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269)

리치들의 왕! 아크리치 벨즈비트 그는 텔레포트로 인적이 드문 산중턱에 나타났다. 게다가 그의 주위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2계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리치 단! 아크리치는 마계의 군단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 게다가 마왕과도 같은 계약을 통해 많은 리치들을 보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은 지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교와도 떨어져 있으며, 혈교와도 동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 중턱에는 언데드 들이 내 뿜을 수 있는 마기를 뿜어냈다. 그 기운은 죽음의 기운인 사기(死氣)였다.

“크크큭, 지옥에서는 느껴지는 강한 세 가지의 기운! 친숙한 마왕의 기운이 느껴진다. 크하하하!”

벨즈비트의 말이었다. 그가 지칭하는 것은 마교의 천마, 혈교의 혈마를 지칭했고 마지막으로 강한 기세로 점점 강해지는 제현을 뜻했다. 그 괴소에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리치들도 안광을 토해내며 뼈만 남은 입을 덜 석였다.

“나와라!“

벨즈비트의 음성이 음침하게 흘러나왔다. 멀리서 괴수는 물론, 인간의 모습인지 의심이 되는 자까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날아들듯이 벨즈비트의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까지 로브 깊숙이 처박힌 벨즈비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벨즈비트!”

옷이 갈기갈기 찢어진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괴인은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채 더욱 진지해진 표정으로 벨즈비트 올려다보았다.

“인간을...언제 벌 할 것인가?”

괴인은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벨즈비트를 독촉했다. 싸늘한 말 한마디 하나에 기세가 흘러넘치며 벨즈비트의 로브자락을 뒤 흔들었다. 괴인의 모습은 자잘한 벌레부터 시작해 큰 벌레, 괴수 등 여러 잡스러운 것이 합쳐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검은 토네이도 같았다.

“크크큭, 그래, 내가 친히 인간들을 벌하지. 지옥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 더 이상 2계를 하찮게 보지 못할 것이다. 샤프”

샤프라고 불린 키메라의 형상을 한 자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는 리치의 왕인 벨즈비트와 호적수인 존재였다. 그는 키메라의 왕이라고 불리는 킹 키메라! 그것이 그의 존재였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다. 2계와 다른 환경과 인간들의 경지에 몸을 사린 것이다. 그것이 장장 1천년! 이제는 부상할 때가 됐다. 

“크르륵, 드디어!”

벨즈비트의 말에 샤프는 돌연 하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수십의 마물들! 흡사 마계의 괴수를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독충들과 괴수들의 날개 짓에 샤프는 점점 동화되어 사라져갔다.

“크크큭, 2계의 인간들이여! 나, 벨즈비트의 의지에 반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음을 뜻할 것이다!”

제현의 행보에 맞추어 벨즈비트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군대! 흡사 인마대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산 중턱을 가득 메운 마물들과 언데드! 보통의 언데드가 아니었다. 계약을 이행한 리치들! 그들은 싸늘한 안광을 토해내며 출전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마교와 가까운 곳의 한적한 문파로 보이는 검경(劍憬), 그리고 그곳의 문주인 순위는 40위 낙화검(落華劍) 창천군, 자신의 문파 근처에 마교가 있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매일 일상처럼 시작되는 것인지 문도들은 그런 문주를 쳐다보며 고개를 설래, 설래 저었다.

현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교에 대한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간혹 근처에 다가온 마교의 교도를 볼 낮이면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젠장, 저딴 곳에 위치한 것이 검경이라니!”

애꿎은 돌을 발로 차버린 마교의 교도가 힘없이 말했다. 마교의 세는 점점 커저가고 있었으니 그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검경! 이에 마교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검경을 지옥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파인 이라면 극히 싫어하는 정파의 냄새가 나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유독 이곳에는 정화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에 마교는 물론 다른 자파 역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감히 침범 할 수 없는 곳이 이곳 검경이었다. 허나, 마교에게 있어서는 언제든지 치워 버릴 수 있는 곳이었다.

휘이이잉

공허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자 검경의 문파가 한번 상쾌한 숨을 토해낸다. 허나 점점 다가오는 무리들, 그들의 손에는 병장기들이 가득했다. 이미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도 있었다. 검경의 문파에서는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은 마교의 교도의 소리였다.

