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절대 따뜻한 음성이 아니었다. 더 이상 한 하늘에 살수 없는 적의가 가득 찬 목소리에 페이린은 놀라 비명 같이 입을 벌렸다.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인지 어딘가 떨리고 있었다.
뽀얀 살결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보아서 알 것이다. 그 살기가 뒤에 있던 여러 마법사와 기사들에게 까지 뒤덮자, 숨소리조차 잦아들었다. 그 어떤 존재도 감히 입을 열 틈이 없었다.
앞의 상대는 적도 아니요. 아군도 아닌, 아카데미의 학생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하고선, 도플갱어를 도륙하는 엄청난 무위에 누구도 다가서지 못했던 것이다.
“잊었다고 생각했나? 그 일을...”
“아...!”
페이린은 잊지 않고 있었다. 가만 두지 않겠다던 그 강격한 눈빛!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눈빛부터 상대를 제압하려는 그 앞도적인 기세에 대 마법사인 페이린 마저 주눅 들게 했던 모습을!
그 일을 잊기를 기도 했건만, 케실리온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듯이 잔뜩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난 아니라고 했다. 그런 너희들은... 나를 바보로 생각했지.”
“아, 아니야! 그저 범인일 확률이 높을... 큭.”
페이린의 말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빠르게 뻗어진 케실리온의 오른손에 목이 잡힌 것이다. 그 순간, 페이린의 발은 조금씩 땅과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숨을 내쉴 정도의 높이 까지 올라가자 케실리온의 손 역시 멈춰 섰다.
“날 너무 쉽게 봤다. 난... 마룡, 받은 것은 잊지 않는다. 그게 날 짜증나게 만들었던 일은...!”
우우웅!
그 말을 끝으로 케실리온의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짙은 살기에 페이린의 눈에서는 찔끔 눈물이 베어 나왔다. 살기에 비해 너무나 따뜻한 눈물이었다.
“그럼... 죽어라!!”
“앗!!”
케실리온의 행동에 카논 공작과 라일은 급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금빛의 안개와 같은 기류가 몰아쳤다. 마치, 케실리온의 마나에 대항하듯 살기를 밀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실리온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마령지기의 수법인가?”
케실리온이 말한 것은 의지를 발현시키는 기술이었다. 화경에 이른다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이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일정 경지에 오른다면, 마령지기와 같은 수법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 수법이다.
이것은 의지력과 마나의 소모가 극심해,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가 사용할 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2계에서는 워낙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나는 것 같았다.
“허억... 각하! 어째서 폭주를... 거기다 단장님 까지..!”
한 기사의 외침에 많은 이목이 카논공작과 라일 경으로 향했다. 마치,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기술처럼, 금기시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케실리온에게는 그저, 호기심이 일 뿐이었다. 누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상관없었다.
“케실리온!! 그 손을 놓지 못할까!!”
카논 공작의 외침에 케실리온은 페이린을 잡고 있던 손의 악력을 살며시 풀었다. 이렇게 싸움을 걸어올지 몰랐던 케실리온은 살며시 웃음을 띠었다. 검과 검의 싸움이다. 남을 따라하는 녀석과는 다른, 정수로써 수련을 거친 자와의 싸움에 케실리온은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아아.. 날 너무 흥분하게 하지마... 너흴 죽여 버릴지 모르니까.”
케실리온은 왼손으로 얼굴을 감싸 앉았다. 눈의 동공이 급속도로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호적수로써가 아니라, 상대를 꺾고 싶다는 충동이 살아 난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화경급의 상대였다.
마족 따위가 아닌, 검을 잡은 무인으로써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며, 케실리온은 투기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속형의 기술이 아닌 듯, 카논과 라일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스스슷!
카논과 라일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치솟았다. 그 살기 속에는 분노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 분노가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살기가 짙어 질수록, 대기 중에 떠도는 마나가 그들의 힘이 되었다.
마치, 안개가 되듯 그들의 신체에 맞지 않게 엄청난 마나의 안개를 형성했다. 광살마검(狂殺魔劍)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았다. 점점 불어나는 마나의 양을 보건데, 광살마검의 묘리가 숨어 있으리라.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하자. 케실리온의 흥분은 점점 더해갔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넌 것처럼, 두 눈은 흥분에 가득 차 있었다.
