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내의 기숙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워낙 넓었기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이, 3층 부와 4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과 2층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인 반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기숙사라는 곳에 갈 수 있었다.
2학년부터는 자신의 클래스에 맞게 수업을 듣기 때문인지, 학년에 구분이 없이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긴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수용소와 같은 느낌도 주고 있었지만, 괜찮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방 내부에 씻을 수 있는 공간 까지 있었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너희들이 새롭게 들어온 학생들이구나.”
편입학 하게 된 3명을 부른 존재는 기숙사인 3층과 4층을 관리하는 사감이었다. 과거 황궁의 시녀로 있었기 때문인지, 깐깐한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과 흰색을 원단으로 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시녀 복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선, 레나의 룸메이트는 프린이 좋겠구나. 마침, 빈 곳이 그곳뿐이고 말이야.”
“예에...”
레나는 약간 실망했다는 듯이 케실리온을 힐끔 쳐다보고는 자신이 배정된 방이 어디에 있는 지 사감에게 설명을 듣고, 힘없이 4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케실리온과 에레노아는 사감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직 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건을 풀지도 않았기 때문에 에레노아는 묵직한 가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케실리온이야, 있는 것이라고는 교복과 수업을 듣기 위한 도구뿐이었다.
“흐음, 약간 구석진 곳도 상관없겠지?”
“상관없습니다.”
무심하게 말하는 에레노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굳게 다물어 있던 입에서 약간, 가냘픈 음성이었다. 자칫 들킬 수도 있는 목소리였지만, 일부러 낸 어색한 음색보다는 낳을 듯했다.
“그럼, 저기 복도 끝에 위치한 곳으로 가면 되겠네. 룸메이트는 너희 둘.”
사감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케실리온과 에레노아를 구석진 방으로 안내했다. 정말로 구석진 곳인지, 복도 끝에 위치한 방이었다. 다행이 더럽지는 않은 것인지, 방의 내부는 깔끔했다.
“알아서 자리는 선택하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용서하지 못하니까.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거야.”
사감은 자신의 일이 끝났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방을 나가 버렸다. 단둘이 남게 된 케실리온과 에레노아는 잠잠해지며, 작은 문턱을 보며,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방의 정중앙에 놓여있는 에레노아와 케실리온의 물건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은 두 명이서 충분히 사용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욕실과 화장실 겸용의 고급스러운 세트까지 딸려 있었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내가 왼쪽을 사용하겠어.”
“후후, 왜지? 나도 왼쪽을 사용하고 싶다만...”
먼저 입을 연 자는 에레노아다.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을 선택한 에레노아에 케실리온은 뒤이어 그곳을 선택했다. 이유는 따로 없다. 그저 그곳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밀폐 된 공간, 그렇기 때문에 예의는 차릴 필요가 없었다.
“.......”
“......”
케실리온과 에레노아는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서로 물러 날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에레노아는 잠시 케실리온을 훓어 본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원하던 자리를 포기 하고 있었다. 이렇게 포기가 빠를 줄 몰랐던 케실리온은 에레노아의 손목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포기가 빠르군. 왼쪽을 사용해라.”
양쪽으로 갈린, 침대와 작은 책상을 쳐다본 케실리온은 달빛은커녕, 바람도 잘 들어오지 않는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 아침이 되어도 어두운 공간 일 것이다. 큼큼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아, 햇볕을 잘 받지 못해, 풍기는 냄새 일 것이다.
“왜지? 왼쪽이 더 좋을 텐데?”
“그냥.”
케실리온은 뒤에서 들려오는 에레노아의 외침에 묵묵히, 여벌의 교복과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책상위에는 책을 올려놓았고, 그 밑에 붙어 있는 옷장으로 보이는 곳에 교복을 넣었다.
그리고 상관없다는 듯이, 침대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며, 녀석의 행동을 지켜 볼 뿐이었다.
무슨 물건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히 보기 좋지 못했다. 일부러 남자 행세하는 모습에 동하긴 했지만, 이미 관심을 끊은 지 오래였다. 과한 호기심은 불화를 일으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의외로 몸이 얇군.”
케실리온은 모른 다는 듯이 에레노아의 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10살의 나이 때문인지, 구분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의 심중을 떠 보기 위해서 물어 본 것일 뿐이었다.
“남자는 얇으면 안 되는 건가? 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하하하.”