“쓰레기 같은 마교 따위가 감히!”

창천군의 외침이다. 그의 검은 여지없이 꽃을 뿌리며 적을 베고 또 벨 뿐이다. 정파의 검 같지 않게 잔혹한 손속이었다. 그의 검은 애찬에 찬 비명을 토했으며 검병의 손잡이는 피로 물들어갔다.

어딘가 싸늘하게 보이는 창전군의 두 손에서는 쉴 새 없이 피를 불러 일으켰다. 가슴 언저리에 새겨져 있는 화산파의 표식인 매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허나 그의 색깔은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울긋불긋한 힘줄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만큼 그의 무공 수위와 연습량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죽여 버릴 테다. 마교의 잔당!”

푸우

그의 검이 흔들리며 검영을 만들어냈다. 제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었지만 현란한 검식에 마교의 잔당들이 쓰러져 간다. 이미 그의 제자들 역시 수십 명의 마교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기세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낙화검 창천군을 먼저 처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자는 없었다. 그만큼 마교의 존재들은 낙화검을 무서워했다. 그에 수십 명의 마교인들은 사방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여지없이 창천군의 검에 차디찬 시신으로 변해가자, 명을 내렸던 존재가 움직였다.

“어딜 도망쳐? 너 같은 마교 놈들은 다 죽어야 해.”

“사, 살려줘.“

창천군의 검에 걸린 자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낙화검은 이미 사내의 허리춤에 깊숙이 박아 넣고 있었다. 낙화검에서 타고 흐르는 피에 창천군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력 고갈은 있는 법인지 그의 숨은 평범한 남성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창천군이 지쳤다. 지금이다!”

수십의 마교도들이 달려들었다. 창천군은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는 개미 한 마리조차 벨수 없었다. 내력이 담기지 않은 그의 손짓은 허깨비에 불과했다. 이미 그의 제자들 역시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슈악!

하나의 단검이 창천군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지,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날아드는 단검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팔방을 다 막을 수 있는 검식은 없다. 게다가 창천군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크크큭, 창천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가?”

이미 창천군과 검경의 제자들은 제압당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절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이 얼굴을 치켜 들었다. 그것은 창천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입이 오물거리며 조금씩 열렸다.

“쓰레기 같은 마교도 들이여! 나는 이곳에서 떨어지겠지만, 기필코 다시 네놈들의 숨통을 끊어 주리라!”

쉐에엥!

그 말을 끝으로 열 가닥의 검기가 창천군은 물론 제자들까지 짓이겨 들었다. 그에 체념 적인 눈빛을 보내는 제자들, 허나 창천군은 달랐다. 끝까지 적을 보다 죽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며 눈을 부라렸다.

그에 절로 뒤쪽에 있던 마교인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숙였다.

캉!!!

하늘을 가득 메울 굉음! 게다가 어디선가 흘러내리는 마기로 창천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은 마교의 교주인 천마와 같은 위압감이다.

목을 치고 지나 갈듯이 날아간 검기는 순간 무슨 장벽에 걸린 것인지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창천군은 서서히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왜소한 체구의 여자 같은 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자신 역시 잘 아는 마도맹의 맹주인 당송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계집 같이 생긴 자가 입을 열었다.

*               *               *

지옥은 지역 분할이 일정치 않다. 하지만 웬만한 소국의 땅보다 큰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찌 보면 질서도 있는지 몰랐다. 지옥에는 신분이 있다. 서열이 높은 자는 통치자였고 계급이 낮은 자는 지배 받는 자!

마교의 지존, 극천신마(極天神魔) 천마(天魔)

혈교의 지존, 철혈대마(鐵血大魔) 혈마(血魔)

요즘 급부상하는 마도맹의 지존, 흡혈지존(吸血至尊) 조제현(曺帝鉉)

그리고...떠오르는 2계의 2존이 있으니...

불사의 아버지, 킹 리치 벨즈비트!

죽음의 아버지, 킹 키메라 샤프!

광활한 지옥의 지배자였다. 서쪽의 천마, 동쪽의 혈마, 남쪽의 제현, 그리고 북쪽의 킹 리치 벨즈비트! 이제는 이런 구도로 바뀌었다.

