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탁...
평지다 보니, 사방이 뻥 뚫린 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혹시 모를 짐승들을 피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다. 넓게 진형을 유지한 기사들을 중심으로 전투력이 없는 하녀들과 시종들이 기사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케실리온과 루시아, 라나가 가장 어린 나이기 때문인지, 모닥불의 중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미, 잠들어있는 루시아와 라나는 잠에 빠진지 오래였고, 밤하늘에 뜬, 둥근 두 개의 달이 넓은 평야를 비추고 있었다.
“원래 잠이 없는 것이냐, 케실리온.”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고 있던 케실리온은 문득 물어오는 카논 공작의 말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다. 빛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시각을 찾기란 어려웠지만 금세 적응이 된 것인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모닥불 때문인지 붉게 비치는 공작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 여행하는 것이라 그런지 잠이 안 오네요.”
“후후, 그래...그러면 여행동안이라도 잠깐 나에게 검을 배우지 그러냐. 혼자 있기 심심 할 테고, 밤은 기니까.”
카논 공작은 옆구리에 매고 있는 검을 살짝 들추며, 케실리온에게 물었다. 그의 눈빛에 살짝 흔들리던 눈을 바로 잡은 케실리온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답은 나와 버렸다.
“네, 역시 가만히 있는 건, 시간 낭비 일 테죠.”
“케실리온! 스승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차라리 마법을 배우는 게 좋지 않아?”
케실리온의 말에 잠자코, 마법진을 그리던 페이린이 흘겨보며 소리쳤지만 이미, 카논을 따라, 조금이라도 있는 수련 장소로 몸을 옮긴 뒤였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등을 돌린 케실리온에게는 보일 리가 없었다.
기사들은 카논 공작이 직접 가르친다는 말에 눈을 빛냈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조용히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여기가 적당하겠네.”
“검술 수련이라면 검이 필요할 텐데...?!”
“하하, 보통 그렇게 생각 할 테지. 검술의 기본은 역시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카논은 직접 케실리온의 몸을 찰피며, 아직 검을 잡을 대가 아니라고 말했다. 실상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인지, 검을 잡을 정도로 수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기초 체력을 만들어야 목검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루시아 아가씨는...”
“아카데미에서 뭘 좀 배웠다고, 목검을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터울뿐인 검술이다. 물론, 기초 체력은 어느 정도 있겠지만, 검을 잡기 위해서는 팔의 근력과 하체의 중심이 중요하다.”
찌릿!
공작의 말에 다시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잠잠해지며, 단편적인 수련 방법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떠오르는 수련법은 딱히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카논 공작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자세를 취했다.
“이 방법은 선조인 로한 공작께서 하신 방법으로 모든 검을 잡는 자라면 다 하는 수련이지, 대부분 이 수련은 마보(馬步) 자세라고 하지.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수련이 하체와 체력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공작의 상세한 설명에 케실리온은 살짝 무릎을 굽히며,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데 있어, 허리와 굽어진 다리가 관건이라는 말을 하는 카논 공작의 말처럼, 아릿하게 전해지는 고통에 케실리온은 땀을 흘렸다.
털썩!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 공작은 케실리온의 손을 잡아끌며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 방법으로 최소한 30분은 견뎌야, 상대의 검격을 받아 낼 수 있지. 하체의 힘과 팔의 힘으로 검을 쳐 내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검술의 기초.”
“하하, 이거 힘든 데요.”
“어려운 만큼 검술에는 도움이 되지, 자 봐라.”
스르릉!
어렵다는 듯이 웃고 마는 케실리온을 보며, 카논 공작은 수수한 롱 뽑아 들었다. 검에는 공작가를 상징하는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다. 그 중심으로 이상한 글자들이 나열 되어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쓸 것은 못되는 것 같았다.
슈아악!
하체를 시작으로 검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짧은 파공음이 울려 퍼지며, 검은 빠르게 회수되었다. 너무나 빠른 검식에 케실리온은 짧은 잔영만 눈에 비칠 정도였으니 할 말은 다한 셈이다.
“하체와 팔의 근육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이런 식으로 짧게 끊어 칠 수도 있지.”
슉!
다시 한 번 그 방법으로 내려치는 검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할 말을 잃었다.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워낙 빠른 움직임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보이지도 않았어.”
