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269)

라덴계, 대륙력 1000년

혹시 아는 가? 영웅소설에 등장하는 마룡은 악한 존재였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힘이 있다는 것을! 혹시 아는 가? 영웅은 이긴 것이 아니라, 마룡이 지루해졌기에 마계로 돌아갔다는 것을!

무구한 역사 속에 등장한 마룡은 단, 하나였다. 마룡 자체가 되기 위해서는 드래곤의 타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드래곤도 타락하지 않는 다. 다만, 선이 있다면 악이 있을 뿐,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 드래곤이 마룡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아이야... 어찌 마룡이 되려 하느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선한 드래곤이 있으면 악한 드래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마룡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되려 합니다. 일족의 로드시여.”

또랑또랑한 음성이다. 아직 어린 드래곤이었던지, 총명한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한 아이와 로드라고 불린 자는 은빛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은은하게 풍기는 은빛의 안광은 세상의 지배자의 눈이다.

“혹시 아느냐. 마룡이 된다면 넌 마계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저의 사명이라고 해야겠군요.”

“알고 있었느냐. 용신께서 마룡을 원하고 계신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로드.”

어린 드래곤의 모습에 실버족의 로드는 체념의 눈빛을 띠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오색의 비드를 꺼냈다.

오색의 비드는 드래곤 하트, 실버족의 실버 하트, 골드 족의 골드 하트, 레드... 블루... 그린 그리고 블랙들이 가지고 있는 드래곤 하트였다. 그것을 쳐다본 어린 드래곤은 알 수 없다는 듯 한 눈빛을 보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로드.”

“고룡들의 하트다. 마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런 것이 필요 할게다. 위험한 순간 하나씩 먹도록 하 거라. 그것이 큰 도움이 될 터이니...”

“감사합니다. 로드...

그것을 끝으로 어린 드래곤은 마계로 향했다. 엡솔루트 가든에서 의식은 치러졌다. 다른 드래곤의 하트를 쪼개 마계의 문을 여는 의식이 거행된 것이다. 새하얀 만년설이 가득한 곳의 정상에는 개성이 넘치는 드래곤들이 있었다.

오크에서부터, 오우거, 심지어 고블린까지, 그리고 엘프, 인간, 드워프 등 없는 종족은 없었다.

“아이야. 지금도 늦지 않았다. 포기해도 좋다.”

“아닙니다. 전 용신의 선택받은 드래곤!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마룡이 된다면 너와 드래곤 족은 적이 된다.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중간계로 나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강경한 모습에 여러 일족의 로드들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마법진의 게이트를 활짝 열었다. 하늘도 어린 드래곤을 배웅하려는 듯이 노란 빛의 섬광이 지상을 때렸다.

우르릉! 쾅!!! 콰콰쾅!

수십 다발의 섬광이 지상에 낙하하자, 어린 드래곤은 마계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실버족의 로드는 슬픈 듯이 중얼거렸다.

“나의 아이... 케실리....”

하지만 실버족 로드의 말을 끝을 맺지 못했다. 떨어진 섬광은 떠나는 드래곤을 배웅 한 것이 아니라. 드래곤 족을 봉인시키기 위한 금빛의 섬광이었던 것이다. 그 허무한 빛에 수백의 드래곤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          *          *

대륙에서 드래곤이 사라진지, 200년, 마계의 시간으로는 600년이다. 그 시간만큼이나 어린 드래곤은 막 성룡에서 웜 급이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육체와 정신력은 이미, 에이션트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다신 중간계로 나가지 않겠다고 했건만... 인간들이란... 거기다 마왕까지 나를 부추기는 구나...!”

마룡 케실리온은 중간계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혹여, 과거의 일족이 자신을 알아볼까 몸을 최대한 숨기고 있었다. 그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자신은 마계에서도 순위권 중의 순위권이 아닌가.

마왕조차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 위대한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이미, 고룡 급의 드래곤 하트는 모두 섭취한지 오래였다.

“그럼 멀리서나마 살짝 보는 것을 되겠지? 후후후...”

