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8화 (118/269)

“지존, 명을 받들고 왔습니다.”

부교주 귀혈마권(鬼血魔拳) 마도영이 혈룡좌가 있는 지존천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혈마의 명에 따라 주위의 적들의 동태를 확인하고 왔다. 물론, 그의 직속 수하들인 혈귀단과 함께 동행 했었다. 게다가, 적의 동태를 살피다 발각당해 죽은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상당한 피해였음에도 혈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혈룡좌에 오만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부교주인 마도영은 눈썹이 꿈틀거리며 분을 삭였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크리치 벨즈비트...본좌의 혈룡검의 먹이가 되고 싶은 가보군...크크큭”

“교주! 허나, 본교의 교도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쳇, 나약한 것들! 모든 기관에 본좌의 이름으로 비보를 보내라. 전쟁이다!”

최근 마교의 혼란을 더불어 마도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2계의 존재인 자칭 ‘마신’ 이라고 칭하는 벨즈비트의 족속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아무런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군소 방파가 모조리 멸문 당했다는 소문은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 이유는 삼 세력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혈마교주와 마교교주, 마도맹은 그들은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계의 존재들이 앞장서 그들을 멸했다. 그와 중, 마신군(魔神軍)이 혈교로 향했다는 소문...그리고 혈마대전 선언!

무엇보다도 혈교의 충격적인 소식은 모든 2계의 족속들이 벨즈비트에 종속되어 이번 혈마대전에 참가한다는 소리였다. 

“교주! 마신군의 전언입니다.”

“읊어라.”

“본 마신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라. 이를 어길시 본좌의 마신군이 혈교를 용서하지 않으리...이상입니다.”

쾅!

“감히!”

혈마는 혈룡좌를 강하게 내려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 선전포고를 그대로 받고 있을 혈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 교도들에게 알려라. 시작이다.”

“존명!”

근영혈마단의 1호가 물러가며 혈마는 고심에 잠겼다. 자신 역시 눈과 귀가 있으니 그들의 전력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괴상한 마물은 물론 요물까지 있다는 소리에 그의 신경을 거슬렸다.

“훗, 그래봐야 2계의 족속!”

혈마는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에게는 무적의 교도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똑똑..

“혈마님, 의복이 준비 되었습니다.”

한명의 시비가 들어서며 붉디붉은 혈룡의 수가 놓여 있는 붉은 장포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적포를 걸치며 뇌까렸다.

“마교든, 마도맹이든, 가만두지 않겠다.”

“호호호, 교주! 승전을.....”

“크크큭, 네년이 무엇을 알겠느냐!”

혈마의 중얼거림에 시비인 사희(死嬉)가 입을 가리고 웃었지만 그녀의 어두운 낯빛에 눈살을 찌푸린 혈마가 그녀를 내쳤다. 그리고 그는 적포를 휘날리며 자신의 군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나섰다.

*            *            *

동쪽의 혈교!

철혈대마 혈마의 붉은 눈동자가 잔인하게 적기를 발하며 번뜩였다. 모든 교도들이 모였다. 근영혈마단은 물론, 잡스러운 일을 보던 시비들까지! 그들 하나하나가 무공에 능통한 자들이었다.

“혈령단 전원 대기하고 있습니다.”

혈마는 자신의 앞으로 나서는 단장들을 보며 입을 씰룩거렸다. 그들의 위상만 놓고 본다면 능히 지옥을 통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지금 시급한 것은 2계의 족속들을 막는 것이다.

혈마는 자신이 지옥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 들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2계의 족속들을 죽여 버린다! 모두! 신나는 날이 될 것이다.”

“본교광명!”

혈마의 말에 수없이 혈교의 연호가 울려 퍼졌다. 그에 성은 진동했고 성 밖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괴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2계와의 전쟁 준비를 모두 끝냈다. 혈마의 뒤로 늘어지게 선, 근영혈마단, 혈령단, 혈귀단, 게다가 여러 장로들의 수하들 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전력이었다. 총 만 명에 달할 듯 한 전력이 일으키는 무형지기에 모래먼지가 피워 올랐다.

츠츠츠!

수없이 피어오르는 마기에 모두들 흥분한 눈치였다.

