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8화 (168/269)

“알파인가?”

하늘은 검게 변해 있었다. 점점 신월로 바뀌는 달을 보며 중얼거렸다. 창가를 두드리는 존재는 알파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대업은 케실리온의 죽음으로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거디가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울지 몰랐다.

툭툭!

이번의 주력은 케실리온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서야, 그림자들의 처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의 사고에 케실리온이 사라졌다는 것을 아는 레딕은 답답한 생각으로 창가를 향해 중얼거렸다.

툭툭!

창가 밖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레딕은 살며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그림자가 방안을 점거하듯 어둠이 몰려왔다.

스스슷!

차가운 마기가 레딕의 방안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하나의 그림자가 솟아오르며, 레딕의 방안으로 모습을 비췄다.

“그동안 잘 지냈나? 레딕!”

“넌...?”

방바닥에서 솟아 오른 존재는 전혀 모르는 이였다. 사용하는 기술을 보건데 그림자 일족 일 것이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기에 레딕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신보다 마기가 작다면 뿜어지는 기세라도 느껴지겠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은 기운이 아예 없거나, 너무 많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림자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기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자로부터 솟아오른 이는 불에 탄 것인지 거멓게 그을린 누더기를 입고 있었고 화상으로 인해 얼굴과 몸에서는 진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욱이 레딕이 참을 수 없는 것은 시체라도 태웠던 것인지 살이 타들어간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꾹!

레딕은 고약한 냄새에 코를 부여잡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오랜만이라 얼굴이라도 잊은 건가? 레딕!”

“설마... 케실리온?!”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는 다름 아닌 케실리온이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인지, 잘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가 케실리온과 많이 닮아 있었다. 이상해진 얼굴에 레딕은 얼굴을 구겼다.

누런색의 진액이 케실리온의 얼굴과 몸에서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쁘기 까지 하던 얼굴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화상을 입고 있었다.

“이거 오랜 만입니다. 설마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니 유감이지만, 아무튼 반갑습니다.”

“반갑다라...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레딕.”

레딕의 반갑다는 어조에 케실리온은 살기가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황당하기도 하고, 아직도 자신을 이용하려는 레딕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녀석들이 습격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들었다. 레딕.”

“역시 알파 인가요. 새로운 마스터라는 것이.”

케실리온의 목소리를 화가 난 것이 아니었지만,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는 화가 났으니 건들지 말라는 소리였다. 너무나 강한 살기였기 때문에 레딕의 등에서는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왔으니 된 것이 아닙니까.”

“뭐 좋다. 이유나 들어 볼까. 왜 습격에 가만히 있었나.”

“설마 그렇게 당하리라 생각은 못했습니다. 더욱이 전 죽었다고 생각했지요.”

레딕의 말에 케실리온은 웃음을 참기 힘든 것인지 폭소를 터뜨렸다. 그 모습에 레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당해 놓고 실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고통을 당하면 미친다고 하지 않던가.

“푸하하하! 이거 물건이군. 그래 난 죽었지. 케실리온은 죽고... 잠들어 있던 나 자신이 깨어났다. 어설픈 녀석과 융합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 융합?!”

“조제현이 깨어났단 말이다!”

스스슷

“미치셨습니까. 알지도 못하는 말...윽”

케실리온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와 짖은 마기에 레딕은 뒤로 물러났다. 너무 강했기 때문에 문이 있는 곳까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마치 엡솔루트 가든의 중앙부d에 있는 만년설이 가득한 곳에서 옷을 벗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실리온은 죽고, 과거의 나 자신이 깨어났다. 조제현이라고 알고 있을라나.. 쿠쿡.”

“무, 무슨!”

케실리온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진액이 레딕의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진한 탁한 공기와 살기가 잘 조화되는 것인지 질식할 정도의 악취였다. 그리고 살기까지 더해지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마기를 가라앉히십시오. 더 이상 기운을 끌어 올린다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레딕은 두려움이 일어났지만, 자신은 케실리온의 주인이다. ‘페덜의 돌’이 있는 이상, 저 존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건 죽을 때까지 자신의 명령을 들어야 할 것이다. 레딕의 몸에서 뿜어진 마기는 케실리온의 몸을 뒤덮었다.

