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0살의 나이로 2서클에 오른 천재 마법사다. 게다가 반에서 나를 당해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 빌어먹을 케실리온이라는 자식만 없었다면, 아카데미 생활은 편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 때문에 아버지에게도 맞지 않았던, 뺨을 교수에게 맞아 버렸다. 아버지에게 일러 바칠까도 생각 했지만, 그 교수의 작위는 후작이었다. 아버지의 백작 위는 한수 접어주는 높은 직위였다.
“어이, 로킨!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오늘 결투라며, 키키키. 그깟 놈 쉽게 이길 수 있지? 거기다 그 녀석 노예 옅다면서?”
‘멍청한 새끼...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은...그래도, 녀석의 아버지가 중앙귀족에 들어 있으니...친해 질 필요는 있겠지.’
눈앞에 검술 쪽으로 클래스를 정한 녀석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덩치가 매우 컸기 때문에 자칫 위압감이라도 느껴질 법도 하건만, 로킨은 무서워 하기는 커녕, 비웃음을 머금으며 생각했다.
“그래, 그깟 놈, 마법 한방이면 끝나겠지. 크큭!”
“하여간, 노예 새끼들은 한번은 밟아 줘야 한다니까. 평민이나 노예나 다 똑같아.”
“하하하!”
로킨은 자신이 들 뜬 것처럼 이야기 하는 가증스런 녀석을 보며, 속으로 욕이 나왔지만, 겉으로는 웃고 있었다. 저런 멍청한 녀석이 귀족이라는 생각에 이 순간, 자신이 귀족이라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슬슬 준비하러 가봐야겠군.”
“그래, 오늘 어디서 결투를 벌이지?”
“스칼렛이 뜨는 밤하늘, 연무장의 공터.”
“그럼 나중에 보자고.”
멀리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녀석을 노려보던, 로킨은 멀리서 걸어 들어오는 레딕과 케실리온이 눈에 들어왔다. 그 둘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이! 노예 자식아. 무서워서 벌벌 떨며 오늘밤을 기다려, 도망가도 상관없어.”
“애송아...이제 장난은 끝이다.”
오싹!
평소의 케실리온이 아니었다. 눈빛은 한 없이 부드러워 보였지만, 말투와 몸에서 뿜어지는 한기가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며, 몸이 부르르 떨려 왔던 것이다. 부드럽게 대꾸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빛이었다.
“하하하! 케실리온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직 어린 얘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물건이나 준비해둬.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로킨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앙숙처럼 덤비던 레딕이 케실리온에게로 돌아 선 것이다. 게다가, 케실리온에게 ‘님’ 이라고 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레딕! 이 개 자식, 노예 어쩌고저쩌고 할 때는 언제고!’
로킨은 화를 삭였다. 바보처럼 녀석의 말에 넘어간 자신이 죄였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아니라도, 자신과 함께할 친구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저깟 능글거리는 놈이 아니라도, 같이 할 친구가 있단 말이다!
로킨의 발걸음은 한층 무거워 졌다. 레딕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돌아섰기 때문이다. 처음 녀석이 자신에게 제안했던, 일을 떠올렸다.
* * *
“분하지 않습니까.”
“뭘 말이야. 레딕, 헛소리 하려면 저리로 꺼져!”
“제 말은 노예 따위에게 모욕을 당한 것이 분하지 안 습니까?”
“그래 분해! 너무 분해서 죽을 지경이야. 아버지께 한 번도 맞지 않은 뺨을 그 교수에게 맞은 것도 다 그 노예 때문이야!”
그 순간, 능글거리며 웃는 레딕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로킨은 흥분하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은 한창 수업중인 낮이기 때문에 밖으로 뛰어 나올 교수나, 학생들은 없었다.
설사 있다고 할지라도, 몇 번 겁을 주면 물러 갈 것이다.
“그렇다면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후후후, 에레노아 아시죠?”
“그래, 편입생 말이지?”
레딕의 갑작스런 질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편입생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얘 같이 나긋한 냄새가 풍겨났지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케실리온 처럼 재수 없기도 했고 말이다.
“저와 같이 동참해 주실 분입니다. 제가 시비를 걸면 그에 따라 행동해 주시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이익이라도 있어?”