펄럭!

길게 뻗은 날개가 거센 바람을 동반하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 육중한 육체는 하늘로 떠올릴 수 있게 만다는 이 날개는 신비로웠다. 푸른 구름 아래, 수없이 많은 인간들, 그리고 무리 없이 발전한 대륙의 모습은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검은 태양으로만 보이던 마계의 태양과는 다르게 금빛을 띠는 찬란한 섬광도 중간계가 좋았다.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풍경에도 무리 없이 보는 마룡의 능력은 신비로웠다.

세상위에 우뚝 선 군림자답게 우아했다. 멋도 모르고 그의 주위로 날아온 와이번들은 그의 살기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점점, 엡솔루트 가든에 다가갈수록, 마룡 케실리온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

휘이잉!

엡솔루트 중앙부인 로드 궁에는 어떤 마나의 향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잡스러운 기운을 흘리고 있는 몬스터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드래곤의 영토에 몬스터들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크아아앙!”

거친 포효에 몬스터들은 그제야 그곳이 있어서는 안 될 곳이라는 듯이 바삐 도망치기 시작했다. 엡솔루트 가든에서 방유되기 시작한 몬스터들 때문에 아름답던 중간계는 점점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수백, 수십만 마리의 몬스터들은 대륙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마룡 케실리온은 뒤늦게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인간들이 있는 영토로 나아갔다.

“크아아앙! 몬스터들이여, 돌아가라!”

드래곤 피어에 몬스터들은 고막이 터지거나, 그 자리에서 즉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엄연히 이곳은 인간들의 영토, 인간들도 죽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마룡의 등장에 인간들은 절망적인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저, 전설 속에나 있는 드, 드래곤!”

“으아아악!”

인간들의 말속에서 똑똑히 들려오는 소리에 마룡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드래곤은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드래곤의 존재를 전설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수십년, 마룡은 스스로를 마계로 가두었다. 하지만, 돌아온 마계는 편안한 고향이 아니었다. 그 무위를 무서워한 마왕들의 공격과 속박에 심신부터 지친 마룡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거대한 사슬에 의해 무한한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가둘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했던가? 서서히 마룡의 꿈을 깨어지기 시작했다.

때는 대륙력 1400년

어둠의 성지라고 불리는 마룡의 영토, 아니, 마룡을 속박하고 있는 대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곳으로 걸어오는 마족하나가 있었다. 담이 크다는 듯이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마룡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어둠의 비늘에 칭칭 감겨져 있는 거대한 쇠사슬과 땅과 하늘은 알 수없는 마법진들이 빽빽이 차들어 있었다. 오직 마룡을 위해 만들어진 봉인진이다.

“마룡이시여! 깨어나소서. 그림자 일족이 당신을 뵙기를 청합니다. 부디 청을 들어주소서.”

“크르릉.”

마룡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벌써 마계의 시간으로 600년이 다시 지난 것이다. 몸의 곳곳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만, 털어 낼 수는 없었다. 움직임을 봉쇄하는 쇠사슬이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겁도 없는 마족이여, 또 무슨 소리를 하기 위해 온 것이냐. 지겹다. 썩 꺼져라.”

마룡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어린 마족을 내려다 봤다. 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신기한 마족이었다. 보통 마족들은 밝은 느낌의 머리카락과 눈을 가지기 힘들다. 그만큼 녀석은 변질된 존재라는 소리였다.

“쿠쿠쿡, 변종이구나...”

“예! 하지만, 당신을 풀어줄 능력을 되지요.”

“건방지구나. 변종 주제에.”

아무리 사슬에 감겨 있다고 한들, 그 위압감이 사라질 리가 없건만, 녀석은 쓰러지기는커녕 오기로 버티는 것 같았다. 꼬마주제에 대단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구나.”

“힘을 조절하신 덕분입니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쓸데없는 것이라면 썩 꺼져라.”

마룡은 귀찮다는 듯이 눈을 껌뻑였다. 오랜 시간 잠을 잤기 때문에 갑갑함을 느꼈다. 얼른 이 속박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다.

