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
남쪽에서 부는 남풍, 그것은 흑사병과 같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게 된다. 그들은 가히 흑풍(黑風)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들의 행보는 조용했으며 신속했다.
흑포를 걸친 자들의 뒤에는 각자, 척살(刺殺)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흉폭 하기로 소문난, 페닐(고양이와 말을 섞어 놓은 형태)의 괴수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페닐은 아직 흉폭함이 덜 줄어들었는지,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크크, 페닐이 아직 길들여 지지 않았는가 봅니다.”
마교척살단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확실히 길들여지지 않은 페닐이었다. 야생의 페닐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난폭하다. 그것을 지옥의 인간들은 말 대신 이용 하는 것이다.
멀리서 마교의 성이 보인다. 그에 벌서부터 전율하기 시작하는 자들과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동하는 곳은 마교의 최대 외각! 눈에 잘 뛰지 않는 곳이었다. 숲으로 둘러 쌓여 있는 만큼 은신도 가능 할 것이다.
“모두 대기한다.”
“충(忠)”
마교의 외각에 도착한 제현 일행들은 각자 정비를 했다. 시작은 마교척살단으로 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 후, 제현은 조용히 흡수마군을 잡기만 하면 된다.
“본좌가 지시 한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크크.”
“크크크, 저희들이 미끼가 되는 것은 뻔한것 아니겠습니까? 크크.”
제현의 말에 그들은 재밋다는 듯이 웃어 재꼈다. 그 사이에 완성된 마법진! 대규모 텔레포트였다. 정교하게 그려진 수십 가지의 도형에 마교척살단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존의 말은 법이었다.
“너희들이 할 일은...?”
“마교도들을 죽이는 것! 크하하하!”
제현의 손짓에 그들은 병기를 움켜쥐고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곧 마법진이 발동한다면 마교의 외각으로 이동 하리라! 그것을 시작으로 제현은 움직이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달빛아래 검은 빛이 번쩍였다.
그들의 눈에는 악독한 살기가 떠올랐다.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랄 만한데 제현은 의아한 빛을 띠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은은한 마기가 피어오른다. 독특한 마법이었다. 점점 빛이 되어 사라지는 자들의 얼굴에는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비겁한 기습이라도 상관없다. 마교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
주위는 어두웠다. 지옥의 개기월식이 시작하는 것인지 얇은 크기의 빛만 뿌려질 뿐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가장 좋은 시기이리라! 제현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고는 도약을 감행했다. 벌써부터 주위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휘이이이잉ㅡ
한 번도 불지 않던 바람이 몰아닥친다. 그것을 타고 제현의 콧속에는 비릿한 혈향이 가득 매치고 있었다. 이에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바람은 살을 베고 지나가는 듯이 날카로웠다.
“크크크.”
제현은 바람에 몸을 숙이고는 눈을 힐끔 뜨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자는 성벽의 경비병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리라. 이미 제현의 손에서 출수된 검이 빠르게 날아가 그들을 소리 소문 없이 베어 버렸다. 깔끔한 수법, 어둠에 가려져 그들의 시체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지독하게 넓군. 미처 몰랐어.”
제현은 끝없이 길며, 높은 성벽을 보며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성벽이 높고, 끝없이 길다면 그곳은 중요한 곳이다. 이미 제현은 예전에 와봤던 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범인 이라면 감히 눈길조차 주기 어려운 곳, 마교의 교주가 살고 있는 곳에 눈길이 번뜩였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훅ㅡ
제현은 멀리서 요란하게 살기를 뿜어대는 마교척살단의 행보가 보였다. 거리를 노닐고 있는 마교도를 척살하고 있었다. 감히 누가 마교를 공격할 생각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유린하고 있다. 살일 찢고 뼈를 가르고! 뇌수가 터지고 있었다.
“죽어라! 이 버러지 같은 마교놈들아!”
스앗!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단검이 날아들었다. 수백 보의 거리! 하지만 그 단검은 속도가 줄어가기는커녕 점점 속도가 붙어 가고 있었다. 이윽고 거리를 노닐던 마교도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간다. 가슴에 한 자루씩의 단검이 밖혀 있었다.
