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269)

“넌 누구냐, 넌 누구야. 케실리온이 아니지.”

“나 말인가? 후후...어리석은 것들, 이 몸은 원래부터 나의 것. 케실리온이라고 불린 녀석은 나의 나약한 마음 중하나. 난, 지옥에서 올라온, 조제현이다.”

페이린은 떨리는 손으로 케실리온의 작디작은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작은 케실리온은 여유롭게 그 손을 쳐 내고는 입을 열었다. 마치, 마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싸늘하며, 음산했다. 목소리는 어린아이와 같이 않게 즐겁다는 듯이, 흑색의 웨어울프의 피가 쳐다보며, 흥분한 목소리였다.

그 모습에 고개를 좌우로 흔든 페이린이 소리쳤다.

“뭐라고? 케실리온을 돌려줘!”

“웃기지마. 이 몸은 원래 나에게 약속된 것이다. 그깟 과거의 마음 따위, 나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어리석은 2계의 마법사여.”

케실리온이 변했다. 따뜻한 웃음을 주던, 아이가 전혀 표정이 없는 것처럼 무표정했기 때문이다. 웨어울프에게서 살아난 사람들은 케실리온의 변한 모습에 당황 한 듯했다. 라나와 루시아는 울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케실리온을 부르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싸늘했다.

“시끄럽다. 마혈을 집기 전에 그치도록!”

고운 이마가 좁혀지며, 케실리온은 마차의 지붕으로 올라탔다.

“크큭, 집사라? 재미있군. 너희의 인형이 되어 주마.”

그 모습을 끝으로 케실리온은 밤이면 밤마다 하던, 명상을 시작했다. 예전과 다르게, 더욱 거센 기운이 퍼지며,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케실리온....널 변하게 한 것 뭐니...”

페이린은 아까의 전투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        *       *

“크와아앙! 인간! 인간이다!”

웨어울프는 놀랍게도 말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다는 듯이 두리번거리던 웨어울프의 시선이 아래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케실리온에게 향하자, 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 아이에게 손 대지마라!”

“젠장, 홀드 퍼슨(Hold Person)”

페이린은 어울리지 않게, 욕을 내 뱉고는 홀드 퍼슨을 사용했다. 강제로 몸이 속박된 변종 웨어울프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앙! 죽여 버리겠다.”

찌지직!

7서클의 강력한 홀드 마법에 근육이 찢어 질 듯 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곧, 웨어울프는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해 앞에 멍하니 있는 케실리온의 온 몸을 난도질 하듯 베어 버리고는 뒤쪽으로 뛰어 들었다.

“케실리온!”

페이린은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고는 빠르게 케실리온에게로 블랭크를 사용해 다가갔지만, 곧, 들이닥친 웨어울프의 모습에 급히 마법을 사용 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와아앙!”

“마기군. 마기에 노출 됐어. 흑마법사라도 있는 건가?”

“공작 각하, 정신 차리십시오.”

캉!

라일은 공작에게 날아드는 웨어울프의 발톱을 쳐냈다. 손이 울리고, 팔이 떨린다. 아까와는 다르게 더욱 날렵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검은 흑색을 나타내는 모습에 침을 삼켰다. 만약 이런 녀석이 하나 이상이었다면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 다면 두 명도 문제없겠지만, 지켜야 할 존재가 너무 많았다. 잔인한 말이겠지만, 라일은 하인들을 포기하는 한편, 공작가의 패밀리는 지키기 위해 루시아를 이끌었다.

“코리안 공작가의 기사들은 들으라. 아가씨와 공작각하의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한다!”

“옛! 단장!”

어느새 주위로 몰려든 기사단의 모습에 하녀들과 하인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자신들은 고용인일 뿐이다. 고용주의 안위가 최우선 인 것이다.

“라일! 루시아의 안위가 최우선이다. 기사에게 있어서 명예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자는 끝까지 지키는 것이 기사 인 것이다!”

“공작 각하!”

카논 공작의 말에 하녀들과 하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카논을 불렀다. 그들은 웨어울프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며, 도망가기에 바빴지만, 순간 들이닥친, 카논 공작의 검에 허벅지를 베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공작 각하! 뒤로 물러서십시오.”

“후후, 라일! 걱정하지 말게. 난 기사 중의 기사! 카논 일세!”

금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하늘로 치솟으며 2미터 가량을 더 뿜어냈다. 웨어울프는 킥킥 거리며, 양쪽의 손톱에서 오러 네일을 만들어냈다.

“몬스터 주제에 익스퍼트 최상급에 해당하는 오러를 내뿜다니. 재미있군. 역시 어둠에 물들었기 때문일까.”