“맹약을 원합니다. 당신의 속박을 풀어주는 대신, 저희 일족을 보호해 주십시오.”

“하하하하! 나에게 어떤 힘이 있다고 그러는 것이냐. 마왕에게 당해 이런 몸이 된 것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그저... 잡혀 주신 거 아닙니까?”

그림자의 말에 마룡은 얼굴을 굳혔다. 이제 살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간계의 드래곤이 있었기 때문에 마룡이 있는 것이고, 마룡이 있기에 중간계의 드래곤이 있는 것이다.

“풀어준들, 난 힘을 쓰지 않을 것이다. 중간계의 드래곤이 없는 이상...”

“있습니다. 봉인되어 있을 뿐!”

“어찌 그런 것을....?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쉽게 당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분들은...”

마룡의 말에 그림자는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한 눈빛에 마룡은 내심 심기가 불편했지만 자신은 속박되어 있는 몸이다.

“저희 일족은... 11 마족 중 하나입니다.”

그림자의 간단한 말에 금방 수긍해버리는 마룡이었다. 11마족이라고 한다면 신에게 선택 받은 마족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마왕보다는 아니었지만, 어떤 마족에게도 지지 않을 힘을 부여받았다.

그것은 마왕과 어느 정도 같은 어깨선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소리다.

“앞으로 대륙의 시간으로 600년, 아니 빠르면 500년 정도에 마족의 발호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드래곤의 부활도 말입니다. 이건 신의 유희! 후후후....”

“좋다! 맹약... 얼마든지 맺어주마.”

그렇게 그림자와 마룡은 계약을 맺게 되었다. 계약의 내용은 간단했다.

“나! 마룡 케실리온은 그림자 일족의 로드인 레딕과 계약을 맺는다. 계약의 내용은... 일족의 수호 죽는 순간까지 그대의 일족을 수호하리라!”

우우우웅!

마룡의 용언에 레딕의 어깨에는 작은 용무늬가 새겨졌다. 하지만, 이 징표는 로드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로드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자연히 그 문장은 다음대의 로드에게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룡이시여...”

마룡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는 레딕이다. 짧은 계약의 내용이 허무감을 더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룡이 계약의 증표로 문신을 남겼으니, 그림자 일족도 무언가를 주어야 할 것이다.

“맹약의 증표로 저희는 검을 준비했습니다. 이계에서 온 검입니다. 마기를 잔뜩 머금은 검입니다.”

“호오... 이 마기 친숙하군...”

마룡이 느낀 기운은 차가운 느낌이다. 어떤 것이든 얼려 버릴 수 있는 검이라는 듯이 차갑게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마룡은 그 검에 자신의 마기를 주입시켰다. 입을 벌리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자, 이상한 구슬이 하나 떨어져 내렸다.

“이건...?”

“드래곤의 돌, 이것이라면 어떤 존재라도 속박 할 수 있을 것이네. 어떤 명령이든! 그걸, 북쪽 마왕에게 건네게. 마룡이 건네는 물건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쿠쿠쿡.”

마룡은 그 돌을 건넸고, 다시 검에 자신의 마기를 쏟아 부었다. 워낙 강한 마기였기 때문에 검이 터질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다크 드래곤이 좋겠군. 하지만... 나에게는 이 검이 필요 없군. 자네가 소유하고 있게. 나의 힘이 필요하거든, 그 검을 가지고 나를 찾아오게... 난 영원한 잠을 자고 있을 테니... 그검이 오는 순간, 난 새롭게 태어 날 것이네.”

마룡의 의미 모를 말에 레딕은 얼굴을 구겼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룡의 힘이 깃든 이 마검과 드래곤의 돌이라는 것만 있다면 일족을 지키는 것은 물론, 큰 부흥을 가져올 것이다.

“그 검은 나와 나를 잊는 연결이 될 것이야.”

“당신의 믿음... 잘 받았습니다.”

