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Master)!”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 알파.”
케실리온은 지금 짜증이 극도로 상승한 상태였다. 그게 다, 레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령검을 수백 번, 아니 수만 번을 베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라는 존재는 적절하게 케실리온의 심기를 컨트롤 하는 것인지 위기의 순간 마다, 레딕의 안위를 지켰다.
같은 동족이라는 생각에 나온 행동 같았지만, 아직 이용할 가치가 남아 있다는 소리에 케실리온은 화를 삭이고 있었다. 너무 삭이면 크게 폭발한다고 했던가? 케실리온은 알파의 잔소리 같은 소리에 버럭 성질부터 냈다.
“저기 앞에 인간들이...”
“수도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 걸어서 3시간 밖에 오지 않았으니, 인간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잖아.”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친한 친구의 말다툼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케실리온의 표정을 본다면 그 말을 목구멍으로 쏙들어갈 것이다. 풀풀 낮은 살기를 뿌리며 대화의 장을 열고 있으니, 알파가 주눅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그 경험을 많이 한, 레딕은 굳게 입을 다물고 앞만 주시 할뿐, 어떤 말도 열지 않았다. 더 이상 입을 열었다간 케실리온에게 만 조각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슬 퍼런, 마검 다크 드래곤을 볼 때면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게... 몬스터와 대치중이라...”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 해야지. 우리가 끼어 들 자리가 아니다. 그냥 앞만 보고 걸어라.”
케실리온은 더 이상 녀석들과 대화를 역고 싶지 않았다. 정보 수집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알파는 이런 대화에서 대거 점수를 깎이고 말았다. 케실리온은 말 많은 존재를 좋아 하지 않는다.
대화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대화의 이야기는 믿지 않았다. 인간이든, 어떤 생명체건 대화가 통하는 존재의 이야기는 절대 믿지 않는 케실리온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점점 거리가 좁혀 질수록, 병장기와 살점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과 오크, 오크와 인간의 싸움이다.
캉... 슈악!
“꾸에엑!”
인간의 비명과 오크들의 비명이 수도 근방의 평원에 울려 퍼졌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케실리온은 이곳을 침묵 시키고 싶었지만, 일단 조용히 지저스의 신전 까지 가고 싶었다. 이미, 케실리온이라는 이름은 수도에 널리 퍼졌다.
아니, 서대륙에 다 퍼졌을 지도 모른다. 일명, 하프 드래곤 케실리온! 두려움과 악의 대명사 마룡 케실리온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이 비밀로 유지 되었다 할지라도, 몇 달 가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의 부활까지 조용히 지낸다. 힘을 아끼고, 말수를 줄인다. 알겠나? 알파.”
“잘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미, 지저스 교는 그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 거기에 케실리온이 합세 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유색의 비드를 통해 드래곤을 부활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 한다면, 케실리온의 자유다.
용신과의 맹약에서 풀리는 것이다.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무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이 케실리온의 목표! 그 다음은 딱히 정한 것은 없었지만, 일단은 드래곤의 부활이 우선이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 할뿐!
“신은 말했다. 역행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뜻이라고.”
“예?”
“아니다. 후후후.”
케실리온은 용신과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주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 이것이야 말로, 용신이 원했던 것이다. 드래곤의 부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 목표는 신탁의 역행이 아니다. 순행... 그다음부터 벌어지는 것에 대한 것은 역행!’
어쩌면, 케실리온이 원하는 바는 마령심법이 정해 주었으리라. 마령심법의 첫 번째 운기 방법이 그렇다. 순행 다음이 역행이라고. 때문에 케실리온은 강해졌다. 그 방법이 큰 시련을 줄지라도, 케실리온은 더욱 강해 질 것이다.
“이, 인간! 죽어라. 꾸에엑!”
후웅!
