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화 (143/269)

“벌써 몇 시간째, 저 상태인가!”

카논 공작은 여전히 은빛의 광채를 내뿜는 케실리온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혹여 위험하지 않을 까라나는 생각이 카논 공작의 생각이었다. 그런 카논 공작의 모습에 페이린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휴...너무 걱정 하지 말라고, 보아하니, 스텟컴플릿의 단계에 접어 든 것 같아. 마법사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현상 말이야.”

“스텟컴플릿?”

“그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한 단계의 상승을 두 단계 상승시키는 것, 경지의 상승을 말한다. 너희 검사들을 치자면, 익스퍼트 상급 정도에서 마스터로 도약하는 정도랄까.”

“허....”

스텟컴플릿, 다른 식으로 풀이하자면, 무아지경(無我之境)을 뜻한다. 그런 대단한 것을 케실리온이 펼친다는 생각에 페이린과 카논 공작은 물론, 잠이 덜 깬 채 투덜거리고 있던 루시아와 라나까지, 모두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야 그렇다 치고, 기사들은 갑작스런 현상에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도 그런 현상을 격지 못한 것을 저런 아이가 격고 있다는 생각에 질투심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솨아아-

휘이잉!

케실리온을 중심으로 은빛의 휘강이 퍼지자, 잠시의 고요가 펼쳐졌지만 다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일행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페이린, 저것도 스텟컴플릿에 들어가나?”

“아니, 보는 것도 몇 번 없거니와, 저런 현상은 처음 봐.”

공중으로 치솟은 케실리온의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서서히 눈이 떠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천천히 뜨여지던 눈이 빠르게 떠지며, 정신을 휘어잡는 안광이 폭사했다.

“꺄-”

루시아와 라나는 짧은 비명을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럭저럭 버티는 것인지 케실리온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후...어라? 뭐하고 계신 것인지...”

케실리온이 눈을 뜨고 처음 한 말이었다. 이미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아챈, 케실리온은 상쾌한 느낌에 기분 좋게 시작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에 의문은 표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하, 공작님, 그 수련, 마보라는 것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매일 할게요.”

케실리온은 짧게 인사를 한 후, 어제 했던 마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새벽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켰다. 평야라 그런지, 약간의 한기가 들었지만, 케실리온에게는 그저, 푸근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허허, 아침이나 들고 수도로 향하지.”

카논 공작의 말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과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수도를 향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오늘 정도만 노숙을 한다면, 다음 날 부터는 따뜻한 여관에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기쁜듯했다.

케실리온의 일을 모두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루시아와 라나가 케실리온에게 들러붙으며 그 현상을 설명하라고 했지만, 케실리온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튼, 케실리온은 새롭게 알게 된, 숨쉬기의 이름과 검을 잡기 위한 잡다한 수련, 그리고 만오에 관한 것과 그 검법인 4개의 초식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렇게 공작가의 사람들은 수도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이런 속도로 수도로 향한다면 3일 내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크르르..

날카롭고 듣기 거북한 몬스터의 으르렁거림이 귀청을 두드린다. 그 사나운 소리 사이로 쿵쾅거리는 사람들의 것으로 생각되는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긴장, 초조, 불안이 심장의 펌프질을 빠르게 했다. 기사들은 나름대로 긴장하며, 기사들의 수장인 라일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몬스터는 은빛 갈퀴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보통 늑대답지 않은 우람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웨어울프였다. 아침에는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밤이 된다면 늑대인간, 즉, 라이칸슬로프로 변하는 것이다.

매일 쌍월(雙月)이 뜨는 밤하늘에서 붉은 달인 스칼렛이 보름 달로 변하는 순간, 그들은 강대한 무적의 힘을 가질 수 있다. 스칼렛이 보름으로 변한다면, 그들의 재생능력, 신체기능이 2배 이상으로 강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야행성인 웨어울프가 낮에 움직이는 것이 이상합니다. 게다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수도 근방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것도....”

