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이딴 교실은 필요 없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연무장, 훈련뿐이란 말이다.”
“예, 예...”
성의 한편에 마련된, 검술 수업이다. 수업이라고 해봐야. 자기소개, 그리고 교수진의 소개뿐이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이 쓸모없는 교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 대부분이 귀족이겠지? 나 역시 귀족이다. 기사란 말이다. 힘들고 지친다고 도망간다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라.”
투박한 외모, 기사의 신분이라 그런지, 무언가 무식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카데미의 교수였기 때문인지, 기사의 의무를 행하지 않고, 이런 꼬마들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그 교수는 몸이 근질근질 거리는 것인지, 왼쪽에 차여 있는 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고로, 나의 수업은 교실에서 하지 않는 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무장에서 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알겠나?”
“예.”
“소리가 작다!”
“옛!”
강압적인 모습에 치를 떨던 반의 아이들, 그러니까. 케실리온의 클래스메이트였다. 반의 아이들을 살펴본다면, 대부분 고위급의 귀족인 듯했다. 공작가의 루시아와 제인스, 그리고 어떤 귀족가의 자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버터를 몇 통이나 먹은 것 같은 레딕이라는 녀석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신분이었던 레나라는 보랏빛의 신비로운 아이, 남장여자였지만, 가려지지 않는 귀여움이 느껴지는 에레노아라는 여아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눈을 감으며, 심법을 떠올리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네는 뭘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건가.”
“......”
눈을 감고 마령심법을 운용하고 있던 케실리온은 눈앞에서 느껴지는 이름 모를 교수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 교수의 집중에 절로, 다른 아이들의 시선도 한 곳으로 모여 들었다.
무시하며 명상에 잠겨 있던 케실리온은 마령심법을 갈무리시킴과 동시에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루시아가 옆구리를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녀의 성의를 봐서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검술 수업이면 검을 수련하거나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도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하는 군요.”
“하하하!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잘 들었겠지! 난 이런 사람이다. 바보 같이 교실에서 양피지나 붙들고 가르치는 타입이 아니란 말이다. 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군. 난 닉이라고 한다. 닉! 잊어 먹지 말도록, 그리고 아카데미 내에서는 성을 사용하지 말 것! 이상이다.”
케실리온의 입에 발린 말에 기분이 좋아 진 것인지, 닉이라는 교수는 입을 살짝 벌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케실리온의 떠오르는 생각, 그건 단순, 무식, 멍청이라는 생각이 교수를 정의했다.
자기 할 말을 다 하고 사라지는 닉 교수의 모습에 지정된 교실에서 아이들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2학기라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레나라는 아이와 에레노아라는 아이는 묵묵히 혼자만의 세계로 고립되어 있었다.
아카데미에는 여러 클래스가 있다. 검술과 마법, 학문, 경제 등 직업 훈련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기사의 검술, 마법사의 마법, 관직의 학문, 상인의 경제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수업을 듣는 다고 한들, 꼭 그 직업에 들어가는 자는 없었다.
검술을 해도, 실력이 되지 않아 용병이 되거나, 군의 고위급 병사가 되는 것, 마법사는 간단한 아티팩트 제작사, 그리고 검술 수업과 마찬가지로 용병 하지만 마법은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학년이 높아질수록, 직업의 폭이 넓었다.
“아씨, 지루해 죽을 뻔했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 중, 한 녀석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옆에는 많은 무리가 모여 있었다.
“검술 그 새끼는 뭐가 좋아서 실실 쪼개고 지랄이야. 검술은 실전이 중요하다. 뭐야 이거!”
“하하하, 아까 먹고도 배고파 뒤지겠다. 뭐라고 먹으러 가자.”
“야야, 오늘은 뭐 안 싸왔냐?”
“싸 오긴 개뿔, 하녀 시켜서 가져오라고 하면 되잖아, 멍청아.”
소란스럽다. 이 꼬마들의 말 속 곳곳에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리더로 보이는 꼬마 녀석은 중앙 책상에 앉아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귀족은 재수 없었다.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면서 속으로는 욕하는 존재, 하지만 예외도 있는 건지, 저 녀석들은 입부터 거칠다. 한마디로 까칠하다는 말이었다.
둑.
