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화 (127/269)

붉은 빛이 감도는 거대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고풍스러우나, 사기(死氣)가 넘쳐흐르니, 절로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위압감이 절로 풍기는 그런 건물이었다. 건물을 둘러싼, 저승사자가 정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염라전을 잊는 세 갈래의 길 중, 지옥의 문에서 누군가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영혼이라면, 염라전의 위압감에 몸이 절로 떨릴 테지만,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것인지, 부동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염라전에 가까워지자, 한, 저승사자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 저승사자는 명부첩을 살짝 꺼내 들더니, 무언가 적으며, 입을 다시 열었다.

“무간지옥 900년, 업을 청산한 조제현...염라전으로 가지.”

탁!

명부첩을 닫고는 제현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저승사자의 건방진 말투가 귀에 거슬릴 것만 같건만, 제현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예전 같았으면, 경을 치고도 남을 제현이었지만, 많은 수련과 시련을 통해. 그 정도의 인내심은 있었다.

염라전을 가는 내내,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의 영혼을 인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들은 염라전에 가기 싫어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끝끝내 끌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왕님...900년의 업을 청산한 영혼을 인도해왔습니다.”

“들라...!”

붉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 문에는 명계를 상징하는 삼두견이 눈에 들어왔고 염라대왕의 상징인, 법과 집행의 삼지창이 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저승사자는 짧은 말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끼이익~ 쿵!

곧, 한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어찌된 일인지, 영혼은커녕, 대기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900년 만인가...?”

“......”

피처럼 붉은 눈과 머리칼의 존재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제현을 맞이했다. 게다가, 염라대왕의 옆에는 금발의 미녀가 있었고, 그녀 역시 미소를 지으며 제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계약자여...오랜만이구나.”

금발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익히 알고 있던, 계약자 제이였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옆의 염라대왕은 굳게 입을 다물며, 제이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현, 너는 이제 나와의 계약을 이행하는 일 만 남았구나. 2계로가 중간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 너의 일...드래곤이 있었다면, 균형을 잡는 중재자의 역할은 필요 없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이 없어진 이상, 계약자인 네가 해야 할 일이다.”

“흐음..”

“마계와 주신의 뜻을 역행하는 일이야 말로, 그대가 할 일...그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계약자인 제이가 그 말로 대화를 종결시켰다. 그녀는 앉아 있던 곳으로 돌아가며, 염라대왕이 제현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묘한 시선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살기를 내뿜으며, 염라대왕을 노려봤다.

“무슨 짓이지?”

“영혼의 낙인은....?”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영혼의 낙인은 염라대왕만의 특권이자, 권능이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인간 따위가 풀 정도로 약한 낙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풀었다. 스스로”

“풀었다?  그게 말이 된다는 소리인가? 인간이 풀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염라대왕은 제현의 건방진 말투에, 미간을 모으고는 높은 책상으로 올라가 버렸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이 제현은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다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찌됐건...환생은 확정됐다. 용신이었던, 제이의 계약자임을 감안해, 2계로 보내겠다. 물론, 그대로 마선(魔仙)이 되어,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염라대왕은 옆 통로의 3계의 게이트를 보며 입맛을 다셨지만, 곧 생각을 지우고는 옆에 있는 제이를 보고는 어떤 서류를 준비했다. 그곳에는 환생에 대한, 서류와 중간계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3계로 보내고 싶다만, 이미 약속으로 속박 당했기에 그대는 2계의 중간계로 가게 될 것이다.”

“상관없다...어딜 가든!”

“그런가? 그럼 승인하지.”

쿵!

짧은 대화를 종결로, 염라대왕은 커다란 인장을 꺼내 들며,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곧, 그 서류에서는 밝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염라전의 한구석에 작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아마, 그것을 통해 환생이라는 것을 하는 것 같았다.

치이잉!

찢어발기듯이 생겨난, 게이트는 요란한 빛을 내뿜었다. 은빛의 차가운 느낌에 제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문이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다.

“물어볼게 있다. 지금까지의 기억은....?”

“물론...사라진다. 하지만 저기 있는 너의 계약자가, 대가를 지불했으니...언젠가는 기억이 돌아오겠지.”

“그런가...?”

제현은 슬픈 듯이 미소를 짓는 제이를 보고는 게이트로 조금씩 걸어갔다. 제현이 다가갈수록, 그 게이트는 거세게 용솟음치고는 곧, 제현의 몸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팟!