“하하, 수련만 열심히 한다면 이 정도는 잘 해닐 수 있을 게다. 보통 검을 잡는 사람들이라면 이정도 속도는 기본이지, 보거라. 저기 검을 휘두르는 기사가 보이지?”
“예.”
“자세히 보면, 하체를 중심으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을 게다. 검을 휘두르는 검사라면 수백 번, 수천 번은 휘두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한 것이지, 결투를 하는 와중에 체력이 바닥나 검을 휘두르지 못하면 낭패가 아니겠니?”
그제야 케실리온은 공작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체력을 바탕으로 시작해야, 검을 잡음으로써, 휘두르는 횟수와 상대를 대적하는 데 있어서 밀리지 않을 수 가 있는 것이다.
“이제 알았으면, 검을 잡기 전 체력을 수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구나.”
“그럼 역시, 아까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그럼, 그렇지!”
카논 공작의 설명을 다 들었기 때문인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케실리온은 그 마보라는 것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또 잡았다.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보라는 것이 머릿속을 꽉 메우고 있었다.
아련히 전해지는 이상한 기억에 케실리온은 서글퍼지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수련에 그 잡념을 털어 낼 수 있었다.
“하악...하악...”
잠깐 했을 뿐인데, 숨이 차고 있었다. 솔직히 체력이라면 자신 있었던 케실리온이다. 많은 시간 동안 청소와 중노동(?)으로 단련된 자신이 아니었던가. 이런 작은 방법으로 등이 축축해 질정도로 만드는 이 마보라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헥...역시 힘들 때는 그 숨쉬기를....”
케실리온은 몸이 지치거나 심신이 피곤 할 때 하던, 숨쉬기를 하기 위해 평야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뜻 떠오르는 기억대로, 이상한 자세로 자리를 틀고 앉은 케실리온은 살짝 눈을 감으며,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달빛의 음기를 받아 들였다.
2계인 라덴계는 전 차원을 통틀어 유일하게 2개의 달을 가지고 있다. 붉은 색의 달은 스칼렛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고, 푸른색의 달은 쥬얼이라는 명칭의 달이었다. 이 달들은 10년을 주기로, 한 번씩, 전월(前月)이라는 것을 하는데, 전월이란, 한쪽의 달이 다른 하나의 달을 가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10년에 한 번이라는 진귀한 현상이지만, 그 현상은 참혹한 상황도 일어 날 수 있다. 붉은 달이 앞선다면, 몬스터들의 광기와 공격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기가 된다. 그리고 푸른색의 달인 쥬얼이 앞선다면, 몬스터의 힘이 극도로 낮아지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상반되는 두 달이 떠 있기 때문에 인간과 몬스터, 그리고 이종족의 균형 또한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점점 합쳐져 가는 두 달은 스칼렛의 달이 전월을 하게 된다.
“흐음...저 아이, 특별한 마나연공법을 사용하는 군.”
멀리서 케실리온을 관찰하고 있던, 카논은 하늘에 떠 있는 달로부터 쏟아지는 한기(chill Or Cold : 寒氣)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마법사들이나 하는 마나연공법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 자연히 페이린에게 시선이 가는 카논이었다.
“페이린, 설마 마나연공법을 가르친 것인가? 내가 누누이 말했을 텐데. 저 아이는 검을 잡을 것이라고!”
카논 공작이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일그러진 모습에 화를 많이 삭이는 모습이었다. 붉게 변한 얼굴에 어리둥절한 것은 페이린 역시 만찬 가지였다.
“무슨 소리야! 마나연공법 따위 가르친 적이 없어. 하프 드래곤은 본래부터 자기 속성에 맞게 적지만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평범한 인간과 달라!”
“저게 안보이나? 눈에 보일 정도로 마나를 축적하는 마나연공법이!”
스칼렛과 쥬얼에서부터 뿜어지는 음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케실리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기사들이 모여 있는 무리에서도 술렁거림이 시작 됐다.
“확실히 저번에 보기는 했지만, 설마 계속해서 저 위험한 방법을 사용 할 줄이야.”
“뭐야, 그러면 네가 마나연공법을 가르쳤다는 말이 되는 거잖아?!”