마교척살단들이 공통으로 쓰는 수법, 허수아비 같은 족속들은 자신의 검 조차 뽑을 가치가 없었다.
뿌우우우웅!!
뿌웅!!
요란하게 울리는 고동소리! 이것은 침입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이 소리를 들은 수많은 마교도들이 튀어 나왔다. 허나, 거리를 나오는 순간 죽음 뿐! 이 미 그 희생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투학!
단검이 사내의 목을 꿰뚫었다. 어디서 날아 온지도 모르게 죽어 버렸다. 그것은 그의 눈동자가 표현하고 있었다. 검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보이듯이 무기 한번 휘두르지 못했다. 게다가 그 단검은 사람의 목을 꿰뚫는 즉시 다음 타킷을 향해 날아든다.
한 사람을 죽이고 다음 타킷에 틀어박히는 힘이라니! 도통 그들의 힘을 측정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분노를 징표였다. 마교에 대한 원한이 똘똘 뭉친 그들로써는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죽어!”
수많은 단검 세례가 끝나자 ‘차창‘ 거리는 병장기를 뽑아 젖히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가득 메운 흑포 자락이 펄럭였다. 흑포 자락에서 수십 가득의 검기들이 번뜩였다.
촤라락!
끄억??
검경의 무리였다. 한 교도의 얼굴과 목을 꿰뚫었다. 그리고 나뒹구는 것은 희멀건 뇌수 뿐! 교도는 검붉은 피를 뿜어대며 뒤로 넘어갔다. 이미 죽어버린 상태였다.
“크크크, 네놈은 내 거야! 흐흐흐”
또 다른 마교척살단원이 일검에 마교도를 쓰러트린다. 이미 바닥을 나뒹구는 마교의 교도들이 엄청 많았다. 최외각인 만큼 무위가 낮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척살단원들은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죽은 자들은 다시 한 번 죽어야 했다. 마교척살단의 검에 의해 난도질 당한 시체는 인간의 시체라고 보기 힘들었다. 파육(破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들!
잘게 잘려 버린 시체! 그리고 다시 난도질한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잔악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이것은 마치 양떼의 가운데 늑대 한 마리가 유린 하는 것과 같았다. 손도 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적안광을 토해내는 광인들! 순식간에 주변은 혈곡으로 변해 버렸다. 시체에 개때처럼 달라 붙어 난도질 하는 단원들의 표정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 모습에 마교도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뒤늦게 출동한 마교의 치안대들 역시 그들의 머잇감으로 전락해 버렸다.
“크크, 크하하하!”
고양이 눈 같은 달이 오늘 따라 유난히 스산했다. 그들은 끝없이 살육을 하며 도륙했다. 이 차릿한 손맛! 살을 가르며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붉은 선들이 그들을 즐겁게 했다. 이미 그들의 흑포는 적포로 변해 있었다.
휘이잉!
순간 강한 강풍이 몰아치며 피 내음이 마교의 깊숙한 곳까지 퍼져 나갔다.
“덮쳐라! 간악한 무리!”
마교의 고수들이 출동했다. 그들은 짜증난 다는 듯이 앞의 혈인들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은 얼마 전 검경을 멸하기 위해 나타났던 대행천마단 이었다.
마교집단 중 수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행천마단과 마도맹의 마교척살단의 첫 대결이다.
“키키키, 유명한 대행천마단이 아닌가?”
“예, 단주! 크크크, 죽으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창천군이 인육에 굶주린 아귀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마교척살단원 역시 그러했다. 감히 자신들의 문파를 공격한 족속들! 이제는 그들을 벌할 때다.
게다가 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처럼 날뛰었다. 잔뜩 흥분을 하며 잔혹한 손속으로 검법을 펼쳐댔다.
“막아라! 대행천마단!”
“모두 족쳐! 키키, 없애 버린다!”
막으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하지만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는 마교척살단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마교척살단원 들이 날뛸 때 마다 구방은 피가 솟구쳤다. 그것은 대행천마단이 쓰러진다는 증거!
“크크크, 감히 마교 따위가....”
후풍이 몰아치며 피 냄새가 자욱이 퍼져나갔다. 더러운 피라는 듯이 창천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교를 테러 하다.