곧, 제현의 영혼이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게이터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이것으로 됐습니까? 용신 제이....”

“호호...이제 용신도 아니잖아? 이미, 남은 힘도 다 써버린 마당에...나 역시 평범한 영혼으로 돌아갔으니...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써의 여행을 해야 할 시간인거 같군....”

“환생(幻生)....정말 하실 겁니까? 혹시...다시 신의 힘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데 말입니다.”

염라대왕은 아쉽다는 듯이 적발을 쓸어 넘기며, 제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에 제이는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미 나의 결심은 굳어졌어...부탁이 있다면, 저 계약자가 살았던 1계로 가고 싶을 뿐...”

“후후...용신이여...그대의 뜻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염라대왕은 그 말을 하고는 작은 서류를 쓰기 시작하며, 슬픈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아까 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게이트가 생성되며, 제이를 빨아 당겼다. 신의 환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신은 소멸과 존재로써 있는 것 일뿐, 환생 따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생을 하지 못하는 존재는 유일하게, 신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신의 힘을 잃는 대신, 환생이라는 작은 힘이 생겼다. 그리고 그녀는 곧, 환생할 것이다.

그녀는....1계의 하윤이 될 존재였다. 이것이 세상의 굴레였다. 시간의 흐름은 다시 돌아 올 수 없지만, 겹쳐진 시간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꼬마 노예

“옛날, 옛적에...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이 있었어요.”

작은 마을의 밤이었다. 검은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과 또랑또랑한, 눈동자가 탐스러운 꼬마 아이가, 이불에 머리를 배꼼 내밀며,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잠이 오는 것인지, 눈이 조금씩 감기고 있었지만, 끝까지 들으려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불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중간계에서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마계의 마족과 천계의 천족...그리고 신족들의 침입을 막는 수호자들이었답니다. 마왕의 침입에도 당당히 맞서 싸우며, 중간계를 어지럽히는 악한 자들을 벌하는 그런 존재였어요.

-하지만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었답니다....드래곤들은 점점 오만해지기 시작해졌어요...신들의 가호를 받던 그들은 신마저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곧, 그들은 신에게 도전을 했답니다....

“우웅....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잠이 오는 것인지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여인은 입술을 살짝 이마에 맞추고는 살짝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자야지? 착한 어린아이는 일찍 자는 거야 케실리온”

“궁금해요...엄마...제발”

“휴...매일 듣는 이야기 인데 뭐가 궁금하니.”

케실리온이라고 불린 꼬마 아이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인지, 때를 쓰고 있었다. 그에 졌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여인은 케실리온의 옆에 살짝 누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에 도전한 드래곤들은 신의 분노를 샀어요..아, 그 신의 이름은 지저스라는 신중의 신인 주신이었답니다. 신의 분노를 산, 드래곤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답니다. 신벌이 떨어진 곳은 엡솔루트 가든이라는 절대자들의 정원이었답니다.

-지금, 대륙과 대륙의 경계선인 산이지..모두 봉인된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지금 세상에서는 볼수 없단다. 하지만, 그들의 놀이인, 유희를 통해, 남겨진 것이 있었단다. 그것은 하프 드래곤이라는 존재란다.

“하프 드래곤이요...?”

“그래, 그들은 드래곤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단다. 인간과 드래곤이 사랑을 해서, 태어난 것이 하프 드래곤이란다. 그들은 특별하단다. 태어나면서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은 어릴 때부터 알아 볼 수 있어요.”

여인은 케실리온의 가슴을 살짝 토닥이며, 잠을 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 든 것인지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 특징을 알아보는 방법은 쉽답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존재, 특별한 기운을 품은 아이가, 하프 드래곤이라는 존재랍니다...”

쿨...쿨...

여인은 작은 숨소리에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살짝 미소를 짓고는 아이의 옆에서 눈을 감으며, 자신도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하프 드래곤은 인간에게 환영 받는 존재가 아니란다. 인간들에게는 노예, 그 이상이하로 보지 않는단다. 케실리온...’

그녀는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이름을 속으로 되새기며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작은 집에서는, 미약한 숨소리만 들리며, 세상은 어둠으로 빠져 들었다.

대륙력 1900년, 멸종되었다고 생각했던, 하프 드래곤이 태어난 날이었다.