오크의 조잡한 하프 소드(Half Sword)를 휘둘렀다. 그 허접스런 검에 당할 정도로 바보는 아닌, 케실리온은 상체를 뒤로 젖혔다. 롱 소드의 채 반도 되지 않는 짧은 검이었기 때문에 더러운 입김이 케실리온의 얼굴에 드리웠다.
빠직...
그 더러운 냄새에 케실리온의 얼굴은 구길 대로 구겨졌다. 이미, 짜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참을 인내심은 우주 끝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마, 마스터?”
“계획변경이다. 더러운 오크 놈들부터... 처리하고 간다.”
케실리온의 힘 있는 목소리에 알파는 양손에 마나를 일으켰다. 붉게 타오르는 손톱 모양의 기운이 싸늘하게 하늘로 치솟았다. 약 50센티미터는 되어 보일 만큼 길어 보이는 손톱이다.
이것이 뱀파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기술!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기에 인간들이 본다고 한들, 약간 위험한 기술이라고 생각 할 것이 뻔했다.
“후훗, 블러드 네일? 그럼 나도...”
레딕은 질수 없다는 듯이 블러드 네일을 만들어 냈다. 알파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길이로 커진 블러드 네일은 근방에 있는 오크의 목을 꿰뚫었다.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스아악!
그냥 빠르게 찌를 뿐! 케실리온의 명령을 착실하게 이행하는 레딕과 알파였다. 그 전에 케실리온은 그림자 숨겨 놓은 마령검을 꺼내 들며, 입 냄새가 심한 오크의 목을 그대로 그어 버렸다.
“너희 들이 죽어야 할 이유는... 더러워서다.”
케실리온의 거침없는 칼질에 인간들은 한숨을 돌린 것인지, 느긋하게 오크들을 견제 하며 각개 격파 시키기 시작했다. 고전하던 모습은 온대 간데없고, 오직 오크들을 도륙 할뿐! 그것이 다, 케실리온의 심기 불편 때문이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심히 궁금했다.
목적지,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
아침은 주신의 세계라면, 밤은 마신의 세계다. 그런 밤이 찾아왔다. 드넓은 평원에 붉은 모닥불이 피워졌다. 그것을 보고 찾아올 몬스터가 있겠지만, 그곳에는 어떤 적이라도 막아낼 사람이 있다. 바로, 케실리온!
“마족이 나타나서 부랴부랴, 수도에서 벗어나려 하니, 오크 무리와 마주쳤지 뭡니까. 하하!”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용병이었다. 용병 주제에 마차까지 있는 것을 보아, 딱히 용병 일을 하는 자들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을 태우는 마차지만, 누군가를 가두는 용도로 사용 하는 마차 같았다.
그것이 문제라면, 인간을 가두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케실리온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검이나, 마법이면 저런 마차 따위는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 많은 오크들이여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케실리온의 일행에게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녀석은 한스라는 녀석이었다. 다섯 용병들의 대장쯤으로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정권이 가장 높은 녀석이다. 그들은 검은 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거기다, 채찍은 물론, 가볍게 휘두를 수 있는 롱 소드와 레이피드를 소지 한 자들이다. 근접전과 원거리에 능한 것 같았지만, 케실리온이 보기에는 실속 없는 방법이다. 검에 일정 이상 경지에 오른다면, 근거리와 원거리의 개념이 사라진다.
탁... 타탁!
모닥불에서 튀는 불똥을 멍하니 쳐다보던 케실리온은 흑안으로 번뜩이는 눈을 한스라는 용병에게 주었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
“에이, 설마요. 귀하신 분을 본 적이 있나요. 저흰 그저 천한 자들만 대합니다요.”
직접적인 살기는 내뿜지 않았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기운은 여전했다. 주위를 압도하는 기운은 뿜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가령, 덩치가 큰 자 앞에 선다면 누구나 주눅이 드는 것처럼 케실리온의 기운도 그러했다.
“그 채찍 너무나 익숙하군. 익숙해.”
