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6/269)

“하, 한스! 우리 뭘 잡겠다고...?”

룩의 떨리는 목소리에 한스는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 저 정도의 무력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몬스터를 처리했던 것도 마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저게 무슨 일인가! 마법에 검까지 사용하니, 그들로써는 난감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이 일에서 손 떼자, 너무 위험해.”

“그, 그래! 한스. 이번 일은 너무 위험해.”

릭과 라퓬까지 거들자 한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너무 목표를 크게 잡은 것인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적은 자신들에게 약간의 호의를 보인다는 생각에 머리를 저었다.

“아니! 내 감으로는 확실해. 봤잖아. 저들도 우리를 어느 정도 믿고 있다는 걸 말이야.”

한스는 확신했다. 확실히 저들을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독이라면 아무리 고수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먹혀든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한스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 몰라, 몰라! 어떻게 든 되겠지.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마시자.”

“어이, 빈센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몰라! 종업원! 종업원!”

빈센트는 모르겠다는 듯이 종업원을 불렀다. 이미 케실리온이 2층으로 사라지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모두들 케실리온에 대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경험한 이들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 예, 부르셨습니까.”

“오크통으로 하나 가져와”

“예, 오크통 말씀이시죠. 가져옵죠!”

종업원은 알겠다는 듯이 급히 건물 밖으로 뛰어 나갔다. 오크통은 맥주 한통이라는 소리였다. 워낙 용병들이 맥주를 찾다 보니, 따로 창고를 만들어 두어야 할 정도로 잘 팔리는 술이었다.

종업원이 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 한스 일행은 침묵했다. 딱히 해야 할 이야기나, 회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이! 거기 형씨, 아까 그 분이랑 일행인거 같은데, 목적지가 어디우!”

“알아서 뭐하려고 그러시오.”

실버 울프 용병대의 일원인지 가슴팍에 은빛의 늑대가 그려져 있었다. 약간 조잡하게 느껴질 만도 했지만, 용병들은 무리 없이 그 표식을 알아봤다. 때문에 한스 일행은 약간 주눅이 든 표정이었지만, 착실하게 대답했다.

“그건 알거 없고, 목적지가 어딘지나 말 하시우. 우리 용병대도 따라 갈랑께 말이우.”

그 용병대원에 말에 한스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계략을 생각했다. 이런 거대 용병대가 움직인다면, 케실리온을 잡는 것은 쉬워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여 복수랍시고 공격이라도 한다면 한스 일행에게는 이익이다.

하지만, 케실리온에게 밉보일지도 모르기에 살짝 거절의 기색을 표했다.

“우리도 따라가는 입장이라, 그분에게 직접 물어 보시오. 혹여 분노를 살수가 있으니 말할 수 없소!”

한스의 적절한 대답에 그 용병은 로이젠이 있는 곳으로 물러갔다. 멀리서 로이젠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스가 알 필요가 없는 소리였다. 거기다 종업원이 힘겹게 오크통을 가져오고 있으니 입가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크흐흐, 이게 얼마 만에 술이야.”

“야이 개새끼. 술만 보면 침을 흘리냐. 맛 떨어지게.”

퍽!

한스는 찹찹한 마음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룩의 머리를 때려버렸다. 경쾌한 소리가 1층에 울려 퍼졌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자 술을 마시거나, 아까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 맞아도 좋아. 술이 있으니. 내가 먼저 마셔도 되겠지?”

룩은 실실 쪼개며 나무로 만들어진 맥주잔을 오크통 속으로 빠트렸다. 쉽사리 줄 것 같지 않던 술은 다섯 명이 한 번씩 컵에 채워 넣자 약간 줄어들었다. 모두 잔에 술을 채워넣자 한스가 입을 열었다.

“사업(노예사업)의....!”

번쩍!

“번창을 위하여!”

한스의 구호에 나머지 녀석들은 크게 소리쳤다. 그 쩌렁 쩌렁 울리는 소리에 순간 1층에 있던 용병들의 시선이 머물렀지만 모두 시선을 돌렸다. 케실리온의 일행이기 때문이다. 혹여 일행에게 피해가 간다면 자신들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기에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한스 일행들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두 사라져 간 시각까지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실버 울프 용병대들의 사람들은 차분히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다음날, 케실리온은 갑갑한 느낌에 잠을 깼다. 오랜만에 꾸는 꿈이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던 것이다. 그 꿈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꿈인 것이다. 흑색의 로브, 금발의 머리칼이 수 놓여 있는 용신의 모습이 나오는 꿈

그리고 로브 속에 감춰진 웃는 얼굴! 마치 자신을 농락하는 얼굴이었다.