“흐압!”
둘의 몸에서 넘치도록 흘러나오던 살기 섞인 황금빛 마나는 천천히 둘의 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케실리온이 생각하기로 길게 느껴졌지만, 다른 이기 보기에는 빠른 순간이었다.
황금빛 기류가 모여든 검은 그 모양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황금빛의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이 둘의 검에 어리기 시작했다. 이런 검법은 처음 이었다. 이 묘한 순간에 케실리온은 자신의 검을 좌측으로 틀며, 작게 속삭였다.
“풍운신검(風雲神劍) 풍운연무(風雲煙霧)!”
케실리온은 순수하게 빛내는 금빛의 드래곤을 보며, 풍운지의 검술을 펼쳤다. 워낙 오래된 검법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검법이다. 어두움과 싸늘함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다. 오직, 대기 중에 떠도는 바람의 기운 만이 케실리온을 맞이했다.
“저것이 ...공작 각하와 단장의 골드 드래곤 소드!”
처음으로 보는 기사들은 얼이 빠진 것처럼, 찬란하게 빛을 내는 오러 블레이드의 형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빛을 넘어, 금빛을 띠는 드래곤의 형상에 전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은 케실리온에게로 겨눠 졌다.
“골드 브레스!”
[쿠워어어!]
카논 공자과 라일은 짜기라도 한 듯이 케실리온을 향해 소리쳤다. 골드 브레스! 코리안 가문을 공작가문으로 만든, 란델을 제국으로 끌어 올린 검법이었다. 폭주 기술을 사용해야 만이 사용 할 수 있는 드래곤 소드였다.
“어, 엄청난 소리!”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그만 넋을 잃었다. 하늘이 울릴 듯한, 마치 드래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금빛의 섬광을 토해낸 것이다. 이것이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 그 엄청난 기세에 마나를 다룰 수 없는 병사들을 귀를 틀어막았다.
푸하하학!
골드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 낸 것처럼, 케실리온은 그 오러 블레이드를 향해 풍운신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너무나, 부드러운 검법에 케실리온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풍운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너무나 부드러웠다.
살랑... 살랑!
케실리온의 검법은 춤을 추는 것인지 검을 펼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드래곤의 브레스를 잡아끌었다. 자신의 기운인 냥, 거친 브레스는 조금씩 와해되기 시작했다. 케실리온의 주위로 바람이 몰아치며, 안개가 짙게 떠올랐다.
휘이잉!
“저, 저건 폭주?!”
케실리온이 사용한 검술의 특이점이었지만, 기사들은 그것을 오해했다. 공작과 단장처럼, 주위의 마나가 흘러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실리온의 검은 안정되었고, 큰 기술같이 시간의 제약은 없었다.
휘두르고, 베고 찔러 넘기는 것이 진정한 검! 겉멋만 화려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다. 케실리온의 검은 오직, 실전과 기예, 인간과 적을 상대하는 검이다.
푸시시시!
케실리온의 검무에 그 토록 강한 기운을 내뿜던, 골드 드래곤 소드는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카논 공작과 라일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술은... 초식의 응용일 뿐! 파괴력 따위가 아니다.”
케실리온의 단호한 말에 카논 공작과 라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주위의 마나의 기류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소한 깨달음, 케실리온은 이런 일을 수천 번은 격은 것이다. 싸우면서 강해지는 것! 하지만, 케실리온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힘없이 주저앉은 페이린에게 다가간, 케실리온은 검을 높이 시켜 세웠다.
“마룡에게.. 자비는 없다.”
스각!
무언가 잘리는 소리에 케실리온은 조소를 머금었다. 마치 무언가를 비웃는 것 같았다. 너무나 시린 표정이었기에 주위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공격할 기미조차 없어 보였다. 검에서는 붉은 피가 떨어져 내렸다.
똑...