“크크큭, 대단하군!”

혈마는 한 자리에 모여 흥분한 혈교인 들을 보며 말했다. 기세가 하늘을 부셔 트릴 것 만 같은 파천(破天)의 날 이었다. 각각의 소속을 나타내는 휘장이 펄럭였다. 병기를 틀어쥔 혈교도들은 혈마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이었다.

“본좌는....”

혈교 만세!

혈마가 고개를 숙이며 말문을 열었다. 그에 환호하는 혈교인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태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기세였다. 그들이 바닥을 찍으며 외치자 지축은 흔들리며 큰 지진을 만들어냈다.

“모두 조용히 하라! 교주의 말씀이다!”

마도영이 참지 못하고 외치자 군중들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만 명이나 달하는 군웅들이었지만 마도영의 말소리를 듣지 못한 자는 없었다. 그의 고명한 내력이 그들의 귓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곳은 조용해 졌다. 심지어 바람의 흐름까지 딱 멈춘 것 같았다. 

“본좌는...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놈이 2계의 놈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아량이 높은 이 본좌는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그 놈들은 본좌에게 검을 들었다. 이에 우리 혈교는 그들을 벌하려 한다! 그들을 죽여라! 죽이고 불태워라! 영혼마저 불살라라! 하나도 빠짐 없이!!”

와아아아!

혈마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혈교인들의 외침이! 순간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불덩이에 혈마는 물론 부교주 까지 약간 당황했다.

슈우우웅!

펑!!

시작이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것은 파이어 볼! 하나하나의 위력 역시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키르르륵!

뒤이어 날뛰는 것은 마물들이었다. 하늘을 거멓게 만들며 강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수만, 아니 수백만이었다!

*             *             *

“동지들이여!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핍박을 받았던가? 허나 이제는 바뀌었다. 우리 아덴계의 존재들이 그들을 벌할 때가 왔다. 마법의 힘에! 우리 기사들의 힘에! 언데드! 키메라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모든 마신군은 들으라! 시작이다!”

우우우웅!

아크리치 벨즈비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의 리치들의 발밑에는 검은 색의 마법진이 생겨나며 불꽃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쏘아 올렸다. 하늘을 수 놓은 파이어볼에 아크리치의 새하얀 뼈들은 붉은 빛을 만들어냈다. 흡사 피 붙은 얼굴 처럼 그의 뼈들은 붉게 물들어갔다.

게다가 검은 로브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붉은 섬광이 크게 발하며 소리쳤다.

“언데드, 키메라들이여! 시작하라!”

키에에엑!

벨즈비트는 앙상한 뼈로 움켜쥐고 있는 지팡이를 높이 쳐들며 외쳤다. 그에 키메라 킹 샤프가 앞장서며 혈교의 문은 물론 하늘을 뒤엎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크아악!”

혈마의 주위에는 몸이 불타오르거나 갈라진 땅속으로 빠지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혈마는 이를 갈며 멀리서 술법을 사용하는 리치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모두 산개! 축의 저 술법사들을 사살하라!”

혈마는 사자후를 터뜨리며 하늘에서 날아드는 마물들에게 검강을 내뿜었다. 붉은 빛의 검강이 발하자 하늘을 비행하던 수많은 마물들이 먼지 화 되어 날렸다. 

혈마는 성의 장점을 보지 못한 채 저돌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이대로라면 저 술법사와 이상한 괴수들에게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군의 피해는 엄청난 반면, 적의 피해는 미비했다. 어디서 나타나는 것인지 죽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하늘과 정면에서는 수없는 마물이, 양 옆에서는 리치들의 마법들이 쉴틈 없이 공격해왔다. 특히 이상한 지팡이가 중심이 되어 술법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 하늘은 더 없이 불꽃들이 요동쳤다.

쿠르르릉!!

꽝!!

하늘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번개가 떨어진다.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평야지대와 마물들이 없다면 순간 밀어 붙일 수 있겠지만, 셀 수 없을 정도의 마물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크크큭, 3계 따위들....!”

마신군의 총사령관 벨즈비트는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적이라고 칭해지던 혈교를 힘 들이지 않고 멸(滅) 시키는 족속들이 허둥대는 꼴이란!