“라일, 웨어울프의 공격을 대비해라. 최대한,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라일의 말대로, 웨어울프는 야행성에다. 홀로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부류였다. 하지만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무리를 지어 수도로 향하는 공작가의 사람을 기습 한 것이다. 다행히, 먼저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게 맞닥뜨렸다면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녀들과 시종들은 눈앞의 존재를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으르렁거리는 웨어울프에 바닥에 주저앉기 일쑤였다. 게다가, 몬스터 중에서도 높은 위치의 먹이사슬에 있는 웨어울프의 모습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사가 당한다면 자신들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들은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이 무서운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를....

기사들이 언뜻 본 수 만해도 무려 이십 마리다. 말이 이십이지,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웨어울프는 무적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지방귀족의 기사단쯤은 순식간에 몰살시킬 정도의 무리였다. 

“포위당했습니다.”

“대기하게...달려드는 순간이 공격할 틈이야.”

이런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포위를 하듯 둘러싸자, 라일은 소드 마스터답지 않게, 초조한 기색을 비쳤다. 엄연히, 소드 마스터 역시 인간이다. 그리고 지켜할 존재가 많은 이상, 그의 검은 휘두르는 데 한정이 되어 있다.

웨어울프의 모습에 페이린이 두덜거리며, 좀처럼 꺼내 보이지 않던, 마법 지팡이 까지 꺼내들었다.

“짜증나, 수도에서는 뭐하고 있었던 거지? 웨어울프 무리라면 벌써 다른 곳에 피해를 입히기에 충분할 텐데?!”

“잔말 말고, 웨어울프를 처리할 만한 마법이나 준비해, 페이린!”

페이린의 곁에 있던 카논 공작이 검을 고쳐 쥐며, 낮게 뇌까렸다. 그 목소리에 잠깐 투덜대던 페이린 역시, 붉은 빛이 감도는 마나석이 박힌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그 지팡이는 보통 마법사가 쓰는 스테프가 아니었고, 짧은 스틱모양의 지팡이었다.

보통,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수련용 지팡이와 비슷했지만, 엄연히 페이린이 엄별해, 실전용으로 개량한 스틱 류의 전투 지팡이었다.

크르르!

더욱 입김이 뜨거워지고 있는 웨어울프의 모습이 언뜻 비친다. 케실리온은 그 무리의 모습에 살짝 몸을 떨었지만, 의외로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옆에 있는 라나와 루시아가 살짝 떠는 모습에 케실리온 역시 분위의 흐름에 따라 몸이 떨려왔던 것이다.

게다가, 저 진한 녹색을 띠는 웨어울프들의 눈동자가 마치, 케실리온을 잡아먹겠다는 듯이 사납게 빛을 내고 있었으니, 무섭지는 않더라도 몸이 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정면을 가려주는 카논과 페이린 덕분에 저 무시무시한 살기를 정면에서 받아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모두 집중해라. 개인잡담은 용납하지 않겠다. 각자, 진형을 유지하며 들어라. 웨어울프가 스물이나 된다. 모두 죽었다고 생각해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페이린님과 나! 카논 공작님이 계신다. 일정범위에 들어온다면 생각하지 말고 베어라!”

“하하, 단장님 너무 딱딱하게 굴지마세요. 긴장하면 더 검이 무뎌진다고요.”

“하하하! 준비하라!”

기사 단장 라일, 그는 뛰어난 기사(Knight)다. 하물며, 한 기사단의 단장의 직위 까지 꿰차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전투 술과 기사들을 다독이는 인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긴장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세 명의 강자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써, 생존의 폭을 넓히는 말을 함으로써, 동요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투쟁심과 긍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순간, 때를 기다리고 있던 웨어울프들이 난입하기 시작했다. 짧은 마법진이 살짝 발동하며, 웨어울프의 빠른 기동성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 마법진의 마법은 슬로우로, 일정 범위의 적의 속력을 낮추는 마법이었지만, 워낙 빠른 몬스터다 보니, 속도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크와앙!

