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120/269)

묵룡대(墨龍隊)

그들이 언제 생겼는지 모른다. 비밀리에 결사된 조직, 마도맹의 지존인 제현의 암중호위는 물론, 각 기관에 정보를 전하는 일을 맞고 있는 기관이었다. 그들이 언제 제현의 손에 들어온 것인지는 오직 제현만이 알고 있다.

그들이 제현의 휘하로 들어온 경위는 마도맹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움직일 당시였다.

때는 비가 질펀하게 내리는 밤이었다.

솨아아아ㅡ

“당송군을 괜히 떼어 놓고 왔군...뭐, 할 수 없지.”

당시, 제현의 세력의 대부분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마도맹의 주력 기관인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으며, 웅장함을 자랑하는 본 맹의 은닉처 까지 완성된 상태였다. 모든 세력을 확장한 후, 마도맹에 부족한 세력인 세외세력, 즉, 2계의 존재를 모집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다.

물론, 그들을 포섭하는 것은 실상 위장 일뿐, 남겨 두고 온 가족을 보고 오기 위해서였다. 가족을 떠나온 기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약간의 그리움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여행 겸, 어떻게 지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움직였던 것이다.

“우선 비라도 피해야....”

마령심법의 영향으로 제현의 눈에는 기광이 어렸고 그의 주위를 둘러싼 실드로 인해 비는 그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지만 찝찝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근처에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아...저기!”

한 참을 찾을 끝에 토굴이 보였다. 비 때문에 무너질 위험도 있었지만, 소나기 같은 이 비를 피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팟!

마영신법을 펼치며 땅을 박찼다. 이미 물기로 인해 질퍽하던 바닥은 약간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순간 떨어지는 비로 인해 지워져 버렸다.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한 제현은 기운을 퍼뜨리며 몸의 스산한 기운을 털어냈다.

“휘유~ 넓군.”

토굴의 안은 넓었다. 대략 6~7명 정도가 들어와도 비좁음이 없을 정도의 토굴이었다. 게다가 누군가 이곳에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상당히 시간이 지난 흔적임을 나타냈다.

“불부터....”

화르륵!

타다 남은 장작 같을 것이 눈에 보이자 제현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현이 사용한 마법은 버닝핸드로 삼매화진에 비해 위력은 떨어지지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기에는 안성맞춤의 마법으로 2계의 여행자들도 자주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칫! 상당히 오래 떨어질 것 같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줄기에 제현은 투덜거리며 화기가 뿌려지는 불꽃을 보며 몸을 녹였다. 무공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추위는 잘 타지 않겠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불꽃에 의지하게 되었다.

십분 쯤 지났을 까. 제현은 조금씩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        *        *

솨아아ㅡ

“칫, 이따위 비라니! 1호! 빨리 근처에 비를 피할 곳을 찾아라.”

“예...”

2계의 사람으로 보이는 자가 3계의 무림인들을 다루고 있었다. 1호라고 불린 자의 뒤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는데, 눈동자가 흐린 것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일체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으며, 중저음의 음성으로 말을 일관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뭘 보는 거냐!”

짝!

비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남자는 무림인중 가장 어려보이는 소년 꼬마의 따귀를 때리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침묵뿐이었다.

“주군...근처에 토굴이 있습니다.”

“크큭, 잘됐군...그곳으로 간다.”

“예...”

계속 떨어지는 비 줄기에 힘든 기색이라도 내비쳐야겠지만 여섯의 무인들은 2계의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움직임은 조용했으며 은밀했다. 게다가 그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은닉해 있었다.

“저기냐? 좁군..네놈들은 밖에서 대기해라.”

2계의 남자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동굴을 쳐다보며 무인들일 밖에서 대기하라는 명을 내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토굴 안에는 제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여섯 명의 무인 중, 유일한 여자인 3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3호, 네년은 나를 따라 오도록.”

“예.”

음흉한 눈초리에 화라도 내야겠건만, 오직 명을 따를 뿐이었다. 나머지 다섯의 무인들은 토굴주위로 흩어지며 각자, 숨을 죽였다.

“오늘 네년에게 2계의 기술을 느끼게 해 주마. 흐흐흐. 나는 운이 좋단 말이야. 이런 멍청한 녀석들을 얻다니!”

2계의 남자는 무엇이 그리 좋은 지 실실 웃음을 흘리며 옆구리에 찬 병기를 3호에게 건 냈다. 묵묵히 그것을 받아든 3호는 그의 뒤를 따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토굴의 입구에 다다르자, 2계의 남자는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미소를 지었고, 곧 토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섯의 무인들을 불러 들였다.

