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저적!
“무슨...케실리온!”
웨어울프에게 당한 상처를 치유하고 있던 페이린은 갑작스럽게 온 몸이 은빛의 휘강을 두르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무나 차가웠다. 자신의 속성에 맞게 화염의 기운이 피워 올랐지만, 워낙 차가웠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은 어려웠다.
“페이린님! 어서 이곳으로!”
라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페이린은 군말 없이 케실리온을 쳐다보고 카논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은빛이 잠잠해지며, 케실리온이 몸을 일으켰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이다. 마물!”
“크르르...”
몸을 일으키는 케실리온, 땅을 적시던 피가 저절로 하늘로 치솟으며 케실리온의 주위로 몰아쳤다. 그리고 눈앞의 웨어울프를 보며 싸늘하게 뇌까렸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마족처럼, 마치, 죽음의 사자처럼, 싸늘한 목소리였다.
찌이익
케실리온은 거칠게 차가워진, 가슴의 셔츠를 뜯어냈다. 이미, 아물어 버린, 가슴을 보며 미소를 짓던 케실리온이 번쩍 눈을 웨어울프에게 향했다.
“네가 내 몸에 상처를 냈나?”
“크르르, 죽여 버리겠다.”
케실리온의 말에 웨어울프는 화가 났던지, 굵은 침을 흘리고는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짧게 인간의 말을 따라, 소리치고는 빠르게 발을 놀렸다. 양 발을 감싸던 은빛 갈퀴가 흑색으로 변하며 부풀어 올랐다.
“하하, 아무래도 상관없지...네놈에게서 가장 싫어하던 향기가 피워 오르는 군. 천마라고 들어봤나? 마교의 교주였지. 하하하!”
팍!
웨어울프의 공격에 케실리온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며, 한 번 원을 그리듯 내저었다. 놀랍게도 찔러 들어오던, 웨어울프의 날카로운 발톱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멀리 튕겨나갔다.
퍼퍽, 때구르르!
평민이 기사에게 달려들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멀리 나가떨어진다. 마치, 어떤 장벽에 막혀, 그 반발력으로 나가떨어진 것 같았다.
“정말 형편없는 육신이군. 염라가 준 육신이라 단련이라도 되어 있는 줄 알았더니, 쓸 대 없는 근육과 이 형편없는 내공이라니.”
케실리온은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런 대로 영양 상태는 좋은 것인지, 살은 올라있었다. 간간히 수련의 흔적이 보이는 하체와 상체, 그리고 단전을 채우고 있는 내공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마물, 일어나라. 아직 시험해보지 못한 것도 있다.”
“크워어엉!”
케실리온의 음성에 화가 났던지, 웨어울프는 날렵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워낙 강한 힘이었던지, 바닥을 시작으로 먼지 구름이 피워 올랐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사용하던, 오러를 펼치며, 빠르게 케실리온의 정면을 향해 뛰어들었다.
슈우욱!
“호오, 검기? 마물주제에 뛰어나.”
복부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웨어울프의 발톱에 케실리온은 진정, 감탄했다는, 식으로 미소를 지었다. 곧, 그 발톱이 케실리온의 복부를 찌르던 찰나, 케실리온의 손에서 푸른빛과 은빛이 어우러진, 기운이 감돌았다.
샤르륵
거칠게 찔러오던 발톱에 케실리온의 연약한 손이 올려졌다. 그리고 마치, 깃털을 쥐듯이 조심스럽게 웨어울프의 발톱을 쥐고는 내공을 흘려보냈다. 마령심법과 소수마공을 이용한 한기(寒氣)를 피워 올렸다.
“능유제강(能柔制强) 강한 힘을 부드러움으로써 제압한다. 태극권의 묘리 중, 사량발천근(四兩發千斤)의 수법이지. 마물이 이해할리 만무하지만.”
웨어울프의 발톱을 가볍게 쥔, 케실리온은 그대로 손을 내저었다. 하늘로 치솟는, 웨어울프의 발톱이 그대로 자신의 목을 꿰어 버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인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깨깽, 케에엑”
“호오, 회복력이 뛰어나구나.”
“크르르..”