“가르치긴 했지. 하지만 하는 모습을 못 봤어. 별채에 있을 때, 매일 저 아이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고.”
카논 공작은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듯 화를 삭이고 있었지만, 페이린의 행동에 더욱 화가 나고 있었다. 별채로 오기 전부터 이야기가 오갔지만, 마나연공법을 가르친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늘에 떠 있는 스칼렛과 쥬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아이라. 역시 하프 드래곤이라 그러겠지. 나 역시 불의 기운을 받아들이잖아?”
“하지만 만에 하나, 검을 배우는 데 있어 지장이 된다면 네 녀석의 잘못이다.”
“그놈의 검술이 뭔지...참!”
페이린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모닥불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더 이상 화를 삭이고 있는 카논을 상대하기 싫다는 모습이었다.
카논 역시, 더 이상 상황을 악화 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케실리온에게 시선을 주며 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여전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나연공법을 하고 있는 케실리온의 모습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대체, 저 마나연공법은 누가 가르쳤다는 말인가!”
이상한 모습을 하고선, 마나연공법을 하는 모습은 카논 자신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저 황당한 마나연공법이 효과는 대단 한 것인지, 엄청난 속도로, 한 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점점 음기를 받을수록, 케실리온의 몸은 은빛의 광채가 뿜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광체는 새벽의 여명이 열리는 순간 까지 계속 되었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그렇게 해서 언제 복수 할 수 있겠나. 좀 더 힘내 보게.”
“으윽, 젠장! 이딴 수련 반드시 해내고 말겠어.”
[뭐지. 난 분명, 숨쉬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주위를 둘러보니, 멋진 정경이 어린다. 여러 가지 색깔의 꽃들이 만발한 곳이었다. 어리서부터 시작 된지 모르는 물줄기와 파릇파릇하게 물 위로 떠오르는 물고기들, 작지만, 의외로 이곳에 어울리는 집아 한 채 있었다.
케실리온은 두 명의 남자가 수련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몸은 투명해 져 있기 때문인지, 두 명의 남자에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하는 행동은 아까, 카논 공작이 가르쳐 준, 모습과 비슷했다.
마보(馬步)라는 자세를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기사들에 비해 유약해 보이는 모습의 근육을 하고 있는 모습, 게다가 두 명은 자신과 같은 검은 머리가 아닌가. 무뚝뚝하게만 보이는 사내와 수련을 도우고 있는, 보고만 있어서 편안해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후욱...후욱, 겨우 채웠다.”
벌써 30분이 넘는 시간을 마보로 버틴 사내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케실리온 자신이 행하던, 숨쉬기를 하며, 눈을 감고 있었다.
우우웅~
형형히 보이는 은빛의 무리가 사내의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로부터 머리 위에 솟구치는 은빛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주위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의 주위를 떠돌던, 벌레들은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20센티미터 가량 하늘로 치솟은 후에야, 사내는 눈을 떴다. 그 순간 눈에는 은빛의 정광이 서리다 사라져 버렸다. 언뜻 보기에는 파란빛을 띠고 있었지만 대부분 은빛이었다.
“자네, 마령심법(魔靈心法)의 성취가 뛰어나군. 벌써 4성의 경지에 오른 것 같아. 나의 무공이 아니지만 느껴져.”
“후후후, 그런가? 언뜻 단전에서 기운이 뭉쳐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군.”
두 명의 사내가 말하는 것은 거의 다 알아듣지 못했다. 마령심법이라는 것은 숨쉬기를 지칭하는 말 같았지만 뜻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다가, 4성이라는 것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알아들은 것보다 알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아참, 그리고 자네가 알려준, 검법을 정리했네.”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동물의 가죽을 앞의 사내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 것을 유심히 살펴보던, 사내는 몸을 틀어,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이 케실리온이 서 있던 장소였기 때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몸을 뚫고 지나가는 사내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풍운지, 대신 펼쳐 줄 수 있겠나?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 같군.”
“좋지. 얼마고 펼쳐주지.”
챙!
척 보기에도 좋은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은광을 내뿜고 있는 검이 풍운지라는 사내의 손에서 뽑혀 나왔다. 짧게 뽑아든 사내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평범하게 내려찍는 모습의 검식이다. 카논 공작이 하던 모습과 비슷했지만, 풍운지라는 사내가 펼친 검은 단순히 내려찍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한 번에 수십의 파공음이 들려오며, 대기를 가를 듯 한 소음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푹!
