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 장난은 여기까지!”
제현은 조금씩 몰려드는 마교도들을 보며 웃음을 토해냈다. 이미 숨죽이며 흡성마군과의 대결을 지켜보는 자 까지 있었다. 각자 흩어져 있었고 언제든지 덮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팟!
제현의 움직임은 번개와 같았다.
으윽!
흡성마군의 손을 떨쳐 내고 옆으로 이동한 제현은 마령검을 살짝 뽑아 올렸다. 청명하게 울리는 검명과는 다르게 싸늘하게 울며 부들부들 떠는 마령검의 기운에 한기까지 요동치고 있었다.
“귀찮은 놈들은 사라져! 유유(流柳) %26 아이스 캐논(Ice Cannon)”
싸늘하게 내 뱉는 제현의 영창! 눈에서는 푸른 정광이 어렸고 그의 검신과 그 둘레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지며 앞으로 겨누었다. 그 앞에는 숨죽이며 대기하고 있는 마교의 잔당!
우우우웅!
마령심법의 영향으로 싸늘한 냉기를 피워 올리는 검기와 아이스 캐논의 마법이 사용되었다. 푸른 불꽃처럼 넘실거리는 검신 주위에 마법진이 둘레를 치듯이 돌고 있었다. 마법진은 가운데가 뻥 뚫려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중심이 되는 검이 있었다. 그리고 제현의 손을 시작해 뻗어 올라간 마법진은 세 개의 고리를 만들며 돌고 있었다.
사라라랑!
검 끝에서 뭉쳐지며 구슬 같은 모양으로 변한 구체가 조금씩 거지며 앞의 적을 향해 겨누어졌다. 그리고 뿜어지는 검기와 마법!
“뭐, 뭐야! 피해라!”
끄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검기가 그들의 육체를 갈랐다면 마법은 그대로 적을 얼려버렸다. 그들의 육신이 하늘을 비상하며 피를 뿜어댔지만 뒤이어 날아온 마법의 영향으로 그대로 얼어붙으며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다. 워낙 빠른 검법에다. 마법의 절묘한 타이밍까지 있어 그들은 손놓고 죽을 뿐이었다.
“나를...짜증나게 하지마라.”
다시 납검되어 버리는 검을 보며 흡성마군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에 있어서 이정도 차이가 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싸늘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얼음판에 발가벗겨진 듯 한 느낌, 게다가 그에게 모든 것을 보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그들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흡성마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생생하게 흘러내리던 피는 놀랍게도 얼어붙어 있었고 하늘에 멈춘 것처럼 얼어붙어 버린 피 분수는 장식처럼 보였다.
“크크크, 노부가, 노부가 고작 어린놈에게!!!”
“크크클!”
흡성마군의 웃음에 살짝 미소를 지은 제현은 살기를 뿜으며 손짓했다. 오만한 동작과 행동!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심지어 그의 손에서 뿜어지던 신묘한 술법까지!
“마법이라고 하지! 크크크, 너희 3계 놈들이 싫어하는..!!”
“!!!”
검법과 마법의 조합!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익힌다면 무공간의 상성이 있어 몸의 균형이 어지럽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존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니 숨 쉰다는 듯이 동시에 써 대고 있다.
“크하하하!”
흡성마군의 표정에 광소를 터뜨렸다. 그때 불현듯 그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흡성마군을 보며 입맛을 다신 제현은 그대로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그의 팔을 쳐냈다. 재차 오는 공격에 제현은 피식 웃으며 허리를 꺾어 흡성마군의 복부를 장법으로 튕겨냈다. 그리곤 가져다 댄 쌍장 튕겨내며 강하게 회전시켰다.
“아쿠아 볼(Aqua Ball)”
“큭!”
복부에서 터져 나오는 물줄기에 급해진 것은 흡성마군이다. 혹여 피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맛을 보면 물이었다. 그에 안심한 흡성마군은 다시 몸을 비틀어 제현의 쌍장에서 벗어났다.
“고작 간단한 마법에 당황하는 꼴이라니!”
재미없다는 듯이 손을 털어낸 제현은 자세를 잡았다. 무릎을 살짝 굽히며 튕겨나갈 준비를 했다. 그에 조급해진 것은 흡성마군이다. 제현의 신위가 자신을 뛰어 넘는 다는 것을 알고 조심해진 것이다.
“흡혈지존! 나의 흡성대법으로 죽여주겠다!”
“크크크, 고작 흡성대법?”