그들이 한 번에 상대 할 수 있는 수는 적었고 하늘을 어둠으로 물들인 마물들 덕택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빈틈만 주지 않는 다면 필승(必勝)이 틀림없었다.

“빈틈을 주지 마라. 마력을 최대한 아껴라!”

“키키키, 죽고 나서도 그런 말을 하는 지 보자! 벨즈비트!!”

혈교의 교주가 순간 성문을 박차로 앞으로 뛰어 들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이 눈부신 핏빛의 장관을 만들고 있었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마물들은 곤죽이되어 죽어버렸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고강한 내력과 무위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의 도와 검이 하늘을 가를 때 마다 진한 녹색의 피가 튀어 그들의 핏빛 장포를 물들였지만 무심함 그대로였다.

“케케케, 네놈이 혈교의 교주인가? 죽어!”

키메라 킹, 샤프가 뒤로 물러나며 혈마 앞에 섰다. 진득한 침이 흐르는 입가를 훔치고는 입을 벌렸다.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는 엄청난 수의 마물들이 튀어 나왔다. 게다가 그의 검은 날개에서 떨어져 내리는 식인 초들이 근영혈마단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크크큭, 마물 따위가!”

그러나 근영혈마단은 물론, 혈마는 피하기는커녕 앞으로 더욱 달려들었다. 그대로 샤프의 머리를 내려찍는 혈마의 눈에는 광기가 물들었다. 

“무무파천(武舞破天)!”

혈마의 무무파천이 터지자 샤프는 몸이 양단되어 버렸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폭사된 검강에 의해 난자된 육체를 소멸시켜 버릴 장적인지 그의 검이 하늘을 뒤 흔들었다. 싸늘하게 춤을 추는 핏빛의 검강에 앙단 되어 버린 샤프는 싸늘한 땅으로 추락해 버렸다.

“키키키, 재미있어! 인간의 기술이란!”

놀랍게도 샤프의 몸에서 꾸물꾸물 새어 나온 마물들이 한 곳으로 뭉치며 키메라 킹의 육체를 만들었다. 추잡한 마물들의 침이 흐르는 육체에 근영혈마단들의 검에서는 기운이 폭사되며 리치들에게 달려 들었다.

쿵!

“저 술법사들을 없애라!”

“광명본교!”

모든 근영혈마단은 혈마의 진각에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뒤이어 샤프의 손짓에 마물들은 근영혈마단의 뒤를 쫒았다.

키레레레!

엄청난 수, 마물들의 날개 짓이 고막을 뒤 흔들었다. 여전히 마법진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리치들은 안광을 토해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흔들었다.

“다크 캐논(Dark Cannon)!”

리치들의 로브가 펄럭이며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 틈에 리치의 근처까지 다가온 근영혈마단들은 심상지 않은 기세에 약간 움찔 거렸지만 곧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터져 나온 마법!

푸시이이익!

마법진에서 뿜어진 다크 캐논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백여 명이나 되는 리치들의 마법에 곤욕스러운 것은 혈교들이었다. 좀 싸울 낫이면 날아드는 마법에 그들을 혼란 스럽게 만든 것이다.

“근영혈마단, 저 술법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충(忠)”

1호의 명에 가득 메운 마법의 중앙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검강을 폭사시키며 다크 캐논의 중앙을 뚫었다. 아군의 마법에 당한 마물들은 요상한 울음을 토해냈지만 곧 키메라 킹에 의해 보충되었다.

하지만 곧 혈마의 검에 다시 몸이 분해되는 경험을 한 샤프는 짜증 난 다는 듯이 혈마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톱에서 뿜어지는 독기와 온 몸에서 터져 나오는 독물들로 인해 혈마는 호신강기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무위가 무위인 만큼 독에 대한 저항력도 상당했기에 그의 검에 샤프의 몸은 조금씩 분해되어 갔다.

“적의 약점은 라이프 베슬이라는 것이다. 기운에 정신을 집중하라!”

리치들의 근처까지 다가온 근영혈마단은 빠르게 적에 대한 정보를 생각했다. 혈마가 일러준 대로 몸속에서 유동하는 기운이 라이프 베슬이리라! 그들은 병장기를 고쳐 들며 리치들의 술법에 대항했다. 