“으앗!”

웨어울프의 큰 기성에 놀란 하인들은 질겁하며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넓은 평원에서 녹광의 인영들이 난입하며 기사들과 조우했다. 하지만 평원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선선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그 바람에 무릎까지 치고 올라온 이름 모를 풀들이 바람에 동조하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끼아아악

간간히, 하늘에서 먹잇감을 찾는 동물류의 독수리가 괴성을 지르며 비행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사람들의 공격 신호탄인지를 모르겠지만, 칼부림이 일어났다.

기습의 방문자들의 전신에 돋아난 은빛의 갈퀴와 사족(四足 : 4개의 발, 개발)에 달린 날카로운 칼날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부추겼다. 하인들은 신음에 가까운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거센 파공음에 기사들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쉐에엑!

캉!

기사들이 큰 동작으로 검을 베어내자, 웨어울프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처 내버렸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한 기사의 가슴을 물어뜯어 버리고 있었다. 강철로 무장된 기사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어 발겨버리는 모습에 몇몇 기사들은 치를 떨었다.

“크아악!”

“젠장! 모두 진형을 유지하라!”

오러로 둘러싸인 검을 튕겨낼 정도로 강한 강도의 발톱에 두려움이 일었지만, 기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몬스터 매뉴얼이라는 도감에 나오는 대로, 대처했다. 웨어울프는 기사의 검을 막을 정도로 강한 발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고 한들, 평범한 가죽을 가지고 있는 몸통에 오러를 이용한 공격을 받는 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아는 웨어울프들도 소극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눈앞의 인간들이 오러를 사용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뒤에 있는 나약한 인간들을 공격한다면, 이 진형이 깨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했다.

파파팟!

순간 몸을 틀며, 하늘로 뛰어 오른 수십의 웨어울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도약을 감행했다. 비정상적으로 네 개의 발의 은빛 갈퀴 털이 부풀며, 높은 하늘로 도약 한 것이다.

“하, 하늘이다. 막아라!”

한 기사가 당황하며 소리치자, 눈앞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던 웨어울프 들이 하늘에서 공격을 한다는 것을 알고 검을 위로 치켜세웠다. 그 순간, 홍염으로 불타오르는 빛이 페이린의 매직 스틱에서 뿜어져 나왔다.

“플레어(Flare)”

기사들이 웨어울프를 막아서는 동안 페이린은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긴 캐스팅을 마치고는 하늘로 뛰어 오른 녀석들에게 초고온의 플레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은 붉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적빛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화르륵...

케에에...

수십의 웨어울프가 내 뱉는 신음과 퀴퀴한 냄새에 기사들은 코를 틀어막았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크르륵!

높은 하늘이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하자, 웨어울프들은 급히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초고온의 플레어가 사용되었다. 무려 7서클! 홍염의 마법사다운 모습이었다. 페이린이 무슨 이미지를 떠올려 저런 마법을 펼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러 소드 마저 막아 내던 웨어울프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고약한 냄새를 뿌리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크아앙!

그나마, 생존해 있는 녀석들은 은빛의 갈퀴가 모조리 타 버리며, 붉은 화상을 만들어냈다. 마법 범위의 최대 외각에 위치한 녀석들이 그나마 목숨을 연맹 할 수 있었다. 그 무리들은 녹광을 내뿜던 눈이 급속히 사라지며, 몸을 틀어 초원의 저 편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타타탓!

웨어울프들의 빠른 판단 때문이었던지, 강한 7서클의 플레어에서 4마리나 되는 웨어울프들이 도망가고 있었다. 라일은 그 도망가는 웨어울프들을 잡기 위해 기운을 끌어 올렸지만, 이미 평원의 저 편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많은 풀들이 웨어울프들의 은닉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야생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 퀴퀴한 냄새를 맡고 찾아온, 동물류의 맹수들과 하늘의 지배자, 독수리가 지상으로 안착하며, 그을린 웨어울프들의 살점을 쪼고 있었다.