누군가 케실리온의 어깨를 건드렸다. 조용히 있으려던 케실리온은 누군가의 손이 어깨에 올려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비틀었다.
“새끼, 아깐 말 잘하더라. 육체를 단련하거나 크크큭. 다음부터 나서지 마라.”
비아냥거리며 케실리온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옆에서 못마땅하게 노려보는 루시아의 모습에 녀석은 꼬리를 마는 것인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의 그 무리에 있던 리더였다. 재수 없게 갈색머리가 브라운 아이를 한 녀석은 자신들의 동료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시끄러워, 방해 되잖아.”
이놈의 교실은 귀여운 아이만 있는 것인지, 맨 앞줄에 혼자 앉아 열심히 책을 보고 있던 여자 아이의 목소리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약간 메말라 있는 목소리에 케실리온은 감정이 동했다. 호기심이었다.
“뭐야, 정신병자 아니야. 마나 임팩트로 정신이 오락까락 한 가보지? 앙? 자기 자신의 마나에 마나 임팩트를 일으키다니.”
예전에도 말했겠지만, 마나 임팩트는 상대방의 마나를 거부하는 반발력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마나에 임팩트를 일으키는 기묘한 아이의 모습, 차갑지만 어딘가 성숙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가씨, 뭡니까. 저 아이.”
“누구, 저 분홍빛 머리를 한 저 얘?”
“네, 뭐...”
“저 얘, 좀 이상해, 마법 클래스의 정령사야. 정령이 좀 특이하지. 마인더라는 정령인데, 정신의 정령이라고 하나봐. 사람의 깊은 기억을 끌어 올리는 정령사라나...아무튼 졸업과 동시에 황궁에 등용 될 거라는 소문도 있더라고.”
“호오...마인더.”
케실리온은 혼자서 책을 읽으며, 홀로 있는 아이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감돌았다. 머나먼 과거, 자신 역시 혼자였지 않은가. 이미 익숙해진 고독으로 케실리온은 더 없이 호감가는 녀석이었다.
“더러워, 네 녀석의 기억은...”
“뭐야?! 이 년이, 또!”
정령이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홀로 수련하는 모습이 비쳤다. 어떤 수련법인지는 모르지만, 저 아이는 자신을 괴롭히려 하는 아이의 심중을 꽤는 것 같았다.
“로킨, 그냥 내버려 둬, 이야기 해봐야 너만 손해잖아.”
“후...운 좋은 줄 알아. 미친년!”
로킨이라는 아이의 무리중 하나가 나서며 리더를 뜯어 말리고 있었다. 특별반인 것인지, 이 곳에서는 여러 클래스의 아이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다른 반에 비해, 한 클래스가 집중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반이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기거 오르면 나의 마법으로 혼내 주지.”
화르륵!
로킨이라는 녀석이 모든 반 아이들 앞에서 파이어 마법을 펼쳤다. 1서클의 화속성 마법이다. 아마, 녀석은 화속성 마법을 정통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혀를 차며 자신들의 친구들과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반에서 사라지는 로킨의 무리를 뒤로 한 채,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맨 앞줄의 여아는 조용히 허공에 손짓을 하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로킨 무리가 사라지자, 케실리온이 몸을 일으켰다. 31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중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케실리온은 무리 없이 루시아의 곁을 지나치며, 마인더라는 정령을 다루는 여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며, 교실이 조용해 졌다. 실상, 한 반에 새롭게 편입한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모두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이름이 뭡니까.”
“......”
당당하게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아이의 앞에 선 케실리온은 주저 없이 이름을 물었다. 공손하고, 상냥하지만, 약간 경계 어린 말투다. 과거부터 이어지는 습관. 누구도 믿지 않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그 아이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책에서 시선을 땠다.
란델 아카데미
“당신은 뭐죠? 마음이 읽히지 않아.”
“저게 그 마인더라는 정령이군요. 제법입니다.”
케실리온은 희미하게 보이는 정신의 정령이라는 마인더라는 정령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다짜고짜 정령을 소환해, 마음을 읽으려는 소녀의 모습이 괘씸했지만, 그런대로 경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자, 이제 제 마음을 읽어 보시죠. 경계를 거두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마음대로 마음을 숨기는 게 가능할 리가 없어. 이 책에도..”
