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높이에 위치한, 케실리온의 방, 싸늘한 쌍월의 달빛이 스며드는 공간에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깊은 밤이었기 때문인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검은 검은빛의 눈동자에 비치는 푸른빛과 붉은빛의 달빛에 케실리온은 조용히 응시했다.
잠시 주춤 거리던 케실리온은 살며시 창문을 살짝 올렸다. 바닥이 끌리는 소리에 살짝 미간을 좁혔지만, 시원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팟!
좁게 열린 문틀로 뛰어들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중력이 없어진 것처럼, 그의 몸짓은 하늘을 나는 새 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검은 흑발이 흩날리며, 지상으로 착지한 케실리온은 달빛이 잘드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공작가라 그런지, 밤늦게 정찰하는 경비병들과 동물들이 눈에 선선히 비치고 있었지만, 늦게 까지 수련하고 있는 렌이라는 여자의 모습에 케실리온 까지,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이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인지, 쉽게 찾아 올수 있었다. 솔직히, 기합소리를 들어가며 찾아 온 것이지만,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찾아왔다.
“핫! 합!”
슈욱! 솨아악!
짧은 기합성이 터지자, 달빛에 비친, 은빛의 롱 소드가 요란한 예기를 뿜어냈다. 기사들은 검은 대부분 두터운 형상을 띠는 검날이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적의 갑옷을 뚫기 위해서는 뭉텅한 검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런 검날에서 나는 뭉텅한 소음에 케실리온은 묵묵히 자신의 수련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시작된 특별한 수련법을 시작했다. 풍운지에게서 배운, 기본적인 체술 개념의 무공인 육합권, 삼재보를 시작으로 기초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육합권은 너무 단순하다 못해 가장 완벽한 권법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주의 육 방위를 나타내는 권법인 만큼 오묘함을 나타내는 초식이라도 있을 법 하지만, 지옥의 누구나 알고 있는 체술로 통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권을 지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짧게 하늘을 내 젖는 방법으로 연계가 가능한 초식이다. 언뜻 보면, 태극권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것이 육합권이다.
“아, 케실리온.”
“.......”
옆에서 부르는 렌의 목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정한 보법을 밟으며, 육합권을 시전 하는 케실리온은 일체의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육체를 단련했다.
앞으로 내지르는 주먹을 시작으로 양팔의 근육이 움찔 거리며, 조금씩 단련되어 갔다. 하루 이틀 한다고 해서, 육체의 단련이 완성되지 않을 것이지만, 약 6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인다면 육체는 어느 정도 갖추어 질 것이다.
며칠만 있으면 란델 아카데미라는 곳으로 입학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논 공작이 귀찮게 그런 곳에 보낸다고 했지만, 딱히 거절 할 이유도 없었다. 일단 자신은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고용주이기 때문에 그가 까라고 한다면 까야 하는 것이 케실리온이다.
“무슨 체술이니? 케실리온.”
“후우....”
케실리온은 육합권을 다 펼쳐 내고는 살짝 숨을 골랐다. 걸어 다닐 때나, 잘 때 까지, 마령심법의 구결에 맞게 숨을 쉬어야 한다. 일정한 호흡을 유지 하는 것에서부터, 강자와 약자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일반인과 같은 숨결을 내 뿜는 것으로 심법은 완성되는 것이다. 오래 숨을 들이키되, 고른 숨을 내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심법의 완성을 위한 초기 단계이다. 그리고 점점 수련이 높아질수록, 편안한 모습으로 잘 때와 뛰어 다닐 때, 전투 중에서 까지, 심법을 운용하는 것으로 심법은 완성의 단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심법을 수련 하는 자라면, 말하는 것도 힘 들 테지만, 케실리온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무려 900년이나 머리로 익히지 않았던가. 이미 익숙해 진 상태다.
“기초 수련용 권법이라고 하지.”
“그게 기초라고? 고급 체술 같았는데!”
렌은 케실리온의 말에 놀랍다는 듯이 감탄했다. 순간, 끈적이는 케실리온의 눈빛에 렌은 살짝 몸을 떨었다. 기사인 자신이, 평범한 케실리온의 눈빛에 움찔 거린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뜯어보는 듯 한 눈빛이다.
“기초 수련은 잘 되어 있는 듯 하군, 겉멋만 멋들어진, 아까의 기사와는 달라.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기억으론 매일 수련을 하더군.”
“아, 뭐, 기사니까.”
“기사도 기사 나름이지, 아무튼 보기 좋은 모습이다.”
