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럭! 어, 어떻게!”
“컥...병신 같군.”
두 명의 무인은 선혈을 토해내며 각자의 검으로 몸을 지탱했다. 먼저 당한 것은 제현이었다. 허나 뒤늦게 사용된 살이 이미 접근한 혈마의 몸에 적중되면서 몸을 난도질 해 버린 것이다.
이미 내공역시 고갈상태, 움직일 힘도 없었다. 혈마 역시 마찬가지, 내공만 놓고 본다면 제현이 우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력임은 부정 할 수 없었다.
제현은 방금 전의 싸움을 생각했다.
“컥, 만검 살!”
제현은 복부를 훓고 지나가는 싸늘한 기운에 급히 내공을 복부로 보냈지만 이미 당했다. 그리고 곧 제현 역시 살을 사용하며 혈마를 베어 버렸다. 잠깐 혈마가 주춤 거린 것이다. 이유인즉! 제현이 순간 일루전(Illusion)을 사용함으로써 환상을 본 것이다.
허나, 경지가 경지 인 만큼 금방 빠져 나왔지만 이미 살의 초식에 몸이 난 자 된 상태! 그 누구라도 살의 초식에 무사하지 못한다. 이미 두 명의 사람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현에게 있어서는 풍운지가 있었고
혈마에게 있어서는 수많은 교도들이 있다. 이것을 놓고 본다면 제현 쪽이 불리한 상황!
“제현!”
챙!
이미 검을 뽑고 뛰쳐나온 풍운지가 제현을 부축하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부교주 마도영 역시 혈마를 부축하며 혈도를 집으며 출혈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혈교의 무리들이 겹겹이 혈마를 부축하고 있었다.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 1호, 본좌를 본교로....크으으”
“충(忠)”
이미 근영혈마단은 부교주로부터 혈마를 인계(?)를 받았다. 그리고 즉시 혈교 내의 최고의 의원에게 달려갈 준비를 끝마쳤다. 허나 부교주는 천천히 제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본교의 적이 될 자는 미리 죽이는 것도 좋겠지...크크.”
이미 피풍의가 펄럭이며 기운이 주위롤 퍼지고 있었다. 이에 풍운지는 결심을 했다는 듯이 제현에게 속삭였다.
“자네....때가 된 것 같네. 나는 저 마도영이라는 자를 막을 수 없네. 잘 알고 있겠지...”
“무슨!”
제현은 눈을 부릅떴다. 풍운지가 결심한 것! 그것은 이곳에 오기 전 이야기가 오고갔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 오면 풍운지 자신이 희생을 하겠노라고!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라고!
“크으윽! 젠장!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제현은 자신을 탓했다. 이미 내공은 바닥을 기었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동안 몸을 사려야만 했다. 허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죽음을 경험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라고는 대략 1달 남았건만 풍운지는 죽음을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네..”
“제현님!”
언제 다가 온 것인지 제현의 양 옆에 서서 부축하고 있었다. 짠 땀냄새가 진동함에도 두명의 여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큼한 향기에 제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천천히 풍운지를 보며 흡혈마공은 물론 흡수를 시도했다.
“미안....”
푹!
풍운기의 팔뚝에 제현의 검이 꽂히며 제현에게 피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었다. 정순한 내공이 제현의 단전을 메우며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정순한 내공!
게다가 풍운지의 내력이 깃든 만큼 강맹했다.
“프로필!”
[프로필]
이름 : 풍운지(풍운검)
별칭 : 풍운마검(風雲魔劍)
성향 : 중(中)
능력 -
심법 - 풍운심법(風雲心法)
보법, 신법- 풍운보(風雲步), 풍운신법(風雲身法)
검법 -
광살마검(狂殺魔劍) - 광혈난무(狂血亂舞), 악귀현신(惡鬼現神)
풍운신검(風雲神劍) - 풍운지로(風雲知路), 유운참영(流雲斬影), 풍운연무(風雲煙霧)
(검식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귀찮음....대략적인 설명은 광혈난무 피의 춤이라고 보시면 되고, 악귀현신 악귀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엄청난 살초입니다. 게다가 광살마검을 펼칠시는 내공이 급상승하며 적을 죽이고 나면 약간의 패널티가 부과 됩니다. 마성에의 고뇌라고 할까요?