정신의 정령, 마인더라는 고서였다. 아직 초보 단 계인지,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이었기 때문에 케실리온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니, 경지가 높아진다고 한들, 케실리온이 원하지 않다면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엄연히 케실리온이 행하는 심법은 마령심법이다. 심령, 어둠의 영혼, 다르게 해석한다면 어둠의 신, 신중의 신이라는 뜻의 마령심법이다. 신이 되기 위한 수련인 것이다. 그것이 어둠의 신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너의 이름은....?”
“어두워...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의 이름은?”
“프린.”
프린이라는 여자 아이는 당황했다. 마인더가 읽지 못하는 마음은 없었다. 어떤 인간이라도 작은 파장이 있는 것이 마음이다. 하지만 무심,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의 모습을 보고, 케실리온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범접하지 못할 존재를 봤다는 듯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읽어 보시죠. 마음을 하하하.”
스스스
마인더라는 정령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 케실리온은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대뇌를 자극 시키는 느낌이랄 까. 그 기분이 지속 될수록 무언가 빠져나가는 상실감이 느껴졌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할 까. 더 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만.”
“어둠, 절망, 고독, 슬픔....최근에 느낀 건, 즐거움? 넌 뭐지? 어두운 면 밖에 없잖아.”
“재미있는 능력이지만, 슬슬 짜증이 나는 군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신의 능력. 가지고 싶....”
케실리온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되뇌었다. 용신이라고 불리던 녀석이 처음 나에게 흡수의 능력을 줬을 때 느껴지던 충동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쓰지 않았던, 흡수의 능력
새롭게 보는 능력에 탐이 났던 것이다. 더 이상 있다가 보면, 저 아이의 능력을 빼앗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케실리온은 도망치듯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케실리온!”
“따라 오지 마십시오.”
손이 떨려온다. 뭔가 주체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수련이 부족한 것도 아니건만, 뭔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프린이라는 아이를 가까이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정신의 정령과 접촉하는 순간, 잠재 되어 있던 욕구가 치솟았던 것이다. 마령심법으로 억제 되어 있던 흡수의 충동이 일어났다.
바삐 사라지는 케실리온의 모습에 아이들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프린을 노골적으로 적대했다.
“너...케실리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저 읽었을 분이야. 감정을 마음을...여기 쓰여 있는 대로, 마인드 리딩이라는 것을 사용해 봤을 뿐이야.”
“뭐라고?”
“넌, 나를 무서워하는 구나. 마음을 읽힌다는 것이. 호호호”
루시아는 떨리는 표정으로 프린을 주시했다. 이질적인 기운이 몸을 휘감자, 저절로 몸이 움찔거린 것이다. 주위의 반 아이들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레딕이 나서며,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런, 이런, 프린양. 자제 하세요. 친구잖아요? 저는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두 명이라도 상관없어요.”
“뭐야! 저리가. 레딕!”
“루시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저는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루시아는 프린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잊어 버렸다는 듯이 레딕의 말에 발끈 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상, 레딕의 말은 적절했다. 프린에게서 느껴지던 불쾌한 기분을 날려버린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 한 것이다.
“그리고 프린양, 약속하지 않았던가요. 함부로 그 정령을 소환하지 않기로.”
“언제?”
“저와 사랑을 약속했을 때부터.”
“언제 약속했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이던 순간....눈빛으로 말입니다. 하하하”
프린에게는 농담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레딕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루시아를 쳐다봤지만, 이미 시선은 책상 바닥으로 향해 있었다. 명백한 무시 속에 레딕은 클래스메이트의 여학생을 공략하기 시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외면뿐이었다.
레딕의 행동에서 벗어나는 여학생은 이 반의 클래스메이트뿐이리라!
* * *
“크윽...갑자기 싫은 기억이...”
오랜 시간 잊었던 기억, 1계의 부모님이 눈앞에서 죽어버렸던 기억이 물씬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2계에서도 부모가 죽었다. 아마, 사람을 많이 죽인 것에 대한 업보 인 듯했다. 자조적인 웃음을 흘린 케실리온은 성의 발코니 쪽으로 다가갔다.
바람 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휘이잉
“오랜만에 떠올랐군.”
19년이나 살아왔던 1계다. 하지만 감쪽같이 잊고 살아왔다. 그런 곳이 있었냐는 듯이 지옥에서 줄 곳 싸움으로 지새웠고, 전쟁과 살육을 자행해왔다. 문뜩,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풍겨왔지만, 실없는 소리였다.
