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마님...?”
포근한 느낌에 시선을 위로 올리자, 케실리온을 끌어안고 있는 존재는, 주인마님인 것을 느꼈다. 간만의 부모님과 같은 향기에 살짝 긴장이 풀렸지만, 그렇게 루시아 아가씨를 때렸으니, 자신 역시 맞을 것을 각오했다.
감히, 자신과 같은 존재가, 주인 되는 자의 몸에 상해를 입히다. 체벌은 마땅한 듯했다.
스륵...
때가 된 것인지, 주인마님이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얼굴은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때리기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케실리온은 눈을 질끈 감았다.
“케실리온, 네 탓이 아니란다.”
스르륵..
고운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느끼고 눈을 살짝 떴다. 검은 흑발이 찰랑이며, 머리칼을 간질이고 있었지만, 차마 입을 열수 없었다.
“호호, 루시아도 참...”
뺨에 걸린 머리칼을 살짝 쓸어 넘겨주신, 주인마님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거칠기만 하던, 케실리온의 엄마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언제나, 마을의 일을 하고 늦게 돌아오시던, 엄마였지만 한없이 따뜻한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던 엄마가 떠오르자,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주인마님...어째서, 저는 아가씨를 때렸을 텐데.”
“그럼 귀여운 아이를 때리기라도 하겠니? 케실리온.”
주인마님의 품에서 빠져나온 케실리온은 아까의 행동에 대해 말했다. 확실히 자신은 주인마님의 딸을 때린 것이니, 체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체벌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확실히..루시아가 맞을 짓을 하긴 했지.”
“호호, 언니도 참...”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루시아가 무뢰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맞는 말이라는 듯이 중얼거리는 페이린의 행동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루시아는 나쁜 아이가 아니란다. 케실리온...자기감정에 서툴 뿐...언제나 자기중심에다...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도, 착한 아이란다.”
“아...”
케실리온은 주인마님의 말에 루시아의 행동을 떠올렸다. 언제나 자기중심에,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모든 것이 주인마님의 말에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케실리온, 루시아를 옆에서 지켜주지 않겠니? 겉은 그렇게 보여도, 언제나 쓸쓸한 아이란다.”
“네...주인마님.”
“어머, 주인마님이라니, 아루린이라고 부르렴.”
“네! 아루린님!”
힘찬, 케실리온의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루린이었다. 그리고 케실리온의 등을 힘차게 치며, 루시아라를 따라가라는 듯이 손을 내 저을 뿐이었다.
"자! 루시아를 찾아와야지?“
“네.”
케실리온은 어둠의 깔린 밖을 쳐다보며, 루시아를 찾기 위해 빠르게 사라졌다. 가슴이 뭉클했던지, 케실리온의 표정은 편안해졌다. 주인마님의 말처럼, 어쩌면 루시아 아가씨는 연약한 여자인지 몰랐다.
“언니도 참...일부러 그랬지?”
“호호호.”
페이린의 말에 웃기만 하는 아루린이었다. 마치 모든 것이 짜여 있었다는 듯이, 뒤에서 웃음을 짓는 하녀들이 눈에 보이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언제나 손해 보잖아. 그런 행동은...”
“그러니? 하지만 좋은 친구가 생겼잖니. 케실리온이라는 착한 아이가...”
“흐음...혹시, 취미에 사용할 생각이 아니고?”
“비밀!”
페이린과 아루린은 묘한 대화를 하고는 늦어버린, 저녁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는 구멍이라도 뚫린 것인지, 비가 세차게 휘몰아쳤다.
솨아아아...
“정말...루시아는 여린 아이야.”
아루린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2층으로 올려가 버렸다. 하루 밤은 묶고 갈 생각인 것 같았다. 세 명의 하녀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주방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미, 라나는 물론, 렌까지 어색한 분위기에 벗어나 욕실로 들어가 버렸으니....
“그리고...언니도 여리지.”
페이린은 쓴 웃음을 짓고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작은 흔들림이 일어나더니, 곧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적색의 눈동자가 어둠이 가득 내린, 곳을 직시했다.
* * *
“루시아 아가씨!”
별채 주위를 시작으로 루시아를 찾기 위해 케실리온은 분주히 움직였다. 조금씩이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비 방울에 마음이 급해 졌기 때문이다.
솨아아..
갑작스럽게 많이 쏟아지는 비 줄기에 더욱 마음은 급해졌다. 어디까지 간 것인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벌써 많이 온 것 같은데 이렇게 넓은 공작가를 다 뒤지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하늘이라니!
흑...흑...