케실리온이 쳐다보고 있는 검은 빛이 감도는 채찍을 보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닌지, 케실리온은 얼굴을 구겼다. 자신이 당한 것도 아니건만, 역정이 일어났다.
스윽..
그 모습에 녀석들은 벌려져 있던 로브 자락은 안으로 오므렸다.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에 한스 일행과의 이야기는 그만두었다. 케실리온은 구석에 앉아 있는 알파와 레딕에게 다가갔다.
“알파, 레딕 저들을 어떻게 생각하지?”
“흠... 딱 보기에도 노예상인이군.”
레딕의 말에 케실리온은 옅게 머리를 끄덕였다. 확실히 익숙한 느낌이었다. 한번 원수는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직 확신은 안서지만, 자신을 팔아넘긴 녀석들이 분명했다.
“마스터, 해치울 까요?”
“됐다. 아직은 모르니... 허툰 수작을 한다면 다르겠지. 후후.”
알파는 케실리온의 말에 머리를 살짝 숙였다. 막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마음에 편해진 케실리온이었다.
“여기서 신전까지의 거리는 얼마지?”
“걸어서는 두 달 가량, 말을 타도한달 반 이상은 걸릴 듯 보입니다.”
“느긋하게 가도 되겠군.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니.”
케실리온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밤이 되니, 레딕과 알파의 말수도 적어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노숙에 케실리온은 기대에 부풀었다. 지옥에서는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찾은 습격과 자연환경에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바스락...
“무슨 일이시죠? 우리는 불이 필요 하지 않습니다.”
기척소리에 알파가 앞으로 나섰다. 마스터의 휴식을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다. 조심한다는 증거였다. 그 적절한 행동에 케실리온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목적지가 같다면 동행하자는... 또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기에...”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하지만, 목적지는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입니다.”
“예, 예...”
알파의 딱 부러지는 말에 용병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무리로 돌아갔다. 무언가 꾸민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케실리온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저들의 모든 것은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뭘 말이지? 알파.”
“제가 멋대로 행동 한 것 말입니다.”
“잘했다. 저들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을 테니...”
스윽
케실리온은 실눈을 뜨며 알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 알파는 몸을 부르르 떨며, 무표정하던 얼굴에 작은 표정이 생겼다. 웃음, 그 웃음에 케실리온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우린 한 달 안에 신전으로 가야한다. 알고나 있어?”
레딕의 말에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들 무시하는 행동에 레딕은 어깨를 으쓱 거리고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 조금만 있으면, 신월이 뜨는 방이 찾아온다. 뱀파이어들의 세가 강해질 시기가!
* * *
“한스! 저들이 얼마나 위험한줄 알고나 있어?”
“후후, 뭘 모르는 군. 빈센트.”
케실리온 일행과 상당히 떨어진 거리였다. 이 거리라면 아무리 고수들이라도 자신들의 대화를 듣지 못할 것이다. 특히, 저 흑발의 소년에게 만큼은 이 이야기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흑발에 흑안... 너무나 익숙하지 않아? 그 대박의 3만 골드! 설사 3만 골드는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값은 받겠지.”
“쿠쿡, 누구 때문에 3만 골드의 반절 이상을 날려 버렸을 까.”
“큭....”
빈센트의 말에 한스는 침음 성을 터뜨렸다. 주위에 있던 동료들도 약간 불만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걸 만회하기 위해 이런 회의를 하는 것이었기에 한스는 화제를 돌렸다.
“저기 있는 녀석들은 전부 상등품 이상. 이번에는 공평하게 나누자. 어때.”
“좋아. 한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라퓬과 룩, 릭! 너희들도 할 거지?”
빈센트는 나머지 동료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듯이 넌지시 운을 띠웠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녀석들은 동참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위험 할 텐데...”
덜덜..
초를 치는 대머리 녀석 때문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룩은 손을 떨었다.
“닥쳐, 룩! 술독에 빠져 사는 주제에.”
