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아우우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다. 아카데미에서 개를 키우나?”
“무슨 소리야. 개라니. 그런 걸 허용 할 것 같아?”
케실리온은 멀리서 들려오는 개의 울음소리와 학교 근방에서 울리는 개의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알 수 없는 한기에 몸을 한번 떨고는 심법 수련에 몰입했다.
벌써 며칠 째 기본자세와 심법 수련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 곧, 만오의 기초 검법을 익혀야 할 것이지만, 아직은 멀고도 먼 일이었다. 육합권과 삼재보는 완전히 익숙해 진 것인지, 머리로 따로 기억 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출수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대로 이 몸에도 익숙해 졌고. 내일 부터는 만검의 유부터 시작해야겠다.’
케실리온은 대충 기초 수련에 적응 되었다는 듯이 만검의 낙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일 부터는 기초 수련과 만검의 검초를 하나 더해 병행 할 것이다. 이렇게 간다면, 6년 뒤에는 어느 정도의 무력은 갖추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로킨이라는 녀석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줘야겠지.”
“퇴학이라고, 그런 짓을 벌리면.”
“퇴학당하면 좋고, 안당해도 그만.”
케실리온의 무책임 한 말에 에레노아는 머리를 흔들고는 침대의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이미 익숙해진 광경이기 때문인지, 케실리온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내공을 순환 시키는 수련에 돌입했다.
지루할 정도로 같은 반복이지만, 한 가지 목표가 정해져 버렸다.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
신의 신탁과 결투
일주일이란 시간은 케실리온에게는 짧은 시간이었다. 내공 수련과 검법 수련으로 시간을 보낸 날이 벌서 일주일이란 시간이었다. 게다가, 만검의 검초를 익히기 시작한 지도 3일이나 되는 날이다.
이미, 기초 수련에 익숙해 졌기 때문인지, 만검의 1초식인 낙(落)은 쉽게 몸에 익어 갔다. 물론, 내공이 문제였지만, 과거 지옥에서처럼, 반 갑자의 내공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응? 무슨 좋은 일 있어?”
“그다지.”
아침 해가 밝았던지, 에레노아가 벌써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케실리온은 밤이 되면, 기숙사를 나와 밤 수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잠을 자는 시간은 없었다. 오직 심법 수련을 위한 장소로 적용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심법을 보는 것 자체가 잘 못 된 일이지만, 케실리온은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다 씻었으면 내가 들어가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반에서 생활 할 때와는 다르게 무뚝뚝한 어투라니, 어떤 게 네 진실이야?”
“글쎄...”
케실리온의 애매모호한 말투에 에레노아는 미간을 좁혔다. 저렇게 귀찮은 투의 말투가 거슬리는 것이었지만, 이미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 동안 같이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익숙해져 있었다.
스스슷
‘저런 기척이라니...’
에레노아는 평소부터 알아봤지만, 케실리온의 걸음을 특이했다. 평소부터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걸음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척을 잡아 낼 수 없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녀석은 신비로운 녀석이었다.
모든 것이 말이다. 하지만 에레노아는 모르고 있었다. 저런 녀석의 기척을 잡아낸, 레딕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렴풋이 느꼈지만...
“샤워!”
솨아아아!
욕실로 들어서자, 케실리온은 소리 높여 했다. 이곳에 오고 서 가장 좋았던 점이, 이 샤워 시설이다. 지옥에서야, 이런 고급스런 장치는 보도 듯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런 향이 아는 비누를 사용해 본 것도 900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냥 어린 아이 처럼, 샤워를 즐겼다.
게다가, 음식 하나하나가 신기로웠고, 먹음직스러웠다.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에 작은, 사소한 것에도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다.
뚝뚝...
어느새 멈춰 버린 마법진을 쳐다보던 케실리온은 미리 준비한 타월을 몸에 감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다른 마법에 의해 증발해 버렸고, 적셔져 있던 몸은 촉촉함을 유지했다.
짧은 머리카락을 통해 떨어지는 물방울이 귀찮게도 느껴지겠지만, 케실리온은 내공을 이용해 그 물기를 한기가 감돌게 했다. 그러자, 좀처럼 차가워 질 것 같지 않았던, 몸이 시원해 졌다.
끼릿...
샤워를 끝 마쳤기 때문에 문지방을 살짝 열어 젖혔다. 아직도 방에서 나가지 않은 것인지, 에레노아가 침대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오늘 있을 수업에 대해 예습을 하는 것인지, 여전히 열심히 하는 녀석이었다.
“열심히 하는 군.”
“물론, 목표가 있으니까.”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 목표가 어떤 것이 되었든 말이야. 모든 것을 바치면서 까지 얻는 것이 진정한 성취감 일거이다.”
“무슨 말이야? 그게....”
“목표를 위해서라면, 친구도 가족도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케실리온의 말에 에레노아는 몸을 살짝 떨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샤워를 했기 때문인지, 눈빛이 잘 제련된 칼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게다가 몸에서 뿜어지는 한기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까지 들이 닥친다는 생각에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
“네 목표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그저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라.”
사라락.
케실리온의 몸을 가려주던 목욕 가운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 나타난 것은 너무나 하얀 살결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병약해 보일 법도 하건만, 어딘가 싸늘함이 전해지는 육체였다.
만년빙설 처럼 투명하다고 해야 할까. 실상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투명하다고 느껴졌다. 몸체는 또래의 나이답지 않게 키도 크고, 검을 잡는 사람이라면 발달하는 근육과 하체가 고루 발달 되어 있었다. 하지만, 케실리온에게는 더 발달된 것이 있었다.