멀리서 누군가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으로 바뀌어 버린 하늘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떨어진, 언덕 같은 곳에 있는 존재가 보였다. 하얀 색의 천이 눈에 들어오자, 루시아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루시아와 처음 만난 곳이었다. 배가 고파, 냄새에 이끌려 왔던 곳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케실리온은 서글프게 우는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흑, 흑흑...”
“아가씨...그만 돌아가죠.”
주저앉아 우는 루시아를 보며 살짝 마음이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비에 이미 다 젖은 것인지 몸을 약간씩 떨고 있는 루시아를 감싸 안으며, 몸을 일으키게 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괘, 괜찮아. 나도 잘못했지.”
드센 루시아의 사과에 케실리온은 살짝 놀랐다. 이런 사과는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열이라도 나는 것인지, 루시아의 몸이 뜨겁게 달구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루시아의 온 몸이 불덩이라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양복의 마이를 벗으며 루시아의 몸을 휘감았다.
“이런...몸이 않좋으시다면 말씀을 하시지.”
“괘...괜찮은데...하나도 안 아파.”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루시아를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할 수없이 휘청거리는 루시아의 모습에 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픈 몸으로 걸어 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히십시오.”
한 마디였지만 진심을 느낀 것인지, 루시아는 군말이 없이 케실리온의 등에 엎였다. 그녀의 시선에는 흐릿하지만, 케실리온의 등이 처음으로 크게 보였다. 비슷한 신장에 업기는 어려웠지만, 의외로 가벼웠다.
“그럼...”
한 사람을 업고 있었기 때문에 걷기도 어려웠지만, 케실리온은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몸에 흐르는 피가 빨라지는 것이, 온몸의 활력을 돋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방법으로 뛰기 시작하자, 의외로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몸속에서 흐르는 차가운 기운이 정신을 맑게 만들고 있었고 그 기운이 몸의 중심에서 밑으로 퍼지며, 열심히 움직이는 발바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차갑기만 하던, 기운이 뜨겁게 느껴지며, 루시아는 물론, 케실리온의 몸으로 펴져나갔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루시아 아가씨’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을 들었을 까. 루시아 아가씨가 약간 뒤척이는 것이 등 뒤에서 전해져왔다. 뜨거운 숨결에 정신이 번쩍 든, 케실리온은 보통 때보다 빠른 발놀림으로 별채로 뛰어갔다.
“어서와! 케실리온.”
미리 마중 나온 것인지, 페이린이 별채 앞에서 대기 하고 있었다. 게다가, 투명한 막으로 케실리온은 물론, 페이린 까지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비를 맞을 일은 없어 보였다.
“비를 많이 맞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나가는데 말이야.”
페이린은 케실리온과 루시아를 번적 안아 들고는 별채로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끼고, 케실리온 역시 정신을 잃어 버렸던 것이다.
악녀 트리오
“엄마...”
케실리온은 향기로운 냄새에 몸을 뒤척였다. 어떤 꿈을 꾸는 것인지, 연신 부드럽게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에 옆에서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렸다.
“호호..케실리온?”
“엄마...”
번쩍!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졸리는 것을 느끼고, 페이린에게 몸을 맡긴 것 까지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냥 침에데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간혹, 페이린이 장난삼아, 새벽에 자신의 침실로 기어드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주위를 살피며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머, 기억 안나니? 케실리온? 여기서 쭉 잤잖니, 루시아의 방에서...”
그러고 보니, 여긴 아가씨의 방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시트에 푹신한 느낌에 잠을 잘 잤다. 자신의 방에 비해서 편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옆에 누워있는 존재가. 주인마님인 아루린이다니!
잠옷 차림의 아루린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자신의 옷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으음...”
“루시아 드디어 일어났구나.”
“엑! 엄마!”
반대편에 누워있던 루시아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 아루린이었다. 친남매처럼 보이는 건지, 살짝 안으며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자!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 볼까?”
케실리온은 살짝 몸을 비틀며, 몸을 일으켰다. 자세히 찾아보니, 근처에 단정하게 포개진, 양복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부지런 하구나, 케실리온.”
아루린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아가씨의 방에서 나섰다. 문 밖에는 아침 수발을 들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세 명의 하녀들이 보였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을 스쳐지나가자, 라나가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세안을 위해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나만, 부지런 한 게 아니었구나...”
세 명 정도 한꺼번에 사용 할 수 있는 넓은 욕실이 나오자, 케실리온은 옷을 훌러덩 벗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해온 양복과 몸을 닦을 타월이 문밖에 놓아두었다. 간단하게 세안만 하고 싶었지만, 밤새 비를 맞았기 때문에 몸에서 눅눅한 느낌이 들었다.