케실리온은 녀석의 말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웃음만 흘렸다. 녀석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을 흘기고는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모든 행동이 어린아이답지 않았다. 무언가 얽매인 느낌.
“내숭이었나? 반에서는 예의를 차리던데.”
“아, 그거? 내숭이라면 내숭일수도 있지. 옆에 있던 고용주 아가씨가 신신당부를 해서 말이야.”
침대에 앉아 서로 노려 볼 뿐, 대화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것을 모르는 것도 많았거니와, 딱히 친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주제야 뻔 한 것이다.
저 어린것의 가소로운 질문에 코웃음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케실리온의 말에 대략 짐작이 간다는 눈빛을 보냈다. 루시아와 잘 붙어 다닌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까 마법수업에서 교수가 말하지 않았던가.
하프 드래곤이라고 했던 말을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다.
하프 드래곤이라고 한다면, 대륙에 단, 2개체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란델 제국에 하나, 테라스 제국에 하나, 양 대륙에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근본도 모르는 하프 드래곤이 나타났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프...드래곤이라고?”
“왜, 인간과 달라서 궁금한 가보지.”
“그다지.”
“좋은 자세군. 호기심은 죽음을 부르거든.”
퍽!
“뭐라고 했지.”
“죽음을 부른다고 했다.”
케실리온은 에레노아의 질문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녀석은 짧은 대화에서 뭐가 화가 나는 것인지 애꿎은 침대를 쳐대고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났다는 듯이 침대를 때리는 모습이 묘하게 귀여워 보였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케실리온은 계속해서 에레노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내 앞에서 그딴 목소리로 지껄이지 마라.”
“뭘 모르지? 난 그저, 호기심은 죽음을 부른다고 했다.”
확실히 어린 아이는 어린 애였다. 작은 도발에도 화를 내는 모습이 웃겼다는 것이다. 한동안 심심하게 지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케실리온은 미소로 녀석의 화에 대해 화답했다.
“지껄이지 말라고 했지!”
슈욱!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다. 체술이라도 배운 것인지, 군 더기 없이 정확하게 안면으로 날아든다. 이대로 맞으면 엄청 아플 것이다. 바람을 가를 정도로 정확한 정권지르기였다.
탁-
“이런, 이런, 주먹을 날리다니. 무방비 한 상대에게 너무 한 거 아닌가. 그래도 정확한 투로였다고 말해주고 싶군.”
케실리온은 안면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옆으로 쳐 냈다. 삼류무공이라고 하지만, 육합권을 죽도록 익힌, 케실리온에게는 그저 어린 아이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질이었다. 이곳의 체술은 단순하고 직선적이기 때문에 피하기 쉬웠다.
간혹, 기사들이 펼치는 체술을 보면, 1계에 있을 때의 복싱처럼 보였지만, 피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어, 어떻게! 마법사 계열이 아니었나.”
“내가 마법사 지망생이라고 했던가?”
케실리온은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밀어냈다. 의지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주먹질은 평범한 주먹질이다. 살기를 담아야 진정한 공격이 되는 것이다. 녀석은 살기조차, 제대로 담지 못하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살기도 담지 못하는 군. 그런 정신 상태라면, 검을 잡으나 마나다. 그냥 마법이나 배우는 것이 낳겠군.”
“누가, 누가! 마법을 배운다고 했어.”
에레노아는 마법이라는 말에 발끈 하며, 소리 높여 소리쳤다. 방에 울리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사감이 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간혹, 룸메이트 끼리 싸움도 있었기 때문에 항시 대기 하는 것 같았다.
쾅쾅!
“무슨 일이냐. 혹시 싸우는 것이라면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씻는 도중 넘어져서 그렇습니다.”
“주의하도록, 싸움이나, 다툼이 있을 때는 체벌이 내려질 테니까.”
“예.”
케실리온은 화를 삭이지 못하는 에레노아의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마침,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인지, 사감은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케실리온의 소리에 물러났다.
“읍..읍!”
숨이 막히는 것인지, 케실리온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 녀석은 씩- 씩- 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녀석은 여자였다. 어린 나이기 때문에 골격으로 구분 할 수는 없었지만, 마나의 향기가 여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무슨 짓이지?”
“체벌을 피했을 뿐이다. 너무 화를 내더군. 마법이 낳겠다고 한 게 그렇게 치욕 적인가?”