“이상해...저 정도의 지능은 없을 텐데? 게다가 낮이고.”

몬스터 도감과는 다르게, 웨어울프들은 지능적이었다. 동료들의 죽음을 파악하고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난다. 혹시 모를 다른 몬스터의 습격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도망간 녀석들은 포기할 녀석들이 아니야. 오늘 밤은 잠자기 틀렸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카논 공작의 말에 기사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웨어울프들에게 죽임을 당한 한 기사의 시체를 수습했다. 이대로 놓아두고 갈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죽어도 기사는 기사, 기사의 명예를 실추해서는 안 된다.

한 기사의 죽음으로 여행의 즐거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두 다시 출발 한다.”

다시 마차에 오른 일행들은 조용히, 각자의 생각을 즐겼다. 페이린과 카논 공작은 갑작스런 몬스터의 등장에 고심하는 표정이었고, 라나와 루시아는 기사의 죽음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 케실리온은 의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타인의 죽음을 많이 경험한 듯 한 눈빛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케실리온...넌 두렵지 않아? 그리고, 그 기사님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아?”

“두려워, 확실히! 하지만....모르겠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두렵지 않다는 말이 생각 나! 이렇게 몸을 떨리는 데...”

케실리온의 말에 주위의 사람들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노예였다는 것을 잘 아는 카논 공작과 페이린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소중한 이를 눈앞에서 보았다는 것을 그 노예 상들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다.

“불쾌해, 무언가...찝찝한 느낌.”

생생히 떠오른다. 불꽃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몬스터들의 눈빛,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듯 한 싸늘한 눈빛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끝까지 달려들겠다는 식의 눈빛,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다는 눈빛에 케실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해봐야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그만 잊 거라. 그리고 페이린, 혹시 느꼈나? 미약하지만....”

“응, 확실히, 무언가 웨어울프를 흥분하게 만든 느낌...”

두 어른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단 편적인 이야기로 추리는 불가능했다.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나와 루시아는 곧, 생각을 잊었다는 듯이 애써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제와 다를 바 없다는 듯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웃었다.

단지,

“라나, 역시 운이 나쁜 거겠지? 호호”

“호..호, 호 아가씨도 참!”

어색한, 웃음과 아까의 대화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예전처럼 신기한 것을 찾는 눈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루시아의 지루한 표정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언의 긴장감이 팽팽히 조여오고 있었다.

카논은 두 명의 여아가 애써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헛기침을 가볍게 한 후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큼, 저기 밖에 보이지? 오솔길 말이다. 예전에 루시아 네 엄마를 처음 만났던 곳이 저곳이란다. 그녀의 마차의 바퀴가 부서지는 바람에 그곳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지.”

“흥! 또 그이야기 예요?”

카논 공작의 말에 루시아는 코웃음을 가볍게 치고는 어색한 이야기도 끝이 나 버렸다. 오솔길의 곳곳에 보이는 산뜻한 향기에 진정이 되는 것인지 침묵 속에서도 불안을 떠는 기색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래, 저곳이 아루린과 처음 만났던 장소지.”

오솔길의 외각에 보이는 작게 파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움푹 파인 곳에는 과거의 흔적인지 모를, 작은 잔영이 남아 있었다. 카논은 애틋하게 그곳을 보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16살이던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어. 아카데미에서 본 그녀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도움을 구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첫눈에 반해버렸단다.”

“흥, 그래서 무려 6년을 쫒아 다닌 끝에야 결혼을 하셨고요?”

“허허, 그래, 말이 그렇게 되는 구나. 정말이지, 수없이 청혼했지만, 그렇게 거절하는 여인도 처음이었어.”

오솔길을 지나는 내내, 카논 공작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거나, 슬픈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종합해본다면, 아루린 마님을 무려 6년이나 쫒아 다닌 끝에야 결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황당함이 물들었다.

