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린이 나간 후, 교실에서는 씨제이의 부모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숨기는 듯 한 행동이었다. 곧, 씨제이의 부모들은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듯이 검은 빛이 감도는 옷과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휴... 하마터면 걸릴 뻔 했습니다. 대장.”
“크하하, 걸릴 리가 없지. 그 상황에서 마나 디텍트를 할 리가 있나.”
그 둘은 페이린이 펼친 마법에 대해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마치, 1서클의 디텍트 마법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위험한 만큼 성과는 있었지 않나. 쉽게 마나를 얻었지.”
“예! 케실리온에 비해서 너무나 쉽습니다.”
녀석들이 말하는 마나를 얻었다는 말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 같았다. 게다가, 케실리온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니 이번 사건을 꾸민 장본인들일 것이다.
“하긴, 녀석은 평소부터 마나를 감추고 사는 녀석이니, 전투 때를 제외하고는 마나를 얻을 수 없었지. 다행히, 잔류하는 마나를 얻었기에 이런 일도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씨제이의 부모들의 모습은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다만, 기이하게 생긴 검은 물체만이 덩그러니 교실에 있을 뿐이다. 그 순간, 또다시 변형이 시작됐다.
그그극... 빠각!
“제가 이번에도 케실리온입니까. 질리는 데...”
“강한 쪽은 언제나 나의 차지라는 것을 모르는 군. 너도 다른 녀석들 처럼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녀석으로 변하고 싶나?”
“아... 죄송합니다. 대장.”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씨제이의 부모가 아닌, 케실리온과 페이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습은 물론, 옷차림 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얼굴의 형태라든지, 마나의 향기라든지 완벽하게 똑 같았다.
완벽하게 변신을 마친, 둘은 한차례 몸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뒤늦게 교실 밖으로 나가자, 날은 조금 어둑어둑 해져 있었다.
“한 달이다. 일의 진척이 없는 것이. 로드께 보고 해야 한다. 그것과 신월의 처분을...”
“예, 대장.”
케실리온으로 변한 녀석은 짧게 외치고는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혀, 케실리온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도플갱어(Doppelganger)와 마룡(魔龍)
끼이익...
어두운 공간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하 창고였던 곳은 이미, 감옥으로 변해 버렸다. 그곳에 갇혀 있는 단 한명의 존재는 바닥에 자리하고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누구나, 어두운 공간이라면 일말의 두려움이라도 일어야 하겠지만, 케실리온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평온하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번쩍!
“페이린인가?”
“아, 뭐 그렇지. 이곳에 올 사람은.”
케실리온의 양쪽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왔다. 일말의 내공도 움직이지 못하건만, 케실리온은 아무 일도 없다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약간 멍한 모습을 지어보였지만 짧은 순간이었다.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기 위해 오셨나.”
케실리온은 약간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페이린에서 말했다. 한 달이다. 이런 곳에 갇혀 지낸 지도, 누구나 이 답답한 곳에서 나가고 싶으리라. 더욱이 참을 수 없는 것은 모르는 일을 했다고 해대니,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잠자코 갇혀 주는 거다.”
“아니, 난!”
페이린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경계적인 행동을 취할 줄 몰랐다. 그렇다고 풀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사건의 해결을 보지 못한 이상, 케실리온은 이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갈(喝)!”
우우웅!
케실리온은 목청껏 일갈을 토해냈다. 목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큰 소리였다. 사방이 가로막혀 있는 감옥 안이었기 때문인지, 사위는 케실리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끄럽군. 변명 따윈 사절이다. 네 할 일이나 해라.”
“하지만, 네가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다고.”
“후후후, 다 이유가 있어서 먹지 않을 뿐.”
케실리온은 의미모를 말을 하고는 뒤돌아 앉았다. 자리에 주저앉은 케실리온의 등은 어딘가 힘이 없어 보였다. 어린 모습이었지만, 당당한 등을 가지고 있던 케실리온이다.
“혹시 어디 아프지는 않지?”
“죄인을 걱정하는 간수는 없다. 그만 네 할 일이나 해라.”
케실리온은 애써 걱정하는 페이린을 무시하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약간 한숨을 내쉬고는 감옥 밖으로 나갔다. 감옥에서 울려 퍼지는 신발 소리에 케실리온은 입을 살짝 벌렸다.
푸웃...
“독... 제대로 썼군.”