제현은 코웃음을 치며 손의 힘을 풀었다. 주위에 흐르는 공기의 흐림이 변하며 양쪽의 내력이 분출하듯이 공기를 뒤 흔들었다. 그리고 곧, 두 명의 고수가 부딪히며 주위의 건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흡성마군에게서 이는 긴 흰머리가 그의 눈동자를 살짝 가렸다. 곧, 그의 거친 손이 움직였다. 흡성마군이 자랑하는 흡결지(吸抉指)가 제현의 얼굴에 들이 닥쳤다.
“이런!”
주춤!
흡성마군의 재빠른 공격에 당황한 제현은 본의 아니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허나, 단 한걸음! 한걸음뿐이었다. 곧 몸을 비튼 제현은 뒷걸음진 걸음을 바로 세우며 기초 보법인 삼재보를 이용해 흡성마군의 움직임을 바꿨다.
흡결지! 실로 놀라운 무공이었다. 빨아들일 듯 하면서 갈가리 찢어 버릴 듯 한 기세, 강기가 머금은 손가락에서 뿜어진 기운에 아찔해진 것은 제현이었지만 흡성마군역시 제현의 보법으로 인해 기혈이 뒤틀렸다. 갑작스런 운용에 기혈이 뒤틀린 흡성마군은 급히 내상을 바로 잡았지만 제현의 공격에 다시 뒤틀려 버렸다.
“훗, 언제까지 그딴 수로...? 그 잘난 흡성대법을 보고 싶군!”
마령신법의 수로 움직인 제현은 빠르게 그의 코는 물론 입까지 가리며 강하게 움켜쥐었다. 가느다란 손에서 피 줄이 솟아오르며 우악스런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제현의 손에서 핏기가 가시자 곧 붉은 느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흡혈대법의 시작이다.
하지만 곧 흡성마군의 수법인 흡성대법이 사용되었다. 일부러 그의 손을 처 내지 않은 제현은 느긋하게 그의 흡성대법에 맞섰다.
쭈우우욱!
흡성대법의 빨아들이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쪽에서도 상당량 내력을 흡수했다. 그의 입에서 뿜어진 선혈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의 얼굴이 파리해지며 낮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컥ㅡ”
“크크크, 역시! 흡성대법 따위! 헉?”
쾅!!
제현은 더욱 흡혈마공을 끌어 올렸다. 허나, 순간 누구의 방해인지 정확하게 제현의 팔을 노린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고운 피부에서 느껴지는 선혈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전각의 위쪽에 위치한 신형을 노려봤다.
보통 마교도가 아니었다. 뿜어지는 기세!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게다가 출수된 검이 스스 하늘을 비행하며 그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이기어검이었다. 보통의 수법으로는 제현의 기감에 벗어나지 못하리라! 허나 살기조차 느끼지 않는 완벽한 수에 생체기를 입은 제현은 흡성마군을 향해 조소를 흘리고는 뒤로 약간 물러났다.
“네놈! 누구냐!”
마교를 테러 하다.
“후후, 저는 마교의 1장로 야월(夜月)이라 합니다.”
제현의 기감에 잡힌 숫자는 총 넷, 야월이라는 녀석보다 떨어지지만 상당한 고수가 세 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제현은 약간 긴장했다. 흡성마군을 쥐고 있던 오른 팔에 생긴 생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잘도, 본교의 별채에 침입했군요.”
“호호, 그대가 흡혈지존이군요.”
야월에 이어 세 명이 제현의 앞에 섰다.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그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여자였다. 그 여자가 입고 있는 것은 로브였기 때문이다. 아마 2계의 마법사를 흉내 내는 것이거나, 진짜 2계의 인물이라 생각했다.
“운이 좋군. 흡성마군.....”
흡성마군은 섬뜩한 기운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검에서 뿜어지던 새하얀 섬광에 얼어 버리던 마교들이 생생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현은 눈을 이리 저리 돌리며 퇴로를 생각했다. 2계의 마법사가 저 정도 기운이라면 텔레포트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 다면 언제든지 몸을 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는 넘쳤다.
“본교의 적! 죽어 주셔야 겠습니다.”
우우웅!
야월의 몸에서 도는 푸른빛 그건 여러 가지 버프였다. 헤이스트, 스트렝스 등 무인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결어졌다. 게다가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장로들 역시 모든 버프가 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건 여자의 마법실력이 상당하는 증거였다.
“마법...쿠쿡, 쓸 대 없는 짓을!”
제현은 지붕을 박차며 달려드는 야월과 두 명의 장로를 보며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마법 전투를 보여 드리죠....마법사여!”
제현은 앞으로 달려드는 세 명의 장로를 보며 마령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검에서 미묘하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우우웅!
뚝!
순간 검명이 멈추었다. 그 때, 제현의 검이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검식은 아니었다. 작은 움직임에 마법진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하늘, 땅, 제현의 주위에 작은 마법진이 생겨나는 즉시 제현은 빠르게 마영신법을 발휘하며 검초를 펼쳤다.