“케실리온의 몰락 정도랄 까요?”
“하하하! 몰락? 그럼 녀석을 아카데미에서 쫒아 내겠다는 소리인가?”
레딕의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 로킨은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 레딕이 어깨를 세게 잡으며, 돌아서려던 로킨의 신형을 멈추게 했다.
“끝 까지 제 말을 들으시죠. 녀석과 결투를 하십시오. 뒤처리는 제가 알아서 하지요. 제 뒤에는 카이룬 공작이 계십니다.”
“카, 카이룬 공작 각하께서?”
“그럼요. 마음 놓고 그를 비난하고, 헐뜯으십시오. 로킨, 당신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없습니다.”
로킨은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아니, 마음이 흔들리고 자시고 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카이룬 공작이 뒤를 봐준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란델 제국의 삼대 공작이다. 그것도 중립파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카이룬 공작이 뒤를 봐준다.
이건 유혹을 뿌리 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제안이다. 이것을 거절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 로킨이다.
게다가 케실리온을 박살 낼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로킨은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수락했다.
“좋아! 하겠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게 로킨과 레딕은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어 있는 동반자가 되었다. 그 대화가 끝난 즉시 로킨은 반으로 돌아가, 케실리온에게 시비를 걸며, 온갖 짓을 다 한 것이다. 즐거운 생각에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음산한 레딕의 음성을 말이다.
휘이잉!
“죄송하지만...당신은 소모품입니다.”
레딕의 눈동자가 묘하게 붉은 핏빛이 뛰며, 이질적이 느낌이 감돌았다.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정면을 봤다면, 오줌이라도 지릴 뻔 한 눈빛이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레딕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앞으로 있을 케실리온의 절망이 눈에 선하게 들어오자, 기분이 좋아 진 것이다. 녀석은 반드시 후회 할 것이다. 이 로킨에게 치욕을 준 것을 말이다!
* * *
“개자식! 보란 듯이 케실리온을 꺾고 네놈도 그 전철을 똑같이 밟게 만들어 주마!”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잃을 것도 없었다. 그 의지에 찬 음성이 아카데미의 복도에 울려 퍼졌다. 오늘 밤, 자신을 따르는 녀석들을 이끌고, 케실리온과 레딕에게 복수 할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었다. 세상에는 이루어 질수 없는 일이 있고, 이루어 질수 있는 일이 있다. 케실리온에게 복수하는 것이 그 일이다. 이루어 질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 하물며, 로킨은 레딕의 교활한 계략에 의해 죽을 것이다.
신의 신탁과 결투
밤은 매일 같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원하지 않던, 원하든, 밤은 일정 시간이 흐른다면 찾아 오는 신의 선물이다.
“레딕, 이제 됐나?”
“예,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군요.”
크르르...
란델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보통, 아카데미의 교장실이라면, 밤이 새도록 밝은 빛이 나는 마나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카이룬 공작의 집무실에는 어느 빛 하나 세어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레딕의 목소리와 짐승의 목소리가 작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 짐승은 늑대였다. 은빛의 갈퀴가 멋지게 좌우로 벌어진 웨어울프였다.
제국의 수도라고 불리는 이곳에 어떻게 몬스터인 웨어울프가 있을까. 이게 다, 카이룬 공작의 힘이었다. 인간으로 변할 줄 아는 웨어울프의 특성상, 수도로 들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크르르, 로드...저를 부르신 이유가 저 박쥐 일족 때문 입니까?”
“짜증나더라도, 저 녀석의 말을 잘 듣도록...이번이 마지막 일 테니까.”
“박쥐 일족의 말을 들으라는 말씀입니까? 동족의 희생을 부추기는 녀석의 명령을!”
잠자코 있던, 은빛의 웨어울프는 작게 불만을 토했다. 눈앞의 박쥐일족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큰 불만이었다. 늑대 족은 자존심이 강하고, 일족의 수장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저 망할 박쥐 일족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것은 큰 수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후후후, 일개 병졸이 말이 많군요. 엄연히 저도 로드의 위치에 있는 몸입니다. 잡스러운 말은 삼가도록 하세요.”
“크르르, 감히...!”
레딕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늑대족의 웨어울프에게 약간의 적의를 들어내며 말했다. 그 약간의 적의에 웨어울프는 낮게 으르렁 거리며, 자신의 로드 옆에서 떨어졌다.
