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269)

“흠, 이곳 별채의 집사가 너라고?”

“그렇습니다만...”

어제 정신없이 돌아다닌 끝에 청소를 하지 못한 케실리온은 아침부터 열을 올리며 청소에 박차를 가했다. 우선 먼지를 털었으며, 바닥은 물론, 창문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좋아. 나 이곳으로 정했어. 방학 기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겠어.”

“무슨 소리입니까. 아가씨, 이곳보다 더 좋은 별채도 있습니다.”

집사와 같이 왔던지, 엄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움찔 거린 케실리온은 바닥을 닦던 걸레를 살며시 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꼬질꼬질한 옷에 미간을 좁힌 집사는 헛기침을 해댔다.

“흠흠...보십시오. 아가씨, 저런 더러운 옷차림을 한 녀석이 제대로 관리 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다른 곳에 가시는 것이.”

“아니, 나는 이곳으로 하겠어! 옷이야, 겉치레에 불과하니, 아무튼 나는 이곳이 좋아.”

“아가씨! 어째서 노예 따위가 관리 하는 곳으로!”

크라우스는 공작가에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하고 말았다. 노예에 대한 발언, 그 말투가 거슬리는 것인지 루시아는 고운 얼굴을 구겼다.

“지금 나랑 해보겠다는 거야? 집사? 나는 저 녀석이 노예인지 귀족인지 알게 뭐야! 이곳 풍경이 좋다는 거야.”

“그대로, 너무 누추한 곳입니다. 아가씨.”

“시끄러워! 더러우면 깨끗이 만들어.”

케실리온은 순간이었지만 루시아 아가씨의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설사, 이것이 착각일지라도, 케실리온에게 만큼은 한 없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실연과 고통의 시작이 된 사건이었으니,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        *         *

“케실리온! 케실리온!”

“아, 예!”

일주일전의 생각을 하던 케실리온은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고 소리 높여 대답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짜증난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시아가 있었다.

“뭐야,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가씨.”

케실리온은 저 표독스러운 표정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아가씨를 보며 미소로써 대답했다. 그러자 루시아도 한 없이 맑은 웃음을 띠고는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저기!”

“예? 무슨?”

갑자기 루시아 아가씨가 손가락을 자신에게 가리키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교차했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건데, 청소 그만하라는 뜻 같았다.

“저기 바닥에 얼룩 보이잖아!”

“고맙습니다. 아가씨, 드디어 휴식을...억?”

쉬는 것으로 알고 있던 케실리온은 뒤늦게 들리는 목소리에 경악하며, 절망에 빠져 들었다. 순간이었지만 아가씨가 천사처럼 보였던 것을 한탄했다. 분명, 그녀는 악녀였다!

“오늘 내로 청소 끝내놔! 나도 이곳에서 생활하니까.”

“예이...”

힘이 쭉 빠진 케실리온은 묵묵히 청소를 할 뿐이다. 그로부터, 3시간이란 긴 시간을 청소에 투자한 끝에 힘든 일에서 벗어났지만, 아가씨의 물건을 옮기는데, 모든 것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에 뒤이어, 저녁은 눈물 머금은 빵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내일부터 일손이 생기기 때문에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루시아의 말에 기분만큼은 좋았다. 그렇게 힘든 일주일간의 청소는 끝 마쳐 버렸다. 하지만....내일부터 시작될 고통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의 성과가 고작...빵 한 조각?”

그 순간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케실리온은 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1층 단칸방에서 잠을 청했다. 공녀와 렌경, 하녀 라나는 전망 좋고 환경 좋은 2층의 침실에서 잠을 청할 것이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그런 생각이 케실리온의 머릿속을 스치자,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공녀, 루시아

“집사란, 주인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지키는 것까지 있는 것이다.”

크라우스는 일하는 것만이 집사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별채를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자를, 지키는 것까지 집사의 의무란다. 케실리온은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크라우스를 올려다봤다.

“대 집사님, 그게 무슨 말씀인지. 집사는 그냥 청소하고 그런 일이 아니었습니까?”

딱!