차차착ㅡ
제현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신형은 마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천마척살단이 의외로 잘하고 있다. 모든 마교의 이목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를 스치듯이 지나간 대행천마단의 얼굴이 투덜거림을 본 제현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본단의 정문의 문도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게 옆으로 돌아 고목에 다가갔다.
성벽은 이중으로 쳐 져 있는 지, 경비가 탄탄했다. 하지만 그뿐!
“크크크”
제현에게는 그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죽여 버리면 그만인 자들! 어떻게 보면 제현의 행동이 옮았다. 귀찮게 살려두는 것 보다 죽이고 넘어 가야 하는 것! 한번 결정 내린 일에는 걱정 따위는 없어야 한다.
“달빛이...좋군.”
성벽위에 그림자가 가득 메웠다. 이미 하늘은 검은 색으로 발했으며 제현의 신형은 귀신과 같았다. 성벽아래에는 간간히 한명의 호위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에 제현은 스산한 눈빛을 토해내며 마령검을 빼들었다.
순간 밑으로 지나가는 그의 어깨에 올라타며 목줄을 그어 버렸다. 게다가 한손으로는 그의 입을 틀어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물며, 초고수의 일격에 죽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일개 문지기 따위가!
초 고수에 해당하는 자가 암습을 감행했으니 오죽하겠는 가? 찍소리도 못 내고 죽는 수밖에 별안간 제현은 그 시체를 성벽 구석진 곳에 처박았다. 허나, 시체에 정신 팔렸기 때문일까? 두 명의 호위가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걸어오는 수리에 제현은 숨을 죽였다. 제현의 두 눈동자가 그들에게 꽂혔다. 두명의 호위들은 성벽쪽의 희멀건 것이 보여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곳에 뭔가 있어.”
“크크, 누가 꽤 부리는 거 아니야?”
그들은 성벽쪽으로 천천히 걸으을 옮겼다. 하지만 그들은 성벽 쪽으로 와서야 그것이 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료를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지르려 했다. 아니, 질렀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멈춰버린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갔다.
“여기...컥!!”
단발마의 비명소리에 어둠속에 잦아들었다. 제현은 그대로 그 둘의 목을 양단 해 버린 것이다. 무릎을 굽힌 상태로 시체를 보고 있던 둘을 죽이는 것은 쉬웠다. 반항 한번 못하고 죽은 둘에게 조소를 흘리며 다시 한 번 제현은 어둠에 휩싸였다.
5년 전이었다면 이런 깨끗한 수는 나오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린 제현은 손을 뻗어 마기를 발산시켰다.
“데스 스웝(Death Swamp)”
꾸물꾸물!
세구의 시체가 조금씩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스 스윕! 죽음의 늪이다. 이미 죽은 자들은 당연스레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이것의 특징은 발부 둥 칠수록 더욱 빨리 빨려 들어간다는 죽음의 흑마법이다. 게다가 6서클의 고위 마법인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그 늪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곧 누런 연기가 퍼지며 육신이 썩어가는 냄새가 퍼졌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마법!
“쳇, 이 밤중에 어떤 놈들이 소란을 피우는지 몰라!”
“어서 가보자고, 정말 겁 대가리 상실한 놈들이군.”
“우리가 제일 늦었어, 단원들은 이미 다 가있다고! 흐흐, 벌써 다 처리했을 지도 모르지”
대행천마단이다. 그들은 각자 투덜거리며 마교척살단이 소란을 피우는 곳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훔쳐보고 있던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예상외로 마교척살단원 들이 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르륵!
제현의 신형은 어둠을 방패막이 삼아 빠르게 신법을 전개했다. 앞서 돌아다니고 있는 후위들을 보며 제현은 마령검을 빼 들었다.
챙!
경쾌한 파공음이 허공에서 들려오자 호위들은 그 진원지를 향해 창검을 빼 들고는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 누구냐!”
혹시나 동료나 고위 교도일지 모르는 생각에 나직이 외쳤다. 하지만 뒤늦게 들려오는 싸늘한 외침에 검을 휘두르려 했다.