하지만 순식간에 회복되어 버리는 모습에 신기한 것인지 케실리온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두 공작가의 사람들은 입을 벌리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모습에 벌벌 떨 뿐이었다.
예전에 그런 모습을 본 적 있는 페이린과 라나는 의외로 침착성을 유지했지만, 두려운 것은 마찬 가지 인 것 같았다.
“다시 와라. 많은 실험이 남았다.”
까딱.
손가락을 굽히며 웨어울프를 도발했다. 웨어울프는 연약한 인간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다는 생각에 치를 떨며, 더욱 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똑 같은 패턴, 똑같은 움직임에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던 케실리온은 돌연 자신이 움직였다.
휘리릭!
움직임을 읽을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 기척조차 희미했다. 순간 사라진 케실리온의 모습에 웨어울프는 긴장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숨결이 거칠어진, 뒤쪽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케실리온의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킁킁! 크라아악!”
냄새를 쫒던, 웨어울프는 뒤쪽에서 나타난 케실리온의 기척에 그대로 팔을 휘저으며 발톱을 휘둘렀다.
슈아악!
“소수신장(素手神掌)!”
공기를 가르는 웨어울프의 손짓에 공작가의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 그대로 노출된 케실리온이 당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볍게 그 손짓을 피하며, 웨어울프의 가슴으로 파고든 고사리 같은 손이 그대로 가슴에 맞다았다.
퍽!
양 손이 닫자, 웨어울프는 휘청거리기 시작하며, 뒤쪽으로 걸음이 옮겨졌다. 뒤이어 들리는 고통의 소리에 시름시름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끼잉, 끼잉...크륵..”
소수마공과 소수신장이 합쳐진 장법! 그 장법에 웨어울프는 내부 장기가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내부 장기가 얼어버린 상대가 살아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자체 회복이 엄청나지 않는 이상에야 케실리온의 수법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그런대로 쓸 만한 육체군.”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육체를 감상한 케실리온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들어올리고는 웨어울프의 목을 잘라버렸다.
푸슉!
짧은 기운이 뭉쳤기 때문에 쉽게 웨어울프의 목을 잘라버렸다. 뜨거운 피가 주위에 떨어져 내리며 비릿한 향을 흩날렸다.
흡혈마공(吸血魔功)
“적의 피를 취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
쭈우욱!
몸에서 흘러넘치는 한기가 웨어울프의 피를 끌어 당겼다. 이미, 흡혈마공이라는 것을 익히기 시작 한 것인지, 피는 점점 묽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가득 메우는 청아한 마령심법의 내공에 케실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특이한 육체군. 인간과 달라.”
케실리온은 내공을 온 몸으로 휘저으며, 자신의 기혈을 확인했다. 하지만, 좀처럼 막힌 기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육체적인 수련만 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예전의 기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심장을 채우고 있는 하나의 서클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비정상적으로 서클의 크기가 컸다. 마치, 더 이상의 서클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굳게 회전하고 있었다.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
“뭘 그렇게 보는 거지? 너희들의 장단에 놀아 준다고 했다.”
“무례하다! 감히, 공작 각하께!”
케실리온의 무대포의 말에 기사들은 발끈 거리며 소리쳤다. 무례하다는 말에 케실리온은 거슬린다는 듯이 마차의 지붕에서 뛰어 내렸다. 달리는 마차였지만, 케실리온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뛰어내리며,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네 녀석의 기사들 정말 겉멋만 떨어졌더군. 카논 공작.”
“하하하, 겉멋이라. 그래, 케실리온. 나는 어떻게 보이는 가.”
“나름대로 수련은 했군. 내가 있던 곳에서는 순위에도 들지 못하겠군.”
“하하하!”
갑자기 들어온 케실리온의 모습에 다들 당황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반말만을 일관하는 케실리온의 모습에도 카논 공작은 눈살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다만, 케실리온의 말이 웃긴 것인지, 살짝 웃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가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니, 대단하군!”
“화경이 소드 마스터였나? 크큭, 볼 거다 봤군.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어.”
카논 공작의 경지를 대충 짐작하고는 케실리온은 눈을 옆에 있는 붉은 머리 여성으로 돌렸다. 페이린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모습으로 케실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
“뭘 보는 거야.”