여지없이 주먹이 떨어지고, 케실리온은 머리를 감싸 않았다. 일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이것도 고욕이 다로 없었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간단하게, 집사에 대한 의무와 지식을 배우고 있었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간단한 지식까지 크라우스 대 집사에게 배우고 있었다.

“집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 어려운 직업이다.”

집사에 대한 것을 가르쳐 주는 크라우스의 모습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고된 노동의 휴식은 크라우스의 수업을 통해 풀었다. 물론, 지루함은 말 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예. 물론 어렵죠. 휴...”

케실리온은 아침부터 시작되는 청소는 물론, 정원관리, 시중까지 들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산관리 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뜻에도 없는 공부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도움은 크라우스라는 무서운 스승이 가르치고 있었다.

“흠흠, 집사의 시작은 의복부터 시작되지, 그런 누추한 옷이 아니다.”

케실리온의 울 듯 한 표정에 크라우스는 손을 들어올려, 케실리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집사의 옷은 단정함으로부터 온다는 말에 자신의 내려다보는 케실리온이었다.

“하지만, 저는 옷이 없는 데...?”

“당연히, 공작가에서 지급하는 집사용 양복이 있다.”

미리 준비해 온 것인지, 검은색의 양복이 있었다. 넥타이는 붉은 천으로 되어 있었고, 하얀색의 남성용 레이스가 달린, 셔츠로 되어 있었다. 크라우스의 축소판, 양복이다.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만들어서 인지, 부드러움이 더해갔다.

“하하...못 입겠네요.”

차랑...

족쇄 때문에 옷을 입는 것도 힘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족쇄는 벗겨지지도 않는다. 미루다 보니,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던 것이다. 간혹, 뿜어지는 한기 때문에 감히 손도 가져다 대지 못하고 있었다.

“흠, 바인드 체인이란 물건이군. 게다가 이런 한기까지 뿜어지다니.”

“벌써 삼일이나 이런 상태입니다. 대 집사님.”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 족쇄가 한기까지 뿜어지는 이상한 녀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케실리온의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것인지 한기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들에게는 영향이 있었던지,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조심하세요. 대 집사님.”

스윽...

투박한 손이 케실리온을 속박하는 쇄사슬로 이동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급히 손을 회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도 삼일이나 지났기 때문에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친하게 지내던, 라나까지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점은 악녀 루시아도 다가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특이한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군. 걱정하지 말고 네, 할 일을 하고 있거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케실리온은 크라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2층의 방에서 나왔다. 이곳은 얼마 전부터, 자신이 묶고 있는 방이었다. 춥고, 더러웠던 1층의 방에서 벗어나 당당히 2층의 한 구석에 위치 할 수 있었다.

물론, 루시아와 라나, 렌경과의 방과는 좀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조용했고, 햇볕도 잘 드니, 잠자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여! 케실리온, 집사 수업은 다 끝났나?”

“하하, 아뇨, 렌님 이 쇄 사슬 때문에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문밖으로 나가자, 간단하게 일할 거리를 찾고 있던 케실리온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자신을 부르는 존재를 바라봤다. 공녀와 라나까지 있었다. 공작가가, 검술에 조예가 깊은 가문이었기 때문에 공녀도 검술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에는 이렇게 검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하시네요.”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는 렌경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열어 젖혔다. 따뜻한 햇볕이 창가를 비추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멀리서 검을 휘두르는 렌 경의 모습은 언제나 활기찼다.

“아..더워, 렌! 언제까지 기초 수련만 할 거야. 나도 진검을 들고 싶다고!”

아주 작은 단검 같은 목검을 움켜쥐며 휘두르고 있는 루시아가 짜증난다는 듯이 렌을 노려보며 미간을 좁혔다. 어린 아이가 그런다고 무섭지 않기 때문에 렌은 살짝 웃으며, 검에 대한 수련을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루시아님 정말...몇 번이나 말해야 아시겠습니까! 검은 초심이 중요합니다. 기초를 잘 닦아야, 진정한 고수가 되는 것입니다.”