“사신(死神)”
쉭ㅡ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진 제현의 인형이 튀어나왔다. 비호(飛虎)와도 같은 움직임에 그들은 손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덮쳐들었다.
“뭐, 뭐야!”
호위무사가 소리쳤다. 소리가 꽤 큰지라 제현은 옆에 있던 단검을 빼들며 빠르게 날렸다.
챙!
“큭!”
엄청난 힘이었다. 간신히 막은 자들은 자신의 병기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구겼다.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이미 제현의 신형은 그들을 덮쳤다.
“소수신장(素手神掌)”
제현은 허공에서 쌍장을 내 뻗으며 그들을 내려찍었다. 그리고 팍ㅡ 하는 소리와 함께 뇌 속의 뇌수가 하늘로 솟구쳤다.
주위를 가득메운 혈향!
“후읍!”
달콤한 듯한 향기에 제현은 코 속으로 향을 빨아 들였다.
타타타탁!
순간 제현의 기감에 빠른 움직임이 보였다. 빠른 경공! 무공의 달인이었다. 순식간에 제현의 기감에서 벗어난 존재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에게 위치를 간파 당한 후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고를 할 생각인지 빠르게 사라진다.
“큭, 빨리 찾아야 겠군.”
이미 제현은 흡성마군이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각 쪽에서 진하게 풍기는 고수의 기도가 확실히 느껴진 것이다.
차르륵!
마영신법을 극성으로 펼치며 흡성마군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제현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사라지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교를 테러 하다.
뚜벅ㅡ 뚜벅
제현의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제현이 향한 곳은 마교의 손님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웅장함을 자아내는 마교의 별채로 그곳은 중요한 손님이나 마교의 일원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중요한 곳일수록, 경계가 삼엄 한지 이리 저리 횃불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곳이, 흡성마군이 묶고 있는 곳입니까?”
정중함이 묻어 나오는 어투, 하지만 그의 손에는 마령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호위, 그를 향해 제현은 싸늘하게 말을 토해냈다.
“크어...누, 누가 말할 까 보냐!”
“이런, 재미없는 말이군요. 제 앞에서 사라져 주세요.”
제현은 미묘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다시 진득한 혈향이 피어오르며 모락모락 김이 새어 올랐다. 제현은 깊은 숨을 들이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상당수의 호위들이 죽은 것인지 여기저기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곧 많은 무리들이 제현의 앞길을 막아섰다.
“본교의 침입자!”
“후후후, 그러면 손님이겠느냐! 흡성마군을 불러와라.”
제현의 앞길을 가로 막으며 뇌락과 같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별채의 곳곳으로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중에 늙은이도 있었기에 제현의 눈길은 자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은연중 풍기는 잡스러운 기운
“헐헐헐, 노부(老父)를 찾는 것인가?”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는 덩치였다. 굳게 다문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몸에서 뻗히는 내력은 제현의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내력뿐이다! 그 노인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싱긋
“드디어 찾았군요. 흡성마군....”
수많은 무리에 둘러 쌓여있음에도 제현의 표정에는 긴장감은 없었다. 도망갈 퇴로는 전혀 없음에도 당당한 모습에 둘러싸고 있던 자들이 긴장을 했다. 반원의 형의 겹겹이 제현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앞에 있는 자는 삼십대 중반의 중년인으로 상당히 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손에는 길쭉한 봉이 달려있었고 그 양쪽에는 참마도와 같은 검 날이 틀어 박혀 있었다.
날카로운 예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흡성마군 당신입니다.”
“노부를 어디 쓸려고 그러는 가? 허허허.”
제현의 말에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눈이 한차례 번뜩였다. 같은 느낌의 동질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고는 제현에게 수없이 몰아치는 폭풍처럼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마치 성난 파도와 같았고 침입자는 죽이겠다는 의지가 전달되었다. 허나 제현의 손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오른손에 들려있던 마령검이 사라졌다.
“성가시군요. 낙쾌(落快)”
제현은 만검의 색다른 초식을 시전 했다. 극상의 쾌의 수였다. 이미 제현의 사정권에 들어온 자는 몸에서 피분수가 치며 바닥으로 쓰러지기 일 수였다. 그리고 싸늘하게 조소를 흘리는 제현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은 제일 앞에 서 있던 중년이었다.