레딕의 말에 마룡은 굳은 얼굴로 있을 뿐이다. 강렬한 우주의 태양은 지고 있었다. 다만, 일시적으로 주위의 별이 밝아 졌을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

‘긴 잠이 될 것이다.... 부디, 신의 선택이 옮기를... 이계의 존재여... 잘 쓰기 바란다.’

마룡은 긴 시간 동안 잠만 잔 것이 아니다. 용신과의 긴 대화 속에 앞으로 있을 일을 들었을 뿐....

[마지막 용언이군... 빛으로....!]

마룡은 그렇게 중간계로 스며들었다. 500년 후, 그림자 일족과의 맹약은 이루어 질 것이다. 거짓된 그림자 일족과 맹약을 지키기 위한 변질된 그림자 간의 대화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 결말은 마룡 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마룡은 자비롭지 않다.

“이제 알겠나? 저 레딕은 당신과 맹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찾지도, 도우지도 않았다.”

아카데미의 연무장, 그곳에는 수많은 인간들과 마족들로 들끓고 있었다. 서로를 적대시 하듯, 모두 그 자리에 서서,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가운데, 격앙된 도플갱어의 외침에 케실리온의 귓가로 파고 들었다.

“아니! 아니야! 배신 한 것은 너희 들이다. 이용할 가치가 떨어지니, 나를 잘도 배신했다! 맹약을 어긴 건 너희 그림자들! 엄연히 난...”

레딕은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많은 인간들 앞에서 정채를 밝히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이용해, 많은 도플갱어로부터 빠져 나갈 방법은 인간들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지금까지, 그림자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 상황 판단력 때문이다. 더욱이 그림자 일족이 11 마족에 속해 있었기에 자신은 추격으로부터 안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뱀파이어들의 왕이 아닌가?

지금 와서 정체가 들어난 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일들이 무너지게 된다.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상관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군.”

케실리온은 저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상관 없었다. 자신을 건드렸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할 뿐이다. 고통은 고통으로, 지배는 지배로 하는 것이 케실리온이다. 거기다, 멸시를 받는 다면, 멸시로써 상대를 농락하는 것!

스르륵!

차갑고 어두운 밤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곳곳에서 비치는 인간들의 횃불이며, 그림자들의 어두운 기운이 더욱 달을 빛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은 케실리온의 두 눈을 싸하게 만들었다.

더러운 진액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케실리온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오직, 자신에게 고통을 선사한, 그림자 일족에게 볼일이 있을 뿐이다. 레딕이야, 시간을 두고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끌고 올 그림자는 다 끌고 온 것인가?”

케실리온은 넓게 포진해 있는 그림자들의 모습에 낮게 조소했다. 그림자들로부터 솟아 오른 존재들이 모두 섀도우들과 도플갱어였다. 전투에 능통한 도플갱어들은 선봉에 서 있었으며, 암살에 능통한 섀도우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쿡, 쓸 때 없이 많은 인원이군. 거기다. 섀도우 로드 까지 있는 것을 보니, 모일 녀석은 다 모였군.”

케실리온의 눈에는 새롭게 로드가 된 애송이 섀도우가 보였다. 그림자들도 여간 급했긴 급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죽어버린 로드를 대신한 존재를 찾느라 말이다. 케실리온의 언행에 그림자들은 분노에 떨어야 했다.

부르르 떨리는 살결에 반응하듯, 각자의 그림자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긴장한 것은 레딕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궁지로 몰린 존재는 레딕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간들의 모습과 그림자들의 돌방행동은 레딕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용히 처리 했어야 할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은 계산 착오다. 11의 마족은 행동 제약이 아무리 없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중간계다. 일정 움직임은 신전에서도 눈치 챌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11마족을 탈퇴하면서부터 일이 틀어졌는지도 몰랐다. 섀도우 로드의 죽음으로 자신을 과신한 것도 잘못이다. 아무튼 이 일을 조용히 타개 할 방법은 인간들의 도움으로 비롯될 것이다.

“그만... 죽어라!”