바로, 손목이다.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검술을 많이 펼치는 것인지, 손목과 양 팔의 근육이 적절했다.
“무, 무슨 짓이야. 갑자기!”
“남자끼리 무슨.”
케실리온의 모른다는 식의 말투에 에레노아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에레노아는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케실리온에게 따질 말이 없었다.
에레노아가 짧은 시간 동안 생각하는 틈을 타, 케실리온은 속옷과 교복을 챙겨 입고 있었다. 옷을 빨아 입는 것이야, 자신의 가문에서 데려온 하녀들이 다 했기 때문에 언제나 속옷과 교복은 깨끗했다.
“아...! 너 하녀는 없지?”
“하녀? 왜지?”
“빨래는 어떻게 하는 거야.”
“혼자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여전히 무뚝뚝한 음성에 에레노아는 질문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교복과 책을 다 챙긴, 둘은 빠른 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이면 로킨을 만나, 결투를 할 것이다.
오전은 아니겠지만, 오후나, 기숙사의 점호가 울리기전의 밤에 결투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도 좋을 것이다.
* * *
“아! 왔어?”
역시나 식당에서 반겨주는 이는 루시아와 레나였다. 제인스야 워낙 적의가 가득한 눈빛이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루시아 역시 약간 못마땅한 눈으로 에레노아를 보고 있었다. 케실리온을 곤란하게 만드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단단히 미움 받는 군요. 루시아.”
“흥! 네가 케실리온의 룸메이트만 아니었어도, 같이 밥 먹지도 않았을 거야.”
두 사람의 쓴 말에 레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룸메이트인 프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에레노아와 멀리서 걸어오는 레딕을 쳐다보고 있었다. 케실리온과의 일이 있은 후부터 프린은 말을 아꼈다.
“프린양 절 쳐다보고 계시던데, 용건이 있으신지요.”
“그다지...”
프린은 불쾌하다는 눈빛을 뛰었다. 좀처럼 표정을 내지 않던, 그녀 였기 때문인지, 케실리온 역시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가끔 자신의 룸메이트인 레나를 쳐다 볼 때도, 그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넌!”
“무슨 일이긴요. 아름다운 분들을 보러 왔지요. 하하, 농담입니다. 사실, 케실리온에게 말할 것이 있어서 말이죠.”
“나에게 볼 일이 있다...이 말입니까?”
“예!”
루시아의 말을 단 번에 가로 막아 버리고는 자신의 용건을 말해버리는 레딕의 모습에 루시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참고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케실리온은 코리안 공작가와의 약속대로 예의를 지키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적당히 하셨으리라 알고 있습니다.”
“...약간 불쾌하군. 그래, 용무가 뭐지?”
“여기서 이야기해도 되겠지만, 좀 그렇군요.”
케실리온은 아침 식사를 방해하는 레딕의 모습에 짜증이 났지만,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레딕의 목소리에서 중요한 말을 하겠다는 어조가 묻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용건이 뭐냐. 시답잖은 것이라면 가겠다.”
“이런! 벌써부터 말투가 변하시군요. 역시 루시아 때문입니까?”
“부정은 안하지, 그리고 긍정도 하지 않겠다.”
케실리온의 애매모호한 말에 미소로 일관하는 레딕이었다. 역시 만만치 않는 놈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웃으면 이야기 할 놈이다.
“빛이 있더군요. 3만 골드.”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이지?”
“제가 값아 드리겠습니다. 3만 골드. 그 대신, 제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 주셔야겠습니다.”
“웃기는 군, 나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케실리온의 말에 레딕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케실리온은 무표정하게 양팔을 감싸 앉으며, 거만하게 서 있었다.
“흠...물론, 돈으로 살수 없을 테죠.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당신은 어둠의 마나를 사용합니다.”
“마기(魔氣)를 말하는 건가?”
“예, 당신은 마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절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간계에서 마기를 구하기란 어렵죠.”
“일리 있는 말이다. 고작, 쌍월의 달 중, 붉은 달인, 스칼렛의 기운을 받아 들이는 것이 고작이니까.”
“제가 마기를 쉽게 쌓게 만들어 드리죠.”
“그래서...조건은...?”
케실리온은 약간 끌리는 조건에 마음이 살짝 기울어졌다. 하지만 레딕이 잘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마령심법의 존재였다. 그것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마기를 생산하는 케실리온의 특별함을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피를 통해 마기를 흡수하는 흡혈마공의 존재 역시 모르고 있었다.
“제가 원하는 조건은...제가 속해 있는 단체의 제 12 추기경이 되어 주시는 겁니다. 그렇다면 3만 골드는 물론, 마기 까지 제공해 드리죠. 후후후.”
“확실히...끌리는 군. 좋아.”
케실리온은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승낙을 했다. 하지만 속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네놈의 속셈은 모르겠다만...나를 이용하려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더러운 녀석!’
‘후후후, 케실리온 당신의 능력은 제가 잘 사용해 드리겠습니다.’
케실리온과 레딕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웃고 있었다. 케실리온은 케실리온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고, 레딕은 레딕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이번 달 내로, 3만 골드를 코리안 공작가로 보내 드리죠. 노예 해방의 조건으로 말이죠. 하하하.”
멀리 사라져 가는 케실리온의 등 뒤로 레딕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레딕에 대해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이 있었다.
‘녀석...마족이었던가? 재미있군.’
신의 신탁과 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