쏴아아...
마법으로 만들어진 욕실답게, 욕탕에는 끈임 없이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가운 물, 뜨거운 물이 동시에 흘러나왔기 때문에 약간 미지근한 느낌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하아...기분좋다.”
드르륵...
“뭐야, 케실리온이 있었잖아?”
“아! 페이린님!”
미지근한 기분에 미소를 짓고 있던 케실리온은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타월로 몸을 가린 페이린인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케실리온과 같은 탕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내가 받아 놓은 물에 먼저 들어왔잖아...뭐, 상관없지만.”
“그거 죄송하군요.”
케실리온의 대답에 페이린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케실리온에게 접근 하고 있었다. 좁은 탕인 만큼 떨어진 거리도 가까웠기 때문에 금방 다가 올 수 있었다.
“흐음...케실리온은 아직 어리구나. 하프 드래곤인 만큼 성장이 빠르지만...뭐 성별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열 살이었지만 약간 더 성숙해 보이는 케실리온의 몸을 쳐다본 페이린은 케실리온을 끌어 당겼다.
“무슨 짓입니까!”
“기다려봐, 얼마나 성장했나 보는 중이니까.”
“으윽...그만 두세요.”
갑작스런 페이린의 행동에 케실리온은 발버둥을 치며 밖으로 벗어 나려했지만 몸을 휘감는 뜨거운 기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의외로...좀 컸네..호호호.”
페이린은 어디를 보는 건지, 밝은 얼굴을 하고는 케실리온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케실리온은 얼굴을 붉혔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며 물속으로 몸을 숨겼다.
“갑자기 마나라는 것을 몸에 불어 넣으면 어떻게 해요.”
“호호, 뭐 어때! 같은 종족 끼리.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남성체..따지고 보면 중성체라고 해야겠지만.”
페이린은 물끄러미 물속에 비치는 케실리온의 하체를 내려다보고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약간 얼굴을 붉히고는 케실리온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설마...너 자각이 없는 거냐? 이런 나이스 바디한 이 몸의 몸매를 보고도 별 느낌이 없어?”
“무슨 소리입니까? 나이스 바디라니....?”
무감각하다는 케실리온의 반응에 페이린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설마, 성별에 대한 자각이 없는 녀석은 처음 인 듯했다.
“뭐야, 너! 성별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거냐?”
“성별? 그냥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이름이 아니었습니까?”
케실리온의 말에 더욱 골치가 아파진 것인지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이처럼 무감각 한 녀석은 처음이었다. 처음 욕탕에 들어왔을 때부터 반응을 봐서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심각한 수준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자의 몸을 봤으면 얼굴을 붉히거나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니냐?”
“무슨 말씀인지...남의 몸을 봐서 왜 얼굴을 붉히는 것입니까.”
케실리온의 말에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이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페이린이었다. 출렁이는 욕탕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지금의 너는 남자! 그리고 나는 여자! 알겠냐?”
“그러니까 그 구분 기준이 어떻게 된다는 소리입니까!”
“흐음...그래! 여자랑 남자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냐.”
“모르겠습니가만...이만 저는 나가겠습니다. 할 일도 있으니...”
여러번의 설명에도, 케실리온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욕탕에서 벗어나, 간단하게 타월을 두른 케실리온은 뒤로 돌아보며 페이린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장장 30분이나 떠들었기 때문인지 배가 고픈 것을 느꼈다.
“가지마! 나의 강의는 끝나지 않았어!”
“휴...또 무슨 소리를 하시려고. 이제 알겠습니다. 페이린님은 가슴이 달렸고, 저는 없다...이걸로 구분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만 좀 하십시오!”
“그...그런! 좋은 방법이...”
페이린도 간단한 방법을 몰랐다는 듯이 서 있던 몸을 탕속으로 넣었다. 그제야 벗어났다는 생각에 케실리온은 욕실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산속에서 살다보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잘 몰랐던 케실리온은 조금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미소를 지었지만, 의문이 들었다.
“흐음...아가씨는 가슴이 없던데..? 남자인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언뜻 비치는 반반한 가슴에 케실리온은 약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일을 떠올리고는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아! 케실리온, 나 좀 도와주겠어?”
“물론이지. 내가 할 일이니까.”
라나의 외침에 케실리온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라나가 건네는 식기를 식당에 날랐다. 은빛의 포크와 나이프가 여러 개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많은 식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라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맛있는 냄새가 퍼지자, 저절로 식욕이 와 닿았다. 잘 정리된 테이블에 차례대로 나이프와 포크를 놓고는 음식을 나르는 라나를 도와 케실리온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하녀들 역시,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고, 곧, 루시아 아가씨와 아루린님이 나타났다.
