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269)

빤히...

가게 안의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흑발이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루시아와 케실리온을 힐끔 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눈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루시아는 잘 알려진 공작가의 영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의 소녀 같은 아이는 란델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의 귀족 자제라고 생각 한 모양이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꼬마들의 시선에 케실리온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루시아의 또래도 있었으며,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들도 넘쳐 났다. 무슨, 귀족가의 영애 모임 인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귀찮군.”

일행의 뒤에 서 있던 케실리온은 주변의 시선이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로 시선이 모이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고, 몸에 맞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입학 준비나 할 것이지, 잘도 이런 곳엘...”

“치! 케실리온, 너무 딱딱해. 아가씨도 좋아하잖아?”

“......”

“준비라고 해봐야, 이제 책 사는 것뿐이잖아. 즐기면서 하는 것도 좋아. 안 그래?”

“.....”

케실리온은 할 말 없다는 듯이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눈물이 많은 라나에게 소리를 질러 봐야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손해뿐이었다. 게다가, 예전의 기억에 따르면 고마운 존재로 인식 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함부로 대하기도 껄끄러웠다.

“단, 짧은 시간 동안만 이곳에 머물겠다.”

“하...정말! 분위기를 몰라요.”

루시아는 짧게 대답하는 케실리온에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종업원을 불렀다. 살짝 손을 들자, 주문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종종 거리는 걸음으로 오고 있었다. 치맛단을 살짝 잡은 모습이 약간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루시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주문을 했다.

“음...이게 좋겠다. 체리 파르페 4개 해줘.”

루시아는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는 듯이 입맛을 살짝 다시고 있었다. 체리 파르페, 흔히, 비싼 빙과류에 불과했다. 체리 즙과 마법사가 만든, 얼음을 조각 조각내, 마치, 팥빙수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주위에서도 인기가 있는 것인지, 많은 여인네 들이 즐겨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 체리 파르페 4개 주문 받았습니다.”

다시 사라지는 종업원을 쳐다본 루시아는 멀리서 느껴지는 시선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을 시선을 옮기던 루시아는 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렸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똥 씹은 표정이었다.

“호호호, 루시아, 1달 만이니? 정말 반갑다.”

“제, 제인스.”

루시아의 얼굴이 점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잘 알고 있다는 듯 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케실리온은 느긋하게 주위의 모습이나 쳐다봤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은 코리안 공작가의 기사들이었다.

“여긴 무슨 일? 그리고 저기 있는 흑발은...?”

“네가 무슨 상관이니. 제인스.”

둘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둘 다 좋지 못하게 쳐다보는 모습, 원수라도 본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 때문인지,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약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케실리온에게 전해졌다.

또각, 또각!

푸른 빛이 감도는 드레스를 갖춰 입은 제인스라는 여자 아이가, 루시아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의 진동을 시작으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가문이 대단 한 것인지, 주위의 관심은 루시아에게로 향했다.

스윽.

“반갑다. 란델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은 것을 보니, 너 신입생이구나. 이번에 편입할.”

손을 내밀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제인스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내민 손을 쳐다봤다. 곱게 자랐다는 듯이, 부드럽게 보이는 우유 빛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뭐하자는 거지?”

“호, 호호! 상당히 무례하구나.”

갑작스럽게 손을 내밀면 뭐하겠는 가. 뚱하게 쳐다보는 것 밖에, 그리고 케실리온은 제인스라는 영애와 친해지기 싫은 것인지, 무표정하게 자리를 지켰다.

“케실리온, 그녀는 3대 공작가 중, 크롬 폰 카르멘 가의 공녀야.”

“이제 알았지? 네 가문이 얼마나 뛰어 난지는 모르겠지만, 숙녀가 손을 내밀면 잡아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야?”

스륵!

라나의 속삭임에 만족한다는 듯이 웃는 제인스는 다시 한 번 손을 내 밀었다. 마치, 선심 쓴다는 듯 한 표정으로 내미는 것을 본, 케실리온은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거 귀한 손에 흠집이 날까봐 손도 못 잡겠군. 그만 그 추악한 손을 거둬 가라.”

“뭐야!?”

주위로 흐르기 시작한 싸늘한 외침, 찢어 질듯이 붉어진, 제인스의 얼굴로 짐작 하건데,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났으며, 분노에 떨고 있었다.