풍운지로, 바람의 길? 일까나....유운참영, 바람을 베어 버린다. 풍운연무, 바람과 연기의 춤? 정도)
모든 내공과 자신의 능력이 빠져 나가는 상실감에 풍운지는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 점점 풍운지의 젊음을 유지 해주던 내공이 빠져 나가자 서서히 늙어 가기 시작했다.
“허허허, 나도 죽을 때가 되었구만.....”
풍운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어울리지 않게 마른 눈물을 흘렸다. 제현은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며 분노를 삼켰다. 혈교에 대한 분노! 또 다시 소중한 존재가 자신 때문에 죽어간다는 생각에 크게 노 한것이다.
풍운지의 내공에 제현은 약간 체력이 회복 되는 것을 느꼈다.
“뭐, 뭐냐!”
갑작스런 내공의 파동에 부교주 마도영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허나 점점 늙어 가는 풍운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제현....그만 도망가게.....이제는 이 지옥이...무림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 알겠지...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네....”
“젠장! 최고가 되어 주지!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게! 네 녀석의 말처럼 약자를 도우며 악한 자를 벌하겠다. 이제 됐냐!”
“허허허, 이제야....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하게....자네는 좋은 친구였네..”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풍운지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바람이 느껴진다. 혈도를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
제현은 두명의 여인을 끌어 안으며 내공을 중단전의 고리를 회전 시켰다. 일곱 개의 고리가 회전하자 제현은 주문을 외웠다.
“텔레포트(teleport)”
우우우웅!
“영원한 나의 사부....풍운지....”
“헐헐헐....사부라...강해지게....”
스팟!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있던 부교주는 이제야 제현이 술법으로 도망갔다는 것을 알고 거칠게 풍운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미 평범한 노인이 되어 버린 풍운지는 힘없이 마도영의 손아귀에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 허나 눈만은 살아 있다는 듯이 자신의 애검을 만지고 있었다.
“어디 있느냐! 그 놈이 어디 있어!”
“허허허, 자네는 모르는 곳이네. 나조차도, 제현의 의지가 깃든 곳에 있을 것이네.”
“에잇!”
퍽!
멀리 나가떨어진 풍운지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피가 터져 나왔다. 건장한 사내의 힘에 날아 간 것이다. 풍운지는 편안하다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미 쭈글해 진 얼굴에는 미소라고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입 꼬리가 올라 간 것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주르륵.
피가 베어 나온다. 이미 늙은이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모두 돌아 가버린 혈교의 인물들과 싸늘하게 시체가 되어 나뒹구는 녀석들만 큰 싸움이 있었던 공터에 있다. 그러나 풍운지는 득도한 도인처럼 가부좌를 틀며 중얼거렸다.
“바람은 자유를 상징하니, 나의 의지 역시 자유롭네. 바람이 하늘을 떠도니, 나의 영혼조차 자유롭구나....”
알 수없는 말에 풍운지의 몸이 1미터 가량 떠오르며 푸른빛을 토해냈다. 죽음의 순간, 깨달음을 얻어 현경의 벽을 넘었다. 허나 이미 내력이 없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깨달음만 있을 뿐! 서서히 풍운지의 몸은 허물어지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허허허, 조제현, 자네....자네는 가장 친한 지인이었으며 가장 훌륭한 제자였네....”
가루가 되어 흩날린 곳에는 청아한 빛을 토해내는 풍운지의 풍운검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으며 주인에 대한 죽음을 애도했다.
바람이 되어 지옥을 떠도는 풍운지는 곧 하늘에서 열린 문을 통해 지옥에서 빠져 나와 하나의 영혼이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은 닫혀 버렸다.
그에 풍운검은 애잔한 울음을 토해냈다.
우우우웅!
풍운지의 100년가량의 애검! 그것 역시 주인을 따라 가듯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풍운지의 뒤를 따랐다.
외전 - 풍운지 검선(劍仙)이 되다.
“허허허, 내가 지옥에서 빠져 나와 이곳에 다시 발을 딛다니.”
“염라대왕 납시오!”
풍운지는 염라전에 발을 딛고 있었다. 늙어 버렸던 외모는 다시 내공을 회복한 것처럼 젊어져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애검인 풍운검은 웅웅거리며 좋다는 듯이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에 풍운지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쓰다듬었다.
이윽고 염라전의 주인이 등장했다.