얼마나, 카논 공작이 싫었으면, 6년이나 프러포즈를 거절했을 까라는 생각이 케실리온의 생각이었다. 어쨌든 결혼을 했기에 루시아가 있는 것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페이린님은 그런거 없나요? 누군가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거나.”

“호호, 너무 많아서 생각조차 나지 않아.”

라나의 물음에 페이린은 살짝 간드러지는 웃음을 흘리고는 대답을 회피하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 곳에 숨은 비리가 있으리라!

“페이린 뭘 그렇게 숨기는 거지? 너의 성격 때문에 접근도 하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 그리고 겁에 질려 도망간 녀석들도 많았지.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하하하!”

“뭐야? 내가 뭘 어디가 무서워!”

두 어른의 공방전에 세 명의 아이들은 아까의 불화를 잊은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차를 호위하던 기사들도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집중 하고 있었다. 간간히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가리며 킥킥 거리는 자도 있었다.

“으윽...”

“왜 그래, 케실리온! 또 머리가 아픈 거냐?”

갑자기 신음을 흘리는 모습에 페이린이 걱정 되었던지, 손을 뻗어 케실리온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여전히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푹 숙인 케실리온의 모습에 모두들 의아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케실리온.”

“카논, 사실 종종 저럴 때가 있어. 가끔 가다, 저런 현상이....어디 아픈 것은 아닐 텐데.”

카논 공작이 놀라서 페이린을 돌아보며 물었다. 페이린이야, 자주 케실리온의 모습에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간혹 자다가도 저런 현상을 겪는 케실리온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하아...괜찮습니다. 가끔, 두통이....”

케실리온은 아직도 찌릿한 머리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또 떠올라 버린 것이다. 이상한 환영이 스치듯 지나가며, 가슴이 아랫 해졌다.

‘조제현, 난 널 좋아해. 정말이야.’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세상이 얼어 버린 것인지 눈이 사방을 휘감고 있었다. 예전처럼, 풍운지라는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찔한 절벽을 쳐다보며, 슬픈 듯 내려다보는 제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무심하게 등도 돌리지 않은 채, 절벽아래를 유심히 살피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뻣뻣하게 굳어 버린 듯이 볼이 살짝 씰룩이더니, 싸늘하게 입을 열며, 의문의 여자를 경계했다.

‘돌아가라, 어차피 내일이면 이런 모습도 보지 못할 테지.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 게 좋을 거다. 난 죽음을 각오 했으니까.’

제현이라는 남자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하늘은 진눈개비를 흩날리던 곳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여자를 보며 옅게 웃음을 터뜨리는 제현이었다.

‘하하, 컨트롤 웨더다. 살아있다면 네가 거처 갈 마법이지.’

그렇게 제현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것으로 케실리온의 정신은 돌아왔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기억이...”

“응? 뭐라고 했니? 케실리온.”

기억이 일 때마다. 알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치,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듯 단편적으로나마,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어떨 때는, 전쟁터에서, 어떨 때는 알지 못하는 집에서, 어떨 때는 회색의 공간에서... 차곡차곡 쌓인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얼거림에 페이린은 케실리온이 어디 아프지 않을 까 하고 물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모습에 걱정을 덜었다.

똑똑똑!

“공작 각하, 앞에 카이룬 공작의 소유로 보이는 마차가 정차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들도 이곳에서 노숙을 해야 할 듯합니다.”

“역시, 오늘은 여기 까지 인가? 아무튼 수고 했네, 카이룬 공작은 몬스터의 습격을 받지 않았나 몰라.”

카논 공작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 거리고는 어둡게 변해, 차갑도록 시린 빛을 내뿜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두 개의 달이 떠 있었고, 붉은 달이 만월을 나타내듯 꽉 들어차 있었다. 스칼렛의 만월이다. 이날이면 웨어울프의 능력이 두 배로 상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역시, 혼자 보다는 뭉치는 것이 웨어울프를 피하는 방법이겠지.”