두 명의 지존에서 무려 다섯 명으로 바뀐 것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제현과 벨즈비트였다. 그중 세력이 온전치 못한 것은 제현! 하지만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존재였다.

“주군! 저곳이 검경입니다.”

챙챙!

이미 수십 가닥이 검기가 난무하고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뚝 그쳤다. 그리고 들리는 함성소리! 

“당송군.”

제현의 목소리에서 중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음속 끝자락까지 심령을 울리는 절대자의 음성이었다. 그 음성에 당송군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지 입술을 질끈 깨문 치아의 힘이 들어갔다. 

“예, 주군!”

“마교의 냄새가 난다. 신법을 전개 해라!”

제현의 느릿한 음성과 걸맞지 않게 제현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벌써부터 그의 신형은 검경의 담 자락에 올라가 있었다. 뒤이어 당송군 역시 제현의 옆에 서며 숨을 죽였다. 이미 당해 버린 것 같았다.

“쓰레기 같은 마교도 들이여! 나는 이곳에서 떨어지겠지만, 기필코 다시 네놈들의 숨통을 끊어 주리라!”

쉐에엥!

당송군이 도착했을 때는 검경의 문주가 혈변을 토해내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며 검기를 날리는 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존, 저대로 두면....”

당송군은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했다. 허나, 제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검기들은 창천군은 물론, 그 제자들 까지 보호 하고 있었다. 

“크크큭, 감히 본좌의 수하를 건드리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구나, 마교의 쓰레기들아!!”

제현의 목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그의 음성에는 심오한 내공이 깃들어 있었다. 그에 내공이 얕은 자는 피를 토 하거는 귀의 고막이 찢어지며 피를 토해냈다. 내력이 깊은 자 역시 비틀 거리며 신형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흡혈지존이다!”

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교의 일마단인 탁문석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바로 옆의 고수들도 흡혈지존의 등장에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현을 본 자들은 극한의 추위에 몸을 떨어댔다. 

제현의 행보를 익히 들었다. 그의 의지를 반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꺼져라. 그리고 알려라. 나의 앞을 막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허나 제현의 말을 떠나는 자는 순위의 축에도 못 끼는 자들이었다. 마교의 명을 받은 이상 이곳을 멸문 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고수들은 굳건히 자리를 버티고 서 있었다.

“크크큭, 죽음을 부르는 군!”

싸늘하게 웃음을 흘린 제현은 마령검을 꺼내 들려다 옆의 당송군의 말에 손을 거두었다.

“속하가 처리하겠습니다. 지존에게 귀찮을 뿐입니다.”

당송군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체격과 어울리게 도(刀)를 뽑으며 그 위용을 나타냈다. 비록 그가 수많은 마교도들에게 당했지만 그의 무위는 결코 얕지 않았다. 싸늘하게 공명음을 토해내는 도를 보며 당송군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살기를 피워 올리며 검강을 시전했다.

단숨에 없애 버리리라! 그의 도에는 푸른빛의 검강이 수십 명의 마교 고수들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무공은 절명도(絶命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름에 맞게 수십의 고수가 일수에 모두 바닥으로 쓸어져 내렸다.

단 일수였다. 하늘은 이미 지옥겁화를 보는 듯이 피분수가 치며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창천군! 주군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오만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제현에게 다가와 급히 무릎을 굽히는 존재! 창천군이었다. 그는 수십의 마교인들을 도륙하는 제현의 수하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의 수하가 된다면 저런 것을 자신도 할 수 있으리라!

“주군을 따르며 수십, 수백의 마교인들을 도살해 버리겠습니다.”

“크하하하!”

창천군의 말에 제현은 미소를 흘리며 등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존재들! 점점 제현의 세는 마교의 언저리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교 마저 점령할 기세다!

창천군 역시 묵묵히 제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문도들 역시! 그들은 세간이 이렇게 불릴 것이다.

마교척살단!

이것이 제현의 제2의 전투 집단이다. 당연히 첫 번째는 흑사문의 문주이자 비도술의 일가견이 있는 집단이 은밀한 살행을 하리라.