“뭐야, 하녀 주제에 웃어? 루시아, 넌 하녀 교육을 그따위로 시키니?”

“네 하녀보다는 잘 시켰다고 생각하는 데? 제인스.”

루시아는 라나에게 화풀이 하는 제인스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댔다. 더욱 화가 머리끝까지 뻗힌, 제인스는 화를 삭이겠다는 듯이, 손을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 하고 있었다.

“천박한 행동은 여전하구나. 저런 평민 따위를 감싸고돌다니!”

제인스의 언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위의 시선도 미묘하게 변해갔다.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인 듯, 많은 귀족의 영애들은 질시어린, 눈빛으로 루시아를 쏘아 보고 있었다. 공작가의 영애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대 놓고는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라나를 못마땅하게 보는 듯했다.

“제인스 아가씨, 그만 하시죠.”

보다 못한, 렌이 나섰다. 그녀 역시 심기가 불편 한 것인지, 제인스 공녀를 살짝 달랬다. 렌은 엄연한 기사, 그렇게 때문에 제인스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질끈

“흥! 건방진 것들...천박한 평민에 끼어들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호위기사, 잘 조합된 파티야, 호호호”

제인스는 금방 표정을 고치며, 루시아를 비웃고는 몸을 틀었다. 그리고 다음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케실리온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카르멘 공작가의 공녀, 너무 설치는 군.”

“뭐야?”

케실리온은 마지막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끝까지 다물고 있던 입을 열려 버렸다. 여전히, 존대 말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에 렌과 라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 눈빛으로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카르멘 가의 호위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쿠쿡, 난 너희들이 벌레처럼 취급하는 노예인데 어떠하냐...하지만 네 년의 몸값보다 비싼 3만골드나 하는 몸이라고. 하하하”

“무, 무례한! 노예? 노예 따위가 그런 소리를 잘도!”

케실리온은 막무가내 식 발언에 다시 한 번, 제인스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생긴 것은 예쁘장한 것이, 말하는 것은 사납기 그지없는 모습에 케실리온은 혀를 살짝 찼다.

“쯧쯧, 어른 공경은 똥으로 씹어 먹었나.”

“뭐, 뭐라! 감히 노예 따위와 대화를 엮는 것도 불결하건 만, 그런 소리를!”

제인스 공녀의 모습에 잠자코 있던 호위기사들이 앞으로 나타났다. 기사들이 나서자, 제인스는 뒤로 물러났다. 이미,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표정이었다.

“조용히 있었으면 괜찮을 것을....설마 네가 노예라는 생각은 못했다.”

“결국 이런 것인가.”

“주군의 명예를 실추 한 죄는 죽어 마땅하지만, 코리안 공작가의 노예인 점을 감안해서 목숨은 살려주마.”

호위기사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며, 제안 같이 않은 제안을 하고는 자신의 공녀에게 살짝 기사의 예를 취했다. 케실리온은 옆에서 잔소리를 해 대는 루시아와 렌의 팔을 살짝 뿌리쳤다.

“케실리온 사과해, 공녀의 명예를 실추 한 것은 사실이잖아. 조용히 넘기고 싶다면, 그냥 사과하는 게...”

“명예를 아는 가?”

루시아의 말에 케실리온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다짜고짜 명예를 아는 가? 라니! 케실리온의 헛소리에 일행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과를 하라고 했지, 그런 말을 하다니,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너...그래, 네놈이 명예를 아느냐.”

“노예 따위가 담을 말이 아니다!”

기사는 노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는 전투적인 분위기에 숨을 죽였다. 귀족들이 호감 가져 하던 케실리온이 노예라는 사실을 알고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눈빛이다.

“가문의 배경에 힘입어 설치는 버러지들, 너희들은 명예를 아느냐!”

케실리온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사소한 한 마디로 시작한 공녀간의 신경전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이곳에 있는 귀족의 영애들은 노예 하나가 죽어 나간다는 생각을 했다.

“쓰레기들, 너희 2계의 족속들은 명예를 알지 못하는 녀석들이다.”

챙!

“닥쳐라! 노예!”

듣다 못 참겠던지, 기사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 제인스는 케실리온의 죽음을 예감했다.

네놈이 명예를 아느냐.