“네놈들은 저놈을 끌어내라! 재수 없게!”

눈앞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3계의 존재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그의 모습에 여자라고 착각했지만 반반한 가슴과 목에 튀어나온 성대를 보고는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여자였다면 절색이었겠지만, 남자에게 취향은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그를 없애버리기로 했다.

“시끄럽군...”

조용히 감겨 있던 소녀 같은 소년이 눈을 뜨며 눈을 부라렸다.

휘우웅!

잘 타고 있던 장작이 순식간에 꺼져 버리며 서서히 토굴은 싸늘해졌다. 그에 놀란 것은 2계의 남자였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여섯의 무인에게 명을 내렸다.

“얼른 저놈을 없애버리지 않고 뭐해!”

“예...주군.”

남자의 명에 여섯은 빠르게 무기를 치켜세우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가소로운 공격에 제현은 마령검의 검집을 올리며 그대로 모든 공격을 쳐 냈다. 그리고 왼손에서 뿜어진 새하얀 빛이 순식간에 세 명의 무인들을 날려 버리고는 자리에 서 있는, 1호와 3호, 6호를 노려봤다.

“쯔쯧, 네놈들도 불쌍하군. 네놈의 주군을 탓해라!”

검도 뽑을 필요가 없다고 느낀 제현은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1호를 제압하고는 그대로 장으로 날려 버렸다. 토굴 밖으로 나가떨어진 1호는 입에서 뜨거운 액체가 뿜어졌지만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 게다가 3호와 6호가 움직이며 제현의 퇴로를 차단했다.

촤라락!

3호의 전투부채가 펼쳐지며 제현의 흑의를 스치고 지나갔다. 깔끔한 공격이었다. 허나, 제현은 그 부채를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 볼뿐 다음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가장 어려보이는 소년은 도를 사용했는데, 짧은 단검과 비슷한 도였기 때문에 이채로운 눈길을 보냈다.

“특이한 놈들이군....후후! 게다가 표정 변화가 없다니.”

소수마공을 맞고도 묵묵히 몸을 일으키는 녀석에게서 어떤 느낌도 나지 않았다. 마치 인형을 보는 듯 한 느낌과 타격을 했음에도 어색한 느낌에 이상함을 느꼈다.

“네놈은 알겠지? 쓰레기 같은 녀석.”

제현은 2계의 남자를 쳐다보며 살기를 뿌렸다. 몸을 옥좌해오는 살기에 그는 이도 저도 못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간단한 살기에도 주저앉는 녀석을 본 제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여섯의 무인들은 엄청난 살기에도 몸을 움직이건만, 주군이라는 자는 평범함 그 자체였다.

“설마 마법인가?”

세뇌와 비슷한 마법으로 제현도 알지 못하는 마법이었다. 물론, 게임 상에서 세뇌라는 마법은 몬스터에게나 통용되는 마법이었기에 좀처럼 배우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에게 조차 잘 안 쓰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배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현은 돈을 들여가며 쓸 대 없는 마법까지 모조리 익혔기 때문에 이런 마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주군의 명...죽어라”

1호의 양팔과 양다리에서 뿜어지는 바람의 기운에 제현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조금씩 바뀐 그의 동장에 약간 긴장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서워서의 긴장이 아닌, 투기가 느껴지는 긴장이었다. 약간의 호승심 정도랄 까?

챙!

맑은 검명이 울리며 제현의 마령검이 뽑아 올려졌다.

“미안하지만....장난은 끝이다!”

마영보법을 밟으며 제현은 만검을 펼쳤다. 허나 1호의 몸은 날개라도 단 것인지 제현의 쾌검을 모조리 피하며 다섯의 무인과 협공을 펼쳤다. 현생에 있을 때에 느꼈던 진법처럼 그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3호가 가로 막았고 뒤로 몸을 뺀다면 6호의 단도가 기다렸다. 게다가 양옆은 4호와 5호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곤욕스러웠다. 게다가 1호와 2호는 특히 무공이 센 것인지 정면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칫! 미안하지만 잠들어야겠다.”

스팟!

빠르게 땅을 박찬 제현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단도를 피하며 옥당혈을 하나씩 집어 나갔다. 단순한 패턴의 공격이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잡는 것은 오래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이상한 마법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제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파파팟!

순식간에 다섯의 무인을 제압한 뒤, 1호와 대치 상태까지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순간 뒤에서 공격해오는 2계의 존재를 본 제현은 주저 하지 않고 그대로 살수를 펼쳤다.

“만검 - 살(殺)”

샤샤샥! 슈악!