뱀파이어 로드라는 직책답게 강한 마기였지만, 란델 아카데미의 엠블럼 덕분에 마기의 향기는 뿜어지지 않았다.

“난 너의 주인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우우웅!

“무슨 짓이긴,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인지 가르쳐 줄뿐이다.”

터벅... 터벅

레딕의 말에 케실리온은 웃기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막지 못할 걸음이다. 느릿했지만, 레딕의 마기를 뚫고 앞으로 손을 뻗었다.

꽈악!

“주인이면... 주인답게 행동해야 할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짜증나게 한다면, 네놈의 목숨은 없어 질줄 알아라. 더러운 녀석아.”

레딕의 목을 움켜쥔 케실리온의 거친 손에서는 진액이 흐르며 레딕의 목을 적셨다. 그 끈적이는 느낌에 레딕은 얼굴을 굳혔지만, 케실리온의 살기가 방안 한가득 넘쳐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거대한 살기라면 란델 아카데미를 뒤덮고 남을 만큼의 강한 살기였지만, 그 살기는 오직 레딕을 향하고 있었다. 때문에 레딕은 떨며 신음을 흘릴 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느낌은 처음이었으리라.

“크으으...”

“크크큭, 난 그저 이용당할 뿐,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

털썩!

케실리온의 위엄이 어린 음성에 레딕은 바닥으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외모는 물론, 뿜어지는 기세까지 천 년 전의 마룡과 같은 모습이다. 만약 지금 마룡이 있다면 이런 살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대채, 감옥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저런 모습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존재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처음이다.

“녀석은 어디 있지? 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

케실리온은 쓰러져있던 레딕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평범한 행동이었지만, 레딕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제압되어 버렸다. 혹여, 케실리온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더 이상 케실리온의 눈빛을 보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눈빛이다. 어떤 존재도 저 눈빛 아래에 머리를 숙일 것만 같았다. 두려움의 대상인 마왕이라도 마찬 가지 일 것이다. 그만큼 케실리온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라는 눈빛은 없었다. 오직 무심과 허무감이 감도는 눈빛이었다.

그런 종류의 눈빛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마족은 물론, 선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천족까지도 저런 눈빛은 불가능하다. 아마 마왕도 저런 눈빛은 못가지리라. 녀석은 완전한 마룡 그 자체다. 

“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레딕은 머릿속으로 스치는 수백 가지의 생각에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분명, 케실리온은 저런 상태로까지 몰아넣은 녀석은 도플갱어 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케실리온이 그 순간 죽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스산한 살기는 내뿜는 녀석은 무슨 일이고 벌릴 것이 분명하다. 레딕의 목숨은 물론, 도플갱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케실리온이 갖혀 있던 철옹성 같던 감옥의 경계를 뚫고 침입 할 자는 상대의 모습을 훔치는 도플갱어 밖에 없다. 거기다. 저런 기세를 내뿜는 케실리온은 반 죽음 상태로 몰고 간 것은 마나를 억제시키는 마법진 때문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되레 녀석들이 당했으리라. 케실리온이 ‘페덜의 돌’로 인해 속박되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마 그것 때문에 차마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 레딕이다.

“확신하는 이유는...?”

“너의 주인인 나를 치기 위해...”

확실히 레딕의 말이 맞을 것이다. 레딕의 천적은 그림자. 그것을 막아주는 바람막이인 케실리온이 당했으니, 레딕의 차례는 당연했다. 미리 사전에 조사까지 했을 터이니, 이곳으로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강한 기운을....”

“쿠쿡, 네놈 따위가 알 수 있을 까.”

레딕의 물음에 케실리온은 웃음을 흘릴 뿐, 직접적인 대답은 없었다. 사실을 알아도 레딕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나를 건드리고 살아 갈수 없다는 것. 네놈 역시.”