“이름 풍운지! 무간지옥 100년행을 무사히 완수했으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희생, 깨달음을 얻었다라.....생사경이라.....현생이었다면 우화등선을 하고도 남았겠어. 좋다.”
염라대왕은 결심했다는 듯이 서류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한 10분 가량을 고심하며 적었을 까? 그것을 펼치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풍운지 그대의 선행과 지옥에서의 깨달음을 종합해, 그대에게 3계의 공석인 검선의 자리를 주겠다. 그 자리는 비록, 지옥에 있었던 자가 앉을 자리는 아니나. 그대의 맑은 영혼과 깨달음을 종합해 내리는 상이니라.”
풍운지는 그 말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검선이라는 말에 살짝 표정을 굳혔다. 솔직히 풍운지는 그 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혹여 만나지 말아야 할 자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거절하고 싶소만.”
“허허허. 그 좋은 자리를 마다하겠단 말인가? 그곳에 간다면 더욱 편하게 수련을 할수 있을 것이고, 그대의 무를 더욱 완성 시킬 수 있을 터인데.”
풍운지는 그 말에 살짝 인상을 풀었지만 싫은 것은 싫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환생을 하고 싶은 마음 뿐! 그러나 그것이 허락 되지 않은 것인지 풍운지는 3계의 통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말이 오고 간 상태!
“그럼 높은 자리에서 만나기를 기대하지....”
“그러지요. 염라대왕이시여....”
고향을 떠나는 듯 한 풍운지의 모습에 염라대왕은 웃음을 흘리고는 빠르게 염라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풍운지는 게이트 속으로 뛰어 들며 신선이 산다는 천궁으로 이동했다.
“후....이곳이 신선이 산다는 천궁인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시원한 바람과 흔들리는 풀들, 그리고 나무의 열매들! 모든 것이 무릉도원의 표본처럼 보였다. 거기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선녀들 하며, 허허 벌판에 술잔을 기울이는 신선까지. 한눈에 봐도 신선의 세계가 틀림없다.
“검선, 풍운지님이시지요?”
“그렇소, 내가 풍운지요.”
갑자기 한 선녀가 다가오며 풍운지에게 물으며 조심스럽게 몸짓을 했다. 정갈한 품행이었다. 그에 풍운지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아....드디어 검선께서 왔군요. 밀린 일이 있습니다. 전 검선께서 남기신 일입니다. 수련이라는 명목에서....”
“허허허허....속았구나..”
선녀의 말에 풍운지는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책망했다. 이미 선녀를 따라 들어온 곳은 무릉도원과는 딱딱한 사무실처럼 보이는 곳이다. 그곳에는 무에 대한 서류들과 신선들이 사는 곳에서 올라온 서류들이 많았다.
“이게 무슨 서류인가? 이건 내가 처리 할 것이 아닌 것 같은데....”
“호호호, 검선님도...혹여 염라대왕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검선은 이 선계의 왕과 같은 것이랍니다. 허나, 왕이라고 볼 수도 없죠. 그러나, 이 일을 끝마친 다면 이 자리를 양도 할 수 있지요.”
선녀의 말을 들은 풍운지는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검선은 선계를 침입하는 자 까지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직업이었다. 거기다 도선은 물론 여러 병기를 사용하는 선인들도 있건만 왜, 검선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풍운지였지만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허나, 풍운지는 알까? 이 런 일을 처리하는 것은 선계의 신입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풍운지가 모든 일을 마치고 새롭게 들어온 신선이 있다는 말에 그 선녀에게서 들은 것이다. 그제야 풍운지는 분노를 표했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렇게 풍운지의 선계에서의 이야기도 저물어 가고 있다.
혹시 모르지...풍운지와 제현이 만날 때가 있을 지.......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풍운지....”
제현은 멀리서 점점 사라져 가는 풍운지를 보고 있었다. 제현이 이동 한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바위틈, 그곳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풍운지가 중얼거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틀어 박혔다. 이윽고 풍운지가 지옥의 문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거기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나, 풍운지가 가지고 있던 풍운검 역시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문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이 제현의 기억 속에 남았다.
“제현님....”
“제현....”
두 명의 여인이 제현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제현의 눈물을 본 것이다. 가족보다도 친근했으며, 학교의 선생님 보다 가까웠으며, 1계의 친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었던 풍운지는 그렇게 떠났다.
“끅....칫, 내가 눈물을 보이다니..”
