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269)

[축제의 첫날, 수요일]

뿌우우웅!

“코리안 공작령의 지배자, 카논 폰 코리안 각하와 그 내외분 드십니다!”

두 명의 흑발이 로한 경기장의 중심의 발코니에 나타났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초빙 마법사들은 확성 마법을 카논 공작의 앞에 펼쳤다. 그 순간, 카논 공작은 굳게 닫힌 입을 열며 소리쳤다.

“본 축제는 과거 400년 정부터 내려오는 선조인 로한 공작의 추모와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선조의 기상과 위업이 잊히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서 한해에 한 번! 큰 축제를 열고 있소!........(중략).........그리하여, 본 공작은 검의 축제의 시작을 선포하노라!”

우와아아아아!

카논 공작의 밝은 오러가 검에서 뿜어져 나오자, 공작령의 시민들은 물론, 대기실의 기사들과 여러 귀족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검의 공작답게, 진한 향기의 오라와 긴 오라 블레이드가 형성되 형형한 색깔을 뛰게 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금빛의 오라에 많은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봤지만, 곧 시작된 경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예선전을 여러 번 거듭 한 끝에 본격적인 메인 대회가 시작되었다. 첫 날은 16강, 둘째 날은 8강, 셋째 날은 4강, 그리고 마지막 날은 결승으로 이루어지는 토너먼트 식의 대회였다.

많은 인원 상, 미리 예선전을 거쳤기 때문에 질 높은 대회를 열수 있게 되었다. 

경기장을 가르는 검격의 소리에 많은 사람들은 매료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한 번씩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공작가의 주력인 라일 경은 당연히 8강에 진 출 할 수 있었다.

[둘째 날, 목요일, 8강]

의외의 승부였다. 라일 경은 1조에 속하고 있었다. 그가 속한 조에는 삼대 공작 중 중립파에 해당하는 카이룬 공작의 기사 중 하나가 끼여 있었고, 귀족파의 기사 중 하나가 끼어 있었다. 나머지 한명은 떠돌이 검사로, 축제임에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자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

2조 역시, 네 명 중, 두 명은 코리안 공작가의 기사였고 두 명은 중립파와 귀족파가 각각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후후, 카이룬 공작 각하의 기사라고요?”

“그렇습니다. 라일 경”

8강의 첫 번째, 경기는 라일 경을 시작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그의 상대는 중립파의 카이룬 공작의 기사로, 뛰어난 오러 능력자였다.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로 언젠가 소드 마스터에 오른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뛰어난 기사였다.

“라일 경이 숨기도 또 숨긴 실력을 보고 싶군요.”

“하하, 경의 실력도 만만치 않소! 그럼, 가볍게 시작하지요.”

무대 중앙에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춘 두 명의 기사는 은빛의 롱 소드를 뽑아 올렸다. 기사답게, 간결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검을 뽑아 올린 두 명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좌우로 돌기 시작했다.

은빛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 한 것인지, 바닥은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가벼웠다.

“으랴앗!”

먼저 움직인 것은 카이룬 공작의 기사였다. 그는 빠른 속공을 위해, 검을 뒤로 젖히고는 몸의 중심이 되는 하체에 힘을 쏟아 부었다. 흔히 쓰이는 방법으로 마나를 하체에 집중 시켜, 대쉬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스아악!

순간 거리를 좁힌 기사는 그대로 라일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큰 동작인 만큼, 라일은 살짝 검을 틀어 올리며, 막아냈고,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앞서 말했던 대쉬라는 기술로 카이룬 공작의 기사의 뒤로 이동했다.

쉐에엑!

짧은 파공음에 기사는 급히 몸을 숙여, 피했다. 머리 위로 스쳐지나가는 싸늘한 예기에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갔다.

“이제 제대로 가겠습니다. 그대 역시 숨은 힘을 발휘하시길!”

우우웅!

그의 검에서 짧은 울림을 시작으로 푸른빛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오러 소드였지만 약간 달랐다. 실 같은 것들이 일으키며, 짧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오러 블레이드! 놀랍군. 어린 나이에 대단해!”

라일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자신 역시 오러 블레이드를 뿜었다. 완전한 오러 블레이드 이건 기사로써, 상대에 대한 대우였다. 진심으로 오는 자의 눈빛을 읽은 라일은 자신이 발휘 할 수 있는 오러를 다 내뿜었다. 휘황찬란한 오러가 검에서 뿜어지며, 밝은 느낌의 청아한 오라가 쉴 새 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무려, 2미터나 되는 무식한 크기의 오러 블레이드! 소드 마스터의 상급과 최상급 정도로 보였다.

“오, 카논 공작, 자네가 숨겨둔 비밀이라는게, 소드 마스터였나?”