찬찬히 설명하는 렌의 모습이 짜증이 났던 것인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몸을 반대로 돌려 버렸다. 루시아의 시선에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케실리온의 모습을 보고는 약간 기분이 풀렸지만 즐겁다는 듯이 보는 케실리온에게 약간 화도 나기 시작했다.

“케실리온! 뭐야, 뭐가 우스워!”

“하...하..”

갑자기 돌변한 악녀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급히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공녀에게 끌려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루시아의 눈에 띠는 순간,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뭐해! 이리로 나오지 않고.”

어린 나이임에도 망나니 수준이다. 케실리온은 강압적인 모습에 졌다는 듯이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별채 앞 공터로 나섰다. 꽃이 만발한 공터였지만 수련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평지로 만들어버린 곳이기도 했다.

“왔습니다. 마실 것이라도?”

“됐어. 검이나 들어. 대련이다!”

케실리온의 머릿속에는 순간 어이없다는 말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검의 기초도 배우지 못한 자에게 검을 들 어라니. 아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고용주에 대한 명령은 절대적이라는 크라우스의 말이 생각나자, 저절로 손이 목검으로 향했다.

“렌님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렌경의 근처에 떨어져 있는 목검을 들어 올렸다. 루시아와 같은 크기와 무게 인 것 같았다. 처음으로 잡아보는 목검의 감촉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것도 일이라는 생각에 진지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순간, 케실리온의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알 수 없는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것은, 노예 상에게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떠올랐던 현상과 비슷했다. 이상한 숨쉬기도 그때 떠올랐기 때문에 약간 당혹스러웠다.

부들부들...

갑자기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곧, 머릿속에서 잊히며, 눈앞에 의기양양하게 목검을 움켜쥔 루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호호호. 벌써 무서워서 꼬리를 내린 것이냐! 케실리온.”

양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본, 루시아와 라나는 웃음을 살짝 지었다. 케실리온이 처음 잡아보는 검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렌은 아무런 생각 없이 케실리온은 지켜보고 있었다.

“검을 잡는 자세가 잘못 된 것 같네? 케실리온.”

“아..렌님, 그럼 어떻게...?”

“병기를 쥘 때는 손과 병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게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너는 느슨하게 쥐고 있구나.”

렌은 약간 케실리온의 모습을 관찰하던 중에 검을 잡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하지만 케실리온으로써는 이런 방법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으로는 느슨하게 잡는 것을 시작으로 싸우는 도중에 각양각색의 잡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렌님, 병기를 잡는 것은 싸움의 도중에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검을 쥐는 방법은 단일화 되어 있어. 대부분, 강한 힘에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하게 움켜쥐는 것이 대부분이지.”

그제야 케실리온은 자신이 떠올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검을 쥐는 감촉이 좋지 못했다. 기사라고 알고 있는 존재가 가르쳐준 것이 정석이라는 생각에 애써 무시했지만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가씨, 역시 대련은 좀...”

“괜찮아. 적당히 할게, 나도 검을 잡은 지 벌써 두 달이 다되어 간다고!”

렌은 살짝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루시아를 다독였다. 하지만 루시아는 요지부동, 기어코 케실리온과의 대련을 할 생각인지 서로 거리를 두고 목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휘이잉~

약풍이 몰아치자, 약간의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으윽...왜 이러지?’

발목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한기에 고통이 일어났다. 검을 쥔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은 받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할 수 없죠. 그런 시작하도록 하죠. 서로 다치지 않게 하세요.”

“호호호! 각오는 됐겠지? 케실리온!”

라나는 두 손을 꼭 모으고는 긴장했다는 듯이 루시아와 케실리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사히 대련을 끝낼 수 있도록 눈을 꼭 감으며,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루시아가 목검을 움켜쥐고, 기본기인 횡 베기를 시작했다. 병기가 루시아에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짧은 길이의 모습이었다.

후우웅!

작은 파공음이 몰아쳤다. 순간 그 모습을 본 케실리온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이러지?’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할 세도 없이 루시아의 목검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호기롭게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뭐야! 제대로 하지 못해? 멍하니 뭐 하고 있어.”

“앗, 죄송...”