케실리온의 말에 렌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어린 아이의 말이었지만, 어딘가 성숙미가 느껴진다. 언뜻 본다면 애 늙은이 같은 말투였지만 렌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케실리온이 변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렌에게는 별 상관없는 모습이었다.
약한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 좋게 보이는 것이다.
“하나 충고 해주지, 검은 틀 속에 정해진 것이 아니다. 너무 자유로워도, 너무 틀 속에 박혀 있어도 안 된다.”
렌은 체술을 펼치며, 자신의 검을 충고해주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이 착 가라 앉는 것을 느끼고는 입을 다물었다. 막혀있던 부분이 조금씩 뚫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사소한 말에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에 렌은 스스로 놀라워했다. 그간, 높은 경지를 위해 매일 같이 수련에 수련을 매진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달빛아래, 춤을 추듯이 체술을 펼쳐 내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렌은 휘두르던 검을 검집에 꽂아 넣으며 멍하니, 그를 응시했다. 달빛은 그를 축복하듯이, 온몸을 휘감으며 흘러가는 주먹을 따라, 길을 비추는 횃불처럼, 그의 온 몸을 휘감았다, 뿜어져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호흡과 움직임이 일정하다?!”
렌은 일정하게 움직이며 고른 호흡을 유지하려는 케실리온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따라, 달빛도 사라졌다 뭉쳤다는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탁한 기운들이 한곳으로 뭉치며 케실리온의 몸속으로 흡수 되어 갔다.
스산한 기운, 끈적이고 찝찝한 기운들이었다. 두 가지의 기분 나쁜 기운을 케실리온은 이용하고 있었다.
탁, 타탁, 휘릭!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이 움직이며, 몸을 비트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렌은 배우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런 스텝을 이용하는 방법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케실리온의 손에 검이라도 잡혀 있었다면, 장관을 연출 할 것 같았다.
“후우...뭘 그렇게 보나.”
자신의 수련을 잊고 쳐다보기에 바빠하는 렌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처음 보는 보법에 매료 되었으리라. 지옥에서 많이 봐오던 모습이다. 멋모르고 덤비던 2계의 족속들을 농락하던 1계와 3계의 인물들이 눈앞에 선했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여타의 차원계의 인간들을 뛰어 넘건만, 활용방법을 모르는 무지한 존재들, 그들이 2계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는 현란한 움직임도, 특유한 검법도 없었다. 오직 무식하게 키운 마나를 이용해, 강한 강기나 검기를 내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거, 스텝! 나 가르쳐 주면 안 되겠니?”
“공짜로 말인가?”
“그, 그런!”
렌은 용기를 낸 것인지, 케실리온에게 쭈뼛거리며 부탁했지만,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케실리온은 딱히 숨기거나 하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치든 상관없었다.
자신의 무공이 노출되면 어떻겠는 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만 인 것을! 그리고 자신이 이기면 그만이다. 자신이 그들을 압도 하면 그만이다.
“하하, 배우고 싶다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지.”
“뭐, 뭘 가지고 싶은데?”
“딱히, 가지고 싶은 건 없군....흠, 나중에 말해주지, 언젠가.”
케실리온은 그런 미묘한 말을 남기고는 강하게 지축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천천히, 어떨 때는 빠르게 그리고 회전을 하는 것으로 그의 움직임이 끝 마쳤다.
“이거나 보고 연습이나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럼 난 나의 수련을 위해.”
많은 수의 발자국이 연무장의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으로 벗어나 멀리서 자리에 주저앉으며, 눈을 감으며 달빛을 쬐고 있는 모습이 끝이었다. 이 황당한 발자국을 가지고 어떻게 수련해야 하는지 렌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그리고 결론은...이걸 밟고 움직이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는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실리온으로써는 그 수련을 통해 강해지든, 약해지든 상관없었다. 저런 간단한 방법 조차 따라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존의 강림(降臨 : Advent)
다음날, 저녁
여전히 같은 장소에 케실리온은 몸을 날렸다. 검술을 제쳐 두고, 삼재보를 수련하는 렌의 모습을 살짝 쳐다본 케실리온은 살짝 비웃음을 날리고는 매일 반복해야 할, 육합권과 마보를 끝없이 수련했다.
만검을 펼치기 위해, 기혈을 따라 움직이는 기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한 수련을 위해, 이런 수련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것을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완수해야할 과제였던 것이다.
한줌의 내력을 이용해, 대지를 파괴하며, 하늘을 울리는 그런 무공을 완성해야, 용신이 부탁했던 약속을 지킬 능력이 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대륙의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곧, 법이라는 것을 잘 아는 케실리온은 묵묵히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갔다.
“큭, 기운이 꼬이는 군.”