곧, 이어지듯 다음 행동을 취하며, 검을 바닥으로 찔러 넣었다. 케실리온에게는 단순히 찌르는 모습이었지만, 두 명의 사내에게는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중요한 의식이라도 있는 것인지, 잠시 행동을 멈추고는 다시 검을 땅에서 뽑아 올렸다.
“다음 초식은 유(流)!”
풍운지라는 사내가 춤을 추듯이 검법을 펼쳤다. 순간 기운이 몰리는 것인지 바람의 검을 타고 흐르며, 삽시간에 주위에 폭풍과도 같은 바람을 토해냈다.
후우웅!!
“자네의 검초에는 담을 수 없는 검이 없네. 쾌(快), 중(重), 유(柔), 그리고 마지막 검법이 담고 있는 필(必)의 검초, 살(殺) 이 4초식으로도 평생가도 깨닫지 못할 깨달음이 숨어 있네.”
“역시 만오(萬悟 : 만 가지의 깨달음)라는 건가? 나의 아버지도, 그리고 선조 역시 걸어왔던 길...만오.”
풍운지라는 자가, 마지막 검초라는 것을 펼치고는 어둑해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좁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기에 두 사람은 묘하게 떨고는 수련을 하던 장소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숨쉬기에 유심히 두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꾸는 꿈에 나오는 자들, 언뜻 언뜻 흐리게만 보이던 얼굴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유약하지만, 굳건한 의지가 느껴지는 조제현이라는 자와, 바람처럼 흩날리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풍운지라는 사내는 늘,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
매일 꿈속에서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수련에 지칠 법도 하건만, 조제현이라는 자는 군소리 없이 수련에 몰입하며,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고 있었다.
[만약, 나에게 저런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면.... 혹시 나의 엄마도 죽지 않았을 까?]
케실리온은 슬픈 듯이 중얼거렸다. 짧은 생각에 벌써 수련이 끝 난 것인지, 풍운지라는 사내는 눈을 번쩍 뜨며, 제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제현의 몸에서는 아까 보아오던 것과는 다르게, 어떤 빛도 내뿜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1미터나 넘게 떠오르며 입이 살짝 열렸다.
“만오(萬悟)”
짧은 말로써 제현이라는 자의 숨쉬기는 끝을 맺었다. 하지만 눈빛은 한 없이 깊어져 있었다. 마치, 뛰어난 학자가 무언 가를 깨달았을 때, 보이는 눈빛이라는 것 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눈동자가 짧게 은빛으로 반짝이며 사라져 버렸다.
“하하하, 자네는 알다가도 모른다니까. 가족이라는 말을 했을 때, 이상한 깨달음을 얻지 않나. 검식을 보자마자, 또 이상한 깨달음을 얻는 군. 인간이 깨달아야 할 모든 것을 깨달을 작정인가?”
“만 가지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조씨 가문이 추구하는 목적, 그래서 만오라는 개파를 만든 것이다. 가문의 선조인 송악조사께서 만오공파를 만듦으로써, 조 씨 중에서도 특이한 개파가 생겨난 것이다. 삼송 중, 조송악의 가문 만이, 만오문의 당주로 오를 수 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두 명의 사내를 보자, 언뜻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잡다하게 떠오르는 수련법과 저들이 펼쳐낸 검법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온 몸이 뜨거워졌다. 게다가 숨쉬기의 명칭이 마령심법(魔靈心法)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크으으윽...!]
모든 것이 머릿속으로 떠오르자, 케실리온은 한줌의 바람이 되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휘이잉!
“여전히 이곳은 선선한 바람이 드는 군.”
“아무렴, 나, 풍운지가 선택한 명당인데. 하하하!”
“풍운지! 오늘은 맛있는 물고기 반찬으로 하지!”
“.....앞으로 일 년 간 풀 반찬뿐이야.”
두 명의 사내의 웃음소리가 케실리온의 귓가로 울려 퍼지자,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하며, 온몸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제현이라는 사람의 마음이 케실리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사부라....그것도 좋을 지도? 훗!
그것을 끝으로 케실리온은 두 명과 동떨어지며,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