“크큭, 슬슬 돌아가야겠지. 또 그 계집애의 장단에 놀아 줘야 하고.”
케실리온은 루시아의 당황해 하던 얼굴을 떠올리고는 멀리 떨어지지 않는 교실로 향했다.
새삼, 아카데미가 넓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닿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밤에도 수업을 하는 것인지, 천장에는 작은 마나석이 박혀 있었다. 아마, 이 제국이라는 곳은 마나석이 썩어 남아도는 것 같았다.
문 앞에 도착한 케실리온은 짐짓 손잡이에 손이 가지 않았다. 프린이라는 녀석이 살짝 떠오른 것이다. 두렵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경계가 됐다. 또 다시 흡수에 대한 충동이 일어난다면, 다짜고짜, 흡수 해 버릴 것 같았다.
“씹탱아. 교실 문이 네 안방이냐.”
뒤에서 거칠게 떠미는 녀석, 몇 분 지나지 않았건만, 다시 시비를 건다. 순간 죽여 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그 감정을 죽이고는 조용히 길을 비켰다. 로킨이라는 녀석이었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허접스런 녀석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게 겉으로 보이는 녀석의 무력은 거짓이다. 자신의 무서움을 알고 스스로 기라는 것이다. 확실히 녀석은 반의 아이들 중 강했지만, 비슷비슷한 모습이었다.
그저, 밖으로 표출 할 줄 아는 녀석이라는 것이다. 이런 녀석들은 거짓된 명성에 목숨거는 바보 같은 귀족 스타일 인 것이다. 진정한 명예도 모르는 녀석이면서 말이다.
“뭘 꼴아봐, 쓰벌 놈아.”
“겉으로 포장한들, 나에게는 소용없는 짓입니다.”
턱!
녀석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른다. 자신이 마법사 지망생이라는 것을 까먹은 것인지, 마법은커녕 솜방망이 같은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하지만 눈 먼 주먹을 맞을 정도로 바보가 아닌 케실리온은 그 주먹을 흘리고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개새끼. 네가 뭐 되는 줄 알아? 편입생이면 설설 기어야 할 것 아니야. 이 반에서는 내가 왕이다. 알겠어?”
로킨, 케실리온보다 머리가 한 뼘 더 큰 녀석이다. 마법보다는 검술이 어울리는 골격, 그 모습에 케실리온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무시했다. 그 모습에 로킨은 화가 난 것인지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바보 같은 녀석을 옹호하는 로킨의 무리가 있었다.
“개새끼! 내 말을 씹어?”
퍽!
녀석이 케실리온의 등을 친다. 하지만 넘어가기는커녕, 굳건하게 서 있었다. 아프다는 기색은 커녕 소리 높여 웃고 있었다.
“하하하! 프린양, 다시 한 번 저의 마음을 읽어 주시겠습니까.”
“뭐야?! 저 새끼가 돌았나.”
케실리온의 말에 로킨은 더욱 화를 냈지만, 뒤에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평온해, 산책한다는 듯이 평온하다.”
프린의 말에 반 아이들은 경악했다. 맞으면서도 평온하다니. 순간 케실리온이 인간 같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때, 떨리는 목소리로 한 아이가 말했다. 로킨의 무리 중 하나였다.
“너...뭐야, 어떻게 그 상황에서도 평온한 것이지?”
란델 아카데미
“하지마, 케실리온. 네가 하려는 것 말이야.”
클래스메이트들이 머무르는 공간의 유일한 출구에 앞에서 케실리온의 손에서 넘쳐흐르는 마나의 향기, 은빛과 흑 빛이 언뜻 보이는 마나가 케실리온의 손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양손의 마나에 귀족들은 침묵했다.
오직, 루시아 만이 케실리온의 행동을 자제 시키고 있었다.
“아가씨, 살짝 겁만 줬을 뿐입니다.”
케실리온은 어깨를 으쓱 거렸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했다. 저 앞에서 비아냥거리듯이 건들거리는 멍청한 귀족에게 한방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약속....
폭력은 안 된다.
아카데미 내에서 마음대로 마나를 사용하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라.