“이제 간다. 방금처럼 봐주지 않을 거야!”

케실리온은 목검을 꽉 쥐고는 루시아의 검에 대비했다. 의외로 강했기 때문이다. 다시 루시아의 검이 휘둘러지자. 케실리온은 검을 들어올렸다.

공녀, 루시아

팍!

루시아의 목검이 케실리온의 목검과 부딪혔다. 초보인 케실리온은 루시아의 묵직함 목검에 뒤로 살짝 물러났다. 목검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진동이 엄청났다. 몇 번을 더 부딪친다면, 분명 검을 놓쳐 버릴 것만 같았다.

부르르

검을 잡는 오른손에서부터 전해지는 강한 충격에 손이 얼얼했다. 렌경이 가르친 방식대로 목검을 쥐는 것에 약간 의문이 들기도 했다. 조금 떠오른 기억대로가면, 부드럽게 검을 쥐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나와 있었다.

“다시 막아봐!”

슈욱!

횡으로 그어진 목검이 빠르게 케실리온의 하단 쪽으로 날아들었다. 2달 배운 것 치고는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하단으로 날아오는 검이 똑똑히 보였다. 되려, 그 목검을 향해 검을 가져다 댔다.

팍!

다시 아른히 느껴지는 충격에 미간을 좁힌, 케실리온은 옆에서 대련 아닌, 대련을 지켜보는 렌경에게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렌경은 뭔가 잘못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아무런 수련도 하지 않은 케실리온이 막을 정도의 스피드가 아니었어.”

렌경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믿기지 않은 듯이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라나의 표정도 가관이다. 마치, 케실리온이 지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가씨, 그만 하시죠. 하하, 손도 아프고 못하겠습니다.”

“시끄러워! 간다!”

손바닥이 찢어진 것인지 뜨거운 감촉이 손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 검을 놓어 버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루시아는 그 전까지 멈추지 않을 듯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엇다.

‘그래...고용주를 즐겁게 하는 것도 집사의 의무! 손에 힘을 풀어야 겠다.’

그렇게 케실리온은 꽉 쥐고 있던 목검에 힘을 살짝 풀었다. 그리고 엉터리라고 생각한, 그 방법을 이용해, 목검을 움켜쥐었다. 쫙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이 기수식이 가장 몸에 맞는 것 같았다.

쉐에엑!

작은 목검에서 나는 소리 치고는 엄청난 파공음이다. 저것을 제대로 맞받아친다면 분명이 케실리온의 검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리라. 그것을 굳게 믿고 있던 케실리온은 밑에서부터 그어 올라오는 검을 향해 자신의 목검을 들어 올렸다.

팍!

다시 묵직한 느낌에 목검이 흔들렸지만 사뿐히 잡은 목검은 케실리온의 손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강한 힘을 제압하겠다는 듯이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이고는 멋대로 검일 출수되었다.

슈욱!

검의 회수가 늦어진 루시아의 표정에는 경악이 물들었다. 강한 충격도 못 이기던, 케실리온의 검이 이미, 자신의 목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수법을 쓴지도 몰랐다. 검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갑자기 검이 방향을 틀며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루시아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리고 삽시간에 조용해진, 주위 목검을 처음 잡아보는 케실리온은 이것이 무슨 현상인지 몰랐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대로, 검을 잡았을 뿐인데, 반격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케실리온! 처음 이라며!”

씩...씩!

단단히 화가 난 것인지 루시아가 눈을 부라린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케실리온은 그 소리를 듣고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순간,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미간을 좁히고는 목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아...”

손바닥에는 뜨거운 피가 엉기고 엉겨 굳어 있었다. 그 모습에 루시아와 라나는 놀라며 급히 케실리온의 곁으로 다가왔다.

“뭐야...다쳤던 거야?”

“예..강한 충격에 손이 다쳤던 모양입니다.”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케실리온을 올려다보는 루시아의 모습에 미소로 대답한 케실리온이다. 자신의 주인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이미 걱정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한 표정을 일관하는 루시아에게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에 불과 할 수도 있지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케실리온, 여기.”