“빈센트, 확실히 룩의 말도 맞긴 맞아. 근접전의 인파이터가 두 명... 검을 쓰는 흑발의 녀석... 확실히 우리들이 상대하기에는 벅차지.”
“누가 직접 싸운데? 독이다. 적당히 신뢰를 쌓은 뒤, 음식에 독을 타면 끝! 어때. 나의 지략이.”
빈센트는 주위의 동료를 쳐다보며 가슴을 활짝 폈다. 이정도의 방법이라면,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신뢰를 쌓는 것은 행동으로 보이면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한스는 옆에 있는 룩의 어깨를 툭 쳤다.
툭!
“병신 새끼. 네놈이 저들에게 목적지가 어딘지 알아보고 와라.”
“내, 내가?”
“그래, 룩! 너 말고 수전증 걸린 녀석이 어디 있냐.”
한스의 말에 룩은 축 처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 두려움이 인 것이다. 어쩌다 술독에 빠진 것인지... 평소부터 이상한 행동은 자주 보였지만, 녀석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이런 간단한 일도 하지 못한다니!
우물쭈물 거리는 행동에 보다 못한 라퓬이 나섰다. 더럽게 눈을 치켜세운 라퓬은 룩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놈을 팔아 버리기 전에 가!”
“아... 라퓬까지!”
룩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멀리 떨어진 흑발 일행에게로 다가갔다. 그때, 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앞을 가로 막았다.
“무슨 일이시죠? 우리는 불이 필요 하지 않습니다.”
다짜고짜 그런 말을 하니, 룩은 난감했다. 목적지를 물어야 하건만, 대화조차 허용 된 거 같지 않았다. 룩은 약간 머리를 굴렸다. 이 말이라면 어느 정도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게 아니라. 목적지가 같다면 동행하자는... 또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기에...”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하지만, 목적지는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입니다.”
“예, 예...”
룩의 예상대로 목적지가 나오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좋아 할 수는 없었다. 무섭게 떠진 눈빛에 빨리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짓누르는 위압감에 룩은 뛰어가듯 한스에게로 돌아갔다.
“목적지는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이래.”
“후후, 하늘도 우릴 도우는 군. 빨리 가도한달 반이다. 한 달 정도는 신뢰를 쌓는다. 불만은 없지?”
한스의 강경한 표정에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거액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뭐 있나! 한방을 노리는 것이 진정한 남자다. 거기다 인생은 도박!
퍼드득!
“아악.. 박쥐 새끼가.”
“병신 새끼. 박쥐를 두려워하다니. 쿠쿡, 어린 애는 안 두렵냐?”
“이이...릭!”
어린 아이에 대해 유독 성대감이 높은 라퓬이었기에 수치에 얼굴이 붉어졌다. 확실히 어린아이를 보면 흥분하는 라퓬이다. 하지만, 박쥐는 별개의 문제다. 그걸 걸고 넘어가는 릭의 행동에 짜증이 확 치솟았지만, 한스의 말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닥치고, 독이나 어떻게 구할지나 생각해. 그리고 박쥐 따위에 놀라는 녀석이 어디 있냐.”
“끙...”
라퓬은 한스의 말에 침음 성을 터뜨리고 모닥불 근처로 돌아갔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끼이익 끼익”
“그것 참 재미있군요. 후후.”
레딕은 갑자기 날아온 박쥐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 용병들이 꾸미는 일을 다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뭐가 웃기지? 레딕....”
“아니, 별로... 간만에 신월이 뜬다는 생각에 그만... 하하하.”
케실리온은 웃음을 터뜨리는 레딕을 못마땅하게 보다 툭 하늘을 쏘아봤다. 점점 스칼렛과 쥬얼이 합쳐지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붉은 달, 쥬얼은 푸른 달을 의미한다.
저 두 달이 합쳐진다면, 몬스터들은 흉포화 할 것이다. 거기가. 마족의 힘까지 강해지니, 이만저만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적지,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