“그냥, 잘도 나의 몸에 손을 댔더군? 억지로 내공을 휘저었어,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무, 무슨!?”
케실리온의 말에 페이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어린아이의 모습이었지만, 속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알지 못하는 녀석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페이린은 평소와는 다르게 당황한 눈치였다.
“페이린님, 페이리님, 왜 얼굴을 붉히세요.”
“무, 무슨! 얼굴만 케실리온이면 다야?”
“왜, 페이린님! 하면서 이 몸이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주제에. 하하하.”
케실리온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치는 모습에 페이린은 당황해 했다. 이미, 카논 공작은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도저히 적응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왈가닥의 페이린이 저런 모습을 보인 다는 것이 신선한 듯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 녀석과 같은 영혼에 같은 몸을 사용한다. 녀석이 생각했던 것은 내가 다 생각 할 수 있고, 내가 생각 했던 것은 녀석이 생각 할 수 있다.”
“.......”
“녀석이 생각했더군. 너희들이 좋은 녀석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따라 주는 것이다.”
케실리온은 눈을 감으며, 녀석이 생각했던 것을 하나 둘씩 떠올렸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수록, 지금의 케실리온은 찹찹한 마음과 뜨거운 기억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마음속에서부터 솟구치는 기억에 약간의 두통이 일어났다.
“크으윽..”
“왜, 왜 그러니 케실리온.”
“괘...괜찮다.”
페이린의 걱정 어린 말투에 케실리온은 손을 내저었다. 고통어린 표정이 마치, 예전의 케실리온과 같았다. 신음을 흘리는 모습과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까지, 변한 것은 마음의 차이 일 뿐이었다.
건방지고, 반말을 하는 모습이지만, 확실히 케실리온의 모습이다.
“기억이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짧은 고통일 뿐이다. 그동안 잘 돌봐줬군. 감사한다.”
케실리온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신을 돌봐준 것에 대해 모든 것이 고마웠다.
“그래, 너희들이 아는 케실리온 처럼 깍듯이 대해주는 것을 원한다면 그 정도는 해주마. 나도 고마움 정도는 알고 있으니.”
“괜찮아.”
“뭐야, 그럼 케실리온 흉내라도 내 달란 말인가?!”
페이린의 괜찮다는 말에 케실리온은 짜증난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그에 페이린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물론, 그 모습에 피식 웃는 것은 라나와 루시아였다.
“호호호.”
“풉..”
“어린 것들이 잘도 웃는 군.”
케실리온은 두 명의 여아가 웃는 모습이 그렇게 싫지 않는 것인지, 눈을 감았다. 이대로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속으로 피식 웃으며 주위에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에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똑똑!
“카논 공작 각하, 수도가 눈앞입니다.”
“알겠네.”
란델 제국의 수도 라스펠은 동과 서 대륙중 제일의 도시다. 도시의 화려함만큼이나 어두운 뒷골목의 어두움도 만만치 않지만, 겉으로 보기의 수도는 여느 도시 보다도 화려했다. 그 반대로 그림자 역시 더욱 깊었다.
이른 아침, 수도 라스펠에 잠깐의 소란이 일어났다. 삼대 공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코리안 공작가와 류드릭 공작가의 공작들이 돌아 온 것이다.
수도의 외성을 지키고 있던 수비병들은 꾸벅 꾸벅 졸던 모습을 지우고 화들짝 놀라 급히 잠을 깨며, 공작들을 맞이했다.
란델 제국의 제일 기사단인 레드 데빌 기사단의 단장과 몇몇의 기사단이 성문앞에 우뚝 섰다. 갑옷에는 붉은 색의 악마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고, 그 밑에는 공작가의 상징을 꽉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카논 공작 각하와 카이룬 공작 각하의 마차다. 성문을 열어라!”
“예, 옛!”
마차와 마차 곁에선 기사들의 은빛 갑옷이 붉게 보이는 것은 수비병들의 착각 일까. 말라 비틀어져 버린, 붉은 물감에 기사들은 아무렇지 않는 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르륵, 철컹!
외성을 감싸는 웅덩이 같은 깊은 물길로 성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강철과 같은 쇠사슬이 떨어져 내리자, 조금씩 성문이 마차가 들어 설수 있을 정도로 내려왔다. 수도인 만큼 방어를 위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모습이었다.