카논 공작은 스칼렛이 만월이라는 것을 알고 씁쓸하게 웃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마침, 앞서 대기하고 있던 마차의 문도 열리며, 카이룬 공작으로 보이는 자가, 카논 공작의 앞에 섰다.

수도로 향하는 여행, 의문의 습격

  

“저런! 카이룬 공작님, 다치셨군요.”

카논은 최대한 걱정하는 표정으로 카이룬을 돌아봤다. 오른팔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다. 그 공작의 모습에 카이룬 공작가의 기사들은 걱정하는 얼굴로, 자신의 주군을 돌아봤다.

“허허, 괜찮네, 그놈의 웨어울프들 때문에....”

“또 웨어울프군요. 저희도 습격당했습니다. 이럴 때 모여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군요.”

페이린이 카이룬 공작의 상처를 살피고는 치유마법을 이용해, 급한 외상은 치유 할 수 있었다. 곧, 저녁 식사 겸, 노숙을 준비를 시작했다. 카논 공작과 카이룬 공작가의 합동 노숙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파티를 나누어, 두 개의 모닥불을 피웠다.

노란 불빛이 일렁이는 두 대의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당연히 카논 공작의 문향이었고, 다른 하나는 카이룬 공작가를 상징하는 늑대의 형상을 띠고 있는 문양이었다. 은빛의 갈퀴가 멋들어지게 늘어진 곳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은빛에 반사되어 싸늘하게 빛나는 3대 공작의 중립파 귀족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시죠.”

기사의 말에 두 공작은 모닥불 앞에 섰다. 언뜻 비치는 카이룬 공작의 눈동자가 녹광으로 비치는 것은 착각일까. 순식간에 사라진, 눈빛에 기사는 머리를 흔들었다. 의심의 여지를 지우고, 공작들에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스프를 건넸다.

아무리 고위급 귀족이라 할지라도, 여행이라면, 부실하게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두 공작은 불만 없이 그 음식을 받아 들고는 조용히 배를 채웠다.

“케실리온, 넌 안 먹을 거니?”

“생각이 없네요.”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케실리온은 살짝 입맛이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요즘 들어 자주, 머리가 아파오고, 온몸이 차가워진다. 이것을 두고 성장 통이라고 하는 페이린을 어처구니없게 쳐다본 케실리온은 차갑게 흐르는 쌍월을 쳐다봤다.

“페이린님, 보름달이네요. 그것도 스칼렛의 보름.”

“호호, 왜, 걱정되니? 웨어울프들이 흉폭 화 되는 밤이라?”

“아니요. 왠지...속이 울렁거려서.”

힘없이 중얼거리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페이린은 생각 없이 옆에 털썩 앉았다. 주위의 기사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서소를 경계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의 선을 그으며, 공작과 공작의 뒤편으로 섰다.

“허허! 재수도 없지, 두 공작이 웨어울프 한 테, 당하기나 하고 말일세.”

“재수도 없었지요. 그런데 카이룬 공작가의 기사들은 별 피해가 없었나 봅니다.”

“운이 좋았네. 다행히 나로 그쳤지만....”

“기사로써 주군을 지키는 것이 도리일 진데....의무를 다하지 못했군.”

카논 공작의 말에, 카이룬 공작의 뒤에 있던 기사들은 꿈틀거리는 미간을 좁히고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혀를 차며 케실리온에게 육포를 건넸다. 주위의 시종들이야, 관심 없다는 듯이 자신들끼리 조용히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하, 자네는 기사 하나가 죽었다더군? 지휘자로써 자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럴 리가요. 카이룬 공작님.”

두 공작이 서소를 헐뜯는 모습에 두 기사단은 조용히 신음을 터뜨렸다. 간간히, 수련이 부족한 젊은 기사들이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이봐요. 두 공작씨,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야? 너희들만 사용하는 자리야?”