순식간에 몸이 갈갈이 찢어지며, 육체가 갈라지고 있었다. 사방으로 튀는 피에 제현은 내공을 뿜으며 날아드는 피를 허공에서 소멸시켰다.

채 3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제현의 검은 수십 번을 왕복하며 2계의 남자를 베어 버렸던 것이다. 상당한 완성도였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듯이 제현은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며 공격을 할 1호를 노려봤다. 하지만 1호는 그 자리에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네놈들의 주군은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나는 뒤에서 공격해 오는 녀석이 제일 싫거든...하하!”

스스슷!

“죽고 싶거든 덤벼라....육체를 만 갈래로 갈라 주마.”

검에서 타고흐르는 더러운 피를 본 제현은 검강을 뿜어 버림으로써, 그 피를 모두 없애 버렸다. 그리고 아직도 무기를 움켜쥐고 있는 1호를 보며 제현은 검을 늘어뜨렸다. 가까이 오면 만검의 낙쾌로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뚜벅...뚜벅...

순간 1호가 제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두 번의 걸음으로 제현의 마령검의 사정 권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이제 한 걸음만 온다면 베어 버릴 심산이다. 사정없이 목이 떨어지리라.

털석!

“새로운 주군을 뵙습니다.”

그것이 묵룡대와 제현의 만남이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천마, 내 수하에게 신세 졌군.”

불완전 했지만, 제현의 내상은 상당 부분 치유 되어있었다. 뜨거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1호를 쳐다본 제현은 미간을 살짝 굽혔다.

“그만 쉬어라...1호, 그레이트 힐(Great Heal)”

솨아아!!

냉마기(冷魔氣)가 1호를 휘감으며 조금씩 치유 되었다. 그리고 제현은 다시 한 번 손을 내 젓자. 마혈에 집혀 움직일 수 없었던 나머지 묵룡대원들의 혈도가 순식간에 풀렸다. 매직 애로우로 혈을 뚫었던 것이다.

찢어져 펄럭이는 흑포를 움켜쥔 제현은 비틀거리고 있는 천마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마령심법(魔靈心法)이 극성에 달하면서 절로 뿜어지는 마령지기(魔靈志氣)로 상대에게 의지를 보내는 것이다.

마령지기는 상당히 많은 방법으로 쓰인다. 상대에게 의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가령, 살기만으로도 죽는 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보냄으로써 상대의 몸에 이상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쓰인다.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자는 그에 맞게 투기가 발산된다. 길목을 지키는 수문장에게는 지키고 싶다는 의지로, 그곳을 지킨다는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다. 즉, 그 의지가, 상대의 의지를 꺾을 때도 쓰이는 것이다.

“널...죽이겠다.”

순간 제현의 몸에서 마령지기가 발산되며 의지가 천마에게 전달되었다. 그 의지를 막기 위해서는 천마 역시 의지를 발산하는 것 밖에 없었다.

“네놈이 죽던, 내가 죽던 둘 중 하나다!”

“죽는 것은 네놈이다!”

천마의 말에 제현은 싸늘하게 내 까리며, 바닥에 꽂혀 있는 마령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제현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팟!

손으로 촥 감기는 느낌에 제현은 지체 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바닥을 박차는 순간, 바닥에는 작은 바람이 일었다.

풍운신법과 마영신법의 혼용기인, 풍류마신보(風流魔神步)였다. 돌풍처럼 몰아치는 제현의 신형이 천마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마령검을 횡그로 그었다.

슈악!

“천마군림!”

쾅!

깨끗한 제현의 횡 베기에 천마는 땅을 박찼다. 제현과는 다른 신법과 보법이었다. 제현이 사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라면 천마는 땅을 그대로 찍어버리며 움직이는 코끼리와 같이 거대한 태산과 같았다. 게다가 부상마저 당한 천마의 몸놀림은 상당히 민첩했다.

“부상당한 호랑이도 호랑이다!”

“누가 할 소리!”

제현과 천마는 각자의 의지를 표출하며 다시 한 번 경합(競合)을 벌였다. 쉴세 없이 몰아치는 폭풍처럼 둘은 전쟁의 신이 된 것 같은 몸놀림을 보였다.

“저것이....지존들의 싸움...?”

동에서, 서에서 번쩍이며 나타나는 그들의 싸움은 진정 지존의 싸움이었다. 멀리서 멍하니 들리는 소리의 진원지에서 제현과 천마의 신형이 나타났다. 허나 멍하니 중얼거리던 마교의 교도인 그는 다음 말을 잊지 못하고 제현의 마령검에 생을 마감했다.