그 위치는 엡솔루트 가든의 서쪽, 대륙 2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란델 제국 변방에 위치한 이름 없는 마을, 작은 집이었다.

*         *         *

어둠속에서 한 대의 마차와 다섯의 인영이 있었다.

그들은 전부 검은 후드를 쓴 채로 걸어가는 전형적인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마차가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어, 무언가를 후송하거나, 가두어 두는 목적으로 만든 마차였다.

마차 주위에는 네 필의 말을 타고 있는 용병으로 보이는 자가 있었는데,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소리는 어지간한 집중력으로 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였다.

“젠장, 우리가 이런 변방에 까지 와야 한다니, 하필이면 중요한 노예를 놓칠게 뭐야! 그런 상등품은 구하기도 어렵다고!”

상당히 불만이 가득한 음성으로 그는 뒤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쪽에는 세 명의 용병들이 그와 비슷한 투덜거림으로 중얼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의 복장은 특이했다. 옆구리에 걸려있는 채찍은 물론, 얼굴을 가린 후드가 음침함을 더하고 있었다.

“어이, 이런 변방에서 그런 상등품을 구할 수 있을 거 같아? 저런 촌마을에서?”

“한스! 혹시 모르지, 하프 드래곤이 있을 지! 낄낄낄!”

덩치큰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프 드래곤이다. 그들의 복장을 자세히 본다면, 노예 상인일 것이다. 과거 전쟁이 빈번 할 때는 노예 상들이 넘쳐 났지만, 지금은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며, 인심매매를 일삼는 뻔뻔한 자들이었다.

귀족들이 나서서, 그들을 제지할 법도 하건만, 그들은 오직, 평민이나, 신분이 불확실한 존재, 그리고 화접 민을 중심으로 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끔가다. 스스로를 파는 특이한 녀석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곧, 마을로 진입 할 수 있었다. 변방중의 변방의 화점민촌이라 그런지, 꾸질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자들이, 이방인을 경계하는 모습에 그들은 입술을 훔치고는,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상품을 찾기 바빴다.

“칫...이번에는 쓸모없는 것들이다. 어이, 빈센트...허탕인거 같은데 한바탕 어때?”

“낄낄...거 좋지...노예로 쓰기에는 그저 그런 놈들뿐이군. 순, 노인들뿐이잖아...낄”

노예상인들의 음흉하고도 음침한 눈길에 마을 사람들은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들의 대화가 들릴 듯 말듯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자인지 몰랐다. 그렇다고, 내쫒자니, 검을 찬, 용병들이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챙! 채채챙!

다섯의 노예상들이 채찍과 병장기를 꺼내 드는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한스와 빈센트라는 자들이 선두에 서며, 마을에 불을 지르기 시작하자, 화전민들은 당황해 하며,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간간히, 과거 용병으로 뛰었던자들은, 나무로 된, 농기구를 꺼내들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입장도 되지 못했다.

국가에 세금을 납세하지 않는 자들을 가리켜, 화전민이라고 한다. 그들은 법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칼에 찔려 죽어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자들이 화전민, 그리고 신전을 행해 시선을 주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낄낄! 다 죽여라! 여자는 살려둬...하하, 오랜만에...흐흐”

마을에 그나마 여자라고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차가운 검에 베여 버렸다. 간혹, 반항하는 여자들은 팔다리 하나쯤 베어버리고는 화전촌의 중앙에 몰아넣었다.

화전촌에 사는 자들은 대략 40여명, 그중 여자들은 고작 15명 정도로 의외로 많았다. 그중 노인도 있으니, 채 10명도 되지 않는 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한스, 빈센트!”

“룩, 무슨 일이야! 재미있으려니까.”

마차를 모는 룩이 소리치자, 귀찮다는 듯이 시선을 돌린, 한스와 빈센트, 그리고 나머지 두명의 노예상들이 룩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곧, 그들의 눈이 커질 대로 커져버렸다.

“뭐야...이런 촌동네에....상등품 정도 되겠는데? 흐흐...”

한스는 한 여자를 향해 끈적이는 눈빛을 보냈다. 그 여자는 두려운 것인지 오들오들 떨며, 누군가를 안고 있었다.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은 10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아이였다. 특이하게도 흑발과 흑안의 아이였기 때문에, 노예상들은 살짝 눈을 빛내며, 꼬마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크크크...의외로군. 됐다. 나머지 녀석들은 다 죽여 버려. 이년으로 충분하겠지...”