보다 못한 페이린이 나서자, 두 공작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황제에게까지 저런 말투를 하기 때문에 두 공작 역시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카논은 카논 나름대로, 페이린은 페이린 나름대로, 카이룬 공작을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저 화상은 웨어울프에게서 입을 만한 상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고온의 플레어에 당한 것처럼 그을린 상처! 그것을 알아챈, 페이린이 매직 마우스로 카논에게 알린 것이다.

스칼렛의 만월이 뜬 밤! 유심히 지켜보면 알 것이다. 중립파의 주축인, 카이룬 공작인만큼, 쉽사리 의심을 하는 수는 없었지만, 일단 경계를 해야 했다.

우오오오오!!

순간, 멀리서 웨어울프의 울음으로 보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칼렛의 만월답게, 스산한 광기가 느껴진다.

“공작 각하, 웨어울프입니다.”

“알고 있네, 페이린, 부탁하네.”

카논 공작은 침착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다시 긴장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든 일행들은 짧은 숨을 토해내며, 숨을 삼켰다. 다시 둥근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전투력이 없는 이들은 뒤로 물리며, 둥근 원형의 진형을 짰다.

“이곳에 숨을 만한 곳이 있던가?”

“없습니다. 몸을 숨길 정도의 구형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카논 공작의 말에 기사는 조용히 뇌까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바닥을 울리는 마찰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녹광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십여 개의 눈동자, 다섯 마리였다.

크르르...

침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다섯 마리의 웨어울프들이 두발로 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밤마다 변하는 늑대인간의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에 배의 전투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스칼렛의 만월!

웨어울프들은 지금, 엄청난 전투력을 소유 한 것이다.

“만월이다. 모두 처음부터 오러를 사용하라.”

“옛!”

카논 공작의 지시를 받은 공작가의 기사들은 조심스럽게 익스퍼트의 경지를 일컫는 오러 소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라일은 오러 블레이드를 강하게 뿜었다. 물론, 카논 공작 역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기사중의 기사라고 불리는 카논 공작인만큼, 그의 검술 실력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간간히 오러 소드를 내뿜는 카이룬 공작도 긴장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카이룬 공작께서는 뒤에 계시지요. 기사인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허허, 무슨 소리를...왕년에 나도 기사였다네.”

카논 공작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카이룬 공작의 모습에 카논 공작은 약간 긴장을 풀었다. 솔직히, 카이룬 공작이 웨어울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페이린의 말에 동한 것도 사실이었다.

쿠와아앙!

양손에서 돋아난, 날카로운 다섯 개의 발톱에서 붉은 기운이 스산하게 솟아올랐다. 오러다. 분명 오라였다.

“다, 단장님! 웨어울프가 오러를 사용하는 몬스터였습니까.”

“침착해라. 그래봐야 몬스터다.”

동요하는 기사단원들을 본, 라일은 침착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이용해 웨어울프를 공격했다. 마스터답게, 웨어울프의 복부에 찔러 넣은 뒤, 옆으로 살짝 물러났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수복하는 웨어울프의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엄청난 속도의 수복(자가 치유)능력이군.”

“비켜, 라일!”

뒤에서 들려오는 페이린의 말에 라일은 몸을 틀었다. 잠시후, 그 자리에서 폭발하듯 튕겨나가는 웨어울프들이 보였다.

꽈꽈꽝!

익스플로전(Explosion)이었다. 파편을 고려해, 최대한 범위를 좁게 한 마법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라일뿐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웨어울프들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께게갱!

웨어울프들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그렇다고 그들이 도망갈 생각은 없는 것인지, 더욱 밝은 녹광을 토해내고는 빠르게, 몸을 비틀며,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긴 발톱이 기사들의 몸을 꿰뚫어 버렸다. 오러를 사용하는 만큼, 웨어울프들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했고, 기사들은 간단하게 격퇴시켜 버렸다. 점점 좁게 몰려드는 기사들의 모습에 하녀들과 하인들은 긴장한 모습을 하며 벌벌 떨었다.