케실리온의 입에서 뿜어지는 검붉은 피는 감옥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두운 공간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케실리온의 팔이며, 얼굴에는 붉은 반점이 곳곳에 솟아 있었다.
무슨 독인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분명이 생명에 지장이 있는 독일 것이다. 마법진의 영향을 알고 적절한 독을 사용 한 것처럼, 동결된 내공 속으로 침투해, 조금씩 내공을 갉아 먹고 있었다.
“확실히... 녀석의 정보는 맞았군. 그림자들이라...”
케실리온은 꿈쩍도 하지 않는 단전을 내려다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듯이 내부의 눈으로 몸의 구석구석 확인하기 시작했다.
“단전에 직접적인 침투는 없군. 하지만... 시간이 없다.”
시간은 없었다. 일단 몸속으로 침투한 독이 내공을 다 갉아 먹는 다면 생명은 장담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범인으로 지목되던, 일단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까.
끼이익...
다시 한 번, 지하 감옥의 문이 열렸다. 지금은 밥 때도 아니건만, 한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한명이 아닌, 두 명인 것 같았다. 간간히 찾아오던, 페이린과 학교의 교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케실리온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페이린 인가?”
다시 온 존재는 페이린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적발의 적안, 그리고 붉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리도 그 옆에는 케실리온의 또래로 보이는 녀석이 히죽 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뇨. 쿠쿡, 그림자입니다. 슬슬 죽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고작... 독 따위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케실리온은 건방떨고 있는 녀석들을 쳐다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몸의 균형이 어긋났기 때문일까. 약간 휘청 거렸지만, 제대로 일어 설수 있었다.
“독으로 죽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마법이라면 어떨까요.”
화르륵...!
페이린의 모습을 한 녀석에게서 붉은 마나가 넘실거렸다. 좁은 감옥을 완전히 태울 작정인지 점점 마나의 향기가 짙어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녀석은 검을 뽑아 들었다. 섀도우 웨폰이었다.
“인페르노(Inferno)”
화아악!
녀석의 손에서 마법이 시전 됐다. 뜨거운 고열에 케실리온은 움직이지도 않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시전 된 마법은 케실리온의 몸을 휘감았다. 감옥을 태우며, 케실리온을 태웠다. 고열은 케실리온의 온몸으로 옮겨 붙으며, 살점을 태우고 있었다.
타타탁...
머리와 살이 타 들어가고 있건만, 케실리온은 비명한번 흘리지 않았다. 그저, 똑똑히 녀석들의 눈동자를 직시 할 뿐이었다. 쇠를 녹이는 초 고열에 케실리온의 양손은 하나로 들러붙었다.
또한, 머리카락과 눈썹은 완벽하게 타들어갔고, 얼굴은 화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너희들은...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 이딴 고통... 수백 번은 겪었다.”
스스스...
케실리온의 눈에는 고통보다도 분노와 살기로 가득차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또래로 보이던 녀석은 자신의 외모를 하고 있는 것이 짜증났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진실이 그림자로부터 일어났다는 생각에 한없이 살심이 치솟고 있었다.
“지독한 놈. 녀석을 베어버려라.”
“예, 대장!”
녀석들은 케실리온의 모습에 질렸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 정도의 화상이라면 금방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건만, 되레 녀석은 살기를 내뿜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녀석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자기 기술에 죽는 것도 좋겠지? 쿠쿡.”
만검(萬劍) 1장 2초 파(破)
녀석의 손에서 펼쳐진 것은 내부를 파괴한다는 만검의 파였다. 검의 끝에 내공을 집중시켜, 폭사시키는 기술로, 아무리 고수라도 내부를 빼앗긴 상태에서 내공의 폭사는 엄청난 치명상이거나,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이다.
푹!
콰콰쾅!
내부에서 울리는 묘한 진동에 케실리온은 눈과 코, 입과 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 정도라면 죽고도 남을 정도의 상처였다.
“가자... 이건 시작일 뿐이지. 그림자의 검을 찾고, 신월을 처단한다.”
“대장, 이 몸은 계속 제가 써도 되겠지요? 상당히 마음에 드는 군요.”
“상관없겠지. 좋다.”
녀석들은 완전히 사체로 변해 버린 케실리온을 내려다보고는 등을 돌렸다. 살점이 타면서 나는 고약한 냄새에 녀석들은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으리라. 하지만, 녀석들은 보지 못했다. 케실리온의 타다 남은 손바닥에는 작은 구슬이 잡혀 있었다.