“키키킥, 죽어!”

카논 공작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적인 웨어울프를 노려봤다. 손톱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는 인간의 피와 케실리온의 피리라.

페이린은 여전히, 케실리온의 몸을 치유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같은 종족이기 때문인지, 더욱 마음이 가는 것 같았다. 그녀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동료가 다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잘도, 케실리온을....”

“크르르...”

팟!

순간 웨어울프가 뛰어 올랐다. 높은 하늘로 뛰어 오른 웨어울프는 스칼렛의 정중앙에 들어갔다는 듯이 좌우로 팔을 내 뻗었다. 그리고 붉게 타오르는 손톱이 더욱 크게 보이며, 카논 공작의 검과 맞부딪혔다.

하지만 공작은 쉽게 막아내며, 웨어울프의 가슴을 베어버리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찮은 몬스터 따위가 감히 나의 기사들을....”

“크아아, 죽여 버리겠다.”

카논 공작의 눈이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나의 안광과 살기가 언뜻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린의 근처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에 한눈을 팔았기 때문인지, 웨어울프의 싸늘한 발톱에 당해버렸다.

푹!

“크으윽...내가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공작 각하!”

라일은 놀라며, 웨어울프에게 검을 휘두르며, 카논 공작을 부축했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었던지, 출혈만 있을 뿐, 내상은 없는 듯했다.

“페이린님! 공작 각하가!”

라일은 은빛의 물결이 몰아치는 곳에서 걸어 나오는 존재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벌벌 떨기만 하던, 케실리온이 서 있었다. 마치, 다른 존재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은빛의 휘강이 온 몸에서 뿜어지며, 바닥은 점점 얼음의 대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케실리온...또!”

페이린은 주춤 거리며, 라일의 소리에 정신을 일깨우며, 카논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페이린님!”

“몰라! 힐링으로 베인 상처를 치유하는 데...온몸에서 강한 마나의 향기가...”

페이린 자신도 알지 못하는 듯했다. 온 몸을 휘감는 마기와 한기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확실히 상처에서는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운이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케실리온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도, 카논 공작께서...”

“괘, 괜찮아. 라일! 이정도의 상처는 마나로 수복 할 수 있네.”

라일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을 까. 카논 공작은 미소를 지으며, 마나를 끌어올리며, 상처 부위를 자체 수복하기 시작했다. 마스터에 오르면서, 치유력이 남다르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다른 마스터들은 모르겠지만, 카논만의 특유한 방식의 치유법이었다.

손가락으로 몸을 치자, 저절로, 출혈이 멈추며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네가 내 몸에 상처를 냈나?”

“크르르, 죽여 버리겠다.”

아무 무기도 없이 웨어울프의 앞에 선, 케실리온이 낮게 뇌까렸다. 워낙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

“개 같은 새끼! 버러지면 버러지 답게, 말이나 잘 들을 것이지!”

퍽!

“컥...웃...기지마!”

수십의 사람들이 한 소년을 때리고 있었다. 케실리온은 자신이 맞는 것처럼 찢어 질듯, 가슴이 아팠다. 복부로 전해지는 강한 고통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새끼 좆나 웃기네? 어이, 조제현, 죽고 싶어?”

“크크, 너나 죽어라!”

입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대도 기어오른다. 또 이름을 들어 버렸다. 만날 때마다. 모습이 변하는 모습에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이젠, 뚱뚱한 모습에 얼굴에는 오돌토돌한 느낌이 드는 병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퍽!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눈앞의 덩치를 발로 차 버렸다. 조제현은 붉은 침을 뱉고는 몸을 일으켰다.

“양재석! 괜찮냐?”

“키키, 저딴 놈이 덤비면 얼마나 덤빈다고.”

두 명의 사내가 양재석이라는 덩치를 일으켜 세우고는 먼지를 털어주고 있었다.

퍼퍼퍽!

“새끼야, 너만 보면 속이 뒤틀린다. 아까처럼 해보지? 왜, 못하겠냐? 크큭, 싸움도 못하면서 가만히 찌그러져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왜 반항을 해, 사람 귀찮게.”

재석은 역겹다는 듯이, 제현에게서 뿜어진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 더러워진 손수건을 던졌다. 그 모습에 주위의 아이들은 숨죽여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치를 떨던 제현은 소리 높혀 외쳤다.

“미친 새끼”

“뭐라고?”

“미친 새끼야!!”

제현의 악에 바친 소리에 더욱 흥분 한 녀석들은 거세게 온 몸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퍼퍼퍽,

“이 새끼가 돌았나, 좋게 말했을 때 ‘예’ 하고 머리 조아리고 지나 갈 것이지 꼭 매를 벌어요.”