그들을 가리켜 참영살막단이라고 불릴 것이다.

이제 제현이 보유한 전투 집단은 둘,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 그들은 소수였지만 최강이 되리라!

마교를 테러 하다.

“크크큭, 버러지 같은 녀석들, 혼란을 부채질 하는 버러지!”

천마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순위 쟁탈전에 가담한 교도들을 비난했다. 그의 눈은 번쩍이는 살기에 온몸을 주체 할수 없었다. 마치 현생에서 정마 놈들을 보는 듯 한 눈빛이었다.

똑똑똑!

천마의 집무실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밖에서는 굵직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지존, 수하. 천류입니다.”

천류, 그는 천마의 둘도 없는 심복이었다. 게다가 천마와 같은 성을 쓰는 것으로 형제의 예까지 다 했으니 얼마나 믿는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 하는 것이 둘이었다. 게다가 현생에서도 형제처럼 지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들어오라.”

천마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류가 들어왔다. 그의 덩치에 걸맞게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지만 천마의 기세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모습이었다. 

“급한 전보입니다.”

“뭐지?”

“그게....흡수마군의 재출현입니다. 본교의 큰 전력이 될 것 같으나...아직, 반발심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천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전보를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흡수마군의 출현! 이미 십 수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던 흡수마군의 등장이었다. 그는 천마에게 반발심을 품었고 도전했다. 하지만 일수에 목이 날아감으로써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천마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흡수마군의 등장에 천마는 탐탁지 않은 얼굴을 했다.

“다음으로는.....”

“또 있는 가? 귀찮다. 나가보라...”

“허나...”

천마는 천류의 눈을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허나 천류는 미소를 흘릴 뿐이었다. 흡수마군의 이야기에 기분이 안 좋아진 천마는 천류를 물리치려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이름에 다시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면 됩니다. 이곳에 오기 전 지옥의 남단 쪽에서 세를 확장시키는 조제현에 대해...”

“뭐라? 조제현? 풍운지와 같이 있던 자 말인가?”

천마는 보고에 잠시 고심하는 얼굴로 천류를 보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 들었다. 천마의 눈에서 푸른색의 정광이 감돌았다.

“예! 조제현이 빠르게 문파를 규합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교도들이 확인 한바, 벌써 마도맹의 맹주인 당송군은 물론 본교의 걸림돌이었던 검경의 문주인 창천군에게 까지 손을 뻗힌 것 같습니다. 이대로 놓아두면 큰일입니다.”

“조제현이라는 자의 행보를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지옥의 평화를 깨는 것입니다. 반드시 제현의 행보를 막아야 합니다.”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지옥의 균형을 깨진지 오래였다. 수백 년을 지켜온 두 명의 지배자인 천마와 혈마의 세가 점점 좁아진 다는 것은 전쟁을 의미 했다. 게다가 이미 혈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2계의 무리 까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천마의 고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크크크, 기껏 소문파를 규합해봐야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 감히 본교를 넘볼 수는 없을 것이다.”

천마는 잠시 고심하던 모습을 지우고는 웃음을 토해냈다. 자신의 교가 어떤 곳인가? 감히 올려다 보지 못할 지고의 무력집단이다. 그만큼 제현의 자잘한 행보에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허나, 천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심상치 않은 것은 제현뿐만 아니라, 아크리치 벨즈비트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두 존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들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2계의 버러지들이었던 마법사와 검사들은 그들의 무위에 못미치는 존재였지만 일단 뭉친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 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중원의 인물들을 규합시키며 마법사까지 끌어 들이려 하는 제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나의 문파를 놓고 본다면 본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미미 할지 모르나, 문파의 문주는 고수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뭉친다면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하는 천마의 생각에 천류는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주군! 그렇게 생각 할...컥?”

수하인 천류는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천마는 건방지다는 듯이 천류의 목 줄기를 움켜쥐고는 밖으로 던져 버렸다. 심기가 불편 한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천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걸음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           *           *

제현은 희한한 꿈을 꾸었다.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육체를 가지지 못한, 아니, 여러 인체를 합쳐 놓은 듯 한 모습을 한 괴인, 게다가 벨즈비트! 그들이 이상한 산에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부터 벨즈비트가 빙계의 마법을 펼치는 것까지, 또한 괴인이 하늘을 날아오를 때 꿈을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스스슷!