라나가 건넨, 깨끗한 천으로 손을 감싼 케실리온은 루시아와 라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표시였다. 렌경은 아직도 뒤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머쓱한 기분도 들었다.

“어떻게? 방금의 충격으로 검을 놓칠 수밖에 없을 텐데?”

“아...예?”

갑자기 어깨를 움켜쥔 렌경의 행동에 당황한 케실리온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어깨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신음을 토해냈다.

“아, 미안..어떻게 아가씨의 검과 부딪히고도 검을 쥘 수가 있지? 분명 마지막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할 힘이었을 텐데...”

“저도..잘..하하”

난감한 질문에 케실리온은 웃으며 얼버무렸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대로 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 까. 잠깐의 대련으로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축축해진 등과 얼굴에서 끈적이는 느낌이 들자, 약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기분 나빠. 라나, 나 씻을 테니까 물 좀 받아줘.”

루시아 역시 기분이 상하는 것인지, 다짜고짜 라나를 닦달하며, 별채로 들어가 버렸다. 덩그런 히 렌과 케실리온만 남은 공터가 되어 버렸다. 케실리온은 바람이 잘드는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기며 털썩 주저앉았다.

‘숨쉬기라도 해야겠다.’

온몸이 힘들 때면 이 이상한 숨쉬기가 떠올랐다. 온몸을 차갑게 만들며, 활력을 돋우는 이 숨쉬기는 케실리온의 몸에 딱 맞았다. 게다가, 잠자기 전과 새벽에 한다면 하루를 힘차게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매일 시간 날 때면 하고 있었다.

후우우...

케실리온의 숨소리가 나무 아래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들이 마시며 내뱉는 소리가 일정하다. 이 숨소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지, 렌이 케실리온의 근처로 다가오며, 털석 자리에 앉았다.

“나도 참, 이런 꼬마를 닦달해서 뭘 알겠다고.”

눈을 감고 숨 쉬는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짓던 렌은 갑자기 몰아치는 차가운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휘이잉...

갑작스레 바람이 몰아친다. 나무아래에 있던 케실리온 때문인지, 나뭇가지에 달려 있던 나뭇잎이 세차게 펄럭이며, 주위를 비영하기 시작했다. 그 주위로 몰려드는 나뭇잎에 눈살을 찌푸린 렌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뭐야...하프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차가운 한기가 전해지는 것인지 더 이상 케실리온에게 접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기류가 잠잠해 지기 시작하더니, 케실리온의 몸이 차가운 바닥으로 털썩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얘, 케실리온! 뭐야.”

렌은 살짝 당황스럽게, 케실리온을 내려다보고는 손을 뻗어 작디작은 케실리온의 몸을 안아 들었다. 아직 남아 있는 한기가 있었지만, 그렇게 차갑지는 않았다. 혹여, 어디 아프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케실리온을 번쩍 앉아든, 렌은 별채 안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도 케실리온은 점점 몸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기억의 파편

별채의 작은 방, 뜨거운 햇볕이 내려 쬐는 방이건만, 엄청난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보통때 같으면, 싱그러운 꽃 내음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공작가의 대 집사 크라우스는 물론, 공작가의 영예인 루시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란델 제국은 물론, 많은 대륙의 왕국들이 모시고 있는 주신, 지저스의 신전에서 파견된 신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사람이라면, 높은 사람이 아프다는 소리겠지만, 간호를 받고 있는 자는, 일개 노예, 아니, 누추한 별채를 관리하는 집사 케실리온이었다. 그의 몸은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겨울을 느끼게 만드는 한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대 신관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무지 무슨 현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몸에서 이런 한기가 뿜어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 저택을 관리하는 크라우스가 걱정스럽게 케실리온을 내려다보고는 공작령의 신전의 대 신관이 대답했다.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신성력이 뿜어졌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도리어, 신성력 때문인지 한기가 더욱 거세어질 뿐이었다.

“벌써 3일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온 몸이 얼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대 신관의 말에 살짝 긍정을 표한 크라우스는 따뜻한 물수건을 이용해 케실리온의 작은 몸을 닦아 주고 있었다. 벌써, 케실리온이 쓰러져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시간이 3일째가 되어 가고 있었다.

