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콰콰쾅!
결계가 깨지는 소리였다. 지축이 진동하듯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땅과 하늘이 진동했다. 제현과 하은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차에서 내렸다. 하윤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끝까지 당부하고 차에서 내린 제현은 유원지 내부를 향해 안력을 돋웠다.
“뭐야… 와이번의 날개에 스콜피온 킹의 꼬리를 가진 놈이라니.”
제현은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현과 하윤은 모르고 있었지만 와이번의 날개와 스콜피온 킹의 꼬리, 웨어울프의 이빨, 히드라의 목, 메두사의 눈 등 최상급 몬스터의 모든 장점을 고루 갖춘 몬스터였다.
“기운도 저를 뛰어넘어요.”
“뭐!?”
내공의 양을 따진다면 하은을 뛰어넘지 못하는 제현이다. 물론, 무공의 공부로 이룬 경지는 비슷했지만 기운만큼은 하은이 앞서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은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은 제현이다. 오히려 내공을 운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제현이 앞서고 있었다.
거기다 제현과 하은은 흡혈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내공을 대폭증진 시켰기에 둘의 내공은 심오했다.
“끼아아악! 끼악! 끼악!”
몬스터는 결계를 뚫고 제현과 하은이 있는 곳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몸집이 컸지만 가까이서 보니 20미터는 넘어 보일 듯 한 크기였다. 제현과 하은은 급히 내공을 전신으로 퍼뜨리며 녀석이 내뿜는 기운에 대항했다.
“이런! 하윤을 생각하지 못했어. 내가 저 괴물의 시선을 끌 테니 하윤을 지켜!”
“아, 알았어요. 조심해야 해요. 기관에 지원요청도 할게요.”
“빨리!”
제현은 급히 하은에게 소리쳤다. 내공과 내공의 운용이 미숙한 하윤이 버틸만한 기운이 아니었다. 때문에 제현은 하은에게 하윤을 지키라는 말을 하고는 검을 움켜쥐었다. 제현이 배운 무공은 지옥에서 무공의 극에 달했던 흡혈지존의 모든 무공이 아니었다.
만검의 2장과 풍류마신보, 마법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무공을 운용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접근하는 몬스터를 보며 제현은 마령신법을 전개했다.
팡!
아스팔트 땅을 박찬 제현의 몸은 30미터 상공에서 날개 짓을 하고 있는 녀석에게로 쏘아졌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제현은 검에 기운을 쏟아 넣었다. 은빛으로 일렁이는 검강은 모든 것을 절단할 것처럼 빛을 뿜었다.
“만검(萬劍) - 낙(落)!”
제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초식 명을 외쳤다. 초식 명을 외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신과 검을 합일 시키는데 의의를 두고 있었다. 그만큼 한 초식, 한 초식 혼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은빛의 검강이 휘황찬란하게 검로를 나타내며 몬스터의 목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몬스터는 절명할 것을 확신한 제현이었지만 왼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캉!
“아, 아니!? 검강을 튕겨 내다니! 역시 보통 몬스터가 아닌가?”
제현은 몸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느끼고 소수신장으로 다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두 번째로 펼친 초식은 찌르기의 ‘파(破)’였다. 베는 것이 안 된다면 한 점을 노려 내부를 파괴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하기도 전에 녀석의 독침이 제현을 노렸다.
푸슉!
“헛!”
제현은 급히 몸을 비틀며 찔러 들어오는 녀석의 독침을 피해냈다. 그리고 다시 회수하는 꼬리를 박차며 녀석의 눈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역시 ‘파(破)’의 수법이 담긴 초식이었다. 거대한 몬스터 치고는 몸놀림이 빨랐지만, 제현의 검은 극의 쾌검을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찔러가는 검은 몬스터의 눈에 닿아 있었다. 이대로 찔러 넣으면 녀석은 즉사였다.
“윽? 몸이…”
몸이 굳어지는 느낌에 제현은 급히 녀석과 떨어졌다. 다행히 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녀석을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은 지켜야할 가족이 있다.