“용신 나랑 장난하는 건가... 여전히 웃고 있군.”

케실리온은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용신의 생각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옥의 일을 제외하고 2계에서의 일은 모든 것이 꼬여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듯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우으움... 마스터. 그만...”

“뭐지?”

케실리온은 옆에 보이는 푸른빛의 머리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레딕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알파가 케실리온의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케실리온은 잠을 거의 자지 않지만, 짧은 잠에도 꿈을 꿨기 때문인지 레딕이 나가는 것도 확인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마스터~ 제가 나서도 되는데...”

“잠꼬대 인가? 분명...”

케실리온은 베개에 머리를 파묻은 알파를 보고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뱀파이어는 엄연히 망자다. 즉, 언데드로 분류된 종족이 뱀파이어다. 그런 존재가 꿈을 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뭔가... 파란 머리칼이 볼에 말라붙어 입가에 침이 고여 있는 모습은! 거기다 눈을 감고 흐느끼듯 말하는 목소리는 분명 잠꼬대였다. 뱀파이어가 꿈을 꾸는 신기한 모습에 케실리온은 잠깐 알파의 얼굴을 지켜봤다.

치렁거리는 파란 머리카락과 적당한 젖살에서부터 붉은 입술, 약간 창백해 보이지만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모습까지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인간이라고 까지 봐도 될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면은 뱀파이어였다. 잠깐 어린 알파의 모습과 지옥에서의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된 기억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아... 마스터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전 마스터였던 레딕이 방을 바꾸자는 말에 동해서... 죄송합니다.”

꾸벅.. 꾸벅..

녀석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볼에 말라붙은 머리칼을 본다면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이었지만, 케실리온은 작게 머리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부터 다시 꾸준히 여행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용병패가 나오는 날이니, 곧 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때마침, 레딕이 방을 나왔던지 싱긋이 웃어 보이고 있었다.

“하하, 좋은 아침이군. 나에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하. 하하!”

레딕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을 띠고는 케실리온의 옆에 섰다. 비슷한 키에 비슷한 체격이었지만, 어딘가 틀려 보였다. 물론, 생김새는 완전히 달랐지만 세세한 움직임 하나부터 끝까지 케실리온은 무공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작은 걸음일지라도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미약한 소리가 울렸고, 작은 팔 동작에도 언제든지 손을 출수 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상태가 유지 되고 있었다. 물론 계속된 긴장감에 피로가 빨리 찾아 올수도 있지만, 오랜 수련을 거친다면 그것도 평범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때문에 케실리온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까의 일은 죄송합니다.”

거듭 사과하는 알파의 말에 케실리온은 묵묵히 1층으로 내려갈 뿐이었다. 아마 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보건데 한스 일행은 벌써 1층에 내려가 있을 것이다. 점점 1층으로 내려 갈수록 맥주의 향기는 짙어졌다.

밤새 한바탕 마신 모양이다. 뒤늦게 수습을 하고 있는 종업원은 있는 창문은 다 열어젖히고 있었다. 그때, 케실리온에게 성큼 성큼 다가서는 로이젠을 보며 알파는 괜스레 경계 자세를 취했다.

“무슨 일이지?”

목적지,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

후우웅!

종업원이 연 창문과 문을 통해 들어오는 근 겨울의 차가운 새벽 공기가 케실리온의 폐부를 가득 메웠다. 이곳 2계는 겨울이 빨리 찾아 노는 것인지 매섭기 까지 했지만, 케실리온에게는 시원한 바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휴... 저와 싸워 주십시오.”

“헛소리를 하는 군. 죽은 눈으로 뭘 싸우겠다는 거지?”

케실리온은 새벽부터 헛소리를 하는 로이젠이라는 용병 녀석을 무시하고는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레딕과 알파 역시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침부터 한다는 소리가 싸우자는 소리라니!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케실리온이 한가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정도였다. 그 한심한 대답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케실리온의 팔을 세게 잡은 로이젠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어디가 죽어 있다는 겁니까.”