“흐흐흐, 우리가 언제 그런거 따졌던가?”

노예상들의 끈적이는 시선에 여자는 흠칫 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지만, 헛된 몸짓이었다. 되려, 노예상들이 그녀의 옷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화전촌에서 볼 수 없는 미모였다.

화전촌이라고 한다면, 더러운 족속들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여자는 희귀종이다. 찢어진 옷에 가려 살짝 드러난, 뽀얀 살이 그들을 더욱 동물로 만들고 있었다.

찌이익..

“꺄아악...흑, 제발....”

“제발...? 흐흐...요년, 아주 애간장을 태우는구만.”

치맛자락과 가슴을 가리던 옷이 찢어지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한 노예상에게 붙잡혀 있는 자신의 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아이는, 노예상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눈에서는 쉴세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가슴을 가리던, 옷이 찢어진다. 우유 빛의 뽀얀 살결을 본, 한스라는 노예상은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악...!”

거칠게 움켜쥔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를 농락하고 있었다. 꼬마 아이는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의 모습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용서 할 수 없어! 엄마를...엄마를, 괴롭히지마!”

꼬마 아이의 말에, 퀭한 웃음만 흘릴 뿐,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노예상들의 더러운 타액이 여인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하자, 여인은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녀의 작은 입술에서는 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통의 비명이 아닌,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케실리온....사랑한다...그리고 미안...”

질끈...꽉!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베어나온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범해지기 직전, 스스로의 목숨을 버렸다. 뜨거운 액체가 입술에서 흘러나오자, 흥이 깨진 것인지 허리춤을 풀고 있던 노예상들은 욕을 하며, 죽어버린, 여인의 뺨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짝!

“썩을 년! 극락을 보여 주려했건만...쯧”

노예상들은 입맛을 다시는 한편, 죽은 자에게 치욕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순간, 몸부림을 치는 꼬마가 잠잠해졌다. 그들은 약간당황해하기 시작했다. 혹여, 꼬마마저 목숨을 끊었다면 낭패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용서할 수 없어...!”

“뭐야...휴...다행이군. 재갈을 물려, 지 어미처럼 죽어버리면 낭패니까.”

한스와 빈센트는 살짝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로브를 추슬렀다. 하지만, 갑자기 강풍이 몰아치기며, 한기가 느껴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휘이이~

“뭐, 뭐야...”

“용서 할 수 없어!”

꼬마를 붙잡고 있던 노예상은 이미, 저 멀리 처박힌 지 오래였다. 꼬마의 긴 머리카락이 펄럭이며, 눈빛이 차가운 은빛으로 변하는 가 싶더니, 곧 잠잠해져 버렸다.

털석...

“하...하프 드래곤..? 하하하....”

순간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나던 자들은 돌연 웃음을 흘리며, 꼬마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이런 대박 중에 대박이 없었다. 화전촌이라고 생각하고 왔건만, 하프 드래곤이라니, 아마 3만골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프 드래곤이라고 한다면, 성노로 쓸 수도 있으며, 마법은 물론, 용병으로 써도 손색없을 정도의 팔방미인이기 때문이다.

마법을 가르친다면, 상당한 경지에 오를 것이고, 검술을 가르친다면 마스터 이상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성노로 쓸 수 있다는 것은 하프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성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세가 되는 해, 성별이 정해지기 때문에, 잘 키운다면, 여성체로 변할 것이다. 아마, 돈 많은 귀족들이나, 상인들에게 판다면, 엄청난 골드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뭐해! 하프 드래곤이다. 바로 수도로 돌아간다. 극 최상품이니까. 흠집하나 생기면 안 돼, 그리고 라퓬, 저 꼬마 건드리면 죽는다.”

“아, 알았...”

노예상의 리더는 한스 같았다. 그가 살기를 내뿜으면서 까지 라퓬이라는 노예상에게 말한 것은, 라퓬의 이상한 취미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보면 성욕을 느끼는 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고통으로, 성욕을 푸는 자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노예사냥은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전 대륙을 뒤져도 없을 하프 드래곤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하하..우리는 부자야! 부자라고!”

“낄낄..”

노예 상들의 음침한 웃음이 울려 퍼지며, 평화롭던 화전촌은 불타올랐다. 

꼬마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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