피식ㅡ
제현은 숨이 넘어 갈듯이 눈물을 집어 삼키며 눈을 비볐다. 이미 퉁퉁부워 있는 눈 주위는 제현의 살기를 가라앉히며 싸늘하게 굳어갔다. 허나, 눈물을 흘린 여인과 같은 외모 때문에 피식 웃음을 흘린 향향과 설후는 제현의 모습에 안심을 한 모습이었다.
“하아....수련이 필요해! 더욱 완벽한 초식!”
제현은 수련에 대한 생각이 꽉 찼다. 이미 너덜해진 몸을 보며 진작 생각 한 것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풍운지가 남겨 놓은 추억의 장소! 수련의 장소로 향하기로. 그곳은 처음 지옥에 왔을 때의 스타트 점이자, 시작의 문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풍운지와 수련 하던 곳으로 가겠어. 너희들은 각자 갈 길을 가도록.”
“그런!”
제현의 돌발적인 말 때문 이었을 까? 둘의 눈동자가 급격히 커지며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그 모습에 제현은 실소를 흘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에 둘은 멍 하니 있더니 제현의 뒤를 따랐다.
“나도 따라갈래!”
“제현님, 방해가 되지 않을 게요.”
둘의 말에 제현은 들은 채 만 채하며 걸음을 옮겼다. 은연중 허락을 한 것이다. 무언의 허락! 제현의 모습에 둘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라 했다.
제현의 마법 덕분인지 일주일은 넘게 걸릴 거리가 삼일 정도로 단축되었다. 사람의 이목을 피하며 왔기 때문에 제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의복 곳곳이 찢어져 있었으며 머리는 지저분해져 있었다. 그에 반해 두 명은 의외로 깨끗한 모습이다.
“드디어.”
울창한 숲이 나오고 풍운지가 가려 놓았던 수풀이 서서히 들어났다.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두운 듯 한 느낌의 절벽이 나타났다. 그에 두 명의 여자는 약간 떨었고 제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서, 설마...뛰어 내리자는 이야기는 아니...꺄아아”
제현은 두명의 여자를 옆구리에 움켜쥐고는 구멍 속으로 뛰어 내렸다. 이어 들리는 두 명의 비명소리! 체구가 비슷한 두 명의 여자를 옆구리에 낀 제현의 모습은 약간 언밸런스 했다. 청아한 느낌의 단발머리의 제현, 그리고 긴 생머리에 색기가 느껴지는 설후, 머리를 틀어 올려 단정하면서 미소녀 틱의 향향!
그 들은 제현과 풍운지이 수련과 우정이 함께 했던 곳에 도착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 끝난 것이다. 제현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그러자 주위의 바람이 일렁이며 집 주위의 잡다한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반드시...반드시 강해져서 다시 일어서리라!”
제현의 굳은 결심에 마령검이 진동하며 부르르 떨었다. 두 명의 여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황홀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지옥에서 이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생각에 나온 모습이다. 제현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가옥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오랫동안 없었다는 듯이 먼지가 잔득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제현은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방구석에 있는 목검을 쳐다보고 있었다. 낡을 대로 낡아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목검이었다.
“어머...이런 곳에 집도 지어 놓고 살고 있네? 이런 곳은 처음 봐....”
“호들갑은 그만 떨고 집 청소나 해라. 얹혀사는 주제에.”
제현의 말에 설후는 미간을 좁히며 거부하겠다는 표정으로 하고 있었지만 제현이 떠나고 싶냐는 말에 군말 없이 구석에 놓여 있는 걸래 같은 것을 움켜쥐고는 가까운 곳에 흐르는 물줄기에 걸래를 적시고는 방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투덜거린다.
“칫! 칫! 나쁜놈!”
“뭐야?”
“아, 아니!”
제현의 말에 급히 말을 바꾸고는 열심히 닦는 모습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향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설후를 거들고 있는 지, 먼지를 닦은 걸래를 빨고 있었다.
쭈욱!
“앗, 제현님!”
제현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제현은 내공을 일으켜 젖어 있는 손을 말려 주었다. 이미 차가워진 손이 빨갛게 식어 있었기 때문에 제현이 나선 것이다. 그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후다닥 설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
혈마에게 당한 검식의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횡으로 베어진 복부를 내려다 보며 제현은 분노를 삼켰다. 힐링으로 치료를 했음에도 붉은 피가 베어 나오며 적포를 적신다. 제현의 피로 인해 더욱 붉어진 적포에서는 혈향이 가득하다.