“두려움! 목숨을 걸 수 있나? 죽어도 할 말이 없다면 싸워주지. 내게 두 번의 자비는 없다.”

케실리온이 로이젠의 눈을 통해 본 것은 어두운 두려움이다. 케실리온의 간결한 말에 녀석은 할 말을 잊은 것인지 케실리온을 잡았던 손을 풀었다. 막 문을 나서려던 케실리온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두려움이 없다면 싸워 주실 겁니까?”

로이젠의 큰 소리 때문이었을 까. 1층에서 술에 절어 있던 녀석들이 하나 둘씩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냐는 눈빛이었지만, 그 대상의 범주에 케실리온이 있다는 사실에 침을 삼켰다.

“네놈이 강해지면 생각은 해보지, 하지만... 그때는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조, 좋습니다! 반드시!”

녀석은 케실리온의 살기어린 말에 약간 움찔 거렸지만, 호기롭게 외쳤다. 그 두서없이 흘러나온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던지 케실리온의 표정 한구석은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약간 호감이 가는 녀석이다.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는 것 하며, 이렇게 다시 도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지옥에서는 그 누구도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경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두려움!

상대의 역량과 자신의 역량을 잘 알기에 다음이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 녀석이 무지하던, 아니던 간에 저 호기로움에 케실리온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2계에서 좀처럼 수 없는 녀석이었다.

“후후.. 재밌군.”

케실리온은 그런 말을 하고는 ‘레종 여행자의 집’에서 용병길드가 있는 중심가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새벽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간간히 아침을 준비하는 상인들이나, 평민들이 우마차를 이끌고 새벽시장에 가는 것 같았다.

또각! 또각!

저 멀리 사라지는 우마차들을 쳐다본 케실리온은 새벽녘에 뿜어지는 자욱한 공기를 느꼈다. 기운의 분포도가 가장 높은 시기가 초저녁과 새벽녘이다. 때문에 이 상쾌한 공기는 케실리온을 즐겁게 했다.

아침부터 로이젠을 만난 것은 그렇게 탐탁치 만은 않았지만, 딱히 기분 나쁜 일은 없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용병길드의 앞까지 걸어 갈 수 있었다. 거리의 중심가로 들어가자 익히 알고 있는 용병길드의 건물이 보였다.

“용병패를 받고 그대로 출발하지.”

“예, 마스터!”

“그리고 알파. 마스터니, 도련님이라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보아서 알겠지만 귀찮은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

“하오면....”

“케실리온이라 불러라.”

케실리온의 요구에 알파는 약간 난처한 기색을 띠었지만, 그렇게 싫지 만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 말문을 쉽게 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레딕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용병길드의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어제 무슨 일 있었나? 묘하게 레딕이 기분 좋아 보이는 군.”

“별일 없었습니다. 확실히... 즐거워 보이는 군요.”

케실리온과 알파는 길드로 먼저 들어간 레딕의 모습을 보며 낮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요즘 들어 레딕의 기분이 묘하게 좋아 보이는 것은 케실리온과 알파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길드 내부로 먼저 들어간 레딕은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용병을 깨웠다.

“이봐...! 여긴 환기도 안시키나? 땀 냄새가 진동하는 군.”

“그것참 미안하게 됫수다.”

“그것보다, 어제 맡겨 놓은 용병패를 받으러 왔는데? 어제 그 용병은 어디 갔지?”

레딕은 카운터의 인물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의아 한 듯 물었다. 하지만, 카운터를 보던 용병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 분이 그렇게 한가하게 보이오? 엄연히 카르멘 공작령의 지부장이오.”

그 심드렁한 대꾸에 레딕은 갑자기 좋던 기분이 짜증으로 바뀌었지만, 뒤늦게 쫓아 들어온 케실리온과 알파를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케실리온이다. 용병패를 받으러 왔다.”

“보자... 케실리온이라... 아! 여기 있구먼! 잠시만 기다리시오.”

어제의 용병보다는 못했지만 어디 가서 한 덩치 한다는 소리는 들을 것 같은 녀석이었다. 2계의 녀석들은 주로 고기를 먹어서 인지 덩치가 컸다. 내심 그것이 부러울 것 같았지만, 케실리온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외공의 끝을 본 것은 아니지만, 딱히 커다란 덩치가 무공의 상승야기 시키는 것은 아니었기에 큰 덩치에 놀랄 뿐, 부럽지는 않았다.