케실리온의 말에 녀석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상대 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픽 돌려 버렸다. 삐진 것이다. 의외로 저런 구석이 있다는 것에 케실리온은 피식 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푸, 푸흣....하는 짓이 꼭 계집에 같군.”
케실리온의 말은 의도적이었다. 어느 정도 강한 부정이 있다면 여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간혹 빗나갈 때도 있지만, 아직 마나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 아이들은 마나의 향기로도 구분하기 힘들다.
최소 로킨이라는 녀석 정도는 되어야 구분 할 수 있을 것이다. 외향적으로 귀여운 모습이었기 때문에 여자처럼 보였다. 물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 모르는 케실리온은 에레노아를 보며 피식 거리며 웃기 바빴다.
“누, 누가 여자라는 거야. 난 남자라고!”
“쿠쿠쿡, 그럼 같이 샤워나 할까?”
움찔!
녀석의 움찔거림에 케실리온은 확신했다. 녀석은 여자라고 말이다. 사실, 케실리온은 같은 남자라고 할지라도 샤워는 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가, 고독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즐거운 것은 한순간의 사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옥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너무 즐거우면 이별의 순간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이다.
룸메이트 에레노아
어제의 샤워소동으로 약간 친해졌다고 해도 될 것이다. 안면을 트고 이야기를 하는 정 되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밤늦게까지, 즐거운(?) 대화의 연속이었다. 간혹, 케실리온을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도 있었고, 짜증이 치솟는 질문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즐거웠다.
“역시, 어린애인가?”
케실리온은 새벽 수련을 위해, 5시부터 일어나, 육합권과 심법 수련을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새벽이었기 때문인지, 아침부터 수련하는 자들이 곳곳이 눈에 뛰었다. 물론, 5시부터 수련 하는 자는 없었지만, 뒤늦게 나와 수련하는 사람이 몇 명 보였다.
물론, 그들은 평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아침잠이 많지...후”
케실리온은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게, 웃음을 흘리며, 햇볕에 얼굴이 비춰지는 에레노아의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겼다. 일찍 일어나 수련을 했기 때문에 몸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상쾌한 바람에 짧게 변한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기고는 교복을 챙겨 입었다.
“우웅...어머니 조금만 더..”
“후후, 역시 얘군.”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이는 에레노아를 쳐다본 케실리온은 열려진 창문 쪽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틀었다. 아직 이른 시간 때문이었던지, 음의 기운이 몸속 구석구석 온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스스슷
은빛의 내공이 몸속에서 퍼져나가, 하단전에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이 밖으로 방출 되었다 를 반복하며, 내공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그 강한 기운에 에레노아는 잠을 깬 것인지, 멀뚱거리는 눈빛으로 눈을 비볐다.
“저 빛은 뭐지?”
에레노아는 눈을 비비면서도, 눈앞에서 밝게 빛나는 은빛의 광채에 눈을 찌푸렸다. 무언가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 그리고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몸을 살짝 떨었다.
“케실리온....?”
은빛의 빛 사이로 언뜻 비치는 얼굴이 에레노아의 눈동자에 비쳤다. 평온하고 온화한 모습이다. 마치, 주위의 바람이 그에게로 몰리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케실리온의 영향 때문인지, 방안은 마나의 기운이 충만했다. 기사 지망생인 에레노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충만한 마나였다. 기사 지망생인 만큼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마나에 민감하지만, 마법사에 비해 마나를 느끼는 것이 발달 하지 않았다.
“멍하니 뭘 보는 거냐.”
“아...!”
충만한 마나가 사라져 있었다. 그 아쉬움에 에레노아는 살짝 입맛을 다시며, 욕실 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잠옷 차림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딸칵.
에레노아는 문을 열자, 아직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에 아침 일찍부터,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욕실의 바닥에는 마법진이 있었다. 학생의 편의를 위해 만든 마법진 같았다.
그 마법진은 워터 샤워라는 마법의 진법이었기 때문에 구동어인 ‘샤워’ 만을 외치면 물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형식의 마법진이었다. 게다가, 마법사들이 발명한 비누라는 것으로 씻는 다면, 상쾌하고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드는 아티팩트였다.
“샤워...”