“젠장! 힐(Heal)”
제현의 손에서 터져 나온 검은 색의 기류가 복부를 감싸자 점차적으로 피는 멎어가고 있었다. 제현은 복부를 한번 쓰다듬고는 물가로 갔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계집에처럼 생겼다.
우르릉!
비가 오려는 것 같았다. 간간히 비치는 하늘에는 검은 빛만 가득하다. 소나기가 내리는 것인지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빗방울이 거세어지고 있었다. 그 현상에 제현은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두 명의 여인은 한숨을 돌리고 있는지 방바닥에 주저앉아 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나저나...풍운지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방이 하나뿐이군...이거 난감....”
제현의 한탄조의 말을 하고 있을 때, 두 명의 여인은 심법을 마쳤다는 듯이 안광을 토해내며 눈을 스르륵 뜨고 있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제현의 숨소리에 놀란 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껌뻑였지만 밖에 비가 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앉았다.
“저...제현님.”
“응? 뭐지?”
조용한 방안에서 남녀가 앉아 있는 것,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제현은 짜증이 나며 밖으로 나가려 했을 때, 향향이 용기를 내어 제현을 불렀다. 설후를 제외하고는 말을 잘 하지 않던 향향이기에 먼저 말을 건 낸 것은 의외였다. 그에 제현은 몸을 틀며 향향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게....”
“아...답답해, 그러니까. 잘 곳이 하나뿐이니까. 다 같이 자자고!”
피식
제현은 둘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한창 쏟아져 내리는 비속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마령신법이 극성에 근접했기 때문에 제현의 신형은 비를 뚫고 날아갔다. 비마저 피할 듯 한 느낌이었지만 워낙 많은 빗방울에 제현의 의복은 조금씩 젖어 갔다.
“배라도 채워야 할 거 아니야. 칫, 여자라서 비속에 내보낼 수는 없고.”
제현은 혼자 중얼거리며 근처에 과일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옥의 과일답게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었지만 속은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현으로써는 거침없이 과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제현이 다시 방으로 들어간 것은 온몸이 젖은 후였다. 하지만 가져온 과일은 세 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바나나처럼 길 다란 것부터 시작해, 사과처럼 둥근 것, 심지어 수박처럼 큰 것도 있었다. 하나같이 지옥에서는 보기 드문 과일이었다.
츠츠츳!
방으로 돌아온 제현은 우선 내공으로 몸을 말리며 추위를 덜어냈다. 두 명의 여자는 제현의 몰골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가지고 온 과일을 보자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일을 하나 둘씩 집어 들었다.
“이 바보야, 이런 걸 따러 갈 거면 말을 해야지. 약간 걱정....”
“그럼 너희들이 따오겠냐? 차마 여자라서 보낼 수 없어서 내가갔다.”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과일을 입으로 가져갔다. 설후는 제현의 말에 약간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와삭ㅡ
“바보...”
“하? 기껏 따왔더니...어이없군....청소도 못해 운기조식이나 하면서.”
이제는 제현의 말에 두 명의 여자가 고개를 숙인다. 향향 역시 힘들어 운기조식을 했던 것이다. 그제야 세 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맞추어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갔다.
“여기 넘어오면 내 조(爪)가 용서 하지 않을 거야.”
“어익후...무서워서 잠을 자겠나...말 안 해도 안 넘어가니까. 조용히 자셔....”
제현은 설후가 그어놓은 선을 보며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기껏 선이라니. 제현은 그 선에 검을 놓아두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제현의 모습에 향향과 설후는 조용히 잡담을 하고는 잠에 빠져 들었다.
쌔근...
제현은 눈을 살며시 뜨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누웠다. 풍운지와 이야기를 하며 잠에 빠져 들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풋, 내가 무슨 생각을....”
제현은 두 명의 여인이 뿜어내는 숨결에 약간 마음에 동했지만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잠을 청했다. 이윽고 제현의 숨소리는 더욱 조용해지며 잠에 빠졌다는 듯이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스르륵...
“바보.”