지옥에서 보기 드문 재질이 좋은 천 조각으로 만들어진 침대에서 눈을 뜬 제현은 불쾌하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뜨거웠던 곳의 공기가 급속히 식어가며 제현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똑똑!

“들어와라”

검정색의 무복을 입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며칠을 자지 못했다는 듯이 눈 밑에 검은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워졌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 맹주 당송군이였다. 그는 주위에 숨어 있는 제현의 호위들을 둘러보았다. 며칠 전 제현의 휘하에 들어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하나,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심성을 지녔다. 오직 주인의 말을 듣는 족속들이었다. 원래 주인이었던 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2계의 기사인, 루커스라는 검사였는 데, 어떻게 해서 그가 중원의 인물을 수하로 거두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은 제현이었다.

문제는 전혀 이지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2계의 술법에 당한 듯했다. 

“버러지들.”

당송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어딘가에 대기하라는 표식이었다.

“주군, 나타났습니다. 크크, 주군께서 찾으시던, 흡수마군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제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무공을 완성 시켜줄 존재중 하나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위치가 마교의 본단 입니다. 허나, 흡수마군은 교주를 만나기를 꺼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염병할!‘

제현은 속으로 뇌까렸다. 하필이면 마교라니! 하지만 순간 제현을 스치는 듯한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나가 보라. 생각 할 것이 있으니.”

“예! 주군!”

당송군은 제현의 심중을 아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미 예전의 기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마도맹의 본 단이었다.

이미 많은 문파를 거두어 들여 예전보다 더욱 강대해진 곳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엄청난 순위의 고수들 까지 유치하게 되었으니 조만간에 지옥을 휘저을 날이 올 것이다.

마교를 테러 하다.

마교의 성에는 한창 순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마교의 혼란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교의 꼭꼭 숨어 있었던 흡수마군의 등장! 이것은 제현의 가슴에 불을 집히기 충분했다. 

“1호...”

마도맹의 성역!

그곳에 수많은 무리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지존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수수하지만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가옥들이 늘어지게 서 있었다. 마도맹의 지존이 묶고 있는 곳에는 그를 보좌하는 자들이 항시 대기 하고 있다. 그들은 지존의 힘이 되는 단주들! 게다가 지존을 암중 호위하는 자들인 묵룡대(墨龍隊)들이 소리 소문 없이 지키고 있었다.

지존의 하위 조직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기관들이 지존의 명령 하나에 죽고 살수가 있다. 그 중 단연 꼽히는 것이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 그들은 지존이 제일 처음 휘하로 거둔 조직이다. 심지어 잡스러운 일을 하는 자들 까지 대단한 자들로 이루어 진 곳이 마도맹이었다.

감히 누구도 입을 열수 없는 곳에서 나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를 수호하는 묵룡대 중 단연 무위가 가장 높은 자가 조용히 지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지존, 아니 제현이 부른 존재는 무미건조한 어조를 내 뱉으며 사무적인 말을 내 뱉을 뿐 어떤 사심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직 제현의 말에 죽고 살며, 제현의 말이 곧 그의 생각이었다.

“마교척살단의 단주, 창천군을 들라 하라.”

츠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림자들이 흔들린다. 다시금 찾아온 침묵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기드렸다. 그리고 급히 뛰어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격공섭물의 수였다. 이미 제현의 내공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져 굳이 몸을 움직이며 물건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묵룡대 까지 있으니 직접 움직이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존.”

열려진 문으로 한 명의 그림자가 들어온다. 그의 얼굴에는 희열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마교를 휘저을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 그에게는 큰일이었고 생각이었다. 

“창천군. 때가 되었다. 마교척살단을 모두 소집해라. 그리고 본좌의 명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하라. 물러가라.”

"존명(尊名)“

그 말 뿐이다. 하지만 창천군의 얼굴에는 꽃이 핀 듯이 화사하기 그지없다. 혹여, 명령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의 의지는 이미 마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천군은 지존의 의지를 깨달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창천군은 각자의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주공께서 의지를 뿜으셨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창천군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마교도들을 척살(斥殺)할지, 어떻게 처리 할지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의외로 잘 풀린일에 창천군은 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그의 거처이자 마교척살단의 거처!