깨끗하게 베어져 버린 목이 천마의 발치에 굴러다녔지만 그의 천마군림에 그 머리마저 온전치 못했다. 아군마저 짓밟아 버리겠다는 식의 천마의 행보는 두려움을 일게 만들 정도였지만 제현에게 있어서는 그저 적일뿐이었다.

파다닥, 캉!

천마의 주먹이 제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제현은 풍류마신보가 사용되며 연기처럼 신형이 흩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곳은 천마의 등이 보이는 곳인 마교의 진형이었다. 몇 보의 걸음으로 그의 신형이 20미터 가 넘는 거리에 나타났다는 것은 보법이 신기에 달했다는 증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죽여....”

꾸물꾸물!

점점 바닥의 모든 피들이 제현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교, 마도맹 너나 할 것 없이 피를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각각의 대치상황, 묘하게 처음으로 돌아 간 것 같았다.

양쪽의 피해는 너무나 컸지만 전장은 고요했다. 오직 천마와 제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뿐이었다.

“죽어 있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취한다....”

붉은 피가 진물이 나도록 뿜어진 땅에서는 새하얀 피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그 피들은 허공으로 날아들며 제현의 검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취한 피로써 나, 자신을 달래리! 이것이 바로 흡혈신공이다!”

검으로 모여든 수많은 피들에서 기운이 폭사되며 제현의 검으로 모여 들었다. 순간 모인 기운만 해도 제현의 내력과 맞먹을 것 같았다. 허나, 제현은 그것을 굳이 취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면, 자신의 몸이 붕괴될 것을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내공을 흡수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던 이마에는 어느새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수와아악!

“훗, 고작 그것으로?”

청명한 한기가 느껴지는 검강을 보고 있음에도 천마는 여전히 미소만을 짓고 있다. 허나 순간 놀랄 일이 벌어졌다. 제현과는 다르지만 그의 손에서도 미세한 흡입력이 보였던 것이다.

“배고픈 나의 몸이여, 적을 죽여...적의 것을 빼앗으리! 그것으로 나의 배고픈 몸을 채우리! 흡성대법!”

썩어 문 들어져 가는 자들의 몸에서 미약하게 뿜어지던 기운들이 모두 천마에게로 모여 들었다. 게다가 그의 몸에 난자 되었던 검상은 물론, 체력까지 보완되었다. 이것으로 제현과 천마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크하하하! 그것이 흡성마군의 흡성대법? 조잡하구나...천마! 네가 그것을 익힐 줄이야!”

천마라면, 흡성마군의 무공인 흡성대법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자였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수세에 몰리니 자연, 흡성대법을 펼치는 꼴이라니, 어떻게 그가 흡성대법을 익힌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흡성대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놈이 죽어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늘어났다.”

검으로 주입되었던 검강이 순간 제현의 양손으로 옮겨 가며, 제현은 입을 달싹 거렸다. 그의 발치로 생겨나는 거대한 마법진! 예전 못지 않는 기상을 회복 한 것인지 제현의 마법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 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 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하지만 그 마법진에서 일어난 것은 의외의 효과였다. 검강을 해체시키고 사용한 것이 다크 퍼니쉬먼트라니, 게다가 그것은 광범위 마법으로써 주위를 초토화 시키는 대규모 마법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건만 그 다크 퍼니쉬먼트의 마법이 제현의 검 한 자락으로 모여 들었다.

“그래봐야...2계의 술법...”

수신무(殊神武)...천마(天魔)

천마는 강한 제현의 냉마기에 살짝 긴장하며 자신의 최종 오의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수신무 마지막 초, 천마였다. 과감하게 초식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 초식만큼은 자신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오만하게 지어 버린, 하늘의 악마! 그의 양손에서 빨려 들어가는 무한의 기는 제현의 다크퍼니쉬 먼트에 뒤지지 않는 강한 마기였다.

다만, 색의 차이였다. 제현의 검으로 모여든 것인 극강의 냉기를 나타내는 새하얀 색이었다면, 그의 양손에는 극상의 열기를 나타내는 보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양손에서 일렁이는 투기에 제현은 미간을 좁히고는 검을 고쳐 쥐었다.

“끝이다...광살(狂殺)...”

제현의 몸이 조금씩, 굽혀졌다. 양쪽의 발바닥의 혈에서 기운이 뭉치며 순간 폭발하듯이 날아갔다. 궁신탄영의 수로, 제현과 천마의 몸이 뒤엉켰다.

“아....”

양쪽 진형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오며, 밝은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옥전쟁(地獄戰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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