머리는 기억하고 있되, 몸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 일까. 육합권에 따라, 움직이는 내력이 엉켜버렸다. 이것을 가리켜, 흔히 내상이라고 부르지만, 케실리온에게는 그저, 흐름이 제대로 흐르지 못했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약한 몸!”
단호하게 자신에게 호통을 친, 케실리온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차르륵!
바닥을 짖누르는, 양 발에 힘이 들어가며 다시 한 번, 육합권에 기운을 실었다. 온몸으로 흐르는 기혈을 따라, 마기가 치솟는다. 검은 빛과 은빛이 조화를 이루며, 움직임의 흐름에 따라 주먹으로 기운이 뿜어졌다.
푸슉!
“늦어, 기운이 몸을 따라 가지 못한다.”
스스로의 문제점을 입으로 내 뱉음으로써, 자신을 다독인 케실리온은 육체적인 수련을 중단했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실전에서 사용 할 수 있는 기운을 정갈하게, 정리해야 한다. 웨어울프를 상대하며 무리하게 기운을 돌렸기 때문인지, 기혈은 엉망진창이었다.
털썩!
가부좌를 틀며, 자리를 잡은 케실리온은 눈을 살짝 감으며, 하늘로부터 뿜어지는 기운을 느꼈다. 차갑고, 음산한 기운이 케실리온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기운이 가슴으로, 가슴으로 시작된 기운이 머리를 따라 움직이며, 좁은 기혈로 비집고 흘렀다.
휘류륙!
몸으로 흐르는 기운이 이상한 소리를 내뿜으며, 역주행 하기 시작했다. 마령심법의 방법이다. 기운을 쌓으려는 행동이 아닌, 기혈을 튼튼하게 하며, 공간을 늘리려는 수법이다.
이런 식으로 매일 수련을 해야만, 몸의 움직임에 따라, 기운이 제대로 따라 가는 것이다. 이 2계에서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은, 마나의 흐름을 등한시 한다. 오직, 쌓고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운은 강하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역시 심장이 문제다.’
심장으로 흐르는 기운이 제대로 흐르지 못했다. 커다랗기만 하나의 원에서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이다. 엄연히 중단전은 심장, 그곳에 커다란 고리가 심장의 기혈을 막으니, 제대로 흐를 리가 없었다.
무식하게 크기만 커다란 서클에 케실리온은 그 기운을 외부로 방출하려 했지만, 되려,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다.
지옥에 있을 시절과는 다르게,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방출되는 것이 아닌, 흡수,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기운이 다시 모여 들었다. 점점 서클의 원이 커져만 갔다. 하나의 고리에 많은 기운을 담겠다는 것 같았다.
‘누가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식하군.’
무식하게 커져간 고리의 중심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하나의 고리에 가득 찬 마나가 다음 길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고리의 생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커진 고리의 사이가 비는 것으로 다음의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하단전의 기운도 불완전하건만, 이정도의 기운이 중단전에 모일 줄이야.’
아직, 하단전이 중단전과 연결 되지 않았다. 분할된 쌍방의 기운이 각각의 단전을 채우고 있었다. 하단전을 메우는 기운은 마령심법의 기운, 중단전 역시, 마령심법에 의한 기운이다.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달랐다.
‘커진 만큼 그 고리로 채워 넣는 수밖에...’
거대한 고리의 사이로 다른 고리로 채워 넣는 다는 생각을 했다. 무식하게 커진 고리 중 일부가 분할되며, 작은 고리를 만들어냈다. 외부의 거대한 고리 속으로 들어간, 작은 고리는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쪽의 톱날처럼 돋아난, 서클이 하나가 되어 맞물린 것이다. 2서클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하게 틀렸다.
‘하하, 처음이 끝이라고 했던가?’
언뜻 떠오르는 깨달음, 이미 예전에 깨달았던 것이건만,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케실리온은 몸이 작게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갑작스런 능력 활성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턱대고, 높아진 상승효과도 아닌 것 같았다. 서서히, 몸의 지배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휴...”
케실리온은 눈을 번쩍 뜨며, 힐끔 거리며 쳐다보는 렌에게 보법이나 밟으라는 식의 눈빛을 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버린 것 같았다. 렌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근처에 주저앉아 있었다.
“뭘 그렇게 보나, 수련하는 거 처음 보나?”
솔직히, 누군가의 앞에서 수련 하는 꼴을 보여 주고 싶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보여도 상관없다는 모습이었지만, 꼬나지게 쳐다보는 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흠, 해볼 게 있으니, 가까지 오지 마라.”