“많이 기다리셨소?”

어제 봤던 그 용병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점잖을 떨며 능청스럽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케실리온의 기분은 좋았다. 아까 본 로이젠이라는 녀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녀석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그건 그렇고 내 용병패는 어떻게 됐지?”

“아! 세공은 다 마쳤소. 딱히 속할 용병단도 없고 하니, 당신 망토에 그려진 괴조의 형상을 용병패에 새겼소.”

녀석이 생각한 괴조라는 것이 케실리온의 등판에 떡하니 펄럭이고 있는 망토에 그려진 마룡이었다. 요즘 들어 드래곤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다 보니, 이상한 생명체로 보는 것 같았지만 케실리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자! 받으시오. 동패로 만든 따끈따끈한 C등급이오.”

“등급...?”

케실리온은 등급이라는 말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용병에게 등급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기준으로 그 등급을 나누는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로이젠이 A등급이라면 자신은 S등급 이상은 받아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실리온이 보인 무력은 3서클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것도 모르시오. 용병에도 급수가 있잖소. 최하인 D등급에서부터 최고인 S등급까지 말이우.”

“그 말은 내 실력이 C등급 밖에 안 된다는 소린가?”

“아아! 물론 형씨가 마법사라는 점에서 B등급 정도는 줘도 되겠지만, 신용도가 있잖소. 요즘들에서 신용을 많이 따지니... 신입은 다 D등급으로 시작하지만, 형씨는 마법사라는 점과 어느 정도의 무력도 되니 C등급을 받은 것이오.”

저 용병의 말에 케실리온은 어느 정도 수긍했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신용이라는 것이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르는바 아니기에 케실리온은 구리 빛이 감도는 용병패를 품에 갈무리했다.

“아마, 형씨처럼 마법사라면 금방 등급을 상승 시킬 수 있을 것이오. 1~2년만 이 바닥에서 구른다면 A등급 정도는 무리 없을 것이오. 워낙 마법사가 희귀하다 보니... 쩝.”

녀석은 입맛을 살짝 다셨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목이 칼칼한 것인지, 아니면 방금 일어나서 목이 마른지는 몰랐지만, 마른 기침소리도 들려왔다.

“아무튼, 등급이 상승 할수록 보수도 좋아지고 용병패도 특별해지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오! 껄껄껄.”

녀석의 마른 웃음소리에 케실리온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용병패의 느낌에 살짝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꾸했다. 녀석은 말없이 머리만 끄덕이는 케실리온은 못마땅하게 쳐다봤지만 그것뿐이었다.

세상에는 저런 놈이 있다면 이런 놈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케실리온은 용병길드를 나가려던 찰나,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혹시 중앙 신전으로 가는 의뢰는 없나?”

“신전 의뢰 말이오? 잠시만 기다리시오. 분명 봤는데...”

사라락...

녀석은 의뢰첩에서 신전으로 가는 의뢰를 찾기 시작했다. 워낙 용병들이 많다 보니, 금방금방 의뢰가 꽉차버리기 때문에 쉽사리 의뢰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략 10분 정도가 흘렀을 까. 녀석이 작은 탄성을 자아냈다.

“앗! 여기 있군. 보자... 물건수송의뢰군. 트롤의 피? 아마 신전에서 포션을 만들 모양이오. 정원 100명으로 되어 있군.. 최소등급이.. 후후 C등급이오.”

“그거 잘됐군.”

케실리온은 용병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잡스러운 것보다 의뢰에 참여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괜히 시간을 뺏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케실리온이 의뢰를 하려는 이유는 역시 돈이다.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딱히 힘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이는 방법이 용병의뢰라는 생각에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이런... 이미 다 찼소. 용병단의 독점 거래가 됐군. 일인당 50실버라는 어마어마한 액순데 말이오. 좀처럼 보기 힘든 비싼 의뢰 액수요.”

“그런가...? 할 수 없군. 없던 걸로 하지...”

“혹시 모르니 실버 울프라는 용병단에게 찾아 가 보시오. 혹시 자리를 마련해 줄지 모르니 말이오. 혹여 참여 한다면 의뢰비의 10퍼센트는 소개비라는 걸아시오.”

케실리온은 익숙한 용병단의 이름에 눈을 빛냈다. 설마 녀석들이 독점계약을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실버 울프 용병단의 단장이 로이젠이라는 것을 상기시킨 케실리온은 거침없이 여관으로 향했다.