“한 심한 인간! 근처로 온다면 이길 줄 알았는가? 리치들은 모두 다크니스를 펼친다!”

리치들의 앙상한 팔들이 들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요상한 기운이 흘러 넘쳤다. 그리고 서서히 퍼지듯이 하늘을 유영하는 마법!

다크니스였다. 공격력은 없지만 주위의 사물이나 그림자마저 없애 버린다. 그리고 하늘을 뒤덮는 어둠의 장막을 만드는 것이 다크니스였다.

“이놈! 이 딴 사술 따위!”

어둠을 틈탄 리치들의 습격! 도무지 마법사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방법이었다. 혈교의 고수들은 리치들에게 하나 둘씩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드는 것인지 마법에 의해 몸이 분해되는 것은 예사였다. 

“크크큭, 신성력이 없는 이상 우리는 이길 자는 없다!”

아크리치 벨즈비트는 다크니스에 몸을 숨기며 근영혈마단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둠을 헤메는 인간들의 모습에 그는 싸늘하게 웃음을 토해내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리치들의 마법이 거세어질수록 인간의 피와 시체는 산처럼 쌓여갔다. 

“죽어! 마물!”

혈마! 혈룡검이 싸늘하게 마물들을 베어 나갔다. 이미 키메라 킹의 육체는 덧없이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였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수 없이 베어진 육체는 복구하기 어려웠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키메라 킹은 끝까지 들었고 혈마에게 당해 버렸다. 물론, 곧 부활 할 테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의 검이 쾌속으로 움직이며 사방으로 날아드는 마물들에게 뻘건 검기의 포물선을 뿌렸다. 마물들은 이를 벌리며 막으려 했지만 이미 몸이 토막 난 뒤였다. 전신이 피로 물든 혈마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군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마법을 난사하는 리치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크리치!”

뿌옇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유독 그곳에만 검은 하늘! 그것을 본 혈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토록 아끼던 근영혈마단이 하나 둘씩 쓰러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개, 개자식들! 감히 본좌의....”

혈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미친 듯이 안광을 폭사시켰다. 순간 그의 신형이 다크니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혈마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2계의 족속 따위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의 가장 아끼는 존재들이 쓰러지고 있다. 그것도 본교의 최고의 무위를 자랑하는 근영혈마단이!

“감히 술법사 따위가!”

다크니스 속에서 혈마의 신형이 하늘로 치솟았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하나의 리치가 대롱대롱 메달 린 뒤였다. 끔찍한 미소를 머금은 혈마는 손에 힘을 주며 치리의 목을 부러뜨렸다. 게다가 라이프 베슬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혈룡검을 꽂아 넣으며 검강을 폭사시켰다.

펑!!

마나가 터지며 내는 굉음에 모든 존재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물들! 혈교도들! 모든 존재가 잠시 싸움을 멈추며 하늘에 떠 있는 혈마를 쳐다봤다. 그의 싸늘한 살기에 모두 숨을 죽였다.

“떨고 있는 가? 마물 따위가! 죽엇!”

혈마의 혈룡검이 마물들의 안면에 찔러 넣었다. 마물들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움찔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미 왼손으로는 마물들을 움켜쥐며 터뜨려 버렸다. 이름 처럼 그의 모습은 혈마였다.

“지존!”

혈마의 살행에 죽어가고 있던 근영혈마단을 일깨웠다. 그들은 리치들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그들의 기세에 놀란 것은 리치들이었다. 심연의 어둠에 갑갑하며, 질펀한 다크니스에서 온전한 움직임을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존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근영혈마단이다!!”

갑작스런 기세에 승기는 혈교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혈마와 근영혈마단의 검 아래 마신군의 시체들은 점점 늘어갔다. 게다가 죽지 않을 것 만 같았던 리치들까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번 우세를 점하자 일은 순조로웠다. 혈교가 어떤 존재이던가. 피의 집단. 그들은 광기어린 집단이었다. 이미 죽음과 공포가 사라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적을 베는 기세와 몸을 움직이는 의지 뿐이었다. 근영혈마단의 기세에 밀고들어오는 공겨로는 더욱 커져갔다. 이미 혈마교도들이 물밀 듯이 마물들을 처단하며 거리를 좁해 들고 있었다.