“키에에에! 끼룩! 끼아아!”
녀석이 울음을 터트리자 주위의 기운이 녀석에게로 쏠렸다. 기 기운을 끌어들이는 곳은 녀석의 입이었다. 검은 빛으로 물든 녀석의 입에는 커다란 구슬이 생겨났다. 그걸 본 제현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지상으로 펼쳐진 파괴의 괴성에 제현은 급히 몸을 날리며 하은과 하윤이 있는 차 앞을 가로막았다.
“제기랄! 기운을 방출하다니! 브레스냐!?”
쿠와아아아아!
입에서 뿜어진 브레스는 지상을 덮치며 점점 차량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때문에 제현은 정면으로 그것을 받아쳐야할 판이었다.
“흐압!!”
제현의 몸에서 몰아치는 기운은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내며 투명한 은빛을 내뿜는 둥근 형태의 막을 생성했다.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지만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그때 제현의 명문혈로 같은 류의 기운이 주입되고 있었다.
중요한 혈도인 명문혈은 자칫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하는 혈도였다. 하지만,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기운의 주입이 쉬운 곳이었다. 거기다 비슷한 기운이 몰아치자 제현의 호신강기는 더욱 견고해졌다.
“힘내요.”
“반드시 지킨다!!”
쿠와아앙!
호신강기와 녀석의 브레스가 부딪히자 섬뜩하면서 전율이 오는 느낌을 받았다. 제현은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녀석이 쏘아 보낸 브레스는 강력했다. 다행히 하은의 내공이 도움이 됐던지 버텨낼 수 있었지만 약간의 내상이 동반됐다.
울컥-
주르륵!
“젠장! 약하지만 내상을… 지금껏 만나본 몬스터 중 최고로 강한 것 같군. 어디서 저런 놈이!”
제현은 입에서 흘러내리는 선혈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하은은 하윤을 꽉 껴안으며 불안한 눈초리로 몬스터를 주시했다. 아이가 있었기에 마음 편하게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원군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말인데… 가까운 지부의 특수요원은 언제 온데?”
제현은 혼자 중얼거리다 하은에게 말했다.
“그게 10분쯤 걸린 데요. 하지만, S급의 요원은 없으니… 그렇게 큰 기대는 할 수 없을 거예요.”
“절망적이군. 저놈은 등급을 따질 수도 없는 놈이야. 검강이 먹혀들지 않으니! 그렇다고 가장 약해보이는 눈은 몸을 굳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고…”
“피해요!”
쾅!
“끼에에에!”
콰콰쾅!
제현과 하은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녀석은 자신의 브레스가 통하지 않자 육탄공격을 가해왔다. 지상에 있던 차량은 순식간에 부서지며 폭발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유원지에서 대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주차장에 몰려들었기에 피해는 막심했다.
녀석의 공격으로 많은 피해가 생겼다. 일단 사상자가 많았다. 때문에 응원군인 특수요원을 기다릴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가족을 위협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하윤에게 기운을 흘려주며 보호해. 어떻게 하든 내가 해볼게!”
끄덕-
몬스터의 기운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단순히 기운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들은 피를 내뿜으며 기절하기 일쑤였다. 심하면 죽기에 이르렀다. 제현은 하윤을 걱정해 하은과 협공해 공격할 엄두를 못 냈다.
“야! 괴물아! 더러운 주둥이 놀리지 말고 이리로 와라!”
“끼에에?”
제현의 외침에 몬스터의 관심에 제현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 몬스터는 제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현은 잘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신법으로 유원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팟!
한 번의 도약으로 신형이 앞으로 쭉쭉 벋어나갔고 순식간에 하은과 하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몬스터 역시 사라졌다.
“걱정이야.”
하은은 기절해 있는 딸, 하윤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뒤늦게 출동한 특수요원들이 유원지에 도착했다. 눈에 익은 사람도 보였다. 아저씨라고 불리는 이광석이었다. 그는 경남지역을 관리하는 지부장이었다.