“케실리온님, 설마... 그 의뢰를 하시겠다는?”

“어차피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니, 의뢰를 하는 것도 좋겠지.”

“알겠습니다.”

알파는 케실리온의 의중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왔다. 그에 케실리온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뭐, 알파가 반대한다고 할지라도 케실리온이 이곳의 리더다. 때문에 알파는 당연하다는 듯이 긍정을 표했다.

케실리온은 갔던 길을 되돌아간다는 생각에 약간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여관에서는 그길로 떠난다고 했건만, 다시 로이젠을 만나러 가니 약간 이상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용병길드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케실리온은 금방 여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때마침 건물 밖으로 나와 있던 로이젠이 보이자 알파에게 지시를 내렸다.

“동행하겠다고 전해라. 알파.”

“예! 케실리온님!”

알파는 정말 말 잘 듣는 수하였다. 지옥에 있던 녀석들보다는 아니었지만, 케실리온이 지시하는 것은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케실리온이 행하는 일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옥에서는 그런 녀석이 있을 수도 없었다. 지존의 말은 곧 진리였고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그 길이 모든 이의 전멸이라 할지라도 모두 믿고 따르는 실정이다. 그에 반해 알파는 케실리온의 지시가 잘못됐다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정도로 개방되어 있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치우자니, 자신이 모든 것을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마 알파를 다른 곳으로 치울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건 이젠 케실리온 자신의 수하다.

한번 자기 사람은 배신을 하기 전까지 철저하게 케실리온, 자신의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케실리온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하하하! 이거 잘됐군요. 설마, 용병이셨을 줄이야. 전 마냥 높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이젠이 웃으면 반갑게 케실리온을 맞이했다. 케실리온이 귀족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케실리온의 옷차림새나 생김새가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위압감이다. 이건 순수하게 무인에게나 풍겨나는 진득한 위압감이다.

귀족들처럼, 기품에서 풍겨나는 위압감이 아닌 것이다.

“그건 그렇고, 자리는 있나?”

“당연히 만들면 됩니다. 케실리온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하하! 이거 참 인연이 깊군요.”

“그런가?”

케실리온은 단답형으로 답했다. 그에 누구라도 얼굴이라도 구길테지만, 로이젠은 뭐가 즐거운지 웃는 낮으로 케실리온을 진심으로 반겼다. 아마, 로이젠이 생각하기로 라이벌이라고 생각되는 아니,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다.

일생의 목표가 될지도 모르는 사내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큰 행운 일 것이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디바인 내추럴(Divine Nature)이다.”

“예! 하하하, 그곳 까지 가는데 드는 물자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신전 측에서 해결한다고 하니, 실보다는 득이 많은 의뢰입니다. 거기다 수송의뢰이니 안전하기 까지 합니다.”

그렇게 케실리온은 실버 울프 용병단과 중앙신전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C등급의 신출내기 용병인 케실리온의 첫 번째 의뢰는 트롤의 피를 신전까지 수송하는 의뢰로 정해졌다. 

실버 울프(Silver Wolf)와 죽음의 기사

케실리온과 실버 울프 용병단은 카르멘 공작령에 속해 있는 스와츠시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이미, 약속된 바와 같이 중앙신전인 디바인 내추럴까지의 물건 수송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용병단과 같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다.

아침 일찍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식수라든지, 먹고 잘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입하기에 바빠 있었다. 케실리온은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도 없거니와 신전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준다고 하니, 딱히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저, 100명이 넘어서는 용병단이 출발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약 10시가 되었을 까. 여행자의 숙소인 ‘레종 여행자의 집’ 앞에는 때 아닌 북새통을 이루었다. 흩어져 있던 용병들이 속속 모여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여행의 목적인 트롤의 피까지 떡하니 마차에 실려 있으니, 큰 거리였던 곳이 좁게 느껴졌다.

마차는 약 10개 정도가 늘어져 있었는데, 케실리온은 중간쯤에 있는 마차 위에 올라탔다. 물건의 보호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마차 안에는 신전의 기사인지, 은빛의 갑옷을 차려 입은 신성기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저는 이번 의뢰의 의뢰주인 앤더슨입니다. 신전의 물건 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신성기사입니다. 약 1달간 잘 부탁합니다.”