어떤 비명도, 바람 소리도 없는 곳에서 케실리온은 등을 돌렸다. 뜨거운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케실리온은 잠깐 주춤 거렸지만, 흔들리는 망토의 차가운 느낌에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기 위해 턱이 조금씩 벌려졌다.
마룡은 자비롭지 않다.
“왜... 왜?”
페이린의 떨리는 목소리가 케실리온에게 전해졌다. 많이 긴장한 것인지, 그녀답지 않게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우유빛 피부에서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물기의 소리에 케실리온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췄다.
운율이 뚝 끊기듯, 케실리온의 목은 좌에서 우로 틀어졌다. 워낙 작은 흔들림이었지만, 페이린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케실리온이 뒤돌아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케실리온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엷게 긁힌 페이린의 목에 있는 상처만이 케실리온의 답이라는 듯이 차가운 바람에 찌를 듯 한 고통이 찾아 왔다.
휘이잉-
“아야...아!”
벌써 11월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정도의 바람은 시작에 불과 할 것이다. 그 어떤 행보보다도, 짙게 빠르게, 철저하게 부술 것이다.
“기, 기다려!”
꽉
페이린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것인지, 케실리온의 어깨를 꽉 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꽉 잡은 페이린의 억세기 그지없었다. 케실리온은 그 행동이 가소롭다는 듯이 어떤 시선도 주지 않았다.
“왜... 왜 살려 준거야!”
“왜냐고?”
페이린의 말에 케실리온의 몸에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망토가 펄럭일 정도로 대기는 크게 진동했다. 진공 상태라고 믿었던 공간은 순식간에 돌풍이 휩쓸듯, 주위에 떨어진 나뭇잎이 하늘로 치솟았다.
파사사삭!
“그저... 변덕이다. 보답이라고 해두지.”
케실리온은 별 대수롭게 생각하며 말했지만, 페이린은 눈을 빛냈다. 분명, 아직도 정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 잔인한 손속으로 인해 다가가기 어려울 뿐, 케실리온은 아직도 따뜻했다.
두벅... 두벅!
점점 멀어지는 케실리온의 등을 쳐다본 페이린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차가운 기운이 폐부를 찔러 들어왔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케실리온! 누구도 널 두려워하지 않아!”
함성같이 터뜨리는 페이린의 소리에 케실리온은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 두 소드 마스터와 금빛의 태양으로 인해, 새벽의 여명은 금빛으로 사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케실리온의 망토는 한차례 크게 펄럭였다.
“후작! 저런 위험 인자를 살려둘 참인가?!”
“크롬 공작, 카이룬 공작... 해볼 테면 당신들이 해!”
점점 멀어지는 케실리온의 등 뒤로 두 공작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페이린의 단호한 음성에 두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제국의 검과 마법이 패했다. 이것만으로도, 케실리온의 무위는 어떤 존재도 막기 어려웠다.
대 제국의 군대라면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병력으로는 막기에도 벅찰 것이다. 멍하니, 케실리온의 등 뒤를 바라보던, 제국의 병사들은 하늘로 치솟는 수백 가닥의 은빛의 섬광에 눈을 질끈 감았다.
쿠오오오오!
너무나 차가운 기운에 아카데미가 얼어 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 병사들은 아카데미의 성벽에 생겨난 글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룡은 자비롭지 않다.]
쿵... 파사삭!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카데미의 성벽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버렸다. 마치, 오래된 건물이 먼지 화 되듯 순식간에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케실리온의 뒤를 따르는 두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뜬 페이린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금빛의 섬광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쿠쿡, 알파라고 했던가? 쓸 만하군. 정보력 하나만큼은 인정하마.”
“감사합니다. 마스터!”
금빛의 태양에 알파의 얼굴이 붉게 비치기 시작했다. 수도를 감싸고 있던 엡솔루트 실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케실리온은 등 뒤로 힐끔 쳐다봤다.
“뭐가 불만이지? 레딕.”
“아, 아무것도.”