도플갱어(Doppelganger)와 마룡(魔龍)
꿈뜰, 꿈뜰...
“네놈...으....”
감옥의 모든 것이 타 버렸다. 고온의 열기에 산소며, 쇠든, 모두 태워 버렸다. 하지만, 오직 다 태우지 못한 것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인간이 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큰 부상을 당한 것인지, 온몸은 화상으로 뒤덮여 있었다.
코와 입, 그리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떤 형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 코가 있었으며, 눈, 입이 있었다는 자리라는 것을 확인 시켜주듯, 좁은 구멍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물건을 쥘 수 있는 손가락은 고온의 열기로 인해 녹아 내려 있었다.
다만, 오직 달라붙어 버린 손가락과 손바닥이 물건을 쥘 수 있게 만들었다. 입고 있는 옷이며, 털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오직 화상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타타탁...
아직 덜 탄 감옥에서는 불씨가 남아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에 케실리온은 형상이 남아 있지 않은 얼굴과 눈살을 찌푸렸다. 고통 따위가 아니었다. 이렇게 나약하게 당해 버리는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더욱이 짜증이 나는 것은 완벽하게 달라붙어 버린 손 때문이었다. 오른손으로 지옥을 가르던 검을 쥘 수 있는 죽음의 손은 고사하고, 검을 제대로 쥘 수 없을 지도 몰랐다.
스륵!
“크아아악!”
무너진 몸을 일으키기 위해 케실리온은 안간힘을 썼다. 그제야 몸은 주인의 고통을 알리겠다는 듯이 커다란 고통을 선사했다. 복부를 찔러 넣은 검은 케실리온의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혈에서 먼 곳인지,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죽을 정도의 상처라면, 화상일 것이다. 화직도 화끈 거리는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정신력이 흐트러진다면,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공을...”
케실리온은 우선 자신의 내공을 몸으로 흘려보냈다. 장시간 동결되어 있던 내공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주인의 위기에 몸속의 기운도 다급함을 아는 것인지, 검에 의한 상처와 온몸의 중요한 혈 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미 죽을 정도의 부상으로 살아 있는 것도 이상할 정도였다. 내공으로 치유할 정도의 부상을 넘어선 상태였다. 마법의 치유 마법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3서클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또르륵...탁! 타탁!
“구슬...?”
케실리온은 감각이 없어진 손을 쳐다보고는 떨어진 구슬을 내려다 봤다. 완벽하게 은빛으로 변해버린 구슬에서는 케실리온의 내공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것을 내려 보던 케실리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페덜의 돌...?”
속박의 돌이라고 불리던 이 돌이, 지금은 목숨을 구해줄 유일한 장치였다. 돌 속에 있는 기운을 심장으로 끌어 올려, 서클을 올리자는 취지였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다. 설령, 한 단계의 서클이 오른다고 할지라도, 치유 마법은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페덜의 돌은 뿌리 칠 수 없는 영약이었다. 영약의 종류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얼마의 기운을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아무리 많은 기운을 담고 있는 영약이라고 할지라도, 섭취하는 자에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간혹, 한줌의 기운으로 무한의 깨달음을 얻는 자가 있다. 그것이 풍운지였다. 지옥의 마지막, 풍운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무한의 깨달음을 얻었다. 케실리온은 풍운지가 깨달은 것은 잘 알 수 없었지만, 공수래공수거의 깨달음 일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회복이 없다면 살 수 없다.”
케실리온은 힘들게 가부좌를 틀었다. 결가부좌를 취한 케실리온은 따끔거리는 피부를 느끼며, 살며시 페덜의 돌을 내려다봤다. 확실히 많은 기운을 담고 있었다. 언제 이정도의 기운이 스며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양이었다.
‘기운을 담는 자의 명령은 절대적... 과연 자신이 먹는 다면...’
붉은 빛을 내뱉는 피부위에 있는 은빛의 구슬은 어딘가 어색하게 보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케실리온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 구슬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래나, 저래나 의지는 자신의 것이다. 페덜의 돌이 차후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화악!
입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한기에 케실리온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차가우면 뜨겁다고 했던가? 지금 케실리온이 느끼는 감각은 차갑다는 넘어서고 있었다. 너무나 차가워 뜨겁다고 느껴지고 있다.