휘이잉- 쩌적

케실리온의 양손으로 몰아치는 거대한 기운에 대기는 얼어가고 있었다. 은빛의 섬광은 케실리온의 눈동자를 번들거리게 만들었다. 끈적이는 살기가 동반된 모습에 이곳에 있는 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렇게 쉽게 마법을 펼치는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캐스팅에 노수인, 이건 마법사들에게는 꿈의 경지에 속했다.

“자, 잠깐! 당신은 마룡이 아닌가! 엄연히 우리 수호자이거늘...”

케실리온의 강력한 기운에 질겁한 도플갱어와 섀도우 로드는 통일된 음색으로 소리쳤다. 더욱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살기는 참기 힘든 고난과 같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두 눈은 어떤가? 타오르는 은빛이다.

“뭐...? 수호자?”

케실리온은 그 말에 역정이 솟구쳤다. 그렇지 않아도, 두 눈으로 들어가는 화상의 진액이 귀찮게 만들고 있었다. 몸 전체에서도 진액이 타고 흘러,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거기가, 저런 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어찌 짜증이 치솟지 않을까.

거기다, 자신을 쳐다보는 제국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표정도 가관이었다. 마치, 괴물을 보는 듯이 더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이런 생각들이 몰려들었을 것이다.

‘역겹다!’

‘괴물 죽어라!’

이 정도는 약과에 속할 정도의 비난과 질시, 경멸이 담긴 목소리가 들어 올 것이 뻔했다. 이것이 다 누구 때문인가! 다, 저 그림자 일족 녀석들이다. 이제 케실리온에게는 남아 있는 자비로움은 없었다.

아니, 자신의 다른 자아가 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옥에서도, 1계에서도 자비로움은 없었다. 공격을 받는 다면 공격을 하는 것이고, 짜증나게 만들면 그 놈을 짜증나게 해서 죽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놈의 다른 자아는 자아라는 지식만 배운 것인지 케실리온을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비는... 죽어서 찾아라!”

케실리온의 절대 언령인 용언이 작렬했다. 의지가 한껏 담긴 서슬 퍼런 음성에 주위는 삽시간에 살얼음판으로 바뀌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전체 공격용 마법인 아이스 레인이었다.

투두두툭!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의 비에 그림자 녀석들은 그림자로 숨기에 바빴다. 너무나 빠른 마법력이었다. 누구도 감히 따라 하지 못할 수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탐내하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또 따라 하겠다는 건가? 푸하하하! 마음껏 따라 해 보도록!”

케실리온은 하라면 하라는 식으로 마기를 흩뿌렸다. 주위로 가득찬 마기에 케실리온은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따라, 도플갱어들은 흉측한 케실리온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무려, 수십의 도플갱어들이 단일 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팅... 티팅!

“방어!”

케실리온의 옆에 있던 레딕은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며 크게 소리쳤다. 마치, 마법 검이라도 되는 듯이 하늘을 향해 치켜세우며 소리친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은빛이 감도는 기운이 주위를 막으로 둘러쌓게 만들었다.

“호오... 그 검이 마검 다크 드래곤인가?”

레딕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케실리온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검에 눈이 갔다. 검에 뜻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명검에 눈이 가기 마련이다. 마검이든, 성검이든 케실리온에게는 그저 명검으로 보일 뿐이다. 

잘 만들어딘 검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기 보이는 마검에서는 익숙한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그 시원한 느낌에 케실리온은 레딕의 손을 주시했다. 그때, 그림자 일족의 진형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여왔다.

케실리온의 모습을 복제한 녀석들이다. 하나같이 케실리온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마룡이건 뭐건, 이제 상관없다! 그저 방해가 된다면 죽일 뿐.”

케실리온의 모습을 하고선 하는 말은 전혀 딴판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이곳에서 저 마검을 가지고,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거기다 마룡은 물론 레딕까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벨즈비트님에게 충성의 증표로 그 검과 너의 목을 바치겠다!”

섀도우 로드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은 큰 섬광이 드리웠다. 하늘은 우유 빛으로 가득차 있었고, 인간들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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