검을 뽑아든 호위기사 옆에 당당히 서 있는 제인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아무런 동요도, 흥미도 없다는 듯이 앞서 나온 체리 파르페를 한 목음 들이켰다.

꿀꺽...!

요란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파르페의 소리에 주위는 삽시간에 긴장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었다. 기사가 노예의 목을 쳐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크으....”

=왜, 두렵나? 아까는 목을 칠 듯 한 기세더니.

“파르페라는 것 맛있군.”

기사는 팔을 부르르 떨며 차마 검을 휘두를 수 없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노예의 음성에 몸이 굳어 버린 것만 같았다. 그도 잘 알고 있는 2서클의 매직 마우스(Magic Mouth)다.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들려오는 매직 마우스, 그렇다면 이 앞의 노예는 2서클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자신은 충분히 이 버러지 같은 노예 녀석을 단숨에 목을 쳐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그의 몸을 휘감자, 검을 휘 두를 수가 없었다.

“기사님, 검을 뽑았으면 휘두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용기도 없는 건가?

“주, 죽여 버리겠다.”

케실리온은 겉으로 내 뱉는 말과 속으로 내 뱉는 말을 달리했다. 전음(傳音)이다. 매직 마우스와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방식이다. 매직 마우스는 생각을 전하는 혜광심어(慧光心語)와 비슷했지만, 전음은 입을 달싹이는 것으로 원하는 바를 전하는 수법이었다.

기사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고쳐 쥐고는 눈앞에 있는 노예에게 살기를 내 뿜었지만, 실속 없어 보였다. 떨리는 몸으로 검을 쥔 모습은 위태위태하기 까지 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힐끔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체 높은 공작가의 공녀들의 대결이다. 자존심 때문에 벌어진 일, 자존심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다.

“경! 뭐하는 거예요. 얼른 혼내 주지 않고!”

“고...공녀! 알겠습니다.”

제인스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의 사람인지, 케실리온의 내공이 휘감는 것을 눈 치 체지 못했다. 기사의 몸을 휘감는 기운을 말이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마나에 민감한 존재들이다.

물론, 제인스와 루시아 역시 마나를 느낄 수 있다. 너무 강한 기운은 간혹 사람을 혼동시키기도 한다. 마치, 너무나 강대해, 자연이라고 느낄 정도로 강하다면 눈치 체지 못한 것이다.

“아가씨의 실추된 명예는 내가 찾겠다.”

기사는 그 말을 하고는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귀족의 거리에 있는 가게답게, 커다란 천장과 고급스러운 조명들이 잔뜩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검은 짧게 공명을 토해냈다.

우우웅! 

그 호위기사는 짧게 마나를 넣으며, 검의 공명을 일게 했고, 자신의 모습을 과시했다. 차마 마나는 주입하지 않았다. 아마, 노예 따위에게 마나까지 불어 넣는 다는 것은 치욕이었던 모양이다.

“어머, 어머! 검도 없는 아이에게 너무 한 거 아니야?”

“기사도 다됐군. 쯧, 불쌍한 아이네.”

밖에서 길을 걷던 사람들은 요란하게 뽑혀든 소리에 이미 몰려들어 있었다. 귀족들이다. 이렇게 남의 일에 상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번 훓어 보고는 지나가 버렸다.

이 귀족의 거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자신의 과시, 뽐내기를 좋아하는 귀족들에게는 평민들은 그저, 뽐내기의 대상에 불과하다. 여러 귀족가의 하녀, 하인들은 불쌍하다는 듯이 케실리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젠 어린 아이까지 저런 일에 휘말리다. 살기 좋은 곳이면 뭐해, 다 똑같은 귀족인 것을...”

밖에서 들려오는 말은 귀족 모독이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재지 하지 않았다. 아니, 재지 할 수 없었다. 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것 같았다. 

“시끄러워!”

후웅!

와장창!

케실리온이 있던 테이블의 파르페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직 다 먹지도 않았건만, 붉게 수를 놓으며 사라져 가는 파르페를 보며, 케실리온은 손을 뻗었다. 내공은 형편없지만, 이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얼마의 내공을 이용해야 하는 지를 말이다.

차르륵

다시 손 위로 돌아오는 파르페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내공의 수위가 높지 않아 모든 파르페는 담을 수 없었다. 이미, 파르페는 라나와 루시아의 몸을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하하하, 잘도 아가씨를 욕보이다니,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하찮은 녀석들.”