“이거 늦게 왔구만.”
“휴- 그이가 눈길을 끌었기에 피해는 최소한이었지만 걱정되네요.”
지부장인 이광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은의 품에 손녀 같은 하윤이 안겨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광석은 자신의 딸을 불렀다. 그의 집안은 모두 특수요원 출신이었기에 언제나 현장에 같이 출동했다. 물론, 이광석은 지부장이라는 지위가 있었기에 큰 사건이 아니면 현상에 가는 일은 없었다.
“가연아! 이가연!”
“네! 아버지. 아니, 지부장님!”
이광석은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아들은 전투요원이었으고 딸은 비전투요원이었다. 능력자들도 전투와 비전투요원으로 나뉘어 졌기다.
“아무래도 하윤이 좀 다친 것 같으니 돌봐줘야겠다. 그리고 현장에 남아서 통솔 좀 해주고. 전투요원은 모두 제현을 따라 갈 테니…”
“제 일인데 세삼… 걱정 마세요.”
가연의 말에 광석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전투요원을 통솔해 차량으로 제현의 뒤를 쫒았다. 그리고 하은은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가연에게 건넸다.
“부탁할게.”
“걱정 마! 우리가 남인가? 빨리 쫒아가 봐. 조제현 그 녀석 또 무리하고 있을라.”
곤히 자고 있는 하윤을 쳐다본 하은은 가은을 보며 말했다. 그에 대꾸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한 힘이 어려 있었다.
사실, 하은과 가은의 관계는 어중간했다. 가은 역시 제현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같은 날 학교에 전학과 입학을 했기에 제현과 비슷한 시기에 함께 다녔다. 물론, 하은의 경우는 동거였지만…
그렇게 하윤에게서 멀어지는 하은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간다면 다시는 하윤을 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팟!
상념을 접은 하은은 몸을 날리며 제현이 사라졌던 방향으로 신법을 전개했다.
* * *
캉! 카캉!
“젠장! 이놈은 약점도 없는 건가!?”
제현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상당히 멀리 온 것인지 제현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키키키키”
“비웃는 거냐!”
제현은 지상으로 떨어지며 녀석의 눈을 향해 이기어검(以氣御劍)을 펼쳤다. 직접 공격할 수 없다면 기운을 이용해 녀석을 공격해야 했다. 이미 여러 번 실험한 결과였다. 직접 눈을 찌를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공격해야했다.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은 부유하기 시작했고 곧 강력한 기운을 담아 녀석의 눈으로 돌진했다. 제현의 경지는 현경에 이르러 있었다. 당연히 이기어검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슉!
짧은 파공음을 남긴 검은 섬전(閃電)과 같이 녀석의 눈을 꿰뚫었다.
푹!
녀석의 붉은 피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마치, 핏빛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그에 제현은 손을 뻗으며 소모된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 흡혈마공을 펼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쏟아지는 피는 제현이 제어하는 흐름에 따라 제현에게 몰려들었다.
그렇게 많은 양의 피가 아니었던지 약간의 내공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도움이 됐던지 거칠어졌던 숨결이 안정되어갔다.
끼이익!
“드이어… 도착한 건가? 원군이.”
제현은 히죽 웃음을 흘리며 뒤늦게 도착한 요원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하은 역시 도착해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얼굴도 있었다. 바로 광석과 수강이었다.
“여! 고전하고 있었네.”
“웃기지마. 벌써 한방 먹여 놨어. 눈 보이지? 찔러버렸지. 하하!”
“접근이 어려운 거봐? 그걸 쓴 거 맞지?”
“그래. 접근하면 육체가 굳어버린다.”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아저씨의 아들인 수강이었다. 그는 바람의 능력자로 바람을 자유자제로 다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가연은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치유계통의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아버지! 역시 접근은 어려울 것 같아요. 차라리 제현과 하은 두 명이서 시선을 끌고 나머지 우리 능력자들이 공격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흠. 네 말도 맞지만… 두 명이서 괜찮겠나?”