사실 설후는 잠을 자지 않았다. 제현의 말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던 것이다. 설후는 약간 두근거렸다. 제현의 말이 약간 애매했지만, 제현의 행동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만 놓고 본다면 향향과 자신은 손도 못쓰고 당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손도 쓰지 않는 것을 보며 약간 안심했지만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설후는 잠을 청했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당신이 서열 30위 마호영입니까?”
미색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하지만 엄청난 위압감! 게다가 그의 눈빛은 죽음을 부르는 마룡의 눈빛과 같았다. 허나 앞의 마호영이라는 자 역시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 전 그는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지옥의 사신이라고 부르는 엄청난 고수였다.
풍운지에게 죽고 난 뒤 약 5년 후에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더욱 사나워 진 모습이었다. 꿈틀거리는 근육에서는 자연히 위압감은 물론 사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너는? 크으으....개자식의 제자!”
꿈틀!
“입 조심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웃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 일 테니.
마호영의 앞에 선 사람은 제현이었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침묵한 자! 혈교의 교주인 혈마와 맞수를 펼쳤던 이인 제현!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지옥에는 없었다. 게다가 광호하기 까지 하다.
스스로를 흡혈지존이라고 칭한자!
“크크크, 그 애송이가 이정도로 성장하다니! 크하하하!”
“저와 가 주셔야 겠습니다. 마호영!”
제현이 5년 동안 해온 일은 무공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작업! 무려 5년이다. 그의 무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던 파괴와 본능은 이미 선경을 넘어선지 오래다.
제현은 쾌도 무적이라고 칭해지는 자의 묘리를 그대로 옮겨 만검의 낙을 완성시켰으며 정파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유유마선(柳流魔仙) 일약지의 무공을 훔쳐 만검의 유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남은 것은 파와 살! 오직 두 초식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또한, 풍운지가 남겨 놓은 광살마검과 풍운신검까지 도입했으니 어찌 무적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가 있을 까? 마호영의 패도적인 도법을 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무려 5년을 기다려 온 일이다.
“분광도법(分鑛刀法)을 내놔라! 그렇다면 목숨은 부지 하게 해 주마. 크하하!”
돌연 제현의 정중하던 말투가 변했다. 오직 미친 놈 처럼 웃음을 흘리며 악 바친 소리를 내 뱉을 뿐이다.
이미 혈마를 뛰어 넘을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마법이 없어도 이길 정도의 피나는 수련을 거듭했다. 심지어 스스로 무공을 패하고 수많은 괴수들 까지 상대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거둔 제현이었다.
“크크크, 감히 나의 무공을 탐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럴지도, 확실한 것은 네놈의 무공은 나의 것이 된 다는 것이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제현의 검은 이미 뽑힌 지 오래였고 마호영 역시 등 뒤의 거병을 꺼내 들며 분광도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클클클, 이제 한 번 더 놀아 볼까?”
제현의 마령검에서 스멀스멀 마기가 피어올랐다. 푸른빛의 싸늘한 마기! 제현은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펏!
제현의 마령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싸늘한 얼음 조각이 떨어진다. 청아하기도 한 푸른 빛의 검영이 포물선을 그리며 마호영의 가슴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건 풍운지가 사용하던 풍운지로과 유유마선 일약지의 검식을 섞어 만든 만검의 유유(流柳)였다. 흐르는 물 처럼, 버들처럼 흔들리는 검식이었다.
“어림없다! 필취파멸도(必取破滅刀)”
휘리릭!
여지없이 분광도법의 첫 번째 초식인 필취파멸도가 시전 됬다. 이미 한번 견식 했던 경험이 있었고 이미 그 보다 한참이나 높은 지고의 경지에 있는 제현은 그 도를 스치듯이, 혹은 물 흘러가는 버들처럼 빗겨나가며 마호영의 복부를 베고 지나갔다.
단 일초였다!
그 일초에 마호영은 피를 흩날리며 무릎을 꿇었다. 믿을 수 없어하는 눈빛! 뒤에서 벌벌 떨며 풍운지와 마호영의 비무를 보던 애송이가 아니었다.
“크크크, 무공은 힘과 내공만으로 하는 게 아니지! 끌끌끌!”
이미 제현의 나이는 벌써 이십대 후반에 다가 서고 있었다. 여성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성숙해보이는 모습, 제현은 50세의 노인처럼 괴상한 웃음을 흘리고는 마호영을 비웃었다.