신전에서 파견된 기사인 것 같았다. 트롤의 피를 운송하는 것 치고는 무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녀석인지 은은하게 신성력이 풍기고 있었다. 때문에 레딕과 알파는 약간 미간을 좁히고는 앤더슨이라는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신성기사는 마차 한 대에 한명 꼴로 딱 1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각자 맡은 마차에 올라타고는 용병들에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에 실버 울프 용병단의 단장인 로이젠은 가슴을 크게 부풀렸다.

“출-! 발!!!”

큰 함성과도 같은 소리에 용병들은 줄을 지어 마차를 호위하며 움직였다. 마차 한 대에 10명 정도의 인원이 호위하는 꼴이었다. 마차 안에 타 있는 신성기사들은 긴장한 눈치로 양쪽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주위의 동태를 살피기 바빴다.

고작, ‘트롤의 피’를 운송하는 것 치고는 삼엄한 경계였다. 특히, 케실리온이 타고 있는 마차에 타고 있는 신성기사는 처음 말을 꺼냈던 기사였다.

“이제 출발이네요. 케실리온님.”

케실리온은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마차 지붕에 타고 있다는 맹점이 있었지만, 알파와 레딕은 어떤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갑갑한 마차 안보다는 이곳이 편하다는 느낌인 것 같았다.

드르륵...!

“해자에 다리를 놓아라!”

“해자를 내려라!”

앞서가던 로이젠은 도시의 경비병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 구령에 맞게 경비병들은 분주하게 해자를 내리기 시작했다. 수동인지 경비병들이 바삐 회전 고리를 돌리고 있었다. 순조로운 출발에 로이젠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조금씩 내려지는 해자에 붉은 태양이 로이젠의 정면을 비추었다. 처음 의뢰를 수행한다는 느낌에 케실리온은 몇몇 감정이 불쑥 얼굴에 나타났지만,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부터 진짜 의뢰 시작이다.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라!”

“하하하! 단장!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오! 한두 번 해보오!”

헬씨라는 용병이었다. 케실리온에게 시비를 언제 걸었다는 듯이 활기찬 모습이다. 그 밖에도 케실리온에게 시비를 걸었던 몇몇도 어제 일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참 속편하게 사는 녀석들이다.

그 토록 무섭게 비치던 케실리온에게 살랑 살랑 농담도 걸고 있으니, 말다한 셈이다. 물론, 그들의 기분을 망치지 않게 작게 대꾸하는 케실리온도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었다. 그 색다른 케실리온의 모습에 알파와 레딕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이! 친구, 저들은 동료인가?”

존슨이라는 녀석이 말을 걸었다. 처음엔 쭈뼛거리더니 케실리온의 무덤덤한 반응에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물론, 어제 케실리온에게 몇 대 맞은 놈이었다. 케실리온에게 달려들었던 놈이라고 해봐야, 로이젠과 헬씨, 그리고 존슨이라는 녀석이 다였지만, 그들이 가장 케실리온과 친하게 지내는 특이한 광경도 목격되고 있었다.

존슨이라는 녀석이 가리킨 곳은 제일 끝에 있는 줄에서 졸졸 따라오고 있는 한스 용병단이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 일 것이다.

“그다지... 그냥 같은 방향으로 가는 녀석들이라고 해두지.”

케실리온의 짧은 대답에 존슨은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몇 번 끄덕이고는 말을 몰아 앞서 가는 로이젠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에 로이젠은 몇 번 한스 일행에게 몇 번 눈길을 주고는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 뿐이었다.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금방 침묵되었다. 똑같은 광경에 누구나 질리기 마련이다. 길게 늘어진 금빛의 곡식들을 보고 있자니, 케실리온은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은 한참이 지나야 하는 것 같았다.

간간히 비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밀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다였다. 새를 쫓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은 목숨을 건 투쟁과도 같았다. 하나의 곡식이라도 뺏기지 않을 것처럼 눈을 부릅뜬 모습이다.

“저들은 그나마 낳은 상황입니다. 적어도 농사를 짓고 있지 않습니까. 소작도 하지 못해 굶어 죽는 인간들도 비일비재 합니다.”

알파의 말에 케실리온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딜 가나 굶어 죽는 인간들은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케실리온이다. 저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농부들도 자기들만의 행복이 있는 법이다.

“아마, 저들도 전쟁이 터지면 그 행복도 끝이 나겠지.”