케실리온은 내공을 이용해, 파르페를 손의 주위로 돌렸다. 차츰 얼어가는 파르페가 화살모양으로 변했다. 루시아와 라나는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에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렌은 이미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감히 아가씨에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아무리 카르멘 공작가의 영애라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렌은 힐끔 아가씨의 모습을 살폈다. 흑발에서는 향긋한 체리향이 풍겨나고 있었고, 옷은 음료에 섞여 붉은 빛이 나돌고 있었다. 불쾌하다는 표정까지 짓고 있으니, 자신이 나서도 상관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인스 공녀님, 이걸 어쩌나. 상황이 이렇게 변했는데.”

쩌저적!

심장에서 돌고 있는 하나의 서클이 요란하게 돌아간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서클이 이 순간은 마음에 들었다. 두 배의 힘으로 돌아가는 이 광속의 느낌! 마치, 차에서 보는 사륜구동의 강력한 힘 같았다.

체리 파르페에서 생성된 화살이 케실리온의 주위를 돌며, 기사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이! 경! 뭐하고 있어요. 빨리 저 무례한 것들을 처리 하지 않고!”

“하, 하오나 아가씨! 상대는 두 명으로.”

“제 명예는 어떻게 되고요! 빨리!”

제인스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지,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얼굴이 납빛으로 띠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사는 안 되겠다는 듯이, 렌을 경계하며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노예가 마음에 걸렸다.

“네 잘못이 있다면 그 입이다. 원망하려거든, 그 입을 원망하도록!”

후우웅!

강하게 내려찍는 검에 케실리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믿는 듯 한 눈빛이다.

캉!

“아, 아니! 이 거리를!”

렌과 카르멘가의 기사의 거리는 상당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려찍는 검을 막을 수 있었을 까. 그 답은 스텝에 있다. 발이 잘 꼬이던 스텝을 케실리온의 위험에서 재대로 펼쳐 낸 것이다.

귀족가의 영애들은 화려한 스텝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렌을 쳐다봤지만 정작 렌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의 검을 막아 내고 있었다.

“네 잘못은 그 입이다. 돌려주고 싶은 말이군.”

쉐에엑!

퍽!

회전목마와 같이 돌고 있던, 애로우는 케실리온의 손 위에 떠 있다가, 빠르게 두 검의 사이를 지나치며, 카르멘가의 기사라는 녀석의 가슴을 쳐 버렸다.

하지만, 물방울이라도 되는 듯이 그 갑옷에 닿자, 요란한 소리만 울릴 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과 같이 그 애로우는 사라져 버렸다.

쩌저적

하지만 순간, 기사의 가슴의 갑옷이 얼어버렸다. 그것도 급속도로, 기사는 당황하며, 갑옷을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혼자서는 갑옷을 벗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의 시종이 있는 것이다.

“크아아...무, 무슨!”

온도를 견딜 수 없는 것인지, 기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치, 몸이 타는 듯 한 느낌이 들 것이다. 너무 차가우면 차갑다는 인식보다는 뜨겁다는 인식이 강한 것처럼, 그와 같은 현상이다.

마령지기와 마법의 조합이 만들어낸 성과다. 카르멘 가의 공녀는 똑똑히 보았다.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조소를 짓는 케실리온의 모습을 그 모습은 마치, 장난 끼 많은 아이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겁을 먹었다.

게다가, 검가인 코리안 가에서 마법사를 키운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 질 줄은 몰랐다는 투였다.

휙!

케실리온이 손을 젓자, 기사에게 가해지던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다만, 갑옷은 얼어 있는 것은 여전 한 것인지, 차가운 한기를 내 뿜고 있었다.

“장난은 그만하지.”

퍽!

육합권이다. 삼재보법의 수법으로 호위기사의 가슴으로 파고든 케실리온은 얼어 있던 갑옷을 그대로 쳐 버렸다. 그 순간, 갑옷은 토기로 만들어진 그릇처럼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차가운 파편이 가게 안에 흩날리자,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비록 검은 막은 것은 렌이었지만, 기사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케실리온 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신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젖던 기사는 마나를 검에 주입했다.

렌은 그 모습에 입술을 질끈 깨물며, 케실리온의 앞에 섰다.

네놈이 명예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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