“쾌검수로군! 하지만 그 뿐이다. 쾌는 중을 이길 수 없는 법!”
“뭔가 착각 하고 계시군요. 저는 쾌검수라고 한 적 없습니다. 하하하!”
약점이라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중년을 보며 제현은 웃음을 토해냈다. 아니, 어이가 없었다. 고작 한 초식이 이정도로 무너지는 마교인 들을 보며 적잖게 실망했다. 고작 한 수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사라져 가는 존재라니!
“실망이군요. 이 마교! 그렇다면 더욱더 철저하게 부셔주지!”
공손함을 표하던 제현의 표정인 더욱 사납게 빛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는 검! 그것은 오직 한 사람에게 짓이겨 들었다. 앞의 중년인이다.
장창 같은 것을 사용 하는 것만큼 이용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근접전에 취약하다는 것, 그것을 이용해 제현은 더욱더 그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후후, 얼마전 완성한 초식이지. 파천(破天)!”
파(破)의 변형이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찌고 기운을 폭사시키는 것이라면 패도적인 검식을 도입해 적을 무너뜨리는 것! 당연 끝은 적의 몸을 산산히 분해시키는 것이다.
순간 제현의 시선을 받은 중년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수많은 마교의 고수들이 그의 일검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 보다. 그의 검에서 스산한 기운이 피어오름과 동시에 극한의 한기까지 느껴지는 것에 그의 정신은 패닉상태로 빠져 들었다.
마치, 한치 앞도 볼 수없는 혹한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 같은 것을 받자 그는 멍하니 제현의 검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파핫!
“그럼, 사라져라!”
그 말로 끝이었다. 산산이 부서지는 자신의 육체를 올려다보는 기분을 알겠는가? 처음에 덜어진 것은 목이었다. 허나, 그의 육체에서 떨어져 나온 목에서는 전혀 피한 방울 세어 나오지 않는 다. 그리고 천천히 팔과 다리, 몸통이 수십 갈래의 검기에 난자 되었다. 그리고 제현이 지축을 흔들 정도의 진각을 밟자.
육체의 잔해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검기가 폭사되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몸통이 짓이겨진 검날에서 미세한 검강이 뿜어져 나오며 폭사되어버렸다.
펑!!
그리고 정적!
“크크크, 이거 상당히 재미있는 초식으로 변해 버렸군요. 자...이제 당신 혼자 남았습니다.”
제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흡성마군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흡성마군이 천천히 제현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건 무공이 아니었다. 마법에 의해 천천히 끌려 온 것!
“뭐, 뭐냐! 원하는 것이!”
“말이 짧군요. 하지만...뭐, 괜찮습니다. 당신의 무공! 잘 가져가도록 하죠.”
제현은 돌연 흡성마군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조소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목을 힘껏 틀어쥐었다. 마치 죽일 듯 한 기세다.
“그전에 한 가지 실험 할 것이 있군요. 누구의 무공이 더 위인지! 흡성대법이냐 흡혈신공이냐!”
팟! 털석!
제현은 힘껏 쥐었던 목줄을 멀리 내팽개치며 검을 착검했다. 그에 놀란 것은 흡성마군이었다. 그제야 생각 난 것이다. 눈 앞의 존재가!
“흡혈지, 지존!”
펄럭!
제현의 흑포가 펄럭이며 요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 흡혈신공이다!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피 줄기를 당기는 힘! 붉디붉은 피들이 제현의 발밑으로 모여 들며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흡수되듯이 몸속으로 사라져 가는 피들! 이것이 흡혈마공.
“자 누구의 내력이 더 빨리 고갈 될까요?”
스팟!
순간 제현의 손에서 기운이 몰려들며 흡성마군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리고 타격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피 줄기에 제현은 손을 가져다 대며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 재차 반격에 들어오는 흡성마군! 그의 손 역시 제현의 손을
탁 처내며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댄다.
흡수의 대결이다. 많은 내력들이 유동한다.
혼잡하게 잡스러운 기운들이 제현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며 뒤엉켰고 그에 뒤질세라 흡성마군 역시 손의 흡입력을 돋우며 제현의 음기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마교를 테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