“케실리온, 안심해, 넌 내가 지켜 줄게, 7서클 대 마법사를 믿을 라고.”

꾹..

케실리온은 페이린의 옷자락을 꾹 쥐었다. 이미, 뒤에는 라나와 루시아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웨어울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더럽게 흐르는 침에 더욱 큰 두려움이 일어났다.

카아아악!

웨어울프의 괴성을 시작으로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나약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웨어울프의 날카로운 발톱에 머리가 쉽게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머리가 떨어져 내린, 기사들은 침음 성을 터뜨리기 전에 닥쳐오는 몬스터의 모습에 긴장하며, 검을 들어올렸다.

지금껏 배워온, 검술이 소용없는 것인지,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이란, 같은 병기, 같은 종족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몬스터들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을 따지고 본다면, 용병이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 상식마저 뒤엎는 존재였기 때문인지, 조금씩 불어나는 웨어울프의 수를 줄여 주고 있었다.

“페이린! 아직 멀었나?”

“젠장! 기다려, 저 녀석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어야 해!”

“알겠다. 내가 나서지!”

카논 공작은 페이린의 말에 더욱 강한 금빛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며, 웨어울프들의 사이로 뛰어들 준비를했다. 하지만 라일이 나서며, 공작의 앞을 가로막았다.

“공작 각하, 제가 나서겠습니다. 공작 각하께서는 중요하시고 고귀하신 분! 제가 나서야 마땅합니다.”

“라일! 무슨 소린가.”

“공작 각하께서는 이끌어야 할, 공작가가 있습니다.”

라일은 끝끝내, 자신이 나서겠다며, 오러를 더욱 거세게 내뿜으며 웨어울프들의 사이로 뛰어 들었다. 시선을 끌기 위해, 큰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다.

캉!

푸확!

큰 동작에 검에 꽂힌, 웨어울프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동료를 부르겠다는 듯이 울음을 토하고는 다시 상처를 수복하기 시작했다.

“페이린님! 지금입니다.”

“뒤로 물러서!”

동료의 울음을 들었기 때문 인지, 웨어울프들이 라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페이린의 음성이 울려 퍼졌고, 라일은 지체하지 않고, 빈틈으로 몸을 날렸다.

“라그나 블라스트(Lagna Blast)”

화르르륵!

고온의 화염, 역 오망성에서 시작된 불길에 웨어울프들은 별 모양의 오망성 속에서 가쳐 버렸다. 오망성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성되며, 웨어울프들을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끼에엥!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는 오러도 소용없는 것인지, 몸부림을 치며, 불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허탈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기사들과 하인들은 긴장의 끊을 풀었다.

“어둠의 마신, 데카스, 그대의 종, 카이룬이 빕니다. 어둠의 불꽃을 내려주소서.”

모두, 타오르는 불길을 쳐다보는 데 어념이 없어, 어둠의 자락에 숨어, 주문 같은 말을 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둠의 마신, 데카스를 상징하는 죽음의 불꽃이 지상에 피어 나기 시작하자, 곧, 그 불꽃이 페이린의 마법속으로 융화되어 갔다.

카아앙!

“나의 종, 웨어울프 너의 힘을 보이 거라.”

카이룬의 눈은 녹색의 광체를 뿜어냈다. 그 순간, 웨어울프들의 비명이 잦아 들기 시작하더니, 은빛의 갈퀴가 검은 빛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그나 블라스트를 갈기 갈기 찢어 버리고는 스산한 광기를 토해냈다.

찌지직!

“카논! 마법이 캔슬 되고 있다. 뒤로 물러서!”

“헉! 케실리온! 뭐하고 있느냐!”

페이린의 음성에 카논 공작은 모든 사람들을 뒤로 물리며,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경악하며, 소리를 쳤지만, 역 오망성을 뚫고 나타난 웨어울프의 모습에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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