“오늘은 식욕이 도는 군요.”
“흥, 식욕은...”
아루린의 말에 손을 쳐낸, 루시아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식탁의 중앙은 당연히 루시아의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자신의 엄마가 있기 때문인지, 양보를 하고는 옆 자리로 이동했다.
“어머, 루시아. 케실리온이 보고 있어.”
“보라고 해! 아침부터 이상한 짓하려면 그만둬 엄마!”
티격태격 하는 모습에 살짝 웃음이 생겨난 케실리온이다. 잠시후 페이린 까지 도착하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다른 귀족가와는 다르게, 하녀들과 자신까지 같이 먹는 것인지, 단란한 식사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귀족의 위엄이 떨어질지도 몰랐지만, 하녀들의 모습은 한없이 존경스러운 존재를 본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아루린을 보고 있었다.
슥슥..
“잘 먹었어요. 모두들.”
우아하게 입술을 훔치는 아루린의 모습에 세 명의 하녀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차를 꺼내 오고 있었다. 페이린이야, 허겁지겁 먹어치우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으니 할말은 없었지만, 의외로 루시아 아가씨는 끝까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머, 케실리온, 식사를 마쳤군요. 그럼 저와 같이 올라가죠. 호호호.”
“무...무슨!?”
세 명의 하녀들은 케실리온을 끌고 가듯이 움켜쥐고는 2층으로 인도했다. 그 순간, 루시아가 왜 그렇게 천천히 식사를 하는지 멀지 않아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루린은 즐겁다는 듯이 흥얼거리고는 루시아의 방으로 들어섰다. 게다가 언제 꺼내 놓은 것인지, 여러 벌의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우선 이 옷부터! 아쉽게도 루시아에게 입히지 못했지만...비슷한 체형이니...귀여울지도.”
검은 색의 드레스였다. 하늘거리는 드레스의 단 끝은 은빛의 실로 치장 한 것인지 고귀함이 묻어나고 있었고, 간간히 박힌 빛나는 모습은 드레스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어리를 꽉 조이는 크로셋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드레스와 비슷한 검은 빛이었다.
“서, 설마...이런 하늘거리는 옷을 입으라는...?”
“호호호, 케실리온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입기만 할 뿐이니. 게다가 그 검은 흑발과 잘 어울리는 드레스!”
순식간에 옷이 벗겨진, 케실리온은 천천히 하녀들의 손에 붙잡혀, 옷을 입기 시작했다. 벗어나기 위해 몸을 틀었지만 입구에는 페이린이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에 탈출은 불가능해 보였다.
“루시아....아가씨 도대체!”
“케실리온...이제 내 맘을 좀 알겠어? 흥!”
게다가, 식사를 끝마치고 올라온 라나와 루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라나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케실리온의 모습을 기대한 다는 듯이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어머! 정말 귀엽다. 케실리온.”
“크윽...숨쉬기가.”
코르셋 때문인지, 이루린이 껴안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숨이 막히고 있었다. 얼굴이 시퍼레지고 나서야 풀어준 이루린은 다음 옷을 고르고 있었다.
“보자...다음은 이게 어울리겠네. 하녀 복장인데..약간 손 좀 봤지, 어쩌면 귀여울지도...호호”
모두 옷에 시선이 팔려있었다. 짧은 기회에 정신을 차린 케실리온은 문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페이린 역시, 다리가 아팠던 것인지, 침대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입구르 지키는 수문장은 없었다.
“이때다!”
타타탓!
몸속의 기운이 하체로 퍼지며, 달리는 방법대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케실리온...홀드 퍼슨(Hold Person)”
페이린의 마법이 작열했고, 케실리온은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버렸다. 온 몸이 마비 된 것인지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세 명의 악녀들의 웃음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엄마와 아줌마가 모이면 손에서 빠져 나갈 수 없어...호호호”
“페이린도 참...너무했다. 호호”
“호호호, 언니! 재는 글쎄 남자 여자 구분 기준도 웃기 다니까!”
세 명의 악녀의 손에 붙잡힌 케실리온은 하루 반나절을 시달렸다. 작은 상자에서 나오는 수십 벌의 옷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전까지, 벗고 입고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케실리온은 루시아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진정, 악녀 트리오 였다.
하지만 케실리온의 표정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새로운 나의 가족.’
상황이 어찌 되었든, 케실리온은 행복했다. 노예로부터 탈출한 것도 기뻤지만 이 처럼 즐거운 날은 처음이었다.
검의 축제, 소년이여 마법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