마호영은 죽을 맛이었다. 5년 전에는 풍운지에게 당했으며 이제는 그 제자에게 까지 당하고 있다. 지금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쓰라린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토록 애송이가 자신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다.
제현의 모습은 흡사 토끼를 잡으려고 몸을 낮추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이었다. 감히 올려 다 보지 못할 정도의 기세가 마호영을 옥좌하고 있다. 허나 이대로 무너진다면 자신의 체면이 아니라는 생각에 억지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흔들리는 다리는 요지부동!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어느 순간 마호영과 제현의 눈동자가 딱 마주쳤다. 마호영은 잘 알고 있다. 강자의 오만한 눈동자가 약자를 흘겨보는 것을 자신 역시 그러지 않았던가?
“분뢰우혈도(分雷雨血刀)!”
마호영은 말 대신 초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결코 무공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내공은 피가 되었고 하늘에서 피 비가 쏟아지듯이 많은 검강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제현은 검을 바닥에 끌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수백년을 서 있었던 거목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것은 마호영이었다. 그에 힘입어 더욱 내력을 분출 하며 분뢰우혈도에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거병! 공기를 가르고 부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쉐에에엑! 퍽!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제현을 양단하고 지축을 흔드는 소리리라! 그리고 마호영은 광소를 터뜨렸다. 분명한 감촉이었다. 뇌수를 터뜨리고 뼈와 살을 가르는 느낌! 손의 감촉으로 느껴졌다.
츠츠츠!
돌연 제현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나타나는 제현의 신형! 그뿐 만이 아니었다. 제현이 서있었던 자리에는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며 주위를 뒤 흔들고 있었다.
“바람은 자유로우니! 그 누가 속박을 하랴!”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한 소리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마호영으로써는 자신을 조롱하는 말처럼 들렸기에 노도와 같은 소리를 내고는 거병을 휘둘렀다. 다시 사라지는 제현! 이제는 수백 개의 분신이 생겨나며 움직이고 있다.
“멍청한 것!”
우웅!
제현의 마령검에서 울리던 진동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검이 우는 순간은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주인이 죽었을 때, 그리고 적을 앞에 놓아두고 살기를 토해 낼때! 제현은 후자에 속했다.
만검 - 낙쾌(落快)
제현이 처음 만들었던 초식, 극 쾌의 초식이다. 심지어 쾌검을 사용하는 자 마저도 맞받아 칠 수 없는 쾌검!
순간 제현의 눈빛은 마기로 뒤덮혔다. 아니, 지배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축 늘어져 있던 마령검을 빠르게 위로 한번 긋고 횡으로도 한 차례 그었다. 마령검을 휘두를 때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후우우우!
후폭이라고 들어 봤는가? 폭풍이 지난 뒤에 일어나는 현상, 뒤늦게 부서지는 현상! 그것을 제현이 실현 시켰다. 마령검에서 있던 마기가 그치자 피분수가 나는 소리가 들린다.
“끄어어...”
믿을 수 없어 하는 마호영의 눈빛, 거병을 쥐고 있던 오른손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반듯하게 잘린 단면에서는 뒤늦게 분출된 피로 인해 마호영의 정신은 혼미해지고 있었다. 아직도 생기가 느껴지는 오른팔은 떨어진 와중에도 꿈틀 거리고 있었다.
스륵!
제현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진 마호영의 오른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 팔을 버리고는 거병을 마호영의 발치에 던졌다.
쿵!
엄청난 무게임에도 제현은 왼손으로 가볍게 쥐고는 5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발치까지 정확하게 던 진 것이다. 유약하게만 보이는 제현의 손목에는 어떤 미동도 없다. 그정도의 무게라면 탈골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건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후후후....그만 내 놓으시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차리는 제현의 모습에는 오만함도 살기도 없었다. 싱긋이 웃는 모습! 그것은 제현이 상당히 화가 나 있다는 모습이었다.
“크으으으, 내 무공을 줄 바에는 차라리 자결을! 큭?”
타타탁!
제현의 신형이 섬광과 같은 속도로 마호영의 앞에 나타나며 혈을 집었다. 옥당혈과 비슷한 위치에 위치한 마혈이라는 것이다. 몸을 마비시키는 혈도로 그곳을 집으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이런, 목숨은 소중 한 것이랍니다. 크크크, 너는 내 손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오직 내 의지가 너를 죽이며, 살리는 것!”