“그럼 카이룬 공작님, 저희는 저택으로 가겠습니다.”
“수고했네.”
중앙의 황궁과 비견 될 정도로 거대한 높이의 성이 하나 더 보였다. 아마, 그곳은 아카데미 일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저택으로 보이는 곳이 세 개가 보였다. 아마, 세 명의 공작이 머무르는 수도의 저택 일 것이다.
동쪽으로 마차를 돌린, 마부는 천천히 거대 저택 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조금씩 웅장한 저택의 모습이 들어났다. 검은 색의 철문이 눈앞에 보였고, 그 주위로 늘어선, 정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작령의 저택과 다를 바가 없는 곳이었다.
철문에서 한 참을 더 들어가서야,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드넓게 펼쳐진 정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화려했다. 한참을 들어와서야 겨우 저택의 근처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수도의 공작가는 위엄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 같았다.
“돈 많이 썼겠군.”
“쿠쿡, 케실리온 너무 웃긴 거 아니야? 첫 감상이 돈 많이 썼겠다니.”
이미 페이린은 마음대로 말을 놓고 있었다. 케실리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마차에서 내려섰다. 뒤따라, 라나와 루시아 역시 바닥으로 내려서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오랫동안 마차를 탔기 때문인지 몸이 뻐근한 것 같았다.
“이제 내려야 겠군.”
카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차가 멈춰 섰다. 순간 급정거 때문에 라나가 케실리온의 품으로 넘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케실리온은 살짝 라나를 일으켜 세웠다.
“조심하거라.”
“응...”
라나는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급히 물러났다. 곧, 마차에서 내린 카논 공작가의 사람들은 눈을 껌벅껌벅 저택을 바라보았다.
이미, 긴 계단의 위에는 저택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곳을 시작으로 고용된 사라들이 늘어서며, 공작을 맞이했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집사들과 하인, 하녀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공녀님, 어서 오세요.”
모두 환영한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카논과 루시아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뒤에서 건방진 표정으로 공작가를 올려다보는 케실리온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저 꼬마는 누구지?”
고용인들의 목소리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다 들리자, 모두 케실리온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코리안 공작가의 저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공작 각하, 저 아이는...”
“아! 저번에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하프 드래곤이라는....”
“아, 그 아이입니까.”
집사는 손을 뻗어 케실리온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활짝 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탁!
“치워라. 어딜!”
케실리온이 손을 쳐내며, 중얼거리자, 집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집사를 따라 계단을 종종 거리며 내려오던 하녀들과 하인들은 단번에 얼어붙었다.
공녀님과 하프 드래곤이라는 아이를 데려오겠다던 공작의 말에 기대를 하고 있던 고용인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뭔가. 차갑게 느껴지는 말투와 행동에 단번에 얼어 버린 것이다.
“흠흠, 아무튼 들어가지. 얼마 있지 않으면, 루시아의 개학이니!”
겨우 카논 공작의 음성에 정신을 차린, 고용인들은 예의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안내했다. 차례로, 공녀의 방과 라나, 케실리온의 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공녀의 방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어린 나이에 걸맞게 분홍빛의 감도는 방이었다. 라나는 약간 수수했지만, 공녀의 전속하녀라는 신분 때문이었던지, 공녀의 방 옆에 있는 고급스러운 방이 지급 되었다.
케실리온은 조용한 곳을 원했기 때문인지, 구석진 곳에 방이 마련되었다. 사실 케실리온의 주문은 까다로웠다. 통풍이 잘 되며, 달빛이 잘 비치는 곳을 원했기 때문에 공녀와 같은 층의 제일 오른 쪽에 배치되었다.
“마음에 드는 군.”
“흠흠, 아무튼 마음에 들었다니 고맙구나.”
집사의 말에 케실리온은 여전히 건방지게 말하고는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워낙, 귀여운 모습에 건방진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집사는 군 말없이 사라져 버렸다. 방은 그런대로 고급스러웠다. 침대도 있었고, 욕실도 있었기 때문에 멀리 이동할 번거로움은 없었다.
다만, 시끄러운 공녀와 라나라는 계집애들 때문에 방이 시끄럽게 변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런대로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