케실리온의 말에 레딕은 긴장했다. 그 말은 곧, 자신도 죽이겠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레딕은 몰래 마기를 피워 올리며 페덜의 돌로 케실리온을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네놈은 제일 마지막이다.’

케실리온은 레딕의 마기를 느꼈다. 미약한 마기였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케실리온의 경지는 상승 곡선을 타고 갔다는 증거였다. 아직 상단전의 길을 연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의 힘을 어느 정도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라면, 지금의 몸이다. 손가락이 완전히 달라붙어 버렸기 때문에 검을 잡기에는 안정감이 없었다. 때문에 마법은 케실리온이 사용 할 수 있는 유일만 무력이다. 물론 보법과 신법을 응용한다면 마법도 쓸 만할 것이다.

똑똑!

“레딕 학생 있나요?”

케실리온 덕분에 조용하던 레딕의 방은 삽시간에 정적을 깼다. 페이린의 목소리다. 하지만, 케실리온은 알 수 있었다. 문밖의 기척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는 것과 자신의 모습을 한 녀석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열어라. 레딕.”

“아, 알겠다.”

갑작스런 그림자의 등장에 레딕은 긴장했다. 한때나마 그림자 일족이던 레딕은 도플갱어의 무서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복제한 상대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 거기다. 상대의 심리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어떤 강적도 도플갱어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더욱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도플갱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림자 일족도 갈 때 까지 갔다는 소리일 것이다.

“역시, 목숨과 그것을 찾기 위해 온 것인가...”

레딕은 긴장했다는 듯이 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역시나 문의 앞에는 붉은 머리의 여성과 검은 머리의 케실리온이 서 있었다. 그리고 스산하게 웃음을 흘리며, 레딕에게 손을 뻗었다.

“배신자 잘도 숨어 있었군. 마검을 내놔라. 그리고 네놈의 목숨 역시!”

도플갱어(Doppelganger)와 마룡(魔龍)

“여! 며칠만이지? 6시간 만인가?”

문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케실리온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물론 진득한 살기를 담아서 맞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레딕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냉혹한 살기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쿠쿠쿡, 내 모습을 잘도 훔쳐갔군.”

“아, 아니! 네놈은... 분명!”

케실리온의 말에 반응하는 녀석은 페이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자였다. 넘치는 듯 한 붉은 머릿결에 붉은 눈, 어느 것 하나 페이린과 다른 곳이 없었다. 체형이며, 몸에서 풍기는 마나의 향기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이 없다.

그것은 케실리온의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한 모습의 복제였다. 심지어 기술 까지 같은 것을 보면, 모습을 훔침으로써 상대의 능력까지 복제하는 것 같았다. 물론, 복제하지 못한 것도 있으니, 찔러 죽일 듯 한 살기는 훔치지 못했다.

“죽었을 텐데?”

“그까짓 고통 따위...”

그림자들은 케실리온이 죽은 것을 확인까지 했었다. 그들의 말처럼 케실리온은 죽었다. 남아 있는 존재는 과거를 다 찾은 조제현이라는 과거의 영혼, 순박하던 케실리온과 동화를 했던 케실리온은 죽고 없었다.

말이 봉인이었지, 2계의 케실리온과 융합한 것이었다. 약간의 심성이 융합되, 미숙한 느낌도 간혹 들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영향 때문이었던지, 사리 분별력이 떨어졌을 뿐, 과거의 자신과 어느 것 하나 뒤처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던가. 함정에 빠져 비참하게 당할 뿐이다. 비참하게 당할 바에는 적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제현의 스타일이다. 생각대로 안 된다면 때려 부수고 소멸시킨다. 이것이 제현의 방식이다.

“빚을 받아야지, 마룡으로 거듭 난 나에게...!”

“마, 마룡!”

녀석들은 마룡이라는 말에 크게 반응했다. 무언가 얽매여 있는 듯 한 느낌, 케실리온은 그것을 파고 들어갔다. 과거가 어떻던, 어떤 느낌이든, 약점이라고 생각되면 파고드는 것 역시 조제현의 생각. 지옥에서의 무한한 경험은 제현을 강하게 만들었고, 누구도 무시 하지 못할 무력을 만들었다.