“케실리온....”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존재는 집사 크라우스만이 아니었다. 비록, 많이 부려먹기만 하던, 루시아였지만, 자신의 또래 아이인, 케실리온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누워있다는 생각에 약간 침울해 하고 있었다.

똑똑..

“크라우스님, 제스님이십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잠시후 문이 살짝 열리자, 푸른색이 감도는 로브를 펄럭이며 케실리온의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좁은 방이었기 때문에 어느새,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거, 공작가에 중요한 인물들은 다 모였군요.”

“제스 아저씨!”

루시아는 제스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소리쳤다. 푸른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는 존재는, 공작가의 유일무일한 마법사였다. 물론, 검술이 주력인 공작가인 만큼 마법사의 존재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제스라는 사람은 공작가의 가전 마법사로, 오랫동안 공작인 카논 폰 코리안을 보좌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영지의 통신수단인 마법구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마법구 앞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었다.

물론, 마법구는 2서클 마법사라면 충분하지만, 검가인 코리안 공작가에서는 마법사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다. 기사들이 주루를 이루고 있는 공작가인 만큼, 제스라는 마법사는 홍일점과 같았다. 마법사인 만큼 대우도 좋았고, 장시간 공작가의 신하로 지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자였다.

“아, 루시아 공녀님, 오랜만입니다.”

싱긋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제스의 행동에 주위의 사람들은 눈을 부라렸지만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곧, 제스는 침대위에서 끊임없이 한기를 내뿜는 아이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한기군요. 이런 아이는 처음 봅니다.”

“신성력으로도 어떻게 하지 못하겠더군.”

대 신관의 말에 더욱 흥미를 느낀 것인지 간단하게 마법을 이용해 케실리온의 온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군요. 특이하게도, 바인드 체인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나에 민감하다는 것 뿐...”

두터운 이불로 들어난 발목을 살펴본, 제스는 로브로 가려진 턱을 쓰다듬고는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곧, 밝은 빛이 터지며, 케실리온의 온 몸을 감싸며 뜨거운 기운이 일어났지만 곶 반발력이 생기며 마법은 사라져 버렸다.

“마법 저항력도 상당하군요. 화속성이 특기는 아니지만, 이정도의 반발력은 처음 봅니다.”

제스는 한참을 고심한 끝에 결론이 나왔다. 그 대답은 알 수 없음, 저 정도의 한기를 내뿜는 존재는 대륙에도 없었다. 간혹, 마법검에서 뿜어지는 한기는 본 적이 있지만, 몸에서 뿜어지는 한기는 마법사의 마법뿐이었기 때문이다. 

“공녀님, 아무래도 수도에 있는 공작님에 보고를 하는 것이...저로써는 감당이 되지 않는 군요. 저런 한기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써 없다고 봅니다.”

공작가의 마법사 제스는 케실리온의 발목을 속박하고 있는 바인드 체인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로브를 만지작거렸다.

“5서클의 제스님이 못한다면 역시, 수도에 있는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아, 불꽃의 마법사를 말씀하시는....?”

크라우스의 말에 손뼉을 살짝 친, 마법사 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마법사인 그녀라면 분명이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신성력도 통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외상이나 내상이 아닐 것이다.

“흐음...공녀님의 저런 모습도 오랜 만이군요.”

뜨거운 물을 나르는, 라나와 그 물을 적셔, 손수 몸을 뜨겁게 해주시는 루시아 공녀의 모습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제스였다. 비록, 오랜 시간을 두고 보지는 못했지만 공녀에게는 조금 특별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 아이가 하프 드래곤이라는 아이였던가요?”

“예. 얼마 전에 공작 각하께서 손수 데려온 아이입니다.”

하프 드래곤이라는 말에, 약간 놀랐지만 저 현상을 낼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진작 말씀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군요. 허허, 신에게 버림받은 존재에게는 신성력 자체가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족들도 신성력에 고통을 느끼는데 저 아이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니...쯧.”