퉤,

“가자.”

아이들은 양재석이 하는 말에 군 말없이 각자 침을 뱉거나 담배를 거칠게 꺼버리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크크크, 넌 뭐야. 웃기냐?”

“내 모습이 보여?”

순간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던 조제현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소년의 모습에 미간을 좁히고는 소리쳤다. 케실리온은 당황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 봤다. 이해 할 수 없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자신을 눈앞의 존재가 쳐다본다.

“우습지? 내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아, 아니...전혀.”

“우습겠지. 내게 힘만 있었다면, 저런 녀석들은....컥.”

피를 토하는 제현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급히, 그의 몸을 부축했다. 비대한 몸집에 케실리온은 있는 힘없는 힘을 주고 나서야, 그의 몸을 바로 일으킬 수 있었다.

“고맙다.”

“아니, 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것도 처음이야.”

조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시 쓸어져 버렸다. 하지만 자력으로 몸을 일으키며, 힘들다는 식으로 케실리온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꼬마야. 넌 이 형처럼 약하게 살 지마라. 언제나 손해 보는 것은 약자니까. 착하면서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어. 차라리, 악하면서 강한 녀석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아니야. 착한 사람도 강해!”

“웃기지마. 착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제현의 음성에 케실리온은 몸을 떨며, 눈을 올렸다. 온 몸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그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았다.

“이제 꺼져. 네가 있을 곳으로 가버려. 동정은 필요 없어.”

“누가 동정을...”

“꺼지라고 했다.”

제현의 음성에 케실리온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에 마음이 노였던지, 제현은 정신을 잃으며, 기절해 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 까. 하늘은 어둑어둑 해지며,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을 때였다.

“.......수락하겠나?”

검은 색의 로브를 걸친, 존재가 빛을 바라보며,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제현은 뒤에서 비치는 밝은 스텐드식의 빛에 어둠을 구분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어둠에 노출되었기 때문인지, 역광에 눈을 뜰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락해. 수락한다고!”

화아아악!

그 순간, 제현의 온몸을 몰아치는 금빛이 제현의 몸을 휘감았다. 눈을 뜨고 있지 않음에도 무엇을 보는지, 제현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쪽.

“계약은 이루어졌다. 나의 계약자. 나의 부탁은 절대적인 것. 나랑 같이! 계약을 지키는 것은 절대적이다. 조만간에 널 나의 세계로 이끌어 주겠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건 마법이, 너를 바른 길로 인도 해 줄 것이다....난 가겠다.”

금빛의 마나가 온 몸을 휘감자, 검은 로브의 존재는 다시 이마에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딘가 슬픈 듯이, 어딘가 기쁜 듯 한 모습이었다.

주위를 살피던 케실리온은 자신을 잡아끄는 느낌에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저건 너의 나약하던 시절의 모습, 케실리온이라고 했던가.”

“너...넌 조제현?”

“크큭, 넌, 그저 과거의 나일뿐이다. 그 몸은 나의 것, 조용히 사라져라. 빛의 마음이여. 불필요한 빛, 언제나 나의 일을 방해했지.”

조제현은 짧게 이야기를 마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케실리온의 몸이 난도질되기 시작하며, 피분수가 몰아쳤다.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그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피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본적 있는 수법이다.

“흡혈마공이다. 다시 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나의 마음을 바로 잡던, 그 빛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뿐, 난 몸을 이끄는 주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일 뿐. 바뀐 것은 없다.”

“그, 그런!”

“또 다른 나여, 즐겁게 꿈을 꿨으면, 이제 잠에서 깨어 날 시간 인 것이다.”

조제현은 그렇게 케실리온의 온 몸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손짓에 공간이 갈리며, 아비규환의 몬스터가 보이는 곳으로 정신이 이동되었다.

“후...오랜만의 외출. 케실리온, 넌 잊겠다.”

제현의 자조적인 웃음과 깨달음의 웃음이 멈칫하며, 마음이 살짝 진동했다. 하지만 곧, 케실리온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인격체가 침묵하며, 영원의 깊은 마음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어둠은 나의 육신을 속박하니, 나의 의지 역시 어둠에 속박되는 구나, 어둠을 가르는 진정한 어둠이 되리라. 어둠은 케실리온 너였다.”

나의 의지를 속박한 빛의 마음이여. 영원한 기억의 파편 속에서 잠들어라.

육체를 움직이는 것은 나로 충분하니, 넌 그저 방관자가 되어라!

어둠은 빛을 삼키니, 진정한 어둠으로 거듭 나리라!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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