강자지존의 세계에서 지존을 차지했던 제현에게는 녀석들의 감정 따위를 읽는 것은 쉬웠다. 괜히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던 자가 아니란 말이다. 도움을 받았다면 두 배로 갚고 불행을 받았다면 열 배로 갚으면 되는 것!

“10배의 고통 속에 몸부림 쳐라. 너희들의 잘못이라면, 나를 건드렸다는 것뿐.”

“미친 새끼. 잘도 지껄이는 군. 힘없이 당한 주제에!”

녀석은 그 말이 거슬렸던지 양손에 불꽃을 태웠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작정인지, 손에서 넘실거리는 마나의 향기가 짙어져 있었다.

“파이어 캐논(Fire Cannon)!”

화르륵!

빠르게 뭉쳐진 녀석의 양손의 기운이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정면에 생성된 마법진에 케실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저런 조잡한 마법 따위 한마디면 충분하다. 자신이 누군가. 마법의 조종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이다.

하프 드래곤의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 어떤 마법도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케실리온이었다.

“그 따위 조잡한 마법으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이 마룡을?”

케실리온은 마법진에서 뿜어진 강력한 화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어떤 마법도 준비하지 않은 케실리온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레딕과 그림자들은 케실리온의 다음 행동에 경악했다. 코앞까지 닥쳐온 파이어 캐논을 향해 소리친 것은 단한마디 뿐!

일어 날수 없는 일이다. 아니,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마법, 중간계에서 유일하게 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는 이유였던 기술! 그것이 케실리온의 목소리에서 뿜어졌다. 

[사라져라!]

화르륵... 픽!

파이어 캐논은 촛불이 꺼지듯이 ‘픽’ 소리를 내뱉고는 어이없게 사라져 버렸다. 케실리온의 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페덜의 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용언을 내뱉을 수 있는 드래곤의 성대가 되었다. 하프 드래곤으로써는 축복일지는 모르지만, 마나를 실은 그의 한 마디는 큰 무게감을 준다.

드래곤의 말은 곧, 진실이 되고, 그의 말은 곧 사실이 된다. 그것은 케실리온의 말 한마디는 진실이 되는 것이다.

“요, 용언! 분명 신의 분노로 사라졌을 텐데!”

그림자들은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용언이었다. 중간계의 지배자만이 사용 할 수 있는 용의 언어. 어떤 말이라고 곧 실현되는 창조의 말이다.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언어에 그림자들은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마족이 중간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드래곤에게는 말이라는 언어의 규제를 받는다. 그들이 한 말은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이 내뱉은 말은 돌릴 수 없으며, 자신과 한 약속을 어긴다면 죽음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가워, 정말 반갑다. 이렇게 너희들을 만난 것은 인연이겠지. 크크크!”

쩌저적!

케실리온의 손에서 생겨난 스산한 한기, 이건 소수마공(素手魔功)의 한기를 뛰어 넘는 극한의 한기다. 소수마공이 근원이 되니, 마법은 주위를 맴도는 촉매가 되었다. 극한의 빙마공으로 탄생된 빙마의 마법(Magic OF Dark Freez)

[소수마공 - 아이스 캐논(Ice Cannon)]

그림자들의 발치로 쏟아진 얼음의 섬광이 녀석들의 발을 묶었다. 단 일수에 제압당한 녀석들, 그 누구도 퓨전 마법에서 벋어 나지 못하리라. 도망간다면 신법과 보법으로 따라 갈 것이고, 공격한다면 어떤 수법도 통하지 않는 철옹성 같은 방어 마법과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리라!

푸하악! 쩌저적!

은빛의 섬광에 녀석들은 극한의 추위를 맛보아야 했다. 정확하게 쏟아진 아이스 캐논은 페이린의 발을 그대로 얼려 버렸다. 그래봐야 그림자 였다. 감히 누구를 상대하겠다는 말인가. 상대는 마룡으로 거듭난 최강의 존재, 그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무력을 소유한 존재다.