팟!

드디어 광기의 일반적인 살육이 시작되었다.

“크하하하! 드디어! 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2계의 족속들을 처단하라!”

혈마는 지팡이를 몸을 가누고 있는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부수며 앙상한 뼈를 발로 밟아 으깨드리며 대소를 터뜨렸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뼈의 잔해와 마물들의 녹색 빛 피가 많아질수록 혈교들은 전율했다.

“사령관! 일이 틀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후퇴 하시는 것이...”

“닥쳐라!”

한 리치가 벨즈비테에게 다가서며 로브를 펄럭였다. 놀랍게도 로브가 펄럭일수록 리치의 입에서는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곧 그의 로브는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벨즈비트의 호통 때문이었다.

그들의 근처로 다가온 혈교도들은 여지없이 몸이 분해되며 사라지는 것은 물론, 몸이 쪼그라들며 미라가 되어 버리기 일 수였다.

“후에 다시 대세를...도모하심이 어떻습니까. 이대로 라면 아까운 전력만...”

“큭, 후퇴다. 모두 후퇴하라!”

아크리치 벨즈비트가 혈교에게 로즈 바디(Lose Body)를 사용하며 외쳤다.

“어딜 간단 말이냐!”

혈마는 도망가려는 아크리치에게 다가서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벨즈비트의 마법이 터져 나오며 뒤로 물러났다. 하나 둘씩 혈교와의 거리를 벌린 리치들과 마물들은 먼 거리 쪽의 언덕에 신형을 나타냈다. 후퇴였다.

그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며 물러났다. 이미 흥분한 혈교도들은 곧 달려갈 기세였지만 그들도 약간 뒤로 물러났다. 지금의 승부로 인해 양쪽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혈교들이 그곳으로 다가 갈수록 마법이 폭사되어 더 이상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혈마는 짜증 난 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교도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이미 피해는 엄청났다. 이대로 마교나 마도맹이 쳐들어온다면 멸교 당할 것이 뻔했다.

*            *            *

“교주, 지금 혈교와 마신군....전쟁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대로 공격한다면 우리가 이길 것이 뻔합니다.”

“흐음....”

천마는 장로들은 몇 시간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출전하느냐, 마도맹의 행동을 관찰하느냐 두 파로 갈리었다. 이대로 간다면 혈교와 마신군을 몰살 시킬 수 있겠지만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마도맹의 움직임은?”

천마의 물음에 신음을 삼킨 것은 4장로였다. 그는 2계의 존재였지만 마교에 입교한 드문 존재였다. 마법도 상당했고 유일하게 이곳의 흑마법사가 아닌, 백마법사의 존재였다.

“아...직 조용합니다. 하지만 곧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교주!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4장로의 입이 열렸고 다른 장로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마도맹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일 주일 전, 마도맹의 흡혈지존이라는 자와 자칭, 마교척살단이라는 녀석들에게 피해를 본 것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마도맹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대로 움직이는 것이!”

“허허...언제 네놈이 본좌에게 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가?”

천마의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오며 온몸을 조여 오는 살기가 터져 나왔다. 천마 역시 고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재촉 하지 않아도 움직일 터였다. 하지만 마도맹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새롭게 조직된 마도맹은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였다. 

“큭..죄, 죄송...”

“마도맹이다. 마도맹을 멸문한다.”

천마가 순간 기운을 폭사시켰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충격적이었다. 마도맹의 멸문!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리인가? 그들은 싸늘하게 기운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휘하의 조직에게 알려야 했다. 오랜 잠룡의 시기를 깨고 마교가 움직인다.

“크크크, 이제 움직이는 것인가? 지존에게...”

참영살막단이었다. 마교의 잠입한 참영살막단 중 하나가 빠르게 발을 놀리며 마도맹으로 향했다. 마교의 태동은 지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혈교와 마신군의 피해 역시 마도맹에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마교와 마도맹의 싸움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지옥의 주인이 누구인지!

지옥전쟁(地獄戰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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