그것은 코리안 공작가와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루시아와의 약속 그리고 금기였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던 약속이다. 그 때문에 케실리온은 마나를 거두어 드리며, 떨고 있는 귀족들을 한번 둘러 볼 뿐이다.
“왜 평온하냐고 물었습니까? 모든 것이 우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살기를 내뿜는 것, 이것인 이미 익숙하다. 숨 쉬는 것처럼 느껴오던 살기였으며, 수많은 죽음을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저런 조잡한 아이들의 살기는 그저, 산책하는 것 이하, 이상도 아니었다.
“흥! 마나 가지고 유세 떠는 가 본데, 난 2서클 마법사야.”
로킨이다. 주제도 모르고 주먹질을 해대던 녀석이 케실리온의 모습에 코웃음을 치고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 모습에도 케실리온은 여유로웠다.
화르륵
오른손에서 피워 오르는 짙은 마나의 향기, 2서클에 해당하는 마나를 쏟아 부으며, 단일 공격 마법인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반 아이들은 침묵했다. 로킨의 마법이 케실리온을 공격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기지마! 네놈 같은 것은 한 주먹도 안 되니까.”
푸슉!
그리고는 케실리온을 향해 질주하는 파이어 애로우, 하지만 케실리온은 눈 깜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파이어 애로우가 케실리온의 몸을 태울 것이다. 살인이 날 것이 뻔했다.
“꺄아악...!”
반의 아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리 건방을 떨고 있던 로킨의 아이들도 이런 사태 까지 갈 줄은 몰랐던지, 원망스럽게 로킨의 행동을 탓하고 있었다.
“로킨 무슨 짓이야. 죽일 참이야?!”
파파팟!
아이들의 말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파이어 애로우가 케실리온의 몸에 강타했다. 짙게 타오르는 파이어 애로우의 모습에 아이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들은 케실리온의 옷이 타고, 살이 타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약한 마법이라도 2서클이라면 강하다. 사람을 죽일 정도의 위력을 내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화르륵.
“하하하, 꼴좋다. 파이어 애로우 맛이 어때.”
케실리온의 온 몸이 파이어 애로우의 영향으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십 초가 지나도록, 비명한번, 뜨거움에 비틀거리지도 않는다. 그제야 뭔가 잘 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반의 아이들은 떨리는 눈동자로 케실리온을 주시했다.
“개새끼, 이제 맛 좀 알았겠지? 지금도 산책하는 기분이냐? 하하하!”
로킨의 으름장에 반 아이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화염이 그치자, 여전히 무표정한 케실리온의 얼굴이 들어났다. 다친 곳도 없었고, 그을린 곳도 없었다. 반의 입구에서 붉은 머리의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마터면, 마법에 당할 뻔 했군요. 잘도 제자를 다치게 할 뻔했어.”
고운 이마를 찌푸리고 있던, 여성이 입을 열었다. 다행이 늦지 않게, 실드 마법을 펼쳤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케실리온이 크게 다쳤을 것이다. 다친 것이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력이었다.
짝!
“저 애가 누군지 알아? 하프 드래곤이야. 신성마법도 통하지 않는 아이라고!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어.”
페이린이 짐짓 화가 낫다는 듯이 로킨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 갈겼다. 녀석은 어안이 벙벙한 것인지, 입만 뻥긋 댈 뿐, 아무 말도 없이 케실리온의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 새끼가....!”
페이린의 손찌검에도 아무렇지 않게, 케실리온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행동이었다.
퍽!
“당신이 뭔 대, 나한테 손찌검해, 아버지도 안하는 손찌검을!”
케실리온의 무표정에 녀석은 화를 페이린에게 돌린다. 어처구니없는 녀석, 이래서 귀족이 싫었다. 녀석의 말에 페이린 역시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하며, 학생들의 정 중앙에 있는 단상위로 올라갔다.
“황궁 마법사 겸, 란델 아카데미의 교수로 임명 받은 페이린이라고 합니다.”
로킨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씩씩 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케실리온이야, 산책한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페이린의 입만 주시 했다. 옆에서 걱정 어린 루시아의 말을 제외하고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체 마법은 교실에서 펼칠 수 없습니다. 1학년 때는 그저, 간단한 보조 마법을 배울 생각입니다. 마법의 뜻이 없는 학생도 있으니, 교양 과목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요.”