7서클 마법은 쉽게 처리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다. 그 누구도 케실리온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막는 다면 그 자신이 막아 설 것이다.

“레딕이다. 레딕을 잡아라!”

“예, 대장!”

페이린의 모습을 한 녀석은 자신의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즉시 그림자를 타고 이동한 녀석은 레딕을 붙잡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레딕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도플갱어에게 잡혀 있었다.

“쿠쿡, 과거의 대장, 이거 실망입니다. 너무 쉽게 잡히시는 군요.”

“크윽... 네놈!”

레딕은 크게 신음을 토해냈다.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다는 듯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케실리온 조차 알지 못하는 숨겨진 이야기에 약간 호기심이 동했지만, 녀석들은 처리해야 할 상대! 살 가치가 없는 녀석들이다.

“이젠 그림자 조자 다루지 못하시는 군요. 속박의 그림자조차 빠져 나가지 못하시다니, 쿠쿡.”

녀석의 말에 케실리온은 레딕의 그림자를 쳐다봤다.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쏘아진 검은 색의 손이 레딕을 붙잡고 있었다. 그것을 녀석들은 그림자의 속박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케실리온에게는 별상 필요도 없는 기술이다.

그런 것 보다 좋은 수법은 세상이 더 없이 많다.

“그만 내 놓으시죠. 그림자 일족의 보고를...”

“누가 그딴 보고 따위를 가지고 있을 성 싶으냐!”

“잘 알지요. 그때 가지고 가셨잖습니까. 한방 먹었습니다. 설마 그걸 가지고 가실 줄이야.”

레딕은 녀석의 말에 움찔 거렸다. 확실히 무언가 있었다. 케실리온조차 모르는 비밀 그림자 일족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광적으로 그림자 일족을 싫어하는 레딕이라면...

그 순간, 레딕의 그림자에서 다른 하나의 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림자의 의지를 수용하듯이 레딕의 그림자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주지 않겠다면 찾아 가는 수밖에...”

“케, 케실리온! 도와다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검은색의 손은 레딕의 모든 것을 뒤지겠다는 듯이 그림자의 몸을 수색하고 있었다. 한줌의 비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깊게 틀어 박혀있었다. 레딕의 붉게 충혈 된 눈이 케실리온을 향하고 있었다.

좁은 레딕의 기숙에는 어느새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로 들어 차 버렸다. 어느 곳 하나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만! 이 더러운 마족들!”

문 밖으로 모여든 수십 명의 교수들, 그리고 제국에서 출병된 기사들과 병사들로 아카데미 주위는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케실리온과 그림자 들이 내뿜은 마나 덕분에 아카데미는 살기와 더러운 마나로 가득 차 있었다.

쿵! 털석...

문 밖의 붉은 머리 여성의 말에 레딕을 속박하던 그림자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케실리온은 조용히 있었다. 지금 아카데미에는 두 명의 페이린과 두 명의 케실리온이 있다.

쩌저적, 쾅!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페이린의 모습을 하고 있던 녀석은 어둡게 드리운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 순간, 아카데미에서는 수백 수십의 그림자에서 무수히 많은 도플갱어와 그림자가 나타났다.

“A작전이 실패했으니... B작전으로 가는 수밖에... 신월과 물건을 내 놓을 때까지... 혹시 알고 있나? 마룡과 그림자의 관계를...”

“!!!!”

그림자의 말에 레딕은 크게 눈을 떴다.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케실리온이 알아서는 안 된다는 듯이 하지만, 레딕의 기숙사로 들이 닥친 수십의 무리 덕분에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은빛의 갑옷을 착용한 제국의 기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아카데미의 교수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자리했다. 그리고 케실리온의 무죄는 만 천하게 알려지게 되었다. 도플갱어의 짓이라고, 도플갱어가 벌린 일이라는 것은 눈이 있는 자라면 모두 알 것이다.

외전 - 마룡과 그림자의 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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