이미 말 하지 않아도 무공을 가져가는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설후의 섭혼술로도 충분했으며 제현의 마법으로 세뇌를 시켜도 그만이었다.
“자....이제 네놈의 무공으로 나의 무공을 완성시킬 차례군.”
제현은 간단하게 흡수할 목적으로 몇 가지의 질문을 했지만 녀석의 입은 굳게 다물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후, 제현은 기운을 다시 끌어 올리며 세뇌마법을 펼쳤다.
한차례 검은 빛이 녀석의 이마에 흡수되듯이 사라지자 녀석의 동공이 확 풀린다. 세뇌에 걸린 것이다.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 하하하!”
제현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치고는 흡수에 들어갔다.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흡수를 감행했다.
“프로필 뷰....크흐흐흐”
그렇게 마호영의 무공은 자연히 제현의 것으로 변해 버렸고 마호영은 미친 놈 처럼 실실 웃으며 다녔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아귀의 먹이가 됨으로써 다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고 말았다.
“아직 흡수 할 녀석들은 남았지....혈교의 부교주..네놈은 반드시 흡수해 주마....살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네놈이 필요 하다. 하하하! 허나...죽음은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제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흡수할 생각을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둘! 혈교의 부교주 귀혈마권(鬼血魔拳) 마도영 그리고 흡성마군(吸星魔君) 염적장! 그 둘은 혈교와 마교에 속해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마호영...네놈을 선택 한 것은 혈교의 부교주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원망을 하려거든 그 놈을 원망하도록!”
제현의 신형은 검은 빛 무리에 휩싸이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덩그라니 놓여 있는 마호영의 오른팔과 멍하니 있는 마호영!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며 하늘에서는 노도와 같은 벼락이 치고 있었다.
비가 올 심산인 것 같았다.
우르릉! 꽝!!!!
경쾌한 소음이 5년 만에 다시 울렸다. 그리고 세상을 정화 하듯이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멍하니 있는 마호영을 휘감는다.
끼에에에!
비가 오니, 아귀까지 흥분이 되는 것인지 배가 고파 움직이는 것인지 피 냄새를 맡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제현의 신형은 두 명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었다. 향향과 설후!
“아...이제야 오셨군요! 낭군님!”
설후의 음성...아낙의 음성이다. 이미 4년 전에 정을 나눈 지 오래였다. 게다가 향향까지! 두명의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한 제현은 무덤덤했지만 살짝 말아 올라간 입 꼬리를 보아하니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제현을 반기는 듯이 두명의 여인은 뛰어 나와 제현의 양옆을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방에서 싸우는 소리! 두 명의 아이였다.
한명의 조그마한 아이, 그리고 남자아이. 둘은 무엇이 불만인지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으아아앙! 엄마! 송악오빠가 나 놀렸어. 나보고 바보래!”
둘의 나이는 같은 또래인 3~4살 정도로 보이고 있었다. 앙증맞은 입술과 조막만한 손이 보기 좋았다. 그 아이는 퉁퉁 부은 얼굴로 향향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아마 엄마는 향향이리라. 그 여아는 제현을 발견하고는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뛰어 오며 제현에게 안겼다. 제현은 약간 굳은 얼굴로 껴안고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칫! 하은! 치사하게 일러 바쳤겠다!”
급히 뛰어 나온 송악이라는 남자 아이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설후에게 매달렸다. 설후는 그런 송악의 머리에 꿀밤을 놓으며 야단을 쳤지만 살짝 웃고 있었다.
“앗! 아빠다!”
여자처럼 보이는 제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며 손을 벌린다. 자신도 안아 달라는 표시! 허나 제현은 빈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을 뿐 안지는 않았다. 허나, 마법으로 둘을 띄어 올리며 살짝 웃고 있다.
“하하하! 내가 아빠?”
“낭군님...”
제현의 웃음소리에 향향과 설후는 행복하다는 듯이 제현을 불렀다. 중원의 아낙과 같은 말소리로 말하는 것! 듣기 싫지 만은 않았기 때문에 제현은 미소만 지을 뿐이다. 허나, 목표가 있는 이상 언제까지고 이곳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만간에 이곳을 떠난 다....”
제현의 말에 신난 다는 듯이 웃고 있는 아이들, 걱정스러운 설후와 향향, 그러나 제현은 이 네 명을 놓아두고 갈 생각이다. 그만큼 제현에게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