“웃기는 군, 레딕! 그냥 닥치고 있어라.”

어차피 언젠가는 일어날 전쟁이다. 케실리온은 조금씩 대륙에 번지는 전운을 감지했다. 피할 수 없는 한판! 이건 마족과 중간계간의 대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소하게 인간들의 싸움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전쟁이 있기 때문에 작은 소중함을 아는 것이고 저런 소박한 행복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절망을 겪어 본 자만이 행복을 외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케실리온이었다. 

그런 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때울 무렵, 조금씩 농사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 어고 있었다. 

휘이잉-

사삭!

바람에 의해 가려진 작은 기척에 케실리온은 눈을 번쩍 떴다. 어딘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이곳을 노리는 녀석이 있었다. 보통 인간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은둔술이었다. 곡창지대를 벗어나기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다. 그때, 앞서 가던 로이젠이 주먹을 쥐며 하늘로 치켜세웠다.

“멈춰라!”

평소와 같은 초원이었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비릿한 혈향에 케실리온은 입술을 살짝 쓸어 넘겼다.

“단장, 무슨 일이우.”

“그만! 조용히 해라. 헬씨.”

나서기 좋아하는 헬씨 때문인지, 아니면 주위의 작은 기척 때문이었던지, 로이젠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게 A급 용병이라는 점에 케실리온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정도의 관찰력이라면 용병이라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풍이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바람이 정면을 치고 오고 있었기에 기습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만약 뒤쪽에서부터 기습을 감행한다면 기척에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이 짙은 바람이다. 때마침, 작은 울림이 전해져 왔다.

완벽하게 기척을 숨길 수 없었던지 서서히, 좌우로 갈대가 흔들렸다.

“끼이잉... 끼잉..”

작은 강아지 새끼였던지 구슬픈 소리를 내뱉고는 용병들 앞으로 나타났다. 배가 고픈 것인지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장했던 용병들은 작은 한숨을 터뜨렸다.

“뭐야, 개새끼잖아. 뭔 개새끼가 역풍을 알아가지고.... 휴!”

“크하하! 존슨 식은땀 흘린 거 보소!”

“시끄러! 에잉! 개새끼!”

퍽!

존슨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이 거칠게 강아지의 배를 차 버렸다. 멀리 나가떨어진 개는 몇 번 움찔 거리더니 축 늘어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해 버렸지만, 케실리온은 석연치 않는 표정으로 죽어버린 강아지를 몇 번 쳐다봤다.

물론, 개가 죽었기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몇 백이고 몇 천이 죽어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는 케실리온이다. 고작 하급 생물이 죽었다고 한들, 동요하지 않을 케실리온이지만, 심상치 않는 기척에 긴장의 끊은 늦출 수 없었다.

“분명... 그 기운...”

“예, 케실리온님. 분명 생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륙에서 활동하는 마족은 그런 일족은 없습니다.”

알파의 작은 속삭임에 케실리온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분명 생기가 없었다. 때문에 케실리온도 쉽사리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지만 작게 움직이는 기척은 확실하게 느꼈다. 저런 개가 아니었다.

작은 강아지였지만, 생기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그 기운이 넓게 분포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다시 출발한다!”

작은 해프닝에도 침착하게 움직이는 로이젠의 모습을 바라보는 신성기사들은 작은 감탄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빠른 운송이 아니라, 완벽하게 운송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신성기사들에게는 중요한 물건 인 것 같았다.

점점 죽은 강아지에게서 멀어지는 용병들을 뒤로 하고, 작은 기척이 강아지에게로 다가갔다. 그 걸음은 지극히 느렸고 어딘가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크아아...!”

그 끈적이는 침을 타고 강아지의 몸을 적셨지만 금방이었다. 그 괴인에 의해 강아지의 시체는 만신창이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방 강아지는 붉은 눈을 치켜뜨며 꿈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짝 말라 있는 갈비뼈를 한번 핥고는 뾰족하게 튀어 나온 주둥이를 크게 벌렸다.

“크아앙!”

어린 강아지 치고는 거친 포효였다. 그 괴인에 의해 뜯긴 살점 안에는 어떤 장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가 초원을 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 눈동자, 그리고 광견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질질 흘러넘치는 침만이 강아지가 존재하는 증거였다. 

실버 울프(Silver Wolf)와 죽음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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