그녀답지 않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화가 났다는 증거 같았다. 힐끔 거리며 케실리온의 상태를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황궁을 내팽개치고 이곳의 교수자리를 차지 한 것도 미심쩍었지만, 같은 반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아마 암중의 권력이 있을 것이다.
“질문 사항은 없나요?”
페이린은 간단하게 앞으로 있을 수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는 질문 사항을 받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질문이 없는 것인지 손을 드는 학생은 없는 듯 보였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아, 그래...이름이...레딕?”
“오! 아름다운 분께서 이름을 불러 주시니 영광입니다.”
“흠...그런가요?”
페이린은 레딕의 농담어린 말에 심드렁히 대꾸하고는 질문이 뭐냐는 듯 한 눈빛을 보냈다. 시원찮은 질문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좋아하는 분 있으십니까?”
“......”
레딕의 같잖은 질문에 클래스메이트들은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페이린은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라고 치부하고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루시아와 케실리온을 스치듯이 쳐다보고는 반을 나가 버렸다.
그 이후에도 여러 수업의 교수들이 찾아와 간단히 수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지루한 수업이 끝나버렸다.
해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고, 다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간간히, 비치는 로킨의 불만 어린 눈빛과 하프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고 비웃음을 날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란델 아카데미
아침에 보았던, 연회장이다. 여기가 주로 식당으로 쓰인다는 것을 잘 아는 루시아는 불편 없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성 밖이 어두워지자. 화려하게 빛을 내뿜는 마나석에서 라이트 마법이 사용되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흘러넘치는 라이트는 대낮과 같은 밝기의 빛을 내뿜었다. 언제 차린 것인지, 연회장의 식탁에서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학년 별로 자리를 차지 한 것인지, 망토의 색깔이 두 줄로 나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규칙에 얽매이는 모습이 보였지만,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케실리온, 저 얘는 누구야?”
“레나 말입니까. 친구입니다.”
어느 정도 아카데미의 생리를 잘 파악 한 것인지, 레나와 케실리온, 루시아는 친구가 되었다. 간간히 프린이라는 정신의 정령사라는 녀석도 말을 걸고 있었으니, 친구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그 누구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고 배신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그 예외도 있으니, 지옥에서 싹튼 친구인, 풍운지 만큼은 마음의 지주요. 친구였다.
그 왜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고 불완전한 친구 관계를 유지 하고 있었다.
“루시아지? 난 케실리온의 첫 번째, 친구 레나야.”
첫 번째를 강조하는 것은 무슨 짓인지 몰랐지만, 묘하게 레나라는 여자아이와 루시아가 대치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제인스라는 여자 아이는 멀리 떨어져,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그 눈빛이 경계, 그리고 적에 대한 적의라고 판단했다.
“호호호, 그럼 저는 케실리온과 같이 사는 첫 번째 사람이겠군요.”
무슨 짓인지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에 케실리온은 눈앞에 보이는 빵조각을 집어 들고는 베어 물었다. 지옥에서 먹었던 음식과 차원이 달랐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그 느낌이 좋은 것인지, 케실리온은 어떤 음식이든 맛을 음미하듯 먹었다. 그렇다고 미식가는 아니었다. 지옥과는 달리, 인간다운 음식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케실리온, 빨리 선택해. 레나야 나야.”
루시아가 먹던 빵을 빼앗아 들고는 케실리온의 답을 요구했다. 이런 아이 같은 싸움에 뭐하는 짓이냐는 듯이 빵을 다시 빼앗아 들고는 맛을 음미 할 뿐이었다.
“무슨 짓입니까. 음식을 먹을 때는 가만 두라고 했을 텐데요.”
“호호, 케실리온 이것도 먹어 봐.”
루시아의 당황하는 모습에 레나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케실리온에게 과일을 하나 건네고 있었다. 음식을 주는 데 마다하지 않는 케실리온은 붉은 빛이 감도는 특이한 과일을 입에 베어 물었다. 약간 쓴맛도 느꼈지만, 특별한 맛에 미소를 지었다.
“특유한 맛이군요.”
“에엑, 그걸 먹었어? 그 맛없는 것을...”
루시아는 그 모습에 경악하며 쓰다는 느낌으로 얼굴을 구겼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이 과일은 먹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 과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특이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군.’