“이제, 슬슬 움직이도록 하지요. 이번을 끝으로 늑대 족에게 부탁할 일은 없겠군요. 필요하다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시끄럽다. 더러운 주둥이로 나불거린다고 다 말이 아니다. 꼴 보기도 싫으니 이곳에서 나가라. 그리고 더 이상의 부탁은 없을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로드 카이룬.”
휘이잉!
스슷
레딕은 카이룬의 말에 짧게 수긍하고는 바람이 세어 들어오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마치, 본래부터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듯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뒤로 힘차게 뛰어 내린, 은빛의 웨어울프는 작은 기척을 내고는 바닥으로 착지 했다.
척...
“자! 이제 인간형으로 변해 주십시오. 완벽하게 말입니다.”
“나에게 명령을 내 릴 수 있는 것은 로드님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
“하하하, 저는 그 로드님이라는 분에게 당신을 인계 받았습니다.”
“큭...! 알겠다.”
웨어울프의 작은 불만에 레딕은 여유롭게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맞받아 쳤다. 레딕의 말에 움찔 거린, 웨어울프는 낮게 뇌까리며 인간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두둑, 찌이익..
“크와아아...!”
사족 보행을 하던, 웨어울프의 몸이 하늘로 치솟으며 두 발로 땅을 밟았다. 앞발은 인간의 손이 되었고, 뒷발은 인간의 발이 되었다. 차갑게 빛나던, 늑대의 발톱은 연약한 손톱으로 변해 버렸다.
은빛의 털은 머리카락이 되었고, 온 몸 곳곳을 근육으로 뒤덮었다.
“호오...가끔 보는 거지만, 신기하군요.”
“시끄럽다.”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늑대 인간은 짧게 중얼거리고는 털옷으로 치장된 옷을 살짝 쓰다듬었다. 자신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이었기 때문인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 털들을 만지작거렸다.
카이룬 공작과는 다르게, 완벽한 은빛의 물결이다. 카이룬 공작이야, 금빛이 주루를 이루었지만, 이 웨어울프는 보통 웨어울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사에게는 치욕이다. 감히 너 따위 박쥐족의 명령을 듣는 것이 치욕스럽다.”
“호오...더 이상 우리 일족을 모욕하는 짓을 단다면, 제 송곳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레딕은 작게 이빨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박쥐 일족은 달의 종족이다. 하지만 다른 달의 일족과는 다르게, 방탕함을 즐기며, 인간의 정기를 빨아 먹는 것으로 유희를 즐기는 족속이었다.
박쥐 일종 중에서 로드라고 불리는 레딕의 이빨은 강철마저 뚫어 버릴 수 있는 특수한 이빨이었다. 그의 정확한 명칭은...
“뱀파이어 로드 한 가지는 알아 뒀으면 하는 군. 우리 로드께서 마음만 먹는 다면, 네 녀석 따위는 언제든지 죽는 다는 것을....”
“그거 무섭군요. 하지만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마음만 먹는 다면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레딕은 투덜거리는 웨어울프를 다독(?)이며 결투가 벌어질,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교장실에서 약간 먼 거리였기 때문에 한참은 걸어야 하겠지만, 레딕은 평범한 녀석이 아니다. 하늘을 날 수 있으며, 얼마든지 빠르게 이동 할 수 있다.
“잘 따라 오시죠. 웨어울프씨...”
그 말을 남기며 하늘로 날아 오른, 레딕은 짧게 교복의 망토를 툭 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망토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좌우로 갈려 버렸다. 본래부터 붙어 있었다는 것처럼, 좌우로 갈린 망토 자락은 날개가 되어 펄럭였다.
수화아악!
“재수 없는 박쥐 일족! 스피드라면 뒤지지 않는다.”
빠르게 날아가는 레딕의 모습에 웨어울프는 작은 발 구름을 시작했다. 그가 박찬 바닥에는 작은 홈이 파이며, 그의 신형을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힘이 쌨던지, 선명하게 바닥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 시각, 케실리온과 로킨은 대치 상태였다. 그 둘은 많은 관람객의 모습에 살짝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 관람객 중에서는 기사들과 하녀들 까지 보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