“단원들은 다 들으라. 지존의 의지가 발했다."

“개자식들...드디어!”

모두 상소리를 내 뱉으며 무기를 챙겨 들었다. 마도맹에서도 위명이 자자한 곳이었다. 마교에 있어서는 한 없이 잔인해지는 족속들, 검경의 문도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교에 척을 두는 자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이제는 검경의 문도들만 있는 곳도 아니었다. 지옥을 종회하던 거마(巨魔)들도 속해 있었다. 심지어 창천군과 비슷한 경지를 가진 이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에서 살기를 발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귀기가 흘러 넘쳤고 어떤 이는 광기가 분출 하고 있었다. 뼈속 깊은 곳에 사무친 원한이 그들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마교도의 피가 그들의 술 안주 거리가 되었다.

“미친놈들.”

창천군은 마교척살단을 훓어보고 있었다. 모두 흥분 된 눈초리인지 창천군의 말에도 흥분만 더해갔다. 모두 무공의 성취가 한 단계 성장해 눈에는 절로 살기가 감도며, 전율이 치솟는 모습이었다.

“그만!”

사자후(獅子吼)가 울려 퍼지며 움직이던 자들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단주의 명이다. 교주 와 단주의 명에는 그들은 누구의 명도 받지 않는 다. 심지어 이곳의 맹주 위를 차지하고 있는 당송군의 말에도 그들은 요지부동! 오직 지존과 창천군의 명만 받을 뿐이다.

“모두 정비를 하라. 그리고 오늘...마교로 간다.”

단주 창천군은 거처를 빠져 나가며 담담하게 말했다.

“몇 명?”

단주의 명에 음침하게 웃음을 흘리던 자가 말을 건 냈다. 문도는 아니었다. 문도였다면 감히 대꾸를 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역시 이제는 자신의 수하나 다름없었다. 그가 물은 것은 얼마나 죽이냐는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크크크” 

창천군이 크게 외치자 그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두 살인광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들인 만큼 떠는 것은 당연했다. 인간의 육체를 가르는 병기의 손맛, 뼈를 가르는 느낌이 절로 느껴졌다.

“크크”

모두 자연스럽게 창천군의 뒤를 따른다. 이미 수는 60을 육박할 정도로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왜 마교로 향하는 지는 그들이 알바가 아니었다. 죽도록 미운 마교도들을 죽일 수 있다면 이유는 충분했다.

“지존, 마교척살단 전원이 모였습니다.”

제현이 있는 곳은 마도맹의 중심가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에 지래 겁을 먹은 자들은 각자 갈 길에 바빠 허둥지둥 지나가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의를 차린다. 지존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에 고개를 숙이는 자들, 이미 그런 일에 익숙한 제현으로써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본좌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마교의 혼란!”

“크크크.”

이미 제현의 의지를 확고히 들은 마교척살단들은 마기를 분출했다. 어떤 이는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 댔지만 감히 지존의 앞에서 살기까지는 뿌리지 못했다.

“단, 1시간이다. 1시간 후에는 알아서 몸을 빼도록, 본좌는 할 일이 있다. 그것을 위해 너희들이 필요한 것이다.”

제현이 원하는 것은 마교의 혼란이다. 그 틈을 타서 마교에 있을 흡수마군을 납치 해오는 것! 그것을 위해 가장 마교와 원한이 깊은 자들이 미끼가 되어야 한다. 제현에게 있어서는 그들은 죽든 말든 상관없는 존재였다. 죽는 다면 다른 자로 채워 넣으면 그만인 소모품!

“출(出)”

제현의 말에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마도맹을 벗어난다. 제현 역시 그들과 함께 했다. 일의 시작은 마교의 성 앞이다!

제현의 행보에 앞서 수많은 마도맹에 속해 있는 자들이 마교척살단과 제현에게 허리를 숙인다. 그들은 하나 같이 전율하고 있었다. 마도맹의 첫 번째 행사다. 그것도 지존이 같이 한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다는 것이 틀림없다.

마교를 테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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