지저스에서 파견된 대 신관은 안쓰럽다는 듯이 케실리온을 내려다보고는 신전을 향해 걸음을 돌렸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를 따라, 마법사 제스가 나가는 것으로 다시 케실리온의 방은 조용해져 버렸다.

*        *        *

“대 신관님, 하프 드래곤이 신성력을 흘려보냅니까?”

“허허, 공작가의 마법사께서 이런 것에 관심도 가지셨습니까. 마법구에만 관심을 가지는 줄 알았거늘...”

“하하하, 마탑의 이단이라고 일단은 마법사요, 궁금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별채에서 벗어난, 대 신관과 공작가의 마법사 제스는 꽃 밭을 거닐며, 어색한 침묵을 깼다. 솔직히 처음 보는 하프 드래곤에 관심을 보인 것도 당연했지만, 신성력은 만물을 포용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상성이라고 일컬어지는 마(魔)의 존재인 마족마저도, 신성력의 포용을 받는다. 물론, 그 포용의 뜻은 다르지만, 마족도 신성력에 영향을 받는 존재였다.

“동화를 알고 계시죠? 오만한 드래곤이 신에게 도전 한 것을, 그 사건 이후, 드래곤에 관련된 것에는 어떤 신성력도 통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격은 통하지만, 물리적인 공격뿐이지요. 치유계는 물론, 축복은 일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태어나서도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하프 드래곤에 한에서 그렇습니다. 불쌍한 존재지요. 주신인 지저스의 축복을 받지 못한 존재는 언제나 불행하다고 전해지지요.”

지저스 교의 대 신관의 말에 제스는 놀라워하며, 로브를 펄럭였다. 이 세상에 어떤 존재도 축복을 받고 태어난다. 심지어, 거지, 도둑, 황제까지 그 누구도 축복은 받았기 때문이다.

“흠...대 신관님 그럼 저는 마법구가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언제나 지저스의 축복이 있기를....”

“그대에게도 지저스의 축복이 깃들기를...”

신관은 약간의 신성력을 뿌리며, 신전에서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타고는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끝까지 본, 제스는 대 저택의 지하에 위치한 마법구로 빠르게 이동했다.

“하프 드래곤이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저택의 지하로 향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입구가 있었는데,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살짝 건드리자, 벽부터 바닥까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계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타타탁..

경사가 완만했던지, 빠르게 지하로 사라진 제스는 미세한 빛을 내뿜는 마법구 앞으로가 통신에 필요한 좌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대략 10분이 지났을 까. 약간의 주문과 함께, 마법이 발하기 시작했다.

=소속, 통신자 명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코리안 공작가의 제스다. 공작 각하를 뵙고 싶다.”

밝은 빛을 토해낸, 마법구에서 작은 사람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못 알아보는 정도는 아니었다.

=아! 제스님, 오랜만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작 각하께서는 황성에 출타중이십니다.

“흐음, 본가에 일이 생겼다고 전해주게, 이유는...하프 드래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인지, 제스는 간단하게 본가의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 통신을 하고 있는 자는, 제국의 수도에 있는 통신 마법사였다. 물론, 몇 년 기간으로 의뢰를 했기 때문에 기밀 같은 것은 공작 각하와 통화하지만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는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제스님.

“수고하게.”

짧은 대화임에도 자신의 사임을 다하는 통신 마법사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제스는 통신을 끊어 버렸다. 자신의 소임은 다 한 것이다. 어둡게 변한 마법구를 쳐다본 제스는 눈을 감았다.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탑에서 빠져나와 공작가에 몸을 의탁한지 대략 15년이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침묵은 늘 상 있었다. 감히, 공작가에 먼저 통신을 넣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거 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겠군. 그녀가 또 무슨 소란을 피울지...”

제스는 고개를 흔들고는 침묵을 고수했다. 짧은 통신에 피곤 한 것인지, 축 늘어지고는 잠에 빠져 들었다. 그 순간, 마법구에서는 예의 반짝임이 시작됐지만 이미, 제스의 정신은 어둠 저 편으로 사라 진지 오래였다.

기억의 파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