“훗, 자네는 뭘 숨겼지? 그 웰즈라는 기사 단장 말일세...훗, 결승에서나 보게.”

이미 크롬 공작과 카논 공작은 서로의 기사에 대한 믿음과 경쟁의식이 불타올랐다. 사실상 이런 일은 숨기도 또 숨겨야 하지만, 두 공작은 다른 계파의 귀족임에도 나라에 대한 충성심은 그 어느 누구 보다도 뛰어났다.

“하하하, 카이룬 공작께서는 숨겨둔 것이라도 있습니까.”

“허허, 늙은이에게 비밀이 어디 있겠소.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소.”

늙은 호랑이라고 했던가. 카논 공작은 섬뜩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앞서 경기를 펼치는 두 명의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크롬과 카논 공작은 모르고 있었지만, 순간 스치듯 사라지는 카이룬 공작의 눈빛이 묘하게 녹색이 띠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경기에 정신이 팔렸던 탓이다.

“져, 졋습니다. 라일 경.”

“대단한 승부였소.”

자신이 펼 칠 수 있는 기량을 모두 다 보인 기사는 상대 기사에 대해 예우를 하고는 신관들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선수 대기석으로 돌아갔다. 이것으로 8강에서 눈여겨 볼, 경기는 끝이 난 것이다.

물론, 1조에서 4강으로 올라간 자는 라일 경과 떠돌이 검사, 2조에서는 웰즈 경, 그리고 카논 공작가의 기사 하나였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결승은 라일 경과 웰즈 경이 올라갔다.

[축제의 마지막 날, 결승]

“여기서 또 만나는 군. 라일”

“20년 만에 이런 자리에서 만나는 건가? 웰즈!”

처음부터 기 싸움이다. 아카데미 시절부터 내려오는 라이벌 의식이 서로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꿈틀거리는 미간을 바로 잡으며, 검을 뽑아 올렸다.

차창!

“소드 마스터더군!”

“하하, 네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도 만만치 않아!”

“역시....20년간 놀고만 있지 않았군! 하지만 우승은 나의 차지다. 라일!”

오랜 친우를 만난 것인지, 둘의 움직임은 빨랐다. 지금까지 봐오던 경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실상, 두 명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 이런 세기의 대결을 전쟁에서 보는 것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다.

캉!!

캉캉!

경기장의 여기저기를 누비며, 경기를 펼치는 두 명의 기사에 넋을 잃을 정도의 화려한 경기다.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발놀림과 눈을 멀게 만들 정도의 오러에 사람들은 매료되었다.

가가각!

“여전히, 무식하게 힘만으로 밀어 부치는 군. 웰즈.”

“크크, 그런 너는 여전히 검식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구나. 라일!”

서로의 패턴은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라일의 흘려보내기 식의 검식에 웰즈는 휘청 거렸다. 그때를 노칠 라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살짝 검을 휘두르며, 웰즈의 어깨를 노렸다.

슈악!

“다음번에는 가차 없어. 웰즈.”

“칫!”

목 언저리에 느껴지는 작은 생체기에 웰즈는 미간을 좁히고는 오러를 내뿜었다. 라일과 비견 될 정도의 오러 블레이드!

라일과 마찬가지로 푸른빛의 오러였다. 두 명이 펼친 오러가 퉁퉁 거리며 부딪히자, 그 파동이 경기장에 까지 미쳤다. 강한 힘이 부딪히며 내는 소음과 공기에 사람들은 침을 삼키며 대회에 집중했다.

사아아악!

빠른 대쉬 어택을 사용한 웰즈는 뒤이어 뿜어지는 오러를 이용해 라일의 검을 쳐냈다. 약간의 충격에 정신이 몽롱해졌지만 라일은 꿋꿋하게 웰즈의 검을 피하며, 반격을 가했다. 순간 다시 터지는 검격에 웰즈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쿵!

슉!

“어때, 웰즈.”

“져, 졌다.”

뒤로 넘어진 웰즈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댄, 라일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장장 20년을 기다려온, 무승부의 끝은 막을 내렸다.

검을 착검 시킨 두 명의 기사는 승자와 패자로 갈렸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내가 이겨 주마!”

“기대하지, 하하하!”

이것으로 검의 축제는 끝을 내리려 했다. 승자를 위한 상금 수여식이 곧 진행되었다.

“그대, 라일 경은 뛰어난 검술과 정신력으로 검의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대에게 500골드라는 상금을 내리노라!”

우와아아아!

펑펑! 펑!

축연을 할 예정인지, 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치며, 축포를 터뜨렸다. 이제부터 먹고 마시는 축제가 시작 된 것이다. 많은 공작령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기에 바빴다.

이것으로 검의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어둠의 한 구석에서 녹색의 광채를 내뿜는 카이룬 공작은 여전히 무표정한 웃음을 내질렀다.