케실리온은 렌과의 거리를 벌리며, 자세를 잡았다. 순간, 심장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고리, 그 속에서 하나의 작은 고리는 동조한다는 듯이 같이 움직였다.
끼리릭.
머릿속에서 울리는 마나의 공명에 케실리온은 눈을 번쩍 떴다.
“아이스 애로우(Ice Arrow)”
쩌저적!
공기 중에서 물기가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얼음으로 변해갔다. 날카로운 화살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한기를 스산하게 내뿜었다. 1서클의 마법이건만, 이 크기부터 장난이 아니다.
마치 3서클의 아이스 스피어를 보는 듯 한 모습이다. 화살이라고 보기 힘든 크기의 모양에 렌은 살짝 당황한 듯했고, 케실리온은 만족한다는 듯이, 주먹을 꽉쥐었다 폈다.
펑!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파편, 부서짐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아이스 애로우는 수십 개의 파편이 바닥에 꽂혔다.
퍼퍼퍽!
케실리온은 생각 없이 몸을 틀었다. 수련이 끝이 났다는 듯이, 느릿한 걸음으로 저택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생각 없이 쳐다보던, 렌은 표정을 굳이고는 케실리온의 뒤를 급히 밟았다.
“케실리온! 도대체, 분명 1서클의 마법이었는데...그런!”
“컨트롤 차이”
팟!
케실리온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3층이나 되는 높이로 도약했다. 바람이 솔솔 들게 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삐져나온 문턱을 밟고 3층으로 올라 설수 있었다.
“난, 너희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그런 존재다. 난...지옥으로부터 여기로 강림한!”
케실리온은 들릴 듯 말 듯 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새벽의 여명이 울리듯, 붉은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밤을 수련으로 지새웠다.
난! 중간계의 중재자다!
휘이잉!
바람을 따라 케실리온의 마음이 퍼져나갔고, 곧, 붉은 태양 빛이 울리는 것처럼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빛이 세상을 비추자, 미약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계의 절대자(지존).....
네놈이 명예를 아느냐.
란델 제국의 수도 라스펠의 거리, 한복판
한 소년과 두 명의 소녀, 그리고 기사로 보이는 여인이 길을 거닐고 있었다. 기사와 중간에 끼여 있는 여자 아이는 확실히 귀족이었지만, 양쪽에 있는 아이들은 귀족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무엇이 불만인 것인지, 투덜거리며, 사람들의 걸음을 맞추며 길을 걸었다.
“내가 왜, 귀찮은 짓을 해야 하는 거냐.”
“다 너를 위해서 라고 말하고 싶은데? 교복에 아카데미에서 사용할 교제, 다 너를 위한 거잖아.”
“어린 것이 입버릇이 고약하군.”
“아, 그러셔? 넌, 뭐가 잘났다고 반말이야. 난 귀족이고 넌 평민이야.”
“쿠쿡, 노예가 아니라? 뭐 좋아.”
똑 같은 흑발의 아이들이 싸우는 모습에 주위의 사람들은 남매끼리 싸우는 가보다 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엄연히, 이 거리는 귀족의 거리였다. 계급차이를 별로 두지 않는 다고 할지라도, 일정한 경계선은 있는 것이다.
귀족이 밟을 거리가 있는 가하면, 평민이 거니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간혹,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음식재료나, 귀족부인의 뒤를 따르며, 시중을 드는 것이 곳곳에서 눈이 뜨였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빨리 살 것만 사고 돌아가도록 하지.”
남자들은 쇼핑하기를 지루해 한다. 그것은 어딜 가나 마찬 가지 인지, 케실리온은 지루하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힐끔 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향수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신의 외모를 뽐내기 위해 거리를 거니는 귀족의 영애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무적인 케실리온의 음성에 루시아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닥치고 조용히 따라와.”
“공작씩이나 되는 귀족이 입이 험하군.”
루시아의 입담에 케실리온은 비아냥거리며, 가는 길을 재촉했다. 앞서나가는 렌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것도 지겹건만, 옆에서 쫑알거리며 시비를 거는 루시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전체적인 잘잘 못을 따지자면, 자신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올 거면 가볍게 오던지, 곳곳에서 감시의 눈길이 느껴져.”
케실리온의 말대로, 곳곳에서 루시아를 감시하는 눈길이 느껴졌다. 공작가의 영애인 만큼 그녀를 호위하는 것도 철저 한 것이다. 그들은 완벽하게 몸을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묘한 시선이 케실리온의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아가씨, 저기 도착했습니다.”