“유(流)...”
가느다란 목에서 울리는 진동, 제현은 만검의 기본 검초, 유를 펼치며 그들의 검을 튕겨냈다. 세 방향에서 날아들던 검이 버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그들의 검이 공기의 흐름을 타듯이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제현은 눈을 빛냈다.
“홀딩 브레이커(Holding Breaker)!!"
세 명의 장로들이 발을 묶인 것은 순간이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것은 제현, 순간 푸른 정광이 어리며 미리 새겨 놓았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게다가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수십 가닥의 얼음들이 세 장로에게 날아들었다. 장로들은 제각기 무기를 고쳐 쥐며 호신강기를 펼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저...저런 마법이 있을 리가!”
제현의 마법이 발동하는 순간 여자 장로는 실드를 펼치며 세 명의 장로를 막아섰다. 큰 마법진이 바닥에서 생겨나며 투명한 막을 만들어냈다.
파파파팟!
전쟁을 방불케 하는 마법 난무에 정신없는 것은 방어를 하는 자였다. 처음 보는 마법, 게다가 마검사! 있을 수 없는 조합이기에 정신없어진 것은 장로들이었다.
“문라이트(Moon Light), 차가운 달빛이여...”
전력으로 실드를 펼치고 있는 장로를 보며 제현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검이 하늘을 향하자,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마법진이 그려지는 순간 냉기가 모여 들며 제현의 몸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제현의 손이 투명해 지기 시작했다. 그건 소수마공! 이미 완성된 마법진에 제현은 소수마공을 일으켜 장을 펼쳤다. 하늘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마법에 크게 놀란 것은 장로들이었다.
그토록 화려한 마법과 강한 마법! 처음 보는 마법들뿐이었다. 뒤이어 풀려난 그들은 제현의 마법에 크게 놀라며 사정권 밖으로 몸을 날렸다. 무공과 마법의 조합!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별채를 다 얼려버리는 위력에 입을 다물 줄 모르는 것은 흡성마군은 물론 장로들 까지.
“2계에서는 그런 마법이!”
“크크큭! 2계 따위의 마법이 아니다!”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조소를 머금고는 몸을 틀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위험해진 다는 생각에 몸을 튼 것이다. 그를 추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로들은 신호를 보내려 손짓을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손이 올려 지지 않았다.
“루엔 장로...”
“4장로..어찌 된!”
세 명의 장로는 순수 무인이었다. 그들은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묘한 기술에 놀라 4장로인 루엔을 쳐다봤다. 그녀 역시 점이 되어 사라지는 제현의 모습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있을 수...없는 마법입니다. 처음 보는....2계에서 저런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무공과 마법의 조합이라니!”
루엔은 떨리는 손에는 마석(魔石)이 박힌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마법 촉매 없이 그 정도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과 경지의 소유자라는 소리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크윽! 그는 진정 지존이오!”
“흡성마군!”
네 명의 장로는 이곳의 온 목정을 상기 시키며 흡성마군에게 다가갔다.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마법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인지 상당한 상처가 가득했다. 몸의 반이 얼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오한 내력 덕분인지 목숨은 부지 하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치료를...”
루엔이 마법을 펼치며 흡성마군에게 활력을 돋웠다. 그리고 1장로인 야월이 내력을 순환 시킴으로써 흡성마군의 상태를 완화 시켰다.
* * *
“버러지 같은 것들!”
제현은 마도맹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보며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흡수는커녕 죽이기도 못했다. 문라이트를 펼치는 순간 천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에 제현은 몸을 틀며 마교를 벗어났다.
“마교에 마법사라...특이한 조합이군...”
제현은 미간을 좁히며 약간의 차질에 대해 자신을 질타했다. 굳이 흡성마군을 흡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와의 대결을 통해 약간의 보완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몸에 접촉하는 것을 일맥으로 삼는 흡성대법과는 달리, 상대의 피를 통해 기운을 갈취하는 것으로 하는 흡혈마공.....
“크큭, 보완 따위 개나 줘라!”
제현은 괴소를 흘리고는 전력으로 신법을 발휘했다.
그 순간에도 마교는 물론, 혈교, 2계의 무리들, 그리고 마도맹에서는 곧 있을 전쟁에 대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움직인 존재들은 2계의 존재들이었다.
“흐읍...오랜 만에 보는 군...크큭, 혈교라....”
“크크큭”
아크리치와 키메라 킹, 샤프는 웃음을 흘리고는 조용히 어둠속으로 잠겼다. 곧 수천의 마물들과 리치들이 어둠에서 들어나며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