감각을 뛰어넘는 순간, 케실리온의 머릿속은 청아한 느낌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단전을 넘어, 중단전을 충만하게 만다는 기운은 자신의 기운이 아니었다는 듯이 페덜의 돌에서 뿜어진 기운이 단전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포화된 하단전의 기운은 중단전을 치고 올라가가고 있었다. 중단전으로 축적되는 기운들은 케실리온의 의지에 따라, 고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페덜의 돌이라는 것은 역린... 인과의 법칙을 역행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속박하는 일... 그것은 역린... 의지는 순행이다.’
이미 깨달은바 있는 내용이건만, 순간순간마다 느끼는 생각은 다르게 느껴졌다. 케실리온이 깨달은 것만 해도, 수백 수천가지는 될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서부터,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서 까지.
‘세상은 깨달음의 연속. 깨달음은 돌고 돈다. 즉 원(圓 : 둥글다.)’
케실리온은 새롭게 느껴지는 깨달음을 음미했다. 답답하던 가슴이 뚫린 것처럼, 몸속의 동결된 내공들은 페덜의 돌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다만, 구슬이 목에 걸린 것인지 목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중단전에서 느껴지던 감각이 목 부위로 옮겨졌다. 그것은 서클의 이동을 말하고 있었다. 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에 케실리온은 눈을 번쩍 떴다.
“끝은 처음 보다 못하다고 했던가!”
케실리온은 답답하게 느껴지던 심장의 기운이 목으로 옮겨졌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페덜의 돌은 목에 자리를 잡았다. 목의 중앙부에 위치했지만, 숨쉬기에는 부담감이 없었다. 더욱 편안하고 청아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서클의 이동은 중단전인 심장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연 속에 묻어나던, 기운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쭈우욱!
온몸의 모공으로 스며들듯, 케실리온의 흡혈마공이 주위의 기운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없어진 기운을 채우겠다는 듯이 주위의 모든 기운을 끌어 들였다. 하단전의 포화는 중단전을 채우고, 중단전의 포화는 상단전을 열 것이다.
“아...!”
세상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고 했던가. 중단전을 채우던 기운은 상단전을 뚫지 못했다. 다만,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은 케실리온의 자신감을 일깨웠다. 그리고 중단전을 채운 기운은 케실리온의 확신을 깨웠다.
“난... 인간이 아니다.”
그 순간! 케실리온의 몸은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은빛과 검은 빛의 물결에 어두웠던 감옥은 차갑고, 시원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난 용이다. 마룡이다!”
케실리온의 말이 천지를 울렸음 일까? 어두운 하늘로 변해가던 하늘은 시퍼렇게 변했다. 눈이 시리도록 퍼렇다. 마법에 의해 아침으로 변한 것인지 흰 구름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다만, 밝은 하늘은 케실리온이 머물고 있는 공간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곳은 유난히 구름이 두껍고 넓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으로 강한 기운이 몰아쳤다. 지금껏 이정도의 기운은 중간 계를 통틀어 없을 것이리라!
“이제 인간이 아닌 마룡이란 말이다!”
케실리온은 지금껏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900년이라는 시간을 인간으로 살아왔다. 인간으로써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마족이었으며, 용족이다.
당연한 깨달음을 얻은 케실리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을까. 두터운 구름 사이로 은빛의 기운이 내려앉았다. 두껍고 눈이 부신 기둥. 하지만 그렇게 세기가 강하지는 않은지 빛이 세상에 익숙해 질 무렵,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그 빛기둥을 보기 위해 건물 밖으로 뛰어 나오고 있었다.
“시, 신의 강림?!”
씨제이의 장례식을 주관하던 신관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은빛의 기둥에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통 하늘의 빛기둥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밤을 없애는 빛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 어쨌든 이정도의 빛은 아무리 고서클의 마법사나, 신관도 하지 못할 일이다. 이건, 신이 중간계로 강림했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이시여...”
빛의 기둥이 10분을 넘어서자, 란델 제국의 수도는 물론, 근방의 왕국에 까지 마법구를 통해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저스의 중앙 신전에 까지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그때 빛의 기둥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하늘로 떠오르는 하나의 인영, 그 광경은 너무나 묘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은빛의 섬광과 한 명의 인간. 곧, 하늘에서 떨어지던 빛은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빛은 하늘에 떠 있는 인영의 몸속으로 빨려들어 가 듯 사라졌다.