솨아아아
에레노아는 옷을 한 구석에 던져두고는 몸에 물을 껴안았다. 10살이라 그런지, 남자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약간 여린 피부와 남자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남자와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지, 얼굴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물줄기에 에레노아는 미리 준비 되어 있는 타월을 몸에 감싸 앉았다. 아직 성의 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거리낌은 없어 보였지만, 케실리온이라는 남자 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역시, 케실리온은 뭘하는 것인지 신기한 아이였다. 에레노아는 그의 행동하나하나가 신기했고, 그 신기한 것에서 강함을 느끼고 부러워했다. 타월이 컸기 때문인지, 온 몸을 가리기에는 충분했지만, 케실리온이 본다는 느낌에 약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 돌려.”
“나도 남자의 육체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
케실리온은 시선을 회피하며, 벽을 쳐다봤다. 어린 아이의 몸을 봐봤자. 뭐가 있을 까마는, 녀석은 자신이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남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케실리온은 저 아이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다.
샤락
타월이 벗겨지는 소리가 케실리온의 청각을 자극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어린애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에 흥미로웠다.
사실 경지가 높아질수록, 감정의 떨림은 작아진다. 그게 많아질수록, 무심(無心)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더욱 높아진다면, 방관(傍觀)으로 가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살인에 대한 것이 무심에서 방관의 경지 까지 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심은 화경으로 발전하고, 방관은 현경의 경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방관을 뛰어 넘는 다면, 현경을 뛰어넘는 천외천의 경지로 간다.
“식사 하러 가자.”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의 사념을 접은 케실리온은 기숙사의 방문을 열어 젖혔다. 마나 키(Mana Key)라는 열쇠를 받았기 때문에 방의 보안은 완전 할 것이다.
마나 키라는 것은 망토를 착용하는 악세사리에 담겨 있는 마나를 뜻하는 데, 특유의 마나를 인식해 반응 하는 것으로 룸메이트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어 갈수 없는 형식의 문이었다.
역시 마법의 본고장인 것인지,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아침은 활기차군요.”
“엑, 내숭!”
다시 연기에 도립한 케실리온이다. 주위의 사람이 늘어날수록, 케실리온은 에레노아를 쳐다보며, 존대 말 같은 어조로, 중얼거렸고, 에레노아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치를 떨었다.
“앗, 케실리온!”
4층에서 급히 내려오는 레나와 프린의 모습이 보인다. 급히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인지, 레나의 스텝이 꼬이며, 몸이 기우뚱 거렸다.
비틀...
“앗, 꺄."
앞으로 넘어지는 레나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조신하지 못한 꼬맹이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앞으로 날렸다. 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도 옆에 있던 프린은 여전히 무심한 모습으로 쳐다 볼뿐, 잡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락.
삼재보 밖에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몸놀림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레나를 받아 낼 수 있었다. 물론, 품에 안긴 꼴의 모습이지만, 레나는 부끄럽지 않다는 듯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넘어질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하하, 역시 아침부터 뜨겁군요. 라이벌.”
“......”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케실리온은 레나와 떨어졌다. 역시나 레딕이었다. 저 말투하나하나, 신경을 자극 하는 녀석은 저 녀석뿐이리라. 속속 나타나는 루시아와 제인스를 뒤로 하고, 케실리온은 식당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야, 케실리온 왜 도망가는 거야!”
투덜거리던 루시아는 이해 할수 없다는 듯이 케실리온을 보고는 옆에 있는 레딕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언제 봐도 제수 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게 다 네 녀석 때문이잖아. 레딕!”
“아...아침 인사는 언제 들어도 활기차군요. 루시아,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루시아의 질책이, 레딕에게는 아침 인사로 들리는 것인지, 싱글벙글 이다. 뒤에서 쳐다보는 다른 제인스와 레나는 얼굴을 구기며, 여자 아이들을 이끌고 빠르게 식당으로 가 버렸다.
“여자의 질투는 무섭군요.”
“너 정말 이상해. 싫어하는 데도 끝까지 들러 붙기나 하고.”
레딕의 중얼거림에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에레노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에 레딕은 미소를 지으며, 에레노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에레노아를 이해하지 못하겠군요. 비밀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죠.”
움찔...
레딕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에레노아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들리지 않게, 에레노아에게 뭐라고 중얼거렸고, 에레노아의 눈은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뭐야...너”
“레딕입니다. 라이벌의 룸메이트씨”
레딕은 찰랑 거리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식당으로 가로 질렀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에레노아는 떨리는 눈동자를 바로 잡으며, 레딕의 뒤를 따라갔다.
“어떻게 온 아카데미인데....절대 돌아 갈수 없어.”
룸메이트 에레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