“인간들이란....크큭.”

카이룬 공작의 입에서 스산한 한기가 스쳐지나갔고, 곧, 녹광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카이룬 공작님 작은 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하하, 그러지!”

귀족들만 모여, 작은 연회를 가졌고 짧고도 긴, 검의 축제는 막을 내렸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별채에서는 그다지 별일이라고 부를 만한 일은 없었다. 단지 대 이동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부로, 케실리온은 수도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이곳은 먼지가 가득찬 곳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지만, 새롭게 이곳에 거주할, 하녀들과 시종들이 이곳을 관리 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는 지난 몇 달 간 같은 별채 속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온 아가씨, 라나, 페이린이 짧은 안녕을 고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고요한 곳이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에 케실리온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가씨 마차에 오르시지요.”

라일은 몇 명의 기사를 대동하고, 카논 공작과 아가씨를 선두 마차에 오르게 했다. 그 뒤로 줄줄이 늘어선, 하인들이 오를 수 있는 마차와 말에 올라탄 기사들이 보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얇은 가죽 옷을 입고 있었지만, 속에는 체인메일이 구비된 의복을 입고 있었다.

히히힝!

공작가의 상징인 문양이 그려진 사두마차가 출발하자, 뒤이어 여러 대의 마차 역시 뒤를 따랐다. 좌우로 늘어선 기사들이 공작가를 나서며, 힘찬 기합 성을 토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수도로 향하는 여행이 시작 된 것이다.

“그래, 5일간 쓰러져 있었다고.”

“예, 공작님.”

같은 마차에 올라단, 케실리온은 인자하게 물어오는 카논 공작의 말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여전히 인자한 모습의 카논 공작이었다. 마차 안에서는 훈훈한 느낌의 이야기꽃이 피며, 소란스러운 느낌이 고조되었다.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에 맞춰 공작령은 소란스러워 지며, 카논 공작에게 예를 갖추는 시민들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껏 존경이 담긴 표정으로 카논 공작의 길을 밝히고 있었다.

“루시아, 손이라도 흔들어 주지 그러느냐.”

카논 공작의 말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루시아가 창가에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아마, 다시 시작될 아카데미의 생활이 걱정되는 것 같았지만, 실상, 한가롭게 지내던 별채 생활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벌써 방학이 끝나다니.”

“하하, 그렇게 아카데미가 싫으냐.”

루시아의 작은 목소리에 카논 공작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멀리 보이는 대 저택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부터 공작령의 입구가 보이자,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페이린이야, 자신의 본업인 황실마법사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귀찮은 것인지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라나와 케실리온은 색다른 곳으로 간다는 생각에 기대에 부풀었다.

라나는 처음 가보는 것도 아닐 테지만, 여행이라는 생각에 잔득 기대하고 있었다.

“공작각하, 여기부터 빠르게 가겠습니다.”

“그리 하게.”

점점 마차의 속도가 높아졌다. 기사는 주위를 경계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었지만, 케실리온이 보기에는 여전히 평화로운 곳으로 보였다. 커다란 성벽이 둘러싸인 공작령을 지나자, 마차가 다니는 길목이 보였다.

“와...전부 밀....?”

저 초원의 끝까지, 밀농사를 짓고 있었다. 농사꾼들이 열심히 밀을 돌보며, 추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낫으로 무언가를 베는 가하면, 농사꾼들이 사용하는 마차에 한 아름 금빛의 오곡이 실려 있었다.

“넓지? 이 밀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엄청난 양이지.”

“예? 저들의 것이 아니고요?”

케실리온은 이 넓은 토지가 공작의 소유라는 것과 생산되는 밀의 대부분이 공작의 소유라는 것에 놀랐다. 이정도로 넓은 곳의 모든 것이 공작의 것이라는 것은, 저 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웃는 얼굴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었다. 다른 영지는 모르겠지만, 이 코리안 공작령의 농민들은 적절한 세금을 낸다면, 남는 곡식으로 배부르게 먹고 살 정도로 넉넉한 양이었다.

“저들의 세금이 없다면, 공작령은 순조롭게 돌아가지 못할 게야. 한마디로 저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 때문에 저들이 있을 것이지.”

“그렇겠지. 공작 각하?”

카논의 말에 페이린은 굳게 닫쳐 있던, 입을 열며 비아냥 거렸다. 틀린 말은 없었지만, 묘하게 짜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하하, 페이린 뭘 그렇게 화를 내는 거냐.”

“지루해서.”

공작은 페이린의 말에 살짝 웃으며, 신기하게 마차의 창밖을 보는 아이들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며, 한숨 같은 한탄이 흘러나왔다.

“이런 평화로움도 전쟁이 일어난 다면, 깨질 테지.”