쿵!
사라질 듯했던 빛이 하늘에 떠 있는 인간의 몸을 뚫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몸에서 빛이 지상으로 떨어질 때마다. 천지가 개벽하듯 땅이 흔들렸다.
쿵!
땅은 수십 번은 울렸을 것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달랐다. 사람의 몸에서 뿜어진 빛은 더욱 강렬해지며, 멍하니 지켜보던 수도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하늘에 떠 있는 사람은 사라져 버렸다.
“사... 사라졌어.”
“진짜.. 신의 강림?!”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신의 강림이다. 아니면, 신벌이었다는 소리 등, 의견이 분분한 와중에 붉은 머리의 여성은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케, 케실리온!”
분명 빛이 떨어진 곳은 케실리온이 있던 감옥이었다. 선명하게 보이는 검은 연기,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
도플갱어(Doppelganger)와 마룡(魔龍)
“프린, 그 빛이 뭐였다고 생각해, 역시 신이 내린 빛?”
“글세... 난 그다지 신을 믿지 않으니.”
레나와 프린은 교수님의 부름으로 교장실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S반의 일로 부르는 것일 것이다. 물론, 루시아를 불러도 되겠지만, 루시아는 지금 안전을 위해 수도에 있는 저택에 머물고 있다는 소리에 레나와 프린을 부른 것이다.
“프린! 제국에서 그런 소리했다간...”
“벌 받는 다고? 지금 사람들의 감정은 혼란이야. 그런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겠지.”
레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서대륙은 지저스를 믿는 국가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신의 믿음은 절대적이요, 정신적 지주는 물론, 의지하기 까지 하는 신을 부정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하지만, 프린은 상관없다는 투로 중얼거리자, 레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앗! 교수님! 페이린 교수님.”
레나는 멀리서 어디론가 급히 움직이는 페이린 교수를 발견하고 빠르게 달려갔다. 그에 프린 역시 마지못해 걸음을 그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케실리온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교수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넌 누구?”
“에...! 교수님, 너무해요. 저를 모르시다니.”
레나의 물음에 페이린 교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스쳐지나갔다. 그 옆에는 케실리온이 있었지만, 교수의 부름이 먼저였기 때문에 반가움을 참고 있었다. 순간 레나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많은 학생들의 이름을 다 모른다고 생각했다.
쿡쿡...
“왜 그래, 프린.”
옆에서 옆구리를 찌르는 프린의 행동에 얼굴을 찌푸린 레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에 페이린과 케실리온은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따라 가려고 하던 레나는 프린의 행동에 쫒아 갈수 없었다.
“이상하다. 평소의 교수님이 아니다.”
프린의 말에 레나는 얼굴을 구겼다. 아무리 학생을 못알아 본다고는 하지만, 평소의 교수님이 아니라니, 그리고 프린이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그 의혹은 더해갔다.
“평소의 교수님이 아라니...?”
“평소 내뿜던 마음의 파장이 다르다.”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이야.”
프린의 말에 레나는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가 어떻다는 것이란 말인가.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아 보였다. 어딘가 바쁘다는 표정과 귀족으로써 행동거지까지 모두 그녀가 맞았다.
“케실리온의 파장 역시 일정치 않았다. 생각은 읽을 수 없지만, 파장은 그 사람의 고유의 것이 있다. 마나의 파장처럼, 마음의 파장 역시 미묘하게 모두 다르다.”
“에이... 네가 잘못 본거겠지. 그냥 교장실에나 가자.”
레나는 프린이 잘못 느낀 것이라고 생각하고 멈추었던 걸음을 옮겼다. 일단, 교장실로 오라고 하셨으니, 그곳으로 가야 할 것이다.
* * *
란델 아카데미는 물론, 제국은 비상에 걸렸다. 정체 모를 섬광이 하늘에서 쏟아진 것은 물론, 하프 드래곤인 케실리온의 실종이다. 아카데미와 수도를 샅샅이 수색해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검은 머리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케실리온의 외모라면 금방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차 있던 제국과 아카데미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꾹...
페이린은 머리가 지끈거리자 관자노리를 지그시 눌렀다. 케실리온이 머물고 있던 감옥은 전쟁이라도 났다는 듯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곳곳에 그을린 자국은 물론, 녹아내린 자국도 있었다.