수강의 말에 지부장인 아저씨는 하은을 보며 말했다. 그에 하은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그 누구보다도 제현과 호흡이 잘 맞는 그녀였다. 거기다 무위도 비슷했기에 시선 끄는 것은 문제없었다.
“그럼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시선을 끌어주게. 위험하면 몸을 빼는 것은 잊지 말게.”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원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능력자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불, 바람, 물, 땅, 번개 등등 가지각색의 기운이 퍼지며 몬스터의 주위로 포진했다. 그에 제현과 하은은 몬스터의 시선을 끌기 위해 기운을 끌어 올리며 접근전을 시도했다.
파팟!
두 명의 고수가 달려들자 몬스터는 약간 주춤거리며 날개를 펄럭였다.
“끼에에에!”
캉- 카카캉!
쉴새없이 몰아치는 공세에 몬스터는 더욱 높은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제현과 하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현경이라는 깨달음은 결코 얕지 않았다. 능공허도와 허공답보를 적절이 이용하는 둘은 이기어검을 띄어 올린 검을 번갈아 밟으며 몬스터의 등으로 접근했다.
“이대로 눈을 노리는 게 좋겠어요!”
“안 돼! 녀석의 눈은 아무래도 몸에 이상을 주는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 섣불리 접근 하지 마.”
하은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제현에게 말했다. 하지만, 제현은 만류했다. 아까 경험한 바로는 몬스터의 눈에는 치명적인 기운을 내뿜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하은도 그것을 알고 있다. 제현이 허언을 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다구요.”
하은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몬스터의 눈에 접근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광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접근하지마라! 물러서!!! 이거 큰일이군. 들리지 않은 모양이야.”
“제가 해보겠습니다.”
광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하은은 더욱 접근하고 있었다. 그에 보다 못한 수강이 바람을 이용해 소리를 전했다.
“조제현! 하은! 이제 됐어. 돌아와!”
수강의 목소리에 제현은 살짝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은은 듣지 못한 건지 몬스터의 얼굴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 위험천만한 행동에 제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검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하은을 대리고 내려갈 심산이었다. 그 순간 제현의 미세한 살기를 감지했다.
“여보!! 조하은!! 물러서!! 녀석이 공격한다!”
슈욱!!
“제, 젠장! 바람 때문에 안 들리는 건가!?”
제현은 몬스터의 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하은을 향해 신법을 전개했다. 그에 맞추어 몬스터의 꼬리 역시 하은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공기를 가르고 날아드는 꼬리, 몬스터의 기운이 잔뜩 실려 있었기에 호신강기를 뚫고 녀석의 꼬리가 지나갈 것이 분명했다.
녀석의 꼬리의 끝이 뾰족한 침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호신강기로도 막기 힘들어보였다. 제현의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대로 피할 것인가! 하은의 곁으로 다가서서 막아설 것인가. 하지만 생각은 길게 끌지 않았다.
“지킨다!”
팟!
하은은 뒤늦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바람이 역으로 불고 있었기에 그녀의 귀로 들리는 소리는 극이 일보에 지나지 않았다. 아래에서 경고를 전하는 수강의 목소리와 몬스터가 내는 괴성이 전부였다.
‘크, 큰일이다. 피하기에는 늦었어.’
하은의 얼굴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본능적으로 피하기에 늦었다는 것을 느꼈다. 자연히 그녀의 눈은 질끈 감겼다. 이대로 녀석의 뾰족한 침이 몸을 관통할 것이다.
푹!
기어코 녀석의 꼬리가 살결을 뚫고 들어 가버렸다. 하은은 파르르 떨리는 눈을 뜨며 몬스터의 꼬리를 쳐다봤다. 하지만, 하은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앞을 막아서는 존재, 제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복부 중에서 하복부의 단전을 꿰뚫은 몬스터의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아… 아아!”
하은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떠올렸다. 남편의 만류에도 공격을 감행하려했던 자신의 실책이 떠오르자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구해야만 했다.
“피, 피해! 멍청아… 난 상관 말고.”