“역시 테라스 제국과?”

“그들의 움직임은 예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조만간에 한바탕 대륙이 피로 물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공작의 말에 페이린은 동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을 떠올리고는 공작과 같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페이린이라도 돌아가는 사정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난 다면, 많은 징집과 징병, 그리고 죽음이 일어나는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 피해자의 대부분은 평민들, 귀족들은 뒤에서 지휘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저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게다가 시기 상, 좋지 않지.”

최근 10년간 테라스 제국의 군사력이 국경지대로 움직이는 것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뻔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침략의 명분!

“테라스 제국은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는 만큼, 본 대륙인 서대륙을 넘보고 있다.”

“칫, 땅이 척박한 게 우리 탓인가. 아무튼 전쟁이 터지만 귀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페이린은 귀찮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평원을 쳐다봤다. 어느새, 공작령이 사라진 것인지, 한가한 평원만이 눈에 들어왔다.

“와...저것 봐, 케실리온!”

“아...진짜, 대 저택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점으로 변했네.”

순수하게 웃고, 즐거워하는 꼬마들의 모습에 카논 공작은 금세 어두웠던 표정을 고치고는 세 명의 아이들의 모습을 쳐다봤다. 관심 없다는 듯이 멍한 눈길을 보내는 루시아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라나와 케실리온

“쳇, 그런게 뭐가 신기하다고!”

“아가씨, 그래도 신기한 걸요. 그렇게 크던 곳이 콩보다 작게 보이다니.”

불만 어린 루시아의 말에 라나는 울상으로 착실하게 대답했다. 꼬마의 상상력은 무한하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이는 라나와 케실리온은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인지, 마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재미없어.”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식어버리는 것인지, 라나와 케실리온은 루시아와 같이 지루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같은 풍경, 같은 움직임에 질려가고 있었다. 

“하하하, 벌써 재미없어진 게냐?”

“우....예!”

그래도 카논 공작의 말에 착실하게 대답하는 케실리온이었다. 워낙 말수가 없어진 마차 안에서 그나마 이야기를 하는 존재는 카논 공작뿐이었기 때문이다.

“페이린에게 마법을 배웠다고 하던데, 잘 되느냐.”

움찔!

카논 공작의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페이린이다. 케실리온의 마법이 떠오르자, 자연히 이상한 행동을 보이던 케실리온이 떠올랐던 것이다. 묘한 반응에 카논은 힐끔 페이린을 쳐다보고는 케실리온에게 마법 시현을 부탁했다.

“그럼 한번 해보겠느냐. 정 심심하면, 그런 것이라도 해야지.”

“공작님...안 되는데...”

카논 공작의 말에 다시 라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케실리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창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하더니, 포크 모양의 매직 애로우가 생성됐다.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매직 애로우였다. 실상 케실리온이 펼친 것은 아이스 애로우였지만, 그 누구도, 아이스 애로우라고 정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둥둥...

마차 안의 공기 중에 떠오른 포크 모양의 매직 애로우가 생성되며, 케실리온의 눈앞에 떠 있었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금세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팟!

“윽...!”

케실리온은 힘이 빠진 다는 듯이 신음을 토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발전은 있었던지, 빠르게 매직 애로우가 만들어졌다. 이대로 1서클의 마법을 펼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았다.

“휴...”

“다행이다.”

긴장하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라나와 페이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카논과 루시아는 영문도 모른 체, 마법을 감상했다. 어쨌든 마법 시현은 성공적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매직 애로우랑 모양이 다르던데.”

“너 바보 아니야? 매직 애로우는 상상하기 나름이라고. 약한 마법이지만, 언제든지 강해질수 있는 마법이 1서클 마법이다.”

페이린의 쓴 말에 카논 공작은 삐졌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모습에 루시아는 입을 가리고는 쿡쿡 거리며 웃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 웃는 웃음이었다.

“호호호. 아빠도 웃긴 면이 있네요. 호호!”

“이 녀석이...”

루시아의 말에 카논 공작은 살짝 웃고는 어두워져 가는 창밖을 내다봤다. 이대로 3일 정도만 더 가면 수도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히히히힝!

수도로 향하는 길이 순조로웠기 때문인지, 모두들 편안한 모습을 하고 살짝 눈을 부치고 있었다. 수도로 향하는 길인만큼 안전지대였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똑...똑!

“공작 각하, 여기서 하루 밤을 묶어야 할 듯싶습니다. 두 번은 노숙을 해야 합니다.”

“알아서 하게.”

간간히 휴식을 취하며 달려왔기 때문에 피곤한 기색은 없었지만, 여행이라는 의식 때문인지 몸이 무거워 지고 있었다. 이미, 곯아떨어진 라나와 루시아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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