이정도의 열기라면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감추어진 마나의 흔적 역시 미심쩍었다. 케실리온의 흔적이라고는 작은 발자국이 몇 개 찍혀 있을 뿐,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온에 완전히 녹아내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 죽었다고 단정 짓기에는 그 섬광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수상한 자는 보지 못했소?”
“그다지...”
카이룬 공작의 물음에 페이린은 짧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씨제이의 장례식이 끝나자 이런 일이 벌어진 것부터가 미심쩍었다. 잘 짜인 각본처럼, 아카데미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도 혼란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속출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존속 까지 걸리게 되겠군. 살인에다. 의문의 섬광이라...”
카이룬 공작은 내심 걱정된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알지 못하는 사건의 연속 때문이었을 까. 귀족들 사이로, 괴상한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었다. 귀족을 노리고 있다. 귀족은 반드시 죽는다는 소문 때문에 급히 짐을 싸고 각자의 가문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단한 마나의 파장이었습니다. 측정이 불가피 할 정도로 강한 마나의 파장입니다.”
“흐음... 확실히, 그 정도의 현상이라면 당연하겠지.”
카이룬 공작은 어두워진 하늘을 쳐다보며, 낮게 말했다. 일명, 신의 섬광이라고 불린 이 사건을 끝으로 하늘은 거짓말처럼 검게 변해 버렸다. 워낙 밝았기 때문에 대낮이라고 해고 말해도 믿었을 밝기였다.
거기다 마나의 향기는 매우 짖었기 때문에 세상의 근원이라는 자연의 마나라고 착각 할 정도였다.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마나의 양일 것이다.
“그나저나, 섬광속의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카이룬의 물음에 페이린은 답을 할 수 없었다. 딱히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생장소를 따진다면 케실리온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마나 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분명, 마나의 동결은 물론, 몸속의 마나를 방출하는 마법진이 그려진 감옥이었다. 그런 감옥은 소드 마스터는 물론, 대 마법사인 페이린 자신까지 무력하게 만드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 마법진을 해석한다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마법진에 약간이라도 조예가 있는 자라면 금방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 무리를 한다면 말이다.
“딱히 없군요.”
페이린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분위기 속에 누군가 교장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똑똑!
“페이린 교수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들어오너라.”
밖에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카이룬은 별다른 생각 없이 아이들을 교장실로 들였다. 뒤에 분홍빛이 감도는 머릿결을 가진 아이가 프린이라는 생각을 하자, 카이룬은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희귀하다는 정령사가 아닌가. 그래, 무슨 일이지?”
“페이린 교수님의... 어라? 교수님! 급히 어디 가시는 거 아니셨어요? 케실리온과 같이 급히 가시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이룬의 말에 레나는 프린을 대신해 대답했다. 평소부터 말수를 아끼는 프린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신 대답을 해야 했다. 레나는 별 생각 없이 교장실의 구석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게 웬걸, 페이린 교수님이 있지 않은가!
아까 급히 어딘가로 가는 걸로 알고 있던 페이린은 의아했다.
“무슨 소리니, 레나, 난 여기에 쭉 있었는 걸.”
“아...? 분명 케실리온과 급히 어딘가로 가시는 걸로...”
“뭐?! 케실리온!”
페이린은 크게 눈을 떴다. 갑자기 케실리온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나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어린 아이가 거짓말을 할리는 없었다. 더욱이 제국의 후작이라는 자 앞에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담이 커 보이지 않았다.
“분명 페이린 교수님이셨어요. 케실리온과 같이 가는 걸 봤는데. 그렇지? 프린.”
“그렇다. 분명, 3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똑똑히 봤다.”
프린의 말에 카이룬은 물론, 페이린까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의 말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어 날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두 명으로 늘어 날수 있다는 말인가.
“서, 설마! 마족?!”
페이린은 갑자기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에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마족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마족 중에서는 다른 이의 모습을 훔치는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3층 기숙사로 가봐야겠습니다.”
페이린은 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이야기를 다하지 못하고 교장실 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밤이었기 때문에 사위는 어두웠지만, 페이린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아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숙사를 간 시간이 5분도 지나지 않았으니 빨리 간다면 이번 범행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마족이 맞다면, 케실리온의 무죄가 성립된다.”
페이린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와중에 복도를 가로질러 기숙사로 향했다. 진짜 마족이 맞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도플갱어(Doppelganger)와 마룡(魔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