등 뒤에서 투덜거리는 소리에 케실리온을 얼굴을 구기고는 레딕의 목을 잡아채려 했지만, 급히 머리를 숙이는 레딕의 행동에 손을 허리춤으로 내렸다. 레딕에게 향했던 눈길은 정면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자연의 태양이었다. 지금껏 인공적인 태양만 보아온 케실리온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잊지 않겠다는 듯이 눈부신 태양은 끝까지 지켜보았다. 더 이상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빛을 내뿜을 때까지.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 까. 점점 수도에서 멀어지는 케실리온의 행보에 알파는 살며시 질문을 던졌다. 혹여, 자신의 마스터가 노기라도 띠지 않을 까.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
“마스터, 지금 어디로 향하시는 건지...”
“그다지 갈만한 곳이 없군. 아는 곳도 없으니...”
케실리온이 그런 말을 하자, 레딕은 잘됐다는 듯이 손을 살짝 쳤다. 갈만한 곳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적절하게 레딕이 제시했다.
“곧, 원탁회의가 있지. 직접 참석하는 것도 좋겠네. 뭐, 너의 엠블럼과 교명 정도는 새기는 것이....”
“좋다. 신전이 좋겠군.”
케실리온의 승낙에 레딕은 화색이 도는 표정을 지었다. 언제 부터인지 케실리온을 대하는 것이 조심해졌다. 감히 눈조차 마주칠 수 없는 것처럼, 눈동자를 마주치는 것이 어려웠다. 뭐, 키가 작기 때문에 마주칠 일도 없었지만,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눈빛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스터, 신전에 보고되기로, 10살로 보고되었습니다.”
알파의 말에 케실리온은 약간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표정을 고치고는 생각해둔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사용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원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 모습이라... 흐흐흐]
성스러운 은빛의 섬광이었지만 가려진 은빛 저 너머로 스산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빛은 따뜻함의 대명사이지만, 저 빛은 왠지 모르게 오한이 들게 했다.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 빛 속에서 걸어 나온 존재는 검은 흑발에 흑안, 그리고 약간 노란빛이 감도는 피부를 하고 있었다.
키는 대략 30센티미터가 줄어든 150이었다. 지옥에서 내공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도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눈빛은 지옥과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고수의 흔적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은 극강의 고수가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알파는 허리가 휠 정도로 머리를 조아렸다. 주인에 대한 최대의 예의!
“마, 마스터! 그 모습은...?”
알파의 목소리는 어딘가 떨리고 있었다. 어딘가 힘없는 듯 한 목소리, 간신히 케실리온의 기운을 받아 넘기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케실리온의 기운은 전혀 없었다. 도리어 너무 평범하여, 그 모습이 마스터가 맞는 가 할 정도였다.
“용언의 힘인지, 정확하게 변했군.”
케실리온은 이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지옥의 생활 대부분, 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간혹, 이 모습 덕분에 귀찮은 일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후후후. 마음에 들어.”
알파의 주인, 즉, 케실리온은 잔악한자. 너무나 두려운 주인이다. 말 실수라도 했다간 목이 달아 날 것 같았다. 게다가, 전 주인이었던 레딕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흡족한 모습을 취하는 케실리온을 보며, 알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눅눅했던 기분이 전환 된 것 같았다.
“가자, 신전으로...”
“당연합니다. 마스터”
알파는 정신적 안정을 찾았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그 옆에 있는 레딕은 어딘가 심기가 불편 한 것 같았다. 아마, 몇 백 년을 같이 보낸, 알파라는 존재가 원인 일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버려질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목적지,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
라덴계의 창세기부터 시작된 종교! 그 중심에는 지저스의 교단이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동과 서로 나뉘어 버린 대륙 중 유일하게 서대륙 전체의 유일신이 되어 버린 성(聖 : 성스럽다.) 카르디스 지저스는 서대륙에 위치한 중앙부터 커다란 신전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것이,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이라고 불리는 신성 도시였다. 그곳은 성녀는 물론, 그곳을 다스리는 교황이 있기고, 많은 신도와 신관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거대 종교 집단이었다.
비록, 신성 도시라고 불리고 있지만, 어엿한 왕국이라고까지 불리는 거대한 도시였다. 실상, 서대륙은 1제국 3왕국 체재라고까지 불리고 있으니, 얼마나 거대한 땅덩어리를 보유하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그 거대 도시는 커다란 파란을 불어 일으키는 일이 진행 중이었다. 일명 ‘주신의 권능’이라고 까지 불리는 일인 만큼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었다. 속속 교단으로 도착하는 정보들은 성녀와 교황에게 보고되었다.