“미, 미안....맛없어?”
“지옥의 것보다는 맛있군요.”
“뭐?”
레나의 미안하다는 듯 한 눈빛에 케실리온은 계속해서 그 과일을 들고는 음미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과일의 이름을 못 물어 봤다는 것에 쓰게 입맛을 다시고는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제인스라는 여자 아이를 쳐다봤다.
여전히 뭔가 못마땅한 얼굴이다. 일주일 전의 일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인지 잔뜩 얼굴을 붉히고는 화를 내는 모습에 절로 짜증이 일어났다.
“여기 앉아도 되지?”
‘호오...복수할 대상을 곁에 두고 관찰하겠다는 생각인가? 뭐 나쁘지 않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케실리온은 속과 겉을 다르게 하고는 긍정을 표했다. 그 모습에 화색이 돈 것인지, 아니면 관찰 할수 있다는 것에 안도인지 밝은 표정으로 레나의 곁에 앉았다. 한 테이블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루시아는 루시아대로, 레나는 레나대로, 제인스는 제인스 대로 침묵을 유지했다. 이 평범하던 공간이 특별한 공간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케실리온과 맞은편에 앉아 있던, 프린은 묵묵히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같이 편입한, 에레노아도 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여자만 넷이다. 에레노아는 표면상으로 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로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레나와 루시아, 제인스는 프린과 에레노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흥, 제인스 넌 뭔데 이곳에 있는 거야. 시비라도 걸로 왔어?”
“시비라니...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을 뿐이야. 루시아.”
“너 뭐 잘 못 먹었니? 왜 그런 말투를 사용하고 그러니. 평소대로 해.”
“흑...루시아 너무해, 난 그저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제인스의 연약한 모습에 속은 것인지 주위의 아이들은 질시어린 눈빛으로 루시아를 보고 있었다. 케실리온도 그녀의 연기에 혀를 찼다.
‘쯧....귀족의 거리에서 보던 거랑 딴판이군. 내숭이라....’
귀족의 거리에서 루시아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아카데미에서 내숭을 떨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케실리온이었다. 둘의 싸움에 레나는 잘됐다는 듯이 케실리온의 손이 닿지 않는 음식을 대신 날라 주고 있었다.
“이거 맛있더라. 한 번 먹어봐.”
붉은 빛이 감도는 음식이다. 딱 보기에도 매우니 조심해라는 포스가 풍기고 있었지만, 사심 없이 건네는 레나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그 접시를 받아 들었다.
“안 돼, 그게 얼마나 매운 음식인데....”
한창 싸우고 있던 제인스와 루시아가 동시에 왜 쳤다. 빼앗아 들려는 루시아의 손을 뿌리치며 포크를 이용해 붉은 면으로 된 음식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입안에서 뜨거운 화기가 느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짜릿한 느낌이 혀를 자극했다.
“확실히 매운 느낌군요. 먹어 본 것 중에 가장 맛있습니다.”
케실리온의 말에 주위의 학생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개중에는 혀가 잘 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중얼거리는 학생도 있었지만, 케실리온은 맛있게 그 음식과 쓴 과일을 집중 공략했다.
“프린과 저는 입맛이 비슷 한 가보군요. 하하”
“그런가.”
케실리온은 묵묵히 쓴 과일을 입어 들어 베어 무는 프린의 모습에 이채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도 먹지 않는 쓴 과일을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대답은 한기가 느껴지는 말투였지만, 그 말투마저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프린과는 비슷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케실리온의 말에 프린도 싫은 것이 아닌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둘의 심상치 않는 모습에 세 명의 여성은 짧게 신음을 흘리며, 프린 마저 경계를 하고 있었다.
띵띵...
짧게 울리는 청명한 종소리가 식당의 곳곳에 울려 퍼졌다. 확성 마법이라도 쓴 것인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카데미의 교장, 카이룬이 앞으로 나서며,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첫 수업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지루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케실리온은 조용히 쓴 과일을 들어 올리며, 입으로 가져갔다.
한 20분 정도 연설 같은 긴 말을 하고는 기숙사라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이미 룸메이트가 정해져 있는 것인지, 삼삼오오, 모여 들며, 각자 짝을 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루시아와 제인스가 짝이었다. 프린은 혼자였던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을 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룸메이트 에레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