주인! 그리나 다시 그런 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그러나 아크리치 벨즈비트 보다는 약해 보였다.
“한 가지 알아둬라. 혈마님이 돌아오시는 날! 네놈들의 오만한 웃음도 사라질 것이다. 천유양월! 천세만세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무림 독보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이 치욕은 나의 목숨으로 갚으리....”
슈악!
녀석은 제현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목을 스스로 베고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길을 막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대표로 목숨을 버리는 것!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가의 우렁찬 함성이 씨가 되었을 까? 모든 사람들이 혈교를 찬양하는 말을 내뱉고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두 번째 침입도 막지 못한 것이다.
“옆으로 꺼져라.”
제현은 바닥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녀석을 보며 조소를 흘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길을 막는 녀석들에게 살기를 내비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파도가 갈라지듯이 녀석들이 길을 터 주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살기가 느껴졌지만 어떤 공격도 없었다.
녀석들에게 있어서 오직 분노뿐이었다. 그것은 제현에 대한 분노와 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아크리치 벨즈비트에 대한 분노였다.
“가까워지고 있다.”
“흠...자네, 너무 과격해 졌군...그게 자네의 깨달음인가?”
“크하하하! 내 깨달음?”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괴소를 흘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제현이 깨달은 것은 가로막는 자는 부셔버린다는 무서운 깨달음이었다. 처음부터 깨달았다는 듯이 1계에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허나 심마에 잡혀 살행을 저지르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끼요오오오!
제현의 머리위를 지나는 괴조 한 마리가 눈에 띠였다. 비둘기처럼 양손에 잡힐듯한 괴조였다. 그것은 한 두 마리가 아닌, 혈교의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발에서는 작은 쪽지가 걸려 있었다.
그 괴조 한 마리가 제현이 지나쳐온 사귀사단의 4단의 단원중 하나에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단원은 조용히 발목에 걸려있는 조잡한 천 쪼가리를 때어 내며 글을 읽었다.
혈마 지존 본교 입성, 때가 되었다. 동지여.
단 한 줄이었다. 허나, 그들은 하나 같이 전율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2계의 인물들을 떼어 놓으며 각자 무기를 가다듬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그 간악한 2계의 녀석들을 처단 할 때가!
혈교의 동지가 살 곳을 차지한 녀석들! 감히 혈룡좌를 차지한 아크리치 벨즈비트를 처단 할 때가! 내일 이면 이루어질 것이다! 게다가 덤으로 앞서 지나간 녀석들도!
“동지여! 혈교도들이여! 때가 되었다. 2계의 녀석들을! 처단하자!”
슈악!
“본교광명!”
모든 혈교인들은 자신들의 동료였다. 2계의 인간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칼 한번 힘 한번 써보지 못한 2계의 인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이 현상은 본교 내로 들어갈수록 짖어졌다. 오직 아크리치가 모르는 선에서만!
지존이 마신의 경지에 달했다. 이것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았다.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이 치욕스런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마교 족속들도 처단 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크게 몸서리 쳤다. 전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