보인다. 제국의 문양이 가슴에 그려진 작은 방패 문양의 엠블럼이다. 그 뒤로 불결치는 모양에 간판이 보인다. 아카데미 정복이라는 간판 밑에는 줄줄이 늘어진, 교복 모양의 옷들이 늘어지게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의 짧은 망토로 이루어진 교복이었다. 언뜻 본다면, 정장처럼 보였지만, 활동하기 편하게 개량된 남성형 교복과 짧은 단의 치마와 남성용과 비슷하게 망토로 이루어진, 상의가 눈에 띠였다.
하지만 망토의 색깔은 여러 개였던지, 검은 색과 흰색, 그리고 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전시 되어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저희 가게는 아카데미 정복만을 판매하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저기 싸가지 없는 녀석의 교복이나 맞춰 주시죠. 참고로 남자입니다.”
루시아는 정중한 표정과 몸짓으로 케실리온을 가리켰지만, 말투는 결코 곱지 않았다. 원수를 보는 듯 한 눈빛을 보낸 뒤 이 가게의 주인에게 말한 것이다. 그 말투에 주인은 살짝 당황했지만, 철저한 상업 정신으로 케실리온의 몸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가슴과 키를 재며, 망토의 길이 까지 재고 나서야, 그 치수에 맞는 옷을 들고 나타난, 주인장이 케실리온에게 건넸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케실리온의 취향에 잘 맞았다. 가슴 부위에는 란델 제국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느낌도 났지만, 그런대로 좋은 옷이라고 생각했다.
“입어 보십시오. 저곳으로....”
주인장이 단칸으로 되어 있는 방을 가리키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부분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자들은 귀족들과 부유한 평민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공손해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샤락!
케실리온은 군말하지 않고 그곳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겨 먹은 교복인 것인지, 입기 불편했다. 바지야 그런대로 대충 입었다고 하지만, 상의는 단추와 끈으로 이루어져 있는 교복이었던지, 입기가 불편했다.
마지막으로 걸친, 망토는 가슴 부위에 아카데미의 상징이라고 하는 작은 액세서리를 이용해 망토를 달았다. 어깨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에 살짝 미소를 짓던 케실리온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방을 나섰다.
“뭐야, 옷 입는데 모슨 시간이 그렇게 걸려.”
“....너무 보채는 군.”
옷을 늦게 입는 다며, 불평하는 루시아에게 일침을 가하고는 무표정하게 앞을 응시했다. 그제야 케실리온이 교복으로 갈아입었다는 것을 알아챈, 루시아와 라나는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했지만, 케실리온에게는 의미 없는 칭찬이었다.
“저 옷과 같은 치수로 여러벌 주세요.”
물주는 루시아였다. 그녀의 말에 주인은 입을 벌어지며, 여러 벌을 준비했고, 물건을 드는 것은 호위기사인 렌의 몫이었다. 그녀는 케실리온을 힐끔 쳐다보며, 들라는 식으로 옷을 들어 올렸지만, 시선을 회피하는 케실리온이었다.
“에...이제는 책인데...책이야 천천히 사도되겠지.”
루시아는 대충 둘러대고는 이리 저리 일행을 끌고 다녔다. 다니는 곳을 보면 자신을 위해 쇼핑 나온 것 같았다. 눈에 띠는 옷가게나, 먹을 것을 잔득 사먹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평민 소녀처럼 보였다.
라나와 잘 어울리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케실리온은 묵묵히 뒤를 따르는 렌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재미없나?”
“아, 아니, 딱히 재미있다고는 생각 하지 않지만.”
“과연, 후후...스텝 생각으로 가득 차 있군.”
발걸음이 미묘하게 삼재보를 나타내는 보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실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걸음에 맞추어 걸었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케실리온의 삼재보에 그녀는 부럽다는 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의식하면 더 안 되는 것을 모르는 군. 아무튼 열심히 해보라고.”
비틀!
우당탕!
케실리온이 말하는 순간, 렌은 비틀 거리며 스텝이 꼬여 버렸다. 그리고 재차, 바닥을 구르며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것을 확인한 케실리온은 소리죽여 웃었다. 삼재보를 펼치며 넘어지는 사람은 처음 봤던 것이다.
“렌! 뭐하는 거야. 이번에는 차라도 마시면서 좀 쉬자. 너무 돌아 다녔더니, 다리가 아파.”
“으윽...예, 아가씨.”
렌은 쓰라린 무릎을 감싸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 모습에 루시아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보이는 가게로 쏙 들어가 버렸다. 가게 안에는 귀족의 영애들이 꽉 들어 찬 것인지, 향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케실리온은 들어가기를 거부했지만, 끝끝내 밀어 넣는 두 명의 여자 아이를 보며 어색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네놈이 명예를 아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