“성녀, 크리엘! 막 도착한 정보입니다.”
끄덕...
지저스 교의 정보를 담당하는 디바인 시크릿(Divine Secret)이라는 기관에서 파견된 것 같았다. 그에 크리엘은 잔잔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린 나이에 성녀로 발탁된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기품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다.
지금이면 한창 또래 아이들과 뛰어 놀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을 테지만, 그녀는 지저스 교의 성녀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하며, 대륙의 정세와 종교에 관한 것은 모두 알아야 한다. 물론, 그녀는 그 무거운 직책에 걸맞게 모든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선, 11 추기경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정정하셔야 갰네요. 이제 곧 12 추기경으로 바뀌거든요.”
“죄송하지만, 11 추기경이 맞을 것 같군요.”
성녀는 의아 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보원의 말을 되새긴다면, 추기경 중 누군가 주신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만이 아니라.
‘주신의 권능’을 수행하는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뜻했다. 성녀는 잠시 주신의 품으로 돌아간 자를 기리며, 기도를 올렸다. 곧 끝난 기도에 정보원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주신의 품으로 돌아간 자는 11 추기경이던 흑예의 섀도우입니다. 임무 수행도중 연락 두절과 동시에 디바인 마크(Divine Mark)의 생명력이 꺼졌습니다.”
“아... 디바인 마크라면, 신성력을 상승 시키는 아티팩트.”
“예, 하지만 추기경들의 생존을 뜻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벌써 한 달 전 부터 두절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신에게 기도했다. 이건 임무를 나간 추기경이 주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만큼 이번 신탁은 많은 리스크가 동반하는 것 같았다. 근 천년 만에 내려진 신탁이다.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신탁이란 소리다. 이건 신의 시험!
“추기경 흑예에게 내려진 임무는 무엇이었나요.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분명, 성녀께서 ‘패덜의 돌’과 ‘유색의 비드’를 찾는 임무를 내리셨습니다. 그가 주신의 품으로 돌아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란델 제국의 수도 근방입니다.”
“서, 설마! 그때 제국에서 요청한 병력 파견이...”
“예, 마족의 대거 등장입니다. 아마, 추기경께서는 홀로 막아서다. 그만 주신의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아... 저의 불찰이었어요. 조금만 주위에 관심을 두었다면...”
성녀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신관들과 신성 기사를 파견했다면 추기경의 죽음은 면했을 것이다. 신의 신탁에 눈이 멀어 주위를 등한시한 자신을 자책했다. 근 1000년 만에 내려진 신탁이라는 것에 흥분하고 만 것이다.
“성 카르디스시여... 저에게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아직 수양이 부족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은 성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은 악에 굴복하는 것과 같았다.
“서, 성녀! 성녀께서는 잘못 한 것이 없습니다. 비록, 추기경께서는 눈을 감으셨지만, 아직 그의 긍지와 신념은 신전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신탁을 쫓을 때입니다. 자중하여 주십시오.”
스르륵...
정보원의 말에 성녀는 무릎을 굽혔던 자세를 풀고는 몸을 일으켰다. 10살의 나이답게, 키는 성인의 허리를 간신히 넘길 정도의 앙증맞은 키였다. 다만, 지나치게 성스럽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게, 이치를 깨달은 눈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없앴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선택한 길은 자신의 신념과 같습니다. 교단이 선택한 길... 후회하게 만들 수는 없지요.”
“지당하신 말씀... 그럼 다음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좋아요.”
성녀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약간 어두웠던 신전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성녀에 울고, 성녀에 웃는 곳! 그곳은 서대륙의 중앙 부에 위치한 디바인 내추럴이라는 도시, 아니, 신성 왕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금,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절대자의 기운은 그 교단으로 향했다. 그 기운이 그들에게 어떤 힘이 되어 줄지, 어떤 악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그것은 성녀와 교황, 그리고 신도, 신관들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